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한 마디(2)
세상을 바꾸는 한 마디(2)
- 더 나은 나를 위한 말의 힘 -
■ 정광재 지음
◎ 4장 태도가 전부다
■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
골프장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저 스스로 가장 많이 하고, 새기는 말은 ‘춘풍추상(春風秋霜)’입니다.
중국 명나라 말 홍응명이 지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인데, ‘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줄인 말입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끔 못 말리는 승부 욕에 그러지 못할 때도 있었겠지만 가능한 이런 원칙을 지키고자 합니다. 평소 회사 동료와 선후배와의 관계를 비롯해 취재원과의 관계에서도 ‘춘풍추상’의 자세로 살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못한 것보다는 잘한 것을 보려 했고 비난보다는 칭찬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춘풍추상의 반대말을 꼽으라면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에 만연해 있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춘풍추상대신,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내로남불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 습관과 태도가 인생을 바꾼다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부류의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 들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이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일하는 게 즐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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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얘기를 나눌수록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과는 함께 일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고 다시는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생기게 됩니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이유를 조용히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태도에 있다는 걸 깨닫고, ‘혹시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돌아보며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부정적인 말을 시작으로 자기 생각을 얘기하려는 사람들과는 설령 그 말이 매우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길게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됩니다. 반면 긍정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대화의 정도가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그게 아니고요~”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연히 두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는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바로 그 자신”이라는 말로 좋은 습관이 좋은 말을 만들고,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만이 좋은 인격자가 될 수 있음을 웅변했습니다. “인간의 천성은 거의 비슷하지만 습관과 태도가 큰 차이를 만든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습관과 태도는 나의 노력으로 얼마든 바꿀 수 있습니다.
영화 <철의 여인>에서 주인공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이런 말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습관을 만든다.
습관은 인격과 태도를 만들고, 인격과 태도는 운명을 만든다.”
■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주저하지 마라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공개장소에서 한 말로 유명한데,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애플을 창업하는 과정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도 훨씬 관대하고 친정해서, 도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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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하면 그 자리에서 거절하는 사람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기꺼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준 사람이 많았고,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때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거절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지레 겁을 먹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 부족이지, 거절하는 사람들의 냉정함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도움을 요청할 때는 ‘구체적’으로 해야겠습니다.
막연히 “정 부장이 좀 도와줘” 보다는 “정 부장, 이런 문제가 있는데 누구를 만나면 해결이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렇게 좀 해줄 수 있을까?”라고 요청받았을 때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미국 미시건대 경영대학원 웨인 베이커 교수가 쓴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한 번 읽어 보는 것도 MZ 세대들이 익숙하지 않은 ‘도움의 기술’을 익히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어른을 보면 인사부터 해라
어릴 적 고향 동네에는 같은 성씨를 쓰는 일가들이 많아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어린 저에게 “어른들을 보면 인사부터 해라”, “잘 모르겠거든 인사부터 하고 어느 집 아들이라고 말씀드려라.”라는 당부를 자주 하셨습니다.
어떤 심오한 가르침을 이해했던 건 아니지만, 아버지 말씀이라 어려서부터 인사는 주 잘하고 다녔습니다.
“인사 잘하고 다니는 사람이 되자”라는 무의식이 의식화돼, 진짜로 인사 잘하는 사람이 된 건 몇 번의 깨달음이 있어서였습니다.
첫 번째는 개그맨 박수홍 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군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 우연히 TV를 보다가 박수홍 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그는 “다른 개그맨들처럼 웃기지도. 다른 탤런트처럼 잘 생기지도 않은 제가 오랫동안 출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인사의 힘이었다”라며 “방송국 경비아저씨부터 신입 피디, 예능 국장까지 방송국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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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람 모두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고 다녔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박 수홍 씨의 행동을 좋게 본 피디들이, 비록 덜 웃기고 스타성이 떨어져도 박 수홍 씨에게 다양한 프로그램 출연 기회를 줬다는 겁니다. 그때 저는 아버지께서 하셨던 ‘인사 잘하는 사람이 돼라’라는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예금보험공사 시험에 통과해 회사 출근을 앞둔 때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금융 공기업 예보는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꽤 가고 싶은 인기 직장이었고 실제로 저와 함께 공채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도 모두 이른바 명문대 출신의 똑똑한 인재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열 명쯤 되는 동기들 사이에서, 제가 가장 일을 잘할 수 있을지 또는 탁월한 업무 성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려웠지만 한 가지는 자신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동기 누구보다 가장 인사 잘하는 사람은 될 수 있다’라는 것이었죠. 출근 첫날부터 예보 사옥 1층의 경비 아저씨부터 서무직원, 옆 부서 선임들에게도 꾸벅 인사부터 했습니다. 인사만 잘해도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예금보험공사를 다니다 뜻한 바 있어 매일경제신문사로 전직을 하게 됐습니다. 저의 전직 소식에 옆 부서 팀장님이 업무시간 전에 차를 한잔하자며 부르시더군요.
“정광재 씨, 내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잘 지켜봤는데 예보에 그냥 남아서 일하는 건 어때요? 기자도 좋지만, 아직 사회생활을 잘 몰라서 하는 결정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예보가 좋은 직장이거든요. 인사도 잘하고, 다른 사람들도 정광재 씨 이직한다니까 아쉬워하던데.”
신입직원으로 한 달 동안 했던 일도 없었을 텐데, 제대로 한 건 인사밖에는 없었는데 예보 선배들이 이렇게 좋은 평가해 준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인사부터 잘해라”라던 아버님의 가르침과 체화된 인사성이 저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탈무드에는 “먼저 인사한 사람이 축복도 먼저 받는다”라는 경구가 있습니다. 다 함께 축복의 문을 먼저 열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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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은 성장의 원동력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내면 깊은 곳의 콤플렉스나 결핍이 있습니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우주가 존재하고, 그 심오한 내면까지 다른 사람이 모두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뿐입니다.
0 슈퍼맨에게는 초능력을 가로막는 ‘크립토나이트’라는 치명적인 약이 있다.
0 배트맨은 어린 시절 물에 빠져 떨고 있을 때 박쥐들이 몰려들어 겁에 질렸 던 트라우마와 갑작스런 부모의 사망으로 찾아온 심리적 불안에 시달림
0 나폴레옹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서도 남들보다 키가 작은 콤플레스와 코르 시카섬 출신으로 사투리가 심해 본토 출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함
콤플렉스 얘기를 한 건, 콤플렉스와 심리적 결핍이 때로는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이른바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제게는 콤플렉스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가진 이 결핍은 더 겸손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심리적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언젠가 관악산 등산길에, 바위 한가운데를 뚫고 나온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봤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생존을 위해 나무 높이보다 몇 배는 더 길게 자란 뿌리를 보며 결핍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결핍은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자신이 부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질 때 가능한 일입니다. 결핍만을 탓하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 보이지 않는 꼬리표를 관리하라
기자 생활의 최대 장점은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기자라는 업의 본질은 ‘질문’에 있다고 하지만,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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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뒷말’ 없는 부서 회식을 상상할 수 없고, 가벼운 ‘뒷담화’는 직장인들의 중요한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뒷말이나 뒷담화가 나올 때, 뒷담화의 주인공에 대한 평가가 놀랍게도 비슷하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해당 인물에 대해 어떤 추문이 제기되면 옆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내가 그ㅅ사람 언젠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는 식이죠.
반대로 드물지만 “어, 그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이상하네” 또는 “그건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던 사람일 겁니다.
아내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인어른을 모시고 식사하다 장인어른의 공무원 생활과 사업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제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잘해서 그런지, 군청을 나와 미곡 도매상을 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렵지 않게 첫 거래를 뚫었고, 같이 일했던 공무원들이 거래처도 많이 소개해 줬지, 그러면서 ‘당신이 공무원 생활을 깨끗하게 잘하고, 다른 사람들을 다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 도와주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라고 하더군. 그래서 ‘아,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구나’ 생각했지.
정 서방도 사람 많이 만나는 일을 하니, 그 꼬리표를 잘 관리하라고. 그 꼬리표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 보이는데 자기만 못 볼 때가 많아.”
‘인간 정광재’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요? 20년 넘게 언론계에 있으면서 활동해 온 ‘기자 정광재’에는 어떤 꼬리표가 붙어 있을까요?
나름 꼬리표를 관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저에게만 보이지 않는 꼬리표일지 몰라서 오늘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중국 칭화대 연수 시절입니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년간 가족들과 중국 베이징에 살면서 칭화대가 운영하는 EDP(Executive Devellopment Program)과정을 수강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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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과정을 설명하던 중국인 노교수는, EDP 과정 중 유일한 한국 학생이었던 저에게 “학교 입구에 적힌 ‘자강불식’과 ‘후덕재물’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짧은 중국어 실력을 동원해 떠듬떠듬 그 의미를 설명하려 했던 제 노력이 가상했는지, 동료 중국 학생들이 크게 박수로 환호해 준 것만 또렷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강불식 후덕재물’은 <주역>에 나오는 말입니다. 원문을 살펴보면 ‘천행건 군자이 자강불식(天行健 君子以 自强不息)’이란 구절과 ‘지세곤 군자이 후덕재물(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이 구절을 8글자로 줄인 게 자강불식 후덕재물입니다.
첫 번째 구절은 ‘하늘의 운행은 건장하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강건하여 쉼이 없어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구절은 ‘넓은 땅에 저렇게 두텁게 흙이 쌓여 있듯이 군자는 자신의 덕을 깊고 넓게 쌓아 만물을 자애롭게 이끌어 나가라’는 뜻입니다.
중국 연수 1년을 더 보람 있고,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칭화대 정문에 적힌 그 8글자의 힘이었습니다.
■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가끔은 손해도 보고 살아
우리는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맺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인데, 상대를 ‘내가 이겨야 하는 경쟁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선 결코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세상은 경쟁보다는 조화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곳입니다.
부부간이든 상사와 부하직원이든, 친구 사이에서든 이기려고만 하고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선 소모적인 갈등을 마무리할 수 없습니다.
마음 그릇이 조금 더 큰 사람이 너그럽게 상대를 포용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진짜 현명한 사람입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기려는 마음 대신 함께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가까운 사람은 물론 사회적인 관계도 더 풍요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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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꼭 틀린 건 아니다”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시사 프로그램 앵커로 여러 패널과 정치 현안을 주제로 토론할 때면, 서로 다른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싸움이라도 할 듯 극단적인 갈등을 표출할 때가 많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얼굴을 붉히고 자리를 뜨는 경우도 종종 봐왔습니다. 생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악마화해서는 정치가 추구하는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한데도 말이죠. 다름을 인정하고 타협과 절충을 위해 대화하는 자세가 성숙한 민주시민의 태도입니다.
■ 내 탓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살다 보면 우리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여러 핑계를 찾게 됩니다.
‘당신 때문이야’, ‘시간이 없기 때문이야’, ‘자금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야’ 등이 대표적인 핑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원인에 대해 여러 이유를 핑계로 대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이겠죠. 반대로 ‘당신 덕분이야’, ‘김 과장 덕분이야’, ‘시간이 많았던 덕분이야’ 같은 말은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성과가 좋았을 때는 자신이 노력한 결과물이고, 결과가 나빴을 때는 다른 핑계를 찾아 그 대상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곤 합니다. 실패의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싶은 게 인간의 간교한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서 핑계만 찾다 보면 현상에 대한 명확한 진단도, 다음에는 어떻게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교훈도 찾기 어렵습니다.
‘남 탓은 상대를 원망하게 하고, 내 탓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말이 주는 울림도,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 해결책도 나에게 달려 있다는 교훈에 있습니다.
“때문이야”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지 “덕분이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지 조용히 자문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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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보다는 최선을!
1992년 의정부 고등학교 2학년 급훈이 ‘최고보다 최선을’이었습니다.
언제부터, 누가 의정부고 2학년 1반의 급훈을 그렇게 정해놓고, 붓글씨로 정성 들여 써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급훈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인터넷에는 여러 재밌는 급훈들이 많이 소개돼 있습니다.
‘십분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라는 남자 고등학교의 급훈은 물론, ‘3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라는 여자 고등학교의 급훈에는 깊은 해학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흘린 침은 내일 흘린 눈물’, ‘나도 쓸모가 있을 걸’, ‘배워서 남주자’와 같은 급훈에도 은유적인 교훈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다른 상상력과 유머, 또 그 안에 녹아있는 메시지를 생각해 보면 나름의 창의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최고가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최고라는 말 자체에는 객관적인 비교와 서열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면 다른 사람은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반면 최선에는 객관적인 비교가 아니라 주관적인 노력의 정도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는 한 사람의 몫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최고’를 향해 사람들이 보내는 존경의 박수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격려의 박수가 더 따뜻한 것도,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많은 사람이 가치를 두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올림픽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던 게 기성세대의 레퍼토리였다면, 이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은메달도 소중하다”는 인터뷰로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자기만족과 행복을 결과에 우선하는 세대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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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으로, 또 후배 세대들이 앞 서 인생을 살아온 선배로 기회가 될 때마다 들려주고 싶은 말도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입니다.
오래 산 인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고로 사는 것보다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삶이 더 의미있고 재밌는 삶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고의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은 인생이 다할 때까지 가능한 일입니다.
■ 노(No)라고도 말 할 수 있어야지
‘노(No)’라고 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해 손해를 보거나 곤란한 일을 겪을 때도 많았습니다.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얽히고설킨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곤란한 일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노(No)’라고 말하기 어려운 교육환경에 노출된 데다,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체면 문화’ 때문에, 여성들은 자칫 ‘사회 부적응’이라는 편견을 두려워해 거절하지 못하고 곤란한 상황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볼 때 ‘잠시만 돈을 융통해 달라’는 친구의 도움 요청에 돈을 빌려줬다, 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물론, 무리한 청탁을 하는 주위 사람들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우선 거절에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도움을 받은 즉시 거절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오랜 기간 답을 주지 않는 건 삼가야 합니다. “생각해 보겠다”라는 말로 당장 시간을 벌었다면 적어도 이틀 안에는 답을 줘야 합니다. 답이 늦어지면 상대방은 승낙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게 됩니다. 기대가 크면 원망도 커집니다.
두 번째 원칙은 가능한 정직한 말로 거절의 이유를 얘기해야 합니다. 직접적인 거절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장황한 말 때신 간결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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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능한 예의 있게 거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투적인 말일지 몰라도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과 같은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파부침주(破釜沈舟)
우리나라의 스포츠 성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정신력’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이 아무리 열세에 있더라도, 우리 대표팀은 특유의 근성과 끈기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국가대표팀의 마음가짐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을 꼽으라면, 바로 “만약 일본에 진다면 돌아오는 바다에 빠져 죽겠다”던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진출권을 두고 일본과 격돌했던 우리 대표팀은, “한국에서 일본에 지는 걸 볼 수 없다”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방침에 예선 두 경기를 모두 일본 원정경기로 치러야 했습니다.
이때 대표팀은 “일본에 지면 바다에 빠져 죽겠다”라는 결의를 다졌고, 1차전에서 5:1 승리,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우리나라의 첫 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습니다.
‘죽어도 지지 않겠다’라는 집념이 만든 승리입니다.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 후, 전쟁에 임한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뜻하는 말입니다.
중국 초나라의 항우가 진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후, 출병에 즈음해 타고 온 배를 가라앉히고 사용하던 솥을 깨뜨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제 예전과 같은 ‘헝그리 정신’, ‘근성’, ‘정신력’ 같은 얘기를 하면 ‘꼰대’소리를 듣는 시대가 됐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라는 정신력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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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는 시대가 바뀐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력이 20%, 정신력이 80%”라고 한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의 말이 조금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신력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집니다.
스포츠에서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파부침주’와 같은 절실함을 가질 수 있다면, 물론 그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쉽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 없어
건강관리를 위해 종종 10Km 달리기를 합니다. 중간에 페이스를 조절하기 위해 구간별로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 번이라도 걷게 되면 10Km를 한 시간 안에 뛰는 건 쉽지 않습니다.
10Km 달리기는 마라톤만큼 극한의 체력 고갈을 경험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뛰다 보면 걷고 싶을 때가 생깁니다. 그렇게 걷고 싶을 때면 저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응원합니다. 나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가는 1993년 가수 황규영 1집에 실려있는 <나는 문제 없어>입니다.
“이 세상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짧은 하루에 몇 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다
때론 어려운 시련에 나의 갈 곳을 잃어가고.
내가 꿈꾸던 사랑도 언제나 같은 자리야.
시계추처럼 흔들린 나의 어릴 적 소망들도.
그렇게 돌아보지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 없어.”
<나는 문제없어>는1993년 첫 음반이 나왔을 때도 100만 장 이상 팔렸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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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또 한 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좋은 가사 덕에 경향신문이 시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선정한 ‘아름다운 가사’로 뽑히기도 했죠.
힘들고 외로운 길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려 할 때 항상 꽃길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는 문제없어’를 주문처럼 외우며 넘어지지 않겠습니다.
■ 파워 오브 원 (The power of one)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고등학교 시절 봤던 영화 <파워 오브 원>이 그렇습니다. 1992년 개봉했던 영화인데, 사실 대중적으로 흥행에 아주 성공한 작품은 아닙니다.
영화는 무려 123분이나 되는 대작입니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있었던 흑백인종 차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흑인들과 함께 성장하며 복싱을 배우던 백인 소년이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실천해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피케이(PK)와 함께 교회를 빌려 흑인 교육에 힘썼던 여자친구 마리아가, 주인공을 쫓는 백인들의 폭력에 비극적으로 사망하게 되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먼 길을 떠나는 주인공 피케이와 흑인 친구인 듀마가 석양 속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문구의 엔딩 크레딧이 나옵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은 여러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여러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을 더 앉아 있다가 자리를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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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나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겠지만 내가 여러 명을 변화시킬 수 있고, 그 여러 명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나이가 드는 게 곧 늙는 걸까요? 늙는다는 건 꼭 나쁜 걸까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앞에, 아직 청춘을 자부(?)하고는 있지만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됐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은은한 인품이 더 짙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나잇값도 못 한다’라는 혹평을 듣게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평균 연령이 2023년 8월 기준 44.5세를 기록했습니다. 중위 연령은 2022년을 기준으로 45.1세입니다. 평균 연령은 단순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이 합을 사람 수로 나눠 조사한 평균값입니다. 중위 연령 45.1세는 나이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는 사람의 나이를 말합니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가까이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1920년 평안북도 운산군 출신인 김 교수님은 대한민국 최고령 ‘수필가’이자 ‘철학자’로, 100세가 넘은 지금까지 왕성한 집필과 강의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요절한 윤동주 시인과 같은 반에서 공부한 적도 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음 글은 그분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에서 75세까지였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미 다 늙은 할아버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군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아요.
육체적 성장이야 20대면 다 끝난다고 해도, 정신 성장은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까지라도 가능해요. 성장하는 한 행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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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75세까지는 성장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정년으로 퇴임한 후엔 더 열심히 일했고, 76세쯤에 제일 좋은 책들을 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수강생의 공감을 샀던 건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성장하는 한 행복이 있다”라고 한 말씀도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맥아더 장군이 말년에 했다는 “세상일에 흥미를 읽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도 마음에는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라는 말도 마음에 새기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세간의 조언도 삶의 태도를 바꾸는 중요한 한 마디로 남았습니다.
■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의견을 여쭙고 상의하는 멘토 같은 두 형님이 있습니다. 선대 창업 회장님과 맺은 인연이 계기가 돼 두 형제분을 만났는데, 가족끼리도 자주 교류할 정도로 20년 가까이 친형제 같은 우의를 다져왔습니다.
그분을 찾았을 때 회사 규모와 달리 아주 소박하게 꾸며진 집무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대 회장님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소파와 사무용품, 벽에 걸린 선대 회장님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무엇보다 투명한 응접 테이블 유리 덮개 아래,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자필로 쓴 메모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혼란스럽던 일본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에도 막부시대를 개막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유훈으로 남긴 글인데, 그의 유골이 안치된 닛코의 도쇼궁에 가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일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엇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 가질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때를 떠올려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요, 분노는 적이라고 생각해라. 이기는 것만 알고 정녕 지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 오로지 자신만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마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자기 분수를 알아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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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시대를 살았던 세 명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른바 ‘두견새 논쟁’으로 유명합니다.
‘울지 않는 두견새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두고 오다 노부나가는 “죽여버려라”라고 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게 만들어 보겠다”라고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리자”라고 했습니다.
불같이 뜨거운 성품의 노부나가는 난세 평정의 비결을 ‘힘’으로, 히데요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현명한 ‘처세’를 통일의 무기로, 물같이 차분한 성품의 이에야스는 기다림과 인내를 통일의 힘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 라는 말처럼 최후의 승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였습니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땅에 떨어지는 법, 갈수록 모든 게 극단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무엇이든 과(過)함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 가난과 약한 몸, 그리고 무학이라는 행운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평가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을 단순한 ‘돈벌이’로 인식하지 않고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종합예술’로 여겼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했다는 아래와 같은 말은, 책을 읽었을 당시의 저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청년세대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세 가지 행운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행운은 집이 가난했다는 겁니다.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많은 일을 하며 직접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행운은 몸이 허약했다는 사실입니다.
몸이 허약했기 때문에 항상 무리하지 않고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면서 운동하며 건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행운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그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선생’이라 생각하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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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타고난 흙수저에, 허약한 몸을 가졌고, 명문대 문턱에도 가 보지 못했지만 현실을 부정하는 대신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후에 ‘칭기즈칸의 편지’라는 글을 읽었는데, 실제 킹기스칸이 남긴 편지는 아니겠지만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와 묘하게 맞닿아 있어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마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도 20만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가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을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 6장 돈의 주인으로 살아라
■ 늙어서 돈 없으면 친구도 없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만났던, 이름도 성도 알 수 없는 어느 평범한 택시 기사분의 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건 시대의 변화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 일정이 빠듯해 대략 택시 요금 1만 원 정도 거리의 목적지까지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저를 한 번 훑어보시더니 대뜸 “젊은 사람이 버스 타지, 뭐 하러 택시를 타요?”라며 묻는 겁니다.
택시 기사는 손님이 타면 좋아할 일인데 오히려 버스를 타라고 하는 말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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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일에 별 간섭 다 한다’라고 생각했지만 몇 마디 얘기를 더 하다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 택시 기사분의 말은 이렇습니다.
“젊어서는 싼 옷 입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다녀도 하나 이상할 게 없지만 나이 들어선 달라요. 나이 들어 돈이 없으면 친구도 못 만나. 제대로 안 차려입고 다니면 초라해 보이고, 그러니 젊어서 아끼고 많이 저축해 두세요.”
그렇게 말했던 택시 기사분이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는지 부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날 이후 저는 웬만해서는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경제적 자립에 더 큰 목표를 두고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하면서 미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을 물려주는 것은 죄가 된다’라는 말의 울림이 여러분들에게도 전달되길 기원해 봅니다.
■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건 ‘적금’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언론사 생활을 경제신문에서 시작했던 터라 나름의 경제 관념이 확고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젊은 시절에 느끼는 돈의 가치와 나이 들어 느끼게 될 돈의 절실함은 꽤 다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절약하며 살았고, 절약해 모은 돈으로는 경제 지식을 접목해 여러 투자 활동도 해 왔습니다.
돈이 일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인생을 조금 더 여유 있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어도 개인의 ‘행복’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경이코노미가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관련해서 응답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응답이 ‘경제적 안정(36%)’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개인의 신체적 건강(23%)과 가족의 화목(19%)이었습니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료를 봐도, 월 소득 100만~199만 원과 200만~299만 원의 행복지수는 각각 5.62점과 6.31점으로 평균을 밑돈데 반해,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는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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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구간인 1000만 원 이상의 행복지수는 7.12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저축의 사전적 의미는 ‘절약하여 모아둠’을 뜻하지만 경제학에서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행위’로 정의되는 만큼 미래를 대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절약과 저축, 투자와 관련해서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와 재테크 전문가, 또 수많은 경제 전문가와 만나 많은 교훈을 얻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가장 확실한 영감을 준 사람은 따로 있으니,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던 방송인 김생민 씨입니다.
그는 국내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주상복합에 살고 있습니다. 김생민 씨가 했던 <주간조선>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 세상에는 ‘잘 되는’ 사람보다 안 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잘 되는 1%가 아닌 안 되는 99%인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살다 보면 기울어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 협상에서 나를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건 내가 들어 놓은 적금입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합니다.
오직 돈 때문에요.”
■ 부의 지도는 신문 속에 있다
흔히 신문을 정보의 보고라고 합니다.
주식 투자를 통해서만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오른 워렌 버핏은 하루 일과를 새벽 신문 읽기로 시작하고 “부의 지도는 신문 속에 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과 산문 읽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워렌 버핏이 신문읽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도 재밌습니다. 버핏은 13세 때부터 워싱턴포스트와 타임즈, 헤럴드 등 3개의 신문을 배달하며 용돈을 벌었고, 신문 배급소에서 읽은 기사를 통해 기업 정보를 얻어 주식 투자에 나섰습니다.
버핏은 훗날 “신문 배달을 해서 번 5천 달러가 지금의 부를 일군 종잣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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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고, 신문을 읽으면서 얻은 투자 정보가 돈을 불린 원동력이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버핏이 주목한 건 부유한 집일수록 신문 구독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버핏은 지금도 하루에 5개 신문을 정독하고, 스크랩하면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사실 부자들의 ‘신문 사랑’은 워렌 버핏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잭 웰치, 월트 디즈니, 샘 월튼, 제프 베이조스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신문 읽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어릴 때 신문 배달을 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2012년에는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 배달을 했을까>라는 책이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책의 주인공은 신문 배달을 하며 규율을 익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한편 신문 읽기를 습관화해 성공의 길로 갈 수 있었습니다.
■ 돈은 최고의 하인이자 동시에 최악의 주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존엄을 지킬 수 있습니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땐 마음이 불안하고 괜히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까지 스멀스멀 머릿속을 기어다닙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처럼 돈은 기왕이면 많은 게 좋습니다.
돈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명언이 “돈은 최고의 하인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주인”이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은 그저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돈을 갖고 쓰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선한 존재도 될 수 있고, 악한 존재도 될 수 있을 뿐입니다. 무조건 돈 때문에 일하게 된다면 돈은 최악의 주인이 되겠지만 모은 돈을 잘 활용만 한다면 좋은 하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는 삶을 살 수도 또는 돈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돈이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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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센티브는 교육보다 효과적이다
기자 생활 중 다녀온 취재 일정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출장을 꼽으라면 단연 평양 출장입니다.
1990년대는 물론, 지금도 일반인이라면 가기 어려운 북한 평양에 9박 10일 일정으로 머물며 북한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였습니다.
2007년 12월, 통일운동을 하는 민간단체의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평양 중심의 양각도 국제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10일 동안 평양 주요 거점과 묘향산 등을 다녀오면서 북한 사회와 체제를 관찰하고 북한 동포와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개별적인 호텔 외부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호텔 내에는 이렇다 할 오락거리도 없는 데다 TV 프로그램이라고는 모두 김일성 부자 찬양 방송이라 혼자 생각할 시간이 아주 많았습니다.
매일 밤, 불 꺼진 평양 시내를 보며 분단 62년 만에 무엇이 남북한을 이렇게 다른 나라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고민도 깊게 했습니다.
실제, 북한의 GDP는 2022년 기준 36조 3600억 원으로 우리나라 2167조 7000억 원과 비교하면 70분의 1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1인당 국민 총소득(GNI) 격차 역시 30배에 달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이 4248만 원을 기록했던데 반해 북한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은 143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의 줄에 서라
‘80대 20의 원칙’으로 알려진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말인데, 예를 들어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는 상위 고객 20%에서 발생한다거나, 국가 전체의 자산을 100이라고 했을 때 상위 20%가 80%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국민의 자산 소유 불평등 정도를 조사한 경제학자 파레토가 19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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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라고 주장한 데서 유래해 ‘파레토의 법칙’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자산과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고 ‘계층 사다리’가 붕괴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흙수저’, ‘금수저’논란으로 시끄러운 것도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게 원인이 됐던 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가 저물고 이른바 ‘가붕개(가제, 붕어, 개구리)’로 살기를 강요받는 시대가 됐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개천에서 용 났다’라 평가받는 자수성가 부자들을 만나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시기나 질투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나도 부자가 돼야겠다’라는 의지를 다지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부자들을 미워하고 질시하는 건 ‘정신승리’에나 도움이 될 뿐 자신의 삶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했다는 말도 음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장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 옆에서 줄을 서라”고 했고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들이 생각하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산삼밭에 가야 산삼을 캘 수 있고, 부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아야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게 이 회장이 말한 부자가 되는 법‘의 핵심입니다.
부자에 대한 시기나 질투 대신 부자의 관점과 시각으로 세상은 관찰하는 습관을 지녀 보시기 바랍니다. 경제적인 자유에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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