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마음을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

보해성산 2012. 7. 3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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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면 얻어지는 것들 (2)

■ 김상운 지음

제3장 생각 텅 비우기

■ 짓눌리면 튀어 오른다.

머릿속에 구겨 넣은 생각은 꼭꼭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반드시 튀어 오른다. 하버드대학 심리학자인 대니얼 웨그너(Daniel Wegner)는 사람들에게 눈을 감고 북극의 백곰을 절대로 상상하지 말라고 했다.

“앞으로 5분 동안 어떤 생각을 해도 좋아요. 하지만 백곰에 대한 생각만큼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백곰 생각을 안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런데 그렇게 억누를수록 백곰 생각은 오히려 더욱 거세게 떠올랐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그런 현상을 ‘백곰 효과’ 혹은 ‘아이러니 효과(ironie effect)’라고 부른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 본 적 있는가? 다이어트란 먹고 싶은 생각을 누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과연 얼마나 효과 있을까?

UCLA의 연구 결과다. 다이어트로 살을 뺀 사람들을 6개월 후 조사해보니 3분의 2의 체중이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어릴 때 또래들과 보도 가장자리를 따라 걷는 장난을 해본적 있을 것이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떨어지면 안 돼. 떨어지면 안돼…….”

이렇게 ‘떨어질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억누를수록 오히려 더 잘 떨어진다. 그래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높은 곳 가장자리에 얼씬거리는 게 절대 금물이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중간에 연못을 끼고 있는 골프장에 대한 푸념을 자주 한다. 연못을 넘겨 공을 쳐야 하는데 공이 자꾸만 연못에 빠진다는 거다.

“거참 이상해. 난 평소 공을 멀리 날릴 수 있는데, 왜 공이 꼭 연못에 빠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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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연못을 넘길 수 있는 실력인데 왜 자꾸 연못에 빠질까? 역시 생각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공을 연못에 빠뜨려선 절대 안 돼!” 이렇게 ‘공을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억누를수록 자꾸만 공이 연못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왜 원치 않는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억눌러놓을까? ‘생각은 나’라고 착각해서다. 하지만 생각이 정말 ‘나’인가?

1. 나는 생각으로 조립된 존재인가?

■생각은 떼어낼 수 없는가?

만일 생각이 ‘나’라면 나로부터 떼어낼 수도 없어야 한다. 정말 떼어낼 수 없을까? 눈을 감고 잠시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끔찍했던 장면을 떠올려보라. 천천히, 혹은 삽시간에 당신의 마음은 싫다는 생각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 생각들은 깡그리 긁어모아 어마어마하게 큰 동그라미 속에 집어넣고 창공에 띄워라. 그런 다음 그 풍선이 티끌만하게 작아졌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도록 상상하라.

그리고 그 텅 빈 공간을 잠시 주시해보라. 쥐죽은 듯 고요한 평화의 공간이다. 티끌 한 점 없이 텅 비어 있다. 방금까지 마음을 뒤덮고 있던 싫다는 생각, 끔찍하다는 생가들은 온데간데없다. 이처럼 생각은 ‘나’로부터 쉽게 떨어져 나간다. 즉 생각은 ‘나’가 아니다.

원래가 나는 텅 비어 있다. 즉 나는 생가들로 조립된 존재가 아니다. ‘나’라고 여겼던 생각들은 내가 텅 빈 공간에 집어넣은 것에 불과하다.

텅 빈 머릿속에 증오가 가득한 생각을 집어넣으면 증오하는 나가 된다. 텅 빈 머릿속에 슬픔이 가득한 생각을 집어넣으면 슬픈 나가 된다. 텅 빈 머릿속에 사랑이 가득한 생각을 집어넣으면 사랑스러운 나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생각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한한 에너지가 응축된 無의 공간에서 탄생한 에너지 덩어리다”라고 말했다. 그의 학문적 후계자이자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봄(David Bohm) 박사도 “생각은 아무 것도 없는 無에서 피어오른다”고 했다. 또 “모든 고통의 뿌리는 생각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생각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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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통제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의 통제를 당하고 사는 것은 표면에 떠오른 생각을 ‘나’라고 착각해 내 머릿속에 가둬놓기 때문이다.

가둬놓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생각은 무에서 피어올랐다가 다시 무의 공간으로 스스로 되돌아간다. 내 마음의 문턱을 마치 들숨과 날숨처럼 가뿐하게 드나든다. 생각은 나의 일부도, 나의 소유물도 아니다.

■ 생각은 사실인가?

생각은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상황 해석에 따라 수시로 들쭉날쭉하고 오류투성이다. 만일 ‘생각은 나’라면 ‘너’도 오류투성이 인간이 되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 머릿속을 드나드는 생각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온갖 걱정하는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생각들이 정말 쓸모있는 것들인가? 한 심리학자가 사람들의 걱정거리들을 조사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 걱정거리의 40%는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것이다.

- 걱정거리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한 것이다.

- 걱정거리의 22%는 지극히 사소한 일들에 대한 것이다.

- 걱정거리의 4%는 걱정한다고 바뀔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것이다.

- 걱정거리의 나머지 4%만 실제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것 이다.

그런데 이 나머지 4%도 사실은 걱정이 필요 없다. 왜냐하면 걱정하지 않고 그냥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생각 대부분은 아무 쓸모없는 괜한 것들이다. 만일 생각이 ‘나’라면 ‘나’도 아무 쓸모없는 괜한 존재라는 이야기 아닌가? 이처럼 생각은 ‘나’로부터 떼어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더구나 괜한 걱정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은 ‘나’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요모조모 꼼꼼히 뜯어보면 사실은 ‘나’가 아닌 게 자명해진다. 아인슈타인은 “생각도 지능을 가진 엄연한 독자적 존재다”고 말했다.

명상을 오래 한 사람들은 생각이 지능은 물론 감정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제로 짓누르면 오기를 부려 몸에 더욱 해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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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독자적 존재를 내 머릿속에 가둬놓고 사정없이 짓눌려대니 생각이 잠자코 있을 리 없다.

■ 되돌려주지 않으면 파리처럼 달라붙는다.

금연을 하겠다는 사람이 작심삼일이 연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우주에 되돌려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금연하겠다는 의지로 머릿속에 꼭꼭 짓눌러왔을 따름이다. 그러니 틈만 나면 고개를 처들 수밖에 없다. 유타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스탠리 블록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되돌려주지 않은 생각은 파리가 달라붙듯이 머릿속에 달라붙는다. 어떤 생각은 몇 년간, 심지어 평생 들러붙어 고통을 준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달라붙어 있으면 골초가 된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달라붙어 있으면 술고래가 된다. 걸핏하면 버럭버럭 화를 터뜨리는 사람들도 원래부터 그런 게 아니다. 단지 우주에서 빌려 썼던 화를 되돌려주지 않고 머릿속에 품고 있을 뿐이다.

화는 화를 끌어들인다. 그래서 누가 슬쩍만 건드려도 폭발한다. 마찬가지로 머릿속에 이미 게으른 생각이 들어 있는 사람은 점점 더 게을러지기 쉽다. 그래서 나중에는 하찮은 일조차 못하게 된다.

■ 달라붙은 생각이 인생을 망친다.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광고가 눈에 띄어 영화표를 샀다. 그런데 본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영화가 수준이하란다. 참고보자니 시간이 아깝고 안 보자니 돈이 아깝다.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 영화표가 아까워 참고 본다.

둘째, 차라리 영화를 포기하고 더 재미난 일을 한다.

어느 방법이 손해일까?

- 그냥 참고 본다 : 영화표 값 낭비+시간 낭비+참고 봐야 하는 감정 낭비

- 다른 일을 한다 : 영화표 값 낭비

결론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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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비싼 돈을 주고 산 옷도 마찬가지다. 허리가 잘 맞지 않지만, 버리기 아깝다고 억지로 입고 다니면 본전을 뽑는 것일까?

예전에 나는 음식점에서 주문한 식사가 맛없거나 배가 부르더라도 돈이 아까워 꾸역꾸역 기어코 다 집어 먹었다. 집에서는 더욱 그랬다.

인생은 과거의 쓸모없는 생각들을 담아두고 살기에는 너무나 짧다. 투자한 돈이 아깝다고 따분한 영화를 볼 시간은 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순간이 되어야 한다. 머릿속에 미래의 생각을 잔뜩 집어넣고 사는 것도 역시 불행이다.

즐기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현재의 순간들은 허비되는 것이다. 인생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연속일 뿐이다. 이 순간만이 생명이다.

몸은 현재에 살고 있는데 머릿속은 과거나 미래의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면 ‘나’는 둘로 쪼개져 있는 것이다. 하나를 이루는 덩어리가 몸 따로 마음 따로 쪼개져 있으니 자연히 고통스럽다. 예수도 제자들에게 “걱정을 한다고 너희 인생에 단 하루라도 보탬이 되느냐?” 고 물었다. 부처도 현재의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누누이 가르쳤다.

2. 가둬 놓지 않으면 저절로 날아간다.

■ 남의 독을 왜 내 머릿속에 가둬놓는가?

한 여성은 남편이 습관적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비웃는 말을 하는 바람에 남편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남편은 나를 보기만 하면 뭐가 그리 불만인지 늘 공격해대요.”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가? 남편에게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녀는 버릇처럼 이렇게 생각한다.

“왜 자꾸만 아무 죄 없는 나를 공격하는 거지?”

자신을 피해자로 받아들이니 실제로 피해를 받게 된다. 하지만 생각을 돌려 이렇게 받아들인다면?

“얼마나 독에 절어 있으면 매일 저렇게 독을 뿜어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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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통에 빠져 절규하는 남편이 오히려 피해자로 여겨져 측은해 보인다.

“남이 내게 던지는 독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건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 내 머릿속엔 독이 들어 있진 않은가?

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에게는 열 살짜리 어린 남자아이가 있다. 그날은 아이 혼자 저녁을 먹게 되었다. 저녁을 먹은 뒤 아이는 기특하게도 이런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엄마가 늦게 오는 날이지? 설거지나 해 놓을까?”

아이는 낮은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섰다. 헐렁한 고무장갑을 끼고 엄마가 하는 것처럼 행주에 세제를 두어 방울 떨어뜨린 뒤 거품을 냈다. 그릇을 닦고 수저를 닦았다. 그리고는 컵을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유리컵이 싱크대 아래로 떨어져 박살나 버렸다. 때마침 엄마가 들어왔다.

“어머 이게 웬 난리니?”

지친 몸을 끌고 들어왔는데 난장판이 된 집을 보니 엄마는 화가 났다.

“너, 싱크대 위에 놓아둔 초콜릿 먹으려고 그랬지? 어서 네 방에 들어가 숙제나 해!”

아이는 말없이 공부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마치지 못한 잡무와 다음 날 아침거리를 준비해 놓고 나서 아이의 책가방을 들여다보았다. 열린 지퍼 사이로 아이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슬쩍 펼쳐보았다.

“엄마는 매일 지쳐 보인다. 지쳐 보이는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설거지를 했다. 그런데 고무장갑이 미끈거려 유리컵을 떨어뜨렸다. 컵을 깨뜨려 속이 상했다.”

그녀는 살며시 아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저절로 무릎이 꿇어졌다. 아이의 작은 손을 쥐어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리는 종종 깊은 생각 없이 독을 던진다.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남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되돌아보지도 않고 말이다.

공자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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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나의 눈을 믿었다. 그러나 나의 눈도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예전에 나는 나의 머리를 믿었다. 그러나 나의 머리도 역시 완전히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따라서 내가 보는 것과 내 머리에서 나오는 것들을 깊이 되돌아본 뒤 말을 꺼내야 한다.”

내 마음은 내 생각과 감정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나쁜 생각들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들여다보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그릇은 저절로 말끔히 비어버린다. 내 마음이 나쁜 생각들로 가득하다면 그것은 내가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비워버리지 않은 나쁜 생각들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 하찮은 쓰레기통도 자주 비워버리지 않으면 썩은 쓰레기가 달라붙지 않는가? 따라서 찰싹 달라붙어 독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비워버리는 게 상책이다.

3. 틀에 박힌 생각과 대화하기

고질적인 편두통을 앓던 할머니다 의사의 새로운 처방을 받았다.

“편두통을 반가운 친구로 생각해보세요. 편두통아, 또 찾아왔니? 실컷 놀다가렴. 이렇게 말하며 편두통이 머릿속에 뛰어노는 걸 조용히 지켜보세요. 통증을 거부하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세요. 아무런 판단이나 평가나 분석도 하지 마시고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말고 그냥 바라보기남 하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이튿날 할머니는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의사를 찾아왔다.

“그런 쉬운 방법이 있다는 걸 몰랐네요. 평생 못 고친 편두통을 이렇게 쉽게 고치다니,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는 그 후로 편두통이 생길 때마다 그렇게 했다. 그러자 편두통도 마음을 풀고 저절로 할머니의 머릿속에서 빠져나갔다. 이는 정신과 의사이자 명상가인 카바트 진(Kabat Zinn) 박사가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영적 치유로 유명한 브라이언 와이스(Brian Weiss) 박사는 우리 안에 틀어박힌 통증의 입장을 이해해줌으로써 모든 질병의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눈을 감고 통증을 최대한 생생하게 느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통증이 거세지면 그 통증이 바로 ‘나’라고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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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내 몸에 통증이 생기는 건 사실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통증에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사정없이 짓눌러댄다. 통증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더 악바리처럼 달라붙는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이해해주면 통증도 마음을 푼다. 물론 이 방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경우 큰 효과가 있고, 때로는 기적도 일어난다는 게 와이스 박사의 설명이다.

4. 왜 한 가지 생각에 파묻혀 버릴까?

■ 한 가지 생각에 빠져드는 속성

사람은 어느 한순간 동시에 여러 가지로 생각하지 못한다. 단 한 가지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한 가지가 전부는 아니다. 다른 여러 가지 가능성이 숨어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은 합쳐져서 전체를 이루는 보완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자들은 이를 ‘상보성의 원리’ 라고 부른다. 어느 한순간 단 한 가지밖에 보지 못하고 거기에 파묻혀버리는 속성, 이 속성 때문에 우리는 각자 고유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아무리 투덜대며 저항하지만 도저히 그 길을 벗어날 수 없다.

술주정뱅이의 머릿속에는 ‘술 마시고 싶어’라는 생각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술 마시면 안 돼’ ‘이런 악습관에서 벗어나야 해’라는 생각도 함께 들어 있다. 게으름뱅이의 머릿속에도 ‘미루고 싶어’라는 생각과 함께 ‘자꾸 게으름을 피우면 안 돼’라는 생각도 함께 들어 있다. 마찬가지로 걸핏하면 화내는 사람의 머릿속에도 화 덩어리만 들어 있지 않다. ‘화내면 후회해’ ‘참는 게 나아’ 라는 생각들도 같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생각들은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오로지 ‘술 마시고 싶어’ ‘미루고 싶어’같은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여다본다.

■ 고정된 생각이 고정된 인생 트랙을 만들어 낸다.

경기장에서는 여러 선수가 각기 정해진 트랙을 따라 달린다. 마찬가지로 인생에도 각자의 트랙이 있다. 내가 어떤 인생 트랙을 따라 살아가느냐는 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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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내 생각이 결정짓는다. 내가 선택하는 작은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져 내 인생 트랙을 엮어낸다. 이것이 운명이다.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란다.

“내 작은 생각이 내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설마!”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도이치(David Deutsch) 교수는 2007년 평행우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냈다. 천재과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 박사 같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도 여기에 의문을 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미립자 덩어리다. 사람도 미립자 덩어리이고 바위도 미립자 덩어리다. 영혼도 미립자 덩어리이고, 지구도 미립자 덩어리다. 더 큰 눈으로 보면 우주 또한 미립자 덩어리다. 그런데 미립자는 어느 한 곳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똑 같은 하나의 미립자가 무수한 곳에 동시에 무수하게 존재하는 불가사의한 요술을 부린다. 만일 내가 ‘미립자는 이곳에 있어’ 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면 이곳에 존재하고 ‘미립자는 저곳에 있어’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저곳에 존재한다. 홍길동 보다 더 신출귀몰한다.

“미립자는 어느 한 순간에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 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우주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면 ‘나’도 무수하게 존재할까? 나도 미립자 덩어리 아닌가? 평행우주가 무수하게 존재한다면 당연히 지구도 무수하게 존재하고, 나 또한 무수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무수한 ‘나’가 존재한다.

2009년, 미항공우주국 나사는 우주왕복선에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 케플러를 장착해 지구와 흡사한 별들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계획대로 찾아냈을까?

2011년 12월, 나사는 마침내 전 세계에 공식 발표했다.

“지구와 흡사한 또 다른 지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케플러 22b로 명명된 태양계 밖의 이 지구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600광년, 그러니까 우주왕복선을 타고 가면 무려 132만년이나 걸리는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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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흙과 바위, 얼지 않는 바다가 있고, 태양을 290일 마다 공전하고 평균 기온은 섭씨 22도. 이 닮은꼴 지구에 우리와 닮은 인간이 살 공산은 ‘아주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사는 지구와 흡사한 별들이 찾으면 찾을수록 늘어난다는 놀라운 사실도 발견했다. 케플러 망원경이 찾아낸 또 다른 지구들은 이미 1235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68개는 우리가 사는 지구와 크기가 같고, 288개는 지구보다 약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지구들도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했던 다른 지구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지구들이 존재한다면 다른 ‘나’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오랫동안 말도 안 되는 공상과학으로 치부되었던 일이 불과 한 세대 만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다른 지구들’이 존재한다면 ‘다른 나’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우주에 이처럼 무수한 지구들과 무수한 ‘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무수한 평행우주에 사는 무수한 또 다른 ‘나’들은 나의 복제인간들이다. 애써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 ‘내’가 ‘나’를 흉내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만 바꾸면 이 우주의 ‘나’는 다른 우주의 ‘나’로 돌변할 수 있다. MIT의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Max Tegmak)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와 똑 같은 외모, 이름,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수한 또 다른 지구에 살고 있다.”

양자물리학자인 프레드 앨런 울프 박사도 동의한다.

“평행우주는 우리가 사는 우주의 복제판이다.”

프린스턴대학의 양자물리학자 폴 스타인하트(Paul Steinhardt) 교수는 “평행우주는 실제로 존재하며, 어떤 공상과학소설가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신비한 존재다.”라고 말한다.

더 신기한 사실이 있다. 무수한 평행우주에 사는 무수한 ‘나’들은 서로 한 사람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바로 나 자신이기도 하다. 평행우주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도이치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평행우주에 사는 무수한 ‘나’들은 늘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 우주에 사는 ‘나’의 행동은 다른 우주에 사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우주에 사는 ‘나’의 행동은 이 우주에 사는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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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이 우주에 사는 내가 “에취!”하고 재채기를 하는 순간, 다른 우주에 사는 다른 ‘나’들도 각기 재채기를 하거나 코가 간질간질하거나 갑자기 코피가 터질 수도 있다. 무수한 우주에 무수한 ‘나’들이 각기 공존하며 이렇게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미립자의 신비한 속성 때문이다.

하나의 미립자가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면 미립자로 만들어진 ‘나’ 또한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러 개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이렇듯 무수한 나의 존재는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나와 똑 같은 사람이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은 골프의 불모지였다. 그러다 1998년 박세리 선수가 미국 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와 미국 여자오픈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하면서 한국 여성들의 생각이 확 달라졌다.

“저 여자도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해?”

생각이 달라지자 현실도 달라졌다. 바로 이듬해에 김미현 선수가 혜성처럼 출현했고 뒤를 이어 세계 골프계에 돌연 한국 여자선수들이 선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11승, 2009년에는 12승, 2010년에는 10승을 기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메이카 육상 선수가 11개의 금메달 획득, 아프리카 케냐 선수들의 마라톤 석권 등은 모두 그들과 비슷한 선수들의 성공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평행우주의 무수한 ‘나’들은 똑같은 잠재력이 있다. 서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나는 무수한 ‘나’들의 두뇌로부터 어떤 정보든 꺼내 쓸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각기 다른 생각을 선택한 결과 조금씩 다른 인생 트랙을 밟는다.

다시 말해 생각만 바꾸면 순식간에 ‘나’의 모습이 달라지고 인생 트랙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는 데 무슨 노력이 필요한가? 무슨 돈이 드는가? 단 한 가지 생각에만 집착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이 있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그만이다. 여러 가지 생각들 가운데 최선의 생각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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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생각의 선택이 운명을 만든다.

■ 고비마다 어두운 생각을 하면 어두운 운명이 된다.

2명의 수도승이 길을 가다가 시냇물을 건너지 못해 쩔쩔매는 여자를 보았다. 한 수도승이 여자를 번쩍 안아서 강을 건넜다. 여자를 내려준 후 두 수도승은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마침내 다른 수도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네는 여자를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모르나? 계율을 어겼어!”

비난을 받은 수도승은 그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자네 말이 맞네. 하니만 나는 이미 한 시간 전에 그 여자를 내려놓았네. 자네는 아직도 그 여자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짊어지는 가장 무거운 짐은 실수 자체가 아니다. 실수를 잊지 못하고 마음에 두고두고 담아두는 가학적인 집착이다. 실수는 잘못된 생각의 선택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 생각을 왜 붙들고 있는가? 훌훌 날려 우주에 되돌려 보내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밝은 생각을 선택해 채워 넣으면 인생은 저절로 밝아진다.

■ 고비마다 밝은 생각을 선택하면 밝은 운명이 된다.

미국 캔자스대학의 M. 에릭 라이트(M, Eric Wright) 박사는 의사들에 다음과 같이 할 것을 주문했다.

응급실에서 생사를 다루는 위급 환자들에게 “최악의 상황은 끝났습니다. 위기는 넘겼어요.” 라고 말할 것.

희망의 말을 들은 환자들은 놀랄 정도로 빨리 의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상처 회복도 빨랐고, 사망률도 낮았다. 반면 이 말을 듣지 못한 환자들은 의식을 찾지 못하고는 끝내 숨이 끊어졌다. 설사 생존하더라도 회복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라이트 박사는 환자가 숨이 끊어질 듯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는 주변에 있는 목격자들의 반응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목격자들이 환자의 상태를 보고 겁에 질리거나 놀란 표정을 지으면 환자들은 ‘아. 내 상황이 정말 위험한가 봐. 사람들이 저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 하고 희망을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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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는 것만 선택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이 아기는 24시간 안에 죽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분만실에서 의사는 짧은 침묵 끝에 산모에게 말했다. 아기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부러져 있었고 팔다리도 이리저리 꺾여 있었다. 머리통은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 놓은 것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쉽게 말해 뼈라는 뼈는 모조리 부서져 버린 상태였다.

“누구도 아이를 건드리거나 안아 올려서는 안 돼요. 달걀 껍데기 처럼 뼈가 부러지니까요.”

의사는 골성형부전증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생존을 선택했다.

의사의 경고대로 아이의 뼈는 툭하면 부러졌다. 무려 200번도 넘게 뼈가 부러져 매번 수술을 받아야 했다. 골절과 수술이 되풀이 되면서 키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자란 90Cm에서 멈췄다.

하지만 지금 그 아이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심리치료사이자 동기부여 명강사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인생이 즐겁다고 한다.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부모는 ‘생긴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들을 받아들였다. 물론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고 어두운 생각들이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오려고 항시 틈을 노렸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머리를 활짝 열어젖히고 그런 생각들을 우주로 되돌려 보냈다. “나쁜 생각들을 선택할 것인가. 좋은 생각들을 선택할 것인가?”

부모는 아들에게도 늘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골라 실행해보렴. 할 수 없다는 생각들은 시간 낭비란다.”

드디어 그가 대학을 졸업하는 날. 졸업식장에는 그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올해 졸업 우수생은 숀 스티븐슨입니다!”

그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가자 부모는 20년도 넘게 참았던 눈물을 그제야 흘렸다.

그는 생존조차 힘든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고유한 잣대로 ‘내가 이런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빌 클린턴 비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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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스티븐슨은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놀라운 삶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 생각을 바꾸면 그게 바로 ‘새로운 나’다.

불멸의 음악가 베토벤은 어릴 적부터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27세 무렵부터 갑자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1세가 되어서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신은 하필이면 왜 내게 이런 고통을 줄까? 작곡자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어.” 그 역시 인간이기에 깊은 절망에 빠졌다. 33세 때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 중이던 베토벤은 죽기를 결심하고 유서까지 썼다. 하지만 깊고 고요한 절망 속에서 많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청력상실은 절망’이라는 생각이 그 많은 목소리 가운데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

그는 마침내 ‘청력 상실은 잡념에 귀를 막고 오로지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나 다를까. 위대한 창조의 꽃봉오리는 그때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35새, 교향곡 3번 ‘영웅’작곡. 36세, 피아노 소나타 ‘열정’ 작곡

39세, 교향곡 5번 운명 작곡. 40세, 피아노 협주곡 ‘홍제’ 작곡

놀랍지 않은가? 베토벤의 대작들은 모두 청력을 상실한 이후에 탄생했다. 불후의 명곡인 ‘합창교향곡’은 청력이 100% 상실된 55세 때 작곡한 것이었다. 그가 만일 ‘청력 상실은 절망이야.’라는 생각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인생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돌려 ‘청력 상실은 마음을 텅 비울 수 있는 기회야’라는 생각을 선택하자 육신의 차원을 넘어 놀라운 영의 세계가 열렸다.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Philip Knight)는 학창 시절에 단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다른 선수들을 앞서 나가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 이 길에서 나는 최고가 될 수 없다. 다른 길을 찾아가보자. 순간 퍼뜩 잡히는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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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달리기할 때 운동화가 불편했지. 편한 운동화를 만들어 보자.”

그는 어렵사리 작은 공장을 차렸다. 새로 만든 운동화를 트럭에 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팔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운동화 브랜드 나이키는 이렇게 탄생했다.

세계적인 기업 GE의 최고 경영자인 잭 웰치는 어릴 때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또래 친구들에게 늘 놀림을 받았고 외톨이로 지냈다. 엄마는 그런 아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어느 날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잭, 너만이 가진 장점을 왜 부끄러워하니?”

아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 말을 잘 들어보렴. 네가 말을 할 때 더듬는 이유는 네 생각이 말보다 빠르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넌 다른 아이들 보다 생각하는 속도가 빨라. 그러니 말 더듬는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어. 알았지? 넌 남들보다 생각이 더 앞선 아이야.”

엄마의 그 말 한마디가 아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돌려놓았다. 아들은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최고 기업의 경영자가 되었다.

성경도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이니라.”고 하지 않는가? 생각만 바꾸면 누구나 변화무쌍한 카멜레온처럼 자신을 바꿔 나갈 수 있다.

■ 평행우주에서 내가 원하는 나 선택하기

많은 사람이 돈, 외모, 결혼, 기후 등 환경만 좋아지면 훨씬 더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 이 세상 누구도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부모도, 배우자도, 친구도, 아이들도 해줄 수 없다.

참된 행복은 오로지 내면에서 흘러나온다. 나와 내면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무수한 평행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서로 다른 나들이다. 당신이 지금 불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만일 건강이 좋지 않아 우울하다면 ‘건강한 나’를 선택해 보자.

■ 평행우주에서 ‘건강한 나’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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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을 감고 깊은 상상에 잠긴다.

2. ‘건강한 나’가 사는 평행우주로 날아간다.

3. ‘건강한 나’가 사는 방문 앞으로 걸어간다. 최대한 생생하게 문을 그려보 고 문의 감촉도 느껴보라.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4. 객관적인 눈으로 ‘건강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건강한 나’의 속으로 들 어가 슬며시 하나가 된다. 이제 ‘건강한 나’를 느껴본다. ‘건강한 나’의 호 흡, 맥박, 심장박동은 어떤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가? 여기서 가장 중 요한 것은 몸의 리듬(파동)이다. 건강한 사람은 리듬이 다르다. ‘예전의 나’와 비교해 리듬이 어떻게 다른지 고요한 마음으로 느껴보라.

5.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와 문을 나선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달라진 나 를 느껴본다.

6. 눈을 뜨고 달라진 나를 느껴본다.

거짓말처럼 몸이 상쾌해 짐을 느낄 것이다. 상상이 깊으면 깊을수록 변화의 폭도 커진다. 그만큼 선택이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양자물리학자들은 평행우주에서는 상상하는 무든 것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뉴욕시립대학의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 머무는 방에도 많은 우주의 파동이 존재한다. 단지 당신이 주파수를 맞추고 있지 않을 따름이다.”

눈을 감고 상상에 잠기는 것도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서다. 기도할 때와 똑 같은 원리다. 주파수만 맞추면 원하는 ‘나’가 된다. 이처럼 우주는 너무나 허구 같은 신비함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주의 신비함을 인간의 두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 ‘달라진 나’ 속으로 뚜벅뚜벅

A, B, C 세 사람의 현재 영어 실력은 비슷하다. 지능도 비슷하다. 이들이 동시에 영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영어 책을 펼칠 때마다 세 사람의 생각은 각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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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1년간 하다가 그만 둬야지.

B : 직장 다닐 때까지 하다가 그만 둬야지.

C : 평생 공부하며 살아가야지.

똑같은 영어책으로 똑같은 시간 동안 영어 공부를 한다면 나중에 영어 실력도 똑 같을까? 심리학가 개리 맥퍼슨(Gary Mcpherso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처음에는 공부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 사람의 영어 실력은 점점 차이가 나기 시작하여 1년 쯤 지나면 C의 영어 실력이 A의 영어 실력보다 무려 4배나 앞서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A는 영어 공부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자신이 평생 영어를 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C는 영어 공부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평생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만으로도 C는 A보다 적게 공부하고도 실력은 4배나 더 늘어났다.

영국의 폴 멕케나 박사의 체중감량법이다. 런던 타임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다이어트 전문가로 선정했다.

1. ‘날씬한 나’가 등장하는 영화를 본다고 상상한다.

2. 영화 속의 ‘날씬한 나’가 적당한 양의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장면들을 지켜본다. ‘날씬한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가?

3. ‘날씬한 나’에 만족한다면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날씬한 나’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날씬한 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라. ‘날씬한 나’의 리 듬을 느껴보라. 매일 ‘날씬한 나’로 살아가라. 생각이 완전히 바뀌면 몸도 점점 그렇게 바뀌어 간다.

제4장 물질에 대한 탐욕 텅 비우기

우리는 이따금씩 바쁜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맹신하는 것들을 의문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인생은 온갖 크고 작은 착각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철석같이 맹신하는 현실이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불과할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집, 자동차, 가구, 보석 등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는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무(無)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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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 돌아간다. 억만년의 세월이 흐르면 아무리 단단한 무쇠라도 녹슬고 썩어 결국 흙먼지로 되돌아간다. 사람이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속도는 촌음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 원래는 무이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든다.

“모든 것이 원래 무라면 지금 내 눈앞의 현실은 무엇인가?”

먼저 자신의 육신을 보자. 내 육신은 10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앞으로 100년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무에서 나와 무로 돌아간다. 원래의 나는 무란 뜻이다. 무가 ‘원래의 나’ ‘진짜 나’라면 지금의 육신은 뭐란 말인가? 결국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 참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가짜란 말인가? 다른 모든 만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현재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 세계는 죄다 가짜란 말인가? 나는 큰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일까?

■ 일체유심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바깥세상을 인식하는가? 오감을 통해서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것들이 모두 현실이라고 믿는다.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오감은 정말 완벽한가? 당신의 육안은 몇 Km 밖까지 내다 볼 수 있는가? 당신의 귀는 몇 미터 밖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당신의 코는 몇 미터 밖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가? 오감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단지 우리가 그 한계를 자각하지 못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자.

“오감을 통한 모든 것이 말짱 가짜일 가능성은 없는가?”

만일 당신의 눈에 보이는 현실이 말짱 가짜라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현실에 대한 모든 집착과 고통은 저절로 날아간다.

미국의 최면치료사인 안드레아 크라우치(Andrea Crouch)는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최면을 건 다음 이렇게 말한다.

“위의 3분의 2를 고무줄로 묶어버릴 겁니다. 앞으로는 위의 3분의 1밖에 사용하지 못해요.”

이렇게 말하면서 헤드폰을 통해 실제로 수술할 때와 똑같은 소리를 들려준다. 수술 부위를 소독하는 소리, 의사의 지시소리, 간호사들의 대답소리, 가위로 뭔가를 자르는 소리 등, 두뇌에 수술할 때와 똑같은 전기신호를 보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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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이렇게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실제로 수술을 받은 것처럼 훨씬 덜 먹게 된다. 어떤 환자는 석 달 만에 20Kg이나 몸무게가 줄었다.

더 널리 알려진 사례도 있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브루스 모슬리(Bruce Moseley) 박사는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그룹 환자들의 무릎연골은 관절 내시경을 통해 완전히 긁어냈다. 두 번째 그룹 환자들의 연골은 손상된 연골세포들만 긁어냈다. 세 번째 그룹은 가짜 수술을 했다. 즉 무릎 세 군데를 작게 절개해 진짜로 수술하는 것처럼 시늉했다가 무릎연골은 건드리지 않고 봉합했다. 하지만 환자가 전혀 의심하지 못하도록 진짜 수술할 때와 똑 같은 오감 신호들을 보내주었다. 무릎을 긁어내는 도구 소리와 함께 의료진 간의 가짜 대화도 들려주었다.

“자 수술 끝났어. 무릎에 식염수를 뿌려야지.”

이렇게 식염수를 뿌리는 소리까지 흉내 냈다. 수술 후 2년 동안 세 그룹 환자들의 활동을 관찰해 보았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진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가짜수술을 받은 환자들보다 전혀 나은 게 없었다. 오히려 가짜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가짜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활발하게 운동을 즐기는 모습이 TV 뉴스에 방영되자 미국 시청자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모슬리 박사는 솔직하게 심경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놀랐습니다. 우리가 하는 무릎연골 수술이 가짜 수술보다 못하다니, 어떻게 보면 진짜 수술의 가장 큰 목표도 환자들의 생각을 바꿔 놓는 게 아닐까요?“

환자들은 수술해서 나았다기보다 ‘이제 수술을 받았으니 나았을 거야’라는 믿음으로 나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오감을 통해 느끼는 ‘현실’은 실제로는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평생 완벽한 최면에 걸려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만일 우주에 있는 불가사의한 누군가가 모든 걸 현실처럼 착각하도록 해주는 완벽한 전기신호만 보내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눈을 부라릴지 모른다.

“말도 안 돼! 내가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것들이 모조리 가짜라고?”

착각의 세계에 사는 당신은 착각을 벗어나지 못한다. 돈, 책, 가구, 가족, 친구 등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죄다 가짜라니!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현실은 모두 허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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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는 얼빠진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1.텅 비어 있는데 왜 보이나?

■ 인생은 정말 꿈인가?

미립자는 누군가가 바라보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결로 잠재해 있다. 즉, 텅 비어있다. 그러다 누군가 바라보는 순간 돌연 눈에 보이는 알갱이로 모습을 나타내는 기막힌 요술을 부린다. 삼라만상이 이런 요술을 부리는 미립자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만물의 원래 모습도 텅 빈 물결, 즉 無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존 휠러(John Wheeler)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만물은 바라볼 때만 현실로 존재한다. 바라보지 않으면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우주가 존재하는 건 누군가가 우주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닐스 보어(Neils Bohr)도 “모든 것은 가능성으로 잠재해 있다가 관찰자가 바라보는 순간 현실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사실은 텅 비어 있으면서 누군가가 바라볼 때만 현실처럼 눈에 보이는 요술 같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도 “현실은 허상이다. 단지 대단히 끈덕진 허상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죽음 직전까지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너무나 감쪽같은 허상이라는 뜻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자 찰스 타트는 “우리는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다. 현실세계는 가상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세상은 우리가 바라볼 때만 현실처럼 눈에 보이다가 바라보지 않을 땐 사라진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잠잘 때 꾸는 꿈과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꿈꾸는 동안 우리는 꿈속의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꿈에서 깨어나 꿈속의 장면들을 더는 보지 못하는 순간 “아, 꿈이었구나!”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잠을 자며 꾸는 꿈과 인생이라는 꿈. 이 두 가지 꿈은 서로 길이만 다를 뿐 너무도 흡사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라. 마치 꿈처럼 아득하게 회상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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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 허상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 겪는 엄청난 고통도 나중에는 역시 꿈처럼 회상될 것이다. “참 견디기 어려운 꿈을 꾸었지”하고 되돌아 볼 것이다. 당신을 끔찍하게 아껴주던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부모도 어느 순간 꿈처럼 사라진다. 우리자신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털고 꿈처럼 떠나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명상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이란 젊은이의 눈에는 끝없이 긴 미래로 보이며 늙은이의 눈에는 지극히 짧은 과거로 보인다. 그러므로 인생이 극히 짧다는 사실을 알려면 장수한 늙은이가 되어보아야 한다. 인생의 모든 사물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꿈과 같이 덧없게 느껴지고, 허무와 무상이 뚜렷이 눈에 보이고, 마음에 스며들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일 뿐이다. 우리가 사는 실제 환경은 아니다. 현실은 시각적 착각이다.”고 했다. 우리가 기도할 때 눈을 감는 것도 가짜 세계를 떠나 진짜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인생은 꿈이라는 사실은 진심으로 깨닫는 순간 우리는 현실에 대한 지나친 욕망에서 저절로 벗어난다. 욕망의 대상이 텅 비어버리기 때문이다.

육신에 대한 집착과 고통에서도 해방된다. 육신도 꿈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질과 권력, 명예를 자랑하는 것은 꿈속의 허상을 자랑하는 꼴이다. 허상을 사실인양 착각하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도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가르친다. 인생이 한바탕 꿈인데, 그것이 진짜 현실인줄 알고 집착하여 모든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 인생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연극이다.

인생이라는 꿈은 잠을 자며 꾸는 꿈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잠자며 꾸는 꿈은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개되지만, 인생이라는 꿈은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다는 점이다.

“뭐? 그러면 난 누군가가 설계한 인생을 살아가는 꼭두각시란 말이야?”

진정하라.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보라. 당신은 어느 시대에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떻게 늙어가다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가? 인생의 큰 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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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야 1분간만 돌지 말고 멈춰볼래?”

“심장아 10분간 뛰지 마라.”

“호흡아 30분간 멈춰볼래?”

당신의 의지대로 피와 심장과 호흡이 멈추는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개조 이상의 세포들도 각기 몸 전체의 설계도를 가지고 있다. 각 세포가 각기 어떤 역할을 해야 몸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 설계도에 따라 세포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한다.

만일 어떤 세포가 임무를 망각하고 제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암세포가 된다. 60조 개 이상의 세포들이 이렇게 제각기 발을 맞춰 굴러가도록 하는 것은 누구인가? 내 의지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심지어 팔 한 번 들어 올리는 것조차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에 따라 팔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가? 예컨대 누군가가 당신에게 돌멩이를 던진다고 해보자. 당신은 얼른 고개를 숙여 돌멩이를 피한다. 하지만 당신이 ‘고개를 숙여야지’ 하는 의지에 따라 숙이는 것인가? 돌멩이가 날아오는 순간 자동적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두뇌가 내리는 명령을 기다리다가는 돌멩이에 머리를 맞는다.

이처럼 우리 몸의 99.9999%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알아서 돌아간다. 두뇌가 인식하는 정보도 마찬가지다. 두뇌에는 1초에 약 5조 조각에 이르는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데, 이 가운데 두뇌가 인식하는 정보는 겨우 1만 조각 정도라고 한다. 하루 평균 5만 가지나 되는 숱한 생각들도 우리가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 나를 바라보는 관찰자는 누구인가?

양자물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막스 플랑크(Marx Planck)는 “우주에는 의식적이며 고도로 지능적인 마음이 존재한다. 이 마음이 모든 것을 청조한다. 우주에는 모든 존재의 설계도가 있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도 “우주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마음이 있다”며 설계자의 필연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고 했다. 즉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듯이 어떤 뚜렷한 목적 없이 마구잡이로 우리를 창조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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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의 설계도를 훔쳐보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한 영국인을 초청했다.

“연쇄살인범이 지금 어디에 숨어 있나요?”

영국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 보세요. 오늘 밤 꿈속에서 범인의 행방을 알아내야 하니까요.”

경찰관들은 설마 하면서도 다음 날 그를 찾아가 묻는다.

“이제 범인의 행방을 알려주세요.”

“물론이죠. 여기서 동부고속도로를 타고 정확하게 50Km 달려보세요. 빈 컨테이너가 눈에 띌 겁니다. 거기서 곯아 떨어져 있을 거요.”

범인은 정말 거기 숨어 있을까? 정말 예측대로다.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범은 마침내 컨테이너 속에서 체포된다.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그 영국인의 예측이 딱 들어맞았다. 그는 엄연한 실존인물이다. 그래서 영국 경찰은 골치 아픈 미제 사건이 있으면 늘 그를 찾아가고, 그러면 어김없이 범인이 체포된다. 그렇다고 영국 경찰이 그를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마어마한 반감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영국 경찰관들이 숨기고 있는 비리 사건까지 족집게처럼 파헤쳐내기 때문이다.

크리스 로빈슨(Chris Robinson)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숨어서 도망 다니는 범인을 어떻게 인공위성으로 추적하듯 감쪽같이 알아낸단 말인가? 도무지 궁금해서 견디지 못한 한 교수가 마침내 장장 10일에 걸쳐 그의 예측력을 정밀 실험해보기로 한다.

■ 어떻게 족집게처럼 미래를 알아맞힐까?

한 교수는 10일간의 실험 기간 중 전국 10개 도시를 하나씩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먼저 20개의 종이쪽지에 10개 도시의 이름을 하나씩 적는다. 그런 다음 그 종이쪽지들을 각기 10개의 종이봉투에 집어넣어 밀봉한다.

이제 이 봉투를 뒤섞어 제3자에게 넘겨준다. 제3자는 밀봉된 봉투들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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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번 뒤섞은 뒤, 봉투 겉면에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하나씩 적는다. 그 숫자가 방문 순서다. 따라서 크리스 로빈슨은 물론 교수 자신도, 제3자도 어떤 도시를 어떤 순서로 방문하게 될지 깜깜하다. 드디어 실험이 시작되는 전날 밤, 로빈슨은 잠자리에 들기 전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주문한다.

“우주야, 꿈속에서 내일 아침 어느 도시로 떠나게 되는지 말해다오. 거기 가서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도 소상하게 말해다오.”

이튿날 그는 일어나자마자 외친다.

“실험 첫날은 000로 가는군.”

제3자가 1번 봉투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로빈슨은 공항에서 비행기가 20분 연착하고 파란색 점퍼를 입은 50대 택시기사가 안내하고 민속박물관을 거쳐 서점에 가면 진열대 맨 앞에는 빨간색 책이 놓여있고, 호텔에 들어오기 전에 한 여인과 부딪쳐 코피를 흘리게 되는 등 그날 일정을 소상하게 기록해 놓았다.

그날 저녁 로빈슨이 예측한 기록을 읽어본 교수는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력은 10일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소설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10일간의 이 실험은 2001년 8월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심리학자 개리 슈워츠(Gary Schwartz) 박사가 미국에서 똑 같은 방식으로 실제로 실시했던 것이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학 정신생리학센터 소장을 지낸 저명한 과학자다.

그는 어떻게 미래를 족집게처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까?

“13년 전 사고로 죽음 상태에 빠졌어요. 그러다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그때부터 꿈속에서 그 이튿날 뭐가 일어날지 저절로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임사 체험자들이 종종 미래 예측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죽음 속에서 영혼의 세계를 직접 생생하게 보고 나면 ‘관찰자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직접 죽지 않고 영혼 세계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자.

■ 모든 것의 설계도가 존재한다면?

18세기 중엽 스웨덴의 에마누엘 스베덴보리(Emanuel Swedenborg)는 뉴턴과 같은 반열에 올랐던 천재 과학자였다. 그런데 57세 때 영국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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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에서 우연히 영적 체험을 했다. 신비한 빛을 만난 것이다. 그 후 27년간 영계를 자유자재로 드나들어 더욱 유명해졌다. 스베덴보리는 천국체험을 낱낱이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방대한 저서는 지난 200여 년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정확히 1년 전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기도 했다.

링컨도 꿈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측했다. 그의 꿈은 절친한 친구였던 워드 힐 라몬(Ward Hill Lamon)이 쓴 책 에이브러햄 링컨 회고록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스베덴보리와 링컨은 어떻게 자신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설계도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실제로 수십 년, 수천 년 미래도 훤히 내다보거나 수천 년 전의 과거사도 훤히 읽어내는 예지력의 사례는 너무도 많다.

우주는 사람의 마음을 훤히 읽는다. 누구의 마음이 무슨 일을 만들어 낼지, 서로의 마음이 얽히고설켜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각자의 인생이 설계된다. 따라서 인생이 설계되어 있다는 말은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말과는 다르다. 생각을 바꾸면 운명은 언제든지 변화한다.

3. 인생은 연극임을 깨닫는 순간

■ 고통은 저절로 사라진다.

“우주는 왜 내게 이렇게 힘든 연기를 시키는 걸까?”

고통스러운 연기를 시키는 이유가 있다. 인생은 분명한 목적을 가진 연극이기 때문이다. 허투루 시키는 연기는 아무 것도 없다. 고민 하나, 고통 하나, 실수 하나에도 반드시 목적이 숨어 있다. 고통의 깊이가 깊을수록 영적 성장의 깊이도 깊어진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영적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평범하고 무의미한 인생을 살던 사람들이 돌연 다른 인간으로 거듭난다. 고통의 목적을 깨닫지 못하면 고통은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고통은 내가 맡은 배역의 일부다. 고통을 피하는 것은 곧 배역을 거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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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배역을 거부하는 것은 곧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자신을 거부하려고 하니 못 견디게 고통스럽다. 하지만 배역을 받아들이는 순간 고통은 기쁨이 된다. 니체는 “살아가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역경도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부자, 권력자, 연예인 등 멋지고 쉽고 편한 배역만을 원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만족하게 하는 무대는 지구가 아니라 천국이다.

우리는 최초의 울음을 터뜨리며 지구에 태어나는 순간, 어떤 배역이든 기꺼

이 맡아 열심히 연기하기로 우주와 계약을 맺는다. 지구는 완벽한 곳이 아니

다. 완벽한 곳은 천국뿐이다.

내 영혼이 천국을 벗어나 지구에 내려올 때는 지구라는 연극 무대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계약에 미리 합의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에 따라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불필요한 근심은 저절로 사라진다.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라 아무 근심이 없다. 반면 어른들은 어떤가? 소꿉놀이 연극을 현실로 착각해 지나치게 ‘내 것’에 집착한다. 그래서 늘 남과 비교하고 자신에게 가혹한 심판을 내린다.

인생도 연극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는 순간, 똑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무엇보다도 ‘내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다. 내 것도, 네 것도 없다는 생각에 인생살이를 지나치게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마치 관객처럼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세상은 무대다. 사람들은 등장인물 들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연극 무대에 오른 등장인물들이란 사실을 깜빡 잊고 모래 속에 머리를 박은 타조처럼 배역에 완전히 파묻혀 버린다. 너무나 깊이 파묻혀 있다 보니 내가 맡은 배역이 나인 줄 착각한다. 노벨 경제학상수상자 로버트 윌리엄 포겔(Robert William Fogel)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엇으로 살 것인가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는 해결되지 않았다. 삶의 수단은 있지만 삶의 목적은 없다.”

인생의 배역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라는 이야기다.

■ 고유의 배역을 찾게 된다.

한국에도 소개된 오스트레일리아의 닉 부이치치(Nick Vuijicic). 그는 양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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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다리도 없이 왼쪽 엉덩이 끝에 붙은 닭발 같은 2개의 발가락을 달고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에게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장애아’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절망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던 아이는 스물아홉 살 청년이 되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기부여 강사가 되었다. 몸통밖에 없는 몸으로 수영도 하고 서핑도 하고 골프도 친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이 그의 말을 듣고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 희망의 빛을 찾는다. 그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물론 그가 쉽게 절망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생후 18개월일 때 수영을 가르쳤고 여섯 살 때는 발가락으로 타자치는 법을 알려주었다. 간호사인 어머니는 발가락으로 연필을 잡는 플라스틱 장치를 만들어 주었다. 벽에 칫솔을 박아 혼자서 이를 닦고 펌프 식 샴푸로 머리를 감도록 했다. 여덟 살이 되자 부모는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반학교에 보냈다. 놀림도 받고 피눈물 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자신이 그런 모습으로 태어난 데는 분명 특별한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은 불가능의 상징이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팔다리 없이는 살 수 없어’라고 외치더라도 그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그들의 의견입니다. 남들의 시각대료 살지 말고 자신의 시각대로 살아가십시오.”

신체장애보다 큰 장애는 정신적 장애다. 손발로 할 수 없는 것보다 막힌 마음이 할 수 없는 게 훨씬 더 많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그는 저주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영혼의 눈으로 보면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불가능의 상징이라는 특별한 배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고 손가락질하더라도 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 모든 게 각자의 배역이니까요.”

자신의 배역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맡은 배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극에서는 저마다 맡은 배역에 충실할 때 최고의 기쁨을 느낀다. 남이 왕자 역을 맡든, 공주 역을 맡든 그저 자신이 맡은 역을 척척 연기해 낼 때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맡은 배역을 거부하고 남의 배역만 넘보고 있으면 배역도 고통스럽다.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난 것은 나름대로 맡은 배역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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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방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역을 겸허하게 감사히 받아들이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열심히 연기할 수 있다. 힘든 배역이 끝나면 다음 연극에서는 쉬운 배역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 가슴이 끌리는 일이 나의 배역이다.

“피고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합니다.”

피고의 나이 이제 겨우 24세, 출옥하면 40대 중반이다. 아내도 아들도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도심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나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아왔다. 동네 깡패들의 유혹에 넘어가 마약거래에 발을 디딘 게 화근이었다. 교도소에서 절망에 싸여 살던 어느 날, 교도관이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하는 청소는 엉망이야. 오늘부터 주방 설거지를 하라고.”

재소자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이 설거지였다. 끼니마다 1500명의 식판을 닦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와! 주방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그는 주방에서 하는 일은 무엇이든 재미있었다. 설거지하느라 손이 퉁퉁 부어올라도, 증기솥에 피부가 빨갛게 데어도 주방에 들어서기만 하면 신이 났다.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구나! 감옥에서 나가면 요리사가 되어야지!”

그는 난생 처음 인생의 목표를 갖게 되었다. 교도소 도서관에 들어와 처음으로 책을 읽고 신문도 보았다. 특히 요리에 관한 책이나 신문 기사는 읽고 또 읽었다. 어느 날 신문에 요리사로 크게 성공한 한 남자의 기사가 실렸다. 그날 밤 그는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모범적으로 주방일을 하자 형도 10년으로 감형되었다.

출소하자마자 그는 한 음식점에서 접시닦이로 취직했다. 설거지를 하는 틈틈이 허드렛일을 자원하면서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웠다. 마침내 그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큰 호텔의 주방장으로 발탁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전국 최고의 요리사 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총주방장인 제프 헨더슨(Jeff Henderson)의 이야기다. 그는 젊은 시절의 방황을 벗어나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깨닫고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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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을 많이 배출하는 유대인들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신이 3000여 가지 재능 중에서 최소한 한 가지를 반드시 함께 선사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유대인은 자녀 교육의 목적을 그 재능을 찾아내 키워주는 데 둔다. 즉 인생의 배역을 찾아주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춘다. 배역을 찾으면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결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배역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끌리는 일, 별로 힘들이지 않는데도 잘되는 일이 바로 자신의 배역이다.

■ 배역을 찾으면 최고의 능력이 나온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원래 나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워낙 자신감이 없어 학교에 가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공부도 못했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지방 대학에 진학해 의학 공부를 해 보았지만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간디는 겨우 5개월 버티다 중퇴하고 말았다. 부모는 전 재산을 털어 그를 영국으로 유학 보냈다. 그곳에서 간신히 법을 전공하고 인도에 돌아와 변호사가 되었지만 사건을 따내지 못해 좌절감 속에 살았다.

“변호사는 나에게 안 맞는 것 같아. 차라리 다른 직업을 갖는 게 낫겠어.”

그러던 중 요행히 한 사건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발언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 도저히 말을 못하겠어. 손도 떨리고…….”

간디는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는 순간 안면몰수한 채 냅다 줄행랑을 쳤다. 어쩔 수 없이 동료 변호사가 나서서 반대 심문을 진행해야 했다.

간디는 스스로 변호사 재목이 못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형의 도움으로 당시 영국령이었던 남아프리카로 떠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백수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다른 도시에 가기 위해 기차 일등칸에 타고 있었다. 그런데 백인 경관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화물칸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것이었다.

“경관님, 전 일등칸 돈을 내고 탔어요. 그런데 왜 화물칸으로 가야 합니까?”

“일등칸은 백인만 타게 되어 있소.”

“그런 부당한 법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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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따지고 들자 경관은 그를 기차에서 끌어 내렸다.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러면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민 온 인도인들이 겪는 온갖 수모가 떠올랐다.

‘이게 바로 내 소명이구나. 힘없는 인도인들을 위해 싸우는 것.’

그로부터 그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먼저 한 인도인이 부탁했던 민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산더미 같은 자료들을 철저히 파헤쳐 사건을 법정 밖에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인도인들이 모두 그에게 몰려들었다.

간디는 인도 교민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구세주로 떠올랐다. 그의 명성이 인도 본국에까지 알려지면서 민족운동의 지도자로 급속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단지 목적의식을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숨어 있던 능력이 꽃을 피웠다. 이처럼 배역을 찾으면 일도 빛나고 자신도 빛난다. 석가모니도 배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위대한 인생 계획을 방해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떤 일을 끝내지 않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참된 배역은 깊은 고통과 고민과 고독 속에서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고 마음을 텅 비울 때 영감처럼 문득 찾아드는 경우가 많다. 작고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30세에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던 순간을 이렇게 술회했다.

“해고를 당하면서 저는 성공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인생 최고의 창의력이 솟아났습니다.”

그는 해고 직후 5년 동안 넥스트를 창립하고 픽사를 만들고 아내를 만났다. 그래서 해고가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문학가이자 사상가였던 헨리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손수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쓸모없는 모든 생각을 몽땅 털어버리고 오로지 인생의 진정한 목적에만 마음을 두기 위해서였다.

만일 당신이 지금 지독한 고독에 잠겨 신음하고 있다면 그것은 인생의 참된 배역을 찾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것이 텅 빈 완벽한 고요 속에서 영혼의 눈을 뜬다. 영혼이 눈뜨면 참된 배역은 저절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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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잔인한 배역도 있다.

천재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스물한 살 때 루게릭 병을 선고받았다. 의사로부터 “잘해야 1,2년 살겠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얼마 후 그는 말하는 능력을 잃었다. 설성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해 팔다리가 부러지고 머리를 다쳤다. 그는 죽음을 보았다. 죽음을 보니 모든 집착이 떨어져 나갔다.

“그래, 모든 걸 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자.”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며 오로지 연구에만 몰입했다. 그 결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과학자로 거듭났다. 20대 초반에 죽을 것이라던 의사의 예측을 훨씬 뛰어 넘어 이제 그는 일흔 살도 넘겼다.

스티브 잡스 역시 병원에서 췌장암 판정을 받고 3개월밖에 못 살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그는 자신이 죽은 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제가 남겨 놓은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제 영혼에도 만족스러운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의 인생관은 확연히 달라졌다. 독단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이 남을 배려하는 부드러운 성격으로 바뀌었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무엇보다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생겼다.

“이 지구상에 주어진 짧은 시간을 살면서 남의 생각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당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따르십시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는 매일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고 한다.;

고통의 깊이는 영혼의 깊이로 이어진다. 우리가 육신이라는 완벽하지 못한 겉모습으로, 지구라는 완벽하지 못한 연극무대에 서는 것도 고통을 통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깨달음이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가 맡은 인생 연기도 점점 완벽해진다.

■ 겉모습은 배역을 위한 가면일 뿐

언제나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강의실에 들어오는 여학생이 있었다. 유행일까?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발표할 때도 여학생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고 대화할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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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양은 친구들이 자신의 외모가 ‘예의 없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늘 그렇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들의 잣대로 자신을 재단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남들의 잣대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고 따라 하려든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남처럼 될 수 없다. 나는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사코 남을 흉내내려 드니 인생이 고통이다. 세상이 나를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톨스토이의 말에 답이 들어 있다.

“외적인 것들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사람은 어린 아이와 같다.”

내면의 공허함은 아무리 외적인 것들을 뜯어고쳐도 채워지지 않는다.

나의 겉모습은 내가 맡은 배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임시로 만들어진 가면일 뿐이다. 얼굴도, 몸도, 사회적 지위도 명예도 배역이 끝나면 모두 사라진다. 겉모습에 취한 사람들은 자신의 속 모습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못난 외모는 자신의 속 모습을 들여다보라는 우주의 신호다.

“나는 왜 이런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내려왔을까?”

일단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렇게 자문하면 어느 순간 반드시 대답이 나온다. 그리고 이를 깨닫는 순간 못난 외모는 축복이 된다.

이스라엘의 첫 여성 총리 골다 메이어의 자서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못난 외모가 진정한 축복이었다. 나는 못난 외모 덕분에 내적인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예쁜 외모가 오히려 극복해야 할 장애이다.”

외모로 남을 평가하는 사람은 머지않아 반드시 심각한 고통에 빠진다. 점점 쭈글쭈글해지는 피부, 둔해지는 팔다리, 어두워지는 눈과 귀……. 자신이 비웃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겉모습에 집착한다면 그건 내면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혼의 눈으로 바라보면 영혼을 지닌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

■ 세계 최고 부자들이 얻은 교훈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은 돈에 눈먼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미국에 건너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면서 세계적인 거부가 되었다. 어느 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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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그는 신문을 펼쳐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내가 벌써 죽었단 말인가?”

그는 도무지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아 팔딱팔딱 뛰어보기도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자신은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래서 신문의 헤드라인을 다시 보았다.

‘알프레드 노벨 사망하다!’

헤드라인 밑에 있는 부제목을 더욱 섬뜩했다.

‘죽음의 사업가이자 파괴의 발명가인 다이너마이트의 제왕이 어젯밤 사고로 죽다!’

분명 자신에 관한 기사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즉시 신문사에 항의했다. 정정기사를 싣고 사과까지 받았지만 노벨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누구 하나 슬퍼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어떤 사람이 신문을 보면서 이렇게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죽음을 만들던 사람이 드디어 죽었군!”

노벨은 자신이 떠난 뒤 사람들이 자신을 ‘죽음의 사업가이자 파괴의 발명가’로 평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생 큰 재산을 쌓아 놓은들 무슨 소용인가? 죽어서 그런 오명을 남긴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죽고 난 이후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죽고 나니 엄청나게 쌓아놓은 재산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든 게 정말 꿈이로구나.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세기의 부자 록펠러도 물질적 욕망의 화신이었다. 그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갑부였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이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느꼈다. 경쟁사들을 무자비하게 합병하고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의 91%를 장악하는 등……. 그런데 그런 그가 47세 때부터 지독한 탈모증과 심각한 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록펠러의 인생은 그때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끊임없이 모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베풀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우선 교회를 지었다. 그때 뉴욕에 지어진 교회가 바로 유명한 리버사이드 교회다. 얼마 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재단을 만들어 몽땅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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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들을 위해 지갑을 열고 가슴을 열면서 록펠러는 이상하게 식욕이 돋고 잠도 잘 자게 되었다. 얼굴에서 수염이 다시 자라났고 눈썹도 나기 시작했다. 의사들로부터 55세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그는 100세 생일을 불과 26개월 남겨 놓고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세상을 떠났다. 돈도 인생이라는 연극을 위한 소품이다. 돈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휴지 조각이다. 돈은 사랑이 담겨 있을 때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4. 인생은 돌고 돈다.

미국의 전국여론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 주로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전체 인구의 29%가 ‘전생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환생을 믿을까? 과학적 증거로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의학 전문지 ‘미국의학협회 저널’은 “환생 이외의 어떤 다른 이유로도 이해할 수 없는. 무시할 수 dqjt는 방대한 데이터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는 늘 오류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진리를 벗어난 신앙은 영혼을 헛된 길로 이끈다. 진리를 보는 신앙만이 영혼을 구제한다. 천국에는 종교도 없고, 종파도 없고, 오로지 진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리를 추구한다면 묻고 또 물어야한다.

“나는 어떤 진리 앞에 겸허한가?”

수백 년, 수억 년 후 어떤 진실이 드러날지 누가 아는가? 제도화된 생각의 틀에 갇혀 있으면 다른 목소리에 귀를 닫고 배척하게 된다. 전생도 마찬가지다. 양자물리학자들이 흔히 인용하는 불가능에 관한 클라크의 법칙을 보자.

불가능에 대한 클라크의 법칙

나이든 저명한 과학자가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그는 거의 틀림없이 옳다. 하지만 그가 무엇이 불가능하다면 그는 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진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볼 때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몸에서는 에너지장(오라)이 퍼져 나온다. 이 에너지장에는 전생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영적으로 눈이 밝은 사람은 에너지장에 담긴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생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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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자물리학 실험은 절대영도에서도, 완전한 진공상태에서도 영혼이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다. 영혼은 영생한다는…….

에너지장은 표면적 감정이 아니라 영혼의 감정에 의해 틀이 형성된다. 영혼의 감정은 육신의 감정과는 달리 영구히 저장된다.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다. 영혼의 감정이 받은 상처는 너무나 깊어서 어떤 사람들은 치료 받기를 거부한다. 상처를 떠올리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 상처는 에너지장에 저장되어 있고 여러 생을 되풀이하면서 계속되기도 한다.

환생에 관한 또 다른 의문도 있다.

“인간들이 똑같은 수의 영혼을 가지고 환생을 거듭한다면 인구는 왜 자꾸 늘어나는가?”

그렇지 않은가? 만일 100명의 인간이 죽어 그 영혼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면 환생하는 인간도 100명을 넘으면 안 된다. 환생에 필요한 영혼과 죽는 인간수가 서로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영혼의 수는 고정되어 있는데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면 늘어나는 인구의 영혼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양자물리학자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만 인간들이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무수한 평행우주에는 지구와 똑같은 지구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인간과 똑같은 인간들도 무수히 존재한다. 또 하나의 영혼은 무수한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하나의 미립자가 우주 전체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5 돌고 돌며 영혼을 갈고 닦는다.

뉴턴 박사도 원래 윤회를 미신이라고 여겼던 의학자였다. 그 역시 최면치료를 하다가 우연히 인간이 윤회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뉴턴 박사는 지난 수십 년간 치료 불가능한 정신질환을 앓는 수많은 환자를 전생치료법으로 완치시켰다. 그들에게서 들은 영계에 관한 숱한 증언들을 연구 분석해 책도 썼다. 그들의 증언들은 놀랍도록 일관성이 있었다. 즉, 영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모든 것은 영혼을 갈고 닦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노벨상을 받은 뇌과학자 존 에클레스 경은 이렇게 말했다.

“육신에서 해방된 영혼은 또 다른 미래에서 더 깊은 의미와 더 행복한 경험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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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한 신체는 나 스스로 선택한 것

뉴턴 박사는 불완전한 현생의 신체가 반드시 업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리 영혼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태어납니다. 불완전한 신체는 보다 빠른 깨달음을 위해 일부러 선택한 도구이기도 하죠.”

한 설문조사로는 전체 인구의 90%는 자신의 신체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완벽한 신체는 고정관념이 낳은 허상이다. 완벽한 신체는 누가 정한 누구의 기준인가? 원치 않는 신체도 내 영혼이 영적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 모든 고통에는 숨겨진 교훈이 있다.

군 복무 중 수류탄 사고로 오른 팔을 잃은 조서환.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시험을 치르기만 하면 그는 낙방이었다. 그는 다음 면접시험에서 비장한 마음으로 선언했다.

“저는 한쪽 팔을 국가에 바쳤습니다. 그런데 왜 모든 직장에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합니까? 제게 일을 시켜보셨습니까? 이 회사에는 팔로만 하는 일밖에 없나요? 머리로 하는 일은 없는 겁니까? 저는 이번에 떨어져도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장애우가 오면 정중하게 대해 주십시오.”

주변이 숙연해졌다. 그때 한 중년 여성이 조용히 합격을 선언했다.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이었다.

‘하나로 샴푸’ ‘2080치약’의 히트로 그는 35세에 중역, 2001년에는 KTF에서 부사장, 현재는 독립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그는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나에게 하느님이 더 큰 일을 주시려나 보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더 힘이 나고 편해져요.”

진주조개는 상처를 입으면 진액을 분비해 상처를 감싼다. 그 상처가 치유되면서 아름답고 영롱한 진주가 탄생한다. 사람도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면서 ‘더 나은 나’기 된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은 내세에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마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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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모든 환경은 영혼 수업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도 스스로 포기한다면 다시 스스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에필로그 - 나의 뒷모습을 보며 살아라.

우리는 이따금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뒷모습도 바라보아야 한다. 내 것에 집착해 헛발을 내딛지는 않는지. 내 것에 집착해 남에게 상처를 가하지는 않는지 바라보아야 한다. 육신이라는 겉모습에 갇힌 ‘나’는 어린이와 같다. 그래서 인생을 홀로 걸어가기가 벅찰 때가 있다. 깊은 어둠에 빠져 신음할 때도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의 뒷모습을 살펴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야 한다.

“너는 지금 인생 연기 중이라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니?”

우리는 너무나 자주 이 사실을 깜빡한다. 고통도 인생 연기를 위한 소품이다. 고통을 겪는 육신 자체도 소품이다. 인생의 무대에 올라서는 등장인물들도 역시 모두 나를 위해 연기하는 소품들이다. 이 사실을 상기하는 순간 눈앞에 닥친 고통의 목적을 이해하고 감사히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고통은 우리가 육신이라는 겉모습으로 지구에 내려오기 전 우리 영혼이 스스로 설계해놓은 것이다. 내가 ‘나쁜 일’이라고 꼬리표를 다는 모든 일이 사실은 배움의 기회다. 나와 마주치는 ‘나쁜 사람들’도 죄다 스승이다. 이 세상에는 나쁜 일, 나쁜 사람이라는 꼬리표 붙일 일도, 사람도 없다. 눈을 감고 영겁을 사는 영혼의 큰 눈으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나는 어떤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고 있는가?

앞으로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

20년 후, 30년 후의 모습은 어떤가?

세월이 훌쩍 흘러 어느 덧 나의 장례식장이다. 가족들의 표정은 어떤가? 아이들의 표정은? 그들은 나의 죽음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나는 그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나는 그들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진 않았는가? 사소한 일로 화를 내지는 않았는가?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사랑했는가?

장례식이 끝나고 10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내가 살던 집은 그대로 있는가? 지금은 누가 살고 있는가? 집안 구석구석에 남겨 놓은 나의 흔적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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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인가? 나는 많은 사랑의 흔적을 남겨 놓았는가?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들은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가? 만일 내가 다시 되살아난다면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100년이 더 지났다. 내 육신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는가? 내가 품었던 분노, 증오, 좌절, 슬픔 등 온갖 감정들은 어찌 됐는가? 내가 그토록 아끼던 물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모든 집착은 바람처럼 사라진다. 마음이 텅 빈다. 평화가 밀려온다. 참된 기쁨이다. 참된 기쁨은 바깥에서 오지 않는다. 쌓아 놓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권력이 아무리 강해도, 친구들이 아무리 많아도, 여행을 아무리 많이 다녀도, 참된 기쁨이 되지는 못한다. 지나가는 기쁨일 뿐이다.

참된 기쁨은 사랑 가득한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래서 삶의 무게에 짓눌릴 때는 영혼에 기대야 한다. 꿈이 이뤄지지 않는가? 인생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가? 마음이 늘 불안한가? 그럴 땐 이 질문을 던져보라.

“나는 나를 텅 비웠는가?”

이 질문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될 대로 되라는 생각…….

마음속에 든 모든 걸 몽땅 비워라. 의지도 비워라. 텅 빈 마음은 나의 영혼이다. 영혼은 모든 것을 열고, 모든 답을 갖고 있고,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다. 그 신비한 눈길을 느끼는 순간 세상살이로 얼룩진 나의 모든 고통과 상처는 저절로 씻겨 나간다. 내가 찾는 답도 저절로 드러난다. 내가 맡은 배역을 감사히 받아들여 최고의 능력을 꽃피우게 해준다. 그래서 이따금 위안이 필요할 때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봐야 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

2012. 7. 28. 중복 더위가 한창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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