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20. 14:06ㆍ독서후기
꾸뻬 씨의 행복 여행 (2)
■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
꾸뻬는 또다시 비행기 안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는 완전히 뒤로 누울 수 있는 편안한 의자에다 혼자만을 위한 작은 텔레비전이 있고, 미소 짓는 얼굴로 스튜어디스들이 샴페인을 계속 가져다주는, 비행기에서 가장 비싼 칸을 선택했다. 돈도 그가 전부 다 지불했다. 비록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긴 했지만,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거액이 빠져나간 신용카드 고지서가 날아오리라는 걸 알았지만, 얼마간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삶이란 어느 한 순간에 정지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다.
죽은 쥐 냄새가 나는 비좁은 벽장 안에 갇혀 있던 그날 이후부터 꾸뻬는 매순간 삶이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꼈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그날 밤, 그가 강도들에게서 풀려나 마리 루이즈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장 미셸과 마르셀도 그곳에 왔다. 마리 루이즈는 강도들이 꾸뻬를 풀어주는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부르지 않았다. 경찰을 부르면 모든 것이 복잡해질 것이고, 경찰들 역시 약간의 뇌물을 원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나라는 경찰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도들은 자동차와 함께 꾸뻬를 돌려 보내 주었으며, 지갑에 든 돈도 전혀 손대지 않았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알프레도 씨 비위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마치 없던 일처럼 되어 버려 경찰에게도, 반바지 차림의 군대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알릴 필요가 없었다.
성대한 파티가 한밤중에 시작되었다. 꾸뻬는 운전사와 경호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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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마리 루이즈와 네스토한테 너무 야단을 맞아 수치심을 느끼며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꾸뻬는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해서 운전사와 경호원뿐 아니라 모두가 기뻐하기를 바랐다. 다행히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러했다. 음악이 연주돼, 꾸뻬의 부모처럼 나이 든 남자와 부인들까지도 함께 춤을 추었다.
그곳엔 마실 것들도 많이 있었다. 꾸뻬는 맥주를 마시고 있는 네스토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시금 꾸뻬를 얼싸안았다. 음악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는 꾸뻬의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행복에 관한 설문 조사는 어떻게 돼 가고 있소?”
“그럭저럭요.”
네스토가 웃으며 다시 귀에다 대고 말했다.
“여긴 불행해질 수 있는 이유들로 가득한 곳이에요. 운이 좋은 우리들한테도.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우린 그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지요! 우린 다음날 있을 문제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비행기 안에서 꾸뻬는 다시 수첩을 꺼냈다.
배움 15.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잘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이어서 이렇게 적었다.
배움 16. 행복은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다.
상냥한 스튜어디스가 따라주는 샴페인을 계속해서 마시며 꾸뻬는 자신이 무척 행복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행복에 대한 사색을 하는 데 방해될 정도로 많이 마시진 않았다. 그는 진지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샴페인이나 맛좋은 맥주, 또는 알프레도가 좋아하는 최고급 와인을 마시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걸까?
꾸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일 술을 마시는 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면 술이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뇌 안에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장소가 있고, 그곳을 술을 마셨을 때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꾸뻬는 행복에 관한 전문가인 대학자를 만나면 반드시 이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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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질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질문. 행복은 단지 뇌의 화학적 반응에 불과한 것일까?
깊이 생각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꾸뻬는 스튜어디스에게 작은 신호를 보냈고, 그녀는 미소 지으며 얼른 샴페인 한 잔을 더 따라주었다. 이 모든 생각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옆좌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타고 있는 칸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거의 승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한 스튜어디스가 아래층 칸에서 올라왔다. 그녀는 약간 근심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혹시 승객들 중 의사가 있는가를 물었다. 꾸뻬는 난처했다. 정신과 의사는 의사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꾸뻬는 몹시 난처했다. 하지만 스튜어디스에게 손짓을 해서 자기가 의사라고 말했다. 그녀는 무척 기뻐했다.
스튜어디스는 고통스러워하는 한 여성 곁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꾸뻬는 일단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고 꾸뻬가 사용하는 언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대화가 무척 어려웠다.
결국 그녀는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꾸뻬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받은 수술에 대한 의사 소견서였다. 그것을 읽자 의사인 꾸뻬는 그녀의 증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여성은 여섯 달 전에 뇌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얼굴이 붓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꾸뻬가 수술 보고서를 읽는 동안, 여성은 그가 이 모든 증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려는 듯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꾸뻬는 애써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몇 가지만 물어볼께요.”
질문과 간단한 테스트를 하는 동안 꾸뻬는 이 여성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염려에서 벗어났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었다. 이때 스튜어디스가 그 여성의 여권을 보여주었다. 꾸뻬는 1년도 되기 전에 찍은 사진 속에서, 지금 그를 바라보는 눈과 같은 눈을 가진 한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보았다. 병이 그녀에게서 아름다움을 빼앗아 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배움 14를 떠올렸다.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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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정신과 의사가 가장 많은 나라
그녀의 이름은 아름답다는 뜻의 자밀라였다. 그녀는 꾸뻬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었을 때 여행을 가곤 했던 아름다운 나라에서 왔다. 그 시절 여자들은 치마나 커튼을 만들기 위해 그 나라에서 예쁜 천들을 사 갖고 오곤 했었다. 치마와 커튼이 아주 비슷하던 시대의 이야기다. 그 이후로 그 나라에서는 전쟁이 계속되었다. 먼저 지상천국을 만들기를 원한 이웃의 큰 나라가 그 나라를 침공했고, 이 아름다운 나라 주민들은 그 천국 건설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큰 나라의 군대와 몇 년에 걸쳐 전쟁을 하게 되었다. 전쟁은 그 큰 이웃나라에겐 해로운 종양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 큰 나라는 매우 나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모두에게 불행을 몰고 왔다. 자식을 둔 많은 엄마들이 슬픔의 눈물을 흘렸고, 큰 나라 역시 작은 나라 못지 않게 약소국이 되었다.
큰 나라가 약해진 다음에도 자밀라의 나라는 계속해서 전쟁을 해야만 했다. 그 나라에도 역시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지상 천국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하면 아주 주의해야 한다. 그들이 가져다주는 것은 언제나 지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 아름다운 나라는 더욱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고, 세계 여러 나라의 거대한 군대가 질서를 잡기 이해 그 나라에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는 근엄한 의사의 표정을 짓고서 스튜어디스에게 자밀라에겐 누울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를 보살피려면 자신의 옆자리로 데려갈 필요가 있었다.
꾸뻬의 바로 옆좌석, 거의 침대처럼 기울어지는 편안한 의자에 앉자, 그녀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고, 꾸뻬는 그녀에게서 여권 사진 속에 있던 자밀라를 발견했다. 꾸뻬는 그녀와 대화를 계속했다. 대화를 하는 동안 그는 의사들이 하는 것처럼 그녀의 동공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정신과 의사가 많은 나라에 가고 있었다. 그 나라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 가장 많은 전략적 폭격기, 가장 많은 컴퓨터, 국립공원, 도서관, 신문 등 가장 많은 것들을 갖고 있는 나라, 그리고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이 또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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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륙에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은 인디언이라고 불리게 된 원주민들이었다. 인디언들은 세상에서 자유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부자유한 삶을 살게 되었다.
자밀라는 그 나라의 시민과 결혼해 살고 있는 여동생 가족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그녀는 얼마 동안 그들과 함께 쉬면서 보낼 생각이었다.
꾸뻬 자신은 행복에 관한 위대한 전문가인 한 교수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다. 자밀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행복은 자신의 나라가 평화롭고 잘 사는 나라가 되는 것, 또한 자신의 남동생들이 컸을 때 전쟁터에 죽으러 가지 않는 것, 그녀의 또 다른 여동생에게 좋은 남편과 아이들이 생기고 그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갈 수 있는 것과 방학을 갖는 것…….
꾸뻬는 자신의 작은 수첩을 꺼내 이렇게 적었다.
배움 17. 행복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자밀라는 다시 더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꾸뻬는 스튜어디스를 불러 비행기 기장과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비행기 납치범이 아니면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잠시 후 멋진 유니폼에 콧수염을 기른 기장이 나타났다. 꾸뻬는 기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비행기 고도를 좀 낮추어 달라고 요청했다. 기장이 승객에게 설명을 하고 비행기의 고도를 낮추자 자밀라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멋진 수염을 가진 조종사는 비행기를 아무 흔들림 없이 안전하게 착륙시켰고, 모든 승객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자밀라는 잠에서 깨어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동공은 정상적인 상태였다. 그녀는 꾸뻬의 손을 강하게 잡을 수 있었지만. 여자이고 피곤했기 때문에 그렇게 세게 잡지는 않았다.
다행히 자밀라의 여동생은 공항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 남편의 아버지가 의사였다. 그러므로 그녀를 잘 돌봐 줄 것이기 때문에 꾸뻬는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다.
서로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주고 받은 뒤 꾸뻬는 그곳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두 남자 간호사 사이의 휠체어에 똑바로 앉아 있는 자밀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 작별의 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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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는 일년 내내 날씨가 화창하고 정원에는 야자나무가 있는 바닷가 근처의 큰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는 몇몇 작은 나라 만큼이나 컸다.
꾸뻬는 공항에 마중 나온 아녜스에게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지금 꾸뻬가 비행기에서 내려다봤던 내부 고속도로 위를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아녜스는 꾸뻬의 오랜 좋은 친구였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사실 아녜스를 떠난 것은 꾸뻬였다. 그는 그때 너무 어렸고 다른 여자들을 만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좋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것에 대해 깨달은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 아녜스는 이미 모든 것이 가장 많은 큰 나라로 떠난 뒤였고, 그곳에 사는 남자와 결혼 했으며, 그와의 사이에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녜스와 꾸뻬는 변함없이 사로를 좋아했기 때문에 친구 사이로 남을 수 있었다.
아녜스의 집은 매우 아름다웠다. 잔디밭과 야자나무 그리고 강낭콩 모양의 수영장이 잇었다. 아녜스의 남편 제이크 역시 괜찮은 사람이었다.
■ 숫자를 사랑하는 사람
제이크와 아녜스의 집은 작은 나라처럼 큰 이 도시의 바닷가 근처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아침에 꾸뻬는 가로수 길과 목조로 지어진 예쁜 집들, 그리고 몇몇 오래된 집들을 따라 산책을 했다. 이 도시에서 오래된 것이라고 하는 건 정말로 오래된 것이 아니고 고작해야 할머니 정도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해안 절벽에 걸쳐져 있는 작은 계단을 걸어내려가니 드넓게 펼쳐진 흰 모래사장이 나타났다. 꾸뻬는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가서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발을 물속에 담그고 온통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의 발목을 적시고 있는 이 작은 물결은 아마도 그가 잉리를 만난 그 도시까지 갈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렇게 멋진 해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도시 북쪽 더 먼 곳에는 부자들과 영화배우들의 집이 한데 몰려 있는 해변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선 구석진 곳을 제외하고는 외부인은 해변을 걸을 권리가 없었다. 이 나라에서는 해변이라 하더라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이 큰 해변에 모여들었다.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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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배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여자들을 유혹하며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이 해변에서는 아름다운 저택과 멋진 자동차, 그리고 비싼 변호사를 갖고 있는 자신들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꾸뻬는 선글라스를 쓰고서 수첩에 적었다.
배움 18. 태양과 바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행복에 대해 쓴 자신의 목록을 다시 읽어 보면서 꾸뻬는 조금씩 결론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꼈다. 모험에 찬 이 여행은 행복에 대해 깊이 사색하게 만들었다. 그가 발견한 배움 하나하나는 실제와 일치하는 것들이었다.
저녁에 꾸뻬는 제이크와 아녜스,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두 명의 남자 아이와 딸 한 명이 있는 나무랄 데 없는 가정이었다. 그것은 행복을 구성하는 좋은 기준처럼 보였다. 문제는 아이들이 식탁에 오래 앉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정원에서 놀다가 과자를 먹기 위해 다시 돌아왔고, 그러다가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러 금방 자기들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아이들이 좀 더 오랫동안 식탁에 앉아 있기를 바라는 아녜스는 화가 나 보였지만, 제이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문제로 아녜스와 제이크는 한동안 언쟁을 했다. 그들 부부는 꾸뻬가 불편해 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평범한 대화로 돌아오려고 노력했다. 꾸뻬는 그들에게 자신의 여행 목적과 그가 이미 발견한 배움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다음날 꾸뻬는 아녜스가 일하는 곳에 함께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차 안에서 꾸뻬는 아녜스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아녜스가 말했다.
“네가 나에게 그 질문을 할 줄 알았어.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생각해 봤어.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 좋아 하는 직업을 갖고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행복한 아이들이 있어. 결국 모든 게 내가 원하던 것들이지. 내 행복에 있어 단 한 가지 먹구름 같은 것이 있다면,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들이 덜 좋아질 수도 있다는 거야.”
꾸뻬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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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금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니?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과 너를 비교해서?”
“사실 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 내 삶의 다른 시기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지. 그러면 난 내가 지금처럼 행복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자신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이 관점이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비교는 분명 행복을 망가뜨리는 것(배움 1)이지만, 자신이 과거에 비해 지금 더 행복한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꾸뻬는 아이를 갖는 것이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느냐고 물었다. 아녜스는 그것이 많은 행복의 순간들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근심이 생길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모든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늦잠을 자는 게 끝나 버렸다고 했다 그녀는 또한 늘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했다. 이 나라의 아이들은 점점 제 정신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꾸뻬는 자신의 나라에도 마찬가지로 이상해져 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녜스가 살고 있는 나라가 모든 것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쳐가는 아이들도 좀 더 많았다.
아녜스가 말했다.
“사람들은 대기 오염에 대해서는 관심을 쏟지만, 아이들의 정신 오염에는 관심이 없어.” 그녀는 대학의 연구소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 문제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아녜스는 심리학자였다. 심리학자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미치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교훈을 얻는지, 왜 어떤 아이들은 그 교훈에 도달하지 못하는지, 왜 아이들이 학교 친구를 때리는지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꾸뻬는 아녜스에게 아이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이 행복한가를 물었다. 아녜스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 역시 다른 이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녜스와 제이크가 일하는 대학에 도착했다. 그 두 사람이 만난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곳에서 행복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이자 훌륭한 교수가 일하고 있었다. 그는 수년 전부터 행복에 관해 연구해 왔으며, 그것을 알리기 위해 여러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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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에도 참석했다.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건 아니었지만, 행복에 관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녜스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는 아녜스의 연구 지도 교수였다. 그래서 아녜스가 그에게 꾸뻬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 훌륭한 학자는 꾸뻬와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해서 꾸뻬는 자신이 적은 행복에 관한 목록을 그에게 보일 수 있게 되었다.
■ 현재의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이 차이
위대한 교수는 키가 아주 작았지만 그 대신 코가 무척 컸고, 새의 깃털처럼 머리 위로 흰 머리카락 뭉치가 세워져 있었다. 그는 말을 할 때 큰 소리로 말하고, 가끔씩 “그렇지요. 그렇지요?”하며 꾸뻬를 쳐다보았다. 마치 꾸뻬가 “네, 물론이죠.” 하고 대답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지만 그는 꾸뻬가 말할 시간을 주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이야기로 되돌아가곤 했다.
교수가 말했다.
“행복이라. 그것에 대해 정의를 내리려고 시도하다가는 머리가 깨질 겁니다. 행복은 기쁨인가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요. 기쁨 이것은 단순한 감정이고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단지 순간의 행복일 뿐이지요. 주의하세요. 그 순간을 언제까지나 붙잡고 있을 수만 있다면야 좋겠지요. 그렇지요? 그러면, 쾌락은? 아, 그래요! 모든 사람이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그것도 분명히 오래 가진 않아요. 그렇다면 행복이란 작은 기쁨들과 작은 쾌락들의 합계가 아닐까요? 그렇지요, 그렇지요? 내 동료 학자들은 ‘주관적인 행복’이라는 용어에 동의합니다. 물론 당신도 그 개념에 대해선 벌써 알 겁니다. 그렇지요?”
마침내 꾸뻬는 교수에게 자신이 작성한 행복에 대한 목록을 보여주었다.
교수는 진지하게 꾸뻬의 목록을 읽었다. 꾸뻬는 전날 저녁에 원본을 다시 깨끗하게 베껴 적었다.
교수가 목록을 읽으면서 혼자 웃자, 꾸뻬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를 갖기 위해 한 가지 배움을 생각해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배움 19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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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목록과 꾸뻬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대단히 흥미로운데요. 당신은 행복에 관한 모든 것을 적는데 성공했어요!”
꾸뻬가 물었다.
“ 무엇을 다 적었다는 거죠?”
“행복을 결정하는 모든 요소를 말이오. 학자들이 연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당신의 방법은 결코 어리석지 않아요.”
꾸뻬가 놀라서 물었다.
“내가 적어 놓은 이 모든 배움들이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요. 어느 정도는. 당신이 적어 놓은 각각의 배움들에 대해 난 적어도 스무 가지가 넘는 연구주제들을 발견할 수가 있어요.”
“자 당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겠어요. 먼저 현재의 삶과 당신이 원하는 삶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래요.”
꾸뻬는 잠시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지금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며, 앞으로의 삶도 이와 같이 지속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문득 클라라를 생각하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안정된 삶을 이룰 수만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그 말에 교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마치 “아, 가엾은 우리들…….” 하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는 꾸뻬가 생각해야 할 두 번째 차이에 대해 질문을 했다. 현재의 삶과 과거에 최고로 좋았던 시기의 차이를.
꾸뻬는 젊었을 때의 좋은 추억을 갖고는 있지만, 그가 느끼기엔 지금의 삶이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교수가 말했다.
“세 번째 질문, 세 번째 차이.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과 당신이 갖고 있는 것들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꾸뻬는 이 질문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그가 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전세계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부자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았다.
꾸빼는 남과의 비교 때문에 고통받지는 않았다. 우선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갖고 있는 편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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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되고 나서는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자신을 그렇게 많이는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보다 더 부자이거나 더 유명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자기보다 더 행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 증거로,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삶을 한탄하러 그를 찾아오기도 했다. 심지어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꾸뻬는 부자가 되거나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에 개의치 않게 되었다. 반면에 그의 친구 뱅쌍은 자기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과 자신을 자주 비교했다. 하지만 그런 사업가들에게 있어선 흔한 일이었다. 그들은 항상 경쟁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교수가 말했다.
“좋아요. 내가 판단하기에 당신은 행복한 것이 틀림없어요.
■ 화성에서 온 행복 전문가
“내가 화성인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지구에 사는 인간들을 이해하고 싶어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은 당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나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겁니까?”
매우 특이한 질문이었다. 꾸뻬는 진지한 자세로 화성인에게 하듯 행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난 내가 기분이 좋고, 즐겁고, 명랑하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이고, 에너지로 넘친다고 당신에게 말할 수 있어요. 만일 당신이 진짜로 화성인이라면, 당신에게 이 단어들을 이해시키는 게 필요할 테고 감정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겠죠. 감정이란 색깔과 비슷한데, 이건 설명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화성인 교수가 말했다.
“완벽해요. 완벽해.” 꾸뻬가 계속 말했다.
“반면에 내가 삶에 만족하고, 원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을 느낀다는 건 당신에게 설명하기 쉬울 거예요. 내가 여러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는 것. 이를테면 내 일, 내 건강, 내 친구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교수가 흥분해서 말했다.
“보세요. 당신은 행복을 측정하는 세 가지 방법을 찾았어요.”
그는 먼저 사람들에게 하루나 일주일에 몇 번이나 즐겁고 기분 좋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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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느끼는가를 질문함으로써 행복을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또한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운가를 물을 수도 있다. 이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아니면 몰래 카메라나 다른 복잡한 방법을 통해 그들의 얼굴 표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인간의 미소는 열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진정으로 기쁠 때 짓는 미소. 실제로는 화가 났더라도 단지 화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짓는 미소…….
화성인 교수가 말했다.
“우리가 연구실에서 측정하는 것도 같은 겁니다. 당신이 만일 이 세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들을 조사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얻은 점수에 따라 분류한다면.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아주 흡족해 하는 교수를 바라보면서 꾸뻬는 배움 10을 기억했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움 13을.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꾸뻬가 다시 교수에게 물었다.
“그럼 나중에 그 결과들을 어떻게 이용하나요?”
교수가 대답했다.
“더 많은 연구 자금을 요구하기 위해 그 결과들을 이용하지요. 난 곧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교수는 지난 수년 전부터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많은 질문을 하며 연구를 해왔다. 이제 그들은 중년 부인이 되었다. 그들이 행복했다면 그해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스무 살 때의 그들의 얼굴은 어떠했는지 조사했다.
꾸뻬는 쌍둥이들을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연구했다. 다른 한 명 만큼 나머지 한 명도 행복했는지. 그리고 훗날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 때는 어떠했는지를 조사했다. 이 연구를 통해 그는 제이크가 좋아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계산들을 많이 해야만 했다.
교수가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혼자들이 기혼자보다 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건강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한다는 통계가 나왔어요. 그리고 신앙을 가진 이들과 종교에 충실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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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나왔어요. 이 모든 것들이 대체로 사실이지만,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요. 저 보세요. 이 많은 연구 결과들을!“
그는 꾸뻬에게 서류 뭉치들이 쌓여 있는 커다란 책꽂이를 보여 주었다.
교수가 말했다.
“좋아요. 이제 당신에게 정말로 흥미로운 것을 보여주겠어요.”
그는 꾸뻬를 건물 지하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벽과 바닥에 온통 타일이 붙여진 큰 방 안에 도착했다. 중앙에는 복잡하게 생긴 거대한 기계가 있고, 그 앞에는 머리 위에 부르릉거리는 온갖 장치들이 연결된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꾸뻬는 자신이 짐작한 대로 교수가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이제 자신을 화성으로 데리고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
흰 가운을 입은 여성이 기계 근처에 서 있었다. 네모난 안경을 끼고 있어서 마치 기숙사 사감을 닮아 있었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서 보면, 꽤 매력적인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를 보자 교수가 외쳤다.
“사랑하는 쟈스민!”
그는 아까보다 더 많이 흥분되어 보였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랑하는 던칸…….”
교수가 꾸뻬를 소개시키며 말했다.
“내가 훌륭한 실험 대상을 데리고 왔어요. 이 사람은 다름 아닌 정신과 의사거든!” 꾸뻬가 놀라서 물었다.
“실험이라구요?”
이윽고 꾸뻬는 머리 위에서 온갖 장치들이 부르릉거리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흰 가운의 쟈스민은 유리창 너머에 서 있고 교수는 커다란 비행기만큼이나 복잡한 배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실험이 끝나고 복잡한 설명이 이어졌다.
- 중 략 -
쟈스민이 이 기계로 건강한 사람들의 뇌와 병든 사람들의 뇌가 작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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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그리고 뇌의 어떤 부분에 약들이 작용하는가 등 많은 것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너무도 두려워하던 한 사람의 정신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의사들은 그가 점차로 외출할 수 있도록 치료를 계속했다. 치료 후 그의 뇌 사진은 정상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꾸뻬는 이 모든 것이 매우 흥미롭게 생각되었다. 자신이 행복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동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어 무척 기뻤다. 그래서 말했다.
“결국 이 사진은 뇌가 미소짓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은 거군요?”
쟈스민과 교수가 서로 쳐다보았다. 교수가 외치듯 말했다.
“뇌의 미소라고! 그거 정말 참신한 생각인데!”
하지만 꾸뻬는 그 사진들이 우리가 행복할 때 짓는 얼굴의 미소보다 행복에 대해 더 잘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점심을 먹기 위해 대학 야외 식당으로 꾸뻬를 데리고 갔다. 이 도시는 저녁에 스웨터를 입어야 하는 겨울의 보름 동안을 빼고는 언제나 날씨가 좋기 때문에 어디에나 노천 식당이 있었다. 두 사람은 넓은 잔디밭 앞에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꾸뻬는 접근하는 다람쥐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테이블에는 대학생과 교수들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이 대학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서로 격의 없이 대화하는 분위기였다.
꾸뻬는 불치병에 걸려 고통받으면서도 남동생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지 않은 것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던 자밀라가 생각났다. 꾸뻬는 수첩을 꺼내 더없이 중요해 보이는 배움 한 가지를 적었다.
배움 20.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교수는 힘차게 자신의 닭고기를 뜯었다. 조금 전부터 꾸뻬는 교수가 무척 기분이 좋아진 것을 눈치챘다. 갑자기 꾸뻬가 조금 다른 질문을 했다.
“인간이 좋은 기분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여기서 교수는 다시금 쌍둥이와 젊은 여성들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간추리면 행복을 타고난다는 건 계산을 잘하거나 운동을 잘 하는 것과 약간 비슷했다. 이것은 탄생 시 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달려 있고, 또 부모나 어른들이 어렸을 때 그를 어떻게 보살폈는가에도 달려 있다. 물론 개인의 노력과 성장 후 갖는 만남들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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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말했다.
“선천적인 유전이든 후천적인 교육이든, 그건 언제나 부모의 책임이지!”
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하자 주위의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다들 그 교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이때 흰색 가운 차림이 아니라 예쁜 꽃무늬의 파란 원피스로 갈아 입은 쟈스민이 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한 잘생긴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둘은 함께 자리에 앉았다.
교수가 말하는 것을 멈췄다. 그는 입속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치사한 루퍼트 놈!”
그는 몹시 불행하고 화가 난 듯 보였다.
루퍼트 역시 심리학 교수로 쟈스민의 기계로 많은 실험을 했으며, 그것을 핑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그녀를 만났다.
교수는 한숨을 쉬면서, 서로 미소지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는 쟈스민과 루퍼트를 바라보았다. 꾸뻬는 한 가지 배움을 머릿속에 적어 놨다가 나중에 수첩에 옮겨 적었다.
배움 21.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인간은 언제나 서로를 공격하고, 가끔은 전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경쟁의 역사다. 인간은 다름 사람과 똑같이 되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한다.
다행히 이때 아녜스가 그곳에 도착해 분위기가 약간 전환되었다. 그녀 또한 예쁜 원피스 차림이었다. 귀여운 모습에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도착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녜스가 그들 자리에 함께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꾸뻬의 뇌는 정상인가요?”
꾸뻬가 대답했다.
“정신과 의사로서는 정싱이지.”
그 말에 아녜스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루퍼트와 쟈스민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쓰는 교수를 웃게 만들진 못했다. 그래서 적어도 루퍼트와 쟈스민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거나 덜 보이게 하려고 교수의 바로 옆자리로 옮갸 앉았다. 그리고는 방금 전에 읽은, 기쁨과 즐거운 기분 그리고 행복의 차이에 대한 최근의 신문 기사를 교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수는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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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활기를 되찾았고, 이전의 좋은 기분으로 되돌아왔다.
교수는 유쾌한 기분으로 되돌아오게 한 아녜스를 바라보면서 꾸뻬는 남동생들의 행복을 기원하던 자밀라와,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던 잉리를 생각했다. 그리고 메모를 했다.
배움 22. 여성은 남성보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더 배려할 줄 안다.
루퍼트가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이미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꾸뻬는 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쟈스민의 기계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혹시 다음과 같은 배움에 이르게 하진 않을까?
배움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 꾸뻬 씨, 다시 노승을 만나다
“당신은 마음 공부를 열심히 잘 하셨소.”
노승이 말했다.
책상에 앉아 노승은 꾸뻬가 제출한, 행복에 대한 배움의 목록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작은 안경을 쓰고 있었고 꾸뻬의 기억속에서보다 더 작고 나이들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꾸뻬는 마지막 배움을 적은 이후로 목록을 다시 깨끗하게 베껴 적었다. 고매하고 친절한 노승에게 얼룩투성이인 초고를 내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창밖으로 중국의 아름다운 산들이 내다보이고, 가끔씩 구름 그늘에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가 태양아래 다시 빛나기도 했다. 이런 산들을 날마다 보면 지혜로워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노승이 어찌나 집중해서 꼼꼼히 목록을 읽는지 이상하다는 인상이 들 정도였다. 꾸뻬는 환자로부터 온 편지를 읽을 때나, 좋아하는 누군가가 보내 온 편지를 읽을 때 그만큼 깊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는가 자문했다.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배움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라!’
마침내 노승이 읽기를 마쳤다.
“당신은 정말로 마음 공부를 훌륭히 해냈어요. 이 모든 배움들은 훌륭해요. 덧붙일 게 아무것도 없군요.”
꾸뻬는 기뻤지만 동시에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노승이 새로운 정보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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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침, 아니면 행복에 대한 훌륭한 이론을 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노승은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덧붙여 말했다.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한 바퀴 걷고 옵시다.”
바깥 풍경은 실로 경이로웠다. 산과 바다와 하늘이 동시에 보였다. 장엄한 초록으로 눈부신 날이었다. 그 풍경 속에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멎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절대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이윽고 노승이 말했다.
“진정한 지혜는 이 풍경 속에서 한 순간에 발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언제까지나 깊이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꾸뻬는 문득 깊이 감추어져 있는 그것을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 속에 사원 앞에 서서 구름과 태양과 바람이 한 순간 산들과 어울려 노니는 것을 바라보았다. 꾸뻬는 이것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다 새로운 배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역시 노승다운 가르침이었다. 노승은 침묵 속에서 꾸뻬에게 태고적부터 있어 온 한 가지 영원한 진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근원적인 행복감이었다.
그때 한 젊은 수도승이 오솔길을 지나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노승에게 무슨 말인가를 한 뒤, 다시 다른 수도승이 일하고 있는 사원에 딸린 텃밭으로 내려갔다. 텃밭은 특별한 방식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노승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 날 기다리고 있는 방문객이 한 사람 있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잠시 동안 함께 지낸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처음부터 꾸뻬는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노승에게 말했다.
“맨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스님께선 말씀하셨습니다. 행복을 목표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그것은 무슨 뜻인가요?”
노승이 말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당신도 이미 알고 있듯이, 삶에서는 목표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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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들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지만 행복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노승은 한바탕 그 특유의 웃음을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꾸뻬가 물었다.
“스님께서는 최상의 진리라 해도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될 순 없다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노승이 꾸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환자들에게 모두 같은 것을 말하나요?”
꾸뻬는 잠시 생각한 뒤 아니라고 대답했다. 환자들의 성격과, 젊은가 늙었는가, 정말로 불행한 삶을 살았는가 아닌가에 따라 꾸뻬가 상담해 주는 이야기의 내용이 달랐다.
노승이 말했다.
“그것보세요 진리도 그와 같습니다.”
두 사람은 노승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노승은 꾸뻬에게 잠시 기다리기를 청했다. 꾸뻬에게 줄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승이 다시 돌아와, 예쁜 그림이 그려진 푸른색과 흰색의 아름다운 중국
찻잔 두 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 찻잔을 볼 때면 언제나 자
신이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노승은 그에게 마지막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원 밖의 풍경은 변함없이 아름다웠지만, 꾸뻬는 작별의 슬픔을 느꼈다.
산을 내려오던 도중에 중국 찻잔이 깨지지 않도록 가방 안에 잘 넣기 위해
멈춰 섰다. 두 찻잔 사이에 작은 종이 끝자락이 보였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
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20 - 13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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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는 얼른 자신의 수첩을 꺼내 읽었다.
배움 20. 행복은 사물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배움 13.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 23.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꾸뻬는 이것이 노승이 다시금 일깨워 주는 훌륭한 가
르침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수도승처럼 말하는 꾸뻬 씨
“캘리포니아 산, 프랑스 산, 아니면 칠레산?”
“넌 뭘 더 좋아하는데?”
꾸뻬와 뱅쌍은 도시 전체와 작은 만 안에 떠 있는 배들의 반짝이는 불빛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진정한 친
구답게 두 사람은 쉴새없이 얘기를 주고받았다.
꾸뻬가 말했다.
“행복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말하자면 행복의 종류 같은 것이지.”
뱅쌍이 말했다.
“난 몰랐어. 그게 어떤 건데?”
“다섯 종류의 행복이 있어. 먼저, 두 종류는 흥분한 상태의 행복과 평화로
운 행복이야. 흥분한 상태의 행복은 기쁜 일이 일어나는 것, 파티를 여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등이지.“
꾸뻬가 말을 이었다.
“흥분한 상태의 행복에 속하는 또 다른 것은, 이건 직업과 관련된 것일 수
도 있지만, 운동이나 정원 가꾸기,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복잡한 계산을 하
는 것에 몰두하는 일일 수도 있어.”
“다음에는 두 종류의 평화로운 행복이 있어. 간단히 말하면 삶에 대해 만족
을 느끼는 거야. 그리고 그 만족감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비교를 하
는 것, 주위의 아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자신의 지난 과거와 비교함으로써 자
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또는 전혀 비교하지 않음으로써 행복을 발견하
는 것도 여기에 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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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쌍이 말했다.
“그건 나한테 맞지 않는 이야기야. 난 언제나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
교하거든.”
“3백만 달러를 버는 사람들하고?”
“맞아. 그리고 언젠가 내가 그만큼 벌게 되면, 그들은 2천만 달러를 벌고
있을 거야.”
꾸뻬가 말했다.
“그게 바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야. 넌 천 돗자리 위에 앉아 있던 작은
몸집의 여자들하고는 너 자신을 비교하지는 않지?”
“말도 안 돼! 난 나와 비슷한 사람들 하고만 나를 비교해.”
뱅쌍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꾸뻬가 말했다.
“행복의 다섯 번째 종류가 있어.”
“아, 아마 그게 나한테 남은 마지막 가능성이겠지…….”
“그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이야. 우정, 사랑, 나눔.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지.”
꾸뻬가 말했다.
“맞아. 하지만 우린 다른 사람들과 사귀고, 그들의 결점들과도 사귈 수 있
어. 이것은 우리를 평화롭게 만들어 주지. 그리고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도
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를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스스로 느낄 수 있어. 이것은 근원적인 행복으로 우리를 데려다주지.”
뱅쌍이 꾸뻬를 쳐다보았다.
“넌 마치 수도승처럼 말하는군.”
그 말에 꾸뻬는 웃음을 터뜨렸다.
꾸뻬는 뱅쌍에게 잉리의 소식을 물었다.
뱅쌍은 잉리가 부드러운 조명의 바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으며, 그녀를 가끔
씩 본다고 말했다. 한번은 그녀가 그에게 꾸뻬의 소식을 물었다고 했다.
꾸뻬는 죽은 쥐 냄새가 나는 벽장 안에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었다. 그리고 자기가 아직도 클라라를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가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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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로 돌아와서 잉리에게 사랑을 느꼈다. 잉리에 대한 사랑 안에 그녀를 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담겨 있음을 그는 느꼈다.
꾸뻬가 뱅쌍에게 말했다.
“너에게 다섯번째 종류의 행복을 느끼게 해줄게. 나와 잉리를 위해 네가 해줄 일이 있어.”
뱅쌍이 물었다.
“그것이 뭐지?”
■ 에뜨 부 꽁땅 - 당신은 행복한가
여행을 끝내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온 꾸뻬는 자신의 직업인 정신과 의사 일을 다시 시작했다. 여행은 그의 일하는 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언제나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치료약을 주고, 심리 요법을 통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노력해 왔었다. 그것은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심리 요법에 한 가지 새로운 방법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옷을 잘 차려 입고 매사에 학교의 못된 사감처럼 혹독한 인상을 주는 부인이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투덜댈 때, 꾸뻬는 구걸을 하면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로 진료를 시작했다.
꾸뻬는 중국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혜를 배웠다. 물론 꾸뻬는 다른 사람에게 잉리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다른 그 누구에게도. 가끔 전화로 이야기하는 뱅쌍만 제외하고는.
잉리는 이제 부드러운 조명의 바에서 일하지 않고 뱅쌍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꾸베의 부탁을 받고 뱅쌍이 술집 여주인과 협상을 벌여 그녀를 빼내 준 것이다.
그녀가 맡은 업무는 주로 은행에 다니며 서류를 주고받고, 회계 업무와 인사문제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잉리는 뱅쌍의 사무실에서 계속 일했고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어느 날 중국에 군인으로 와 있던 꾸뻬와 같은 나라의 그녀 나이 또래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나중에 그들은 아기를 갖게 되었고, 꾸뻬가 아기의 대부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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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쌍은 어느 날부턴가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행복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꾸뻬가 말한 다섯 번째 행복, 즉 남과 나누는 행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뻬가 알려 준 사원을 찾아가 정기적으로 노승을 만났다. 노승은 몸집이 점점 작아지고 더 늙어 갔지만, 뱅쌍과 대화할 때 여전히 그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웃음은 전염성이 있어서 뱅쌍도 가끔 그런 식으로 웃게 되었다.
마침내 뱅쌍은 3백만 달러를 벌기 바로 직전에 일을 그만 두었다. 그후 자신이 과거에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가끔 하긴 했지만 무료로 일했다. 그 일을 통해 그는 마리 루이즈의 나라처럼 가난한 나라에 사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일을 시작할 때까지 무이자로 돈을 빌려 주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
꾸뻬는 여행을 다녀온 후 자기 일을 더 없이 좋아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그의 삶이 되었다.
■ 꾸뻬 씨를 따라 한국에 가는 뜻밖의 여행
- 한국어판 저자 서문 -
어린 시절, 삶에 대한 너무도 많은 것들을 얌전히 기다리라고만 배워 온 나 같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나서는 여행이야말로 삶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꾸뻬의 여행은 나 프랑수아 를로르의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꾸뻬는 자신을 찾아오는,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카드를 선물하기를 좋아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22 -
나는 이 책이 행복에 대한 해답을 준다고 여기진 않는다. 다른 많은 우화나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독자들이 꾸뻬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행복을 향한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때로 행복은 뜻밖의 길에서 찾아오며, 우리가 그것을 찾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발견되기도 한다. 마치 꾸뻬가 만났던 노승이 말한 것처럼.
“첫번째 실수는 행복을 목적이라고 믿는 데 있다.”
이 책을 읽는 순간이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의 순간이 되기를 바라며, 다음번 꾸뻬 씨의 여행을 따라 나도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 파리에서 프랑수아 를로르 -
2013. 4. 19 끝.
-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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