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말씨

2014. 12. 15. 09:01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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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금 말씨
                   - 세상에 빈 말은 없다 -

■ 차동엽 신부

0 경기도 화성 출생, 서울대 공대, 서울 가톨릭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환 장학생
0 빈대학교에서 박사학위
0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봉직 및 왕성한 강    연자, 희망멘토로 활약
0 저서 : 희망의 귀환, 무지개 원리, 잊혀진 질문,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 등
0 번역서 : Hi 미스터 갓, 아가페, 365땡큐 등

* 천금말씨 : 농부가 농사를 짓는 정성으로 각자 말(言)의 씨앗을 뿌린다면, 누구나 천금같은 결실을  보게 되리라.

■ 프롤로그

 해학의 거장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남겼다 한다.

 당신들은 존재하는 것을 보고 물음을 던진다.
 “왜 그렇지?”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것들에 대해 꿈꾸며 물음을 던진다.
 “왜 안 되는데?”

 역시나 버나드 쇼다.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에게는, ‘존재하는 것’ 자체가 벅찬 주제다 그리하여 “왜 그렇지?”가 줄곧 따라다니는 입버릇 물음이다.
 새로움을 좇는 이들에게는,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것들’이 노상 동경이다. 그리하여 “왜 안 되는데?”가 생경하지 않은 도발적 물음이다.
 나는 여기서 제3의 물음을 던지고 싶어진다.
 “그러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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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 이는 우리가 품은 꿈이 실현되도록 해주는 그 무엇에 대한 물음이다. 바로 방법을 구하는 실용의 물음!

 이 고민의 끝자락에 이 책이 탄생했다.
 누군가 이 책으로 인하여 말의 본색을 파악하고, 말의 바람직한 쓰임새를 익혀, 이윽고 말의 소출을  알속 있게 거둘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무지개(舞之開) 차동엽 -

말의 키네틱스(동역학) : 말씨

◉ 우리가 허투루 여겼던 말의 실체
◈ 진실게임

■ 말씨

 한번 자신이 여태까지 뿌려왔던 말의 씨앗을 되짚어 보라. 스스로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어, 그냥 소망이었는데 정말 그대로 이루어졌네! 넋두리였을 뿐인데 ……. 빈말이었는데……. 이럴 수가!
인류는 진즉 말이 지닌 힘을 꿰뚫어 알았다. 그 지혜는 고스란히 격언이나 속담에 담겨 대물림되고 있다.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도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탈무드가 전하는 뼈있는 말이다. 비슷한 의미의 훈수로 윌 속담에는 “말이 씨가 된다.”, “웃느라 한 말이 초상 난다”는 말도 있다. 모두가 하나의 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세상에 빈 말은 없다.”
 꼭 새겨둘 필요가 있는 진실이다.
 당사자가 아무리 ‘빈말’을 의도했다 하더라도, 입에서 떨어져 나간 말은 이미 ‘생물’이 되어 살아 움직인다. 그리하여 그 말이 지닌 함의를 배태한 씨앗이 된다. 그것이 시간 속에서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이치다. 이렇듯이 살아 움직이는  말이 지닌 동력을 원리적으로 밝혀내는 학문을 키네틱스(kinetics), 곧 동역학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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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말은 멀쩡한 사람을 툭 건드려서 쓰러트리기도 하고 쓰러트린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기도 하니, 말의 ‘동력’ 운운하는 것이 억지스런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말이 지닌 이 무한한 가능성을 ‘말씨’라는 단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말씨는 순 우리말로 ‘말하는 태도나 버릇’ 또는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 따위의 색깔’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이러한 표준어적인 의미를 그대로 살리면서 그에 더하여 ‘말의 씨앗’을 가리키는 말로도 이해하고자 한다. 사실 소리에 치중하여 들을 때, ‘말씨’는 오히려 ‘말의 씨앗’ 나아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연상시킨다.          

■ 홀로코스트의 비밀

 1994년 오스트리아 빈 유학 시절, 유대인 집단학살(홀로코스트)의 현장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적이 있다. 출발할 때의 호기심은 삽시간에 서늘함으로 질려버렸다. 끌려온 사람들의 신발더미와 머리카락 뭉치만을 모아 놓은 방, 인체 해부 실험실, 지하 가스실, 화장터, 교수대 등을 둘러보면서 내 뇌리를 스쳤던 물음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정녕,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 답을 포기한 지 20여 년이 흐른 후, 우연히 나는 책 한권을 만났다.
‘1,100만 명을 어떻게 죽일까?’ 몇 년 전 출간된 책 제목이다. 1,100만 명이라는 숫자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죽임을 당한 유대인의 숫자(정확히 11,283,000명)라고 한다.
 그런데 무엇이 그런 믿기지 않는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
 답은 단순하다. 거짓말!  
 
 히틀러는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그 비밀을 이렇게 밝혔다. “엄청난 규모의 대중들은 아주 작은 것보다는 거대한 거짓말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나치당의 선전장관으로 활약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거짓말의 위력을 교조처럼 믿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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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벨스는 이렇게 장담한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불행히도 역사는 우리의 망각을 틈타 감쪽같이 반복된다. 오늘날 아프리카 르완다와 수단에서 자행된 인종 간 학살의 배후에도 똑같은 의도로 조작된 ‘거짓말’이 작동해 왔음에 인권운동가들과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멀리 볼 것 없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본의 저의 역시 ‘거짓말’의 둔감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임에 진지하게 촉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식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그렇게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괴벨스의 방법을 원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믿는 젊은 층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    

■ 진실은 승리한다?

 거짓말과 진실이 서로 게임을 할 때, 더 힘든 쪽은 ‘진실’이다. “사필귀정,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경구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치러야 할 희생과 시간이 당사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인고를 요구한다. 왜? 거짓말 하나 퍼트리는 데는 종이 한 장이면 족하지만, 그것을 뒤집는 것은 수십 장의 해명으로도 부족하기에! 
 “우리 뇌는 한 가지의 부정적인 말을 중화시키는 데 40개의 긍정적인 말을 필요로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종이에 글자를 적는 일과 흡사하다. 쓰기는 쉬워도 지우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례 ; 선거 운동 때 상대진영의 중상모략으로 ‘이슬람 신자’라는 소문이 나돌았을 때 오바마 진영은 다니는 교회와 관련 자료를 대중과 언론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그, 결과 루머는  잠잠해지고 오바마는 당선되었다.

이렇듯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거짓말이 등장하면 바로 불을 끄는 것이다. 시간을 놓쳐 확 퍼지기 전에, 그렇게 되면 치러야 할 시간과 대가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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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 니콜라스 디폰조와 경영학자 프라샨트 보르디아는 2000년 “PR전문가들이 소문을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조사를 통해 PR전문가들 중 75%가 루머를 무시한다는 결과를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 PR전문가들의 ‘노코멘트’는 불명확함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뚝심있게 정면 승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 한번 루머에 휩싸였던 경력은 도마뱀의 꼬리처럼 잘라도 잘라도 다시 자라나 두고두고 회자될 테니까.          

◈ 그 무엇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그것

■ 죽음도 이기는 병

 내 삶의 외적 조건을 아는 이들이 장난삼아 묻는다.
 “신부님은 무슨 재미로 사세요?”
 “아, 장가도 안 가셨죠, 술 담배도 못하시죠, 골프도 못 치시죠, 음식도 가려가며 드셔야 하죠, 재밌는 건 다 열외시잖아요.”
 “그건 그렇죠. 그러고 보니 내가 참 불쌍한 놈이네요.”
 묻는 이의 의도를 알기에 맞장구쳐 줄 요량으로 대충 이렇게 봉합을 하지만, 반전의 마무리를 생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남모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글 쓰는 재미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요, 강의할 때 몰입하다 보면 엔도르핀이 솟구요, 삶의 여정에서 지쳐 쓰러진 사람들 손잡아 일으켜 줄 때는 사람 노릇 제대로 하는 것 같은 보람도 느끼구요……. 어찌 되었든 행복은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빅터 프랭클은 내 인생에 비중 있는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오죽하면 그가 프로이트와 아들러를 잇는 오스트리아 심리학의 3세대 학자로서 후학을 양성했던 빈 대학에서 유학하기를 선택했을까.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로고테라피! 여기서 로고(logo)라는 말은 로고스(logos), 곧 말·말씀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로고테라피는 말 또는 말씀으로 테라피(theraoy 치료, 치유)한다는 뜻이 된다. 바꿔 말하여 ‘언어치유’다.
 언어치유의 관건은 ‘의미’다. 환자에게 언어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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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은 빵만이 아니라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 이 용어로 빅터 프랭클이 말하려는 요지는 이렇다.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이 삶의 의욕이 되고 생존의 힘이
된다.” 빅터 프랭클은 이 명제를 실존 철학의 영감에 힘입어 깨달았지만 이
를 검증하게 된 것은  그가  끌려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였다.
 그는 수용소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말로써 그들
을 도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확인 되었다. 그의 도움을 받았건 안 받았건
생존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는 사실!
 빅터 프랭클은 ‘비극 속에서의 낙관’을 실존 지혜로 여긴다. 그가 로고테라
피의 이름을 빌려 낙관을 권유하는 까닭은 “어떤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은
의미가 있다”는 희망적 확신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응원이 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빅터 프랭클을 통해 내게 전수된 저 깨우침은 한 세월이 지난 오
늘도 내 무의식에서 면면히 맥동하고 있다.         

■ 로고테라피(언어치유)의 핵심

 로고테라피는 앞서 소개했듯 의미 발견에 그 핵심이 있다. 곧 스스로가 자
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말로써 도움을 주거나 이끌어 줌으로써,
자가치유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내 존재의 보람’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이 지닌 모든 욕구가 ‘쾌락에의 의지’
로 환원된다고 보았고, 그의 제자 아들러는 ‘권력에의 의지’를 추가 하였다.
그의 대를 이은 빅터 프랭클은 ‘의미에의 의지’를 인간이 갈급(渴急)하는 궁
극적욕구라고 여겼다. 결국  인간은 단계적으로 쾌락이나 권력에의 의지가
충족되어도 인간의 본능은  무언가 2%의 부족을 느끼는데 반하여 ‘의미에의
의지’가 충족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이젠 됐다!”하고 만족해한다는
사실이다.

 신학교 시절 불렀던 교가 가사 중에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
라~아~”라는 대목이 있다. 모름지기 신부로 사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가장
실감나게 반영한 노랫말이다. 그러니 쾌락이나 권력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
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이 행복은  절대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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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다. 왜? 하루하루 의미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어떤 형편에서건 주어진
하루 즐겁게 살고 살기 힘들어 하는 사람 등 두들겨 주고, 절망한 사람들에
게 희망의 말을 건네고, 길을 묻는 이에게 아는 만큼 가르쳐 주고……등등.
매 순간이 내게는 의미 발견의 계기다. 다음 얘기를 들어보자

 두 명의 주부가 각각 며칠 씩 친정에 다녀오게 됐다. 걱정이 많았다. 밥이
며 반찬이며 세탁, 그리고 청소 등등.
 그런데 집에 돌아와 봤더니 한쪽 집은 난장판이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다
른쪽 집은 웬걸 갈 때보다 정리가 더 잘 되어있다. 과연 어느 부주가 더 행
복감을 느낄까?  그것은 난장판이 된 집의 주부다. 그래도 이 집에는 내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0 의미의 확인은 돕는 한 마디의 말이 내 삶의 의미를 새롭게 다져 준다.
- 자녀로부터 :엄마 아빠 최고! 엄마 고마워요!
- 부부 사이에 : 당신을 만나서 행복해!
- 사회나 직장에서 : 자네 믿음직스러워! 정말 훌륭해!
- 나 역시, 신부님 강의 덕분에 희망을 찾았습니다. 따뜻하게 잡아준 손 잊
   지 않겠습니다. 등등

■ 의미는 발견되는 것

 말로써 상대방이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면, 그것으로 치유를 받고, 죽었
다가 다시 살아나는 격이 되기도 한다.
 일찍이 히포크라테스는 이 사실을 간파하여 이렇게 말했다. “의사에게는 세
가지 무기가 있다. 첫째는 말이고, 둘째는 메스고, 셋째는 약이다.”
 이로써 메스보다, 약보다 더 강력한 치유 효과를 지닌 것이 말이라고 통찰
한 셈이니 이쯤되면 히포크라테스를 로고테라피의 효시로 불러도 무방하겠
다.
 다음은 넬슨 만델라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취임연설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렇게 영리하고 아름답고 재능있고 경이로
운 존재인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모두 신의 자녀들입니다.”
 그는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받던 ‘흑인’들 안에서 ‘경이로운 존재’, ‘신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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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 됨의 품격을 발견하며 경탄한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확인
한 것이다.
 일상에서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그것은 자가치유, 나아가 행복이
된다. 소중한 이웃에게 의미 발견을 돕는 말 한마디 슬쩍 밀어주는 것, 그
자체가 훈훈한 사랑의 전달이다.

◈ 네이밍과 콜링

■ 의미의 탄생

 나는 이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한자와 소리글자의 파종으로 이름 짓는
방법을 배웠다. 가족이나 친지들이 청하는 작명은 물론, 상호명 내지 기업의
이름까지도 지어 주곤 했다. 이름을 지을 때 나는 특히 이름이 갖는 의미에
방점을 둔다. 내 이름이 갖는 의미가 나의 무의식에 영향을 제법 끼쳤기 때
문이다.
 내 이름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의식하게 된 것은 유학시절 나를 소개할 때
부터였다.
 “내 이름은 ‘동엽’, 성은 ‘차’야”라고 첫인사를 하면, 그 다음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똥유-ㅂ? 그게 무슨 뜻이지?”  
 “동녘 동, 빛날 엽, 그러니까 동쪽의 빛이라는 뜻이지. 결국 태양을 뜻해.”
 이렇게 이름 풀이를 해주다 보니 절로 ‘동쪽의 빛이라는 자의식이 내 안에
틀을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르긴 모르되 이 자의식은 지금까지 건강하게
나와 동행해 주었고, 이윽고 사명감으로도 굳혀졌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이처럼 이름을 통해서 제일 먼저 형성된다.
 의미는 언어를 통해 탄생된다. 아직 단어화  되지 않은 의미는 배 속에 있
는 태아와 같은 처지다. 생명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미처 태어나지 않은
생명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내가 그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는 한낱 아름다운 시구가 아니라, 진리를 담고
있는 철학적 명제라 할 수 있다.  
- 네이밍(naming) : 이름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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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밍은 심리학적으로 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나 그 정반대인 스티그마
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긍정의 언어, 곧 격려와 칭찬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긍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기대효과’인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0 스티그마효과(낙인효과) : 스티그마(stigma 달군 인두로 가축에게 낙인을
  찍는 것).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성격으로 되어버리
  는 현상 
- 미국의 심리치료사 에릭 메이젤 : 우리 사회의 우울증은 만들어진 병이다.
- 대중들 앞에서면 떨리는 자연적 현상을 두고 “공황장애”가 있다고 하고,
노화에 의한 단순한 기억력 감퇴 현상을 두고 “내가 치매에 걸렸다”고 생각
하면 그렇게 된다. “내겐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경우도 실제로 불
행해진다.

 어떤 사실에는 이름만 잘 붙여 주어도 전혀 다른 의미가 탄생한다.
 발명왕 에디슨은 노년에 난청에 시달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는 뒤
집어 생각했다.
 “나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이렇게 바꾸어 말하니, 그의 핸디캡은 오히려 장점으로 둔갑했다.

 언어는 사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머릿속
에서는 조그만 웅덩이가 호수만큼이나 거대하게 여겨지고 또 어떤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드넓은 호수가 웅덩이만큼이나 작게 여겨진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의미는 우리의 네이밍, 곧 언어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부정적 감정을 몰아내는 이름붙이기

 어떤 자리에 가면 지극히 두려울 때가 있다. 공포스러워서 막 떨린다. 그럴
때 언어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은 그 감정 자체를 부인하려고만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감정 처리가 안 된다. 막 떨리는데 “어우 난 안 떨려, 괜찮
아.”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와 떨리네”라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네이밍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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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잔뜩 난 사람에게 “참으세요”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제3자든 전문가
든 누군가에게 감정을 털어놓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
다. 이것이 네이밍 효과이다.

-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연구결과 : 스트레스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면 줄어든다.
- 네이밍과 짝을 이루는 것이 원하는 감정을 부르는 콜링(calling)이다. 우리
안에 이미 형성된 부정적인 감정은 네이밍을 통해서 완전히 해소된 연후에
그를 대신할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질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네이밍으로
감정을 해소해 주고 그 다음 원하는 감정을 콜링해 주면 된다는 이야기다.  

■ 원하는 감정을 불러내는 부르기 (콜링 : calling)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내 강의를 듣고 의외로 반응이 뜨거운 것은 대학생들이었다.
 “지금까지 절망만 불고 다녔는데, 앞으로는 희망을 불러보겠습니다.”

 콜링은 아직 생기지 않은 긍정적 감정을 불러낼 때 필요하다. 바로 앞의 네
이밍에서 예를 든 경우와 연결시켜보자. “왜 이렇게 무섭지?”라고 네이밍을
하여 부정적 에너지가 어느 정도 소멸되었을 때, 긍정의 기운을 불러낼 수
있다. “이젠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I can do it.” 이렇게 스스로를 향해 콜
링을 해주면 아직 내개 없었던 용기와 결단력이 생겨나게 된다. 부르는 것만
으로도 변화가 찾아온다.

콜링을 통해서 우리가 관행적으로 쓰는 표현법만 살짝 바꿔도 새로운 현실
이 만들어질 수 있다. 미국의 대법원 판사였던 올리버 웬델 홈즈는 사회운동
가인 줄리아 워드하위 여사의 70번째 생일 카드에 이런 글귀를 적어 보냈다
고 한다.
 “70년 젊었다는 건 때로는 40년 늙었다는 것보다 훨씬 기쁘고 희망스럽
다.” 관습적으로 쓰이던 “~살 먹었다” ~old를 “~년 젊었다”~young로 바
꾼 해학이 최상의 생일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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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씨가 발휘하는 힘은 무한 가능성에로 열려 있다. 말씨 하나가 수천 수억
의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다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도 있다.
 거짓의 말씨는 더 자라고 더 널리 확산되기 전에 조기 조치를 취하여 무력
화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생명의 말씨는 의미 발견을 도와줌으로써 스스로
생의 의욕을 갖도록 해주므로 되도록 자주 그리고 곰살맞게 주고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때그때 감정이나 현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네이밍(이름붙이기)과 콜링(부르기) 이다. 적절히 구사하
는 법을 익히면 어떤 불행도 행복으로 전환시키는 연금술을 발휘할 수 있다.

◉ 운명이 되는 말, 역사를 짓는 말
◈ 말이 내 운명을 빚는다

■ 운명을 바꾸는 말

 내가 말의 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졸저 ‘무지개 원리’를
쓰게 되면서였다. 방대한 자료를 놓고 귀납적으로 추려 나가다 보니, 우리
인생에 빛이 되어 주고 있는 다방면의 롤모델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저마다에게 자신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돤 말 한마디씩 있었
다는 사실!
 여기에 나의 경험이 더하니, 행복과 성공을 기약해 주는 ‘무지개 원리 일곱
가지’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말을 다스리라”가 당당히 꼽히게 되었다. 아직
‘무지개 원리’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새삼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째,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둘째, 지혜의 씨앗을 뿌려라.
 셋째, 꿈을 품으라.
 넷째, 성취를 믿으라.
 다섯째, 말을 다스리라.
 여섯째, 습관을 길들이라.
 일곱째,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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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일곱 가지가 다 똑같이 중요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대답하
기 고약스런 물음이 하나 생겼다.           
 “일곱가지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면 무엇을 택해야 할까?”
 사실 이 물음은 자녀가 일곱인 부모에게 “그 중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
를 묻는 것과 같은 격이다. 하지만, 그래도 꼭 답을 해야 한다면? 오랜 숙고
끝에 나는 “다섯째 말을 다스리라”를 택하기로 정했다. 

왜 그랬을까? 그 까닭은 결국 말 속에 생각, 지혜, 꿈, 신념이 담기고, 또 말
은 궁극적으로 습관이기에, 외골수로 ‘말 농사’만 잘 지어도 일곱 가지를 충
실히 실행한 것에 버금가는 결과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말을 다스린다”는 것은 입술로 나가는 말을 잘 제어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은 물론, 들은 말을 잘 갈무리하는 것까지 내포한다.
영화 ‘대부’의 주연 알 파치노는 명배우로서 전성기를 보내던 40대 중반, 한
영화의 흥행 참패로 실의에 젖어 알코올중독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
히 들은 노래 ‘마이웨이’의 가사에서 재기의 힘을 얻었다.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예외 없이 끝까지 해냈지. (…)그리고 그보
다 더, 그보다 훨씬 흐뭇한 건, 내 방식대로 살았다는 거야.” 
 이 대목을 듣는 순간, 알 파치노는 “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다. 이후 그는 길었던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이 바라던 자기 방식의
삶을 찾아갔다.

■ 말이 덫에 걸린 행복

 나는 장난기가 있는 편이어서, 어떤 땐 말장난을 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다. 그래 유머로 짓궂은 말을 툭툭 던지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 스
스로가 ‘빈말’을 의도해도, 언어의 속성상 그것은 ‘빈말’이 될 수 없기 때문
이다. 그러기에 나는 농담으로라도 가급적이면 부정적인 언어를 피하려고 노
력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TV를 보다 보면 예능 프로 진행자들이 “꼭 웃겨야 한
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재치 발언을 일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저급 유머일 뿐이다. 고급 유머는 그것으로 인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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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 즐거워지게 되어 있다. 이른바 ‘깐죽거리는’농담에 맛들이게 되면 성격
마저 깐죽거리게 되니 유의할 일이다.   
- 실존주의 사상가 샤르트르 : “나는 내가 말하는 것으로 존재한다.”
- 하이데거 :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말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없는 이들 가운데 자신의 애인을 부를 때 “에고
우리 못난이~”라는 애칭을  붙여주는 경우를 본다. 잘난 애인을 이렇게 붙
여 반복하여 부르면, 어떤 식으로든 이 말은 상대방을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스티그마 효과처럼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애칭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 “아이
고 예쁜이~!” “멋쟁이”  라고 해주면 얼마나 듣기 좋은가. 부부, 동료, 친구
사이에서도 부정적 호칭은 찾아내어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요 근래 우리나라는 말의 덫에 걸려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대한민국이 OECD국가들 가운데 행복지수가 최하위권
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발표를 접하곤 한다. 이는 현실의 사실적 반영일수도
있겠지만 또 네이밍(이름붙이기)의 선언적 의미도 지닌다. “불행하다”고 말
하기 때문에 점점 더 불행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사실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로 보나, 주어진 자연환경으로 보나, 경제수
준으로 보나, 삶의 질이 과히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스스
로를 불행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우리의 주관적 판단과 관습이 워낙 부정
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일 터다. 그러므로 “행복하세요?”라는 물
음에 0.1초 만에 “행복하다”라고 답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왜냐하
면 우리 현실은 객관적으로 행복한 면도 있고 불행한 면도 있는데 그 이름
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부가 ‘불행’으로 도색된다.
 그러므로 부장적인 말이 우리 삶에 덫이 되지 않도록 유의할 일이다.

■ 긍정의 언어는 소수의 특권 
                       
 어느 조사에 따르면 16세 때까지 우리가 하루에 듣는 말 가운데 부정적 언
어가 평균 29.6개임에 비해, 긍정적인 단어는 2.7개라 한다. 그러니까 열개
의 부정적인 말을 들을 때, 긍정적인 말은 한 개를 듣는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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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환경에서는 긍정적인 사고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어찌 보면
부정적인 사고를 지니는 것이 오히려 정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긍정
적인 사고를 가지는 것은 기적이라는 말이 된다. 긍정은 기적이다. 그러므로
“왜 나는 맨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라고 스스로 비관하지 말 일이다. 외
려 용기를 내어,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긍정적인 사람이 되도록 도전해보
자”라고 의욕을 가져볼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진실! 바로 각 분야 거장들의 대부분은 긍
정적 사고와 언어의 대가라는 사실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긍정은 거장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공식이 된다. 그 반열에 백남준도 당당히 올라 있다.
 백남준은 평소 동료 예술가들에게 기죽이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은 냉철한 비판보다 격려에서 탄생하는 것임을 통찰했기 때문이
다.
 그는 동료 예술가들을 만나면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려고 애
썼다. “당신이 이번에 찍은 사진을 최고야”, “네 책은 내가 이때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 감동적이었어”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장점을 자꾸 얘기해 주면, 그걸 살리려고 더 노력하게 되어 있
다. 반면 비판의 이름으로 반복해서 딴지를 걸면, 그것을 고치느라 장점을
계발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급기야는 노이로제에 걸릴 수도 있다. 긍정과 부
정의 차이는 이처럼 크다.

◈ 이브라카 다브라

■ 비정한 말의 법칙

 어느 인디언들에게는 “2만 번 이상 말하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라는 속담
이 있다고 한다. 많은 경우, 인디언들은 우리에게 번뜩이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체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의 신뢰
도가 높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 계발 분야에서는 ‘1만 번의 법칙’을 내세운
다. 같은 말을 1만 번 이상 반복하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어느 말이 맞는
지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2만 번이든 1만 번이든 그 정도로 반복할
것을 권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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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된 말의 효과를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 “아브라카 다브라”
다. 흔히 이를 무슨 주술문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그 기원을 알고 있는 사
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히브리어 “아브라카 다브라”는 “말하는 대로 된다”는 뜻이다.
- 성경 창세기 : 하느님이 말씀으로 “빛이 생겨라”하고 다바르(dabar) 했더
니 빛이 생겨났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 “너희가 내 귀에 대고 한 말에 따라, 내가 반드시 너희에게 그대로 해 주
겠다.” (민수 14,28) 줄여 말하여 “아브라카 다브라”, 말하는 대로 된다!

 핵심은 우리가 평소 쓰는 말을 긍정의 언어로 바꾸자는 얘기다. “가수는 자
기 노래대로 된다”는 말이 있다. 슬픈 노래 애절한 가사를 부르는 가수는 자
신도 그렇게 된다.

■ 슬럼프는 꾀병이다.

 말의 법칙은 냉엄해서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 긍정의 말은 반드시 긍정적
인 결실을 거둔다. 긍정의 말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낸 대표적인 경우가 스피
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 선수다.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나는 카
메라에 잡힌 글씨에 눈이 갔다. 그녀가 자기 집 달력 2월 16일자에 동그라
미를 그려 놓고 그 옆에 적어놓은 ‘인생역전!’이라는 글귀였다. 뿐만 아니라
이 선수는 가족과 찬구들에게도 이 꿈을 자주 말했다고 한다.      
 그녀를 향한 여러 인터뷰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말은 이렇다.
 “슬럼프는 없었나요?”
 “저는 슬럼프가 자기 내면에 있는 꾀병인 것 같아요. 마음속에서 하기 싫고
귀찮을 때 슬럼프라는 핑계를 대면서 안 하게 되는 거죠. 저는 반대로 계
속 도전했어요. 혼자서 야간 운동을 한 적도 많은데, 그다음 경기에서 성적
이 또 안 좋았어요. 그래도 주저하지 않고 또 달렸어요. 아주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는 게 보였거든요. 그런 변화는 자기밖에 모르는 거예요…….”

 여기서 우리는 표현되지 않은 지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슬럼프’라는 단
어를 거부하면 슬럼프가 오지 않는다는 진실을 그녀는 간파하고 있었던 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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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 내 사전에는 없다.”
 나폴레옹이 “실패는 내 사전에 없다!”라고 말했듯이, 이상화 선수는 “내 사
전에는 슬럼프는 없다”고 말한 격이다. 우리 역시 이런 단어를 버리고, 그저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려는 자세를 취할 때, 반드시 좋은 결과가 동반될 것
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버려야 할 단어는 무엇일까.

■ 그들이 모르는 단어

 대체로 경기, 환경, 직원들의 능력에 탓을 돌리고 성토하기를 즐기는 CEO
에게는 왠지 일이 꼬여간다. 반면에 “덕분입니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입버릇으로 새로운 도전을 꾀하는 사람에게는 불황에도 일이 술술 풀려간다.
그냥 하기 좋은 말이 아니라, 수천 번 이상의 직접적 만남을 통하여 확인한
‘말의 비밀’이다. 실로 인생은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이정표로 하여 흘
러간다. 특히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은 부지불식간에 삶의 결정적인 방향타가
된다.

 성공한 CEO들을 연구한 데일 카네기의 통계를 보면, 그들에게는 없는 언
어, 그들이 전혀 모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없다’, ‘잃었다’, ‘한계가 있다(안
된다)’였다.
- 없다? : 둘러보면 반드시 그 대체물이라도 있다.
- 잃었다? : 이런 경우 반드시 반대급부로 얻은 것이 있다. 실패의 깨달음이
든 지혜든...
- 안 된다? : 언젠가 될 수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하거나 믿는 바를 말할 때마다, 이를 가장 먼저 듣는 이는 당신
자신이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라.”

◈ 역사를 짓는 말

■ 패배를 뒤엎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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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본령은 연구다.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이 내 공식 직함이니 나는 노상
‘학술적’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그대로 나의 글쓰기에 반영된다. 아무리 가벼운 주제의 글을 쓸 경우
라도 나는 본능적으로 먼저 그 주제의 역사를 더듬는다. 역사를 길고 넓게
추적할수록, 글 쓰는 이로서 나는 더 큰 자유를 누리게 된다. 그리 되면 써
야할 주제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그 주제를 장악하여 종횡으로 끌고 다닐
수가 있다.

위대한 지도자와 사상가들은 말을 리더십의 도구로 십분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감정을 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주장에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운명의 행로를 정하기 위해 말의 힘을 이용해 왔다.
- 링컨 : 상원의원 선거에서 스티븐 A. 더글러스에게 패한 후
 “한 번 졌다고 포기하지 맙시다. 백 번을 져도 포기하지 맙시다!”
- 드골 : 1940. 6.18 파리가 나치 독일에 함락됐을 때
 “나 드골은 지금 런던에 있습니다. 우리는 한 번 전투에서 졌지만 이 전쟁
에서 진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의 저항의 불꽃은 소멸할 수도 없고 소멸해서
도 안 됩니다.” 이 말을 통해 프랑스 국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었음은 물론
이다. 50년이 지난 1990. 6. 18일 드골의 이 연설문이 새겨진 동판이 개선
문에 헌납됐다.

 프랑스인은 역사를 지은 위대한 말을 동판에 새겨 남길 줄 아는 민족이다.
슬프게도 우리는 그런 역사가 없다. 대통령을 뽑을 때는 환호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다 죽일 놈’으로 만든다. 진영 논리에 묶여 역사를 단절해가며 미래
로 가고 있다.
 미국 아이들은 그들의 역대 대통령을 그림 위인전에서 만난다. 미국도 노선
갈등이 있고 납북 갈등이 있고 대통령 마다 공과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역대 대통령들을 자랑스런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가르
친다. 이는 굉장히 건강한 역사의식이다.

■ 미국을 바꾼 말

 마틴 루터 킹은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을 평화행진에 동참하게 하여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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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인물로 꼽힌다. 그는 현장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오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주지사가 늘 연방정부의 조처에 반대할 수
있다느니, 연방법의 실시를 거부한다느니 하는 말만 하는 앨라배마 주가 변
하여, 흑인 소년 소녀들이 백인 소년 소녀들과 손을 잡고 형제자매처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꿈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너무도 유명해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 시문이다. 이 짧은 웅변이 향후 미국 역사를 드라마틱하
게 바꿀 줄 누가 상상했을까.
 루터 킹의 이 연설은 두 가지 점에서 말의 힘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이 연설문이 대중들 사이에 돌고 돌면서 장시간에 걸쳐 의식을 변화
시키며 여론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이 연설문을 듣고 많은
흑인 청소년들이 그 주역이 되려는 꿈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위대한 말은 여론을 움직이고, 어린이의 꿈을 키운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어린 오바마였다. 당시만 해도 가당치도 않은 꿈이었을 테지만, 결국
기적은 일어났다. 

■ 역사에 울림이 된 말

 도산 안창호가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동포들은
미국 농장에서 귤을 따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는 안창
호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귤 한 개를 따는 것도 나라를 위하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정성
껏 일을 하면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좋아할 것입니다. 결국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서 우리나라 전체가 칭찬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
분들은 지금 조국을 위해 아주 큰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유명한 말은 뚜렷한 민족의식 없이 외국에서 더부살이 하던 떠돌이 백
성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켜 ‘애국자’의 자긍심을 갖게 해 주었고, 그 힘으
로 ‘흥사단’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상해임시정부 독립운동 자금을 모
으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결과를 낳았으니, 그 울림이 참으로 장구하다. 

 고구려 시대의 재상이며 장군으로 유명한 을지문덕이 살수에서 수나라의
백만대군을 물리치고 대승하여 평양으로 돌아왔다. 영양왕은 친히 성 밖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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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나가 꽃가지를 그의 투구에 꽂아주며 금은보화를 하사했다.
그러나 을지문덕은 그 모든 영광을 사양하고 왕 앞에 무릎을 굻고 엎드려
이렇게 사과했다.
 “상감마마의 귀중한 백성이요, 또 여러분의 소중한 아들이요, 남편인 고구
려 의 청년들을 전장에서 수없이 전사시키고 얻은 승리를 나 개인의 공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은 여기 살아온 을지문덕이 아니
라 어딘지 모르는 산과 들에 쓰러져 돌아오지 못하는 용사들인 것입니다.” 
 이후 을지문덕은 고향인 증산으로 돌아가 베옷을 입고 남은 생애를 근신하
며 지냈다고 한다.

 말은  내뱉는 순간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다. 말은 “말하는 대로 된다”는 비
정한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말의 속성을 간파하여, 버릴 말은
버리고 피할 말은 피하며, 일부러 끌어들여야할 말은 공들여 익혀두는 것이
슬기로운 선택이다.
 위대한 말은 위대한 역사를 짓기도 한다. 결단의 순간 결정적인 말 한마디
가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말은 대중을 움직이고 여론과 문
화를 만들기도 한다. 나아가 심금을 건드리는 말은 큰 울림이 되어 후세에까
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럴진대, 어찌 말을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뱉어낼 수 있으랴.

◉ 언행동체
◈ 메주자 효과

■ 첨단을 연 한 문장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나는 매우 중요한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무릇 배우
려는 자는 일찌감치 그 분야 1인자를 찾아나서는 게 왕도라는 각성! 최고 전
문가의 ‘한 수’로 배움이 궁극으로 치달은 경험을 해본 사람은 이 속뜻을 알
리라.
우리들의 주제인 ‘말’과 관련해서 유대인은 비장의 ‘한 수’를 간직해 온 민족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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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들의 집에는 현관 오른쪽에 어떤 함이 걸려 있다. 그 함을 ‘메주자’라
고 한다. 그 안에는 양피지에 적힌 성경 말씀이 담겨져 있다.
- 이사 갈 때 제일 우선, 7년 마다 새로 마련 
- 메주자의 기원은 성경의 ‘신명기’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
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
는 집에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
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일러 주어라” (신명 6.5-7).
- 매일 두 번씩 암송, 메주자에 담아 문설주에 달고, 옷술단에 매어 달고,
팔찌로 만들어 팔목에 차고, 이마(검은 모자 안 쪽)에 붙인다.   
- 문헌화된 것은 B.C 600년 (2,600년 전), 모세시대로부터 보면 3,200년부
터 실천

 기록된 대로, 단 하나의 사항도 바꾸지 않고서 말씀을 주변에 설치해 놓고
선 아침저녁으로 외운다. 그렇게 했더니 역사가 흐를수록 그 결실이 누적되
고 있다. 그 결과로 오늘날 세계 석학의 3/4이 유대인이고, 노벨상 수상자의
27%, 미국 40위권 재벌의 절반이 유대인이라는 경탄할 현실이 도래한 것이
다.
 이렇듯 유대인들은 케케묵은 과거의 지혜유산을 옹고집으로 보전하면서 거
기서 첨단 미래를 열 혁신 아이디어를 건져 올린다. 이 시대 우리네에게는
찬밥 신세가 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유대인들의 이런 메주자 전통을 인근 아랍인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이슬람 쪽에서도 유대인들의 말씀 비법에 버금가는 묘안을 만들어 놓았다.
 “하느님은 알라(신) 한 분이고 마호메트는 그의 예언자다.”(아슈 하두 안 라
일라하 일라 알라 와 아슈하드 안나 무함마단 라술룰 라)
 아이가 맨 처음 배우는 말이 이문장이고, 계속 쓰는 문장이 이 문장이고 내
면에 가장 깊이 들어가 있는 문장이 이문장이다.               

■ 웬 암송?

 현대 교육은 옛적의 ‘암송’ 방식을 지양하고 ‘이해’위주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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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과연 더 나은 방법일까? 그렇지 않다. ‘이해’를 강조하는 것 까지는 좋
으나 '암송을 폐기하는 것은 대단한 손실이다.
- 정신과 의사인 에드가 데일 : 읽은 것은 10%, 들은 것은 20%, 본 것은
30%, 보면서 들은 것은 50%, 말한 것은 70%, 그리고 행동하면서 말한 것
은 90%를 기억

 “격언이나 명언이라고 하는 것은 잘 이해할 수 없어도 놀랄 정도로 쓸모
있는 것이다.”
 못 알아들어도 아이들에게 경구를 자주 들려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평소
속담이나 격언을 풍요롭게 구사할 줄 알면, 그것을 들으며 자란 자녀들은 따
로 학습하지 않아도 거저 배우게 되는 셈이다. 들은 것에 무의식이 남아, 필
요할 때마다 홀연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를 것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 게으른 뇌의 횡포

 메주자와 비슷한 이치로 작동하는 것이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정치
선전 문구, 선동 문구, 광고 문구 등이 이에 속한다. 넓게 보면 SNS에 나돌
아 다니는 의도적인 홍보 문장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이 우리 머리에 각인될 경우, 그 효력은 대단하다. “침대는 가구가 아
닙니다. 과학입니다.” 이 광고 때문에 아이들에게 “침대는 뭐지?”하고 물으
면 “침대는 과학이요!”라고 대답한단다. 이만하면 광고 카피로 톡톡히 효과
를 본 셈이다.
 소문도 한번 각인되면 여간해선 지워지지 않는다. 이유는 우리 안에 있는
‘에너지 보존기능’ 때문이다. 인간은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가
급적이면 에너지를 덜 쓰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소문이 딱 뜨면 확인하는 게 귀찮아서 검증 절차를 생략하고 쉽
게 진실로 받아들인다.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맞겠지”하고 섣불리 수용하는
것이다. 매사 의심 많은 사람조차도, 그리고 소문이 자신 안에 들어와 일단
진실로 자리매김하면, 뇌는 더 이상 그것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가 상식과 선입견의 울타리에 갇히면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확인절차 경로를 단축하려는 경향
때문에 그냥 기존 인식에 주저앉고 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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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감 나는 악역으로 단박에 스타가 된 연예인이 평생 그 이미지를 못 벗어
나듯, 첫인상이 깨지는 데에는 만들어질 때와 비교하여 약 200배의 정보량
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듯 뭐든지 우리 안에 선입견으로 자리를 잡고 나
면, 그것이 우리 의식을 지배하기에 보다 진실에 충실한 또는 근접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성경에 “깨어있으라”라는 말이 있는 까닭이 바로 이
런 현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말로 세우는 격

■ 막말은 자해 행위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다. 저급한 격의 말이 있는가 하면, 고상한 격
의 말이 있다. 인격(人格)이라는 말이 있듯이 언격(言格)이라는 말도 성립한
다. 언어에도 사람의 품격에 해당하는 격이 있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사실은 언격이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인격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저
급한 언격의 말을 쓰는 사람은 인격이 저급할 수밖에 없다. 또 고매한 언격
은 고매한 인격을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철학자이자 시인인 에머슨은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말로 스스로를 비판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
에 말 한 마디가 남의 앞에 자기의 초상을 그려 놓는 셈이다.”            
 기업들과 변호사들을 상대하며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을 성찰해 온 로버트
제누아는 말한다.
 “말은 말하는 이의 진짜 내면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그 단서의 조
각들이 모이면 인간성이라는 모자이크가 완성된다. 이를 통해 진짜 모습, 진
정한 내면이 형성된다.” 

 특히 정치인들 가운데 막말을 가리지 않고 쓰는 사람을 종종 목도한다. 그
들은 ‘언격’ 곧 ‘인격’에 문제가 있다. 막말 쓰는 사람의 내면에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
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더라도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은  아직 미성숙한 사람
일 뿐이다. 같은 정의를 외치더라도 그 안에 ‘사랑’을 품은 사람이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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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정의를 구현하면서 유의할 것은 증오나 단죄나 저주의 언어를 피해
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아무리 ‘정의’의 명분으로 말한다고 해도, 남에게 상
처를 주는 독설을 퍼부어도 된다는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이다.                  

■ 아버지의 편지글

 근래에 스페인의 펠리페 왕세자가 30여 년 전 캐나다 유학 시절 아버지 후
안 카를로스 국왕에게서부터 받은 편지글들이 공개 되었다.  아버지가 아들
에게 전한 지도자의 품격에 대한 지혜인데, 그 내용이 알차다. 몇 대목만 소
개해 보자면 이렇다.
 “아들아! 오늘날엔 왕세자라는 태생적 신분만으론 왕이 될 수 없다. 매일의
언행으로 왕의 자리를 획득해 가야 한다.”
 “피곤할 때에도 활기차 보여야 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을 때도 친절해
야 한다. 관심이 없더라도 경청해야 하며, 수고스럽더라도 남에게 도움을 주
라.”
 “왕은 남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하며, 말을 할 땐 균형 있게 말해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선 말을 많이 하되 신중해야 하며 확언을 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언론의 노예와 같다. 언론은 개인이나 기관을 끌어
올릴 수도, 만신창이로 만들 수도 있다.(…) 언론은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언론이 너를 종중하도록 만들라.”

카를로스 국왕은 이렇게 자식을 교육했다. 그리고 편지글 마지막에는 항상
“너는 사랑하며 그리워하고 있다. 아버지가”라고 덧붙였다. 
 애정 어린 권고의 대부분이 말에 대한 것이다. 그만큼 말로써 격을 세우는
것이 왕가 교육의 우선적 선택이었던 것, 이것이 비단 왕가에게만 해당하는
지혜이랴.

■ 미안해요, 아버지

 진실보다 더 힘 있는 말은 없다. 진실보다 더 높은 격도 없다. 어떤 웅변도
진실보다 강할 수 없다.

                                - 23 -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소개된 실화로 무대는 어느 해 뉴욕 주 고등
학교 농구부 결승전이 열리던 한 체육관이다.
- 용커스 고교 대 뉴로셸 고교의 결승전, 경기 종료 30초 전, 1점을 리드하
던 용커스팀의 슛이 실패하자 곧바로 뉴로셸 팀이 리바운드하여 속공으로
마지막 슛을 했는데, 공이 링을 빙글빙글 돌다가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다
시 뉴로셸 선수가 공을 툭 쳐서 슛을 성공했다.
 - 주심은 그 슛 이전에 게임이 종료되었다고 선언한 뒤였고 흥분된 관중은
심판의 신호를 듣지 못함
- 그때 주심이 계시원(타임 키퍼) 책임을 맡고 있던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
은 이렇게 답했다. “공이 들어가기 전에 부저가 울렸어요.”
 -주심은 용커스가 이겼다고 최종으로 선언했다.
- 그런데 그 계시원은 뉴로셸 팀 코치의 아들이었고, 팀은 경기에 졌지만 코
치는 아들에게 말했다.
 “괜찮아, 너는 공정하게 본 그대로 말했을 뿐이야.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 그리고는 주심 앞에서 그 정직한 아들을 소개했다.
 “이 아이가 내 아들입니다.”   
 그로인해 아버지와 아들의 격이 만인 앞에 우뚝 서게 되었다.

◈ 어눌함의 반전

■ 두 달 걸린  충고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누구든 말 잘하기를 꿈꾼다. 말 잘하는
사람을 빗대어 “언변이 좋다”, “구변이 있다”, “말재주가 뛰어나다”등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말주변은 오래 못간다. 오래가는 것은 외레 어눌하지만 진실어린 한
마디다.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우리는 “그 사람 참 진국이야!”라며
긴 여운으로 기억해 준다.
 노자의 도덕경 제35장에는 이런 말이 있다.
 “도인에게서 나오는 말은 맑고 담백하여 아무 맛도 없다.”(道之 出口 淡乎
其無味)  즉 도인의 가르침은 너무 평범하거나 재미가 없어서 매력이 없으므
로 일반인들의 마음에 자극을 주기가 어렵다는 것. 이는 “눌변(訥辯)이 달변
이다”라는 말과 통한다.    
                                - 24 -
내가 무척 좋아하고 또 자주 인용하는 간디 이야기다.
 어느 날 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간디에게 찾아와 말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사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가 다 썩었어요.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으니 선생님이 좀 타일러 주세요. 선생님 말씀이라면 듣겠지
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간디는 “한 달 후 데리고 오세요. 그때 얘기해 보지요”라
고 말했다. 아이 엄마는 조금 당황했지만 한 달을 기다렸다가 다시 찾아갔
다.” “한 달만 더 있다가 오십시오.” 아이 엄마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꾹 참
았다가 한 달 후 또 찾아갔다.

 드디어 간디가 아이를 불러 말했다. “얘야 오늘부터 사탕을 먹지 마렴. 무
엇보다 네 아이 때엔 이를 튼튼하게 지켜야 한단다.”
 “예! 선생님. 앞으론 안 먹을래요.”
 그제야 아이의 엄마가 간디에게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그 아이에게 그 말씀 한 마디 해 주시는데 왜 두 달씩이나 걸려야
했나요?” 간디가 웃으며 대답했다.
 “실은 나도 사탕을 무척 좋아해서 즐겨 먹었지요. 그런 내가 아이한테는 사
탕을 먹지 말라고 할 수 있겠소. 내가 사탕을 끊는데 두 달이 걸렸고, 이제
는 아이에게 당당하게 말해 줘도 되겠다 싶었던 거지요.”                 

■ 겁 모르는 말과 겁먹은 말

대다수의 사람들은 ‘겁’을 모른다. 그러기에 영국의 시인 겸 평론가 새뮤얼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은 사람의 생이 끝날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한 심판을 유보한다.”
 그러면 왜 우리는 가차 없이 남을 심판하는 것일까? 동양이나 서양이나, 옛
날이나 오늘이나. 사람들은 남을 심판하기를 즐긴다. 그런데 가만히 짚어 보
면, 우리가 남을 비판할 때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고 심사숙고하면서 신중하
게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외려 감정에 치우쳐 있거나, 경솔하거나,
헛소문에 의지 하거나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겁이 없고 과감한 것은 일반적으로 큰 덕이다. 하지만 남을 판단함에 있어
서는 오히려 최악의 단점이다. 

                               - 25 -
■ 언제나 짧은 말

 노자 도덕경의 첫 문장이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
 학자들에 따라 조금씩 해석을 달리하지만, “도를 도라 할 수 있으면 늘 그
러한 도가 아니며, 이름을 이름이라 할 수 있으면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
다.”쯤으로 알아들으면 대체로 무난하겠다. 
 한마디로,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명문이다. 바로 언어는 어차피 실재를
온전히 기록할 수 없다는 심오한 가르침! 
 
 시인 고은은 ‘내 인생의 한 줄’로 단테의 ‘신곡’ 천국편 33절을 꼽았다.
 내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말임에도 아직
 어미 젖 묻은 아기의 옹알이보다 짧으리라. 
이 구절을 추천하며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이 시 마지막 구절을 내가 내 세운 까닭은 우리들은 참 많은 말을 합니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에 잊지 않을, 잊을 수 없는 그런 말을 남기기도
하지만, 또 수많은 쓰레기나 티끌 같은 말도 마구 내뱉고 있는데요. 이런 언
어 행위 자체가 사실은 젖 먹을 때 젖먹이가 하는 옹알이보다 짧거나 못 미
친다는 그런 지적을 이 시가 해주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울림이 있는 말의 예술 - 말발

◉ 마음을 훔치는 말
◈ 마음 줄 당기기

■ 말발          

상대를 움직이는 힘, 이를 일러 우리는 ‘말발’이라 부른다. 사전에 따르면 말

                                - 26 - 
발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말의 힘’이라 정의 되어
있다. 말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말발이다.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말
발이 먹히지 않으면 헛수고일 따름이다. 단 한 단어로도 말발이 작동하면 임
무 완수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말발이 발휘될까. 답은 쉽다. 청각은 귀가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다. 우리 속담에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
다”라는 말이 있다. 말을 잘해서 상대의 마음이 동하게 하면 기대 이상의 것
을 얻게 된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귀만 만족시켜서는 이런 결과를 얻기 어렵
다. 상대의 마음까지 훔칠 때 비로소 예상 밖의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소통에서 마음은 금보다도 귀하다.                   

■ 내 마음이 노래하게 하는 것

 192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
했다.
 “시인이 우리 마음속에서 노래하게 하는 것은 시인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의 생각이다.”
 옳은 말이다. 우리가 어떤 시를 읽었을 때 “야~ 이 시, 굉장히 내 마음에
와 닿는데!” 한다면, 그것은 그 시가 단순히 좋아서가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그 무엇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심리와 설득 분야에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심리
학 박사 케빈 호건은 ‘마음 줄’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마음 줄’이란 글자
그대로 ‘마음을 당기는 줄’이다.                           
 나 자신의 경우, 내가 잘 걸려드는 ‘마음 줄’의 단어군이 있다. 상대방이 하
는 말이 나의 애틋한 경험, 내 체험의 고향 어느 장소, 시간, 사건을 떠올리
게 하면, 나는 마음의 문을 열고 그 말을 받아준다. 누구든지 내 체험의 노
스탤지어를 자극하면 금세 무장해제를 하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오 헨리의 작품 중에 ‘강도와 신경통’이라는 작품이 있다.
 강도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주인이 잠에서 깨자 강도가 총을 들이
대며 주인이게 말했다.
 “손들어!”
 
                               - 28 -     
 집주인은 엉겁결에 왼손을 들었지만 오른손을 들 수가 없었다. 강도가 물었
다. “왜 한 손만 드는 거지?”
 주인이 말했다.
 “나는 신경통으로 오른손이 거의 마비되었습니다. 도저히 들 수가 없군요.”
 이 말을 들은 강도가 험한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주인에게 말했다.
 “사실 나도 신경통 때문에 이 짓을 하고 있소. 낮에는 일도 못하고 밤에는
온 몸이 쑤셔서 잠도 못자고, 결국 이렇게 살고 있다오.”
 이 글에서 신경통은 상대방의 마음을 건드렸다. 누군가의 아픔에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다.  

■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의 마음은 도자기, 질그릇과 같다. 아무리 강한 척해도 툭 치면 깨지기
마련이다. 우리 가운데 놋쇠 그릇인 사람은 없다. 그러니 말을 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 줄과 관련하여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이 “아니오” 모드를
작동시키지 않도록 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좋은 의미로 대답하는 “아니
오”라도 그것이 입술로 발음되는 순간, 우리 몸에서는 모든 신경이 “아니오”
에 상응하는 긴장 상태를 만들어 낸다. 나아가 “아니오”상태인 거부 모드를
형성하여 방어 태세를 취하게 만든다. 일단 이 거부 모드가 형성되면, 그것
을 해소하는 데 훨씬 많은 수고가 필요해진다. 그러니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니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도록 물음을 잘 던질 일이다.

 가끔씩 TV에서 토론 방송을 볼 때, 전문가들끼리 티격태격 하는 장면을 포
착한다. 파고들어가 보면 양측이 큰 견해차가 없음에도 필요 이상으로 격하
게 흥분하여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왜? 십중팔구는 “그게
아니고~”, “아닙니다, 나는~”라는 식의 말투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 같은 표현을 접하면 한두 번은 참다가도 정도를 넘어서면 이내 폭발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가 이런 식의 표현
에서 거부감을 느끼겠는가. 토론은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좋은 의견을 내고 중지를 모아 최선의 지혜를 얻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사
실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 28 -
◈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기

■ 궤변론자를 무너뜨린 대화법

 소크라테스는 시간을 초월한 현자다. 그는 철학자로서도 경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적으로도 참 매력을 풍긴다. 그는 대화에서 한 번도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에 자제력과 노련함으로 상대방이 스스로 깨달
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는 이른바 대화의 달인이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의 경험에 맞추어 말해야만 한
다. 예를 들면 목수에게 이야기할 때는 목수가 사용하는 말을 써야 한다.”
 이 귀중한 충고는 그냥 머리에서 떠오른 발상이 아니었다. 숱한 궤변론자들
을 상대하면서 소크라테스 스스로가 터득한 경험의 지혜였다. 자신의 언어와
주장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방의 언어와 주장을 골똘히 경청하면서 그 안에
내포된 자체 모순만 밝혀내도 스스로들 허물어지더라는 통쾌한 결론의 산물
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그들이 알아듣고 수긍할 수 있는 언어로
질문을 하면서 어떤 개념이나 깨달음에로 인도하였다 이를 ‘산파식 교육이라
부른다.
 제자가 애를 낳도록 도와주려면 그의 언어로 깨닫게 해서 그가 잘 소화하
게끔 이끌어 줄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대화에서건 교육에서건 관건이 되
는 것은 먼저 상대의 언어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 

■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말

 앞서 언급한 ‘마음 줄’과 비슷한 개념으로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상대방과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어떤 달콤한 지점, 곧 말
하는 이의 마음과 듣는 이의 마음이 만나는 접점을 가리킨다. 서로의 바람과
계산이 맞아 떨어지는 지점, 바로 이 스위트 스팟을 관류하는 코드를 찾아내
고 그것을 소통 창구로 삼을 때 상호간에 말발이 통하기 마련이다.

                              - 29 -
0 이름난 말썽쟁이 피터 매슨이 틸리 선생 반이 되었다.               
- 전 담임이  피터를 악마에 비교하며 주의하라고 을러댐
- 틸리 선생은 생각 끝에 그를 불러 이렇게 얘기했다.
   “선생님은 너의 도움이 필요해. 실은 내가 신경쇠약으로 학생들을 지도하
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어. 하지만 나에게는 부양할 어머니가 있고 그만 두
면 ~. 그러니 네가 나를 좀 도와주렴. 네가 이 학교에서 제일 용감하고 힘
세다고 들었어. 그러니 네가 우리 반의 질서를 잡아주고 약한 친구들을 보살
펴준다면 내가 계속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해 주겠니?” 

- 하룻밤 사이에 피터는 깡패에서 모범생으로 바뀌었다.
- 훗날 성직자가 된 그는 틸리 선생을 기리는 마음으로 미국 펜실베니아 주
앨런타운에 성심 병원을 설립했다.
 피터는 틸리 선생과의 단 10분의 대화를 통해 180도 변했다. 그것은 바로
틸리 선생이 피터의 스위트 스팟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0 마더 테레사 : 그는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도 했지만 무작
정 준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가난한 사람들한테 기부금을 받아내기도 했
다. “당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도와주세요.”
 이 말이 여태까지 도움을 받기만 하던 이들에게 “도와 달라” 고 청하는 이
가 있으니 더없이 고마운 일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자신들도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존재’라는 인정과  보람을 느
끼게 했으니 고마울 수밖에.

0 미국의 여성 사업가 오스틴 : 큰 체형의 여성 속옷만 판매함
- 그녀는 관행대로 이 대형 속옷을 ‘빅(big) 사이즈’라고 부르지 않고 전혀
새로운 어감의 ‘퀸(queen) 사이즈’라고 불렀다.
-자신의 회사에서 출시된 속옷을 입는 여성에게 뚱보가 아니라 여왕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함
- 그 옷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고, 오스틴은 성공한 사업가가 됨 

◈ 추임말

                              - 30 -

■ ‘추임말’의 탄생

 판소리를 듣다보면  목석같던 마음도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부르는 이의
입장에서야 더 하겠지만, 단지 청취하는 입장에서도 “어얼쑤”, “지화자 좋
네”, “얼씨구절씨구” 등의 추임새는 맨숭 무덤덤하던 마음에 흥을 충동한다.
듣기만 해도 엉덩이가 들썩하게 하며 침잠했던 무드를 끌어 올린다. 덩달아
사기도 높아진다.
 관광버스 안에서 들려주는 뽕작의 추임새도 이에 못지않다.  별 희한한 괴
성과 함께 해학스럽게 질러대는 애드리브 노랫말은 듣는 이의 심금을 그야
말로 들었다 놨다 한다.
 대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말들이 분명 있다. 저런 식의 ‘희화’
언어가 아니라도, 생의 신바람을 일으키는 말들이 있다. 나는 이를 판소리
사이사이에서 흥을 돋우는 ‘추임새’와 비슷하다고 하여 ‘추임말’로 부르고자
한다.

이를테면 인간관계론의 효시 데일 카네기가 다음 문장에서 언급하고자 했던
취지가 결국 추임말에 해당하는 셈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힘으로 이 세상의 행복총량을 쉽게 증가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이 궁금한가? 바로 외롭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몇 마디의 말을 진지하게 건네는 것이다. 비록 여러분은 오늘
했던 그 친절한 말을 내일이면 잊어버릴지라도 이를 들은 사람은 평생을 간
직할 것이다.”

■ 호칭만 바꿔줘도

 지난해 작고한 최인호 작가를 나는 선생님으로 부른다. 내 학창시절 거의
독보적으로 소설계의 카리스마로 통하던 그였으니 내가 사부로 삼는다 한들
어색할 것이 없다. 선생을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무지개 원리’의 추천글
을 청하면서였다. 본래 그런 글 안 써주기로 유명한 선생이었지만, 내가 생
떼를 써 결국 받아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선생은 불쑥 연구소를 방문해 주
었다. 존경과 흥분으로 담소를 나누던 중, 선생은 의외의 제안을 했다.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서, 신부님이 생의 좌표를 찾는 중생들을 위해 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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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인 글을 쓰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에? 아직 연륜도 그렇고 경륜도 부족해서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선생님이 그런 역할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선생은 끝내 내게 글 쓰는 이로서 좀 더 큰 욕심을 낼 것을 권면했다. 평생
구도의 길을 가고 있는 내게 영락없는 유혹이었다. 그러고서 한 일 년쯤 지
났을까? 전화 소통을 하던 계제에 선생은 못박아 당부했다.
 “신부님은 사상가가 되셔야 합니다!”
 선생이 내게 권고한 사상가란 호칭은 두고두고 숙제가 되었다.
 네이밍에 대한 남사스런 추억이었다. 이처럼 네이밍은 손색없이 방금의 주
제인 추임말로 작용하기도 한다. 곧 ‘이름붙이기’만 잘 해도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추임말이 된다.      

 미식축구계의 역사적 인물 루 홀츠가 인디에나 주 노트르담대 미식축구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팀의 성적은 최하위였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을 향해
항상 ‘챔피언’이라고 불렀다. 단 2년 만에 선수들은 자신이 챔피언이라는 것
을 우승으로 증명했다. 호칭이 바뀌니까 자의식도 바뀌게 되었다.
 추임말 ‘이름붙이기’는 가정에서도 효과 만점이다. 아내가 남편을 향해 “아
이구 웬수 덩어리”하면 남편이 정말 ‘웬수’가 되고 만다. 그러나 대신 “복덩
어리” 라고 계속 불러대면 실제로 ‘복덩어리 남편’이 된다.

■ 죽음과 바꿀 수 있는 말

 칭찬도 일종의 추임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말했다.
 “인간이 지닌 본성 중에 가장 강한 것은 남의 인정을 받고자 갈망하는 것
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최초로 남극 대륙 횡단에 도전했던 어니스트 섀
클턴. 그 도전은 실패했음에도 그는 지금까지 위대한 리더 중 한 명으로 불
린다. 특히 그가 횡단을 준비하면서 ‘런던타임스’에 냈던 대원 모집 광고가
인상적이다.
 “위험한 여행을 함께 할 사람 구함. 혹독한 추위, 저임금, 길고 캄캄한 어
둠, 끊임없는 위험, 안전 귀환을 보장하지 못함, 성공할 때는 명예와 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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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기 왕성한 젊은이에게는 명예스러운 ‘칭송’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1865. 4. 14, 에이브러햄 링컨은 포드 극장에서 존 윌크스 부스라는 인물
에게 암살당했다. 당시 그의 호주머니에서는 세 가지 유품이 발견 되었는데,
손수건 한 장, 주머니칼 하나, 그리고 신문 조각이었다. 그 기사에는 이런 글
귀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역대 정치인들 중에서 가장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 에이브러햄 링컨.”
이 신문 조각은 링컨의 솔직한 속내였으리라. 이처럼 위대한 정치가 링컨을
움직인 것 역시 칭찬이었다.

 마크 트웨인은 “나는 칭찬 한마디를 들으면 그것으로 두 달을 살 수 있다”
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어떤가? 칭찬 한 마디 들으면 얼마나 살
까? 일주일? 한 달? 일 년? 글쎄다. 어떻게 일주일이나 참지?

◉ 다시 배우는 지혜 화법
◈ 인재를 키우는 말

■ 하브루타

 나의 수업 방식은 질문과 대화다. 수업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퍼붓
는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을 빌려서 내가 준비한 강의를 전개한다. 그뿐이
아니다. 나는 질문할 것들을 학생들에게 주문한다. 나는 노골적으로 말한다.
 “나는 질문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전문적으로 질문을 잘 던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들이나 방송
진행자 들이다. 나는 비교적 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숱한 질문을 받았다. 재
미있는 사실은 질문의 수준이 내 답변의 질을 결정지었다는 점이다. 질문을
예리하고 깊이 있게 던진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너스를 받아갔다. 반면에
관행적인 질문을 던진 이들은 그저 평이한 정보만을 가지고 갔다. 아무리 성
의껏 답변을 해 주어도 이미 질문으로 결정된 대화의 범주는 깨지기 어려웠
다.    

                              - 33 - 
 아랍권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나기브 마푸즈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어떤 사람이 대답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알 수
있지만, 그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보면 얼마나 지혜로운지를 알 수 있다.”

 질문을 중요한 교육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유대인의 ‘하브루타’다. 하
브루타란 유대인의 대화식 전통교육법으로서, 짝을 지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
으며 대화, 토론, 논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유대인은 하브루타를 특히 밥상머리에서 자주 행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
다. 밥상머리 교육이 효과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하버드 대학 한 연구팀에
따르면, 세 살 어린이가 책을 통해 배우는 단어는 약 140개에 불과하지만,
가족과의 식사를 통해 배우는 단어는 약 1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같은
언어 환경은 훗날 아이의 독해 능력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 1주일에 적어도 5회 이상 가
족과 함께 식사하는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학업 성적이 훨씬 우수하고 알
코올 섭취는 42%, 흡연 비율은 59% 정도 더 낮았음     

하브루타의 규율 : 5세부터 언어 교육에 중점을 둔 유치원 토라교육 실시
1. 항상 연장자에게 발언권을 준다.
2. 다른 사람의 이야기 도중 끼어들지 않는다.
3.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4. 당황하면서 서둘러 대답하지 않는다.
5. 질문과 대답을 간결하게 한다.
6. 처음 할 이야기와 나중 할 이야기를 구별하여 한다.
7. 잘 알지 못하고 말했거나 잘못 말한 것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유대인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지혜
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이 질문을 독려하기 위해 그들에게는 후츠파 정신도
훈련된다. 후츠파(chutpah)는 ‘뻔뻔함, 당돌함, 철면피, 놀라운 용기’ 등의 사
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히브리어다. 결국 질문할 때는 ‘후츠파’하라는 것이
다. 유대인들에게는 토론할 때 서로 약속된 뻔뻔함으로 임하니 감정 상함이
없다. 토론하다가 금세 쌈질로 돌변하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질문에 대해서
이런 가치관으로 어려서부터 교육받으면 토론은 굉장히 생산적이 되고 학문
이 발전한다.  
                              - 34 -
    ■ 희망의 언어문화

 아이는 아직 자아가 덜 성장했기 때문에 자기 보호 본능이 더 강하여 부정
적인 언어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어른은 자아의 힘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덜 예민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에
게 말할 때에는 되도록 부정적인 말을 피해야 한다.
 부정적인 언어를 들으며 자란 아이는 남들에게 마음을 닫아 걸고, 자신의
가능성도 묻어두고 만다. 여기에는 일방적, 지시적, 위협적, 단정적 언어들이
포함된다. 이를테면 “닥쳐! 입 다물어! 확실히 못하겠어? 시끄러워!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 헛소리하지 마!”와 같은.
 반면에 긍정적인 언어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타인에게 마음을 잘 열뿐
아니라, 자신 안에 잠재된 능력도 더 잘 발휘한다. 그 좋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잘했어! 우리 아이 똑똑하네! 괜찮아요. 훌륭해!”등 이런 표현들은 아
이들을 큰 그릇으로 키운다.

 아무리 사회가 암울하더라도 언어만큼은 일부러 긍정적이려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일이 꼬일 때 우리가 빠지는 유혹은 절망과 불평의 언어
다. 쓰는 말이 거칠어지고 회색빛이 되고 어두워지면, 좋은 날이 와도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현실만 바라보는 지성은 비판과 걱정 일색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는
온통 긍정과 꿈과 희망의 가능성만 본다.             
■ 열린 멘토링

 괴테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밤마다 어린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종종 이야기 클라이맥스에서 멈추곤 했다. 그 뒷이야기를 괴테의 상
상에 맡긴 것. 어머니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차들에게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아들이 내린 결말을 항상 칭찬해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이런 멘토링을 통해, 괴테는 풍부한 상상력과 참신한 이야기 구성
능력까지 키울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똑 부러진 정답을 말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우리네에게 신
선한 자극이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상상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주는

                              - 35 -
것은 누군가를 위한 훈수이기 이전에 다소 성질 급한 나 자신을 위한 일침
이다.     

◈ 솔로몬의 레브 스메아

■ 듣는 마음

 지혜를 대표하는 인물로 치자면 솔로몬을 빼놓고 넘어갈 수 없다. 보통 우
리에게는 “저 아기를 반으로 잘라서 서로 자기가 엄마라고 우기는 두 여인
에게 각각 나눠줘라”라는 명판결로 아기의 진짜 엄마를 가려낸 임금이라 알
려진 솔로몬.
 그는 하느님께 지혜를 청하여 받았다. “소원을 말하라”는 하느님이 말씀에
솔로몬은 ‘지혜’를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지혜’가 성경의
히브리어 원문에는 레브 스메아(leb smea) 곧 ‘듣는 마음’으로 적혀 있다.
레브(leb)는 마음이고, 스메아 ‘듣는다’는 의미의 샤마(shama)에서 온 말이
다.
 “언젠가 글을 읽다가 청(聽 들을 청)을 풀이한 대목을 보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듣는다는 의미의 聽 을 파자한 것으로, 왕의 귀(耳+王)로 듣고, 열 개
의 눈으로 보고(十 +目)으로 보고, 하나의 마음(一 +心)으로 대하라고 해석
하는 것이다.
 왕의 귀로 듣고, 열 개의 눈으로 보고, 하나의 마음으로 대할 줄 아는 사람!
흔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 한 예가 넬슨 만델라다.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더로서 이 땅을 전설적일 만큼 훌륭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언제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왔다. 나는 어떤 회의나 토론
의 장에서 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참석한 사람들이 각자 무엇을 말
하려는지 경청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많은 경우, 내 자
신의 의견이 단지 내가 경청했던 토론의 합일점을 대변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 최고의 성군 당태종, 하루는 조정회의를 마치고 나온 태종이 분노를 참
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이놈의 시골 영감! 언젠간 내 손으로 그놈의 목을 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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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황후가 깜짝 놀라며 누구를 말하는지 물었다.
 “위징이라는 영감이오. 언제나 신하들 앞에서 대놓고 나를 모욕하는데 더는
견딜수가 없소!”      
 황후는 조용히 물러나더니 정장으로 갈아입고 태종에게 큰 절을 올렸다. 뜻
밖의 행동에 당태종이 그 연유를 묻자 황후가 대답했다.
 “하례드리옵니다. 폐하! 예로부터 임금이 현명하면  신하가 곧다고 했습니
다. 위징이 그처럼 곧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폐하가 현명하다는 증
거지요.”
 경청은 태도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향에 수긍하는 것도 포함한
다. 특히 상대방이 비판이나 조언을 해올 경우, 경청의 미덕이 필요하다.

■ 침묵 경청

 침묵 속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누구든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아무
리 낮은 소리로 들려와도 잘 듣는다. 원시 환경에서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원주민들은 새소리 하나, 벌레소리 하나 흘려듣지 않는다. 도
심에서 군상들 틈바구니 속에 북적거리며 사는 도시인들은 아무리 시끄러워
도 자신을 부르는 소리나 자신을 험담하는 소리에 촉을 곤두세운다. 여기서
관건은 나의 관심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느냐다. 여태 억눌러 놓았던 내면의
소리에 한번 귀 기울여 보자. 영성의 길을 걷는 이라면 하늘의 소리에도 귀
를 열어보자. 또 자연의 소리는 어떤가?         

 춘추 시대 오패의 한 사람이었던 제환공은 어느 해 봄, 명재상인 관중, 대
부 습붕 등과 함께 군대를 이끌고 고죽국(孤竹國)을 토벌하러 갔다. 그런데
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돌아오게 되었다. 지독한 추
위 속에 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 때,  관중이 앞으로 나서더니 무리 중 가장
늙은 말의 고삐를 풀어 주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과연 얼마 후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늙은 말의 본능과 지혜로 길을 찾은 것이다.
 또 한 번은 산속에서 진군하고 잇을 때 물이 떨어져 군사들이 갈증으로 허
덕이고 있을 때 습붕이 말했다.
 개미는 겨울에는 산 남쪽에 집을 짓고, 여름에는 산 북쪽에 집을 지을 정도
로 영리하지 그러니 개미집을 찾아보게 그리고 그 밑으로 여덟 자 되는 곳
에는 물이 있다고 하니 말일세.”     
                               - 37 -
■ 토킹 스틱

 ‘토킹 스틱’이란 인디언 들이 회의를 할 때 부족장이 들고 있는 지팡이다.
부족장은 발언권을 청하는 부족원에게 이 토킹 스틱을 건네고, 토킹 스틱을
가진 사람만이 말을 할수 있다. 이때 다른 부족원은 참견하거나 말을 끊을
수 없다. 이렇게 하여 회의가 끝나면 모두가 만족한다.
 이처럼 토킹 스틱은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절대로 끊지 못하게 하는 제도
적 장치다. 그만큼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를 요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말을 끊지 않고 듣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행동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이 말할 때 25%만이 제대로 듣고 나머지
75%는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오해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경청하려
면 질문과 맞장구가 동반될 필요가 있다.       
  “아 그랬군요!”, “정말요?”, “그 얘기 좀 더 해 봐요. 더 듣고 싶어요.”,
“그 다음에 어떻게 됐죠?”라는 식의.

 자신의 똑똑함을 보여주려고 하기 전에 상대방이 스스로 똑똑하다고 느끼
도록 해 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상대에게 나의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
기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경
청의 백미다.  

◈ 일곱 살배기 안나의 훈수

■ 봐야 할 지점들

 “Hi ! 미스터 갓” 일곱 살배기 안나는 하느님을 ‘미스터 갓’이라고 불렀다.
안나는 내게 사물을 보는 방법을 새롭게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관점 그러니까 ‘보는 지점’ 또는 ‘보는 위치’들을 가지
고 있잖아. 그치만 미스터 갓은 ‘봐야할 지점’들만 가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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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보는 지점(Point of view)!' 그런데 이 영특한 아이는 자유롭게 언어
의 족쇄를  벗어나 '봐야할 지점(Point to view)'이라는 역발상을 한다. 옛
말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겠다.
 이 아이의 지적은 우리가 아무런 경계 없이 사용해 온 ‘관점’ 이라는 단어
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고 있다. ‘보는 지점’이라는 말은 정해
진 자리에서 자기중심적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볼 때 사용될 수 있다. 반면
‘봐야 할 지점들’이란 말은 자기중심을 탈피해서 상대방의 입장, 또는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의 처지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사람은 ‘보는
지점’만을 가지고 있고, 미스터 갓은 ‘봐야할 지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안나
는 예기했던 것이다.     

■ 화이부동

‘화이부동(和而不同)’,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되 똑같지 않다!
 전 언론인이자 작가 홍세화는 이를 ‘똘레랑스’의 핵심 정신이라고  말한다.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
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다. 곧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해 주
는 것이다. 우리의 비극은 ‘다름’을 ‘틀림’과 동일시하는 데 있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을 할 때 반드시 주변을 살피게 된다. 혹시 누군가 기분 나쁘게 여길까봐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다름’을 서로 경합 내지 경쟁  대상으로 여기고 배척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다. ‘다름’을 더 이상 ‘틀림’이라는 말로 바꾸지 않을 때, ‘다름’은 다양성
의 풍요로 꽃을 피우게 된다. 다양성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잘만 활용하면
풍요를 넘어 융합 에너지를 뿜기도 하니, 이로부터 다시 적대적 대립으로 역
행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2014. 12. 14 
                      - 다음에  계속됩니다. -

                                - 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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