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8일 작성]
- 畵 鶴 -
獨鶴望遙空 학 한마리 먼 하늘 바라보며
(독학망요공)
夜寒擧一足 밤도 추운데 다리 하나 들고 있구나
(야한거일족)
西風苦竹叢 서녘 바람은 대나무숲을 괴롭히고
(서풍고죽총)
滿身秋露滴 온몸을 가을 이슬이 적셨구나
(만신추로적)
이유없이 그냥 좋은 시가 있습니다. 이달(李達) 선생의 이 오언절구가 바로 그렇습니다.
손곡(蓀谷) 이달은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나 한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주 익숙한 이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분입니다. 우리 문학사를 이야기하자면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분인데 중고등 교과서에 이름 한자락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달 선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얘기가 한없이 길어질 듯합니다. 16세기 조선의 문학 풍조도 조금 이야기해야 하고, 멀게는 당시(唐詩)와 송시(宋詩)의 특징도 언급해야하고, 그 당시의 신분제도며 사회상 등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와야합니다.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못되지요.
한편 유명한 허균(許筠) 선생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조금 재미있을 수도 있으니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하겠고, 오늘은 이달은 허균의 글선생이었으며 허균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고, 이달이 없었으면 홍길동전은 지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아, 시 이야기를 빼먹었군요. 그림에 그려진 학을 보고 지은 시입니다. 학과 대나무숲, 바람이 불고 이슬이 내리는 정경이 눈에 보일 듯하지요.
왜 좋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게는 그냥 읽을수록 좋은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