2023. 4. 27. 12:31ㆍ독서후기
GRIT 그릿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
■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L. Duckworth)
0 팬실베이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0 하버드대학 신경생물 연구로 수석졸업, 옥스퍼드대 석사,
펜실베이니어대학교 심리학 박사
0 현재 백악관, 세계은행, <포천>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자문위원 등
0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에 취직
0 뉴욕시 고교 수학교사로 심리학 연구
0 2013 맥아더 재단에서 주는 펠로상 수상
0 그녀의 강의는 1,100만회가 넘는 조회수
■ 김미정 옮김
0 서울대 사회교육과 학사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 교육심리학 박사
0 고등학교 교사. 대학교 교수, 10년 넘게 번역 활동
■ 서문
평범한 나는 어떻게 ‘천재들의 상’을 받게 되었나
나는 자라면서 ‘천재’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아버지는 “그런데 네가 천재는 아니잖니!”라고 불쑥 말하고는 했다.
아버지는 천재성과 재능에 관심이 많아서 누가 누구보다 재능이 많은지 자주 견주곤 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얼마나 똑똑한지 늘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버지는 나만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가 천재는 아니라고 여겼다. 아버지의 잣대로 보면 아무도 아인슈타인은 아니었다. 이는 아버지께 큰 실망이었던 듯했다.
2년 전 나는 ‘천재들의 상’으로 종종 불리는 ‘맥아더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것은 지원해서 받는 상이 아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해 달라고
- 1 -
부탁할 수도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비밀 위원회에서 후보자가 창의적이며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여 수상을 결정한다.
천재가 아니라는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랐던 여자아이가 천재에게 주어지는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받게 된 상이었다. 꽤 힘든 학교들을 다니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나지만 초등학교 때는 시험에서 떨어져 가고 싶었던 영재반에 들어가지 못했다.
맥아더 상 수상자가 발표된 날 아침 나는 부모님 아파트로 건너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계셨고 이모, 고모, 숙모 할 것 없이 잇달아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내 전화벨 소리가 멈추자 아버지가 나를 보며 “대견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냥 “고마워요, 아버지.”라고만 대답했다. 지난 날을 곱씹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책에는 내가 그릿에 대해 알아낸 모든 사실이 요약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탈고한 뒤에 아버지를 뵈러 갔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한 장씩 한 줄도 빠뜨리지 않고 아버지께 읽어드렸다. 10여 년째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아버지가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버지는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듯했고 다 읽어드리자 나를 바라보았다. 영원 같은 순간이 지나간 뒤 아버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미소를 지었다.
제1부 그릿이란 무엇인가
◎ 제1장 그릿, 성공의 필요조건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입학 전형은 엄격하다. 아주 높은 SAT 또는 AC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점수와 뛰어난 고등학교 성적은 필수다. 11학년부터 지원 절차를 밟아야 하고 하원이나 상원의원 또는 미국 부통
- 2 -
령의 추천서까지 받아야 한다. 하버드대학교 입학 전형에도 없는 항목들이다.
게다가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를 포함한 체력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아야 한다.
해마다 14,000명 이상의 11학년생이 지원절차를 밟는다. 그중에 필수서류인 추천서를 받는데 성공한 4,000명이 추려진다. 그리고 다시 절반이 넘는 2,500명이 웨스트포인트의 엄격한 학업과 체력기준을 통과하고 1,200명 만이 입학 허가를 받아 등록한다. 남녀 입학생 거의 전원이 학교 대표팀 선수 출신으로 대부분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도 다섯 명 중 한 명이 중도에서 중퇴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중퇴생의 상당수가 입학한 첫해 여름에 ‘비스트 배럭스’ 일명 ‘비스트’라고 공식문서에도 표기된 7주간의 집중 훈련을 받는 도중에 그만둔다는 사실이다.
웨스트포인트 핸드북에서는 비스트를 이렇게 설명한다. “웨스트포인트에서 생활하는 4년 중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게 느껴질 이 훈련은 학생들이 신입 생도에서 군인으로 변모하도록 설계되었다.”
한 생도는 비스트를 이렇게 묘사한다. “생도들은 모든 발달 영역에서 정신적, 신체적, 군사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받습니다. 훈련에서는 생도들의 약점을 들춰냅니다. 그들을 단련시키기 위해서죠.”
여러 세대의 심리학자들이 웨스트포인트의 중퇴생 문제에 매달렸지만 어떤 연구자도 왜 가장 촉망받는 생도 일부가 훈련이 시작되자마자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는지 확실히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비스트에 대해 알게 된 직후에 웨스트포인트 교수로 수년째 재직 중인 군 심리학자 마이크 매슈스(Mike Matthews)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그는 웨스트포인트가 엄격한 입학 절차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지닌 남녀 생도를 성공적으로 가려내고 있다고 했다.
결론은 위기대처 능력과 재능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훈련 도중에 포기하는 신병들 중 그 이유가 능력이 부족해서인 경우는 드물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
- 3 -
■ 태도, 성공한 사람들의 특별한 공통점
그 무렵 도전에 임하는 불굴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은 마이크 매슈스만이 아니었다. 성공의 심리학을 막 탐구하기 시작한 대학원생이던 나는 재계, 예술계, 체육계, 언론계, 학계, 의학계, 법조계 지도자들을 면담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 분야에서 최고는 누구입니까?”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의 어떤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까?”
면담에서 드러난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 중에는 해당 분야에 한정된 것도 있었다. 예컨대 다수의 기업인은 재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을 언급했다. “면밀한 계산 끝에 수백만 달러가 걸린 결정을 내리고도 편히 잘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아 특성은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그들이 언급한 특성은 창작 욕구였다. “나는 뭐든 만들기를 좋아해요. 왠지 모르지만 그냥 좋아요.” 그에 반해 운동선수들은 승리할 때 느끼는 황홀감이 동기가 된다고 했다. “승자는 대결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패배를 싫어하죠.”
실패한 뒤에도 계속 시도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도 쉽지 않은 특성인 듯 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잘 해내지만 잘 안 풀릴 때는 무너져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과의 면담에서 거론된 성공한 사람들은 정말 끈질기다는 특성을 갖고 있었다.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이 있었다.
◎ 그릿 Grit : 사전적으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는 그릿의 뜻을 한국어의 한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그릿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쓰되, 문맥에 따라 투지와 의지 등으로 번역했다.
- 4 -
■ 어떤 사람이 비스트를 통과하는가?
2004년 7월 비스트 둘째 날, 웨스트포인트 생도 1,218명은 그릿 척도를 작성했다. 처음에 나는 그릿 척도 점수가 SAT나 ACT 점수와 비례하는지 살펴봤다. 결과가 어땠을까? 그릿 점수는 입학 사정 과정에서 공들여 계산한 종합전형 점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다시 말해 가진 재능은 입학 사정 과정에서 그릿에 대해서 알려주는 바가 없었다.
비스트의 마지막 날까지 71명의 생도가 탈락했다. 그릿은 비스트를 통과할 생도와 못할 생도를 알려주는 대단히 신뢰할 만한 예측 변인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비스트의 수료에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SAT 점수, 고등학교 석차, 리더십 경험, 운동 실력,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릿이다.
■ 그릿은 어디에서든지 통하는가
그릿은 웨스트포인트 밖에서도 중요한가? 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탈락자가 많이 나오는 다른 환경을 찾았다. 비스트가 너무 혹독한 훈련이라서 그릿이 핊요한지 혹은 그릿이 전반적으로 책임을 다하게 만드는 요인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릿의 힘을 시험한 다음 영역은 매 시간은 아니더라도 매일 거절 당하는 일이 다반사인 영업직이었다. 나는 한 리조트 회사에 고용된 남녀 영업사원 수백 명에게 그릿 척도를 포함한 성격 검사지들을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6개월 후 회사를 다시 방문했을 때 영업사원의 55%가 회사를 그만두고 없었다. 그릿은 회사에 남을 사원과 떠날 사원을 예측해줬다.
이와 유사하게 두 개의 미국인 대표본에서도 그릿이 높은 성인일수록 학교 교육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영학석사, 박사, 의학박사, 법학박사, 또는 다른 대학원 학위를 취득한 성인은 4년제 대학만 졸업한 이들보다, 그리고 4년제 대학 졸업자는 대학에서 학점을 이수하기는 했으나 학위를 받지 못한 사람들보다 투지가 강했다.
흥미롭게도 2년제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학위를 취득한 성인들이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그릿 점수가 약간 더 높았다. 처음에는 이런 결과가 이해가 안 되
- 5 -
었지만 얼마 후에 전문대학교의 중퇴율이 8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이므로 투지가 유달리 강했던 것이다.
군대, 교육, 비즈니스에서의 성공을 예측해주는 요인에는 그릿 외에 무엇이 있을까? 영업에서는 사전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업 경험이 없는 사원들은 경험이 있는 사원들보다 일을 계속할 가능성이 낮았다. 시카고 공립학교에서는 격려해 주는 교사가 학생들의 졸업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인이었다. 그린베레에 지원한 군인에게는 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의 기초체력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이런 특수 요인을 갖춘 사람들끼리 비교해도 여전히 그릿이 모든 분야에서 성공을 예측해주는 요인이다. 각종 분야별로 성공에 도움이 특수 속성과 장점에 상관없이 그릿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 제2장 우리는 왜 재능에 현혹되는가?
심리학자가 되기 전에 나는 교사였다. 그때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실에서 재능만으로는 성취가 조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비스트라는 이름을 듣기도 전의 일이었다.
나는 27세에 정규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뉴욕 미드타운에서 파란 유리 외벽의 초고층 건물에 자리한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뉴욕사무소를 그만둔 지 한 달 뒤의 일이었다.
갑작스런 일이었다. 한 주 만에 내 월급은 ‘정말? 월급을 이렇게 많이 줘?’ 수준에서 ‘와! 이 도시 교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아?’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녁식사는 고객에게 청구할 비용으로 주문한 초밥이 아니라 숙제를 채점해 가면서 급히 먹는 샌드위치로 바뀌었다. 출근할 때 타는 전철 노선은 같았지만 미드타운을 지나 남쪽으로 여섯 정거장을 더 가서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내렸다. 옷차림도 구두와 진주 목걸이, 정장 대신에 온종일 서 있어도 편한 신발과 분필 가루가 묻어도 상관없는 옷으로 바뀌었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나이는 12~13세였다.
내 임무는 학생들이 7학년 수학책에 나오는 분수와 소수, 대수학과 기하학의
- 6 -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배울 수 있게 돕는 것이었다.
첫 주부터 다른 급우보다 수학 개념을 쉽게 습득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반에서 가장 재능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기쁨이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이해가 빨랐다.’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파악하기 힘든 수학 문제의 기본 양식을 내가 일러주지 않아도 알아챘다. 칠판에 문제를 한 번만 풀어주면 “알겠다!”라고 말하고는 다음 문제를 혼자 힘으로 정확하게 풀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적표가 나갔을 때 수업 시간에 두각을 나타냈던 학생들 중 일부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이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고전했던 학생들 중 다수는 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들은 평소에도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를 몇 번이나 다시 들여다 보았고, 가끔은 점심시간이나 오후에 도움을 청하러 오기도 했다.
적성이 학업성취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 듯 했다. 수학적 재능과 수학과목에서의 탁월성은 다른 이야기였다.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수학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학생이 있고, 재능을 가진 일부 학생들이 앞서는 과목이라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솔직히 나도 그런 가정을 갖고 첫 학기를 시작했다. 수학을 쉽게 이해하는 아이들이 당연히 급우들을 계속 앞지를 줄 알았다. 사실 수학적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과 나머지의 상적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재능에 현혹되어 있었다.
그러나 학생에 따라 공부에 기울이는 노력과 성적은 편차가 대단히 컸다. 수학적 이해력이 뛰어나서 성적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학생들 중 일부는 급우들 보다 뒤쳐졌다. 반면에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시험은 물론 쪽지 시험에서도 늘 최고의 성적을 받았다.
데이비드 르엉(David Luong)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르엉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학생은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교실 뒤편에 앉아 있었다. 손도 자주 들지 않았고 자진해서 칠판 앞으로 나와 문제를 푸는 일도 드물었다. 하지만 곧 숙제를 채점할 때마다 데이비드가 제출한 숙제가 완벽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는 쪽지 시험과 일반 시험에서도 A를 받았다. 답이 틀렸다고 채점했을 때는 그가 아니라 내 실수일 때가 많았다. 게다가 얼마나 배움을 갈망하는 학생이었는지! 그는 수업 시간에 완전히 몰입했고, 수업
- 7 -
후에는 좀 더 어려운 과제를 달라고 공손히 부탁했다.
나는 르엉을 내 반에서 심화반으로 보내주었다.
심화반에서는 성적에 기복은 있었지만 12학년에 올라간 르엉은 두 개의 미적분 수업 중에서 최상급 과정을 들었다. 그해 봄 그는 AP 시험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르엉은 로웰을 졸업하고 스와스모어 칼리지에 진학했다. 그리고 공학과 경제학을 모두 복수 전공해 두 개의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2년 전 그는 UCLA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는 에어로스페이스의 공학자이다. 난도가 높고 진도가 빠른 수학 수업을 들을 준비가 안 됐다고 여겼던 소년이 말 그대로 ‘로켓 과학자’가 되었다.
그 후 몇 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재능이 성취를 좌우한다는 확신이 줄어든 반면 노력의 결실에 대해 점점 흥미를 갖게 됐다. 그 수수께끼를 깊이 파헤쳐 보기로 결심한 나는 결국 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교직을 떠났다.
■ 성취의 근원을 찾아서
역사상 큰 영향을 미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다윈은 최초로 식물과 동물 종의 다양성을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의한 결과로 설명했다. 그는 동식물뿐 아니라 사람을 볼 때도 예리한 관찰자였다.
다윈의 전기작가 대부분은 그가 신통한 지적능력의 소유자였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물론 머리가 좋기는 했지만 번뜩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꾸준히 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의 자서전에도 이런 견해를 입증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나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처럼 이해력이 빠르지는 않다. 추상적인 사고를 길게 이어가는 능력도 전적으로 부족하다.” 그는 자신이 아주 훌륭한 수학자나 철학자 재목도 아니고 기억력도 보통 이하라 생각했다. “기억력도 매우 나빠서 날짜 하나, 시 한 줄도 며칠 이상 절대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자신이 근면 성실하게 자연법칙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온 점을 칭찬할 때는 거리낌 없었다. “놓치기 쉬운 일들을 알아차리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데는 내가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성실히 관찰하고 사실을 수집
- 8 -
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중요한 점은 자연과학에 대한 나의 꾸준하고 열렬한 사랑이다.”
어느 전기작가 묘사에 따르면, 다윈은 남들이 진즉에 더 쉬운 문제로 관심을 옮긴 뒤에도 한 문제를 붙들고 계속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문제가 이해 안 되면 보통 ‘나중에 생각해 봐야겠다’고 한 뒤에 사실상 잊어버린다. 다윈은 반쯤은 고의적인 이런 식의 망각을 의도적으로 경계했던 듯하다. 그는 모든 질문을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적절한 자료가 나타나면 언제든 끄집어낼 수 있게 했다.
그로부터 40년 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사람들마다 목표추구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주제로 <사이언스>에 기고했다.
“인간의 잠재력에 비하면 우리는 반쯤 졸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불은 사위어 가는데 공기 구멍은 거의 갇혀있는 상태와 같다고나 할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신적, 신체적 능력의 아주 일부분만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은 자기 한계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을 산다. 인간은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최대치 이하의 열의를 보이고 최고치 이하로 행동한다.”
“세상 사람들은 능력을 넘치게 갖고 있지만 매우 특출한 사람만이 그 능력을 전부 활용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907년에 쓰인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실이다.
■ 재능을 편애하는 사람들
여러 해 동안 재능과 노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전국적인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미국인이 두 배 정도 많았다. 하지만 말과는 정반대로 우리에게는 선천적 재능을 사랑하는 편견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선천적 재능에 대한 편향은 현재 자리에 노력으로 올라간 사람에게 은근하 불리하게 작용하며, 선천적인 재능으로 오른 듯한 사람에게 은근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 9 -
예를 들어 피바디 음악대학에서 피아노 연주 및 교육학으로 학위를 취득했으며 링컨센터, 케네디 예술센터, 유럽연합 의장 기념 연주회는 물론이고 카네기홀에서도 연주했다는 등, 학생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믿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연구는 대단히 많다. 우리는 그 학생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큰 기대를 보낸다. 그들이 출중하기를 기대하고 그 기대는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한다.
■ 재능 중심 경영이 불러온 파국
내가 맥킨지를 퇴사하고 교사가 됐던 해 맥킨지의 파트너 세 명이 <인재전쟁 The War for Talent>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널리 읽힌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현대 경제에서 기업의 흥망은 ‘최고인재를 확보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재능이란 무엇인가?” 맥킨지의 저자들은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묻는다. 그리고 뒤이어 이렇게 답한다.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 재능은 개인의 고유한 소질, 기술, 지식, 경험, 지능, 판단력, 태도, 성격, 충동 등 인간 능력의 총합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열거했다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재능을 정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인재전쟁>에 의하면 재능있는 직원들을 적극 기용하고 재능 없는 직원들을 적극 도태시키는 기업이 크게 성장한다. 그런 기업에서는 큰 연봉 격차는 당연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일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승자 독식의 경쟁적 환경을 조성해야 재능이 뛰어난 직원은 회사에 머물고 부족한 직원은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또한 <인재전쟁>을 비판한다. 그는 맥킨지가 주장하는 ‘재능 중심’ 경영의 완벽한 본보기로 엔론(Enron)을 꼽는다. 모두 알다시피 엔론의 말로는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엔론은 한때 세계 최대의 에너지 회사였으며 <포턴>에 의해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엔론이 파산 신청을 하면서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회계부정을 통해 이례적인 수익을 낸 것처럼 속여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엔론의 붕괴로 부정행위에 관여한 적도 없는 직원 수천
- 10 -
명이 일자리와 건강보험, 퇴직연금을 잃었다. 당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 우리가 재능 신화를 버려야 하는 이유
스콧 배리 코프먼(Scott Barry Kaufman)의 예를 들어보자.
어린 시절 코프먼은 학습지진아로 간주됐고 사실이 그랬다. 그는 어릴 때 중이염을 자주 앓았다. 그래서 소리 정보를 바로바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특수반에 배정됐고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유급까지 했다. 그 무렵 학교 심리학자에게 지능검사를 받았다. 끔찍했다. IQ가 너무 낮게 나왔던 탓에 학습 장애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로 보내졌다.
열네 살이 되어서야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특수교사가 코프먼을 한 쪽으로 데려가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야’라는 말 대신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라는 말을 했다. 그 순간 코프먼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아무런 미래가 없는 학습 장애아일 뿐인가? 아니면 나도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난생처음 하게 되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코프먼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고 도전했다.
코프먼은 첼로라면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거의 50년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할아버지께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여름방학에 첼로를 처음 잡은 코프먼은 하루에 8~9시간씩 연습했다. 그리고 연주 실력이 부쩍 향상된 덕분에 가을 학기에 교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었다.
그는 졸업반이 되었을 때 제2첼로 주자, 즉 오케스트라에서 두 번째로 첼로를 잘 켜는 연주자가 되었으며 합창단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음악과에서 주는 각종 상을 수상했다. 코프먼은 이제 우등반에서 듣는 과목도 많아졌고 성적도 올랐다. 그는 친구 대부분이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신도 하고 싶었다.
얼마 후 그는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이어서 오페라에서 심리학으로
- 11 -
전공을 바꿨고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 미국 최우수 학생 친목단체) 상을 받고 졸업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재능만 강조할 경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노력’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 제3장 재능보다 두 배 더 중요한 노력
내가 재능이란 단어를 읽거나 듣지 않고 넘어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스포츠면부터 경제면까지, 신문 주말판에 실린 배우와 음악가 소개부터 정계 유망주에 대한 1면 기사까지 신문의 모든 면에서 재능을 암시하는 단어들이 넘쳐난다. 누군가가 기사에 나올 만한 업적을 달성하는 즉시 그를 ‘비상한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지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다른 모든 요인을 간과하게 된다.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을 보면 반사적으로 “정말 천재인데!” 라는 혼잣말이 나오려 한다. 내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어째서 재능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향이 남아 있는 걸까?
몇 년 전 승부욕이 강한 수영선수들을 연구한 논문 <탁월성의 일상성>을 읽은 적이 있다. 이 논문의 주요 결론은 제목에 압축되어 있듯이 빛나는 인간의 업적이 실은 평범해 보이는 무수한 개별 요소의 합이라는 것이다.
이 논문의 저자인 사회학자 댄 챔블리스(Dan Chambliss)는 이렇게 말한다.
“최상급 기량은 사실 수십 개의 작은 기술 및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거나 우연히 깨치고, 주의 깊은 연습을 통해 습관으로 만들고, 전체 동작으로 종합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부분 동작들 중에서 비범하거나 초인적인 동작은 하나도 없다. 정확하게 실행된 동작들이 합해져 탁월한 기량이 나올 뿐이다.”
“재능은 우리가 성공한 운동선수에게 붙이는 가장 흔한 비전문가적 설명일 것이다. 우리는 마치 재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경기 성적이라는 표면적 현실 뒤에 존재하고 있어서 최고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을 구별’해 주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위대한 선수들을 나머지 우리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특별한 재능과 신체적, 유전적, 심리적, 생리적인 ‘인자’를 타고난 축복받은 존재처럼 바라본다. ‘재능’이 있는 선수도 있고 없는 선수도 있다. ‘재능을 타고난’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다.”
- 12 -
나는 챔블리스의 관찰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운동선수나 음악가 등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운 성과를 어떻게 냈는지 설명할 수 없으면 이내 포기하고 “재능이네! 그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경험과 훈련만으로 통상적인 범위를 훌쩍 넘는 탁월한 수준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었는지 쉽게 이해가 안 될 때 자동으로 ‘타고났다’는 분류를 한다. 그러나 결론은 이렇다.
“수년간, 수천 시간 동안 연습을 했고, 그 모든 연습 시간에 수많은 구성 동작들을 다듬은 결과가 한 번의 결점 없는 경기로 집약돼 나왔다.”
■ 성취 = 재능ⅹ노력의 제곱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묻지 않는다.” 니체는 말했다. 대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서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면서 자신들의 우상인 스피츠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듯한 기량을 펼치는 것을 구경하는 젊은 수영 선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도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지 못한다.” 니체는 말했다. “그 편이 나은 점도 있다.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게 되는 경우에는 언제나 반응이 다소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마크 스피츠가 남들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도 갖지 못한 수영에 대한 재능을 갖고 태어 났다고 믿고 싶어한다. 우리는 수영장 옆에서 그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완성된 탁월한 기량’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일상성 보다는 신비함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가? 마크 스피츠가 우수한 기량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고 우리 스스로를 기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니체는 재능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을까? 그는 누구보다도 장인을 본보기로 생
- 13 -
각하라고 말한다. 소질을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말하지 말라! 타고난 재능이 거의 없어도 위인이 된 이들을 여럿 들 수 있다. 그들은 탁월한 솜씨를 배워서 (우리가 이름 붙인 대로) ‘천재’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유능한 장인답게 작은 부분을 제대로 만드는 법부터 진지하게 배운 다음 전체를 구성하는 일에 조심 스럽게 도전했다. 그들은 눈부신 전체에 도전하기보다 작고 부수적인 것들을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에 거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 제4장 당신의 그릿을 측정하라
나는 최근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의 학생들에게 그릿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을 끝내고 단상의 원고를 치우기도 전에 미래의 기업가 한 명이 급히 달려나와 자신을 소개했다.
교사로서 가르치는 보람이 드는 매력과 에너지, 열정이 넘치는 풋풋한 학생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투지에 넘치는 사람인지 보여줄 작정인 듯 그는 숨 가쁘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연초에 오랜 시간 투지를 불태우고 며칠씩 밤을 새가며 창업 자본 수천 달러를 모았다고 했다.
나는 대단하다고 칭찬해 줬다. 하지만 그릿은 강도보다 지구력이라는 말을 서둘러 덧붙였다. “그러니까 1,2년 동안 똑같은 에너지로 그 사업을 추진한 후에 내게 이메일을 보내줘요. 그때는 학생의 투자에 관해 더 말해줄 수 있겠네요.” 그는 곤혹스러워 했다.
“글쎄요. 몇 년씩 같은 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좋은 지적이었다. 처음에는 유망해 보였지만 실패한 벤처 회사가 많다. 낙관했던 사업계획서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단지 열심히 한다고 그릿이 있다고는 하지는 않아요. 그것은 그릿의 일부분일 뿐이죠.” 그가 멈칫했다.
“왜죠?”
“우선 탁월성에 도달하는 데는 지름길이 없기 때문이에요. 진정한 전문 기술을 개발하고 대단히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죠. 대다수의 사람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려요. 그런 다음에 그 기술들을 적용해서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 내야 해요.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는 가만히 듣고 있었으므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 중요한 점은 이거예요. 그릿은 학생이 매우 관심이 있어서 계속 고수할 용의가 있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거예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군요. 이해했습니다.”
“맞아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거지만 그냥 사랑에 빠지면 안 되고 사랑을 지속시켜 나가야만 하죠.”
■ ‘할 수 있다’의 함정
그릿은 아주 오랫동안 동일한 상위 목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피트 캐럴이 ‘인생철학’이라고 부르는 최상위 목표는 대단히 흥미롭고 중요해서 당신이 깨어 있는 동안의 많은 활동을 구조화해준다. 투지가 강한 사람의 중간 목표와 하위 목표는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최상의 목표와 관련이 있다. 반면에 투지의 부족은 일관성이 부족한 목표구조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투지 부족이 드러나는 몇 가지 경우가 있다. 내가 만났던 어떤 젊은이들은 의사가 되겠다거나 NBA에서 뛰는 농구 선수가 되겠다는 등의 꿈을 분명히 밝히면서 얼마나 근사할지 생생히 그려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수준 또는 하위 수준 목표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목표 체계에는 상위 목표는 있지만 이를 지지해줄 중간이나 하위수준의 목표들이 없었다.
내 친구이자 동료 심리학자인 가브리엘 외팅겐(Gabrielle Oettingen)은 이를 ‘긍정적 환상(positive fantasizing)’이라고 부른다.
목표체계는 단계별로 정리되고 통합되어 있을수록 좋다. 자수성가형 갑부로 평생 일군 자산이 하버드대학교 기부금의 약 두 배라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전용기 조종사에게 간단히 3단계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버핏은 충직한 전용기 조종사를 보면서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나를 행선지로 데려다주는 일 외에 큰 꿈이 있었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종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버핏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3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첫째, 직업상 목표 25개를 쓴다.
둘째, 자신을 성찰해 가면서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목표 5개에 동그라미를 친 다. 반드시 5개만 골라야 한다.
- 15 -
셋째, 동그라미를 치지 않은 20개의 목표를 찬찬히 살핀다. 그 20개는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시간 과 에너지를 빼앗고 더 중요한 목표에서 시선을 앗아갈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버핏의 우선순위 정하기 3단계에 한 단계를 더 추가하려 한다. 바로 ‘이 목표들이 공동 목표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라고 자신에게 묻는 단계다. 그 목표들이 같은 목표 체계의 일부일수록, 그리하여 동일한 궁극적 관심을 지향할수록 열정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 위인과 일반인을 구분 짓는 네 가지 지표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캐서린 콕스(Catharine CFox )는 크게 성공한 인물들의 특성을 분류하는 연구를 했다.
1926년 콕스는 역사적으로 매우 큰 업적을 남긴 위인 301명의 전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콕스에 따르면 301명 중에서 가장 명석한 인물은 철학자 존 스튜어드 밀(John Stuart Mill) 그는 3세에 그리스어를 배웠고, 6세에 로마 역사에 대한 글을 썼으며, 12세에는 아버지를 도와 인도 사료들을 검토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아동기의 IQ가 190 정도로 추정된다.
아동기 지능이 인류 전체의 평균보다 살짝 높은 100에서 110 정도로 추정되어 콕스의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든 인물로는 현대 천문학의 창시자인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마이클 페러데이(Miguel Faraday), 스페인 시인이자 소설가인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가 있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IQ는 정확히 중간쯤인 130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오늘날 많은 영재 프로그램에서 정해 놓은 최저 자격요건이다.
콕스는 IQ 추정치로 볼 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우리보다 명석했다고 결론 내렸다. 여기까지는 놀라울 것이 없다.
예상 밖의 결과는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위인들과 가장 작은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 IQ로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콕스가 선정한 저명한 천재 상위
- 16 -
10명의 아동기 IQ는 146이었고, 지명도가 낮은 하위 10명의 IQ는 평균 143으로 두 집단의 차이는 미미했다. 다시 말해 콕스의 표본에서 지능과 명성 간의 관계는 대단히 적었다.
■ 콕스가 선정한 지명도가 높은 상위 10명의 천재
프랜시스 베이컨, 보나파르트 나폴레온, 에드먼드 버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마틴 루서, 존 밀턴, 아이작 뉴턴, 위리엄 피트, 볼테르, 조지 워싱턴
◎ 제5장 그릿의 성장 비밀
■ 그릿은 유전되나요?
그릿에 대한 강연을 할 때마다 거의 항상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어떤 문제에서나 늘 제기되는 유전-환경 논쟁이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키와 같은 특성은 대체로 유전자 복권에 의해 결정되지만 영어를 쓰는가, 프랑스어를 쓰는가의 문제는 양육과 경험의 문제임을 안다. 농구 지도 현장에 “키는 훈련할 수 없다”는 유명한 표현도 있다 보니 그릿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의 대다수는 그릿이 키와 바슷한 특징인지 언어와 비슷한 특성인지 관심을 보인다.
“그릿이 우리 DNA 속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짧게 대답할 수도 있고 길게 답할 수도 있다. 짧게 대답한다면 “부분적으로 그렇다.” 길게 답변하자면 좀 복잡해진다. 내가 볼 때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은 긴 답변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유전자와 경험, 그리고 그 둘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우리의 모습을 결정짓는지 이해의 폭을 크게 넓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복잡할 수밖에 없는 과학적 사실의 특성상 그에 대한 오해가 이어지는 듯하다.
키를 생각해 보자. 키는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같은 세대 안에서도 환경이 키에 미치는 영향을 목격할 수 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충분히 제공받는 어린이는 크게 자라지만 영양이 부실한 아이는 성장이 느리다.
마찬가지로 정직함과 관대함, 그릿과 같은 특성도 유전과 경험의 영향을 함께
- 17 -
받는다. 지능지수, 외향성, 자연을 즐기는 성향, 단 것을 즐기는 성향, 골초가 될 가능성. 피부암에 걸릴 확률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특성에도 유전 뿐만 아니라 환경이 또한 중요하다.
■ 그릿과 유전의 상관관계
다양한 재능 역시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중 일부는 노래나 덩크 슛 2차 방정식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과 달리 ‘재능’은 전적으로 유전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특정 기술을 발전시키는 속도는 경험의 영향 또한 크게 받는다.
과학자들은 유전과 환경이 재능과 그릿 같은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신하는가? 지난 수십 년간 같은 가정 혹은 다른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연구해 온 덕분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모든 DNA가 동일한 반면에 이란성 쌍둥이는 평균 절반 정도의 DNA만 공유한다.
아주 최근에 런던의 연구자들이 영국에 살고 있는 10대 쌍둥이 2,000쌍 이상에게 그릿 척도 검사를 실시했다고 알려왔다. 이 연구에서 추정한 바로는 그릿 척도 중 끈기의 유전율은 37%, 열정의 유전율은 20% 였다. 이는 다른 특성들의 추정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아주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 간의 그릿 차이는 일부는 유전적 요인에서, 나머지는 경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성공 심리학과 더욱 깊은 연관이 있는 또 한 가지 놀라운 예는 플린 효과(Flynn effect)이다. 최초 발견자인 뉴질랜드 사회과학자, 제임스 플린(James Flynn)의 이름을 딴 플린 효과는 지난 세기 동안 IQ가 깜짝 놀랄 만큼 증가한 형상을 일컫는다. 얼마나 증가했을까? 오늘날 널리 쓰이는 지능검사지인 웩슬러의 아동용 지능검사와 성인용 지능검사로 30개국 이상에서 측정해 본 결과 지난 50년간 IQ가 평균 15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말해서 100년 전 사람들의 지능을 현대 기준이 맞춰 측정했다면 평균 IQ가 정신지체의 경계선인 70으로 나왔을 것이다. 또한 100년 전의 기준으로 현대인의 지능을 측정하면 평균 IQ가 영재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는 하한선인 130으로 나올 것이다.
플린 교수는 지능검사에서 특정 하위 검사의 점수만 대폭 증가하는 이유를
- 18 -
농구와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지난 세기 동안 모든 농구 시합은 경쟁이 치열해 졌다. 학창시절에 농구를 좀 했던 플린의 말로는 심지어 몇 년 사이에도 경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플린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텔레비전 때문이다. 농구는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기에 좋은 경기인 까닭에 방송과 함께 인기가 높아졌다. 따라서 농구 스타들이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왼손 레이업 슛, 크로스오버 드리볼, 우아한 훅 슛, 등의 기술을 아이들도 시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술이 향상된 아이마다 본의 아니게 함께 겨뤘던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향상시켰다.
플린은 이런 기술 향상의 선순환을 ‘사회적 승수 효과’라고 부르는데 세대가 지나면서 추상적 사고가 향상되는 현상도 똑같이 승수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의 직업과 일상생활은 점점 더 분석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학교를 더 오래 다니게 됐고 공부하는 동안 갈수록 단순 암기에 의존하지 말고 사고를 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
작은 환경의 차이나 유전적 차이가 선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그 효과는 사회 안에서 문화를 통해 증대된다. 우리 개개인이 모두가 속한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릿을 기르는 네 가지 방법
나는 거의 매일 자신도 좀 더 그릿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이메일과 편지를 받는다. 그들은 어떤 것도 실력이 늘 때까지 진득이 붙들고 있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자기 재능을 허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 목표의 수립을 간절히 원하고 그 목표를 열정과 끈기를 갖고 추구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포기할 때는 이유가 있다. 사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포기한다. 당신이 하던 일을 포기하기 직전에 아래의 네 가지 생각 중 어느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1. “지루해.”
2. “노력할 가치가 없어.”
3. “이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 19 -
4. “나는 못 하겠으니 포기하는 게 좋겠어.”
그릿에 관한 면담 기록, 웨스트포인트나 내셔널 스펠링 비 같은 곳에서 진행한 체계적인 연구를 종합했을 때 성숙한 그릿의 전형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네 가지 심리적 자산은 위에서 열거된 핑계를 각각 반박해 주며 수년에 걸쳐 일정 순서로 발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첫째는 관심이다. 열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서 시작된다. 어떤 사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자기 일이 푹 빠져 있고 일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계속 일에 매력을 느끼고 아이 같은 호기심을 내비치는 그들은 ‘나는 내 일을 사랑해!’라고 온몸으로 외친다.
둘째는 연습이다. 이는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하루에 몇 시간씩, 몇 주, 몇 개월, 몇 년 동안 자신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반복 연습해야 한다. 그릿은 현재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관심이 무엇이든, 이미 얼마나 탁월한 수준에 이르렀든 상관없이 그릿의 전형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보다 나아질거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셋째는 목적이다.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열정을 무르익게 한다. 목적이 없는 관심을 평생 유지하기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동시에 타인의 안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릿이 발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내 일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중요합니다.”
마지막 넷째는 희망이다. 희망은 위기에 대처하게 해 주는 끈기를 말한다. 이 책에서는 관심, 연습, 목적 다음에 희망이 논의되지만 희망이 그릿의 마지막 단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희망은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의 네 가지 심리적 자산은 상품처럼 가지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다. 당신은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훈련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목적의식과 의미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칠 수 있다.
한마디로 당신 내부에서부터 그릿을 길러 나갈 수 있다.
2023. 4. 23
- 20 -
'독서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하려면 습관을 바꿔라 (4) | 2023.05.26 |
---|---|
GRIT 그릿 (2) (2) | 2023.05.10 |
The ONE THING (원씽) 2. (0) | 2023.04.06 |
The ONE THING (원씽) (0) | 2023.03.31 |
추 사 (1) | 202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