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차이(2)
보이지 않는 차이(2)
■ 연준혁 ․ 한상복 지음
Part 3. 행운을 관리하는 사람
행운에 휘둘리는 사람
1. 창피해야 행운이 시작된다.
스타벅스의 신화를 만들어 낸 하워드 슐츠, 그는 1981년 28세의 나이에 성공했다. 스웨덴 생활용품 회사의 미국지사 부사장에 오른 것이다.
- 그는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 출신이며 미식축구로 장학금을 받아 간신히 대학을 졸업했다.
- 어느 날 작은 커피 전문점에서 대량의 커피 추출기를 주문한 내역서를 보고 무엇에 홀린 듯 시애틀로 날아갔다. 그곳은 ‘스타벅스’라는 간판을 단 조그만 커피 전문점이었고 그는 그곳에서 직접 갈아 만든 커피 세 모금을 마신 뒤 깜짝 놀랐다.
- 다음해 그는 부사장직을 그만두고 스타벅스의 마케팅 책임자가 되고 1년 후 스타벅스를 인수한다.
- 초기에는 242명의 투자전문가 중 217명에게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꾸준히 성장한 스타벅스는 현재 전 세계에 16,000개의 매장을 자랑하는 최고의 커피전문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하워드 슐츠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커피 사업을 결심했을 당시의 심정에 대해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의 순간이었다. 만일 그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만일 편안한 위치에서 벗어나 모험을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이 많은 시간을 그대로 허비해버린다면, 나의 기회는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워드 슐츠처럼 보장된 ‘좋은 명함’을 버리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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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창피해서 이런 일은 못할 것 같아.’ ‘나보다 어린 상사 밑에서 어떻게 일을 해. 창피하게’ 높은 곳만을 바라보는 우리에겐 창피해서 못할 일이 너무 많다. 창피는 또한 수치이기도 하다. 남들은 번듯한 자리에서 번듯한 일을 하는데,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치욕인 것이다. ‘나도 우리 엄마의 잘난 아들(딸)인데.’
하지만 일 그 자체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우리의 해석이 그런 것일 뿐이다.
■ 창피를 무릅쓰고 만나는 초심자의 행운
경험은 전달받기 어려운 콘텐츠다. 말로도 글로도 그것을 제대로 깨닫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숱한 시행착오를 직접 겪어가며 배운다.
‘명함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언젠가는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직장 어떤 자리에 올랐든 퇴직하는 순간 모두에게 공평한 일장춘몽이고 명함은 쓸모없는 종이 카드가 된다.
어쨌든 명함을 정리하고 나면 새로운 출발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런데 월급쟁이 시절부터 익숙했던 감정이 있다. 창피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이제는 그 감정이 태클을 건다. 무엇 하나 할 만한 게 없는 것이다. 창피를 싫어하는 마음이 제2, 제3의 가능성을 무두 틀어막아 놓았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다.
좋은 명함 100개 보다 ‘나의 꿈’ 하나가 훨씬 소중함을 모르고 평생 창피한 것으로부터 도망만 다니다가 끝났다.
그러나 언제나. ‘완전히 늦어버린 때’는 없다. 운은 돌고 도는 것이며, 사람의 일은 관 뚜껑이 닫히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은 창피함을 무릅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에게도 경험이 있다. 자전거를 배울 때나, 수영을 배울 때, 골프를 배울 때 우리는 처음부터 당당했던 것이 아니다. 자꾸 넘어지고, 물을 먹어 토하고, 헛스윙을 할 때마다 창피해서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그런 창피함을 견뎌내고서야 발전의 궤도에 올라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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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함을 무릅쓴 용기는 곧 자부심이 된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해본 경험이 ‘나날이 발전하며 행운을 끌어들이는 나’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빚어내는 것이다.
창피함을 이겨내는 자, 그들은 이른바 ‘쪽팔림’을 무릅쓰고 자신이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초심자’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단련된 초심자다. 엉성한 모습을 자주 드러내 그곳의 경쟁자들에게 우습게 보인다.
그들의 오랜 꿈과 풍부한 경험은 곧 ‘초심자의 행운’을 만난다. 저력을 드러낸다.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성공이 매우 오래전부터 준비된 행운이라는 것을 보지 못한다.
2. 패배선언과 초발심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다. 실패를 하면 본인뿐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배웠다. 사실은 실패 그 자체보다 책망이 두렵다.
실패는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길, 남들이 갔던 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안전한 길이 더 이상은 안전한 길일 수 없는 역설이 나온다.
그러나 실패를 당당하게 선언해야 비로소 실패가 확정된다. 불운의 문이 닫히는 것이다. 그러면 반대편에서 닫혀 있던 행운의 문이 열린다. 실패의 불운, 그리고 다시 행운으로 이어지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써 낸 사람이 있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들어보자.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 축사(2005)에서
저는 애플에서 쫓겨나고 정말 몇 달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비록 쫓겨났지만 일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지요.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애플에서 잘린 것은 결국 제게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느끼는 중압감 대신 새로 시작하는 초심자의 의욕이 찾아왔으니까요. 저는 자유롭고 해방된 기분으로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생의 시기로 들어갔습니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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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언을 해야 비로소 실패가 끝난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 중에서 ‘초심자’는 중요한 키워드다. 참혹한 실패에서 다시 도약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어서 성공했다가 오랜 방황을 거쳐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이 ‘초심자의 자세’라는 말을 자주 한다.
초심자는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뭔가를 바라기에는 너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속이 어린아이처럼 텅 비어 있다. 쾌활하며 홀가분하다.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따지지 않는다. 흐름에 맡겨둔다. 작은 행운만으로도 기뻐한다.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심자들이 무적을 행운을 누리게 된다.
사람들은 실패하는 과정에서 내내 절망과 함께 걷는다. 그들은 행운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행운이 영원히 떠나버렸다고 믿으며 부정적인 말을 쏟아낸다. 과거의 상처까지 끄집어내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러면서도 실패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실패를 선언하지 않는 한, 실패는 끝나지 않는다. 불운이 끊임없이 일상을 흔들어 댄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은 실패를 선언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그들은 실패의 내리막길을 걸었을 때, 마음을 비우면 행운이 슬며시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눈을 뭉쳐서 천천히 굴리는 마음, 오로지 그것에만 몰입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 새로운 출발은 그렇게 시작된다. 초심으로 다시 뭉쳐낸 성공은 매우 단단해서 웬만한 시련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3. 행운의 요금
링컨은 불굴의 의지와 행운에 힘입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신은 링컨에게 대통령이 되는 행운을 주는 대신, 좋은 아내를 만나는 행운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부인 메리 토트 링컨은 대단한 쇼핑 중독자였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 알뜰했던 링컨과는 달리, 켄터키 주 상류층 출신인 메리는 갖고 싶은 충동을 주체하지 못해 언제나 빚을 지고 살았다.
백악관에 입성한 뒤로는 말 그대로 ‘물 쓰듯’ 돈을 썼다. 남북전쟁으로 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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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귀했던 시절, 링컨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핍을 강조하며 솔선수범 검약을 실천했다. 그러나 메리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링컨은 당연히 메리의 낭비벽을 매우 싫어했다. 수차례 아내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링컨은 결국 체념하고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메리는 링컨이 암살당한 뒤에도 여전했다.
삶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주지는 않는다. 사주팔자에도 이런 지혜가 담겨져 있다.
사주(四柱)는 네 개의 기둥이다. 네 개의 기둥은 각각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를 뜻한다. 팔자(八字)는 사주의 간지(干支)가 되는 여덟 글자다. 예를 들어 갑자년, 무진월, 임신일, 갑인시에 태어난 경우 갑자, 무진, 임신, 갑인의 여덟 글자를 말한다.
사주팔자를 겸허하게 살펴보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며,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팔자는 타고 나는 것이다.
팔자가 같으면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일까? 그런 일은 없다.
사람은 혼자 살지 않는다. 자기 팔자가 행복이나 성공에 미치는 범위는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주변 사람들의 팔자와의 조합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어쨌든 전문가들은 “일찍 성공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이 없다”고 강조한다. 초년에는 충분히 고생을 해서 내면을 성숙시켜야 나중에 정상에 오른 뒤에도 세상의 풍파에 버텨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일찍 행운을 만나 얼떨결에 정상에 오르고 나면 오만에 빠져 스스로 추락할 일을 만들고야 만다는 얘기다. 당해 보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가 ‘나는 안 그럴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 다 가질 수 없으므로 마음 편하게 내려 놓는다.
행운을 구가한 사람들의 과거를 살펴보면, 불운의 시기를 겪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워렌 버핏은 젊은 시절,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을 지원했다가보기 좋게 낙방했다. 그는 자신이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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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던 하버드 대학이었다. 그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곧 마음을 추스르고 컬럼비아 대학의 MBA과정에 입학했다.
버핏은 그곳에서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행운 천사를 만났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 당시 경영대학원의 교수를 지냈는데, 그는 20세기 월스트리트의 가장 뛰어난 투자자로 불리는 ‘가치 투자’의 원조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자신의 책 ‘현명한 투자자’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한 번의 커다란 행운이 평생에 걸친 평범한 노력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낸다. 그러나 그런 행운 뒤에는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은 1796년부터 청각을 잃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기피했고 음악 작업도 할 수 없었다. 생활고에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했다.
“가을에 낙엽이 땅 위에 떨어지듯 내 희망도 사라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불운에 굴하지 않았다. 최고의 찬사를 받는 그의 명작들은 그 이후에 쏟아졌다. 교향곡 5번 ‘운명’. 6번 ‘전원’. 9번 ‘합창’ 등이 그것이다. 베토벤은 마지막 교향곡 9번이 초연된 날, 청중의 반응을 듣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돌려 세우자 비로소 청중의 환호와 열광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불운이 찾아왔을 때, 기꺼이 대가를 치른다. 그들은 불운을 ‘이미 일어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굴곡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 차이를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따라서 잃어도 되는 것을 선택해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놓는다. 그것이 행운을 맞이하기 위한 대가가 되기도 한다. 행운에도 공짜는 없는 것이다. 요금을 준비해야 한다.
4. 루이 11세의 풍선
1475년, 프랑스 왕 루이 11세는 영국의 에드워드 4세가 해협을 건너 침공해왔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영국왕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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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고 파죽지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루이 11세는 신하들과 묘책을 궁리했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잦은 전쟁으로 국고는 바닥 수준이었고 훈련된 병사들을 갑자기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최후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루이 11세는 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을 시도했다. 영국 왕이 거절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협상은 이루어졌고 마침내 양국은 평화 조약을 맺었다. 프랑스는 일시불로 7만 5,000크라운, 에드워드 4세의 남은 생애동안 매년 5만 크라운을 상납하기로 하고…….
루이 11세의 협상 전략이 성공한 것은 ‘정보전’ 덕분이었다. 그는 영국 왕이 재정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제안한 게 상납금이었는데 에드워드 4세가 즉각 수용한 것이었다. 에드워드 4세는 그 돈을 받아 의회의 보조금에 기대지 않는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루이 11세는 1482년에 상납을 중단했다. 충분히 힘을 키운 뒤였다. 분노한 영국 왕은 다시 침공 계획을 세웠으나 갑작스럽게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젠가는 기울고 실패도 찾아온다.
문제는 모든 것을 수포로 돌리는 실패다. 1승 19패라도 작은 실패에 커다란 성공이라면 실패를 매우고도 남는다. 하지만 19승 1패라도 한 번의 패배가 결정적인 것이라면 다시 일어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결정적인 실패는 처음부터 결정적인 한 방으로 몰아치지는 않는다. 실패자 스스로가 실패를 크게 키워서 그간의 성공을 압도해버리는 바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 풍선의 바람을 빼지 않으면 터져버린다.
안전하게 실패하려면 가장 먼저 풍선의 바람부터 빼야 한다. 풍선이란 일종의 허위의식이다.
한참 운이 좋아 잘나갈 때에는 휘두르는 재미(권력이거나 신용카드) 로 풍선에 바람을 가득 채워 넣는다. 하지만 바람으로 가득한 허위의식은 불운이 닥쳐왔을 때 패배를 견디지 못한다. 허위의식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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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고 다그친다. 그래서 결국에는 터지고야마는 것이다.
루이 11세는 이런 측면에서 대단한 인물이다. 왕의 자존심과 체면을 재빨리 벗어던지고 상황을 현명하게 매듭지었다. 그가 풍선의 바람을 빼지 않고 끝까지 맞섰다면,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해 지금의 프랑스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루이 11세는 자신의 패배를 합리화하며 오히려 자화자찬하는 유머 감각까지 발휘했다. 상공업을 장려하고 왕권을 강화해 부국강병의 기틀을 마련했고 영국의 압박으로부터 빨리 빠져나왔다. 불운의 시기를 잘 보내고 다시 행운을 맞이한 셈이다.
오뚝이처럼 다시 서는 사람들의 차이는, 매번 패배할 때마다 실리를 챙긴다는 점이다. 성공할 때만 실리를 챙기는 게 아니다. 그들은 운이 저무는 시기에 자제력을 발휘해 풍선의 바람부터 빨리 뺀다. 명분이나 모양새에 집착하지 않는다. 버릴 것은 버리지만 챙길 것은 잘 간수해 둔다. 실패 속에서도 성공의 불씨는 꺼뜨리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실패를 안착시킨 뒤 다시 재기의 발판을 다진다.
5. 내리막길에서 눈이 멀면
내리막길에 들어섰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아집을 부리다가 호되게 당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상의 연예인이 추락하는 경우가 그렇다. 영화나 음반이 거듭 실패한다면 흐름이 바뀌었다는 신호인데, 그것을 무시한 채 계속 같은 방식만을 고집한다. 변화를 거부하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제작사가 고집을 부려서… 게다가 마케팅에 실패하는 바람에….
속으로는 의구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러다가 분로로 바뀌어 간다. 사라진 대중들의 환호에 대한 배신감이 극으로 치닫는다.
이런 식의 분노에 젖으면 좀처럼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하피(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정령으로, 여자의 머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달고 있는 새)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나면, 남을 적대시 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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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팀 A씨는 고객들에게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세상이 매정하며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힘든 생각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그는 팀장에게서 귀중한 배움을 얻었다.
고객에게 분노를 품을 이유가 없어요. 그 이유, 첫 번째.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거절을 당하죠. 거절은 수많은 실패 중의 하나일 뿐이에요. 실적 1위는 그만큼 더 많은 거절을 당했다는 뜻이고요. 더구나 거절한 사람 역시 다른 곳에선 거절을 당할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 뭐가 거절을 당했죠? 당신인가요? 아니면 제안인가요? 그걸 혼동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겁니다. 당신이 거절당한 건 아니니까 의기소침할 이유가 없어요.
세 번째 이유. 오늘까지 몇 번이나 거절당했나요? 거절을 많이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거절은 도전과 정비례하니까요. 잘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팀장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관찰 자아가 깨어났다. 한 발짝 물러서자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지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 분노는 입을 열고 눈을 멀게 한다.
분노는 아름답지 않으며 파괴적인 감정이다. 늘 잠복해 있다가 대상을 발견하는 순간 불길처럼 타올라 마음을 지배하고 눈을 멀게 한다. 극도의 증오심에 휩싸여 있으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분노한 사람은 입은 열고 눈을 감는다. 운의 흐름이 바뀌어 기회가 와도 그것을 보지 못한다.
내가 행복하지 못하므로 남들 역시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 결과 남들이 피하는 ‘재수 없는 사람’이 된다. 입을 통해 뻗어나간 분노는 고통이 되어 돌아온다. 주변에 남아있던 행운의 천사들마저 떠나버린다.
올라가면 내려와야만 하는 게 세상 이치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려와야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라인홀드 메스너는 정상을 밟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간결하게 대답했다.
“한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내려가지?’ 하는 생각이었죠.”
살아가는 과정은 곧 ‘업(業, karma)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현재의 행위는 그 이전 행위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며, 그것은 또한 미래의 행위에 대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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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으로 작용한다. (업의 개념은 대부분의 종교에 공통적으로 담겨져 있다.)
선인들은 따라서 지금 운이 나쁘다면 과거의 악업을 청산해 주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였다. 예전의 빚을 갚기 위해 지금의 시련이 있는 것이란 해석이었다. 일종의 ‘중간정산’이라는 의미.
그런데 그것을 억울해하고 혼자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여겨 분노를 다른 이에게 투사한다면, 과거의 악업이 청산되지 않은 가운데 현재의 악업까지 가중되어 더욱 큰 악업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악업은 악운을 부른다.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상대를 죽이고 싶다면 백까지 세라.”
미국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서재에 붙어 있던 말이다.
심리학에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라는 말이 있다. 같은 정보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어오다 중단될 경우, 앞에 들어왔던 것이 잠든다는 것이다. 불운에 화가 날 때마다 열 또는 백까지 헤아리며 분노를 잠재우는 방식을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6.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복수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배신이다. 언제든 누구에게서든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는다. 이성 친구일수도 있고 직장 상사나 후배일 수도 있다. 친인척 또는 친구의 배신도 많다. 회사 같은 조직의 배신도 마찬가지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배신만큼 가슴이 아린 불운은 없다. 방심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서 더욱 아프다.
어쨌든 상대는 다른 선택이 더 낫다고 판단해 배신을 결심한 것이다. ‘버려졌다’는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끈끈하던 인연이 용서치 못할 악연으로 곤두박질친다.
앙심을 품는다. 잔혹한 복수를 결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차피 인연은 끊어진 것이다. 복수한다고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받은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준다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 역시 아니다. 가장 아까운 것은 시간이다.
행운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성숙한 방식으로 복수를 한다. 배신의 고통은 잊으려고 해서 잊히는 게 아니다. 자기 길을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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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그릇이 더 커진다. 배신의 아픔을 딛고 행운을 불러들이는 사람들은 배신자를 잊고 자기 길을 가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복수다.
7.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예순여섯 해를 기다린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아일랜드에서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이민, 뉴욕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30년가량 일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의 꿈은 소설가였다. 그는 그 꿈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예순을 넘어 집필을 시작했고 66세에 책이 나왔다. 그런데 이 책 한 권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의 책에 등장한 아일랜드식 농담이 지식인들 사이에 유행되고, 그 책의 배경이 된 아일랜드에는 관광코스까지 생겼다. 68세 때인 1997년 퓰리쳐 상을 받고 2009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 맥코드, 소설의 재목은 ‘안젤라의 재(Angela's Aches)’이다.
당(唐) 시인 두보(杜甫)는 ‘군불견간소혜(君不見簡蘇慧, 소혜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라는 시를 통해 이런 표현을 썼다.
장부개관사시정(丈夫蓋棺事始定)
‘장부의 일은 관 뚜껑을 덮은 후에야 정해지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우등생 동창이 몇 년째 백수라며 취직을 부탁해 온다. 몇 달 전에 돈을 빌리러 다니던 사람이 부자가 되어 거드름을 피운다.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한 커플이 한 달도 되지 않아 갈라선다.
운은 구르고, 행운의 여신은 변덕을 자주 부리기 때문에, 사람의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다음의 두 인물은 누구일까.
인물 A, 성적 불량으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함, 전쟁에 나갔으나 포로로 붙잡힘, 선거에 출마했으나 갑작스런 맹장염으로 낙선, 노후 대비로 모아 놓은 재산 전액을 주식에 투자 대공황으로 모두 날림, 우여곡절 끝에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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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올랐으나 탄핵을 받아 쫓겨남.
인물 B, 6세에 아버지 사망,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선원, 타이어 판매원, 소방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 40세에 주유소 및 레스토랑 개업, 사고로 아들 사망, 아내와 이혼, 화재 발생으로 폐업. 작은 식당을 개업했으나 파산.주유소 주유원으로 근무 65세의 나이에 주정부의 보조금 105달러로 레스토랑 다시 창업.
인물 A는 영국 수상 처칠이다. 인물 B 는 KFC를 설립한 할랜드 샌더스다. 두 사람 모두 인생 밑바닥의 불운한 시절을 보냈지만, 인생의 흐름을 뒤집는 데 성공해 역사에 남을 커다란 업적을 새웠다. 초반에 맞이하지 못했던 행운을, 인생의 후반부에 몰아서 받은 모양이다.
■ 그동안 운이 없었다면 역전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뜻
행운이 빚어내는 역전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979년 호주의 무명 배우가 길거리에서 술 취한 세 남자와 시비가 붙는 바람에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았다. 배우는 다음 날 중요한 오디션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얼굴이 온통 상처와 멍투성이였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했다.
그러나 배우는 포기하지 않고 오디션에 참석했다. 마음속으로는 기대를 사실상 접었다. 얼굴이 엉망이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통과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봐야 했다.
그는 대본을 보고 몇 가지 장면을 연기했다. 감독 겸 제작자라는 사람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조지 밀러라는 사람이었다. 연기가 끝나자 조지 밀러가 일어서서 그에게 뚜벅뚜벅 걸어와 악수를 청했다.
“오늘 오디션을 위해 얼굴을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가?”
“아니…… 어제 술 취한 놈들하고 문제가 좀 있어서…….”
“잘됐어. 당신이야말로 우리가 찾던 사람이야.”
무명 배우의 이름은 멜 깁슨이었고, 그들이 만든 영화는 ‘매드맥스’였다. ‘매드맥스’는 흥행 돌풍을 일으켜 멜 깁슨을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조지 밀러는 멜 깁슨의 망가진 얼굴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을 결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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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이야기 했다.
시종일관 불운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 불운은 꼬리에 행운을 달고 온다. 서양에서는 이 깨달음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로 표현했다.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뒤늦게 인생 역전을 이뤄낸 사람들은 희망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들이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은 예의범절만의 차원이 아니다. 관 뚜껑이 닫힐 때까지,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험의 차이가 일상의 차이를 낳는 것이다.
8. 뻔뻔스러운 주인공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행운이 뻔뻔스러운 기다림의 산물이기도 하다.
고급형 스마트폰의 화면에 쓰이는 강화유리 ‘고릴라’는 개발된 지 5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미국 유리제조업체 코닝이 1960년대에 개발한 이 제품은 너무 강해서 망치로 두드려도 쉽게 깨지지 않을 정도였다. 코닝은 비행기나 기차의 앞창 용도로 공급하려 했지만 이 정도로 강한 유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었다. 코닝은 2년가량 구매자를 물색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창고에 처박아놓았다.
그런데 2007년 한 휴대폰 업체가 충격에 강하면서도 선명한 유리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넣으면서 창고 속에 묻혀 있던 강화유리 고릴라가 발굴됐다. 코닝은 최신기술을 이용해 더 얇으면서도 강한 제품으로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요즘 나오는 고급형 스마트폰과 태블릿컴퓨터 등에는 모두 이 유리가 사용된다.
3M의 포스트잇 역시 나오자마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사무용품 판매업체들은 포스트잇에 냉담했다. 그런 것이 팔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창고에 들어가기를 여러 차례, 3M은 비서들에게 활용해보기로 했다. 3M 회장 비서의 이름으로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비서들에게 발송했다. 돌파구가 여기서 열렸다. 그렇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12년이었다.
행운을 부르는 ‘진짜 주인공’은 행운의 징표나 특정한 행동 또는 습관,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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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실패 등이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기다림’ 그 자체다.
행운을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선택들을 해가며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게 행운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호피 족(아리조나 사막에 사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과 같은 맥락이다. 호피 족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고, 그들의 신은 언제나 소원을 들어 비를 내려주었다. 호피 족은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다.
9. 관리 시스템
힐튼호텔 창립자 콘래드 힐튼. 그는 1919년, 텍사스 시골의 작은 호텔을 인수하면서 성공의 첫 페이지를 썼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이후 돌아와 찾아낸 사업이었다. 당시 텍사스는 석유 개발 붐이 한창이었다. 그는 작은 호텔을 사들여 마룻바닥까지 직접 닦아가며 성공의 심지를 꼬았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대공황이 강타하면서 미국 전역의 호텔 가운데 85%가 망했다. 힐튼은 여기서 행운의 기회를 잡았다. 망한 호텔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호텔 황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느 행사의 연단에 섰다가 “성공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딱 하나입니다. 욕조 안쪽으로 샤워 커튼 다는 것을 잊지 않은 것이죠.”
당시 미국의 호텔은 샤워 커튼을 욕조 바깥쪽으로 하고 샤워를 했다가는 배수구가 없는 욕실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욕실이 물바다로 변할 수도 있고 가스가 누출될 수도 있다. 객실 문이 고장 날 수도 있다. 콘래드 힐튼은 행운 관리의 키워드를 ‘화장실 샤워 커튼’으로 정한 셈이다. 작은 것들을 꼼꼼하게 관리함으로써 행운을 놓치고 불운을 맞이하는 일을 최소화 하겠다는 호텔 황제 나름의 매뉴얼이었던 셈이다.
많은 성공이 우연과 행운에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복지시스템인 연금의 출발도 우연이었다. 독일 빌헬름 황제는 반대만 일삼는 무리들을 내쫓고 싶었다. 하지만 뚜렷한 명분이 없어서 속이 타들어 갈 뿐이었다.
어느 날, 눈엣가시 무리들의 명단을 보다가 무릎을 쳤다. 눈엣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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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 모두가 65세가 넘은 노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황제는 재빨리 법령을 만들었다. 65세를 공식적인 정년으로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그들의 반발을 의식해 당근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당근이 바로 연금이다. 은퇴한 뒤에도 연금을 받아가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그들을 설득했던 것이다.
이렇게 우연으로 출발한 ‘65세 정년’과 ‘연금’이 지금까지도 많은 나라에서 원칙으로 통용되고 있다.
■ 우연을 시스템화하는 사람이 성공을 이어간다.
컴퓨터 자판도 그렇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 자판은 'QWERTY'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이런 배열은 매우 불합리하다. 하지만 타자기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었다.
초기의 타자기는 연달아 나오는 빈도가 높은 철자를 칠 때마다 엉켜서 고장을 일으켰다. 1868년 미국 발명가 크리스토퍼 숄스가 빈도수가 높은 철자들을 반대 방향으로 떼어놓은 자판 배열을 만들어 특허를 출원했다. 이것이 ‘QWERTY’ 배열이다. 레밍턴사가 이 특허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대의 타자기 회사로 성장했다.
1930년대 어거스트 드보락이 손가락이 편하며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타자를 칠 수 있는 ‘드보락 자판’을 개발했다. 엉킴 문제까지 완벽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드보락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QWERTY’방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더욱 편한 것에도 새로 적응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관리 시스템을 끊임없이 개선한다. 이른바 조령모개다. 새로 도입할 때도 빠르고 철회하는 것도 빠르다.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무사안일’이야말로 행운을 불운으로 둔갑시키는 마음의 적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 허술하고 모자라게 보이는 인품
직장 생활에서 상사를 잘 만나는 것 만한 행운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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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좋은 상사가 먼저이고 승진이나 연봉은 그 다음이다. 상사를 잘못 만나는 것은 불운을 넘어 악운, 재앙 수준이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행운의 기회를 던져주는 상사들을 분석해 보면 의외로 예리하고 샤프해 보이는 인상이 많지 않다. 오히려 부족한 게 많아 보인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다. 그런데도 은근히 분위기 메이커다. 항상 밝고 유머 감각이 좋아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행운을 불러오는 스타일이다.
사실, 그들은 눈빛을 갈무리 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감각은 결정적 승부를 낼 때에만 잠깐 나타났다가 곧 사라진다. 그리고는 허술하며 우스운 상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좋은 리더십을 ‘허리띠’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적당하게 매면 허리띠를 맸는지 안 맸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최고는 그 사람이 리더인지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 속에 묻힌다는 얘기다. 그래서 동양의 성공한 리더들은 대개는 허술해 보인다. 허술해 보이기 때문에 훌륭한 부하들이 모이는 것이다.
■ 허술해 보이는 우두머리가 행운을 누리는 까닭은?
나폴레옹이 자신의 백전백승 비결에 대해 말했다.
“전술이란 건 복잡한 게 아니다. 전술은 단순한 게 좋고, 상식적인 게 기본이다. 장군들이 큰 실수를 하는 것은 똑똑하게 보이려고 너무 의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를 쓸수록 사람들로부터 멀어진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서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과 같은 인간이며 많은 결점을 지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에 의심이 없는 경우에 한한다.
행운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샤프하며 심각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갖고 있는 반면, 행운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편안하고 허술하며 무슨 이야기든 잘 들어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분위기의 차이가 바로 ‘기품’이다. 기품은 다른 사람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기품은 곧 인격의 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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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는 ‘활동하는 힘’이다. ‘품(品)’이란 세 사람의 입(口)을 통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았을 때 생기는 품위를 뜻한다.
‘기’와 ‘품’을 갖춘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어울려 놀이처럼 재미있게 성공을 일궈간다. 행운의 흐름을 탄다. 오로지 ‘기’를 쓰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고 무엇인지 모를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품은 행운을 불러들이는 비밀의 종인 셈이다.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행운을 만날 기회가 높다. 행운은, 특히 작지만 소중한 행운은 대부분 인간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편해야 행운의 보따리를 풀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11. 불운을 견디는 지혜, 남의 덕 보기
‘기운’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가 되었지만, 원래는 동양철학의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다.
氣 는 활동하는 힘이디. 運은 때와 흐름을 일컫는다. 두 가지는 같이 봐야 한다. 기는 운을 만나지 못하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운 역시 기가 없으면 흐르는 힘이 약해 의미를 잃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기는 ‘실력’이고 운은 ‘컨디션’으로 볼 수 있다. 기와 운이 제대로 만날 때 진정한 힘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라도 혼자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커다란 성공은 행운의 총집합이다. 여러 사람들의 행운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큰 성공을 직조해 내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의 행운에는 수많은 사람의 행운이 보태져 있다. 유능한 세르파와 베이스켐프 요원들의 행운, 장비 공급회사의 행운, 엄청난 경비를 선뜻 내어준 스폰서의 행운,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의 행운까지…….
■ 성공을 이어가는 회사의 조직문화
성공을 이어가는 회사에는 독특한 조직문화가 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행운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신념이다. 부진할 때에는 잘 풀리는 동료의 덕을 보며 고마워한다. 대단한 성취를 이뤄낸 사람은 다른 동료들의 덕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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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음을 깊이 인식한다.
수상 소감에 ‘다른 이의 덕을 본 사실’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에도 그 행운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혼자 잘해서 성공했다고 자만하는 순간 행운이 불운으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성공하는 회사의 조직문화는, 지금 누리고 있는 행운이 모든 동료의 덕이라는 진리를 끊임없이 직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들의 성공은 모든 구성원의 행운을 합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동료와 고객들에게 해준다.
12. 행운의 카산드라들
앤드류 그로브는 1968년 로버트 노이스 및 고든 무어와 함께 인텔을 창업했다. 회사는 고속질주를 거듭했다. 그런데 1980년대에 접어들어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몰려와 메모리를 싼값에 팔기 시작한 것이다. 1984년에는 일본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을 제치고야 말았다. 인텔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뭔가 흑막이 있다.’며 의심을 품었다. 덤핑 외에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로브가 나중에 ‘유익한 카산드라’들이라고 명명한 사람들이 있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해 트로이의 멸망을 내다본 예언자.
인텔을 비롯한 미국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의 덤핑에 공동 대응에 나서려 할 때였다. 카산드라들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인텔 경영진의 입장에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카산드라들은 ‘일본 업체들이 덤핑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 근거로, 일본 메모리 업체들의 불량률이 현격히 낮아 생산성과 원가 면에서 미국 기업들과 경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카산드라들은 대다수 임직원들이 일본에게 패배 선언이나 다름없는 선택을 하도록 요구 했다.
그들은 메모리 반도체 대신 비메모리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주력 상품을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텔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처음 개발할 때, 이것을 개인용 컴퓨터에 꽂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인텔의 불운을 대박 행운으로 바꾼 카산드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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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는 카산드라들 쪽의 손을 들어 주었다. 메모리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결국 일본 업체들이 싹쓸이하고 말았다. 인텔은 그 대신 비메모리에 집중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독식,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로 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불운이 굴러 대박 행운의 계기가 된 셈이다.
스탠퍼드대의 비즈니스 전략 대가 로버트 버겔만 교수는 인텔의 성공에 대해 “처음부터 뚜렷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단한 행운을 맞이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텔 역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그렇게 황금시장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카산드라들의 다른 목소리가 없었다면, 인텔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은커녕 21세기를 맞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한국이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행운을 관리하고 이어가는 사람들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를 마음에 새겨 놓고 있다. 화이부동이란 남과 화목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자신의 중심과 원칙은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만장일치’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장일치는 지나친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허무맹랑한 도전과 실패를 몰고 온다.
GM의 전설적 경영자 알프레드 슬론은 만장일치로 결정된 경우에는 실행을 미뤘다. ‘조금 더 따져 보자’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대충 넘어가려는’ 임원들의 심리를 견제한 것이다.
1993년 루 거스너가 말썽 많은 IBM 의 최고경영자로 갔을 때, 최악의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의 분위기는 최고였다. “말 그대로 신선놀음이었다”고 거스너는 당시 분위기를 회고했다. 싸우는 게 귀찮으니까 대충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IBM은 그러다가 위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모두가 같다면, 그것은 자신의 고유 의지를 상실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조직은 변화와 발전의 동력을 상실한 채 망망대해를 표류할 수밖에 없다.
■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배우고 발전하며 행운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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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서로에게 호기심과 매력을 느끼는 것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상대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때, 다름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다양성에서 비로소 새롭고 위대한 걸음이 한 발짝을 내딛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그리스 인보다 못한 지력(智力), 켈트인보다 못한 체력, 카르타고 인보다 못한 경제력을 가졌던 로마가 천년 제국을 이룩한 비결은 관용의 미덕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의견 차이가 그리스에게는 쇠망의 원인이었지만 관용의 정신을 가진 로마에게는 오히려 지혜의 원천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그동안 꺼렸던 것은, 분명히 ‘나와 달라서’였다. 그런데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색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들은 확실히 다르다. 그들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하다. 또한 내가 관심이 없는 것에 관심이 있다. 내가 싫어해서 장님이나 다름없는 것을, 그들은 잘 보며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진실은, 그들이 견제와 균형으로 바로잡아주기 때문에 내가 성장하는 것이다. 나는 관용으로 그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는 불운이 닥쳤을 때 그들의 덕을 보는 것이다. 인텔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행운을 불러들인 것처럼.
나와 ‘다른’ 사람이 알고 보면, 나의 행운 천사인 것이다. 불운의 빗줄기가 거세게 퍼부을 때, 그들은 우산을 내밀어 잠시 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Part 4. 행운이 따르는 사람
행운을 쫓아다니는 사람
1. 매일 그릇을 키우다.
최악의 상사는 그릇이 ‘간장 종지’만큼 작은 사람이다. 그릇이 작으면 많은 의견을 담을 수 없다. 관리자는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며 위와 아래로 소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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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역할이 기본이다. 그런데 그릇이 작으니 의견들을 품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릇이 작으면 콘텐츠도 빈약하다. 골프나 접대 외에는 아는 게 없다. 경험과 요령으로 모든 걸 때우려 든다. 1년에 책 한 권 보는 일이 없다. 15~20년 전 레퍼토리로 모든 것을 아는 척하려 든다.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보신에만 능하다. 일이 잘 되는지 여부보다 자신의 안위와 회사 내의 정치적 관계에 주로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릇이 작으면 금방 넘쳐흐른다. 담아 낼 공간이 없는 것이다. 밥그릇 지키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좋은 기회가 왔다 가는 것도 모른다.
지금은 요구하는 게 많은 시대다.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제너럴리스트이면서 휴머니스트이기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시대다. 우리는 이른바 컨버전스(Convergence) 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컨버전스란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기술과 기술의 결합 또는 제품과 제품 간의 결합을 뜻했으나, 21세기 후반 들어 시장과 산업, 문화 영역을 비롯한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컨버전스 시대에 적합한 인재는 다양한 지식을 연결시켜 전혀 낯선 것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창의성 넘치는 사람이다.
3M의 ‘15% 규칙’은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탁월한 선택이다. 15% 규칙이란 근무 시간의 15%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투자해도 좋다는 규정이다.
3M은 이 규칙을 통해 매일 똑 같은 것만 반복해서는 그 그릇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강조하며, 하던 것 말고 다른 것을 해봄으로써 스스로 그릇을 키우는 창의적 인재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낡은 그릇을 버리고 더욱 큰 새 그릇을 만들다보면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행복한 우연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닮고 싶지 않은 직장 선배들은 간장 종지만한 그릇을 신주단지처럼 아낀다. 그릇이 작은 것은 생각 안 하고, 좋은 것은 혼자 차지해 그 속에 담으려 든다. 반면 존경받는 선배들은 커다란 그릇을 가지고도 매일 버리고 새 그릇을 만든다. 그릇은 점점 더 커진다.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들에겐 그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자기 그릇을 챙기기도 충분히 바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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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커지면 더 많은 것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을 매일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다. 그릇이 크면 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다. 다른 이를 생각해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감사와 신뢰, 존경을 부른다. 매일 다시 만드는 그릇이 점점 커지면서 컨버선스 시대형 인간으로 숙성시키는 것이다.
그릇이 작으면 어쩌다 맞이한 행운도 넘쳐흐른다.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2. 저항하는 사람들을 행운으로 끌어 들이는 법
적들 중에 가장 무서운 적이 ‘반대하는 동료들’이다. 변화가 시급한 시점에 반대자로 나서 출발점에서부터 가로막는다. 변화를 선택하면 모두의 행운을 만날 수 있는데, 사사건건 반대를 하며 훼방을 놓는다.
물론 그들 나름의 신념이 있다. ‘유익한 카산드라’일 가능성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균형 잡힌 관점을 외면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그들을 설득해 변화의 대열에 동참시켜야 한다.
어떤 조직에서나 변화를 쉽게 수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에 소극적이거나 거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그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변화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은 언제나 운이 좋은 사람들의 편이다.
■ 악마의 사과를 전파한 비법
절대왕정 시대까지 유럽은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유럽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해준 것은 ‘감자’였다. 일부 학자들은 감자가 없었다면 유럽이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감자가 유럽인들을 먹여 살려 노동력 증가와 산업혁명으로 연결시키는 행운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독일 사람들이 감자를 유럽에 소개했다는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동상을 세웠을까. (일설에는 월터 롤리가 식민지 미국에서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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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유럽인들은 울퉁불퉁 못 생기고,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의 사과’라고 혐오했다. 싹이 난 감자를 먹고 중독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먹으면 문둥병에 걸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감자를 재배한 사람들은 ‘감자 팔매질’을 당하기도 했다.
이 무렵 프랑스에 파르망티에라는 약사가 있었다. 그는 감자가 기근을 해방시켜줄 ‘행운의 작물’로 굳게 믿고 루이 16세의 협조를 얻었다.
왕의 땅 50에이커를 빌려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감자 꽃이 피자 꽃다발을 만들어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가 정원 파티를 열 때, 선물로 바쳤다. 귀족 부인들이 그 꽃을 얻으려 몰려들었다.
‘악마의 사과’ 재배를 맹렬히 반대하던 귀족들도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추수기가 되자 왕에게 청하여 감자 경비병을 세우고 농민들이 훔쳐가도 슬쩍슬쩍 눈감아 주게 했다. 마침내 첫 감자 수확을 했다. 파르망티에는 저명한 사람들을 연회에 초대했다. 사람들은 감자 요리를 처음 먹어보고 감탄했다. 상류층의 많은 사람들이 감자를 받아들였다.
왕의 감자를 서리해 간 농민들 사이에서도 감자가 확산되었다. 결국 ‘악마의 사과’라는 인식은 사라지고 말았다. 감자는 유럽의 근세를 희망으로 이끌어준 ‘행운의 작물’이 되었다.
손자병법은 전투에서 이기는 가장 낮은 전술로 ‘공성(攻城)’을 꼽았다.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적의 성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것이다. 우리 쪽에 불리하므로 많은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 위가 ‘벌병(伐兵)’이다. 적과 부딪혀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공성보다는 우리 쪽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보다 높은 전술이 ‘벌교(伐交)’다, 적국 주변의 외교 관계를 끊어 기세를 저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전술은 ‘벌모(伐謨)’다. 상대의 싸우려는 의지를 꺾는 것이다. 싸우면 양쪽 모두 피해가 불가피하다. 승리를 거두더라도 그 후유증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면 피해 없이, 상대의 진심어린 굴복을 받아낼 수 있다. 그래서 손자는 ‘벌모’를 최고의 경지로 꼽은 것이다.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과의 투쟁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적으로 몰아세울수록 단결력은 높아진다. 부드럽게 승리하고 행운을 나누는 사람들은, 언제나 남다른 승리를 추구한다. 옆으로 에둘러 접근하며 반대자들과 직접 부딪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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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다. 싸우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수들의 전쟁과 차이가 있다. 최고로 변화하는 과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3. 용서한 다음에야 받는 선물
‘화해(reconciliation)'라는 단어는 두 어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의’re'는 ‘다시’ 또는 ‘새롭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음절 ‘conciliation'은 ’함께‘라는 뜻이다. 따라서 화해의 의미는 ’다시 함께‘라는 의미가 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풀이다. 내 마음 속에서 행운을 찾아내기 위해선 그동안 거칠게 채찍질했던 나에게 화해를 청하고 하나가 될 필요가 있다. 내가 나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감정이 격앙되는 사람이 있다. 결손 가정에서 어렵게 자란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약했던 자신을 괴롭히고 모욕한 사람들이 생각날 수도 있다. 제각각의 수많은 사연이 있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행복한 가족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제각각 수많은 이유로 불행한 것이다.
개천에서 용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성공한 사람이 많다. 날아오르는 것을 즐겼다기보다는, 분노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솟구쳤다고 볼 수 있다. 즐기며 날아오른 것과, 고통에서 몸부림치다 솟구친 것에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성공을 이룬 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 나에게 화해를 청하고 다시 함께하기
몸부림친 결과로서의 성공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이유 있는 집안에서 오로지 ‘인정받으려는 삶’을 추구해 이뤄낸 성취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고루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학식과 성공, 안온한 가정.
그러나 이면에는 상실과 고통,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그래서 남들의 관심과 물질적인 보상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하늘로 솟구쳤던 동력을 상실하고 추락하는 용들이 적지 않다.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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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성공의 원동력은 강한 경쟁의식이었다. 정확히는, 열등의식과 패배감이었다.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없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끊임없이 비판하고 몰아세우는 경쟁의식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완전히 몰아낸 것이다. 그래서 남부럽지 않게 살면서도 일말의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남들은 모두 행복한데, 혼자만 불행하다. 지난날의 상처에 자꾸 집착해 곁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왜 행운은 나만 피해가는 것일까?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므로, 물질적으로나마 보상해주려고 한다. 자꾸 치장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오래된 상처를 감추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속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재수 없고 복을 차내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아무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할 수 없다.” 엘레노어 루즈벨트의 말이다.
4. 행운 여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얼굴
젊음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러나 젊음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있다.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30대 중반이 넘으면서부터 내면의 생김새가 얼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흔에는 비로소 ‘얼굴에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는 것이다.
얼굴에는 40여개의 근육이 있다. 미소를 지을 때 쓰는 근육, 화난 표정을 지을 때 쓰는 근육, 노려볼 때 쓰는 근육, 슬픈 표정을 지을 때 쓰는 근육과 그 여러 근육의 조합 등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자주 짓는 표정에 따라 이력이 쌓이고, 그 얼굴이 전체의 인상을 바꾼다. 사람 바뀌듯 인상도 변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상은 30%는 타고 나고, 70%는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내면이 드러나기 때문에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욱 많은 영향을 준다. 젊을 때에는 속마음을 숨기고 생글거리며 웃던 사람도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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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들면 더 이상 속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된다.
■ 헛된 기대를 버리면 만족이 찾아온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우연히 잎이 4장 달린 클로버를 발견했다. 신기해서 그것을 따려고 허리를 숙였는데, 그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클로버 덕분에 목숨을 건진 셈이다. 이 후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세 잎 클로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공교롭게도 ‘행복’을 상징한다.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 우리는 세 잎 클로버(행복)를 가까운 곳에 놓고도, 언제나 네 잎 클로버(행운)만을 찾으려 한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얼굴은, 세 잎 클로버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안한 얼굴이다.
마음이 편해야 스스로 편하고 남이 보기에도 안심이 되는 얼굴이 나온다. 마음이 편안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기대를 내려놓는다. 남들이나 세상에 헛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네 잎 클로버 같은 것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지금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 내면에서 찾아내는 거대한 행운.‘나다움’
모든 것은 스스로에게서 시작된다. 남을 시기하고 원망할수록 그런 마음이 얼굴에 드러난다. 내면이 비뚤어져 있으니까 얼굴이 자꾸 찌푸려지는 것이다. 남이 보았을 때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굳이 만나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더욱 외로워지며 얼굴 또한 험상궂게 변한다. 남들이 피하는 얼굴은, 내면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다이몬(daimon)을 섬긴다”고 말했다. 이때의 다이몬이란 ‘옳지 않는 길에 접어들면 내면에서 보내오는 신호’ 즉 내면의 울림을 의미한다.
그리스 인들은 지혜 또는 두려움. 수호신. 종교에 이르기까지 성스러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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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내면에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의 내면에 또 다른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최고로 운이 좋은 사람들은 무한한 내면의 세계에 ‘나다움’과 ‘만족’을 찾아낸 사람들이다. ‘나다움’과 ‘만족’은 언제 어디서나 행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요지경이다. 확대경을 통해 내면의 무한하며 신비로운 행운을 즐기느라 남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비교할 틈이 없다.
‘나다움’과 ‘만족’은 언제나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게 해준다. 행운의 여신이 좋아할 만한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5. 하루살이의 삶과 독수리의 삶
하루살이는 최대 3주일을 산다. 하루살이는 먹지 않는다. 입이 퇴화되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날기만 한다.
하루살이가 나는 이유는 다른 하루살이들이 날기 때문이다. 하루살이는 다른 놈들을 따라 바쁘게 허공을 맴돈다. 그런데 하루살이는 단 며칠 날아보려고 1년의 세월을 물속에서 유충으로 기다린다. 오랜 시간 기다리고 세상에 나와서는 남들의 뒤만 정신없이 쫓다가는 지쳐서 죽는 것이다.
미국의 한 장관이 퇴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만의 높은 이상을 가지고 공직에 올랐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다녀야 했다. 결국에는 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도 잊어버린 채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세상에 나오기 위해 십 수 년의 세월을 준비한다. 준비 과정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원하는 답’과 ‘하라는 대로’를 놓고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틈도 없이 앞서 달리는 아이를 따라잡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린다. ‘승자가 독식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막상 세상 앞에 서자 면접관이 혀를 찬다. ‘왜 스스로 생각을 하지 않느냐’ 면서.
지금 만족하지 못하면서 미래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의미가 없는 바람이다. 지금이 곧 어제의 미래이자 작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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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는 하루살이처럼 남들 뒤만 정신없이 쫓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떤 사람이 어미 잃은 새끼 독수리 한 마리를 데려왔다. 그는 독수리를 닭장에 넣어 함께 키웠다. 새끼 독수리는 커다란 닭들에게 쪼이며 닭의 모이를 먹고 자랐다. 수탉에게 당하면서도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이듬해, 그는 독수리는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닭장 밖으로 끌어내 날아가라고 했다. 막대기로 쳐도 맞기만 할뿐, 소용이 없었다. 옥상 위로 들고 가서 던져도 날개만 퍼덕이다가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독수리는 닭으로 자라 닭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음 날 새벽, 독수리를 안고 높은 산의 정상에 올랐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세상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려는 참이었다. 그는 커다란 바위 위에 독수리를 내려놓아 태양과 마주보게 했다. 독수리는 한참 동안 세상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는 커다란 울음을 내뱉으면서 날아올랐다. 아주 높이 올라가 점이 되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았다. 독수리는 넓은 세상을 발견하고서야 높이 날아올랐다. 닭과 함께 자라며 닭의 먹이를 먹었지만 독수리는 독수리였던 것이다.
■ 남의 삶에서 나의 삶으로
우리가 지금 불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남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남들을 쫓아다니다가. 나다운 것. 내가 원하는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렸다.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달려가느라 너무 바빠서 내가 뭘 원하는지 물어볼 여유도 없었다.
우리는 남의 삶을 따라 살면서 비평에 민감해졌고 스스로 비평가가 되었다. 제일 편한 게 비평이기 때문이다. 남의 흉을 보는 데는 대단한 노력이나 행운이 필요 없다. 밑천 안 들이고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비평이다. 뉴욕에는 1,800개가 넘는 동상이 있다. 유명한 정치인은 물론, 장군과 예술가에 무명용사,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심지어는 썰매 개 동상까지, 온갖 동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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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 하나 없는 게 있다. 비평가를 기리는 동상이다. 수차례의 파산을 딛고 일어선 영국의 백만장자 콜린 터너는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동상들은, 살아 있을 때 비판을 받았던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것이다. 그러나 비판을 했던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동상은 없다.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을 멈추는 그날이 바로 당신이 성장을 멈추는 날이다.
우리들 마음속에도 독수리가 산다.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행운은 내면에서 독수리를 불러내어 하늘 높이 날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날아오른 독수리가 ‘나다움’과 지금의 만족을 일깨워준다.
6. 겁쟁이들의 지혜
그리스의 델파이 신전 입구에는 예언을 들으려는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두 개의 격언이 새겨져 있다.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와 ‘과유불급(過猶不及, Nothing in excess)’이다.
소크라테스를 유일한 철학자로 인정한 플라톤은, 행운과 재앙을 하나의 맥락에서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소프로시네(절제, sophrosyne)’라는 단어를 썼다. 소프로시네의 핵심은 ‘너 자신을 알라’와 ‘과유불급(지나치면 안 한 것만 못하다)’이다.
소크라테스는 델파이 신탁에 의해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아테네에서 학식이 있는 정치가와 철학자, 장인, 시인 등을 찾아가 물었다.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기소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는 확실히,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가 아테네의 현인으로 지목된 이유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가 모른다는 사실을 몰랐다. 자신의 무식을 드러내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 그러나 무식을 드러내지 않으려다가 더욱 큰 손해를 입는 것만큼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없다.
사람을 통한 재앙 가운데 상당수는 ‘대박 행운’이란 이름표를 달고 다가온다. 플라톤의 언급처럼 행운과 재앙은 같은 맥락에서 다가온다.
그런 악운은 우리 마음의 가장 약한 부분, 즉 욕심을 노린다. 욕심이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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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멀게 한다.
마음이 두려움의 신호를 보내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욕심을 쫓는다. 시간이 흐르면 잘못되고 있다는 게 뻔히 보인다. 그런데도 욕심이 진실을 용납하지 않는다. 욕심은 믿음이 된다.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생각이 간절한 믿음이 되어 마음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에게 계속 돈을 갖다 바치는 것도 이런 심리 때문이다. 진심으로 사기꾼들의 성공을 빈다. 그래서 돈과 수익금을 돌려받을 날을 고대한다.
그리스의 정치가 데모스테네스는 말했다.
“자기기만만큼 빠지기 쉬운 함정이 없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바랄 때마다 그것만이 진실인 양 믿기 때문이다.”
행운은 겁쟁이들이 더 잘 지켜낸다. ‘행운 사기’로부터 행운을 지켜내는 사람과, 빠져들어 악운을 만나는 사람의 차이는, 멍청한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지느냐에 있다.
겁쟁이들은 자기가 얼마나 모르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질문하는 것에서 조금의 두려움도 없다. 어딜 가든, 어떤 고상한 모임에서라도 무식한 질문을 곧잘 던진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겁쟁이들이 행운을 지킨다.
7. 평생의 행운 천사
1962년 초, IBM은 한 젊은 영업사원에게 상당한 금액의 성과급을 내주기 싫었다. 실적을 너무 빨리 초과 달성했다는 이유를 들어 여섯 달간 휴가를 쓰도록 했다.
입사 4년차인 이 영업사원은 일은 잘했지만 골칫거리이기도 했다. 이상한 아이디어를 자꾸 내서 상사들을 성가시게 했다. 영업사원의 이름은 로스 페로였다. 그는 그해 6월 IBM에 사표를 냈다.
그는 교사로 일하는 아내에게 1,000달러를 얻어 창업했다.
‘EDS(Electronic Data Service)’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직원도 물론 혼자였다. 그는 자기 아이디어를 70번 넘게 거절당한 끝에 의료보험 관계사와 데이터처리 계획을 맡았다. 2년이 지나자 연간 수입 4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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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에 직원도 12명으로 늘어났다. 이듬해 11개 주의 의료보험 청구서 발송 시스템 전산화를 따내면서 본격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로스 페로는 창업 6년 만에 억만 장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미국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 당시 기자들이 그의 결혼 생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짧지만 강하게 대답했다.
“I am married up. 나는 잘난 여자와 결혼 했어요.”
그의 아내 마고는 남편이 집에서 빈둥거릴 때에도 잔소리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사업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자. 두말없이 수표를 끊어 주었다. 그 이후에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남편에 대한 굳은 신뢰를 가진 부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이다.
로스 페로의 행운은 아내를 잘 만난 행운으로부터 커다란 물길을 이루어 흘렀던 것이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뉴욕 컬럼비아 대학 학생들 앞에 나란히 섰다. CNBC 방송 주관으로 열린 공화당 모임 이었다. 한 학생이 버핏에게 ‘성공하기 위한 교훈’을 청했다.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 좋아하는 일을 하십시오. 그리고 제대로 된 사람과 결혼 하세요. 이게 매우 중요합니다.”
버핏은 자서전에서 “아내 수전이 불행했던 나를 건져 주었고, 결혼해줌으로써 나를 살렸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1977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는데, 공식적인 이혼 절차를 밟지 않고 수전이 2004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친구같은 부부로 살았다. 버핏은 조강지처인 수전을 떠나보낸 것을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자책했다.
빌 게이츠는 아내 멜린다를 만나기 전까지는 정보 기술 업계의 잔혹한 제왕이었다.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뒤 그의 앞에는 오로지 승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경쟁자는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경쟁자로 성장할 만한 회사는 인수해버렸다. 그러나 멜린다와 결혼을 한 이후 인생철학을 바꾸었다. 은퇴를 하고는 남은 평생을 자선사업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인생이 허락하는 최고의 행운, 배우자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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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자나 좋은 친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배우자나 친구나 같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신뢰와 만족이다. 사랑하는 사람 혹은 신뢰하는 친구에게 인정을 받으며 사는 사람은 무리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엉뚱한 짓을 벌일 필요가 없다.
신뢰와 만족을 통해 자신감이 더욱 붙는다. 그래서 삶이 순탄하게 풀리는 것이다. ‘인생 영화 세트’를 잘 찍는 사람들은, 자기 자서전부터 잘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든 행운은 스스로에게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자 혹은 좋은 친구는 인생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최고의 행운이다. 그들이야말로 평생을 같이 곁에 머물며 떠나지 않는 ‘최고의 행운 천사’인 것이다.
8. 행운의 황금률
준대로 돌려받는 게 인생이다.
기독교에는 ‘황금률’이라는 것이 있다. 기독교의 윤리관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원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山上垂訓)속에 있는 것으로 ‘마태복음’ 7장 12절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누가복음’ 6장 31절에도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3세기의 로마 황제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이 문장을 금으로 써서 벽에 붙인 데에서 ‘황금률’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지혜는 다른 종교에서도 핵심적인 메시지로 나타난다. 지금 과보(果報)의 원인은 과거에 지은 업(業, Karma)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남들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자비를 베푸십시오. 또한 당신이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자비를 베푸십시오.”
불교에는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말이 있다.
1. 화안시(和顔施) : 밝은 미소 부드러운 표정
2. 언시(言施) :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 칭찬 격려 양보의 말
3. 심시(心施) :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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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시(顔施) :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 다fms 사람의 좋은 점을 보는 눈
5. 신시(身施) : 힘으로 남을 도와 줌. 일손 돕기
6. 상좌시(床座施) : 자리를 양보하는 일
7. 방사시(房舍施) : 다른 사람에게 편안하게 쉴 공간을 줌
인류가 받아온 위대한 가르침들은 일제히 한 곳을 가리키고 있다. ‘다른 이에게 마음을 쓰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에게 마음을 쓰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남을 돌아볼 틈이 없다.
‘마태복음’ 7장 12절 다음에 이어지는 7장 13~14절에는 이런 내용이 차례로 나온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기 적음이라.”
■ 행운은 행복 가까이에 있다.
성취 = 타고난 것 + 노력 + 운(인연과 우연)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부분 = 노력 + 인연
행운을 만나는 통로 = 내면의 나 + 행운 천사(다른 사람)
행운은 행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어의 happy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말 ‘happ(행운)’에서 유래했다. 세 잎 클로버와 네 잎 클로버의 관계처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까이 있는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행운’이라는 지혜를 슬며시 드러낸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만 그것을 깨닫고 실천에 옮긴다.
행운을 부르는 황금률 = 스스로 노력하며 자신의 내면은 물론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
9. 엉뚱한 데서 돌려받는 것
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덕’과 ‘복’이란 말을 쓴다. 새해 인사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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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를 할 때에는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한다. 세배를 한 다음에는 어른들로부터 덕담을 듣는다. “
올해에도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고” 이런 식이다. 덕은 노력해서 쌓는 것이다. 덕을 쌓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복은 행운과 쌍둥이처럼 통하는 말이다. ‘복(福)’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① 편안하고 만족한 상태와 그에 따른 기쁨. ② 좋은 운수, 행복. ③ 좋은 운수로 얻게 되는 기회나 몫. 활용은 비슷하지만, ‘행운을 접했을 때의 마음’ 쪽으로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덕은 나보다 복이 없는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이며 복은 내가 만족한 상태다.’
복과 덕을 유난히 좋아하는 윗세대 사람들은 부동산 중개업소를 한동안 ‘복덕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덕이 없는 복은 오히려 불운 또는 악운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고액복권당첨자들이나, 뻥튀기 벤처 사업가들의 후일담이 그 증거다. 여러 곳에 업을 쌓아 놓고도 어쩌다 한방 걸려서 큰 행운을 거머쥔 사람이라면 말년을 조심해야 한다.
■ 왜 ‘남몰래’여야 하는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위대한 르네상스의 시대를 열어젖힌 메디치 가문. 메디치 가문의 사명은 ‘비르투스(Virtus)’의 실천이었다. 비르투스는 영어 ‘Virtue(덕)’의 라틴어 어원이다. 메디치 가문은 역사를 이끌어갈 리더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포르투나(Fortuna, 행운)’로 정의했다.
그들은 가문의 사명 비르투스가 포르투나의 차원을 초월하는 것이라며 자부심을 더욱 높였다. ‘포르투나’의 부와 성공보다는 ‘비르투스’의 덕을 쌓는 것이 더욱 위대하다고 간주했던 셈이다.
남몰래 덕을 쌓는 마음에는 찰시(察施)의 지혜가 있다. 받는 사람의 속을 헤아리는 것이다. 은혜를 베풀어 놓고 그 표를 내는 것은, 덕을 입는 사람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들이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면 자기 우월감을 확인하려고 생색을 내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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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을 쌓는 사람들은 엉뚱한 데서 그 덕을 돌려받는다. 스스로에게서 돌려받는다. 덕을 쌓을 때마다 내면이 만족으로 가득 찬다. 사람들은 그것을 자부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욱 쌓기 위해 새로운 노력을 기울인다.
10. ‘남 좋은 일’과 ‘욕 밥’
찰스 M. 슈왑은 39세 당시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였던 유나이티드스틸의 사장 자리에 올랐다. 강철왕 카네기가 그를 신뢰. 연봉 100만 달러라는 최고의 대우를 해 주었다. 슈왑은 나중에 카네기와 작별하고 베들레헴스틸을 설립했다.
그는 뛰어난 동기부여자였다.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며 으름장을 놓던 그 시기의 여느 경영자들과 달랐다. 찰스 슈왑은 그 시대 경영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뛰어난 인품과 도덕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소송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남을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봉’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슈왑을 만만하게 여기고 연거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슈왑이 당한 마지막 소송 이야기.
억지 소송이었다. 재판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했다. 하지만 슈왑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법정에 나가서 증언을 했다. 슈왑은 양쪽 변호사의 심문이 끝난 뒤, 판사에게 “한 마디 더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판사가 허락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이 법정에 섰습니다. 그 이유가운데 90% 이상은 남들에게 잘해준 것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저는 이제 나이가 많습니다. 세상살이의 지혜를 알고 있어요. 문제를 만들지 않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냉정해지면 됩니다. 간단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렇게 살았다면 저는 그만큼 외로웠을 테니까요.”
성공은 어쩔 수 없다. 성공이란 매일 ‘욕 밥’을 먹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욕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성공은 아니다. 손가락질 받을 짓을 했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성공의 출발점은 ‘남 좋은 일’ 하는 것이다. 좋은 비즈니스 기회란 남의 불편이나 불만을 해소 또는 해결해 주는 것이다.
고객의 욕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행운을 잘 관리하는 회사들은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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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받아들이는 데서도 보이지 않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고객의 욕을 소화시켜 기상천외한 새 제품과 서비스로 발전시킨다. 그 다음에 또 욕을 먹고, 다른 개선으로 이어간다. 이런 기업들에게 고객의 욕은 무한한 관심이자 사랑이다. 결국 커다란 성공은 ‘남 좋은 일’을 하면서 고생을 하고 ‘욕 밥’을 기꺼이 먹음으로써 덕을 쌓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덕을 쌓을수록 행운을 만날 기회가 높아진다.
행운의 여신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남 좋은 일’해가면서 ‘욕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 에필로그 〕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행운은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자신이 만난 행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1. 열한 살에 조실부모한 불운
2. 어려서부터 건강이 안 좋은 불운
3.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한 불운
그런데 내용을 보면 세 가지 모두 불운이다. 마쓰시타 회장은 “세 가지 모두 행운이 맞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1. 열한 살에 조실부모한 불운 ⇒ 철이 일찍 든 행운
결과 :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 노력했다.
2. 어려서부터 건강이 안 좋은 불운 ⇒ 건강에 겸손하게 된 행운
결과 : 95세까지 장수했다.
3.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한 불운 ⇒ 배움에 겸손하게 된 행운
결과 : 평생을 배우면서 공부했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1884. 11. 27 - 1989. 4. 27)
- 마쓰시타 전기 창업. 전기 관련 국내외 회사 570여개. 한때 19만 사원을 거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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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신 : 종신 고용제 실시. 65년부터 주 5일제 근무 시행. 직원 복지 및 편의 제공에 선도적 역할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행운은, 외부에서 만날 수 없다.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회를 얻어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남들과 비교해 승리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가장 힘이 센 행운은 내면으로부터
소름처럼 돋아난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삶’이라는 깨달음이 스쳐 지나가는, 지극히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는 행운이다.
그 행운의 이름은 ‘좋은 해석’이다.
좋은 해석 앞에서는 아무리 무서운 불운과 악운이라도 꼬리를 내리고야 만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좋은 해석’이란 행운은 노력으로 충분히 불러들일 수 있다.
사람은 불운을 견디면서 자신의 뿌리를 밑으로 뻗어간다. 뿌리가 깊은 사람들은 어떤 바람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굳건하게 서서 자리를 지킨다. 뿌리의 차이는,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일이 없다. 원래 결정적인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좋은 해석’이라는 행운이 주변의 행운 천사들과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행운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무적의 행운. ‘좋은 해석’은 주변의 행운 천사들에게 기쁨을 골고루 나누어 준다. 사람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그들과 함께 작은 행운을 굴려 눈덩이처럼 키워낸다.
2011. 1. 12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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