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신고 서문

2006. 4. 30. 18:32한문문장

반응형

삼일신고 머리말[三一誥序文]/ 대야발(발해 고왕의 아우)
 
 
 신이 그윽히 엎디어 듣자오니 온갖 조화된 것은 형상이 있고 천지를 창조하신 참임자는 모습이 없느니라.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만들고 돌리고 진화시키고 기르는 이가 곧 한얼님이요, 형상을 빌어 나고 죽고 즐기고 괴로워하는 것들이 바로 사람과 만물이니라. 처음에 한얼님이 주신 성품은 본디 참과 가달이 없었건마는 사람이 그것을 받은 뒤로부터 순수하고 섞임이 있게 되었으니 비유하건대 백 군데의 냇물에 한 달이 같이 비치고 같은 비에 젖건마는 만 가지 풀이 다 달리 피어남과 같음이니라.

[ 원문 ]

신절복문(臣竊伏聞)하니 군기(群機)는 유상(有象)하고 진재(眞宰)는 무형(無形)이라. 자기무이도균정독(藉其無而陶鈞亭毒)을 왈(曰), 천신(天神)이오 가기유이생몰락고(假其有而生歿樂苦)를 왈(曰), 인물(人物)이니 궐초신석지성(厥初神錫之性)은 원무진망(元無眞妄)이언마는 자시인수지품(自是人受之品)이 내유수박(乃有粹駁)하니 비여백천소함(譬如百川所涵)에 고월(孤月)이 동인(同印)이오, 일우소윤(一雨所潤)에 만훼-수방(万卉-殊芳)이라.

애닲다! 모든 사람들은 차츰 사특하고 어리석음에 얽히어 마침내 어질고 슬기로움에는 어두워지며 마음 속의 완악한 불길이 세상 물욕을 끊이고 서로 다투는 허망한 생각의 먼지가 본성의 마음구멍을 가려 그로 말미암아 흥하는 듯 망하고 일어났다가는 꺼지는 것이 마치 아침 햇빛아래 노는 뭇 하루살이와 같고 밤 촛불에 날아드는 가엾은 나비를 면하지 못하거니 이는 어린 아들이 우물에 빠지는 것에만 비길 바 아니거늘 어찌 인자하신 아버지가 차마 이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랴, 이것이 무릇 큰 덕과 큰 슬기와 큰 힘을 가지시고 한배께서 사람의 몸으로 화하여 세상에 내려오신 까닭이시며 또 교화를 펴고 나라를 세우신 까닭이니라.

차차유중(嗟嗟有衆)은 점분사우(漸紛邪愚)하며 경매인지(竟昧仁智)하야 고화­상전어세로(膏火­相煎於世爐)하고 성진(腥塵)이 교폐어심두(交蔽於心竇)하야 인지이방영방고(因之以方榮方枯)하며 선기선멸(旋起旋滅)하야 번동대희지군부(飜同帶晞之群蜉])하고 미면부촉지잔아(未免赴燭之孱蛾)하니 불시유자지정륜(不啻孺子之井淪)이라. 영인자부지안시(寧忍慈父之岸視)아 자개대덕대혜대력(玆蓋大德大慧大力)으로 천조지소이화신강세(天祖之所以化身降世)시며 소이개교건극야(所以開敎建極也)시니라.

이 <삼일신고>는 진실로 머리 속에 보배로이 간직한 가장 높은 이치요 뭇 사람들을 [밝은 이]가 되게 하는 둘도 없는 참 경전이니 그 깊고 오묘한 뜻과 밝고 빛나는 글이야말로 범인의 육안으로는 엿보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리라.

 약삼일신고자(若三一誥者)는 순신부보장지최상노주(洵神府寶藏之最上腦珠)오 화중성철지무이진경(化衆成哲之無二眞經)이니 정미수현지지(精微邃玄之旨)와 영명병환지편(靈明炳煥之篇)이 유비육안범중지소가규측자야(有非肉眼凡衆之所可窺測者也)라.

우리 임금께서는 본디 한울이 내신 이로 한얼님의 내려 주신 계통을 이어 나라 터전을 정하시고 예복을 입으시고서 한울의 말씀이 적힌 거룩한 책궤를 받들어 비로소 친히 보배로운 예찬을 엮으시니 오색이 은하수에 나부끼고 일곱 별들이 북극성에 둘리는데 이 때 사방 바다엔 물결이 잔잔하고 모든 나라 백성들이 편안해지니 어허! 거룩하시오이다.

유아(惟我)
  성상기하(聖上基下)는 소이천종지자(素以天縱之姿)로 극소(克紹) 신비지통(神畀之統)하사 기전금구(旣奠金구)하시고 내수황상(逎垂黃裳)하시며 원봉천훈지경급(爰捧天訓之瓊笈)하사 재즙(載緝) 신한지보찬(宸翰之寶贊)하시니 오채-등어운황(五彩-騰於雲潢)하고 칠요-려어자극(七曜-麗於紫極)이라. 우시(于時)에 사해-파안(四海-波晏)하고 만방(萬邦)이 민녕(民寧)하니 오호위재(
方仌戱韙哉)샀다.

 신이 외람되이 모자라는 학식으로 감히 거룩하신 분부를 받드오니 재주는 한정이 있고 진리는 무궁하와 마음으론 말하고 싶사오나 입으론 미치지 못하오며 비록 이 글을 짓기는 하였사오나 태산에 티끌을 보태고 큰 못에 이슬을 더함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신외이말학(臣猥以末學)으로 도승(叨承) 성칙(聖勅)하니 재유한이도무궁(才有限而道無窮)하고 심욕언이구불체(心欲言而口不逮)라. 종유소술(縱有所述)이나 무이호진배교악(無異乎塵培喬嶽)이오 노점거침야(露霑巨浸也)로이다.

  천통(天統) 十七년 三월 三일
  반안군왕(盤安郡王) 신 야발(野勃)은 삼가 임금의 분부를 받들어 머리말을 적나이다.

 천통십칠년삼월삼일(天統十七年三月三日)에 반안군왕신야발(盤安郡王臣野勃)은 봉칙근서(奉勅謹序)하노이다.


주(註)

① <>(노) 뇌(腦)의 옛글.

② <陶鈞>(도균) 한얼님이 우주를 창조하실 때 질그릇 만드는 바퀴와 같이 돌린다는 뜻임.

③ <亭毒>(정독) 만유의 형상과 바탕을 주는 조화를 말함.

④ <金甌>(금구) 나라 땅.

⑤ <七曜>(칠요) 일 월 화 수 목 금 토의 별빛.

⑥ <方仌>(오호) 감탄사

⑦ <天統>(천통) 발해고황 연호(渤海高皇年號)

⑧ <盤安郡王>(반안군왕) 관명(官名)을 말함.

⑨ <野勃>(야발) 고황(高皇)의 아우 이름.

반응형

'한문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난정서 번역  (0) 2006.04.30
서전서문(書傳序文)  (0) 2006.04.30
[스크랩] 천부경  (0) 2006.04.30
[스크랩] 참전계경  (0) 2006.04.30
[스크랩] 삼일신고  (0) 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