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2016. 1. 5. 14:39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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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 양창순 지음

0 연세대 의대, 동대학원, 의학박사 학위

0 신경과 정신과 전문의

0 주역과 정신의학 연구로 성균관 대학에서 두 번째 박사 학위

0 연세의료원 연구 강사. 서울 백제병원 부원장을 거쳐 (주)마인드 앤 컴퍼 니, 양창순 정신건강 의학과 운영

0 연세대 의대 정신과 외래교수

0 미국 정신과학회 국제 화원, 미국 의사경영자 학회 회원

0 CBS시청자 위원회, 동아일보 독자 인권위원회 위원 역임, SBC ‘양창순의 라디오 카페’, CBS ‘양창순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등 진행

0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심리크리닉 진행, 기업 강연

0 집필과 칼럼 등 다양한 활동

0 저서 : <CEO, 마음을 읽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것이 왜 두려운가>

<마인드 포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 Prologue.

사랑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지마라. 맛도 모르고 배만 채우게 될 것이다.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마라,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을 것이다. 해 질 녘에는 의자를 사지 마라. 그 어떤 의자도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맞는 말이다. 외롭고 허전하고 공허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순간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장해제 된다. 결핍이 이성적인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까닭이다.

행복과 불행은 주변으로 전염되는 감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불행은 빠르고 강력하게 주변을 잠식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불행을 안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동행할 수 있겠는가.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행복 따위는 바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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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의 마음 아니던가. 그렇기 때문에 진짜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사랑 또한 give & take다. 자신은 시간과 정성을 다해 상대를 위해 주는데 상대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낯설다. 사랑받는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사랑을 주어도 그게 사랑인지 모른다. 사랑을 제대로 하려면 상대에게 주는 법만큼 받는 법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사랑을 제대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 ‘내 사랑의 역사’를 돌이켜보라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일방적으로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여자가 골목 한 귀퉁이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지나가던 노인이 여인에게 다가와 우는 이유를 물었다. 잠시 후 노인은 여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슬퍼할 이유는 하나도 없단다. 너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잃은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을 잃었구나.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거라. 정말로 슬프고 괴로운 것은 그쪽이란다.

나는 충분히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은 반드시 나타난다. 하지만 스스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줄 상대는 없다. 그러니 외로움 자체를 연애의 목적으로 삼지 말고,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말아야 한다. 나의 가치를 알아보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는 것, 인생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누군가를 잊기 위해서,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 급하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사랑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다. 이별은 and가 아니라 end다. 상대가 아닌 자신을 위한 희망찾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도대체 난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바보 같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왜 이 모양이지?’ 라고 자학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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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타인으로부터 내 부족함을 채우려는 게 아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당당히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누군가를 진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 사랑이 서툰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인간은 사랑을 통해서 (그것이 실패로 끝나든 성공으로 이어지든 상관없이) 인격적인 성숙이 가능한 존재다. 그것이 사랑이 가진 힘이다. 미국이 정신 의학자 밀턴 H. 밀러 박사는 “살아오면서 누구를 사랑하는지 그 사랑의 역사를 알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본모습이 드러나는 경험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진짜 나로 성장해가는 깊은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만큼 우리를 단숨에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Chapter 1. 불안하다고,

외롭다고 아무나 사랑하지 않는다

- 혼자 남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

■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유

인간에게 고독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인간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누구나 무력한 존재로서 무서운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근원적인 공포가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에게 고독이 숙명일 수밖에 없는 잔혹한 이유다. 어찌 보면 뼈아픈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자신의 에너지를 허무한 연애로 소모하거나, 상대에게 애정과 사랑을 갈구하며 소비하는 것은 어딘지 억울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보다는 오히려 연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그 시간 에 충실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결핍이 있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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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인지 등을 깊이 헤아려보려 하지 않는다. 그 반면 지금 네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막연하게 외롭다는 이유로 기댈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그저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에도 없는 연애를 시작하려 한다면, 자신의 외로움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외로움이 근본적인 인간 본연의 외로움일 수도 있고, 일이 풀리지 않아 누군가를 만나 그 상황을 타파해보려는 몸부림일수도 있다. 따라서 차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내가 외로운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다독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누군가도 사랑할 수 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진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 사랑이란 ‘진짜가 되는 것’이다

내게는 ‘사랑’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화가 한편 있다. 마저리 윌리엄스가 쓴 <우단 토끼>라는 짤막한 단편이다. 우단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벨벳을 의미한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우단 토끼 이야기

옛날에 우단으로 만든 토끼가 있었다. 어느 작은 소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이 토끼는 살아 있는 진짜 토끼처럼 털도 복슬복슬하고 몹시 귀여웠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날에만 잠깐 아이의 기쁨이 되었던 토끼는 곧 잊히고 말았다. 값비싼 장난감들도 우단으로 만든 토끼를 푸대접 했다. 그러자 작고 가엾은 토끼는 자신을 보잘것없고 시시한 존재라고 여기며 슬퍼했다. 이런 토끼를 따뜻하게 대해준 친구라고는 오직 가죽으로 만들어진 말 인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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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아이 방에서 오래 산 말은 이미 가죽이 다 해져서 초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말은 퍽 지혜로웠고 아이 방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기적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우단 토끼가 가죽 말에게 물었다.

“진짜가 뭐야? 속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나고 손잡이가 튀어 나오는 거야?”

그러자 가죽 말이 대답했다.

“진짜라는 건 네가 어떻게 생겼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야. 그건 너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 말하는 거란다. 어떤 아이가 널 오래오래 사랑해 주면, 그냥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너를 사랑하면, 넌 진짜가 되는 거야.”

“그러면 아파?”

“어떤 때는 그렇지만 진짜가 되면 아파도 괜찮아.”

“그게 태엽을 감을 때처럼 단번에 되는 거야, 아니면 조금씩 되는 거야?”

“단번에 되는 게 아니야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지 그래서 쉽게 망가지거나 모가나거나 살살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아. 대개 진짜가 될 즈음에는 하도 손을 많이 타서 아주 초라해지지.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아. 한번 진짜가 되고 나면 다시는 미워질 수가 없거든, 그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한테는 아니지만 말이야.”

가죽 말은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을 진짜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우단 토끼는 자기도 진짜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또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늘 데리고 자던 강아지를 잃어버려 우단토끼를 안고 침대로 갔다. 아이는 토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이불 밑에 굴을 만들어 같이 놀기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아이가 잠이 들자 토끼는 아이의 작고 따뜻한 턱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아이 손에 안겨 밤새 꿈을 꾸었다.

어느 날 이웃집에서 차 대접을 한다고 아이를 초대했다. 어쩐 일인지 아이는 그만 그 집 마당에 토끼를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실수를 범했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우단 토끼 없이 잠을 잘 수 없는 아이는 투정을 부렸다.

하는 수 없이 일하는 아줌마가 초를 켜들고 옆집 대문을 두드려야 했다. 잠시 후 이슬에 젖고 흙투성이가 된 토끼를 손에 든 아줌마가 투덜거렸다.

“넌 꼭 이 토끼가 있어야겠니? 장난감을 갖고 이 난리법석을 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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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토끼 이리줘요! 그 앤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에요. 진짜란 말이에요!”

그 순간 작은 토끼는 가죽 말이 이야기한 기적이 자신에게도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톱밥이 든 작은 가슴에 사랑이 북받쳐 터질 것만 같았다.

다시 시간이 흘렀고 작은 토끼는 더욱 낡고 초라해졌다. 이젠 모양도 다 망가져 아이 말고 다른 사람에겐 토끼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변함없이 토끼를 사랑했다. 토끼도 다른 사람의 시선은 상관하지 않았다. 일단 진짜가 되고나면 초라함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은 법이니까.

이 이야기는 더 이어져 우단 토끼가 요정의 도움으로 진짜 살아 움직이는 토끼로 변하면서 끝난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진리

결국 사랑이란 ‘진짜가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그처럼 단순한 진리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도 우리는 때로 그 사랑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방황하며 혼란을 느끼는 것은 물론 두려워하며 상처받곤 한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랑이 개입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인데도 말이다.

■ 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여기에 사랑의 실연 때문에 마음 아픈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감정을 무시한다. “나 하나도 안 아프거든. 너랑 헤어진 거, 그거 아무것도 아니니까”라고 하면서 그러다 문득 헤어진 상대방이 생각나면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술을 마신다. 단지 술을 마시고 싶어서라거나 물건을 던지고 싶어서라고 자기를 속이면서.

어떤 사람이 흰 소파만 보면 마시던 커피를 쏟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가 없다며 찾아왔다. 상담을 해보니 자기를 배신한 남자에 대한 분노를 억압하고 회피하려는 노력이 그런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요리사의 경우는 날카로운 것만 보면 견딜 수가 없다는 문제로 찾아왔다. 자신을 배신한 사람에 대한 강박증이었다.

희망에 베여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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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이 골절을 입거나 쇼크 상태에 빠지면 의사들은 가장 먼저 절대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환자의 몸을 조이는 물건은 다 떼어내고 가장 편안한 상태로 안정을 취하게 한다. 이때 환자를 자극시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금물이다. 사람들은 자기 주변의 누군가가 신체적으로 다쳤을 때는 이런 과정에 절대적으로 협조한다.

그런데 정신적 쇼크일 때는 그 정반대다. 아무도 만나기 싫다는데 억지로 사람들 속으로 끌어내고, 술로 잊으라고 권하고, 이런 저런 조언도 많고, 넌 왜 그렇게 정신력이 약하냐고 나무래기도 한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고 못살게(?) 군다.

신체적 상처만 상처가 아니다. 정신적 상처는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똑같은 치유과정이 필요한 고통이다. 자기 자신도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주변에서도 그 고통에 합당한 배려를 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상처는 더 격심하다고 할 수 있다.

절대 안정은 신체적 쇼크 상태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신적 고통이 심할 때도 꼭 필요하다. 불필요한 자극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 이외에는

상실의 고통과 마주하기

우리 몸에 병균이 들어오면 그 병균과 일련의 세포들은 전쟁을 시작한다. 열이 나고 아픈 것은 그 전쟁의 과정이다. 병균이 다 패배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된다. 당연히 몸은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듯 아픈 것은 이미 그 상처와 전쟁이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상실의 고통을 일으키는 내 마음과 몸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 자신을 큰 수술을 받고 난 환자라고 여기고 스스로 돌봐주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는 반드시 적절한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삶이 고단하고 고통스러우면 누구나 자기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어떤 때는 숨 쉬는 것조차 싫을 때도 있다.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목에 걸릴 때가 있다. 아예 갈증이나 배고픔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자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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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존재가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져 생존을 위해 먹고 마시고 움직인다는 자체가 이율배반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그 절망의 한가운데서 비로소 잉태한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파기할 작정이 아니라면 스스로 돌봐야만 한다. 먹고 마시고 자고하는 최소한의 행위에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기울여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자신을 잡아 일으켜야 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시간처럼

우울하고 불안하면 오히려 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은 우리 뇌의 판단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오히려 실수할 기회만 증가시킬 뿐이다. 이는 그러지 않아도 손상된 자존심과 자긍심에 더 큰 손상을 입힌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의 고통을 억압하는 것을 성숙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은 상실로 느끼는 죄책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리하여 “이래서는 안 되는데……”하며 자기에게 압력을 행사해 자꾸 일에 몰두하게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몸뿐 아니라 감정이나 생각도 쉬게 해 주어야 한다.

슬프고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흘러야 한다. 그때까지 억지로 우울하지 않은 척, 슬프지 않은 척, 가장할 필요는 없다. 다만 스스로 마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상처 입은 자신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배려다.

■ 결국 상처는 받는 자의 몫이다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처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고 살 수 없는 게 또 세상살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하나.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상처를 받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일 까? 유독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은 어떤 스타일인 걸까? 유독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인간관계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의존하고, 기대고, 집착하려는 마음이 크다. 이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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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 상대에게 정성을 쏟기도 한다. 문제는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당신은 왜 그것밖에 하지 못하느냐’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시작된다. 상대는 변한 게 없는데 스스로 긁어 부스럼을 내어 기어코 상처를 만들어 내고야 만다. 이런 것을 볼 때 결국 상처는 어쩌면 때때로 받는 자의 몫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 기분

그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별 문제 없는 것 같은데 유독 자신만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케이스에 속한다. 연애와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중이다. 다만 그것이 나만의 연애 나만이 이별이기에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상대의 아주 작은 말이 나에게는 큰 상처로 다가올 때가 있다. 왜 그럴까? 도대체 상처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 그 기준은 나에게 있다. 내가 크게 느낀다면 큰 것이고, 작게 넘어갈 수 있다면 작은 것이다. 상식이나 일반적인 보편성은 큰 관련이 없다. 어린시절 자신이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가치관 등이 상처의 크기를 결정하고 그것을 지워버릴지, 남길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고 그것을 치유할 수 있도록 자신을 좀 더 여유있고 편안한 상태에 두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그가 나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내 마음에 좋은 것들이 들어가기 위해선 내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먼저 내보내야 한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그런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머지않아 행복한 마음으로 진정한 사랑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 그 어떤 고통도 나를 파괴시킬 수는 없다

“저와 남편은 고등학교 때 만났습니다. 문학 동아리에서 처음 봤는데 어린 나이인데도 서로 첫눈에 반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할 때까지 그와 보낸 시간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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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 씨는 남편과의 첫 만남을 이야기하면서 잠깐이나마 눈을 반짝였다. 진정 행복했던 모양이다.

“물론 문제는 있었어요. 그 사람이 가난하다고 우리 집에서 결혼을 반대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반대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그들은 결혼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귀가가 늦어지고 아내에 대한 배려도 사라졌다. 그리고 결혼할 때 자기를 무시했던 처가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 경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자 둘은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은 씨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정작 다은 씨를 괴롭힌 것은 남편의 바람이 아니었다. 그토록 깊은 사랑으로 시작된 관계가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토록 절실했던 사랑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녀의 절규대로 그토록 절실하고 강렬했던 사랑의 감정은 정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왜 우린 때로 그토록 참혹한 상실의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결국 해답은 사랑이 지닌 유한성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지 않나 싶다. 인간은 세상에서 유한한 존재다. 그런데도 사랑에서만은 영원성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상실의 고통 앞에 섰을 때 분노는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 가운데 하나다. 떠나버린 사람을 미워하고 세상에 분노하고 자기의 운명과 환경에 분노를 느낀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느끼는 과정이다. 다만 이 분노를 자신이나 남을 파괴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만일 상실의 아픔이 괴로워 아침에 눈을 뜨기가 두려운 순간이 온다면 “나는 아직 살아 있고 또 하루가 주어졌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어떤 고통도 나를 파괴시킬 수는 없다”라고 스스로 다독이자. 그리고 다시 새로운 평범한 일상을 사직하자.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되는 작은 기쁨

아스팔트 위, 생물이라곤 전혀 살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주 작은 틈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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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로 가냘픈 풀포기가 올라온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도 자연의 일부다 콘크리트 더미를 헤지고 풀포기가 올라오듯 아무리 상실의 아픔과 상처가 클지라도 생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어제와 다른 새날이 온다.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고통은 조금씩 가라앉고 상처에도 딱지가 앉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하루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얻는 것이다.

■ 때로는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김미연 씨 역시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녀가 받은 상처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그녀의 남자 친구는 흔히 말하는 ‘엘리트’였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녀 또한 대학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취업에 성공해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조건을 보나 성격으로 보나 그녀에게 딱 맞는 짝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열어본 그의 휴대전화는 그녀를 경악하게 했다.

- 자신 말고도 연락하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었고 아주 나이가 어린 여성부터 결혼을 약속한 여자도 있었다.

- 남자의 학력, 직업도 모두 가짜였다. 미연 씨는 곧바로 그와 헤어지고 연락처를 모두 바꾸었다.

- 그녀는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그리고 친구들이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너무 싫었다.

- 그녀는 평소에 세상의 모든 사람이 샤덴프로이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샤덴프로이데 증후군이란 독일어로 불행을 뜻하는 ‘샤덴’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가 합쳐진 말로 ‘저의 불행이 곧 나의 기쁨’이라는 의미다.

그녀는 집과 회사를 오가며 예전과 똑같은 일상을 살았다. 하지만 퇴근해 혼자가 되면 처참한 배신과 이별의 기억이 그녀를 죽고 싶을 만큼 힘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고통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녀의 심리 상태를 짐작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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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울어도 괜찮다

미연 씨처럼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나쁜 방식이다. 슬퍼서 견딜 수 없을 때는 그런 감정을 믿을 만한 사람에게 털어 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첫 아이를 낳을 때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산고를 우아하게 치르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참고 있는 나에게 간호사가 소리를 질러보라고 했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는 참을 수 없는 산고가 오자 처음부터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처럼 진통을 잊을 수가 있었다.

이후 나는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그처럼 비명을 질러볼 필요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고통을 안으로만 삭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것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도저히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 뭔가 파괴하고 싶거나 후회할 일을 저지를 것 같을 때,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고 싶은 유혹을 참을 길 없을 때, 반복적으로 같은 상황을 만들 때는 반드시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때는 자기 마음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어느 정도 치유될 수 있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마음의 환기’라고 한다. 방의 공기가 탁하면 창을 열어 환기를 하듯 때로 우리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고통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

상담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이해받기를 원한다. 표면상으로는 조언을 구하는 것 같지만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일이다.

그것이 때로 가슴 찢어지는 고통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풀어 놓고 나면 한결 가벼워지지 않던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지금 자신이 큰 상처로 위로와 돌봄이 필요한 상태여서 누군가에게 전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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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다면 억압하지 말고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마음의 환기를 하고 나면 괴로움과 슬픔은 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랑이 끝나면 누가 누굴 배신했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사실은 그냥 계절이 바뀌듯이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뿐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사랑이 불가피한 것처럼 이별 역시 불가피하다고, 그것이 우리 인생이라고 이야기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처럼 정말 사랑이 그러한 것이라면 우리 또한 실연의 상처를 “계절이 바뀌듯이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 뿐”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게 우리 삶의 또 다른 모습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그 비탄은 하늘에 닿고도 남을 것이다. 조금 전까지 서로 사랑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등을 돌리고 적이 된다는 건 아무래도 너무 잔혹하고 쓸쓸한 일이니까. 그래서일까. 프랑스의 어느 여성작가는 이별을 가리켜 “언제나 죽음과 약간 닮아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장애가 없으면 연애가 아니다

혜준씨가 사랑한 사람은 부유한 집안의 남자로 아버지 회사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해준 씨의 아버지는 회장님 차를 모는 운전기사, 즉 남자 친구 아버지의 운전기사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혜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 회사 홍보팀에 입사했다. 거기서 그녀는 남자와 재회를 했다.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고 이윽고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애달픈 사랑은 2년 넘게 이어졌고 결국 남자의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았다. 이런 이야기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두 사람 역시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지 못한 남자가 집안에서 시키는 대로 선을 보고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 회사 동료들은 혜준 씨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살하거나 회사를 그만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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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모든 것을 견뎌냄

- 혜준 씨 아버지가 운전기사 일을 그만 두자는 것을 만류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해

물론 혜준 씨의 행동을 공감하지 못하는 동료도 있었다. 독하다고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말하는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절망의 순간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용기를 잃지 않은 것뿐이었다.

모든 사름들이 혜준 씨처럼 고통을 이겨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런 자아의 힘과 용기가 순조로움과 평화가 아닌 실패와 우울 그리고 상실을 통해 자라난다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바로 그런 순간에 우리가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 신의 축복이 아닌가 한다.

Chaoter 2. 사랑은 잃어도 나 자신은 잃지 마라

- 사랑은 하고 싶지만 상처는 받기 싫은 당신에게 -

■ 상처뿐인 사랑은 없다

얼마 전 독자한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젊은 여성이었는데 연인의 배신으로 몹시 충격을 받아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가 자기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순간적으로 살의마저 느꼈다고 고백했다.

- 그녀는 자기를 배신한 남자와 그의 새 여자를 찾아가 미친 듯이 울부짖음

- 그 후 이미 마음이 돌아선 남자에게 찾아가 추한 모습을 보였다는 자괴감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냄

그 편지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고 착잡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동안 나름대로 얻은 결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인격의 성숙이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모순과 고통과 절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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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보호를 위한 가장 흔한 방어기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단순하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확실한 방법 한 가지를 이솝의 <여우와 신포도>라는 이야기에서 찾아냈다. 여우는 맛있는 포도를 발견하고 따 먹으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 포도는 맛이 없을 거야. 아니, 아무 맛이 없는 신 포도라고!”하며 자신을 설득해 그 자리를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지금 당장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절박하지만 사람의 감정 가운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사실 그 어디에도 없다. 신들이 레테의 강을 만든 연유가 무엇 때문이랴.

포도나무의 포도도 때가 되면 땅에 떨어져 썩어가듯이 우리가 그처럼 영원하리라 믿었던 사랑 역시 언젠가는 소멸되어 사라지는 덧없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사랑에 대한 예의는, 여기까지!

나이 들면서 참 많은 것을 완벽하게 잊고 사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로 아주 오래 마음이 아팠는데 언제부턴가 거짓말처럼 그 생각을 싹 잊고 지내는 나를 발견하는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신이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준 또 하나의 축복이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하곤 한다. 그 많은 상처, 그 많은 고통을 다 기억하고 산다면 어떻게 이 힘든 삶을 견딜 수 있을까.

“실패에서 뭔가를 배우는 사람은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는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패에 한 눈을 감지 말 것, 그러나 고통과 상처는 하루빨리 잊도록 자기 자신을 설득할 것! 그러다 보면 해는 또다시 떠오르게 마련이고 진짜 내게 어울리는 멋진 사람도 나타나지 않겠는가.

■ 성숙한 사랑을 방해하는 7가지 생각

우리는 남의 생각이나 감정을 책임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 생각이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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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 대해 타인에게 그 책임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것이 설령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랑한다면’ 내 생각이나 감정까지도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상대방을 몰아세운다. 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사랑의 오류 가운데 하나다.

사고의 오류를 불러오는 7가지 원인

하나, 지레짐작의 오류

지레짐작의 오류란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먹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경향을 가진 사람은 설령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아마 저 사람은 나를 형편없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또는 ‘정말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은 아닐 거야’라며 계속해서 지레짐작의 오류를 저지르다 결국 상대방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 상대방의 마음 분석하기

사소한 일에서나 연애할 때도 사사건건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유형은 관계에서 자신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위는 특히 지적인 부분을 가리키는데, 자신이 상대보다 아는 것이 훨씬 많으니 문제를 바라보는 수준 또한 높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타입이 원하는 대답은 딱 한 가지다. 자신은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것.

셋,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하기

이것은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당연히 서로의 느낌과 감정을 모두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느낌이나 감정, 생각은 대화로 전달하고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지도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라고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분노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이심전심의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이런 틀은 과감히 깨뜨려버려야 한다.

넷,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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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의 사람은 사랑에 실패하기 가장 쉬운 타입에 속한다. 쓸데없는 죄책감으로 자기비하를 일삼기 때문이다. 얼핏 대단히 희생적이고 순종적인 것 같지만 내심 분노와 슬픔을 억누르고 있어서 건강하고 성숙한 사랑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섯, 매사에 다fms 사람과 비교하기

비교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비교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이라면 사실 내가 하는 어떤 생각도 속물적이거나 잘못된 것은 없다. 그러므로 남과 비교하기를 멈추는 대신 자신의 관심을 자신에게로 옮길 필요가 있다.

여섯, 선택적 추측의 오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부정적인 추측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를 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하지만 미래의 일을 나쁜 쪽으로 가정하고 추측하는 것도 고약한 버릇이다.

이런 사람은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걱정도 많고 쉽게 불안에 빠진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일지라도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일곱, 완벽성과 당위성의 횡포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자기를 좋아해야 하며 내 사전에 실수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한 것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들의 상처가 오죽하랴. 이런 타입은 때로 연인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해 숨 막히게 하거나, 사랑에 빠지는 일 자체도 어렵다. 이성을 만날 때도 내 애인이 되려면 최소한 학벌은, 집안은, 머리는, 몸무게는, 키는......하고 따지고 있으므로 쉽게 사랑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

그 밖에도 성숙한 사랑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정신기재는 많다. 무슨 일이든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이를 긍정적으로 되돌리기가 몹시 어렵다. 그러므로 일이든 사랑이든 연인이든 긍정적인 면만 보고 그것을 격려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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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존하는 것’과 ‘의지하는 것’은 다르다.

요즘 20대 사이에는 초식남, 건어물녀, 철벽녀 등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많다. 인터넷에는 자신은 그런 유형은 아닌지 알아보는 체크리스트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나를 버리지 않고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영우 씨는 30대 초반의 전문직 여성이다.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타입으로, 그 덕분에 자기 분야에서 꽤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인간관계에서도 늘 바르게 처신하므로 모두들 그녀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연애만큼은 잘되지 않았다. 그녀는

-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들을 경멸했다.

- 데이트 할 때도 남자와 똑같이 부담했다.

- 영우 씨의 문제는 다만 연애 감정도 상대방이 다가오는 만큼 자신도 똑같이 분배한다는 데 있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의존하는 기미가 보이면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돈이면 몰라도 사랑의 감정을 어이하랴. 어느 날 한 남자에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 순간엔 정말 기뻤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한테서 나 또한 깊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했죠.”

그러나 영우 씨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짜 결혼이란 걸 하고 나면 제가 그 사람한테 지나치게 의존적이 될까봐 몹시 두려웠거든요.”

남자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영우 씨는 쉽게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결국 상담을 받으러 왔다. 나는 그녀에게 ‘의존하는 것’과 ‘의지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이는 둘이어도 된다

먼저 의존하는 것은 자신의 전부를 상대방에게 내 맡기고 매달리는 상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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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한다. “나 한텐 너뿐이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나만 바라봐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경우 상대방은 대개 이쪽의 이기적이고 끊임없는 요구에 진절머리를 내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자신의 행동을 의식조차 못하거나 오히려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고 분개하거나 징징대곤 한다.

그러나 의지하는 것은 다르다. 의지하는 것은 자신의 일과 결정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되, 상대방에게도 마음을 열고 어려운 점을 의논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의존과는 분명 다른 형태다.

■ 거짓된 희망에 속지 않기

이지현 씨는 미모뿐 아니라 재능도 뛰어난 여자다. 당연히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지현 씨는 곧장 연애에 돌입했다. 한마디로 지현 씨는 바람둥이였다. 연애 기간도 짧았지만 어떤 때는 여러 명과 동시에 사귀기도 했다.

지현 씨는 모든 남자들에게 “나한텐 너뿐이야, 너처럼 괜찮은 남자는 본 적이 없어”라고 속삭였다. 하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자의 마음을 녹이는 데 선수였다. 그리고 상대가 자기에게 완전히 빠졌다 싶으면 가차 없이 이별을 통보했다. 그 남자들 중에는 지현 씨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그녀의 심리는 겉보기와는 달랐다. 그녀는 남자들이 진심으로 자기를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남자들을 유혹한 것도 사실 그들을 시험해보고 싶어서였다. 끝까지 남자들의 진심을 믿지 못한 그녀는 언제나 결국 ‘내가 버림받기 전에’ 먼저 차버리는 쪽을 택했다.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문제였다.

버림 받는 것에 대한 공포

남녀 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이런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그중 상당 부분이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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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나곤 한다. 지현 씨의 경우, 아버지는 그가 어릴 때부터 폭군으로 군림해왔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상처가 되어 남자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형태로 드러났다.

성장과정에서 충분히 사랑 받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끝없이 사랑의 허기로 고통당한다는 것은 단순한 정신 의학만의 영역이 아니다. 이미 모두에게 알려져 있으며 알려고만 한다면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상식에 가까운 사실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들을 보면 어린 시절 사랑에 굶주린 경험이 얼마나 오래도록 한 사람을 괴롭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도 중독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시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로지 섹스에만 탐닉한다. 사랑의 허기를 그런 식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공허하고 불안해서 쉽사리 거기서 벗어나질 못한다.

<우울증의 해부>를 쓴 로봇 버턴은 사랑 역시 우울증의 한 형태라고 단언했다. 사랑의 허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때로 그 고통이 너무나 격렬하므로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들은 자신의 불완전함, 공허, 절망, 슬픔 따위가 사랑의 대치물로 채워지리라는 거짓된 희망을 품곤 한다. 그들이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한편으로 시험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줄 상대는 없다

김민수 씨는 사랑에 빠지는 게 두려웠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무조건 사랑이라는 감정에 올인하는데, 그렇게 되는 순간부터 마음의 고통이 심했다. 나는 상대방을 이토록 사랑하는데, 저 사람은 왜 그만큼 나를 좋아하지 않는가 싶어 불안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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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결핍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의 성장 과정에는 그런 여지가 될 만한 사건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부모의 사랑을 지나칠 정도로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이었다.

사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민수 씨의 행동에는 다음의 숨은 이유들이 있었다.

1. 성장과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관심 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2. 급한 성격이 원인이다. 사랑도 속전속결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3. 상대방의 마음을 의심한다. 그 원인은 열등감이다.

4. 상대방을 자기 손에서 좌지우지 하고 싶은 조종심리 때문이다.

5. 지금 자신의 처지가 외롭거나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민수 씨에게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1. 상대방도 나처럼 인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라.

- 상대방도 약속 대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고, 나와의 만남보다 다른 일 을 하고 싶은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상대방도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수용해 주는 것을 고마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 일이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그런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

-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 즉 악기를 배운다든지, 꽃을 가꾼다든지, 뭔가를 만들어 본다든지 하는 창조적인 일에 몰입해 본다.

3.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 세상의 모든 것은 내가 있을 때만 존재한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자신 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인지 아닌지 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발전과 성숙이다.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여러 실수와 고통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땅을 넓혀나가려면 계속 경작해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서 끊임없이 경작해야 한다. 마음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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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인연은 반드시 나타난다

김하늘 씨가 어렵게 털어놓은 예전 남자친구는 사실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같은 직장에 근무했던 그 남자는 가족에게 매우 헌신적인 사람이었는데, 곁에서 지켜보던 하늘 씨는 자기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한다.

하늘 씨는 날마다 싸우는 부모 밑에서 거칠고 외롭게 자랐다. 아버지는 한 번도 딸을 안아준 적이 없었다. 늘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그녀에게 그 남자는 정말 완벽해 보였다. 하늘 씨는 남자를 유혹했고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아내와 딸에게 했던 것처럼 자기에게도 헌신적이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한계가 정해져 있었다.

하늘 씨는 결국 아주 시시한 싸움 끝에 남자와 헤어졌다. 그런데 헤어지고 난 후 그녀는 너무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 남자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헤어지자마자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그 남자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늘 씨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다고 생각할 때도 늘 자신이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끊임없이 그 사랑을 확인하려 했다. 남자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모든 것이 단지 자신의 무의식적인 기대치와 욕구에 따른 감정의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니 허망할 수밖에.

나의 부족함을 타인이 채워줄 수는 없다

연인 관계에서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해서 필요로 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필요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의존 욕구를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에 오른다고 가정해 보자. 같은 행위라도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어떤 위험을 피하려고 나무에 오르는 것과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려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그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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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사랑을 위한 사랑인지, 아니면 정신적 외로움이나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관계인지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가 달라진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므로 상대의 사랑을 의심하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사랑에 꼭 필요한 요소인 확실성과 지속성이 늘 유지되므로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그 반면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시작된 관계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욕구 충족이 우선이다. 그러므로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불가능하다.

■ 헤어진 그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이유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포기가 안 되는군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자신도 없고, 그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그리워요. 헤어져서 이렇게 괴로울 밖에는 차라리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 안 될까요?”

손실 혐오의 법칙

헤어진 연인 또는 부부가 다시 재결합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에는 투자에서 말하는 ‘손실 혐오의 법칙’이 들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순전히 감정적으로 제때 팔아야 할 주식을 팔지 않고 오래 갖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계속 갖고 있으면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지만 그런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원인이다. 그것이 투자에서 말하는 ‘손실혐오의 법칙’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동기와 법칙이 좀 더 많이, 좀 더 깊게, 좀 더 오랫동안 적용되는 영역이 바로 남녀관계 또는 결혼생활이다. 많은 커플이 이 손실혐오의 법칙 때문에 지리멸렬관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실제로 임상에서 만나는 커플 가운데 그런 딜레마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두 번째는 익숙함과 두려움이 원인이다. 누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랑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두려움이 싫어서 결국 익숙한 그 사람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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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역시 낮은 자존감이 원인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타인이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 타인이 나를 사랑해 주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 타인이 새로운 사람보다 나를 속속들이 알고 추억도 있는 사람일 때 그가 보여주었던 사랑의 일면을 전부인양 증폭시키기 쉽다. 어찌보면 당사자에게는 그런 사랑이 그리워지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헤어진 그 사람과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사실 재결합은 상대가 변할 것이고 나 또한 변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초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이 예전보다 훨씬 더 노력할 것이므로 연애도 그전보다 좋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하나는 상대를 변하게 하고 싶다는 심리, 즉 상대가 나로 말미암아 마침내 변했다는 자기만족을 채우려는 심리도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런 기대는 단순히 환상일 뿐이다.

헤어졌던 그 사람과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상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 제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는 어쩌면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행동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함께 하고 싶다면 참아야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를 제대로 대해주는,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말이다.

Chapter 3. 당신은 연애하기에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 지금의 사랑이 불안한 당신에게 -

■ 불안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

모든 인간관계에는 무의식적인 파워게임이 작용한다. 사랑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상대보다 자신이 더 그 사람을 사랑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손턴 와일더는 그의 저서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한 번 알게 되면 다시는 본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한 가지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가장 완벽한 사랑의 경우에서조차 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덜 깊게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똑같이 착한, 똑같이 재능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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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똑같이 아름다운 두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서로를 똑같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다음은 영국작가 시배스천 폭스의 <초록 고래의 거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께 부탁하오니, 제발 더 사랑하는 쪽이 제가 아니고 상대방이 되게 해주세요. 내게 그건 견딜 수 없는 일이니…….”

까맣게 타는 쪽이 사랑이다.

혹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이와 비슷한 기도를 올려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그렇다”고 할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사랑을 할 때 더 많이 불안해하고 더 많이 애달파하고 더 많이 고통받는 쪽은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웬만해서는 평등하게 서로 좋아하는 관계가 성립하기 어려운 게 사랑 아니던가. 시소도 두 사람이 평행으로 앉아 있기가 얼마나 어렵던가. 늘 어느 한 쪽이 먼저 올라가거나 내려가게 마련이다.

인간은 미완성의 존재로 태어나서 역시 미완성인 채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처음부터 열등감과 불안, 두려움과 의존의 욕구, 허기와 갈망의 문제들을 안고 태어난다. 이런 불안과 열등감에서 벗어나려는 가장 본능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받는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사랑할 때 무수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충분히 노력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랑에는 불안감이 따른다는 것, 그 불안감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서로 신뢰의 감정을 쌓아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랑의 과정임을 알아야 한다.

■ 그는 왜 하필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형의 남자와 연애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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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그런 행운을 거머쥔 여자가 있을까? 그런 여자가 정말 있었다. 바로 민주 씨였다.

그녀는 주위의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 남자를 만난 것은 어느 소개팅 자리에서였다. 훤칠한 키에 모델 같은 외모를 지닌 그 남자는 화목한 가정에서 대체로 만족할 만한 성장기를 보내고 좋은 가정 교육을 받아 성격도 모나지 않았다. 열등감도 없어 보였으며 여자를 위할 줄 아는 좋은 매너도 가지고 있었다.

중요한 건 그녀가 남자에게 빠졌고 남자도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몇 번의 데이트로 가까워진 그들은 아침마다 안부 문자를 보내는 사이가 되었다.

상대적 결핍은 불안을 불러 온다

둘의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민주 씨는 생각이 많아졌다. 어디를 가든 종종 여자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한다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둘의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민주 씨는 생각이 많아졌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그녀는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며 자신의 신체적인 결함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은 자신의 가족과 그 남자의 가족으로 이어졌다.

별거하고 자신과 살고 있는 엄마, 집은 불행했고 돈도 많지 않았다. 지금도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겉으로는 조금도 주눅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나 속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남자의 전화 한 통, 문자 하나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 남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함 마저 들었다. 민주 씨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남자는 민주 씨의 당차고 생활력 강한 면이 좋다고 했지만 그녀는 남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이 연애에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민주 씨는 그런 자신이 답답했다. 행복해야 마땅한 자신이 그렇지 않다는 데 굉장한 혼란을 느꼈다. 그녀의 행복을 앗아간 기분, 부정적인 생각들을 불러오는 또 다른 감정의 이름은 단 하나, 불안이었다.

그녀의 사랑은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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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완벽한 이상형과의 사랑을 꿈꾼다.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랑을. 살면서 우연히 또는 어떤 기회에 그런 상대를 만나게 된다면 그가 ‘별에서 온 그대’가 아니라 세상에 실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놀라운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표시해온다면, 그가 실재한다는 사실에 놀랐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더더욱 놀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이 많은 여자 중에 왜 하필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도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게 아닐까? 난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내가 과연 그 사람의 사랑을 받아도 괜찮은 것일까? 과연 그의 사랑은 진짜일까?

불안은 단순히 ‘불안한 감정’이라는 한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여러 다른 감정과 뒤엉켜 거대한 눈덩이처럼 표출된다. 거기에는 의심, 집착, 질투, 소심함, 열등감, 낮은 자존감 등이 뒤섞여 있다.

특히 연애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은 다른 상황에 비해 월등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연애하는 상대는 나와 가장 가깝고 모든 걸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상대가 나보다 훨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면, 그가 나를 아무리 사랑한다 할지라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내 세계의 주인은 나다

내 남자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만 나는 좀 더 잠을 자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나보다 더 낫고 완벽하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그가 아침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내가 그러지 못한다고 해서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이고 나는 그의 그런 면을 자랑스러워하며 북돋아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지런함의 반대는 게으름이라는 사고방식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식이다. 사회는 내 밖의 세계다. 하지만 좋아하는 상대와 사랑을 주고받는 일은 내 안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아닌 내 자리가 가장 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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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일 뿐

완벽한 그 사람은 왜 나를 선택했을까? 그 해답은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있을 수도 있다. 그에게 내 장점을 말해보라고 하면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장점을 술술 읊을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내가 조금도 장점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점들도 있을 수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힘을 얻을 때가 많다. 사회에서는 크고 완벽한 것이 필요한지 몰라도 마음의 세계에서는 작고 사소하지만 지속적으로 상대를 북돋아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연애 상대가 내 곁을 떠난다면 그건 자신에 비해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예전과 같지 않은 내 모습에 실망해서다. 연애에서 완벽함이란 두 사람이 서로 변함없이 사랑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힘을 주며 힘든 세상에서 위로를 주는 관계 자체에 있을 뿐 사람에게 있지 않다.

그도 나도 완벽하게 불완전한 사람일 뿐이다.

■ 더 나은 상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착각

연애가 지속되지 못하고 흔들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더 나은 상대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은 사랑하고 존경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슬롯머신에서 딸기 세 개를 나란히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 딸기 하나를 붙들어 놓고 도 하나를 세우려고 하면 먼저 것은 이미 달아나버리고 없지.”

줄리언 반스의 소설 <내말 좀 들어봐>의 여주인공인 질리언의 말이다.

너무 잘 난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려고 찾아 헤매지 말라는 건데, 정말 맞는 말이다.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기란 슬롯머신에서 대박이 터지는 것만큼이나 확률적으로 승산이 없다.

문제는 줄기차게 자신의 ‘이상형’을 찾아 환상의 세계를 헤매는 사람이 문제다. 강유리 씨의 비극이 그 전형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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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패턴이 있다

강유리 씨는 연애가 깨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정말 좋은 남자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은 유리 씨 자신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녀에게 더욱 큰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 주었다.

“언제나 그 사람보다 훨씬 멋진 남자가 나타날 거라고 믿었어요. 그 사람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데다 날 좋아한다니까 그냥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유리 씨는 상실감에서 오는 쓸쓸함을 어쩌지 못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남자를 만나는 동안 그녀는 ‘임시로 만나는 것뿐이야’라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그가 ‘임시로’ 만나는 그 남자는 그녀가 생각하는 조건의 반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외모도, 스펙도.....

애초부터 유리 씨는 남자의 좋은 면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친구를 만날 때마다 남자를 데리고 가서 흉을 보거나 창피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마음을 열고 감정적으로 다가오려고 하면 재빨리 그것을 차단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남자는 다른 친구의 소개팅으로 새로운 여자를 마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여자에게서 따뜻한 관심과 애정어린 격려를 느꼈다. 유리 씨한테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는 진정한 상대를 만난 것이었다. 얼마 뒤 남자는 유리 씨에게 이별을 통고했다.

그녀는 헤어지자는 남자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고는 칼같이 돌아섰다. 아무런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마지막까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유리 씨에게 다시 한 번 절망을 느꼈다. 하지만 더는 상처를 받지 않았다. 그에겐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상처를 입고 절망한 사람은 유리 씨였다. 그녀는 남자가 떠난 다음에야 그가 자기 마음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고 유리 씨는 두 번 다시 그보다 나은 남자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눈물짓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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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인질이 되지 마라

지금 만나는 사람보다 더 나은 상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고 있는 한 그 연애는 잘될 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방황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무의식 속에서 그들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니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와 같은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그들은 계속해서 더 나은 상대를 찾아 헤맨다.

■ 까칠할수록 더 끌린다.

- 나쁜 남자가 매력적인 이유 -

인간에겐 ‘행복의 속절없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잠깐의 행복 속에서 그 두려움을 맛보느니 차라리 약간의 불운 속에서 싸구려 감상에 빠지는 쪽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우리 주변에는 늘 멜로드라마가 넘쳐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처받아도 좋으니 한 번쯤은 자극적인 사랑, 다른 말로 하면 좀 더 열렬한 사랑, 좀 더 가슴 뛰는 사랑, 좀 더 미치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것도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런 타입의 여자 중에는 이른바 ‘나쁜 남자’캐릭터에 끌리는 사람이 많다. 장은실 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까칠할수록 더 끌린다

그녀는 30대 중반인 지금까지 몇 번의 연애를 했는데 만나는 남자들의 유형이 다 비슷했다. 남자들은 이기적이고 못돼먹고 바람까지 피우면서도 오히려 은실 씨 앞에서 당당하게 구는 점까지 닮아 있었다.

은실 씨와 같은 타입은 반듯하고 성실한 남자들을 잘 참아내지 못한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착하고 성실한 남자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만족한다. 매사에 긍정적이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웬만한 건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대신 극적인 긴장감이나 재미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나쁜 남자 캐릭터에 끌리는 여자에게는 흥미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여자들일수록 그 무엇에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남자, 거칠고 파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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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이기심으로 가득 찬 남자에게 더 강하게 이끌린다. 그러면서 자신이 매우 드라마틱하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아간다고 착각한다.

어긋난 이끌림

성실한 남자들 역시 ‘나쁜 여자’ 캐릭터에 끌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착하고 배려할 줄 알고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여자보다는 히스테리가 심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여자한데 더 자주 반하곤 한다.

그런 어긋난 이끌림은 우리의 ‘그림자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그림자란 융의 정신의학에 나오는 말로, 우리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본성을 의미한다.

물론 어긋난 이끌림에는 그림자 본능 외에도 그 사람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 성장환경, 과거의 특정한 경험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나에게 없는 면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게 되는 기본적인 보상심리도 영향을 미친다.

■ 솔직하게 행동하기, 제대로 표현하기

회사원 정수진 씨는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1년 넘게 사귀고 있었다. 심하게 싸운 적을 꼽기 힘들 정도로 무난한 연애였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애정 표현도 없는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성격 탓이었다.

하지만 둘 다 소극적이다 보니 도무지 관계에 진척이 없었다. 1년이 지나도록 손만 잡고 다닌 게 다였다. 수진 씨는 ‘마음의 거리를 포함해서’ 늘 그 자리에만 맴돈 것 같다고 했다. 오랜 시간 이런 고민을 하던 수진 씨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했다. 느닷없이 남자친구에게 ‘그만 끝내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다음날 아침 남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에는 외근한다고 하고 나왔어. 나 너희 집 앞이니까 잠깐 좀 나와.”

밤새 한 숨도 못 잔 얼굴을 한 남자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수진 씨는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헤어지고 싶은 마음을 바꾸지는 않았다. 더 이상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관계가 그녀를 지치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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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커플인 민성 씨와 여자 친구는 장거리 커플이었다. 처음에는 장거리 연애가 둘 사이를 애틋하게 하는 요소 같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자 그들은 답답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문자도 전화도 제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가 많아지고 한 달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날이 늘어났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의도와는 달리 표류하는 배처럼 멀어지고 있었다.

나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일반적으로 연애를 할 때는 솔직한 모습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껴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지금까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는 내가 살아온 환경,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

그러한 환경과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솔직함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나에게 상처를 줄 것 같은 대상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말하자면 무의식적으로 ‘수비’를 하는 셈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라고 한다.

방어기제 내려놓기

방어기제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내 마음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예전에 받았던 상처가 어떤 것인지, 그 대상이 누구였는지, 그때 내가 받았던 느낌은 어땠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미 지나간 일임을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현재 내가 호감을 느끼는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한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은 과거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상처를 받는 것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솔직하지 못한 연애에는 심각한 부작용 따른다. 바로 ‘후회’다. 만약 그 사람이 나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에 지쳐서 떠나갔다면 그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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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여러 좋은 면을 보지 못한 채로 떠나간 셈이다. 내 자존심과 두려움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솔직하지 못할수록 연애는 지금 내 생활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불편함도 커진다. 스스로 솔직하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의식하는 것만큼 불편하고 피곤한 일도 없다. 상대방 역시 나의 이런 민감한 태도에 뭔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행복해지려고 연애를 시작했는데 불편하고 짜증나는 상황만 벌어진다면 상대는 곧 내게 흥미를 잃기 쉽다. 결국 그는 이별을 고하고 다시 홀로 남은 나는 슬퍼하며 후회할 것이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첫 번째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다고 해도 그걸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에는 내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연락을 하고 싶을 때 연락하는 자유, 화내고 싶을 때는 화내는 솔직함을 자신에게 선사할 용기를 내라.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은 연애하기에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

2016.1. 1

* 다음에 Chapter 4부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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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2)

■ 양창순 지음

◉ Chapter 4.

집착과 의존에서 벗어나면 ‘진짜 사랑’이 온다.

- 금지된 것은 갈망하는 당신에게 -

■ 집착하고 싶은 것인가, 사랑하고 싶은 것인가

“사랑은 하나뿐인데 그 사본은 여러 가지다”라는 말이 있다. 사랑이 때로 구속이 되는 것은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 사본인 때 발생한다.

나 자신 분석해보기

정신과 의사들도 정신분석 치료를 하기 위해 먼저 스승에게 정신분석을 받는다. 남을 치료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환자의 문제를 굴절된 시각이나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자기 분석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자기 자신을 되도록 솔직히 열어 보이는 것이다. 둘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동기를 알고, 그것이 인생과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셋째는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까지 자신을 잡고 있는 문제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이 문제의 뿌리가 깊을수록 노이로제적인 경향을 띠기 쉽다. 대개 그런 경우 억압된 공포와 적개심, 분노가 커서 그것과 싸우느라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한다.

세상일이든 사랑이든 집착할수록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여기서 잠깐, 집착과 집념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집념이 어떤 가치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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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라면 집착은 강박증에서 비롯된다. 인생에서 전진하기 위해서는 매듭을 푸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가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도 그 한 가지 방법이다.

■ 가장 내 뜻대로 하고 싶은 사람을

도저히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이 아이러니!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상대방의 욕구를 수용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상대방의 반항을 인정하는 일이다. 끝없는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커플들을 보면 대개 그 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인간관계의 크고 작은 갈등은 대부분 상대방이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은 부부나 연인관계뿐 아니라 부모 자식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녀가 부조건 순종하기를 바란다. 말을 잘 듣던 아이들이 슬슬 반항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연인 관계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 상대방의 말에 무조건 따르려고 애쓴다. 잘 보이려는 욕구 덕분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곧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때 상대방이 자기 의견을 받아들여 주지 않거나 반대하면 전쟁이 시작된다. 마음이 변했느니 사랑이 식었느니 하면서.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면 모를까. 모든 것이 서로 일치하는 관계란 애초부터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자기가 태어난 부모의 몸에서조차 독립해 자기의 개체를 찾아가는 존재다.

흔히 부모가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의 능력을 믿지 못하거나 떠날 것을 두려워해서다. 문제는 이러한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마음속에 무력감과 열등감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물론 겉보기에는 순종적이고 성실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늘 억압된 두려움과 자신을 그렇게 만든 부모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어른이 되어도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못하는 조그만 어린아이가 내면에 숨어 있는 탓이다.

이 두려움과 분노는 늘 갈등의 원천이 된다. 그들은 이를 수동적,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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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생산적 방법으로 표출하곤 한다. 이것이 바로 겉보기에는 온순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결코 쉽게 변할 수 없는 본성

30대 초반인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문제는 술만 마시면 갑자기 성격이 돌변해 너무도 폭력적이 된다는 데 있었다.

“어느 날인가는 아내와 크게 싸웠는데 제가 술김에 아내 목을 졸랐다더군요. 아마도 아내가 사사건건 제 의견에 반대하고 몰아세우기만 하는 데 굉장히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결국 아내가 이혼하자며 친정으로 가버렸다. 남자는 자신이 너무도 한심해서 병원을 찾아오게 되었다.

‘본래의 자기 자신’은 어떤 억압으로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억눌려 있을 뿐이며 언젠가 소리를 낼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억압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단히 왜곡된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술만 취하면 사람이 난폭하게 바뀌는 것도 그런 왜곡된 상태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용기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그의 정신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이 있다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자식이든 연인이든 배우자이든,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을 내고 때로 반항하더라도 분노를 삭이며, 이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 인정받고 싶은 남자, 사랑받고 싶은 여자

이현섭 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완벽주의자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며칠 밤을 새워서 사전조사를 하고, 하나에서 열까지 일의 순서를 정해 촘촘한 리스트를 만든다. 어떤 일이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해 나가는 성격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지인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리스트로 만들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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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할 사람, 선물을 보내야 할 사람, 직접 만나야 할 사람을 정리하고 관리한다.

그런 현섭 씨가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역시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그는 데이트 스케줄을 짜고 데이트 장소에 대한 사전 정보를 완벽하게 숙지했다. 심한 경우 미리 답사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어디서 뭘 먹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데이트 준비를 할 뿐 아니라 기념일에는 항상 멋진 이벤트와 선물로 여자친구를 감동시켰다. 털털한 성격의 여자친구는 그런 현섭 씨를 매우 좋아했다.

문제는 현섭 씨가 여자친구 역시 완벽해지기를 바라면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완벽한 연애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여자친구도 그만큼 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현섭 씨만큼 꼼꼼한 성격이 아니었다. 현섭 씨라면 마땅히 준비했을 만한 것을 챙기지도 않았고, 설령 여자친구가 챙긴다 해도 현섭 씨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다. 자기는 최선을 다하는데 여자친구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어느 때부터인가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아가 여자친구가 생각보다 똑똑하지 많은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망했다.

완벽한 그에게 없는 딱 한 가지

여자친구 역시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소홀하거나 준비가 부족하면 현섭 씨는 화부터 냈다. 데이트를 할 때도 뜻밖의 일로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면 짜증을 내고 그녀를 비방했다. 처음에는 완벽한 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어쩌면 소심하고 융통성 없는 강박증 환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결국 현섭 씨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을 끊어버렸다.

현섭 씨는 자신의 표현대로 ‘거의 꼭지가 돌 지경’이 됐다. 그는 여자친구가 떠나서 괴로운 게 아니었다. 자신의 계획대로 이별하지 못해서 괴로웠던 것이다.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찾아가고 어렵게 연락이 닿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했다. 현섭 씨는 이별마저도 그다운 방식으로 했다. 호텔 레스토랑을 예약해 근사한 식사를 하고 미리 준비한 말과 선물을 건네고 여자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렇게 자신이 정한 스케줄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멋지게 돌아서는 현섭 씨의 뒷모습을 보며 여자는 완전히 질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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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섭 씨가 꿈꾸는 완벽한 연애는 TV나 영화라면 모를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섭 씨에게는 자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그 사람에게 얼마나 완벽한 사람이 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

상대를 조종하고 싶은 심리

현섭 씨와 같은 타입은 대게 세상의 모든 일을 자기만의 흑백논리로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잣대를 정밀하게 들이대곤 한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자기가 세운 기준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 그 기준에 맞도록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집념을 보인다. 그런 심리를 가리켜 정신과학적으로 ‘무의식적인 조종의 욕구’라고 한다. 이를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내 손아귀에 상대방을 쥐고 흔들려는 심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릇된 요구 탓이든, 조종 심리 탓이든 인간관계에서 억압과 구속은 늘 가장 나쁜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서로 뜨겁게 시작한 연애라 해도 시들어가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 관심과 집착, 그 위험한 줄다리기

박건우 씨는 한때 몹시 의존적인 여자와 사귀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였지만 끝없이 그에게 기대기만 하는 데 진이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건우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새로운 데이트를 시작했다.

새로운 여자친구는 매우 독립적인 성격에 남자한테 구속되는 것을 싫어했다. 건우 씨도 그녀의 꿋꿋하고 당당한 성격이 낯설어서 처음엔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어쨌든 그는 여자친구의 독립적인 성격을 존중해주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자신도 편하고 홀가분해졌다. 물론 둘 사이의 연애도 잘 되어갔다.

개별성과 집합성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

보웬은 개별성과 집합성의 조화가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개별성은 정신적으로 자급자족하고 싶은 욕구를, 집합성은 다른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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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을 유지하려는 욕구를 각각 의미한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의 주인공인 장유선 씨는 몇 번의 뼈아픈 실연을 겪은 뒤에야 그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연애를 할 때마다 그녀는 으레 남자에게 매달리고 집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모든 상황을 공유하려 했다. 남자가 약속 시간에 조금만 늦어도 화를 내고 어쩌다 집에 바래다주지 못하면 원망하기 일쑤였다. 연애가 잘 될 리 없었다.

어리광은 이제 그만

유선 씨는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했다. 열등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것 때문에 인생 전체가 나빠지도록 놔둘 순 없었으니까. 그 뒤로 그녀는 일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독립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가려고 애썼다.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집착하지도 않아야 하는 이유를 잘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존과 집착을 버리고 나니까, 비로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여유도 생기더군요.”

이처럼 스스로 변화한 자신과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건강한 사랑을 할 자격을 갖게 된다. 그런 변화는 자신에 대한 사랑 안에서만 가능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소중함도 아는 법이다. 자신을 비난하고 우습게 보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함부로 대하게 마련이다.

■ 남자의 미래에 집착하는 여자,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이면서 가장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다. 이처럼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안고 사는 인간은 뭔가 변하지 않는 확고한 중심을 찾으려는 욕망을 지닌다.”

노르웨이의 석학 올레 회스타는 자신의 저서 <하트의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변하지 않는 확고한 중심’은 곧 심장이다. 그는 그 심장이 사랑과 정신과 양심이 존재하는 가치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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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우리에겐 분명 ‘변하지 않는 확고한 중심’이 필요하다. 그것을 심장이라고 부르든, 사랑이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나만의 변치 않는 우주가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그 우주가 위협을 받으면 어떻게 되나? 아마도 삶 자체가 산산이 조각나는 것처럼 여겨지리라. 그래서 우리에게는 어떤 수고를 치르더라도 그 우주를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한데 흥미롭게도 우린 간혹 자기 손으로 그것을 깨부수려고 든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때문에 현재 내가 가진 것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려 드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상대방의 과거를 캐고 들면서 미칠 듯이 괴로워하는 연인들이다.

과거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니라 그저 기억일 뿐이다

남보라 씨는 상담을 시작할 때마다 늘 눈물부터 글썽이곤 했다. 무엇보다도 남자 친구의 도를 넘는 질투심이 그녀를 괴롭혔다.

문제의 발단은 보라 씨의 과거 때문이었다. 얘기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되어 털어 놓은 과거의 남성 편력이 문제가 되었다.

남자 친구도 처음에는 보라 씨의 과거를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비명을 지르듯 이렇게 말했다.

“난 널 거쳐 간 그 모든 남자들한테 질투를 느낀다.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미친놈인 것만 같다.”

질투의 희생자 되지 않기

질투는 인류의 시작만큼이나 오래된 감정이다. 아담이 늦게 돌아왔을 때 하와는 이미 그의 갈비뼈를 세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특히 사랑보다 질투의 감정이 더 승할 때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믿음 대신에 불신을, 온화함 대신에 분노를, 안정감 대신에 혼란을 부채질 하는 식이다.

흔히 상대방의 사랑을 시험해보려고 하거나 그 사랑의 깊이를 측정해보려고 교묘하게 질투심을 조장하는 타입도 있다. 이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스탕달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지 ‘허영 연애’를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상대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은 자기 사랑에 확신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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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랑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우리를 질투라는 감정으로 내몬다. 때로 질투가 사랑을 파괴하는 가공할 힘으로 작용하는 것도 그런 두려움 탓이다. 상대방의 과거에 대한 불신까지 겹친 경우에는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상대방의 마음에는 색맹이 생겼기에 아무리 너만을 사랑한다고 외쳐도 소용이 없다.

색맹은 인간의 눈에만 있는 질환이 아니다. 마음에도 생겨날 때가 있다. 그리고 마음의 색맹은 웬만해선 치유되기 어렵다. 이때는 아무리 흰색을 희다고 말해도 상대방의 눈에는 검은 색으로 보일 뿐이다. 질투의 감정이 불러온 색맹은 그렇게 견고하다.

보편적으로 여자는 남자의 미래를, 남자는 여자의 과거를 궁금해 한다.

그래서 나 역시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연인들에게는 반드시 주문하는 것이 있다. 과거는 각자의 것이므로 서로 상관하지 말라는 것. 그저 오롯이 지금,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숨을 쉬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 한 마디로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에 집착한 후유증은 두 사람의 사랑 자체를 위협할 만큼의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므로.

■ 누구에게나 일곱 번째 방은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여, 여기까지만. 더 이상은 안 되오. 여기 일곱 번째 방에서는 나 혼자 있고 싶소.”

이렇듯 간절한 호소를 하고 있는 사람은 산도르 마라이다.

그는 소설 <결혼의 변화>에서 평생에 걸친 오해로 자신을 억압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들의 불행 속에는 오해와 억압, 그릇된 요구와 조종 심리 그리고 의존과 독립의 문제가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일곱 번째 방에서는 혼자 있고 싶다”라고 썼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는 일곱 번째 방이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자기만의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일곱 번째 방에서는 혼자 있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의존과 독립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매우 적절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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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혼자 있는 걸 좋아할 뿐

이나영 씨는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직 여성이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을 서두를 마음은 없다.

“전 데이트할 때 가장 부담되는 게 남자가 저와 결혼하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거예요. 아주 살짝이라도 저한테 그런 느낌을 주거나 아니면 제 친구들한테 그런 얘길 비추면 마음이 불편해진답니다.

나영 씨는 데이트가 진짜 연애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상대방이 정말 마음에 들 때도 있죠. 그럴 때는 이번엔 좀 더 잘해보자고 결심하죠. 하지만 남자가 계속해서 결혼 얘길 꺼내면 부담스러워요. 그걸 계기로 헤어지고 마는 거예요.”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다음부터 그녀는 가벼운 데이트도 겁이 난다고 한다. 게다가 나영 씨는 연애할 때 오히려 혼자 있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주말에 일부러 남자친구와 약속을 안 잡으려고 꾀를 냈다. 혼자 있을 기회가 생기면 어김없이 보고 싶은 영화나 전시회를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런데 그 시간이 그렇게 홀가분하고 신날 수가 없단다.

“제가 그런 걸 알면 남자 친구는 당연히 서운해하죠. 저도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도 모르게 또 그런 기회를 만드느라 애쓰게 되니……결국 연애 기간에 그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면 그 관계가 잘 될 수가 없는 거죠.”

사랑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커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의존과 독립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음 네 가지 키위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 ‘사랑’은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한계 짓기’는 의존과 독립의 문제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경계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경계를 잘 인정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랑하면 모든 걸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아무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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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운 사이라도 분명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존재한다. 그것을 존중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세 번째, ‘정신적 독립’은 서로 구속하지 않고 사랑을 키워가고 싶다면 꼭 지켜야 하는 요소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구속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단지 자신의 문제해결 방식에 따라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과 아예 그런 요구 자체를 억압하는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적 독립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네 번째 느슨한 간섭이다.

우리가 상대방의 자율성을 지지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일일이 지적당하고 간섭당하면서 행복할 사람은 없다. 특히 연인들 사이에서 독립과 자율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또 그런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Chapter 5.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 변화가 두려운 당신에게 -

■ 사랑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우린 흔히 “사랑에 빠지면 눈이 먼다”라고 말한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도 한다. 그 비유적인 표현을 영국에서 뇌 과학자들이 사실로 밝혀냈다. 뇌 촬영을 해보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우리 뇌는 비판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동을 멈춘다. 진짜 콩깍지가 씐다는 말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긍정적 관계 유지를 돕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이나 바소프레신에 직접 반응하는 뇌 기능까지 더욱 활성화 된다고 한다. 그러니 사랑에 빠졌을 때 그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든 연애에서 콩깍지에서 벗어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1년 6개월이라고 한다. 그것도 대단히 오래가는 커플일 경우에 그렇다고.

우린 이 변화 앞에서 사랑을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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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굳건한 사랑도 흔들리고 위협당한 끝에 그대로 부서질 수밖에 없다.

부정한다고 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연애에서 서로 갈등하며 변화를 추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느리고 조용한 악장만 연주되는 음악은 무미건조하며 지루하고 재미없다. 때로 강하게 울려 퍼지는 포르티시모도 있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희생하고 양보하기 보다는 때론 지혜롭게 맞서서 변화를 추구하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사랑은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외부를 향해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다. “나에게 밀려 오는 것, 내가 맞아들여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변화를 두려워하랴.

부정한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정면으로 응시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이 늘 변화하는 존재이듯 사랑도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고, 미움과 나태의 자리에 창조와 성숙이 들어서도록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고 노력해야 한다.

■ 사랑이 잘못되어 갈 때 나타나는 4가지 신호

프로이트 이론을 반박하는 사람들은 그의 이론이 너무 결정론적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몇 년 사이의 경험이 어떻게 인간의 삶 전체를 결정하는가에 회의적인 학자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자들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의존적 성향이 적고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조지 M. 볼비도 생후 2년 동안은 애착에 중요한 시기로 이때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 특히 어머니와 이별을 경험하거나 사랑이 결핍되면 불안(이별 불안이라고 한다)을 일으켜 정서 발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후천성애정결핍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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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종교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을 통해 신을 찾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기를 바라서다. 인간이 생각하는 신의 사랑은 어떤 어머니도 줄 수 없는 완전한 사랑, 모자라고 무기력하고 열등감 많고 두려움 많은 자신의 모습을 비난하거나 평가하거나 멸시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전폭적인 사랑이다. 인간관계에서는 그런 사랑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인간은 아가페적인 사랑을 추구한다.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는 것은 사랑이 위기에 처했음을 알려주는 첫 번째 신호다.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으며 그리하여 거부당하고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강할 때 사람들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두 번째 신호는 사랑의 지속성에 의심이 생기는 순간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지나치게 변덕스러운 감정도 병이라고 본다. 어른으로서 감정 성숙이 덜 된 것이 그 원인이다.

세 번째,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느낀다면 그 사랑은 당연히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잘못된 관계인 줄 알면서도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자신을 설득한다.

■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

우연히 어느 잡지 표지에서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라는 글귀를 봤다. 아주 잠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정말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할까?

의처증이나 의부증 환자들은 배우자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의심하고 질투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제삼자도 그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관심도 보이고 소유하려 들고 집착한다는데 쉽게 동의한다. 부모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간섭하고 지배하려 하고, 연인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부부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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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불완전함 받아들이기

사랑은 대개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된다. 문제는 그 열정이 우리 감정에 속한다는 데 있다. 사람의 감정 가운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의 열정, 혹은 열병도 예외는 아니다.

만개한 꽃은 반드시 시드는 법, 그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된 관계임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타성과 나태가 끼어드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처음의 눈부심을 잃어버린 사랑은 변형되고 풍화되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어찌 그리도 가볍고 경박할까. 한탄할 사이도 없이 두 사람 사이에는 미움과 갈등이 뒤얽히기 마련이다.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만은 어떤 경우에도 변화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믿음이야말로 우리가 사랑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오류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라는 말도 그런 그릇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리라.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 방법을 찾느라 골몰한다. 그리고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웬만큼 힘든 일은 다 감수한다. 그뿐인가? 계속해서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타협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별다른 의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라고 해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듯이 사랑도 벌어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리는 사랑 앞에서 좀 더 굳건할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그 사람은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니다

“사랑의 행위는 게으름의 관성에 맞춰 싸워 나가는 노력과 두려움으로 인한 망설임을 극복하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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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모건 스콧 펙의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랑에서 열정의 시기가 끝나면 일종의 휴지기가 찾아온다. 그때 가장 먼저 끼어드는 것이 바로 게으름이다. 그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때 용감한 사람들은 그와 같은 게으름과 두려움을 깨부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려고 애쓴다.

사랑한 후회, 이별한 후회

“한 남자와 7년 동안이나 연애를 했어요. 문제는 그 긴 세월 동안 우리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서로 미워하며 헤어졌다 만나기를 되풀이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향한 질긴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진 못했지요. 그건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각기 다른 남자, 다른 여자와 결혼한 다음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런 어리석음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그 사람과 저는 게으름과 타성이 끼어드는 순간마다 서로를 원망하기에 바빴어요. 그 사람이 내가 반했던 모습 그대로 있어주기 바랐는데, 내가 원치 않는 모습으로 변하는 게 싫었어요. 결국 티격태격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타성을 깨부수려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나간 거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

심리학자 에스더 M. 스턴버그는 사랑을 ‘열정, 친밀감, 약속과 책임감’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열정은 사랑을 시작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가장 먼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친밀감이다. 친밀감도 어느 정도 까지만 증가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역시 사라지거나 너무 익숙해서 숨어버리거나 한다. 그 대신 약속과 책임감이 그 자리를 메워준다.

약속과 책임감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진다. 또한 노력과 학습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그런 노력과 학습이 처음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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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친밀감을 지속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약속과 친밀감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확신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게으름과 타성이 끼어들 경우 사랑이 흔들리는 아픔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 적어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마라

불교 경전 중 하나인<아함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두 번째의 화살을 맞지 마라. 살면서 누구도 첫 번째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만들어 쏘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피할 수가 있다. 고통은 첫 번째 화살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서 말하는 첫 번째 화살은 타인이 내게 주는 고통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만약 누군가 마음먹고 나를 겨냥하여 시위를 겨눈다면, 무방비 상태로 있는 내가 무슨 수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겠는가. 하지만 내가 나 스스로에게 쏘는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나와 달라도 너무 달라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며 상대방을 원망하는 마음만 멈춰도, “나를 사랑한다면서 이 정도도 못해줘?” 라는 분노만 거둬도 두 번째 화살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번째 화살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쏘아대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내가 화살을 쏘는 행위를 그만두지 않는 한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친구 같은 연인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의견 차이까지도 받아들이는 게 사랑이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의견, 가치관, 윤리관을 갖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과 나의 얼굴이 다르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언젠가 한 중년 여성에게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로 남편을 대한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사실 그녀는 남편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성숙한 사랑은 자기의 약한 모습, 열등감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도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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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떠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런 믿음이 안에 있을 때 비로소 거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랑이 자라난다.

사랑을 위한 자리를 내주어라

그런데 친구 같은 연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가 있다.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통적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상대방에게 그릇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자기 멋대로 강요하고 무시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는 교묘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고 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의존 욕구다.

진정한 우정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한다. 연인 사이에서 존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발휘하도록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배려란 무엇인가? ‘자기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던가. 스콧 펙은 그런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당신의 삶은 그만큼 더 근사해질 것이다

간혹 남자와 여자의 만남을 반원끼리의 만남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반원의 만남이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두 반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 구심점을 갖는 두 원의 만남이다. 두 개의 원이 만나므로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고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따라서 사랑할수록 겹치는 부분이 많아지도록 애써야 한다. 서로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것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려고 애쓸 때 비로소 사랑의 성숙도 이루어진다.

■ 패자를 만들지 않는 현명한 싸움의 8가지 기술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자신들이 머지않아 ‘살벌, 잔혹, 처절하도록 싸워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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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는 걸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린 영원히 싸움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시기는 불행히도 너무 빨리 끝나고 만다. 그래서일까, 어느 심리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남자와 여자는 함께 있으면서 서로 불행해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데 무한한 재주를 갖고 있다. 그에 따르는 비극의 다양성을 입증할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연인 사이의 싸움의 원인은 바로 ‘파워게임’인 경우가 많다. 사실 사랑은 심리전이다. 처음부터 마음에 여유를 가진 사람이 주도권을 잡는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대다수 커플이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마다치 않는 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잘 싸우는’ 방법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싸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런 싸움은 긴장감을 없애주고 오히려 그 관계를 더 깊게 해주기도 하니까. 이제부터 그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분석하지 말아야 한다. 혼자서 상대방의 마음을 다 읽어 분석하고 ‘넌 이런 사람이야’ 라고 단정해 버리는 경우다.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까지 분석해가면서…….

두 번째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길 바라서다. 그런데 상대방이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거나 이야기를 방해하면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비난의 메시지라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전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같은 충고라도 상대방이 위협적인 비난으로 느끼지 않도록 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서로 비난을 멈출 수 있다.

네 번째는 ‘난 옳고 넌 틀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섯 번째는 문제의 핵심이 서로에게 똑같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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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는 몸의 상처처럼 마음의 상처도 가라앉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곱 번째는 서로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덟 번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열등감이란 한 마디로 말하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를 느끼는 것은 그 비밀 창고로 들어가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커플들 사이의 그 수많은 싸움에서 둘 다 패자로 남지 않으려면 상대방에게도 이길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악착같이 매번 이긴다고 해서 상처뿐인 승리에 무슨 영광이 있을까.

Chapter 6. 홀로 설 수 없다면 둘이서도 함께 설 수 없다

- 상대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는 당신에게 -

■ 당신이 그 남자를 선택한 이유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혼자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서다.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때로 사랑을 고통으로 만든다.

과거의 정신의학에서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라 인간의 갈등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본능, 자아, 초자아의 갈등으로만 봤으나 지금은 인간관계에서 그 원인을 더 많이 찾고 있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지지 마라

복잡한 인간관계를 설명해주는 좋은 예로 거미줄 이론이 있다. 예를 들어 두 사람 사이에서 파생되는 인간관계는 두 가지다. 하지만 세 사람이 되면 네 가지로 늘고 네 사람이 되면 무려 열한 가지로 늘어난다. 이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남자와 여자를 서로 이끌고 결합시키는 요인은 기대와 욕구이다.

평범한 질문 속에 숨은 의미

연애할 때 상대를 어떻게 만났으며 첫인상이 어땠는지 하는 것들은 평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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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같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내면세계나 대인 관계, 처해 있는 환경 등을 알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다.

신경증적인 경향이 심한 사람은 자기 연민이 강해서 스스로에게는 대단히 너그럽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운 사람일수록 상대방에게는 냉혹하며 일방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또한 ‘남자는 좋은 직장을 지녀야 한다’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 등의 선입견이나 편견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틀에 상대방이 맞지 않으면 실망하고 화를 내며 끝없이 고치라고 요구한다.

■ 욕망과 사랑을 구분하는 방법

이민영 씨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을 겪었다. 그녀에게는 4년째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는 민영 씨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민영 씨는 사회적 커리어를 더 쌓고 싶었기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남자 친구는 민영 씨를 변함없는 모습으로 사랑해주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 정도면 대한민국 대표 진실남”이라고 했다. 민영 씨 자신도 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영 씨는 남자 친구의 전혀 다름 모습을 보고 말았다. 민영 씨의 직장 동료와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민영 씨는 당장 남자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남자는 순순히 동료와의 일을 인정했다. 그녀와는 첫 만남부터 서로 끌렸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해 함께 잤지만 그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민영 씨는 그 남자와 헤어졌다. 하지만 한동안 지독한 배신감과 상실감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미칠 듯한 욕망은 사랑이 아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남편한테서 헤어지자는 요구를 들으면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것도 사랑의 열정이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린 여자가 있다.

이혜영 씨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지나서 남편한테서 이혼하자는 말을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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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순히 사랑의 열정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의 남편은 대단히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타입이었다. 그래서 혜영 씨가 결혼을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결혼 생활에 맞지 않는 남자라며 그녀를말렸다고 한다. 물론 혜영 씨는 그런 충고에 귀를 기울일 형편이 못 되었다. 혜영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남자가 물불 안 가리고 거의 정신이 나갈 만큼 강렬한 사랑을 호소해 오는데 다른 이들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크게 상심한 혜영 씨가 이유를 묻자 그는 말했다.

“당신과의 만남에서는 어떤 흥분도 느낄 수 없다는 게 문제야. 난 서로 눈만 마주쳐도 불타오르는 사랑,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전율이 이는 관계를 원해. 그런데 이제 당신한테선 도저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어.”

남편의 태도는 완강했고 혜영 씨는 결국 이혼을 결심해야 했다.

상대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는 이유

학자들 중에는 사랑을 욕망, 매력, 매달림, 생물학적으로 배우자를 찾는 욕구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욕망은 일차적으로 상대의 외모에 집중한다. 특히 현대인들은 매스컴의 발달로 욕망에 사로잡힌 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때 욕망에는 단지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만 작용한다. 매력은 거기에 정서적 융합이 일어난 상태로 세로토닌이 작용한다. 매달림 또는 집착은 밀접한 신체적 접촉을 찾는 상태로 여기에 작용하는 뇌 전달 물질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욕망에 정서적 융합 대신 단지 호르몬만 작용한다는 것은 그것의 일회성을 잘 말해준다.

성적인 흥분 뒤에 해소기가 있듯이 아무리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흥분하고 살 수는 없다. 뜨거운 로맨스와 단조로운 일상 사이에서 일종의 균형이 필요하다. 만약 지금 누군가와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면 거기에서 사랑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진짜 사랑은커녕 연애 비슷한 것도 아니다. 단지 중독 증상의 연장일 뿐이다. 모든 중독은 증상이 가벼울 때, 아직 금단증상을 겪지 않아도 될 때 거기서 빠져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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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은 항상 왜 이럴까?

박명혜 씨는 화려한 외모와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덕분에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그녀를 만난 남자들은 어떻게든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 그들은 모두 자기들이 여자한테 반해서 잘 보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좀 달랐다. 명혜 씨 스스로 교묘한 방법으로 그들을 유혹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여자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해서 명혜 씨는 한꺼번에 여러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 물론 그 남자들은 저마다 명혜 씨가 자신만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명혜 씨는 극적인 성격답게 그 모든 남자들과 대단히 드라마틱한 만남을 갖곤 했다. 남자에 따라 순정 가련형의 여자를 연기하기도 하고, 비극적으로 첫사랑을 보낸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는가 하면, 전형적인 팜파탈의 모습을 보이는 식이었다.

단 하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녀가 남자들과의 섹스만은 단연코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남자를 유혹해 넘어오게 만들기 까지는 팜파탈의 연기를 유감없이 펼쳤으나 막상 섹스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교묘한 방법으로 피해갔다.

당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무의식

겉보기에 화려하고 유혹적인 여성 가운데 섹스 트러블로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키스나 애무까지는 괜찮은데 더 이상은 싫다고 한다. 그들과 상담해보면 전형적인 히스테리 타입인 경우가 많다.

히스테리 타입인 여성의 진짜 문제는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특히 여자로서 자신에게 열등감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겉보기로는 그것을 알 수 없다. 화려한 외모와 연극적인 태도 때문에 오히려 그 반대로 보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그런 연출을 하는 진짜 이유는 열등감 탓이다. ‘아니, 그렇게 화려한 여자들이 웬 열등감일까’라고 생각하겠지만,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열등감에 시달린다. 그들의 문제는 ‘백 퍼센트가 아니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전제에 있다. 그리고 그런 열등감을 숨기려고 겉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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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연연해한다. 그들이 섹스를 싫어하는 이유도 그런 자신의 모습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날까 두려워서다.

그들을 상담해보면 대부분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오래 지켜봤거나,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해주기를 바란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 경험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모에 대한 분노가 이성에 대한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이어지고, 어머니에 대한 동일시가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방해한다.

화려한 외모 때문에 일찍 남자들의 눈에 띄어 준비되지 않은 성경험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바로 그런 이유로 성에 대해 더욱 경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다보니 더욱 낮은 자존감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마치 대단한 팜파탈인 양 꾸미고 남자들을 유혹하는 것도 그에 대한 보상심리 탓이다.

■ 사랑의 완성을 위한 몸의 대화

섹스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

20대 미혼 여성들을 만날 때 이따금 받는 질문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어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커플이 사랑의 합일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섹스라고 해서 그 합일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일 테니까. 문제는 그것이 진정한 사랑, 진정한 합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방종으로 흐르는 것도 문제지만 강박적 사고도 위험하다. 양쪽 모두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칫 수많은 흑백논리에 얽매여 살기 쉽다. 그러나 세상에는 수백 수천의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의 사고도 저마다 다른 면모를 지니게 마련이다. 그것을 흑백논리로 재단하는 것처럼 사람을 질식 시키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소유하기 위해 또는 여자가 남자를 자기 곁에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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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 위해 성관계를 가진 다음 서로에게 기대했던 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결혼을 전제로 한 연인 관계일 때도 다르지 않다. 성관계가 서로를 묶어두는 방법의 하나로 전락한 이상 그것은 상거래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 거래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속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원색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성관계를 맺은 다음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커플이 많다.

사랑의 완성을 위한 통과의례

그렇다면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성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아마도 사랑의 완성을 위한 대화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서 그렇다. 마찬가지로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성관계가 잘될 리 없다.

효과적인 대화의 전달을 방해하는 것은 또 있다. 과거의 경험에 근거한 예견, 선입관, 일반화된 사고, 감추어진 의도, 물리적 환경 등등. 성관계 역시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많다. 거기서 벗어나 자유롭고 진실한 성을 추구하려면 올바른 대화에서 인격 대 인격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상대방의 처지를 충분히 수용하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는 성은 본인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 그 어떤 말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킨십

20대 주부가 남편과의 성문제로 찾아왔다. 그녀의 말인즉 남편은 야심만만한 남자여서 늘 일밖에 모르고 살아간다고. 요즘 젊은 남자답지 않게 거의 일중독이라고 할 정도여서 아내와 집안일에는 무관심하다고 했다. 그것도 참기 어렵지만 아내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남편은 어쩌다 한 번. 그것도 아내가 졸라야만 관계를 가졌다.

“그 사람은 저더러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너무 못 참는다나요. 그러나 전 성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라 생각해요.”

그녀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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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섹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아내 때문에 결혼 생활이 재미없다고 하소연하는 남자들도 있는데 이는 아내 쪽이 배려가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너무 지나친 것도 문제지만 너무 모자라서 결혼 생활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밋밋한 섹스도 분명 문제다.

두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억압

우리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부부 사이의 성 문제도 인간적인 견지에서 살펴봐야 한다. 금욕주의가 팽배했던 서양의 중세기를 왜 암흑시대라고 하겠는가. 인간의 본능을 강제로 억압하니 자연 사회 전체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능은 억압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처음에야 어느 정도 억압이 가능하겠지만 결국은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분출하게 되어 있다.

정신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억압이 두 사람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젊은 20대들조차 사랑이라는 허울로 서로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이 어려운 이유

집이 좋은 이유는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좋은 이유 역시 비난당하지 않고 자기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 다음 서로 관심을 두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욕구를 절충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그 과정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욕구는 무조건 나쁘고 내 욕구만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어떻게 사랑이 자랄 수 있을까.

사랑이 어려운 이유는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의 욕구를 다 충족시키기를 바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에 성공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배려하고 타협하고 절충해 가는 수밖에. 사랑에도 비즈니스가 필요하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도와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네가 도와준다’ 가 진정한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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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의 사랑은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을 덮으려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은 그것을 추구하는 데 강박증적 양상을 보인다.

스물일곱 살의 한 남자는 여자들에게 바람둥이로 소문 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소문을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공허감을 채워줄 수 있는 여자를 만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남자의 어머니는 언제나 지성적이고 우아한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왔다. 하지만 그 남자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여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다. 다림질 된 자신의 옷이 구겨질까봐 어린 아들을 안아주지도 않는 어머니였다고 하니, 그의 성장 과정이 어땠을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그 남자는 늘 같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언제나 혼자 무언가를 찾아 안개 속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뭔가를 찾은 것 같아 움켜쥐었지만 곧 빈손임을 발견하고 소리 내어 울다가 깨곤 했다.

이런 사랑의 허기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일례로 어릴 때 단벌로 지내며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던 쓰라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금도 닥치는 대로 옷만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 어느 재벌 회장이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많이 굶주렸는데 그것이 아직도 어두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이따금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것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라고 털어 놓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접하는 사회이고 부모는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우리의 무력한 모습을 어떻게 보호해 주고 어떻게 그 무력함을 사랑하는지를 보면서 우리는 사랑을 배워나간다. 그러나 오히려 열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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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을 들추어내거나 이기적인 사랑만을 보여주는 부모도 있다.

사랑의 허기에 시달리며 성장한 아이에게 그 굶주림의 독은 너무나 치명적인 것이어서 어떤 사랑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하나의 사랑에 안주하지 못하고 자꾸 떠돈다면 자신이 사랑의 허기 상태에 놓여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Chapter 7. 이별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

■ 사랑도 결국 인간관계가 바탕이다.

우리는 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까?

“도대체 우리는 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까?”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답이 가능하다. 바로 그 자체가 삶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몸 자체가 얽힘을 원하고 관계를 원해서다.

우리 뇌에는 약 1천억 개의 세포가 있고 세포 하나당 무려 10만 개의 연결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의 얽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세포는 도태당한다. 세포가 살아남으려면 얽힘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 것처럼 우리 삶에서도 계속해서 누군가와 얽힘, 즉 관계를 이어가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삶이 아니다.

더구나 남녀 간의 만남과 얽힘은 또 다르다. 거기에는 우리 심장을 뛰게 하는 감정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터치가 있다. 누구인들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그래서 사랑은 인간 삶의 영원한 레퍼토리가 된다.

하지만 그만큼 강렬하기에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상처를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연애에 앞서 요즘 쓰는 신조어대로 ‘썸’을 탄다.

썸이란 섬싱(something)의 줄임말이다. 사귀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성 간에 오가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야기할 때 ‘섬싱이 있다’고 표현하던 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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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썸’이 되었다고. 그런데 ‘썸 타는’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커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썸에 머물러 있거나, 그냥 썸에서 끝나고 마는 것이 요즘의 남녀관계”라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리라.

요즘, 썸타고 계십니까?

연애에 앞서 썸을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처받기 싫어서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도전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도전하면 그 가능성은 50%로 뛴다. 실패하거나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나이니까. 흔히 하는 비유로 로또에 당첨되려면 일단 먼저 복권을 사야 한다.

안타까운 건 연애는 로또가 아니라는 점이다. 로또는 “당첨되면 감사하고 안 돼도 할 수 없지”라고 말할 수 있다. “뭐, 그냥 약간의 재미로 해보는 거니까”라고. 그러나 연애만큼은 도저히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사람은 사랑을 갈구하는 것 자체가 바로 삶이기에 영원히 썸만 타고 있을 수는 없다. 자신도 모르게 연애에 뛰어들고 마는 순간이 오는 게 인생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순간이 찾아오거든 너무 길게 썸만 타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 상대가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의 무게’

어느 결혼정보회사에서 ‘SNS 메신저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혼 남녀 10명 가운데 6명은 사랑 고백이나 이별 통보를 SNS메신저로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SNS로 너무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다 보니 연애에 대한 회의감과 피로도가 높아지고, 인스턴트식품처럼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을 글로 배웠어요’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 본 사람일수록 SNS에 떠도는 정보들에 혹하는 경우가 많다. 대게는 그런 여러 가지 팁 때문에 상대방을 오히려 제대로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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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SNS에 집착하고 그것을 사용해 연애를 하려는 심리는 역시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이별을 통보할 때 SNS를 이용하는 것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그들은 상대방을 직접 만나서 겪어야 하는 자존심이 구겨지고 구차한 일들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식으로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가 문제다.

참을 수 없는 연애의 가벼움

가벼운 연애를 하는 이유는 헤어졌을 때 상처를 덜 받고 싶어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의 무게를 줄이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진지한 관계에서처럼 진짜 자신을 열어 보이거나 할 생각은 애초에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관계가 오래갈 리 없다. 대개 상대만 바뀔 뿐 똑같은 상황이 계속된다.

진짜 사랑을 주고받을 만한 상대를 만났을 때도 문제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지라도 한번 익숙해진 행동을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일단 의심부터 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려고 한다. 그 편이 편하고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다면 직접적인 시선과 터치가 오가고 따뜻한 교감이 있는 관계를 추구하고 그쪽으로 마음을 써야 한다. SNS나 카톡으로 보내는 텍스트에서 벗어나 진짜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 어장관리하는 사람들의 심리

‘썸을 타다’라는 말보다 남녀 관계에서 훨씬 더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있는 말이 ‘어장관리’다. 어장관리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여러 이성에게 호감과 여지를 주면서 계속 연락을 유지하는 행위, 애인이 생겨도 다른 이성을 끊어내지 못함.”

어장관리에도 기준이 있을까? 대개 하는 사람보다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면 어장관리로 봐야 한다. 애인이 있어도 두 명 이상의 이성과 연락하고 돌아가면서 만나는 것, 의미 없는 카톡을 날리다가 상대가 진지해진다 싶으면 발을 빼는 것, 한 동안 연락 없다가 오랜만에 “뭐해?”라고 하면서 ‘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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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연락하는 것 등이 어장관리의 기준이다.

쿨하고 싶지만 쿨하지 못한 사람들

어장관리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대대는 애정 결핍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상대는 아무라도 상관없다. 다만 내게 호감을 보이는 누군가가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실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사실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는다. 그들이 자존감을 남한테서 찾는 이유는 물론 스스로 찾을 수 없어서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모르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기에 자기 대신 자존감을 높여줄 누군가를 찾는다.

그들은 대개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정을 유보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익숙하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 할지라도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을 때 무의식적으로 더 편안함을 느낀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습관으로 굳어져 안정감을 원하는 때가 오거나 괜찮은 상대를 만나더라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설령 알아본다 한들 제대로 대하는 방법을 몰라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

그물을 끊어내라

어장관리는 그것을 당하는 상대방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두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면 이성을 만나도 반사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의심부터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연애 시작을 망설이게 되고 시작은 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잘 이어지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단 상대방한테서 어장관리의 기미가 느껴지면 바로 그물을 끊어내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게 당해본 사람들의 주장이다.

■ 나이가 들면 연애가 두려워지는 이유

많은 여성들이 20대에는 맹목적인 연애가 가능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사람이 아닌 조건이 보여서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이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물론 개인차가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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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적인 상황에 더 많이 부딪히다 보니 조건을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간다. 출발부터 다르게 시작해야 앞으로 고생을 덜 할 테니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아직 20대 일 때는 젊은 피가 살아 있기에 고생스러운 연애도 그다지 고생으로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고생스러움을 겪으면서까지 연애를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드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서로의 경제적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조건이 전부는 아니다

또한 30대는 이미 몇 번의 연애 경험 덕분에(?) “그 남자가 다 그 남자다”라는 말에 동의하게 되는 나이다. 그러니 연애 과정을 누군가 와 또다시 반복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드러내 놓고 귀찮다고 하는 여성들도 있다. 그보다는 어차피 결혼을 할 거라면 조건을 따져보고 실속을 챙기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전에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일지라도 나에겐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다음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사랑, 참 어렵다

많은 사람이 말하듯, 사랑은 참 어렵다. 아프고 복잡하다. 지리멸렬하며 감정 소모도 심하다. 그런데 사랑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처음 그대로의 느낌과 모습으로 사랑을 지키고 온전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쇼핑을 하고, 함께 취미 생활을 하며 그렇게 맹목적이자 무자비할 정도로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마주 보고 걸을 필요가 있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떨어질 때의 추위와 붙으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우리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라고.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서로의 체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너무 떨어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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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너무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찔러대는 가시를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굳이 함께 하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더 행복하게 제대로, 살기위해 ‘함께 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혼자 있기를 선택하면 사람 때문에 힘들거나 괴롭거나 아플 이유가 없다. 그래서 사랑은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외롭다고, 힘들다고,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또는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을 도피처나 은신처로 삼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므로.

■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연애든 결혼이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하나뿐인 두 사람, 그들은 서로의 무엇을 보고 반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연애, 특히 결혼은 상대의 가족 수부터 현재의 재정 상태까지 많은 것을 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중에는 당연히 외적인 것이 상당수 포함되며 여자는 외모, 남자는 돈이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생각이 담겨 있다. 이 말은 상대의 외적인 조건을 우선시하고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득이 된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리고 행복함의 주체는 나 자신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우리를 성장시킨 원동력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어머니의 사랑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따뜻함,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어 하는 호기심 따위 말이다.

그뿐인가. 이 차갑고 무정한 세상에서 콩 한 쪽도 기꺼이 행복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하지만 외적인 조건만을 내세운 만남에서 그런 소소한 행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외모도 능력도 영원히 소진되지 않고 내 곁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혹시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세상의 그 무엇이 유한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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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달달하지 않을 연애의 온도

실제로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은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상대방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품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면모를 다 갖추었기를 바란다. 멋진 외모에 좋은 학벌과 많은 재산, 거기에다 똑똑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고 유머감각까지 갖추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환상 속에서라면 모를까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그 불가능한 것을 찾아서 환상 속을 헤매는 사람이 있으니 문제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일찌감치 그런 환상을 깨뜨려버린 사람이다. 그들은 어디에도 마법의 상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한두 가지 매력만 있어도 충분히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덕분에 누구보다도 좀 더 쉽고 단순하게 연애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반대로 망상에 바탕을 두고 자신의 전 존재를 상대방에게 투영하는 사람은 대개 비참하게 사랑이 깨지는 아픔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나의 조건은 완벽한가?

상대방에게 완벽한 조건을 기대하는 사람은 그 전에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연 상대방의 기대에 맞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는가? 상대방이 나에게 마법의 상자나 구세주 역할을 바랄 때 과연 그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는가?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상대방에게 바란다는 것은 게임의 규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 사랑은 ‘받는 문제’가 아니라 ‘하는 문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습관이야말로 진짜 중요한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이 말은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체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환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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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사랑을 능동적으로 경영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힘들어 한다. 그들은 사랑에 위기가 찾아오면 “ 그 사람이 나와 다를 줄 미처 몰랐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니 우린 도저히 함께 갈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이 세상에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 성장 과정, 생활 습관, 정서 상태 등이 똑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서로 다른 게 당연하다. 그처럼 다fms 것 때문에 상대방에게 끌리는 것이고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차이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고 해서 상대방을 원망하며 미워해도 되는 걸까?

상대방이 나와 의견이 다른 것은 그가 나와는 다른 가치관, 다른 윤리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것은 그 사람과 내가 얼굴 생김새가 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린 상대방이 나와 얼굴 생김새가 다르다고 시비하거나 원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갈등을 줄이고 사랑을 키워나가려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훈련이 제대로 진행 될 때 우린 비로소 성숙한 사랑을 향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

2016 1. 9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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