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말씨(2)

2014. 12. 30. 10:46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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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 말씨(2)
                 - 세상에 빈 말은 없다 -

■ 차동엽 지음

◉ 마음의 다리 잇기 - 공감대 형성
◈ 감동 스킨십의 심리학

■ 해석이 필요 없는 언어

 눈·코·입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인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 얼굴에 키스하는 또 다른 남자의 사진이 세계 곳곳의 신문에 실린적이 있다. 한 남자는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인 비니치오 리바. 또 다른 남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 일반 알현 때에 벌어진 이 기습 키스에 대하여 남자는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내 생애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다”며 감격해 했다. 교황의 이러한 밀착 스킨십은 에이즈 환자 환대, 여성 세족례, 교도소 수감자 포옹 등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교황에게 스킨십은 자신의 흉금을 전하는 해석이 필요 없는 언어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평소 손가락 문자(액션)도 즐겨 사용한다. 한 손으로, 신나면 양손으로 엄지를 곧추세우고 방긋 웃어주는 제스처!
 이로써 그는 힘주어 말하는 셈이다.
 “따봉!”
 “네가 최고야!”
 “멋져!”
 수신인은 우리 모두다. 바로 나, 당신이다.
 이런 프란치스코 ‘따라하기’가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 유행이라 한다.

 한 번의 스킨십 격려가 사람의 운명을 빚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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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했던 화가 벤자민 웨스트는 영국왕 조지 3세의 총애를 받으며 로열 아카데미 제2대 회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만든 것은 어린 시절이었다.  
- 어느 날 어머니가 그를 집에 남겨두고 동생 샐리와 함께 시장에 갔다.
- 웨스트는 방안에 있던 여러 개의 잉크병을 보고 갑자기 동생의 초상을 그리고 싶었다. 방안은 물론 그의 온 몸이 잉크 투성이가 되었고 그림도 말이 아니었다.
- 시장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벤자민의 그림을 집어 들고 “야, 샐리를 그렸구나! 정말 잘 그렸는걸?”하며 칭찬했다.
- 훗날 그는 어머니의 그 칭찬으로 화가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 스킨십의 호르몬 효과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대처 켈트너는 말한다.
 “가벼운 신체적 접촉은 우리가 처음 배우는 언어이며, 눈빛이나 몸짓뿐 아니라 말 그 자체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풍부한 감정 표현 수단이다.”
- 선생님이  격려의 뜻을 담아 등이나 팔을 두드려 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급활동에 두 배 가까이 더 적극적임

 UC버클리의 마이클 크라우스 교수의 연구결과
- 포옹과 같은 가벼운 신체적 접촉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신뢰감을 느끼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임 

스킨십도 문화다. 한국에서 포옹이나 허그는 조심스럽다. 그런데 얼마 전 남미 순회 일정에서 만난 교민들은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형국이었다. 문화 때문이었다. 

■ 말 자체보다 큰 영향력을 지닌 보디랭귀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에서 열연하여 1976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루이스 플레처, 그녀가 수상 직후에 자신에게 꿈을 주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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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꿈이 실현 되는 것을 지켜보고 계실 청각장애 부모님께 수화로 감사를 표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마음을 사로잡은 한 순간이었다.
스킨십과 연결해서 주목을 요하는 것이 보디랭귀지다. 손짓 및 몸짓 소통이라 부를 수 있겠는데, 그 영향력이 언어 소통보다 크다 기억해 둘 대목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언어적 요소가 끼치는 영향은 35~45% 정도이지만 비언어적 요소 곧 보디랭귀지가 끼치는 영향은 55~65%나 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여기서 10% 편차가 있는 것은 연구 조건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스처 역시 중요하다. 주먹을 쥐고 얘기를 하면, 상대방이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방어 자세를 취하게 만들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게 만든다. 그러므로 대화를 할 때 가급적이면 손바닥을 펴 보이는 것이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 주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편 손바닥은 상대방에게 “나는 무기가 없다”라는 말을 하는 셈도 되고, “나는 다 보여준다”라는 의사전달도 된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손바닥을 내보이는 몸짓을 계속 하다 보면 거짓말을 하는 버릇도 점차 사라진다고 한 다. 몸짓이나 표정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인과의 법칙’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부교수인 에이미 커디의 “당신의 신체 언어가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주제의 연구에서
- ‘척하기’ 효과 : 한 집단은 몸을 웅크리거나 구부려 ‘힘없는 자세’를 취하게 하고 다른 집단은 기지개를 켜는 등 ‘힘 있는 자세’를 취하게 함. 2분 만에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보였는데 힘 있는 자세를 취한 집단은 활력 호르몬인 데스토스테론이 20%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고,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25% 감소하는 결과를 드러냈다. 반면 ‘힘없는 자세’를 취한 집단은 데스토스테론이 10% 감소했고 코르티솔이 15% 증가했다. 
 이를 통해 에이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 몸의 언어가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마음은 행동을 변화시키며. 행동은 결과를 변화시킨다.”

 올리비아 폭스 카반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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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신호와 비언어 신호가 일치할 때 곧 서로 어울릴 때, 비언어 신호는 언어 신호를 증폭시킨다. 하지만 두 신호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비언어 신호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보다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언어 도구가 보디랭귀지다.    

◈ 산소 언어 - 유머

■ 휴모르(humor)

 유머는 본디 체액을 가리키는 라틴어 휴모르(humor)라는 단어에서 생긴 말이다. 이를 우리네 삶에 그대로 적용하면 유머는 사회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호르몬 이라는 말이 된다. 이 사회를 밝게 만들고 막힌 곳을 뚫어주고 치유시켜주는 호르몬,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유머다.
 언젠가 들은  말 중에 이런 명언이 있다.
 “훌륭한 유머는 사교계에서 가장 빛나는 의상이다.”
 파티에서 주의를 끄는 사람은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아니다. 어차피 그곳에는 나름 최상의 옷차림을 갖춘 사람들로 북적대니까 거기서 누군가가 넉넉하고 따뜻한 미소로 유머를 날리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주위에 사람이 몰리게 되어 있다.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유머 한 방으로 날려 버리는 그 주인공이 더 매력적이고 편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유머는 막힌 체증을 뚫어 준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TV의 개그 프로그램들을 챙겨서 본다. 젊은 개그맨들이 새로운 웃음 소재를 찾으며 일주일 간 노력한 모습들이 얼마나 가상한가. 게다가 웃음까지 덤으로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 유머는 일처리 방법

 유머가 얼마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지 로널드 레이건이 보여준다.
 1981년 3월, 레이건은 정신 이상자가 쏜 총을 가슴에 맞고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병원으로 실려 가는 급박한 순간에도 “총에 맞고서도 안 죽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말했다. 부인 낸시 여사에게는 “여보, 총알 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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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깜빡 잊었어”라고 말함으로써 국민들까지 안심시켰다.  이 유머에 레이건의 지지율이 83%까지 상승했다.
 이듬해 그의 지지율이 32%로 떨어지자 그는 보좌관들에게 “걱정들 하지 말게. 그깟 지지율, 총 한 번 더 맞으면 될 것 아닌가?”

 생각을 탄력 있게 하는 것도 유머다.
 19세기 파리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났을 때, 엘리제 궁전 앞에서 벌어진 격렬한 시위, 군중은 완강했고, 그들을 해산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다. 그때 한 장교가 받은 명령은 “폭도들을 사살하라.”였다. 장교는 고민을 하다가 군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난동을 벌인 폭도들을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소. 나는 기꺼이 이 명령을 따를 것이오. 그러나 이곳에는 폭도가 아닌 시민들도 있을 것이오. 그들에게 이곳을 떠날 기회를 주겠소. 남아 있는 이들은 폭도이므로 사살할 수밖에 없소.”
 3분 후 그 자리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도 웃겨 주지 못했지만 이 순발력 있는 기지가 군중들을 살렸다.

 톨스토이가 기차역 풀랫폼에서 바람을 쐬고 있을 때였다. 그때 기차 안에서 한 중년 부인이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그를  향해 외쳤다.
 “이봐요! 화장실에 가서 내 핸드백 좀 가져다 줄래요? 내가 깜빡 잊고 두고 왔어요!” 황급히 달려가 가방을 찾아준 톨스토이에게 부인은 얼마간의 돈을 꺼내 팁으로 주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기차 안의 사람들이 톨스토이를 알아보고 그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다!” “오오오!”
 부인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미안해요, 나를 용서하세요. 그 돈은 안 드릴 걸 그랬어요.”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신경 쓰지 말아요. 내가 일해서 받은 이 돈은 정당한 보수니까 기쁘게 받겠소.”
 대문호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는 여인을 향하여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걸작이 아닌가.  ‘내가 일해서 받은 정당한 보수’라는 그 말이 격을 파괴한 해학이 되었고 긴장모드를 날려버렸다. 유머는 이처럼 난제를 처리하는 센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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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깔 있는 유머들
    
1885년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가 배재학당을 세웠을 때 평양에서 도산 안창호가 시험을 치러왔다. 아펜젤러가 물었다.
 “평양에서 서울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800리 쯤 됩니다.”
 “그렇게 먼 곳에서 무엇 때문에 왔습니까?”
  이때 도산 안창호가 되물었다.
 “미국에서 여기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됩니까?”
 “약 8만리 쯤 되지요.”
 “8만 리에서 공부를 가르치러 왔는데 800리에서 배우러 오는 것이 무엇이 멀다고 하십니까?”
 당연히 안창호는 합격이었다.

 채플린의 네 번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축하객 중에 아인슈타인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채플린 씨, 예술에 있어서 당신의 훌륭한 가치는 국제성에 있다고 봅니다. 당신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채플린이 화답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교수님의 명성이야말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당신은 전  세계 사람들의 경탄의 대상입니다. 누구 한 사람 당신이 말하는 내용을 아는 이가 없는데도 말이죠.”

 몇 년 전 영국과학진흥협회가 꼽은 유머 2위는 명탐정 셜록홈즈와 그의 단짝 왓슨 박사의 이야기였다.
 셜록이 왓슨과 함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중, 갑자기 왓슨을 깨워 질문했다.
 “이보게 왓슨, 저 별을 보고 무엇을 추리할 수 있겠는가?”
 “흠-글쎄, 지구와 같은 행성이 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있다면, 저 외계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지.”
 그러자 홈즈 왈.
 “이보게, 별이 보인다는 건 누가 우리 텐트를 훔쳐 갔다는 뜻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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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유머는 총 1만 개의 유머 후보 가운데 70개국 10만 명 네티즌으로부터 47%의 지지를 받아 채택된 것이라 한다.

 사람을 웃긴다고 해서 유머가 아니다. 유머는 한 마디로 생각의 여유, 탄력성, 그리고 창조성의 발로다. 상식과 편견을 통쾌하게 허물고 생각의 신천지를 열어주는 말이라면, 모두가 훌륭한 유머로 불릴 자격이 있다.

◈ 소통의 핫라인 깔기 - 감사

■ 감사와의 인연

 마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말 가운데 ‘감사’는 단연코 으쯤이다. 감사는 칭찬과 다르고 격려와도 다르다. 감사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단어다
 2011년 안식년을 보내면서 번역한 ‘365 Thank You’는 한 미국인 변호사의 실화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사업에서나 총체적으로  파산에 직면한 변호사 존 크랠릭의 심리적 공황에서 출발한다.
 달리 방도가 없었던 그는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 편지쓰기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놀랍게도 일단 실험적으로 시작한 이 감사 편지는 연쇄적인 성과를 가져 온다. 이는 그동안 삐걱거렸던 모든 인간관계는 물론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던 사업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치유, 화해, 회복 그리고 극적인 반전까지 온다.

 이 책은 감사에 대한 나의 생각을 보다 실제적이고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 ‘감사’는 나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는 궁극의 언어이고, 내가 사람들에게 권하는 ‘만명통치’ 처방이다. ‘만병통치’라는 말은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하는 표현이다. 자칫하면 사기성 발언으로 몰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이 이 언사를 사용함에 망설임이 없다. 실로 모든 증상에 듣는 묘약이기 때문이다.

■ 감사나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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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언급한 ‘365 Thank You’가 출간될 즈음, 마침 우리나라에서 ‘행복나눔 125’라는 기치 하에 감사나눔을 펼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주역이 손욱 교수다.
- 말단 사원에서 삼성의 CEO중의 하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교수,      ‘행복나눔 125추진위원회’ 위원장  
- 행복나눔 125 : 1주일에 착한 일 하나 하기(1週 1善), 한 달에 책 두 권     읽기(1月  2讀), 하루에 다섯 가지 감사 쓰기(1日  5感)

 여기서 ‘1주 1선’과 ‘1월 2독’은 건너뛰고 ‘1일 5감’에 집중해 보자. 즉 ‘하루에 다섯 가지 감사쓰기’ 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을 들려주었다.
- 원수에게 감사하라 : 원한이 클수록 그 상대방을 향한 감사의 부메랑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 감사는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문다. 감사는 기계도 감동시킨다. 오작동율이 높은 기계에 ‘감사합니다’라는 글귀를 붙여 놓고 직원들로 하여금 읽게 했더니 눈에 띄게 고장이 줄더라는 보고도 있었다.
- 감사운동을 실천한 포항스틸러스 축구팀의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 군이나 관에도 감사운동이 파급되고 있고, 감사의 특혜는 사람이 임자다. 

■ 안하면 손해 

 감사 효과에 대해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학 로버트에먼스 교수가 추적 조사한 결과는 퍽 흥미롭다. 감사를 습관화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16년 동안 지켜본 결과, 감사를 습관화한 학생의 연평균 수입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만 5천 달러나 많았던 것. 그뿐 아니라 감사를 습관화한 사람의 평균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9년이나 더 길었다고 한다.
 ‘머피의 법칙’으로 유명세를 탄 남아일랜드 출신의 목사 조셉 머피는 감사에 대한 프런티어적 통찰을 이렇게 펼쳤다.
 “하루에 한 번 자신이 받은 모든 은혜에 감사하라. 그러면 은혜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감사는 은혜다. 이 말이 종교적으로 들린다면 “감사는 이득이다”라고 알아들을 일이다. 뒤집어 말해 감사를 안 하면 그만큼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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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의 상태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우리 몸에 긴장이 풀려 긍정적으로 변화된다고 입을 모은다. 바꿔 말해서 나의 심리상태 역시 편안하고 안정감을 찾게 된다는 얘기! 이런 ‘감사’의 효용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먼저 체험한 것은 아무래도 동양보다는 서양일 성 싶다.
 서양의 경우 아이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말이 ‘엄마’ 다음은 ‘아빠’, 그 다음은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감사가 몸에 배이도록 아기 때부터, 아이들은 밥을 주어도, 장난감을 주어도, 칭찬을 해 주어도 반드시 “감사합니다”를 말한다. 그러니 미국의 일상용어 가운데 26%가 “감사합니다”일 수밖에.

내일을 향한 말 포석 - 말판

◉ 내일을 위한 언어혁명
◈ 말틀의 지배력

■말판?

 ‘말판’하면 흔히 윷놀이를 떠올릴 것이다. 윷놀이를 할 때 말판에 자기 말의 포석을 놓으니까, 인생은 그런 포석과 같다. 지금은 이 포석, 다음에 저 포석을 놓는 식으로 인생은 굴러간다.
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 소극적으로 해야 할 때, 그냥 침묵으로 듣기만 해야 할 때, 그 때를 잘 가리는 것만으로도 선방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나아가 어떤 말틀을 써야 할지까지 터득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 의식을 지배하는 말틀
 방금 ‘말틀’이라는 다서 생경한 표현을 써봤다. 전문적인 용어로 언어 프레임(frame)이라 부른다. 이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말투의 습관적인 양상과 관계가 깊다.
 내가 처음으로 ‘말틀’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을 때였다. 초고를 제출하고 며칠 후 지도교수로부터 의외의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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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과 내용은 좋은데, 무슨 논문에 그렇게 많은 전쟁 용어가 필요합니까? 학생의 주제는 ‘공동체’와 관련된 것인데, 거기엔 그런 용어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사랑과 평화 같은 용어들이 어울리지요. 용어를 바꿔서 제출하세요.”
 문화 쇼크였다. 이후 우리의 일상 용어가 얼마나 전쟁 용어로 ‘점령’되어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찾아보니 내가 쓴 가운데  ‘무너트리다’, ‘이겨내다’, 공략하다‘와 같은 식의 전투적 표현들이 여기저기 즐비하였다. 섬뜩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의 틀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삭막해져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명천지에, 길거리에서도 ‘투쟁하자’, ‘쟁취하자’, ‘사수하자’라는 말들이 붙은 홍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전쟁용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들을 아무 느낌 없이 쓰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게 들어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저 말들을 본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곧 전쟁이 일어나겠구나 싶을 것이다.
 우리는 강의하러 가는데도 일하러 가는 데도 “파이팅!”이다 ‘파이팅’은 무슨 뜻인가? 잘 싸우라는 말이다. 강의를 하는데 뭘 잘 싸우라는 말인가. 우리는 이 말을 일상에서 너무 습관처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태어나서 말을 배울 때는 말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이 끌고 다니는 관습도 함께 배운다. 말 속에 관습과 가치관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결국 언어를 통해서 가치관이 형성된다. 그러기에 우리의 사고방식을 좀 더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기 위해, 현재 갖고 있는 언어들 중 많은 부분을 대안적 언어로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말틀이 바뀌면 그 사람의 의식과 생각이 바뀌고 품격도 바뀐다. 대화를 나눌 때 말투 때문에 어떤 때는 득을 보고, 또 어떤 때는 손해를 입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손해를 보는 말투는 과감히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 언어 틀 짓기, fr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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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은 우리 개개인이 ‘틀 짓기’에 따라 사물을 바라보거나 해석한다고 본다. 이를 꽤나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실험이 있다.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로버스키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설계했다.
- 1) 무지방 99%, 2) 지방 1% 포함 : 두 종류의 메모가 적인 고깃덩이를 보여주고 선택하게 함. 그런데 대부분 무지방 99%의 고기를 선택
- 심지어 무지방 98%와 지방 1% 포함이라는 고기를 선택하는 데도 무지방 98%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음 

 또 다른 실험
 박사과정 학생들이 듣는 수학시간, 교수가 칠판에 문제 하나를 적으며 이 문제는 오랫동안 많은 수학자들이 풀지 못한 난해한 문제다 여러분도 풀기 어렵겠지만 한 시간만 이 문제와 씨름해 봐라.   
 학생들은 모두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지각을 한 학생 하나가 들어오더니 주섬주섬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이 학생은 교수로부터 어려운 문제라는 말을 듣지 않은 학생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어려운 문제’라는 틀에 갇혀 있을 때 그 학생은 그런 틀짓기에서 벗어났기에 결국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미국의 성공학 강연자 스티브 챈들러가 ‘성공을 가로막는 13가지 거짓말’을 소개했다.
1.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2. 인맥이 있어야 뭘하지. (환경을 탓함)
3. 이 나이에 뭘 하겠어.
4. 왜 나한테만 이런 걱정이 자꾸 생기는지 몰라.
5. 이런 것도 못하다니 나는 실패자야.
6. 사실 나는 용기가 없어.
7. 사람들이 나를 화나게 해.(화나게 하는 것은 나 스스로다)
8. 이건 내 습관이야, 냅둬.
9.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밖이야.
10. 맨정신으로 그걸 어떻게 해.
11.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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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 원래 이래.(인간은 변화가 가능하다)
13. 상황이 협조를 안 해줘.(스스로 만들면 되는데)

◈ 무의식 언어의 수혜

■ 언어 자긍심

 술 취했을 때, 잠꼬대할 때 하는 말, 그 무의식 속의 언어가 내 삶을 지배한다. 그 언어가 아름답고 정확하면 우리의 사고도 그러기 마련이다.
 모국어는 제일 먼저 무의식에 밴 말이다. 제2외국어는 의식으로 배운말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외국 생활을 오래한들 대부분의 꿈은 모국어로 꾼다. 모국어는 이토록 중요한데, 우리에겐 참 고맙게도 우리 고유의 언어인 ‘훈민정음’이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은 실로 위대한 일이다. 아랫사람을 시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했다는 점도 감동스럽다. ‘훈민정음 ’해례본 속 정인지가 쓴 서문에 이런 증언이 있다.
 “공손히 생각하옵건데 우리 전하(세종대왕)는 하늘이 내린 성인으로서, 제도를 만들고 정치를 베풂이 모든 임금을 뛰어 넘으셨사옵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도 앞선 사람이 기술해 놓은 바가 없어 자연의 이치에서 이루어낸 것이니, 어찌 한결같은 이치가 없겠사옵니까? 사람이 사사로이 만든 바가 아니옵니다.”

 그렇게 해서 창제한 훈민정음을 세종은 1446년 음력 9월 세상에 발표하였다. 한글날은 당시의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여 현재 10월 9일에 지내게 된 것이다.
 한글은 얼마나 편리한가. 영국의 언어학자인 제프리 셈슨은 “한글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다” 라고 극찬했다.
 외국인들은 영어 알파벳보다 우리말을 더 빨리 배운다고 한다. 100% 그대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다른 언어들은 100% 그대로 발음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써 놓은 글자와 다르게 읽기도 한다. 그래서 발음기호도 붙이고, 번거롭게 악센트도 따로 익혀야 하니 되레 원시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써놓은 대로 읽는다. 그러므로 한글에 대한 자긍심은 아무리 커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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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입은 말들

 요즘 우리말이 아프다. 한글이 많이 아프다. 욕의 일상화 때문이다. 청소년들 가운데 73%가 매일 욕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은 말뜻도 모른 채 하는 욕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너 왜 그런 말을 하니?” 하고 물으면, “그냥 애들이 쓰니까요”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욕은 우리를 황폐화시킨다. 언어도 아프게 하고 우리도 아프게 만든다. 이는 아이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다. 가정에서도 학교서도 말을 제대로 못 가르친 탓이다. 또한 아이들이 문화를 접하는 통로 대부분이 ‘인터넷’과 ‘영화’인데 그 안에 폭력어와 욕설이 난무한다. 한국 영화 중 액션물에는 유독 욕이 많이 나온다. 외국은 갱 영화라고 해도 등장인물 대다수가 말끝마다 욕설을 입에 담지는 않는다. 성찰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미국  심리학자 엘마 게이츠의 연구에 따르면 평상시 말할 때의 침은 무색의 침전물인데 “사랑한다”라는 말을 많이 한 사람의 침을 추출해 보면 분홍색 침전물이 나온다. 그런데 욕을 많이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침은 갈색 침전물이 나오고 더 놀라운 점은 이 침전물을 실험용 쥐에게 투여했더니 금방 죽었다는 사실이다.
 욕을 많이 하면 하는 자 듣는 자 모두에게 해롭다는 사실이다.

■ 한글 혁명

 개화기 국어학자로 한글의 대중화와 근대화에 이바지하신 주시경 선생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했다.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를 통하여 언어가 없던 천민들을 당당한 언어 주권자로 격상시키는 변화를 가져 왔다. 그런 우리에게 지금이야말로 제2의 한글 창제가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본다.
그 성공적인  수행의 대전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언어문화의 혁신이다. 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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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문화의 청산, 그리고 평화와 상생 언어의 발굴 및 권장, 이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다.

 0 프랑스의 아카데미 프랑세즈 설립(1635년) : 언어 통제 및 언어 허가제 실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언어는 퇴출. 아름다운 프랑스 말 만들기 주도. 지금도 존재  
0 영국 : 1979년부터 쉬운 영어쓰기 운동이 진행 중.
0 미국 : 1998년 ‘쉬운 영어 사용 규정’ 마련. 2010년 ‘쉬운 글쓰기 법’, 2011년 ‘연방 쉬운 언어지침’을 만드는 등 폭력적 언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   

 말이라는 것은 이렇듯 언어 경찰이 필요하다. 우리도 국어경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언어 선진화를 위한 한글 혁명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한글의 말틀이 경쟁의 언어에서 상생의 언어로, 배타의 언어에서 배려의 언어로, 갈등 유발의 언어에서 통합 지향 언어로 진화하길 꿈꿔 본다.

◈ 언어 선진화

■ 발목 잡는 말들

 지난 2007년,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고려대 국문과 김흥규 교수와 언어과학과 강범모 교수팀은 1990년대에 나온 127종의 자료에서 우리말과 글 150만 어절을  정리하여 하나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형용사는 ‘없다’였다고 한다.
 이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행복지수 꼴찌를 도맡는 까닭이 바로 평소 습관화된 ‘없다’라는 말에 발목 잡혔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무리 풍족해도 ‘없다’라는 말을 계속 사용하면 없다고 느껴지게 되어 있다. 현실 자체가 행복임에도 그것에 ‘불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살면 불행하다고 느껴진다. 단어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나의 학창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쓰던 말 가운데 ‘쫀쫀하다’와 ‘범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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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있었다. ‘쫀쫀하다’는 사리구별을 정확하게 하여 대충 넘어가지 않는 친구를 두고, 그것이 못마땅할 때 비아냥거리며 붙여준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내뱉는 이는 대체로 불성실하거나 건성건성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범생이’도 그렇다. 이 단어를 말하는 이는 일반적으로 본분 일탈을 일삼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음에 비할 때, 듣는 이는 본분에 충실한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언어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니까 ‘쫀쫀하다’와 ‘범생이’는 미흡한 측면을 지닌 채로 둘 다 ‘사소한 일에 대한 정확성과 ’본분 충실‘이라는 매우 권장할 만한 덕목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비꼬아서 우스꽝스럽게 놀림말로 사용해버리고 나면 은연중에 자기 태만과 신분 일탈을 합리화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유의할 일이다.

■ 비교를 통한 배움

 우리말과 외국어를 비교해 보면, 우리는 논리적이기보다 직관적이어서 그런지 생략된 요소들이 많다. 그러고도 말이 잘 통한다. 그중 제일 유명한 말이 ‘거시기’다. 웬만한 일에는 ‘거시기’하면 다 알아듣는다.
 그런데 언어는 구체화되면 될수록 외국인들도 배워서 잘 쓸 수  있는 고급 언어가 된다. 그러니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표현과 그러한 말하기를 지향하는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 이러한 바람을 갖는 것은 기왕이면 한국말이 국제 공용어가 됐으면 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한글을 가지고 있기에 말틀만 다소 바뀌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 3대 천금말씨

1. 감사의 말씨
 나는 어린 시절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와 같은 말들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당시에는   그런 말들이 아직 일상어가 되지 못했다. 그러기에 중학교 1학년 때 영어를 배우면서 “Thank You”, “I'm Sorry”, “Excuse me”등의 표현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단어 자체보다 이런 말을 언제 써먹어야 하는지가 외려 생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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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 후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표현들이 점점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앞으로는 ‘감사’가 우리 언어문화를 선도하는 ‘천금말씨’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2. 축하의 말씨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할 당시 나는 그라툴리어렌(축하합니다)이라는 말이 그곳 국민들의 일상언어라는 사실에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거기서는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축하합니다”라고 말해 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와 같은 속담이 없어질 때, 국가의 미래는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축하를 못했다. 축하를 대신해서 우리는 “한턱 내”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분명히 축하할 일인데 그걸 가지고 ‘한턱’을 요구한 것이다. 배가 아프니까 속으로 “넌 나를 위로해 줘야 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이다.

3. 희망 말씨
 긍정적인 미래는 부정적인 언어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희망의 언어에서만 밝은 미래가 탄생한다. 더글러스 맥아더는 말했다.
 “ 여러분은 희망을 품으면 젊고 절망을 품으면 늙습니다. 신념이 있으면 젊고 의심이 있으면 늙습니다. 사람의 마음 가운데 녹음실이 있는데 이 녹음실이 아름다움, 희망, 격려, 용기, 기쁨에 관한 말이 들려오는 한 우리는 젊습니다. 그러나 염세의 눈덩이와 회의의 얼음이 뒤덮이면 비로소 당신은 늙게 되는 것입니다.”

◉ 사랑방 대화
◈ 쿠션 언어가 필요해

■ 이보다 혀

 쿠션이란 무엇인가. 우리말로 방석이다. 그렇다면 쿠션언어란 쿠션처럼 폭신폭신한 언어! 듣는 것만으로도 보드라워지는 느낌이 든다. 쿠션 언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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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감 없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말들을 가리킨다.
 쿠션의 부드러움! 이에 대해 노자의 일화가 우리에게 번득이는 깨달음을 준다. 노자가 평소 존경하던 상용 선생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달려가 마지막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자 상용이 갑자기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내 이가 아직 있느냐?”
 “없습니다.”                     
 “그럼 내 혀는 남아 있느냐?”
 “예 그건 있습니다.”
 “그대는 내 말을 이해하겠는가?”
 노자가 대답했다.  “먼저 단단한 것이 없어지고 부드러운 것이 오래 남는다는 뜻이 아닌지요?” 상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천하의 이치가 모두 그 안에 있다네.”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은 유능제강(柔能制剛), 즉 ‘유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라는 것이었다. 

 세상의 이치로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이기는 것 같아도 그건 짧다. 승부를 앞에 두고 뭔가 똑똑한 것, 잘난 것을 보여주는 건 잠깐이다. 그런데 덕을 행하고 사랑을 나누고 친절한 말을 해주는 등, 이런 것은 인간관계를 더 오래가게 하고 후회도 남기지 않는다. 어찌 보면 영원으로 이어져 있달까.
 이렇듯이 부드러우면서도 친절한 말을 ‘쿠션언어’라 부른다.
 사실 쿠션언어는 우리가 이미 많이 쓰는 말이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실례합니다만”, “죄송합니다만”과 같이 어떤 말을 할 때 미리 상대방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말들, 또 “덕분입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와 같이 기분좋게 해주는 마무리 말들이 쿠션언어에 해당한다. 이런 쿠션언어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녹여준다. 나아가 은연중에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 거짓말 안 돼, 참말도 안 돼?

 말이 나온 김에 유대인이 특히 어린이에게 강조하는 또 하나의 언어 지혜를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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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진실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진실도? 이에 대해 미국의 유대교 신학자이자 랍비 마빈 토케이어가 전하는 논지는 이렇다. 
 “진실 가운데서도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해치는 진실이다. 진실은 분명히 진실인데도 거짓말보다 못한 진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못생긴 여성 앞에서 ‘당신 정말 못생겼다’라고 말해서야 되겠는가? 또 한 가지 입에 담아서는 언 될 진실은 비밀이다. 자기의 비밀, 남의 비밀을 말해서는 안 된다.”

 말해야 될 진실과 말하지 않아야 될 진실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진실이라 생각하여 하는 말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건드리는 것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라 ‘나쁜 말’이 된다는 것이다.

■ 매력의 콧소리

 때로는 목소리나 표정, 몸짓으로도 멋지게 쿠션 언어를 표현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부부는 금슬이 좋았다. 남편 앨버트 공은 안팎에서 여왕의 든든한 후원인이 되어 주었다.
 하루는 여왕이 공의 방문을 두드렸다. 방안에서남편이 물었다.  
“누구시오?”
 “여왕이오!”
 그런데 방안에서 아무런 답이 없었다. 몇 번 더 노크했지만 방안에선 묵묵부답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여왕이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노크했다. 그러곤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당신의 아내, 빅토리아예요.”
 곧 문이 열렸고 앨버트 공이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여왕의 콧소리가 굳게 잠긴 부군의 마음의 문을 열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동심이 있다. 그 지점을 건드려 주면 된다. 바로 여기서도 ‘마음 줄’이 작용된다. 칭찬도 좋고, 격려도 좋고, 그 배려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면 우리 주변이 환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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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는 말보다 끄는 말

■ 사람을 끄는 말

 리더십은 말로서 발휘된다. 어떤 말이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할까? 바꿔 말해서 리더는 어떤 말을 써야 할까? 아이젠하워가 이에 대해 인상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군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아이젠하워가 2차 세계대전 중 전쟁터로 떠나는 장교들을 배웅할 때의 일이다. 그는 미리 준비한 끈이 든 상자를 들고 장교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짧은 연설을 끝낸 그가 장교들을 일렬로 서게 한 다음, 상자에서 준비해 온 줄을 꺼내 장교들 앞에 하나씩 놓아 두었다.
 “자, 각자 줄 끝을 쥐고 한 번 당겨 보게.”
 장교들은 그의 말대로 했다. 그러자 또 그가 말했다.
 “ 자 그럼 이번에는 줄 끝을 밀어보게.”
 끈을 당기기는 쉬웠지만 밀기는 쉽지 않았다. 장교들이 낑낑대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끈을 당기면 자네들이 끌어가고자 하는 곳까지 어디든 따라 올 것이네. 그러나 끈을 밀려고 하면 끈은 아무데로도 가지 않는다네.”
 “제군들이 부하들을 이끌 때도, 이것과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잊지 말게.”       
 이처럼 리더에게는 미는 말보다 끄는 말이 중요하다. 미는 말은 뒤에서 채찍질 하는 말이고 끄는 말은 잘 달래서 마음을 움직여 따라오게 하는 말들이다.

 나폴레옹의 일화다.
 전쟁터, 어느 날 밤 나폴레옹이 순찰을 나갔다. 그런데 한 사병이 자신의 총을 보초막에 세워놓고 피곤하게 잠들어 있었다. 나폴레옹은 사병을 깨우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보초를 섰다. 잠시 후 잠이 깬 사병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용서를 구하자 나폴레옹이 말했다.
 “그래, 얼마나 피곤한가? 잠깐 쉬지 그래. 내가 대신 보초를 설테니 말야.”
 감격한 사병은 그 후 일생동안 나폴레옹을 위해 충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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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해 주는 말

 로젠탈 효과 : 하버드대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 교수팀은 무작위로 뽑힌 초등학생 명단을 그들의 담임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라고 소개했다.
 8개월 뒤 그 학교 아이들의 성적 검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그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점수가 크게 올라갔다. 곧 교사의 기대와 관심이 아이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을 ‘로젠탈 효과’라 한다.
 
물리학자 프로이드 베이커 교수는 학기 초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아예 전공을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여기에 모인 이들 중에 50%는 낙제할 것입니다. 이 50%에 끼이지 않도록 열심히 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베이커 교수의 예측이 대부분 적중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베이커 교수가 신앙을 갖게 된 이후로는 전과 다르게 말했다.
 “나는 여러분 전원이 협력하고 노력한다면 단 한 명도 낙제하지 않고 이 과목을 무사히 이수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교실 분위기가 전과 달라지고 그의 예언대로 학생들은 단 한명도 낙오하지 않았다.     
  
■ 내 책임이다

누구고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꼭 익혀야 할 말이 있다. “내 책임이다”라는 말! 이 말은 “내 탓이오”라는 말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 탓이오”가 자아비판적 뉘앙스를 풍기는 데 비해, “내 책임이다”는 성숙한 책임감을 반영한다. ‘탓’은 개인적 잘못에 한정되는 반면, ‘책임’감의 크기는 권한의 크기에 비례한다. 그러기에 “내탓이다”라는 표현이 평상시 개인적 대인관계에서 자성적 의미로 쓰는 말이라면, “내 칙임이다”는 미래지향의 리더가 써야 할 언어다.  

 이를 좀 더 깊이 있게 성찰하여 본다면, 결국 “내 책임이다”라는 선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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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지도력에 대한 긍정’이 된다. 바꿔 말하여 “내 책임이다”라고 얘기하지 않는 순간 그 사람은 자기가 지닌 권한에 대해서 부정하는 셈이 된다. 
 결국 나의 삶은 내 주권으로 내가 결정하여 영위되는 것이다. 친구가 나를 유흥 장소에 데리고 간다 해도 그것은 내 발로 걸어간 것과 같다. “나는 내키지 않았는데요, 이 친구가 끌고 간 거라구요!” 그렇지 않다.내 발로 간 것이다.

 반면 “내 책임이다”라는 말을 포기하는 순간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자유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고백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쟤 때문에, 저 상사 때문에, 저 사기꾼 때문에” 하면서 남의 탓에 골몰하는 모자라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내 책임이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정의롭고 살 만한 세상이 된다.
 유명한 시인이자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다음과 같은 말은 과장이 아니다.
 “‘변명’의 별명은 ‘이제 끝이다’, ‘이미 늦었다’, ‘영원히 안녕’이다.”
냉정한 표현이지만 그대로 사실이다.

◈ 평화를 부르는 사소한 말들

■ 괴물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길을 가던 헤라클레스가 괴물의 기습공격을 받았다. 헤라클레스는 그 괴물을 쓰러뜨린 후 다시 길을 떠났다. 그런데 조금 후 그 괴물의 3~4배나 커져 나타났다. 헤라클레스는 더 센 힘으로 괴물을 때려 눕혔는데, 잠시 뒤 또다시 괴물이 더 커져 나타났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아테네가 말했다.
 “그건 바로 ‘다툼’이라는 이름이 괴물이야. 그 괴물은 때릴 게 아니라 가만히 못 본 척 놔두면 저절로 작아져 힘을 못 쓰고 말지.”
 평화를 얻는 방법은 그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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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화나게 하는 진짜 이유

 우리는 왜 화가 날까? 상대방이 나에게 막말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엄밀히 말하면 이럴 때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그 언어, 제스처를 나 스스로 화나는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그 중간에 ‘나’가 끼어 있는 셈이다. 상대방은 직접 나를 건드릴 수 없다. 나의 감정과 상대방 사이에는 이성, 곧 판단이 놓여 있다. 이러한 나의 판단이 상대의 말과 제스처를 화나는 걸로 해석을 하니까 화가 나고 감정이 종노릇 하며 뒤따르는 것이다. 그러기에 감정은 종이다. 그럼 주인은 누구인가. 판단, 이성이다. 이성인 주인이 판단하는 대로 감정인 종이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성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 이 이성은 무한 능력이 있다. 곧 생각을 폭넓게, 탄력있게, 역지사지로 하여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 있다. “저 사람이 왜 저럴 수밖에 없었을까” 아니면 “내가 화를 내면 결국 누구 손해인가”와 같은 것들까지 계산하는 게 우리 이성이다. “격분하지 말자”, “흥분하지 말자”, “침착하자” 이런 것들이 다 이성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정이 컨트롤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제자로 맞아들여 가르쳤던 것 중 하나가 이성을 가지고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이었다. 소크라테스가 부인을 어떻게 대했는지의 일화는 웃기는 이야기도 되지만, 이미 자기가 가르친 것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기도 했다. 그는 악처를 데리고도 행복하게 살았다. 스스로 이렇게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래, 나는 철학자니까. 목소리 큰 아내와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 평화의 비결

 201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 평화의 비결로 “미안해요”(I am sorry.) 예식을 권한다. 교수 시절 심리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그의 이 제안에는 심리학적 통찰이 묻어난다.
 방법은 이렇다.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부부가 서로에게 이 말을 해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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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뭐뭐 했던 것 미안해요!”
 “나도 오늘 본의 아니게 ~~했던 것 미안해요!”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수 부부’로 기록된 어느 영국인 부부의 증언이 교황의 권고에 힘을 보탠다.
 지난 2005년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80년간의 결혼 생활을 지켜 온 영국의 애로 스미스 부부를 소개했다. 그 금슬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내 플로렌스가 답했다.
 “나는 항상 ‘미안해’라는 말을 하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남편 퍼시도 거들었다. “나 역시 항상 ‘그래 여보’라는 말로 받아줬지요.” 

 어떤 인류학자가 나무에 맛있는 음식을 매달아 놓고, 아프리카 한 부족의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음식이 달린 나무에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는 게임이었다. 그는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제각기 달려가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가서 음식을 함께 먹었다.
 학자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명이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갔지?”
 그러나 아이들이 “우분트!”(UBUNTU)라고 외치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트” 아프리카 부족어 중 하나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심오한 공생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지혜의 경구다.

◉ 맞춤 언어 디자인
◈ 나를 품는 밀어

■ 누구나 연민이 그립다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다. 소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자신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왜? 기본적으로 그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왜 필요성을 못 느낄까? 자아의 구조 내지 현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철학자 헤겔은 우리 인간 안에는 세 개의 ‘나’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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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나’,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나’, 그리고 절대정신으로서의 ‘나’, 이렇게 셋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철학적 관점에서 이 주장에 동의하는 그룹과 반대하는 그룹이 갈려 있지만, 나에게는 그의 견해가 영성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보인다. 가만히 우리 안을 들여다보면, 우선 사유하고 행동하는 ‘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면서 성찰하는 ‘나’가 있다. 또한 가치의 절대 기준 역할을 하는 양심으로서의 ‘나’가 있다. 자아가 통합된 사람은 이 셋이 동심원으로 중첩되어 온전히 ‘하나’가 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자아분열로 기운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 줄 필요가 있다.
 어떻게? 바로 스스로를 향해 밀어를 속삭여 주는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 가운데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후보군을 추리고 추린 결과 “나는 내가 좋다”라는 문장을 꼽아봤다.
 “나는 내가 좋다.”
 이 말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들려주면, 자아가 더 사랑스러워지고 건강해진다. 내가 이 말을 권한 지 근 10년째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에 많은 좋은 일들이 생겼다. 일일이 예를 들 것도 없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좋아하겠는가. 내가 나를 열정적으로 좋아해 줄 때에야, 남들도 그 기운의 영향을 받아 같이 좋아해 주는 법이다.            

■ 자뻑

 자신을 좋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자뻑’이 된다. 이는 좀 점잖지 못한 언사지만, 해학으로 승화시켜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할 듯하다.
 시인 월트 휘트먼은 이렇게 자뻑을 권한다.
 “나는 나 자신을 찬양하고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렇다. 내가 누누이 말해 왔지만 공주병, 왕자병은 좋은 병이다.나 역시도 자뻑이다.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볼 때면, 보통 신기하니까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본다. 그 훑어보는 시선이 내게 그리 반가울 리 없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일부러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도 내 팬인가 봐.”
 완전히 자뻑이다. 이것은 거드름이나 교만과는 다르다. 그냥 마음의 평정과 만족을 위한 언어 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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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반대 경우를 생각해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만일 그 상황에서 “저 사람이 왜 나를 훑어보지, 기분 나쁘게시리”라고 반응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내 기분만 망가질 뿐,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는가.

 영국의 최고 심리학 치료사 마리사 피어는 이를 요약하여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충분한 사람이다’라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다. 자신이 여러 면에서 충분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으면 자신감을 손상시키는 불필요한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수많은 현대인이 겪는 불안과 우울증이 원인이다.

■ 나를 위한 시

 피타고라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너 자신을 존중하라.”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너 자신을 알라.”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말을 곧잘 부정적으로 씀다. 속된말로 “네 꼬락서니를 알라”정도 될까. 그런데 원래 소크라테스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 저 말 속에는 “너는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라”라는 뜻이 담겨있다.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소크라테스는 긍정이 인물이다. 그래서 저 말 속에도 “네 안에 있는 무한한 것들을 알고 발휘해라”는 뜻이 내재되어 있다.

 이를 깨달았는지, 노년의 맥아더 장군은 매일 시 한 편을 암송했다고 한다. 영국 시인 새뮤얼 울만의 ‘청춘’이란 시였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그 마음가짐이라네. / 장밋빛 뺨,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 / 늠름한 의지, 빼어난 상상력, 불타는 정열/ 삶의 깊은 데서 솟아나는 샘물의 신선함이라네. / (……) /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 이상을 잃어서 늙어 간다네.”
 새뮤얼 울만이 이 시를 지은 것은 그의 나이 78세 때였다. 시를 지은 사람이나 시를 읊은 사람이나 한통속, 큰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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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잘 하고 있다.”
 “난 멋진 녀석이야.”
 “I can do. She can do. Why not me!”(얘도 할 수 있고, 재도 할 수 있는데, 왜 나라고 안돼!)
 마지막 영어 문장은 ‘무지개 원리’에 소개된 유명 글로벌 CEO 김태연 대표의 인생 구호다. 번역을 좀 개구지게 해보면 더 실감이 난다.
 “개도 소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 할쏘냐!”
 어쨌든 말은 모든 가능성의 출발이다.

◈ 오늘과 내일을 위한 그물망 치기

■ 그물망과 스위치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많은 계획을 세우면서도, 말 계획은 소홀히 여긴다. 혹은 진학을 하기 위해서, 혹은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혹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 치밀하게 기획하면서도,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등한시한다. 이리하여 가장 결정적인 것을 놓친 셈이 되고 만다.
 이와 관련하여 로버트 제누아가 한 진술은 그대로 사실이다.
 “말을 하기 전까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에 달려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 우리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말의 역할은 그물망과 스위치에 비유된다.
 우선 말은 그물망 역할을 한다. 그물망은 무엇인가. 고기를 잡기 위한 도구이다. 즉 내 인생에서 고기를 잡는 그물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말의 망’이다. 자신이 평소 던져 놓은 망들이 고기를 건져 올린다. 스스로 부정적인 말을 많이 던져 놓으면 그 그물에 부정적인 것들이 끌려오는 법이다. 먹을 수 없는 것들, 잡어들, 독어들, 금세 상하는 것들이 올라온다. 내가 던진 말이 결국 나에게 소출이 되어 돌아온다. “아이고 내 팔자야”와 같이 자신의 운명을 비하하는 말들을 하면 결국 그대로 된다. 반면 기대하는 말, 긍정하는 말 등으로 그물망을 던지면 긍정의 소출을 끌어 올린다.
 그물망은 이를테면 맞춤 언어인 디자인, 곧 언어 프로그래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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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말은 스위치 역할도 해준다. 그물망이 우리가 밖으로 던져서 뭔가를 거둬들이는 말을 가리킨다면, 스위치는 우리 안에서 무엇인가 작동시키는 말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말은 자신 안의 무한 가능성이 작동하도록 켜주는 스위치 역할을 해준다. 자신 안에 무한 가능성이 있는데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에 이 가능성에 이름을 붙여주고 스위치를 딱 켜듯 말로써 불러주면 작동이 개시된다. 그로 인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산출된다.
 바람, 꿈, 희망에 해당하는 말은 모두 그물망 언어이고, 자신의 능력, 가능성, 자존감 등과 관련된 말들은 대개가 스위치 언어라고  몰 수 있겠다.

■ 문장보다 단어

 싱가포르의 유명 작가 요진이 기자일 때 한번은 동료에게 볼펜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면서 여러 차례 이렇게 말했다.
 “검정색은 필요 없어. 난 검정색을 싫어해. 검정색은 칙칙하고 스산한 느낌이 들거든. 절대로 잊으면 안 돼.”
 다음날 동료가 전해 준 볼펜은 모두 검정색이었다. 여진이 동료에게 말했더니 그가 당당하게 반박했다.
 “네가 검정색, 검정색이라고 강조했잖아. 상점에 들어섰을 때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흥미로운 결과다.

 우리가 누군가를 칭찬하고자 할 때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즉 ‘나쁜’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나쁘지 않네요”라는 표현 대신 그냥 “아주 좋습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말하기 전에 뇌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염두에 둘 줄 알아야 한다. 가령 "문제 없어“, ”긴장 풀어“, 걱정 붙들어 매”라고 말한다고 했을 때 취지는 좋으나 뇌는 ‘문제’, ‘긴장’, ‘걱정’같은 단어들에 먼저 반응할 공산이 크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괜찮아, 잘 될 거야”, “편안하게 생각해”, “맘 편히 먹어”라는 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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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P 문장 맞춤 디자인 

그렇다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언어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3P 문장을 권한다.
1. Positive 곧 긍정적인 문장이면 좋겠다.
2. Present 곧 현재형으로 써야 한다.
 “나는 ~가 될 것이다”와 같은 말은 자꾸 미래로 미루게 한다. 그러므로 “나는 훌륭한 개그맨이다. ”나는 학자다“와 같이 미리 당겨서 말하는 것이 좋다. 이때 ‘기필코’, ‘반드시’, ‘기어이’를 붙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말들은 우리의 무의식에 부담을 줄 뿐이다.
3. Personal 곧 개인적 문장일 필요가 있다. 주어가 ‘나’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함께~~” 같은 뜬구름 잡는 말은 안 된다. 

◈ 위기관리 언어 매뉴얼

■ 비상시를 위하여 

 나는 행복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닥쳐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매뉴얼 언어를 만들어 놓고 수시로 스스로에게 들려준다.
 “그 무엇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
 또 나는 희망이 동날 때를 대비하여 여러 경구를 암송하고 있다. 나는 숱한 역경에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아무거나 붙잡고 희망이라고 우겨라.”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 나도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
 이 말들은 실로 상황이 고약해질 때마다 불쑥불쑥 떠오르면서, 훌륭한 인생 가이드가 되어준다.      

 용서에 대해서도 그렇다. 우리가 정말 하기 어렵다는 용서라는 것도 생각을 확실하게 고치면 가능해진다. “용서를 안 하면 내가 손해야. 내가 피해자가 돼. 내가 잠 못 자고 내가 원한의 독에 휩쓸리고 내 영성이 망가지는 등 피해자는 나라구!”라고 매뉴얼화 해두면, 못할 용서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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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거나 붙잡고 희망이라고 우겨라!”
이는 희망이 종결자적 문장이다. 희망의 마지막 언어다. 언제 이 말이 유효할까? 희망이 동났을 때. 희망의 건더기가 안 보일 때. 바로 그때 지나가는 개라도 붙잡고 ‘희망’이라고 이름 붙이고 ‘희망’이 있다고 우겨보라는 격려다.
 이밖에도 나를 엄호하고, 격려하고, 수행하는 메뉴얼 언어는 더 있다. 나는 상대적으로 극한의 상황을 전제로 저 문장들을 준비해 두었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좀 느슨한 매뉴얼 언어들도 얼마든지 더 있다.
  “10년 후에 이 일은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
 “희망은 공짜다.”
 “절망은 만들어진 속임수다.”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지 않는가”
 “…….” 
     
■ 진리의 피라미드

 학창시절 치른 시험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한 번은 교수가 서술용 답안지를 평소의 5배 정도 가지고 나타났다. 교수는 물음 몇 개를 칠판에 적은 다음 그에 대해서 “가능한 한 많이” 쓸 것을 주문했다.
 “시험지는 무진장 있으니, 아는 만큼, 쓸 수 있는 만큼 많이 쓰세요!”
 “많이? 중요한 포인트를 써야지 웬 많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답안을 써 내려가면서 금세 교수의 의도를 깨닫게 되었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충분히 늘여서 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대충 알고 있는 것은 길게 쓰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아하! 무엇에 대해서건 핵심을 잡고 있으면 그것을 늘리고 줄이고 하는데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러지 못하면 그 부자유함에 꼼짝없이 감금된 꼴이 되는 구나.”
 퍽이나 값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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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내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는 마지막 구두시험에서 참으로 곤혹스런 요구를 했다.
 “그 주제와 관련해서 가장 결정적인 단어는 무엇입니까? 단 한 단어로 말해보세요.”
“한 단어! 그 중요한 것들 가운데 어떻게 단 하나를 골라?”
 당황스럽기 짝이 없지만 나는 이내 그 의중에 공감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한 단어 그것을 추릴 수 없으면 아직 더 공부하고 사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역시 잊을 수 없는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진리라고 다 같은 등급이 아니다. 진리는 피라미드 구조로 질서 잡혀 있다. 상위 진리가 있는가 하면 하위 진리가 있고. 핵심 진리가 있는가 하면 주변 진리가 있다. 배운다는 것은 이 진리들의 위계질서를 파악해 간다는 것을 뜻한다. 공부가 깊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하위진리를 통괄하는 상위진리에 눈뜬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을 응용하는 능력이 향상됨을 뜻한다.    
        
■ 에필로그

 뜻대로 삶이 바뀌지 않는가.
 습관이, 태도가, 생각이 강퍅하게 타성에 머물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말이라도 바꿔보라.
 자신의 입술이 여태 발음해 보지 않은 새 단어를 익히게 하라.
 이것 하나에만 고집스럽게 집착해 보라.
 그리하면 천금말씨의 비정한 법칙이 획기적 반전을 가져 오리라.

                      2014. 12. 21    - 끝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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