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7. 16:03ㆍ독서후기
왜 유대인인가(2)
■ 마빈 토케이어 지음 박현주 옮김
제2부 랍비 토케이어 교장의 일기
■ 교육의 목적 : 유대인 교육의 성공 비결
1970년대에 동경에서 랍비로서의 생활을 마친 후 고향 뉴욕으로 돌아온 나는 뉴욕주 그레이트 네크 템플 이스라엘 고등학교 교장을 맡았는데, 그 학교는 전미에서도 유대인 사립 명문학교로 유명한 노스 쇼어 히블 아카데미이다.
유대 민족은 드넓은 국토나 강대한 군대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천연자원으로 가득한 것도 아니다. 유대인의 힘은 늘 한 가지, 교육에서 나온 것들이다.
근대의 기초를 다진 다섯 명의 유대인이 있다고 일컬어진다. 바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 문화 인류학자 프란츠 보애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유대인을 들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유대 문화가 만든 존재이다. 유대인은 인류를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엔진 역할을 맡아왔다.
교육의 최대 목적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개성적인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기르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립한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재 만들기이다.
여기에서 유대인 교육의 성공비결을 다섯 가지 정도 들어 보겠다.
1. 개인을 중시한다.
‘개인을 중시한다’라는 것은 개개인의 적성에 맞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교사는 인간을 만드는 예술가이자 숨겨진 보물을 발굴하는 탐험가이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찾는 창업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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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 중 우월한 것을 살린다.
‘우월한 것을 살린다’란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그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최대한의 높이까지 이끄는 것이다. 사람은 노력하면 반드시 한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질 수 있다. 자신 있는 분야를 개척해 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3. 전인격을 향상 시킨다.
‘전인격을 향상 시킨다’는 교육은 어디까지나 도덕이라는 기초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은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정열이야말로 사라에게서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 낼 수 있다.
4. 창조력을 키운다.
창조력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이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의무이다. 작은 분야라도 세상에 공헌하고 세상을 진보시키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5. 평생에 걸쳐 배운다.
유대인은 유대교에 의해 인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배움을 의무로 여겨왔다. 살아가는 것은 곧 배우는 것이다. 학교 교육은 그러기 위한 출발점을 제공해준다.
■ 9월 6일 시업식 :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행위의 의미
오늘부터 새 학년이 시작된다. 날씨도 좋으니 학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가면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학교 가는 길, 나무는 한결같이 위를 향해 뻗어 있다. 수목이 참으로 아름답다. 유대 선인들이 교육을 나무에 비유한 것이 이해된다.
‘자연은 위대한 시와 같이 가장 간결한 형태로 사람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다’라는 유대인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이 떠오른다. 자연은 뛰어난 시와 같이 사람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상상력을 키워준다.
나의 교장 일기 배경인 그레이트 네크와 우리 학교인 노스 쇼어 히블 아카데미를 소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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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트 네크 :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아름다운 전원인 배드타운
- 인구 4만 명, 3면이 롱 아일랜드 만으로 둘러싸임
- 미국에서 주민 소득이 높은 커뮤니티, 잔디 깔린 정원과 숲
- 경영자, 변호사, 의사, 과학자, 소설가 등의 엘리트들이 살고 있는 곳
- 할리우드 스타 중 폴 뉴먼, 모리스 슈발리에, 희극배우 마르크스 형제, 워너브라더스 영화사의 오너인 스텐 워너 등이 사는 곳
- 4만 명 중 유대인이 2만 4천명, 8곳의 시나고그
- 유대인을 위한 주간신문 발간, 85% 대학 진학, 도서관이 넷
- 수많은 테니스코트, 골프장, 요트장, 야구장, 아이스링크 등의 문화시설
그레이트 네크에는 유대인 자제 교육을 위한 명문 학원으로 잘 알려진 노스 쇼어 히블 아카데미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내가 이곳에 교장으로 취임한 것은 1981년 8월의 일이었다. ‘히블’은 영어로 ‘유대인’ 또는 ‘히브리인’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유대인 어린이를 위한 작은 유치원이었다. 학원은 3세부터 15세 까지 프리스쿨(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부터 중학생까지, 유대인 자제의 일관 교육을 하고 있다. 유치원 과정이 4년,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3학년으로 나뉜다. 이 중에는 일주일간 몇 시간만 가르치는 파트타임 교원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학교는 졸업 후 고등학교를 거친 다음 ‘아이비리그’로의 진학률이 매우 높다.
유대인 자제를 위해 설립된 학교라서, 커리큘럼은 영어, 수학, 이과, 사회, 체육 등의 일반 교육. 그리고 유대교와 히브리어, 유대인 역사 등의 히블 교육이 반반 섞여 있다. 유대인을 유대인답게 만드는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영재교육’을 행하고 있다는 것은 외부 사람들의 말일 뿐 우리는 유대인으로서 극히 평범한 교육을 행하고 있다. 유대인 교육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서 보면 영재 교육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업식은 히브리어를 사용해 ‘블힘 하바임(오는 자는 모두 축복받으라)’이라고 부르고 있다. 강당에 교원과 학생들이 모인다. 목적은 편안한 분위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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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학생들이 따뜻함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두 모임이 초등학부와 중학부 각각의 강당에서 동시에 행해지므로 나는 늘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겹치게 된다. 먼저 초등학부 식장에서 인사를 한 후 도중에 자리를 떠 중학부 캠퍼스로 간다. 차로 가면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단상에 올라 ‘앞으로 멋진 2년을 전원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 냅시다. 우리도 올 한 해를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여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학교는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기만 하는 장소여서는 안 된다. 일체감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의 공동 작업장이다.
나아가 여느 때와 같이 새로운 연간 테마를 발표했다. 이번 학년 테마로 고른 것이 ‘이웃을 돕자’라는 것이다. 히브리어로 ‘프라하(축복)’라고 하는데, 주위 사람을 축복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신임 교사를 소개한다. 올해는 초등학부에는 세 명의 신임 교사가 합류했다. 이어서 여름방학 중에 컴퓨터나 어떤 새로운 설비가 추가되었는지를 발표한다. 나의 연설은 짧아서 기껏해야 15분 정도이다.
또 내가 다른 강당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뜬 후 새로 채용된 교원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가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각각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에 대해 흥미나 호기심을 자아내는 짧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항상 신인 교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의논을 한다. 교원이 학생에게 어떤 첫 인상을 주는지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이과 교사 : 인간이 혼자서 들 수 없는 물건을 도르래로 드는 법
- 역사 교사 : 콜럼버스가 처음 왔을 때 원주민과 어떻게 의사소통했는지에 대한 팬터마임
- 영어 교사 : 영국 상류층이 거드름 피우는 킹스 잉글리쉬 발음 흉내, 단어에 얽힌 어원 소개
식은 30분 정도로 끝나는데,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준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학문이 꿀과 같이 달콤하다는 것을 알리는 유대인이 전통이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지혜를 5천 년에 걸쳐 담아온 성전이다. ‘토라’가 유대인의 지적이고 정신적인 토대라고 한다면 ‘탈무드’는 그 위에 세워진 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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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이고, 유대인에게는 ‘토라’에 이은 중요한 서적이다. ‘토라’가 유대인의 윤리의 근원이 되었다면 ‘탈무드’는 유대인에게 지혜의 원천이 된 것이다.
‘탈무드는’ ‘교육받은 자는 전 세계를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다.그러나 교육받지 못한 자는 자기조차 가질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진실이다. 교육의 목적은 얼마나 풍족하게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있다. ‘탈무드’는 70권이나 되는 참으로 경이로운 전서로, 그 안에는 엄청난 양의 주옥같은 문구가 수록되어 있다.
토라에 크리스트교가 새로운 성서를 첨가했기 때문에 크리스트교도가 신의 오랜 약속이라는 의미에서 ‘구역성서’와 ‘신약성서’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유대인은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성서는 한 권뿐이다. 그렇지만 예수나 12제자 전원이 유대인이었으므로 그들이 말하는 ‘신약성서’도 유대문학 안에 들어간다.
유대인은 고대로부터 아이들이 사리 분별이 가능해지면 아버지가 토라를 펼치며 꿀을 한 방울 떨어뜨려 아이에게 입을 맞추도록 시켜왔다. 이것은 보통 3세 때부터 행해지는데 이는 아이에게 학문이 꿀과 같이 달콤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학문은 달콤한 것이다. 유대인에게 배움은 결코 괴로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때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곤 한다. 학문이 꿀처럼 달콤하다는 발상은 아마도 세상에서 유대인밖에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시업식에서 아이들은 입안 가득 학문의 달콤함을 맛본다.
■ 9월 28일 뛰어난 교사의 조건 :
인내력을 갖고 진심으로 이야기 하는 것
새로 채용된 다섯 명의 신임 교사와 오전 7시부터 교장실에서 간담을 했다.
학교의 좋고 나쁨은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나는 신임 교원과 가능하면 자주 만나 의사소통을 꾀하려고 한다. 우리는 학생이 본교를 졸업하면 학생의 일생에 품질 보증을 할 수 있도록 교육에 임하고
있다. 학교가 아이들을 일정 기간만 맡아 그 기간에 한해 책임을 맡는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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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을 선발할 때는 성격이 급한 자는 채용하지 않는다. 교실에서는 무엇보다도 인내력이 중요하다 학생들을 거칠게 대하거나 화를 잘 내는 자는 교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거친 말투로 혼내는 교사는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불만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자세는 대개 교장의 개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에게는 교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이 잇다. 리더십의 비결은 사람들이 리더를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진데, 권위를 내세워 따를 것을 강요하는 자는 리더 자격이 없다.
오늘 아침 나는 교사는 좋은 화자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과서를 사용해 가르친 것은 쉽게 잊힌다. 그러나 지혜가 가득한 이야기는 어렸을 때 들었다고 해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 법이다.
인간은 지적인 동물이다. 그리고 지성은 지혜와 지식으로 나뉜다. 지혜는 예지이고 지식은 정보다. 지혜가 뜨겁다면 지식은 차갑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두 가지는 모두 소중하다. 유대인은 이 중 지혜 쪽을 중시해왔다. 지식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지만 지혜는 지식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여 자기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지혜와 지식은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자동차 바퀴와 같다.
‘책이 없는 집은 영혼이 없는 몸과 같다’라고 탈무드에서 말하고 있다. 만약 지식이 서고라고 한다면 지혜는 판단력이다. 나는 지혜를 서고를 비추는 불빛으로 비유했다. 불빛이 없으면 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혜는 지식의 주인이며 인간의 마음을 다듬어 준다.
탈무드는 모든 좋은 것이 마음 위에 새겨진다는 것을 가르친다. 교육은 마음을 경작하는 일이다. 지식은 종종 잊히지만 지혜는 일단 익히게 되면 평생 잊히지 않는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학교라는 둥지를 떠난 뒤 20년, 3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지혜를 심어주는 일이다.
12세기 랍비 이즌 에브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만이 상대의 마음속에 파고든다.’라고 말했고, 토라 ‘욥기’에는 ‘입이 음식을 맛보듯이, 귀는 말을 음미하고 분별한다’라고 말한다. 교사는 말의 조리사여야 한다. 그리고 귀는 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자기가 말하는 것을 언제나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자기의 말을 듣는 것은 상대의 말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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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박사는 ‘교육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모두 잊어버린 후에, 남은 것이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 초등학생 때 성적이 나빠, 교사가 전혀 가망이 없는 아이라고 포기, 초등학교 졸업 증서도 못 받음
-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는 ‘현대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평가
- 25세 때부터 재능이 꽃 핌
천재 아인슈타인의 일화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것은 학교가 오히려 아이들의 재능을 억누르고 아이의 재능의 싹을 잘라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유대인은 5천 년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인이 태고 시절 토라를 갖게 된 이후부터라고 하는데, 유대인에게 있어서 토라를 배우는 것은 기도하는 것과 같았다. 여기에는 탈무드도 한몫했다. 전 세계에서 기도를 통해 배우는 종교는 유대교뿐이다. 그리하여 문맹률 또한 현저히 낮았다. 유대인은 타민족에게 ‘책의 민족’ 혹은 ‘토라의 민족’으로 불려왔다. 또한 유대인은 ‘교육의 민족’이기도 했다.
본교는 교단이 바닥보다 높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 소위 교단이 없는 것이다. 학생과 같은 높이에 서는 것이 아이들과 더 친숙해질 수 있다는 발상이다. 유대인 사회의 랍비로 동경에 체재하는 동안 나는 흥미를 갖고 일본 학교를 몇 차례 참관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교단이 학생들을 내려다보도록 만들어진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래서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친숙함을 느끼기 힘들다.
탈무드는 한 클래스가 25명을 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유대인은 한 클래스에 25명 이상 들어가면 효과적으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교육은 클래스 전체를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봐야 하는 것이다. 본교 한 학급은 유치원 과정부터 중학부까지 22명에서 23명을 유지한다.
또한 본교에는 교무실이 없다. 내가 일본 공립학교를 방문하고 또 하나 놀랐던 것은 교원이 교무실에 있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교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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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도 짧다. 본교에서는 교원 한 사람당 수업 시간이 주 5일로 35시간인 것에 비해, 일본에서는 초등학교가 2분의 1인 17시간 남짓, 중학교가 되면 13~1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만을 수업에 할애한다.
본교에서는 교원용 라운지가 교무실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소파가 놓여 있고 복사기와 커피 메이커, 전자레인지, 냉장고가 놓여 있다. 그러나 교원용 라커는 있어도 교원 전용 책상은 없다. 교원의 책과 개인 물건은 라커에 수납한다. 그리고 교원들이 수업 준비와 자료를 조사할 때는 도서실이나 식당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오늘은 오하이오주 교원들이 우리학교를 방문했다. 그들과의 대담 중 내 답변의 일부이다.
“우리학교는 ‘더블 트랙(이중)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는 공립학교의 일반 교과에 첨가하여 같은 시간만큼 히블 교육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히블 교과는 히브리어, 토라, 유대율령, 유대사, 탈무드, 유대문학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의 하루는 오전 8시 20분부터 시작되는데, 오전ㅇ이 일반 교과, 오후가 히블 교과이다. 그리고 오후 4시 15분에 수업이 끝난다.”
유대인과 크리스트교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크리스트교가 성서를 종교서로 대하는 것에 비해, 유대인의 ‘토라’는 일상생활을 다루는 율법으로 되어 있다. 요컨대 일상생활의 매뉴얼인 셈이다. 우리에게 토라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생활의 지침이 된다. 크리스트교는 성(聖)과 속(俗)을 구별하여 나누고 있지만 유대인에게 성과 속은 하나이다.
유대인은 토라가 쓰인 태고 시절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토라의 가르침을 굳건히 지켜왔기 때문에 소수 민족이라는 이유로 늘 박해를 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민족으로의 흡수되거나 우리가 먼저 타협하여 동화되는 일 없이 살아남은 것이다. 유대 민족은 강한 개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교육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키느냐?’는 질문에 나는 ‘아뇨, 학생들에게 청소는 시키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른 직원이 합니다. 그러나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면….’하고 농담으로 관심을 끌고는 ‘교실을 더럽히지 않도록 학생들을 가르칩니다’라고 답했다. 원인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지식 편중의 교육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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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범절을 가르치기란 불가능하다. 유대인은 역사를 통해 청결함이 소중하다는 것을 특히 강조해왔다.
■ 10월 6일 : 한 소년의 작문에서
유대인, 도대체 어떤 점이 특별한 것일까
나는 창밖의 녹음이 빛나는 모습과 인간을 적시는 비를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비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스스로에게 일렀다.
나는 요 3년간 ‘북미 유대인 학생 작문 콘테스트’ 심사원을 맡고 있어서, 응접실의 편안한 벤치에 자리하여 응모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이 콘테스트는 모리스 앤드 페티 카플란 재단이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유대인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주최하고 있는데 보통 ‘카플란 상’으로 알려져 있다. 백만장자였던 카플란 부부의 유언으로 생긴 상이다.
내가 읽은 작품 중에서 높은 점수를 매긴 작문을 하나 소개하겠다. 뉴욕주 스프링 밸리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조셉 조프의 ‘유대인으로 자란다. 도대체 어디가 특별한 것일까’라는 작문이다.
유대인으로 자라면서 ‘어떤 점이 달랐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과 비교하여 다른가’라고 되물어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와 여러 민족 문화가 있지만 제각각 다르다. ‘차이’라는 말에는 ‘주류로 인식된 기준에서 다른’것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면 ‘주류로 인식되었다’ 라는 것은 무엇일까? 또 ‘차이’에 대해 거론할 때 다르다고 여겨지는 쪽이 주류보다도 우수한 경우도 있다. 유대인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오늘날의 미국 사회는 욕망과 물질주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한 전쟁이 한창이다. 그렇게 하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유대인 사회도 더 갖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어떤 점이 주류로 인식되는 기준과 다른 것일까. 그것은 유대인이 물질적인 소유욕 대신에 ‘토라’에서 나온 예지를 한층 더 가지려는 자세이다.
또 오늘날의 미국 사회에서는 이상적인 유대인 사회와 달리 기업의 약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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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그리고 하잘것없는 여러 가지 그릇된 상황이 추대 받고 있다. 진실을 찾는 방법이나 신을 찬양하는 새로운 방법을 탐구 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미쯔바(선행)를 어떻게 행하면 좋을지와 같은 주요 사항을 무시하고 새로운 풋볼 스타, 영화 스타, 록 뮤지션에만 관심이 기울어 있다. 이러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중요하게 보일지 모르나, 살아가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진실에서 너무나도 먼 곳에 있다.
그러고는 작문 안에서 왜 자신이 ‘이상적인 유대인 사회’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자문하면서 이상적인 유대사회에서 일탈하는 유대인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유대인이 전통을 멀리하면서 유대인으로서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도 덧붙이고 있다.
유대인은 2천 년 넘게 전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많은 작은 공동체를 만들고 가혹한 박해를 견디면서 유대인이라는 자긍심을 버리지 않고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지켜왔다. 유대인은 1948년에 조국이었던 땅에 이스라엘을 재건축하기까지 나라를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0년 이상이나 유대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유대교가 인간과 세계에 큰 축복을 가져다 줄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메릴린 먼로와 같이 크리스트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하여 유대인이 된 사람들도 극히 일부 있긴 하나, 그 수는 많지 않다.
공산주의를 만든 카를 마르크스의 조부는 독일의 유명한 랍비였다. 마르크스의 아버지는 변호사였는데, 당시 독일에서는 크리스트 교도가 아니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어서 크리스트교로 개종했다. 개종은 크리스트교 사회의 입장권이 되었다. 또 인간 정신에 처음으로 과학의 메스를 댄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유대인이지만 유대교의 일상 계율을 모두 버렸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나의 힘은 유대인인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마르크스나 프로이트 모두 유대교를 버렸지만 유대 정신문화의 주형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들이었다. 유대인은 유대교에서 멀어져도 유대인으로서의 습성을 버리기까지는 몇 세대나 걸린다. 유대교를 버렸다고 해도 그들은 유대인의 전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유대인은 물욕보다도 진실이나 예지, 정의에 굶주려 왔다. 유대교에서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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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인간에게 ‘세상을 보다 발전시킬 의무’를 부과했다고 말한다.
유대인은 세속적인 성공이나 부, 금전을 멸시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나 금전은 도구일 뿐이고 인간의 하인이다. 어찌 보면 유능한 심부름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대인 교육은 종교교육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겨난 배우는 능력, 생각하는 수법은 과학이건 인문 분야건 비즈니스 분야건 간에 모든 분야에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 10월 20일 : 가정교육
교육의 중심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여느 때처럼 초등학부 캠퍼스에 있는 강당을 사용하여 유치원 과정부터 중학부까지의 전교 PTA 집회를 행했다. PTA 집회는 아침 부와 저녁 부가 있다. 맞벌이하는 부모를 위해 저녁 부는 오후 8시 반부터 행해진다.
아침 부는 거의 전원이 어머니들이다. 오늘 아침 나는 어머니들 앞에서 가정에서의 교육을 테마로 30분 정도 이야기 했다.
유대인에게는 고대부터 교육의 장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책임은 누구보다도 우선 부모에게 있다. 요즘은 유대인 부모라도 가정 교육의 책임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유대인 공동체에는 몇 천 년 이전부터 마을과 부락이 어디에 있든 간에 반드시 학교가 있었다. 시나고그를 교실로 바꾸는 것은 허용되었지만, 교실을 시나고그로 바꾸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교실이 교회보다도 신성시 되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전원이 3세가 되면 오늘날의 유치원에 해당하는 학급에 다녔다. 그리고 6세부터 학교에 통학하며 정규 교육을 받았다. 다른 민족들은 의무교육 제도를 19세기 후반에 들어서부터 도입했지만 유대인은 고대부터 아이들 전원에게 교육을 실시해 온 것이다.
남자는 누구나 13세가 되면 시나고그에서 ‘바르 미쯔바’라는 성인식에 해당하는 의식을 거쳐야 한다. 13세가 된 소년은 사람들 앞에서 ‘토라’의 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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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낭독한 뒤 자기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야 한다. 따라서 유대인 남성에게는 역사상 문맹이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읽고 쓸 줄 아는 것뿐 아니라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시 되었다. 자기 나름의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 일종의 성인의 조건이었다. 오늘날에도 ‘바르 미쯔바’는 유대인 소년에게 평생 동안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여겨진다.
나의 ‘바르 미쯔바’는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시나고그에서 행해졌다. 그때 내 부모님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낭독한 그때의 토라 구절은 인생에서 올바른 선택을 행하는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나는 이날을 위해 모인 친척과 부모님의 지인들 앞에서 영어와 히브리어를 바꿔 사용해 가면서 주석을 달았다. 그날 나는 ‘바르 미쯔바’의 축하 선물로 부모님께 만년필을 받았다. 친척 분들이 책을 주시고 부모님 지인들이 현금을 주셨다. 전부 100달러 정도였다. 당시로써는 꽤나 큰 금액이었다. 물론 나는 바로 은행으로 가서 저금했다.
유대인은 모든 아이들에게 ‘천재 교육’을 실시해 왔다. 유아교육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토라의 ‘신명기’에 신의 명령으로 ‘주 하느님의 말씀을 너의 자녀와 자손에게 가르쳐라’ 라는,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만 하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토라의 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신에 대한 부모의 성스러운 의무로 여겼다.
탈무드는 인간을 나무에 비유하고 있다. 나무도 사람처럼 싹이 날 때부터 충분한 빛과 여러 자양분을 받음으로써 강한 뿌리를 내려 멋진 나무로 자라는 것이다. 어린 나무일 때 나무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다. 교육은 강한 뿌리를 만드는 애정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견실한 작업과 같다.
탈무드는 인간의 인생을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갓난아기는 국왕과 같다. 모든 이들이 우러르며 키스한다. 2세부터 3세 사이는 돼지와 같다. 마루를 기어 다니며 무엇이든 입안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10세 까지는 광대이다. 하루 종일 춤추고 웃는다. 18세가 되면 말처럼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 그리고 결혼하면 당나귀처럼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 아버지가 되면 개와 같이 먹이를 쫓아 달린다. 늙으면 마치 원숭이나 어린아이같이 유치해 진다.
천국은 유아기 안에 있다고들 한다. 따라서 성인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이 천국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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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과 신뢰 관계이다. 애정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건전한 신뢰관계에 의해 결속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은 자는 애정이 인간 사회의 기초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애정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유아는 외부 세계에 열심히 적응하려고 한다. 그리고 제일 먼저 모방한다. 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표본이 되는 것을 강조해 왔다.
부모가 평상시 책을 즐겨 읽거나 친구들과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아이는 독서나 지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임을 잊지 말자.
따라서 영재 교육의 첫 단계는 가정에 교육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은 유대인에게는 배움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다른 민족보다도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정에 있을 때 ‘질 높은 시간’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미술관, 박물관, 음악회로 데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독서 감상에 대한 이야기나 원예를 함께 가꾸거나 산책을 하면서 대화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아버지와 아이가 탈무드를 함께 낭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둘이서 양서를 읽는 것도 좋다. 아버지가 신문을 읽으면서 국제 정세나 사회 문제에 대해 아이와 의견을 나누거나, 텔레비전 뉴스를 본 뒤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가정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학교이다. 그것도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아침에 일찍 일어난 후 잠들기 전까지, 즉 생활의 모든 시간이 학습이다. 아이들이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 가정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된 성인으로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가정에 달려 있다.
탈무드는 ‘아이가 태어나면 우선 두 사람의 파트너가 생긴다. 그것은 부모이다. 그리고 성장하면 세 번째 파트너가 추가된다. 그것은 교사이다’ 라고 가르친다. 교사는 세 번째 파트너일 뿐이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아버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남녀 각각 장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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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다. 남성은 논리적이고 냉정하며 여성은 정서면에서 뛰어나지만 의존심이 강하고 감정적이다.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하다. 자식교육을 어머니에게 맡겨버리면 남에 대한 의존심이 강해져 독립심을 상실하고 감정이 불안정한 청년으로 자라기 쉽다.
흔히 교육은 가정과 학교의 공동 작업이라고 말하는데 가정이야말로 본교이고 학교는 가정의 분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도대체 왜 근대에 들어서 학교가 교육의 중심적인 장소를 차지하게 된 반면 가정이 교육의 장이라는 인식이 희박해진 것일까. 학교가 교육의 중심의 장이 된 것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교육의 왕좌가 가정에서 학교로 옮겨간 것은 가정과 직장의 분리가 진행되었고 또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것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되어 여성의 사회 진출 현상이 강해져서 어머니들도 집에 있지 않게 된 탓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미 50개 주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교육해도 위법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부분 나라에서는 교육권은 국가나 주가 아니라 부모에게 속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고 가정에서 교육하는 것을 홈스쿨링이라 부른다. 미국에서는 100만 명 이상의 아동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배우고 있다.
영국을 예로 들면 1만 세대 이상의 가정이 아이를 학교로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교육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나 스칸디나비에 에서도 홈스쿨링은 드문 일이 아니다.
홈스쿨링이 번성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가정이 학교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물론 학교 교육도 홈스쿨링과 같이 한계가 있다. 학교는 만능이 아니다. 학교와 가정은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 이인삼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자세나 남에 대한 배려, 인간으로서 정직해야 할 것, 또 남에게 감사하는 마음, 정의감,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학교에서 모두 가르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습득하게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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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 안식일
시간과 사물에서 해방되어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날
오늘은 사바스가 시작되는 날이다. 유대인이라면 금요일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누구나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사바스는 일주인 중 하루의 휴일인데, 이것은 유대인에게만 있는 독특한 행사이다. 어떤 타민족도 사바스에 해당하는 날은 없을 것이다. 이 사바스를 통해 유대인은 성서 시대부터 엄청난 힘을 받아왔다. 사바스는 히브리어로 ‘휴일’을 의미한다.
7일로 이루어지는 일주일을 처음 만든 것은 유대인이다. 7일이 일주일의 단위가 된 것은 성서에 나오는데, 후에 크리스트교도가 이와 같은 일주일을 계승하고는 유대교와 구별하기 위해 안식일을 하루 뒤인 일요일로 삼았다.
해가 진 후 가족들은 걸어서 시나고그로 간다. 시나고그는 ‘체리 레인 민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초등학부 강당에 의자를 놓고 임시로 시나고그를 만든 곳이다. ‘민얀’은 히브리어로 시나고그에서 기도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인 10명을 의미한다. ‘체리 레인’은 캠퍼스에 있는 좁은 길 이름이다.
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곳 시나고그의 랍비를 겸하고 있다. 그래서 7시부터 45분간, 가장 앞줄에 앉아 회중을 이끌며 사바스 기도를 드린다. 크리스트교 신부나 목사와 달리 권위를 내세우는 제복이 없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상복 차림이다.
랍비는 신부나 목사처럼 신의 대리인이 아니다. 학식에 따라 존경받는 사람이다. 랍비는 권력이나 부와 같이 세습할 수 없다. 또 랍비는 지역사회의 리더들에 의해 선발되어 일하게 된다. 따라서 지도자로서 사람들 위에 서 있다고는 해도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사바스는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데 유대인의 하루는 타민족과 측정법이 약간 다르다. 일몰부터 다음날 일몰 직전까지가 하루가 된다.
유대인은 금요일이 되면 일몰 전까지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입욕하여 몸을 정결하게 하고 복장을 정리한다. 주부는 요리를 만든 뒤 집 안 전등을 켠다.
사바스의 규정은 매우 철저하다. 일몰과 사바스가 함께 시작되면 다음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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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전까지 요리나 청소를 하는 것은 물론 어떤 가사나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불을 켜는 것도 노동으로 간주되므로 전기를 켜는 것도 금지된다. 그래서 미리 점등해둔다. 요리는 약한 불 위에 올려 둔다. 때문에 일몰 전에 사바스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사바스 동안은 일에 관련된 편지나 서류, 책도 읽어서는 안 되고, 글을 쓰는 것도 금지되어 잇다. 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금지되므로 이동할 때도 걸어서 가야 한다. 따라서 이날은 자연히 행동 반경이 좁아진다.
금요일이 되면 유대인은 밝은 표정을 짓고 서로 ‘사바스 샬롬(좋은 사바스 되세요)!’라는 인사를 나눈다. 일몰이 가까워짐에 따라 마음이 밝아진다.
사바스는 주부의 손으로 일몰 직전에 초를 켜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징적인 행위인데 일몰 18분 전에 불을 켜게 되어 있다.
- 가족들이 함께 시나고그로 가서 소속된 사람들과 함께 기도를 드린다.
- 귀가하면 초대한 사람들과 함께 만찬이 시작된다.
아무리 가난한 종업원이라 해도 이날 하루만은 자기 집에서 자신이 주인이 될 수 있다. 작은 집이라도 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바스 기간은 일을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누구나 일의 괴로움이나 일이 초래하는 정신적 중압감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된다.
사바스는 인류 최고의 노동기준법과 같다. 이날은 가축도 쉬게 해야 한다. 또 이방인 종업원에게 일을 시켜서도 안 되었다. 사바스는 단순한 휴일이 아니다. 따라서 타민족의 휴일처럼 아버지가 골프장에 나가 어머니가 ‘골프 위도(과부)’가 되고 아이들이 ‘골프 오펀(고아)’이 되는 일이 없다.
사바스는 신나게 노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골프나 테니스, 낚시와 같은 스포츠를 해서도 안 된다. 체스나 게임에 빠져서도 안 된다. 교통수단을 이용해서도 안 되므로 멀리까지 나갈 수도 없다.
탈무드에는 사바스에 대해 ‘인간에게 휴일이 제공된 것이지, 휴일에 사람이 제공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날은 정신을 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정신적으로 깊이 할 수 있다. 또한 이날은 시간을 낭비하는 날이 아니다. 피곤한 영혼을 쉬게 하는 날이고 기도, 배움에 의해 시간을 성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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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느끼는 날이다. 사바스 동안은 다른 날의 시간과 질이 전혀 다르다. 또 사바스 기간은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일도 금해진다.
그런데 교육만은 일에서 제외되어왔다. 따라서 사바스는 교육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사바스 동안은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불가능해서, 집 안은 편안함과 차분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따라서 공부하는 데에는 절호의 날이기도 하다. 이 정도로 공부를 위한 환경이 좋은 날도 없다.
사바스 동안은 일절 글을 써서는 안 되므로 부모 자식이 함께 공부하는 것도 이야기와 읽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역사나 문학, 어떤 것을 배워도 좋다. 이날 아버지는 하루 종일 교사가 된다.
유대인은 독특한 시간관념을 갖고 있다. 고대를 되돌아보면 유대교 이외의 대부분의 종교가 태양이나 높은 산, 혹은 특정 물건을 신성시해서 숭배했다. 그러나 유대인은 물질이 아니라 시간을 신성시했다.
토라는 신이 6일에 걸쳐 세상을 창조한 ‘창세기’에서 시작된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7일째가 되자 그날을 축복하고 모든 작업을 쉬셨다.
이렇듯 신은 무엇보다 성스러운 것으로 축복한 것은 일주일 속의 하루라는 시간이었다. 즉 신이 만든 것 중에서 신성한 것은 시간뿐인 것이다.
토라는 나라와 지리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도 세대의 교환과 시대마다 일어난 사건, 시간의 흐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신에게서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드는 사명을 받은 유대인은 세계가 시간과 함께 진보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세계를 시간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게다가 토라 시대의 히브리어에는 ‘사물’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었다. 오늘날에는 ‘타발’이라는 말이 사물을 가리키게 되었는데 원래 이 말은 ‘말’이나 ‘충고’를 의미했다.
시간은 영원의 일부이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을 경험함으로써 영원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탈무드는 ‘과거에서 배워라. 현재를 살아라. 미래를 위해 일하라’라고 가르친다.
탈무드는 ‘게으른 자는 시간을 낭비하지만 사실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훈계한다. 우리는 시간에 지배받아서는 안 된다. 시간을 지배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평등하게 시간을 제공받는다. 현자나 우자, 빈자나 부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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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같은 양의 시간을 갖게 된다. 사람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큰 무기이다.
유대인은 시간을 성스러운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시간 관리에 능숙하다. 자기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고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 사용법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알 수 있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유대인에게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큰 죄는 없다.
사바스는 퀄리티(quality 질, 품질, 자질, 고급의) 타임이다. 시간에도 질이 있다. 그리고 이 퀄리티 타임이 퀄리티 차일드(질 높은 아이)를 만든다. 사바스는 인간에게 의식을 되찾아줄 뿐 아니라 시간이 신성한 것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 11월 22일 : 암기
유대 교육의 중요한 기둥
오전 7시 반부터 50분간, 초등학부 교원 모두 식당에 모여 정례 교원회를 열었다. 매월 한 번 아침 시간 혹은 방과 후 4시 15분부터 한 시간 동안 유치원 과정, 초등학부, 중학부 별로 교원들이 모여 교육 방침에 대해 이야기한 후 다 함께 토의한다. 그 시간에는 늘 다과가 준비된다.
오늘 아침 나는 초등 교육에서 ‘암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암기라고 하면 일단 별로 평판이 좋지 않다. 암기는 지적인 것이 아니라 학생의 능력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한 교육학에서는 암기는 기계적인 작업이라며 배척되고 있는 실정이다. 암기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에 학생이 자유롭게 발상할 수 있는 학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하고 싶다. 교육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비슷할 정도로 오래 되었다. 교육의 출발점은 암기였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특히 소년기의 암기는 교육의 중요한 수단이다. 암기는 기초학력을 키운다. 교육을 하나의 건축물로 예를 들면 암기가 그 토대가 된다. 근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교육의 기본은 암기였다.
고대에는 암기가 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탈무드는 2세기에서 5세기에 걸쳐 편찬되었는데, 그때까지는 기억 위주의 구전에 의해 전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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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탈무드가 구전에 의해 전해졌다는 것은 인간의 암기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를 알려준다. 문명은 암기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고대에는 지식이나 지혜는 책에 적힌 것이 아니라 교사의 머릿속에 있었다.
오늘날에는 지식이나 정보의 변화가 극심해져서 암기를 중시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고대나 현대 모두 암기가 교육의 기초라는 사실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탈무드는 ‘암기만큼 학력을 키우는 데에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라고 말한다.
유대인은 벼락치기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토라의 ‘이사야서’는 ‘가르침은 하나씩 하나씩 여기를 조금, 다음을 조금’이라고 말한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와 다를 바 없다. 교육이란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이다.
암기할 때는 낭독해야 하는데 이는 지식을 제대로 가슴에 새기는 데에 효과가 있다. 소리를 내는 것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소리를 내는 것은 정신에 의외로 좋은 작용을 가져다준다.
탈무드는 ‘성전을 음독하거나 현자의 말에 멜로디를 붙여 낭독하는 것이 좋다’라고 훈계한다.
우리학교에서도 암기를 중시한다. 논리적인 문장을 암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훈련이 된다.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암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오늘날에는 유년기나 소년기에 어려운 암기가 그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있는데, 훗날 어린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암기를 강제로라도 했던 것을 반드시 감사하게 되기 마련이다. 암기는 유대 교육의 중요한 기둥이다.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기억 이외에 아무 것도 없다. 암기는 기억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다. 끈기를 갖고 공부하면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탈무드는 ‘100번 복습하는 것과 101번 복습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라고 말한다.
테이프나 영상 혹은 컴퓨터가 등장하고 나서 지식과 정보를 전파하거나 축적하고 검색하는 것이 편리해졌다. 그러나 편리함은 양날의 칼이다. 사람들 돕는 것도 상처를 주는 것도 모두 가능하다. 편리함은 인간의 능력을 확대 시킴과 동시에 사람에게서 기본적인 능력을 빼앗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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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속에서야말로 인간으로서의 고귀한 기본이 존재하는 법이다. 특히 유·소년기에는 불편함을 경험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기초적인 능력을 강하게 키울 수 있고 그만큼 강인해지는 것이다.
■ 11월 22일 : 탈무드란
유대 5천 년의 예지의 결정체
탈무드는 수천 년에 걸쳐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 현인들의 견해를 수록한 책이다. 토의록이라고 해도 좋다. 어떤 페이지를 열어봐도 여러 명의 랍비들이 한방에서 벌이는 논쟁을 기술한 것 같다.
탈무드는 하나의 문제를 모든 각도에서 검토하는 좋은 훈련장이다. 책으로 쳐도 방대한 양인데 전권이 20권 이상에 이른다. 각 권마다 15Cm 정도의 두께인지라 운반할 경우 승용차 뒷좌석에 다 싣지 못할 정도이다.
권두의 ‘미슈나’가 히브리어로 적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편이 아람어로 서술되어 있다.
여기에서 아람어에 대해서 해설해 보자. 성서는 히브리어로 적혀 있다. 히브리어는 고대 중동에서 이스라엘 지방의 말이었다. 아람어는 메소포타미아, 바빌로니아 지방의 히브리어와 동계열의 셈어인데, 유대민족이 기원전 6세기에 바빌로니아에서 포로 생활을 보낸 뒤부터 유대인의 말이 되었다. 탈무드는 토론집이기 때문에 아람어로 적혀 있다.
예수 그리스도도 아람어로 말했다.
내가 오늘 본교 중학생들과 수업하는 개요를 적어보겠다.
고대 유대왕국에서는 재판소가 세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하급의 간이 재판소는 세 명의 판사로 구성되었다. 일반 재판소에서는 23명의 판사가 사건을 맡았다. 그리고 피고나 원고 어느 쪽이 상소하면 ‘산헤드린’이라는 최고 재판소가 놓이는데 72명의 판사단으로 구성되었다.
“그럼 이제 여러분에게 문제를 내겠다. 23명 중 누가 처음에 의견을 서술하고 투표해야할까. 연장자에게 경의를 바치고 장자순으로 투표해야 할까? 아니면 신임 판사부터 투표를 시작해야 하는 걸까?”
위 문제에 대해 학생들은 활발한 토의가 펼쳐졌다. 이때는 어린 시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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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각도에서 사물을 보는 훈련을 받은 유대인은 여러 의견을 내놓는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그 안에서 보다 좋은, 혹은 최선의 해결법을 얻으 수 있다는 것이 유대인 발상의 근저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탈무드적 발상’이라고 부른다. 유대를 의미하는 ‘히브리’라는 말 자체가 ‘또 다른 한 쪽 대안에 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러 대답 중 오늘은 탄니야 호프태디가 의외로 정답을 말했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저는 신임 판사부터 판결 이유를 말하고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배에게는 권위가 있고 일단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의 말을 듣게 되면, 젊은 판사는 영향을 받아 자신의 신념이 흔들려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바꿔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탈무드는 금전이나 재산이 얽힌 소송의 경우에는 선배 판사부터 먼저 투표하지만, 사형을 포함해 형벌이 무거울 경우에는 신임 판사부터 투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교에서도 교원회 때는 신임 교사부터 발언하게 한다.
유대인은 각의든 회사, 연구소의 회의든 간에 모여서 토론하는 경우에는 연령이 젊은 순부터 발언하게 한다. 그러는 편이 권위나 기성 개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발상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대인 사고법은 영어로 말하면 ‘탈무딕(탈무드적)’이라고 한다. 탈무드 공부는 그 내용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탈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탈무드는 성서 해석집이고 장대한 토론을 수록한 책으로, 분석과 비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이 살아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유대인 교육에서는 암기를 중시하지만 통째로 암기만 하고 그치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 탈무드는 ‘책을 통째로 암기하는 자는 당나귀가 등에 책을 싣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한다.
또 하나, 탈무드 학습에 뿌리 내린 유대인 교육의 비밀을 소개하겠다.
그것은 히브리어로 ‘공부 동료’를 의미하는 ‘하브루타’라고 하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학생이 세 명씩 한 조의 하브루타를 만든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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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할 때까지 이 조는 바뀌지 않는다. 탈무드는 이 세 명이 한 조가 되어 서로 논쟁하면서 배워나간다.
하브루타는 종종 평생에 걸친 친구를 만든다. 서로 돕고 계발하며 북돋아준다. 끈끈한 우정으로 결속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2천 5백년 이상이나 지난 면학 전통이다. ‘하베르’가 히브리어로 친구를 의미하는 말이어서, ‘하브루타’는 ‘친구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하브루타가 둘도 아니고 넷도 아니고 세 명인 데에 고대 유대인의 지혜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생이 자포자기해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타민족 학교에 비해 극히 적은 것은 하브루타 덕분이라고들 한다. 하브루타끼리는 단순히 공부하며 실력을 연마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는 늘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어떤 일에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서로 나눈다. 혼자서 고민하는 일이 없다. 괴로울 때, 위기에 닥쳤을 때, 그 학생 편이 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육친이 되어 열심히 귀를 기울여 주는 친구만큼 든든한 것도 없다. 나는 다른 나라 교육에서도 하브루타를 응용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무드에는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친구를 발명했다’라는 말이 있다. 집단 따돌림이나 청소년들의 비행이 문제화 되고 있는 국가에게 하브루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하브루타는 학교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전국 유대인 사회에서 탈무드를 공부하는 성인에 의한 수많은 하브루타가 존재한다. 하브루타의 전국 조직도 있을 정도이며 기관지도 발행되고 있다. 성인 하브루타는 고전에서 지혜를 얻을 뿐 아니라 동료의 경험이나 견해에서 서로 배우고 지력과 정신력을 강화할 수 있다.
탈무드의 또 다른 특징을 들자면 영원히 완성되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이다. 영원히 완성되지 않은 책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탈무드는 그렇다. 왜냐하면 탈무드에는 시대를 망라하여 늘 새로운 예지가 추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탈무드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느 시대에 출판된 것이어도 반드시 백지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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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5일 : 오리진즈
선인의 노고를 교훈삼아 살아가기 위해
오늘은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오리진즈’수업이 행해졌다. ‘오리진즈’에 대해 다소의 설명을 드리겠다. ‘오리진’은 영어로 ‘기원후’ 혹은 ‘원류’, ‘자기가 나온 곳’을 의미한다. ‘오리진즈’는 그 복수형이다.
본교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5학년까지 9~10세 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을 초빙하여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한다. 이 수업은 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다.
20세기는 유대인에게 수난의 시대였고 그들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오리진즈’는 학생들에게 부모나 조부모 세대의 고통을 알리고 그 경험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다. 인격 형성을 위해서는 자신들이 역사와 전통의 고리 안에 살고 있는 사실을 자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를 모르고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과거를 잃은 자에게는 미래도 없다.
이 ‘오리진즈’는 본교에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경제 대공황 무렵의 이야기, 무일푼에서 자수성가하여 거부가 된 이야기, 저명한 과학자가 어린 시절 실험하다 실패한 추억담 등 별 일이 다 있다. 대부분 조부모의 이야기지만, 아버지나 어머니들도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귀중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자기들의 원류를 알 수 있고, 선인의 고생을 알게 됨으로서 정신적으로 성장해 간다.
그리고 부차적인 효과가 있다. 우선 동급생의 부모나 조부모가 이야기를 함으로써 아이들은 학교 교원들만 교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연장자라면 모두 아이들에게 교사일 수 있다. 아이들은 성인의, 그것도 동급생과 혈연관계자인 연장자가 ‘일일 교사’를 맡음으로써 교육이 학교와 교실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 수업이 끝나면 질문하게 한다. 집중해서 들어야 질문을 할 수 있다.
- 요점을 요약 정리하게 한다.
- 끝난 후 강사에게 감사 편지를 쓰게 한다.
아이들에게 선인들의 기쁨과 괴로움, 자긍심과 굴욕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과거를 소홀히 하는 자는 기억을 잃은 몽유병 환자와 같다.
인간에게 과거는 대지와 같은 것으로, 양다리를 잘 놓고 서야 한다. 과거를 파괴하는 만큼 큰 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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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6일 : 식수의 날
이스라엘에 묘목을 보낸다
이번 달은 유대력으로 ‘스밧’의 달이다. 2천 년 이전부터 매년 스밧 달의 15일은 유대 민족이 지켜온 식수의 날이다.
아직 쌀쌀하지만 다행스럽게 날씨가 화창하고 공기도 깨끗하다. 이스라엘에서는 2월이라고 하면 아몬드나 벚꽃이 피는 계절이다. 이날, 전 세계 유대인 학교에서 자연의 숭고함에 대해 학생에게 가르친다. 본교에서는 유치원부와 초등학부 저학년에게 ‘씨앗과 물과 태양과 양분이 나무를 만든다’는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는, 학교 구내에 묘목을 심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본교 캠퍼스는 13에이커(5만 제곱미터)나 되기 때문에 묘목을 심을 수 있는 땅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유대 민족은 나무를 사랑했다. 탈무드에는 ‘나무를 지키는 것은 인간을 지키는 것과 같다’, ‘나무는 사람에게 가장 친한 동료이다’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에게 무화과나 대추, 오렌지와 같은 중동의 수목에서 수확된 과실을 나누어 준다. 모두 이스라엘에서 수입된 것으로, 선조의 노고를 기리고자 하는 것이다.
유대인에게는 결혼이나 출산 시에 묘목을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묘목 그 자체를 선물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에 묘목을 심는 대행업자가 있어 이스라엘 국내에 묘목을 심어주기 때문에 그 증거를 상대에게 선물한다. 묘목 한 그루가 5센트 정도밖에 하지 않으므로, 50그루, 100그루를 같이 보내 식수하는 것이다.
‘왜 신이 천지를 창조하는 데에 있어 마지막에 인간을 창조하셨을까?’
탈무드에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자연의 모든 것이 인간보다도 선배이고, 인간은 선배인 자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 2월 13일 : 학습 장애
100명 중 15명이 이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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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에는 ‘신은 개개인을 다르게 창조하여 누구 한 명 같은 자가 없다’라는 글이 있다. 또 탈무드는 ‘신이 왜 최초 인간인 아담을 창조했을 때, 아담 한 명만 창조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신이 최초 인류를 한 번에 10만 명, 20만 명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답은 ‘그것은 한 사람을 망치는 것이 전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임을 인류에게 경각시키기 위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존재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차이에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한 명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한 사람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전 우주를 멸망시키는 것과 같다. 유대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을 소우주로 생각하여 소중히 여겨왔다.
사람의 신장이나 체격, 체중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옷이나 신발을 입힐 수 없듯이 유대인은 아이의 교육 또한 각각의 아이들의 조건에 맞춰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전통을 따라 우리는 본교에서 가능한 한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본교에서는 학생의 학습 장애가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습 장애는 아이를 좌절 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생들 간에 당연히 개인차가 있고, 누구나 크고 작은 차이긴 하지만 학습 장애를 각각 갖고 있다.
학습 장애는 선천적인 것으로, 100명 중 15명의 비율로 발생된다고 한다. 따라서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학습 장애는 벽이 아니다. 열등감이나 좌절감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극복하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학습 장애는 가능하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발견하는 것이 좋다. 학습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노력 해라’, 혹은 ‘제대로 좀 해봐’라고 혼내는 것은 금물이다.
학습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결코 적지 않다. 성인이 된 뒤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도 많이 있다. 아인슈타인 박사 외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도 그 중 한 명이다. 남미에서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몬 볼리바르, 20세기 영국 대 재상 윈스턴 처칠,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국 육군의 영웅이 된 조지 패튼 장군, 1950~1960년대 미국 공화당 거물인 록펠러 일가의 넬슨 록펠러, 제1차 대전 시 미국 대통령으로 국제 연맹 창시자가 된 우드로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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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비롯하여 학습 장애를 겪었던 사람들의 수는 엄청나다.
아인슈타인은 초, 중학교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지만, 부모와 작은 아버지 야곱이 늘 격려해줬다. 그리고 어머니의 권유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그에게 위안이 되었다. 만약 부모가 아인슈타인에게 게으른 녀석, 혹은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라고 혼내기만 했다면 세계는 뛰어난 인재를 잃고 말았을 것이다.
사람은 모방하는 동물이다. 아이는 누구보다도 부모를 따라 한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게으른 버릇이 있으면 아이도 그렇게 된다. 부모는 좋든 나쁘든 아이에게 모범이 된다. 여자는 10대를 지나도 어머니가 모범이 되지만, 남자는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를 따라 하고 11, 12세가 되어서야 아버지를 따라 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사를 따라 하는 아이는 없다. 이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훨씬 중요한 교사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부모가 노력가이면 자녀에게도 끈기가 있어 학습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장애는 사람에게 개성의 일부일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장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려고 도전함으로써 능력을 크게 신장시킨 예가 많다. 심한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사람은 적지 않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를 앓았었고, 헬렌 켈러는 삼중고를 갖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 장애는 하늘의 은총과도 같았던 것이다.
■ 3월 8일 : 관용
남을 돕는 마음을 가르친다
본교는 학생에 의한 자원봉사 활동에 주력하는 편이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이 히브리어로 ‘헤세드’라고 불리고 있다. 초등학교 4~5학년 전원이 방과 후, 혹은 휴일을 이용하여 시내 독거노인들을 병문안 하는 것이다.
시내 롱아일랜드 유대인 병원 안에 파커 제어트릭(노인병) 센터가 있는데, 학생들이 그룹별로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센터 식당이나 레크레이션 룸에 있는 노인들의 말벗을 해주는 것이다. 노인들은 아이들이 찾아오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유대 격언에 ‘만약 친절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많은 졸업증서를 갖고 있어도 무학이나 다름없다’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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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있다. 성서 ‘잠언’은 친절한 마음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생명의 평안을 늘리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탈무드는 ‘인간은 그 지혜에 의해 존경받고 친절함에 의해 사랑받는다’, ‘친절한 마음은 황금보다 존귀하다’라고 가르친다.
탈무드는 거짓을 말해도 좋은 세 가지 상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첫 번째가 ‘책’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은 이 책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그 내용에 대해 정통하더라도 ‘조금 알고 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아마도 지자가 거만해지기를 기피한 모양이다.
두 번째로 ‘침대’를 언급하고 있는데, 고대 랍비는 성행위를 행한 후 배움의 장에 올 때는 목욕을 하고 몸을 깨끗이 해야 했다. 그래서 그러한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해도 용서되었다.
세 번째가 친절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는 한, 사실을 돌려 말해도 좋다는 것이다.
성서는 채리티(자선, 남을 돕는 일)를 인간에게 의무화 하고 있다. ‘신명기’에는 ‘너의 동포 중 한 명이 만약 가난하다면, 그 동포에게 마음은 물론 손을 닫아서는 안 된다. 기꺼이 당신의 손을 열어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라는 말을 비롯하여 늘 자선을 행할 것을 권하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채리티야말로 유대교의 기초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트교가 이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반에서는 학생이 빈 캔 수집 등의 자원봉사 활동으로 얻은 수익이나 용돈에서 소액을 내어 자선 활동에 기부하는 것을 반 단위로 행하고 있다. 그리고 1년에 세 번, 어떻게 기금을 모으는지, 그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토론을 행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좋은 훈련이 된다.
중학부 학생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주니어 카운슬러’로 지도할 수 있다. 공부나 스포츠를 가르치거나 상담도 해준다. 이것은 자원봉사 활동으로 행해진다. ‘주니어 카운슬러’를 맡음으로써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도하는 학생 또한 크게 성장한다. 중학생에게 책임감을 배양시키고 리더십을 터득시키는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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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에서는 ‘페니 프로젝트’를 행해왔다. ‘페니’는 1센트짜리 동전인데 100만개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만 달러가 모이면, 뉴욕에 ‘홀로코스트 아동 기념관’을 만드는 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100만 개를 목표로 삼은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홀로코스트로 100만 명의 유대인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100만 개의 페니는 딱 1만 달러가 된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PTA가 주최하여 5월에 사흘간 플랜트 세일(식목시장)을 행한다. 또 12월에는 하누카제가 있는데 체육관을 이용하여 부모님이 여러 물건을 가져와 옥션(경매)을 개최한다. 이들 기금은 PTA 기금으로 학교를 위해 사용된다.
유대인은 선인들에게 이어받은 전통을 존중하기 때문에, 사회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많은 민족처럼 근대화나 진보라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대화나 진화라는 말 안에는 무시무시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전해온 가치 있는 것을 소중히 지켜왔다. 그리하여 이집트, 바빌로니아 제국 그리고 고대 그리스 아테네나 로마 제국을 비롯한 일찍이 부귀영화를 누린 나라들이 망한 가운데 유대 민족은 지금까지 활기 넘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상의 사랑이 가족이나 사회도 성립시킨다. 채리티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라고 우리 유대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믿어온 것이다.
■ 3월 13일 : 웃음과 농담
권위를 의심하고 지성을 닦는 예리한 숫돌
오늘은 학교에서 퓨림제가 있었다.
퓨림제는 1년 중 진심으로 웃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축제다. 이날은 유대인의 독특한 행사 중 하나인데 푸림제 날은 학교가 휴일이 된다. 늘 퓨림제 전 일요일에는 학교에서 퓨림 도래를 축하하여 각종 행사가 치러진다.
퓨림제는 2천 년이나 이전의 고사 古事에 기초하고 있다. 기원전 6세기에 페르시아에서 포로 생활을 보내던 유대 민족이 학살의 위기에서 어렵게 구조된 사건을 축하하는 것이다. 참으로 기쁜 날이다.
이 이야기는 성서 ‘에스더기’에 나온다. 에스더는 국왕 아하수에로스의 아름다운 왕비였다. 에스더는 유대인이었는데 재상 하만은 유대인을 두려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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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했다. 하만은 어느 날 국내 유대인을 모조리 학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에스더가 사촌 모르드개를 통해 이 계획을 알고 왕에게 호소한다. 평소 왕비를 신뢰했던 왕에 의해 하만이 처형되고 유대인이 구해졌다는 고사다.
퓨림은 히브리어로 ‘제비’를 의미한다. 하만이 유대인을 전국에 걸쳐 죽이는 날을 제비를 뽑아 결정한 것에서 그렇게 불리는데 퓨림은 영어로도 ‘제비 축제’라고 알려져 있다.
이날 밤은 재밌게도 포도주를 실컷 취할 때까지 마시고 즐기게 되어 있다. 평상시에 유대인은 결코 과음하지 않는다. 유대인 사이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극히 적은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퓨림제 밤만은 예외이다. 그 정도로 축하해야 할 날인 것이다.
축제는 공동체를 단결시키고 전통을 지키는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다른 집단에는 없는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축제를 축하할 때마다 사람들은 일체감을 느낀다. 축제는 선인들과 공통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것이다.
유대인은 성서에 의해 분장을 하는 것을 금해왔다. 그러나 퓨림제 날만은 예외이다. 그 정도로 기쁜 날인 것이다. 분장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성서가 동성애를 금하고 있어, 남자가 여장하거나 여자가 남장하는 것을 터부시해왔기 때문이다.
이날은 남자는 해적, 국왕,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여자들은 에스더, 미니마우스, 백설공주 등 여러 분장을 한다.
퓨림제는 웃음으로 가득한 축제이다. 유대인은 웃음에서 큰 힘을 얻어왔다. 유대인의 영재 교육의 기둥 중 하나가 웃음이다.
퓨림제 중에 가장 유대인에게 고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퓨림 쉬필이다. 쉬필은 이디시어(동유럽 유대인 말)로 ‘촌극’을 의미하는데 학생들이 랍비나 교원 그리고 학교를 조롱하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촌극을 연기하는 것이다.
퓨림 쉬필은 꼭 특정 랍비나 교원을 조롱하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반에서는 가공의 랍비가 우주인과 어리석은 논쟁을 행한다는 촌극을 연기하기도 했다.
퓨림 쉬필은 이스라엘 국방군들도 병사들에 의해 연기된다. 그날만은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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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조롱하고 실컷 웃음거리로 삼을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점 때문에 퓨림 쉬필이 유대인 특유의 것이 되었을까. 그것은 권위가 있는 것을 웃음 대상으로 삼은 전통 때문이다. 유대인에게는 신 이외에는 절대적인 권위라는 것이 없다. 따라서 유대인 사회에는 절대적인 권위자나 독재자가 출현하는 일이 결코 없다. 유대인은 권위를 의심하고, 권위에 맹종하지 않는다.
유대인은 웃음의 민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웃음은 단지 즐거운 것에만 그치지 않으며 머리를 좋게 하는 묘약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코미디는 ‘유대인의 가내공업’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국 코미디언의 80%가 유대인이라고 한다.
유대 조크는 대단히 우수하다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박사나 프로이트 같은 유대인 천재들 모두 조크를 더 없이 즐겼다. 유대인 천재들은 웃음이야말로 유대인 정신을 지키고 지력을 키워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웃음은 어떤 철강보다도 강인한 갑옷과 투구이다. 사람은 웃을 수 있는 동안은 결코 지지 않는다.
사람은 기가 꺾여 웃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자기를 잃고 굴복한다. 유대인이 오랜 역사에 걸쳐 박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았던 것은 어떤 역경이 닥쳐도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대인은 유머나 조크가 머리를 좋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히브리어로 ‘예지’와 ‘조크’라는 말은 같은 ‘호프마’를 사용한다. 즉 조크는 예지인 것이다.
■ 4월 10일 : 집단 따돌림
선악의 구별과 자제하는 것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천사처럼 순진무구하지만, 이것은 선악이 구별을 모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선악을 구별할 줄 모른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아이들에게 선악의 구별과 자제를 가르치지 않는 한, 평생 자기 멋대로 살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갓난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는 ‘아이들은 범죄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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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억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만약 ‘아이들이 자유롭게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한다면 전 세계는 폭발할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모튼은 중학부 1학년이다. 모튼이 같은 반 아이작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것에 대해 아이작 어머니가 담임 교원에게 상담해 왔다. 아이작은 천성적으로 안면 신경 장애기 있어 끊임없이 얼굴이 경련을 일으킨다. 담임 교원에게 알아보도록 하니, 모튼 뿐 아니라 모튼 친구들도 함께 아이작을 괴롭히면서 즐긴다는 것이었다.
모튼은 반에서도 인기가 많은 학생으로 공부는 중간 정도의 성적인데, 잘생기고 체격이 좋은 농구 선수이다. 성격은 쾌활하지만, 약간 경박한 데가 있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는 모튼을 교장실로 불렀다. 잠시 후 긴장과 불안이 섞인 얼굴로 방 안에 들어왔다.
나는 모튼의 어깨에 손을 대고 ‘우와, 셔츠 멋진걸? 네가 직접 골랐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모튼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모튼에게 앉도록 권하고는 ‘너는 반에서 인기도 있고 리더십도 있어. 그러니 약한 친구를 지켜주는 역할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했다.
나는 또 ‘리더가 되는 데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지. 지금 눈을 뜨고 얼마나 깜박이지 않고 있을 수 있는지 시험해봐’라고 말했다. 모튼은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금세 깜박이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몇 번 반복한 후 모튼에게 인간은 생리적인 욕구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아이작의 얼굴이 경련하는 것도 눈을 깜박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가르쳐주었다.
또 한 번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심한 약시여서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녔는데, 반의 누군가가 교실에서 발을 걸어 그 학생을 넘어뜨리는 일이 일어났다.
그 일 이후 담임은 이튿날 두 시간 동안 반 전원에게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게 했다. 그리고 교실 안에서 여러 가지 일을 시켰다. 나는 두 시간이나 아이들을 지도한 교원의 인내력에 경의를 표했다. 아이들은 부자유에 대한 불편을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시력을 잃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공감하도록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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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4~5학년 때 담임 교사가 갑자기 반으로 가서 ‘검정 머리인 사람은 밖으로 나가 교정을 한 바퀴 달려!’ 라든가 ‘파란 눈을 가진 사람은 복도에 나가 벽에 대고 20분간 서 있어!’, ‘이름이 B로 시작되는 사람은 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서 있어!’ 라고 명령한다. 이것은 머리색, 눈동자 색뿐 아니라 키, 혹은 집의 방향, 성의 길이든 상관없다. 어리석은 이유라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불합리하게 차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당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몸소 느끼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국 교육에서는 지식과 기능을 익히도록 하는 것만 지나치게 중시되고 있다. 확실히 수학이나 국어, 물리와 역사를 비롯한 분야에 대해 학생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소년들이 학업을 익히는 일을 스스로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제로 그렇게 해서는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반도 발휘할 수 없다. 아이들이게 즐기면서 만족감을 갖고 공부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이들이게 의욕을 불러일으킨 결과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학교는 아이들에게 ‘1+1=2’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는 교육은 정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렇게 지식에 편중한 교육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많은 부모의 교육관이 잘못되어 있다. 왜 아이들이게 ‘너는 특별하다(너는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이다)’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칭찬은 교육의 기본이다. 세상에는 같은 사람이 두 명 존재하지 않고 다시 나타나는 일도 없다. 사람은 각각 특별한 존재로 태어난다. 이것은 극히 중요한 사실이다. 이 사실은 각각의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큰 가치를 제공한다. 그 대신 사람은 누구나 그만큼 외부 세계에 대해 큰 책임을 갖고 있다.
■ 4월 27일 : 텔레비전의 공죄
지나친 텔레비전 시청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뉴욕 텔레비전 방송국이 학교를 찾아와 ‘텔레비전 교육’이라는 테마로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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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를 했다. 뉴욕에는 유선국을 포함하면 수십 개의 채널이 있다.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국으로, 30분 분량의 이 프로그램은 이미 4~5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매주 한 번 교육관계자가 등장하여 텔레비전과 교육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한다는 취지이다.
텔레비전은 아이들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 정도로 아이들의 관심을 끈 것이 과연 지금까지 있었을까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텔레비전 때문에 가정에서 독립된 세상이 박탈당했다. 텔레비전이 보급된 뒤로는 가정이 독립을 지키는 것이 극히 어려워졌다. 이것은 심각한 일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부모의 권위를 크게 훼손시키고 친권을 약화시켰다.
텔레비전은 시청자가 어른, 아이건 간에 전혀 차별하지 않는다. 지식과 정보를 여과 없이 가정으로 흘려보내 어른과 아이 사이의 경계를 파괴해 버렸다. 본격적인 텔레비전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집 안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자는 기껏해야 IRS(국세청) 조사관이나 좀도둑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거리낌 없이 가정에 진흙투성이 신발로 24시간 내내 침입한다.
텔레비전은 곧잘 현대 문명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음을 탄식하곤 하는데, 정작 자기들이 아이들의 영역을 황폐화시킨 것은 간과하고 있다.
텔레비전은 활자와 달리 아이들로부터 상상력을 빼앗아버린다. 아이나 어른이나 책을 읽을 때는 활자가 그리는 정경을 상상해야 한다. 책은 지성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그림책이나 만화책도 상황을 상징적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창조력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보는 자에게 그러한 노력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
게다가 텔레비전은 좋은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저속한 프로그램의 홍수가 되고 만다. 만약 텔레비전을 계속 켜놓은 채로 있다간 마치 일가가 속악한 가설극장 안에서 살고 있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확실히 프로그램 중에는 훌륭한 작품도 있다. 과학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은 영상이 아니면 전달할 수 없는 큰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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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교육 전문 방송국을 제외하면 양질의 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하다.
텔레비전의 문제는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텔레비전 앞에서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텔레비전 마니아가 되지 않고 계획성을 갖고 대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부모와 지식이 함께 프로그램을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며 비평하는 것이다. 자기 의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서 아이들은 텔레비전에 대해 건전한 비평 시각을 기르게 된다.
텔레비전이 사람을 유혹하는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이유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고 즐기는 것은 교육에 유해하다. 이래서는 지적인 자극이 없다. 인간의 향상을 저지하고 나아가 퇴화시킨다. 텔레비전을 계속해서 틀어놓고 있는 가정에서 지적인 아이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가설극장이다. 독서에 대해 말하면 내용의 질이 높은 책일수록 상상력을 구사해야 한다. 좋은 책일 경우 작자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텔레비전에 대해서는 완전히 수동적이게 된다. 텔레비전을 비판 없이, 제한 없이 보면 사고력이 저하된다. 나중에는 스스로 사고할 수 없게 되고 만다.
■ 5월 20일 : 천재아
어떻게 발견하고 어떻게 소중하게 키울까
제이콥은 올해도 컬럼비아 대학 하기 코스인 ‘기프티드 차일드’의 특별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에서 기프티드 차일드에 대해 설명 하겠다. 알기 쉽게 말하면 천재아라는 말이다. 히브리어로는 ‘이루이가온’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슈퍼 스마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라벨을 사용하지 않고 특정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난 아이를 ‘기프티드 차일드(타고난 재능이 있는 아이)’라고 부른다. 천재아라고 부르면 그 아이가 거만해질 수 있다. ‘기프티드’라는 것은 ‘하늘에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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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라는 의미이다. 천재인지 아닌지는 훨씬 나중에 사회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제이콥은 본교 기프티드 차일드 중의 한 명이다. 9세 때부터 수학 분야에서 기프티드 차일드로 인정받아 그를 위한 반이 개설 되었다. 본교에서는 현재 8명의 기프티드 차일드가 재학 중이다. 수학이 셋, 물리, 화학, 영문학, 시, 음악이 각각 한 명이다.
기프티드 차일드에 대해서는 설령 학생이 단 한 명 밖에 없어도 한 명만을 위한 특별반이 개설된다. 단 한 사람의 학생을 위해 외부에서 교원을 초빙하여 특별 수업이 행해진다.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 동급생들에게도 같은 과목 수업이 행해진다.
제이콥은 수학 분야에서 기프티드 차일드이다. 제이콥 외에 두 명이 더 있다. 이들은 동급생 보다 5,6년 앞의 내용을 접하게 된다.
기프티드 차일드는 어렸을 때부터 특정 분야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본교에서는 보통 8세를 기준으로 하여 그렇게 인정한다. 수학이나 음악, 문학 분야에서 연령보다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교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발해서는 안 된다. 본교에서도 기프티드 차일드를 위해, 전미 학력 검정 테스트 시험 결과를 척도로 사용하고 있다. 본교에서는 ‘아이오와 테스팅 컴퍼니’에 위탁하고 있다.
기프티드 차일드는 각각의 특정학과에서 전미 상위 1~2% 이내에 드는 아이들이다. 우리는 전미 학력 검정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초등학부 2학년부터 중학부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을 기프티드 후보로 올린다.
마지막으로 나와 각 학과 담당 교원, 그리고 담임 교원이 협의하여 기프티드 차일드로 인정한다. 무엇보다 학생의 학과 실력만을 평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인격도 고려한다. 거만하게 행동하면 자기 재능을 신장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겸허한 자만이 지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
◉ 기프티드 차일드를 위한 특별 교육의 비용 염출 방법
- 한 사람 한 사람의 기프티드 차일드를 위해 전임 교원 한 명을 파트타임으로 고용 하는데 연간 5천 달러 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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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의 기프티드 차일드가 발견될 때마다 학부모 기프티드 차일드 위원회( 그 아이의 부모 포함)가 만들어 지고 이 위원회가 자금을 모은다.
- 기프티드 차일드를 위한 특별 교육 경비는 원칙적으로 PTA 적립금에 의해 공급된다. PTA 예산에 여유가 없을 때는 재단에 기부를 요청한다.
- 지금까지 모금에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여름 방학은 기프티드 차일드에게 학력을 연마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을 비롯하여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대학과 같은 일류 대학이 기프티드 차일드를 위한 여름 방학 특별 코스를 개설한다. 제이콥은 작년 여름 방학 때 컬럼비아 대학 하기 코스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일본어에도 관심이 있어 역시 컬럼비아 대학 하기 일본어 강좌를 수강하여 이미 1천 자 이상의 한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기프티드 차일드 중에서 앞으로 몇 명의 천재가 생겨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천재는 인류를 타성에서 일깨워 진보를 가져다준다.
기프티드 차일드는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깐깐한 편이고, 협조성이 결여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인리히 하이네는 ‘천재는 조개 안에 숨은 진주와 같은 것이지만 조개에는 병이다’라고 야유했는데, 기프티드 차일드를 돕는 것은 교육자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시민 전체의 의무다.
■ 6월 5일 : 서머 캠프
자립심을 기르는 시간
여름 방학 동안 본교 초등학부 이상의 학생 90%가 서머 캠프에 간다.
서머캠프는 업자가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낮에 다니는 ‘데이 캠프’와 숙박하는 ‘슬립 어웨이 캠프’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5~7세를 대상으로 캠프 버스가 학생 집 앞까지 데리러 오고 오후에 집까지 데려다 준다.
후자는 역시 캠프마다 다르지만, 4~7주 동안 아이를 맡아주며 10세 이상의 아이들이 대상자이다. 보통 그레이트 네크에서 두 시간이나 네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숲과 호수가 있는 대자연 속에 위치한다.
어쨌거나 여름 방학은 아이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기간이다. 아이들이 정조교육과 자립심과 지적 향상을 꾀하는 데 극히 중요하다. 게다가 부모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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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자립심을 기르는 좋은 훈련이 된다. 아이들은 캠프를 통해 ‘작은 사회인’이 되는 것을 느낀다.
학교 측에서 팸플릿을 열람하게는 해도 추천하지는 않는다. 만일 사고가 있었을 때 학교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머 캠프의 수가 많다고는 해도 유대교 식사를 비롯한 계율을 지키는 캠프에 한정된다.
또 여름 방학 중에 캠프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학생을 위해서는 지역 공립 초, 중학교가 무료 하계 프로그램을 매일 6주에 걸쳐 개설한다. 공립학교의 하계 프로그램도 내용이 매우 다양하여 스포츠는 물론 ‘재미있는 과학’에서 수학, 물리, 화학, 역사, 영어, 공예와 같이 폭 넓은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또 고학년을 위해 ‘소형 엔진 조립에서 수리까지’라는 코스도 있다.
■ 6월 20일 : 졸업식 전야
만찬회를 개최하여 교사와 학생에게
기억에 남는 시간을 공유한다
■ 6월 21일 : 졸업식
유대인의 고난의 역사가 나타나는 희망의 날
오후 7시 반부터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히브리어로 졸업식은 ‘하그 하심’이라고 부른다. 졸업식은 가족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저녁 시간에 한다.
졸업식은 졸업생들이 해마다 대부분을 자신들의 손으로 기획하고 연출한다. 졸업생에게 재학 중 마지막 제전인 셈이다. 졸업생 전원이 반드시 역할 하나씩을 맡게 되어 있다. 직접 참여한 졸업식은 학생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정각이 되자 졸업생 중 한 명이 단상에 걸어 나와 회장을 메운 전원을 환영하고는 전원이 일어나 미국과 이스라엘 국가를 제창 한다. 그러고는 두 명의 졸업생과 교대한다. 한 명이 히브리어로 개회 기도문을 낭독하자 이어서 다른 한 명이 영어로 같은 기도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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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80명 정도의 코러스가 무대 바로 앞에서 합창을 시작한다. 평상시 본교 학원 생활을 잘 표현하는 노래를 선택한다. 노래는 사람을 격려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며 위로를 해준다. 재학 중에 전원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래하도록 장려한다.
나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인류의 첫 남녀인 아담과 이브가 창조되었을 때는 갓난아기였다. 머지않아 둘은 서로 자신의 의사를 전하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신은 두 사람의 바람을 듣고 언어를 주셨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말만으로는 마음의 깊숙한 데까지 감정을 전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신은 두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눈물을 주셨다. 사람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 신은 인간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을 선물하셨다. 그것이 멜로디이다.
올 해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50주년이어서, 유대인이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해방되고 홀로코스트를 추억하는 노래가 제창되었다.
‘아니 마민’이라는 아우슈비츠 죄수들이 강제 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면서 작사 작곡하여 부른 노래이다. ‘우리는 이윽고 올바른 세상이 올 것을 확신한다’라는 가사인데 전 세계 유대인들은 유대 최대 축제인 ‘유월절’ 때 이 노래를 꼭 부른다.
유대인에게 희망을 준 것은 희망이다. 희망이야말로 유대인에게 새의 날개와 같은 것이었다.
이스라엘 국가의 제목도 ‘하티크바(희망)’이다. 이 가사 안에 ‘우리는 2천 년간 희망을 버린 적이 없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유대인은 조국을 잃고 1948년에 이스라엘이 다시 건국될 때까지 조국을 가질 수 없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2014. 3. 1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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