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문학(2)

2015. 5. 27. 08:47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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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문학(2)

■ 조승연 지음

Chapter 4 인문학으로 배우는 기업윤리

■ 후세인은 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나

- Palace 사람들의 니즈를 외면하면 조직이 붕괴된다

서양 인문학은 리더나 잘나가는 조직에게 왜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지 잘 알려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해결해주거나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리더와 조직에게 충성을 바친다. 그러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칼처럼 돌아선다. 17세기, 여러 영주들과의 숱한 권력 싸움을 겪으며 오늘날의 프랑스를 통일국가로 만든 태양왕 루이 14세는 조직 운영의 여러 어려움을 겪어본 후 “왕은 선물을 주는 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 ‘권력’임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역사는 인간이 결정적인 순간에 절실한 욕구를 해결해주는 조직과 리더에게 진정한 충성심을 보이며 따른다는 점을 여러 사실로 증명한다.

0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

- 레무스와 쌍둥이 형제로 부모에게 버림받음

- 삼촌 아물레우스가 언젠가 조카의 칼에 죽을 거라는 예언에 겁을 먹고 조카들을 강에 내다버려 둘은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람

- 훗날 레무스가 아물레우스에게 잡혀 갔다는 말을 들은 로물루스는 자신을 따르는 양치기들을 데리고 아물레우스를 치고 새로운 도시국가를 세움

- 로물루스는 팔라틴 언덕에 도시를 세우자고 했고 동생 레무스는 반대하다가 죽음

- 로마의 첫 번째 왕이 된 로물루스가 기거하게 된 곳이 ‘팔라틴’ 언덕이었기 때문에 이후 모든 서방국가의 왕들은 자신의 거처를 ‘팔레스 palace’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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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역사 최초로 ‘팔레스’에서 살 자격을 획득했던 로물루스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인 성욕과 자손 번식에 대한 욕구를 동시에 해결해주었고, 떠돌이 양치기 생활을 접고 꿈같은 가정까지 이룰 수 있게 만들어주어 양치기들은 로물루스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을 바치는 로마 귀족계급 시조가 되었다. 그러나 로물루스가 왕이 되고 귀족위에 군림하려 하자, 로마 귀족들은 반발했다.

태풍이 부는 어느 날 로마 귀족들은 로물루스를 죽여 제물로 썼다. 나라를 만든 사람도 파트너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면 가차 없이 제거 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양 인문학에서도 오랫동안 ‘민심은 천심’이라고 가르쳐 왔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조직이나 리더도 따르던 사람들이 갑자기 떠나면 권력 기반이 속절없이 무너져 망한다는 것을 처절하게 경험해본 후의 조언일 것이다. 이것은 2000년이 지난 지금의 리더십과 조직경영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며, 현대 역사에서도 충분히 사례를 찾을 수 있다.

0 1991년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략

- 미국은 ‘사막의 폭풍작전’을 감행해 이라크를 간단히 승리

- 당시 이라크는 이란과의 10년이 넘는 전쟁 경험과 65만 군대, 그리고 러시아제 각종 무기들이 깔려 있었지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

- 그 패전의 원인은 오랫동안 군대에서 비인격적이고 가혹한 대접을 받아온 이라크 군인들이 미군이 쳐들어오자 집단 탈영을 했기 때문이었다.

- 술라마니아 동네에서는 하루에 30,000명이 쿠트라는 도시에서는 20,000명이 싸우기를 거부하고 탈영

- 이라크 정부는 부랴부랴 군인들의 봉급을 200%인상시켜 준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도 그 약속을 믿지 않았다.

- 결국 후세인은 흙구멍 안에 숨어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음

0 미국의 물류 기업 UPS

- 1990년도 후반부터 급성장, 배달부들은 UPS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적극 홍보

- 그러나 이들은 UPS 정식 직원들이 아니라 계약직들이었고 평소 회사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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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주문이 쇄도해 엄청난 수익이 날 때까지 참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185,000명의 계약직 노동자가 일시에 일손을 놓았다. UPS 유니폼을 입고 행복하게 일하는 배달부 광고에 익숙해 있던 고객들은 이들이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노동자 편으로 돌아서서 회사의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UPS는 노동자의 의견을 대폭 수렴한 고용 계약으로 간신히 무마했지만 이 사태로 무려 6억 달러, 한화 7,000 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2012년 파리와 런던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평소 임금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파리의 지하철공사 RATP의 직원들은 올림픽위원회 심사단이 파리에 실사 조사를 오던 날 파업을 단행해, 파리 시장의 꿈을 풍비박산 내고 런던에게 행운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렇게 역사는 조직원들에게 평소 조금 더 베푸는 것이 절대 가외로 나가는 아까운 비용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 <베니스 상인>으로 알아본 비즈니스의 공정성과 법의 역할

- Law 원칙은 절대 무너트려서는 안 된다 -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이 상인>은 16세기 유럽의 금융업을 도맡았던 유태인들과 일반인들 간의 갈등을 실감나게 묘사해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이 작품을 단순히 피도 눈물도 없는 유태인 고리대금업자와 사랑과 우정으로 가득한 착한 무역업자의 머리싸움으로 공부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유럽이 비즈니스 중심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공정성과 법의 역할을 잘 그려 명작으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유태인 금융업자를 마주칠 때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서 침을 뱉고 노골적으로 무시함. 이는 당시 유럽인들이 유태인 금융업자를 공개적으로 경멸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임

- 안토니오가 친구를 위해 큰돈이 필요해졌을 때 그 돈을 빌려줄 수 있는 부자는 샤일록 밖에 없었음, 샤일록은 그동안 당해온 모욕을 보복할 기회로 보고 안토니오에게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려 줌, 완전 파산을 한 안토니오는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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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다행히 법정으로 남장을 하고 온 현명한 여자 판사가 샤일록에게 계약서의 허점을 들어 “한 칼에 정확하게 1파운드의 살을 도려내고 피는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된다. 즉 계약대로 명확하게 하라”고 판결을 내려 샤일록 스스로 담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만 기업과 법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의한 점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실제로 중세기 유럽에서 베네치아가 비즈니스의 허브로 자리 잡고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된 이유는, 이처럼 시민들의 정서에 다소 위배되더라도 일단 한 번 맺은 계약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대로 이행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곳곳의 부자들이 베네치아로 와서 비즈니스를 했던 이유는 이곳에서 계약을 맺으면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왕 한 명의 기분이나 변덕 심한 국민 정서를 앞세워 그때그때 다르게 계약을 해석했던 프랑스에서는 비즈니스를 하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0 15세기 프랑스 무역업자이자 대부호였던 쟈크 뀌르

- 그가 가진 무역선의 함대가 프랑스 정부가 소유한 군대보다 컸을 정도

- 프랑스 왕과 귀족들은 그의 돈을 빌려 갚을 생각도 않고 사치생활에 펑펑 씀. 결국은 쟈크 뀌르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두고 전 재산을 몰수 함

- 그 결과 프랑스의 지중해 무역은 순식간에 주도권을 놓치고 국가 재정마저 파탄 직전까지 몰림

0 독일 황제 칼 5세

- 당시 오스트리아 최고 재벌 야콥 푹거에게 엄청난 돈을 빌려 무적함대를 만들고 영국과 자존심 싸움을 하다가 배를 몽땅 잃자 황제의 권한으로 야콥 푹거의 돈을 갚지 않아 푹거 가문이 도산을 하고 오스트리아 경제도 함께 주저앉음

규제 없는 환경이 비즈니스에 유리할 것 같지만, 사실 규제가 없던 유럽의 중세기는 비즈니스보다 기사라는 폭력조직의 활동에 훨씬 유리했다. 비즈니스는 오히려 베네치아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법을 지키던 원칙이 분명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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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지는 환경에서만 번성했다. 법이 사라지면 가진 것 많은 사람이 잃을 것도 가장 많다. 그래서 기업과 귀족이 앞장서 법의 모범이 되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 전략적 메세나의 귀재, 코코샤넬

- Mecenat 왜 잘나가는 기업은 예술을 후원하는가 -

기업의 예술 후원을 ‘메세나’라고 한다. 요즘 메세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의 하나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서양 인문학은 다른 모든 사회적 책임이 그렇듯 메세나 활동도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효과적인 투자임을 분명히 알려준다.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고찰 끝에 많은 기업들이 조직원의 삶터를 고가의 창의적인 예술작품으로 꾸미는 데 아낌없이 큰돈을 쓰거나 사원들이 거주하고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사옥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 프랑스의 명품 생산 및 유통기업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사옥 단장을 위해 스위스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수십 톤이 넘는 거대한 철제 조각을 헬리콥터로 파리 상공을 날아 옮김

- 영국의 광고 재벌 카를로 사치: 예술가 후원 사업으로 더 많은 주목

- 구찌 그룹의 회장 프랑수아 피노 : 미술관인 팔라초 그라치 갤러리를 후원, 크리스티 경매장을 인수해서 최고 예술품의 유통 판도를 바꿈

우리는 메세나 하면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후원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최고 부자 메디치 가문부터 연상을 한다. 그러나 기업의 메세나는 메디치 가문의 것이 아니다.

메세나 라는 단어는 로마시대부터 있었는데 단어 자체가 로마시대의 귀족인 마케나스라는 사람의 영어식 발음이다.

마케나스의 최고의 자산은 탁월한 말솜씨였다. 하지만 그의 말솜씨는 타고난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시인들에게 배우고 익힌 결과물이었다. 마케나스는 부유한 귀족 출신으로 베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라는 당대의 시인을 자신의 집에 모셔 멋진 방을 내주고 하인들을 마음껏 부리며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오만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일 없이 항상 소박하고 진실하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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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과 솔직한 대화들을 나누면서 마케나스가 얻은 것은 예술가들에게만 있는 인생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탁월한 표현력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갈고 닦은 예술가적 표현력은 그를 로마 최고의 외교관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후부터 로마에서도 마케나스처럼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부호들이 하나 둘 늘어 갔다. 그래서 재벌이나 기업이 예술가를 후원하는 것을 마케나스의 이름을 따 ‘메세나’ 활동이라고 부른다.

영어보다 먼저 국제 공용어로 쓰였던 프랑스어는 프랑스의 정치적 힘보다 예술적 인기 때문에 전 세계에 퍼졌다.

0 몰리에르 언어 : 18세기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코미디가 인기를 얻으면서 프랑스어를 ‘몰리에르’ 언어라 부르며 자랑스럽게 여긴다.

0 가브리엘 코코샤넬

- 19세기 패션 사업가, 전략적 메세나의 귀재

- 아름답고 우아한 발레, 클래식 음악과 치렁치렁한 여성복이 유행하던 시절

-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고 야생적으로 춤추는 러시아 현지의 무용을 샹젤리제 극장에 공연

- 초기 관객들은 야유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 예술은 현대적 감성을, 현대적 감성은 여성을 위한다”는 그의 주장이 유행하기 시작하고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여성복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오늘날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역사 속의 리더들이 예술처럼 투자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했던 이유는 자신이 후원한 예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자신의 이익으로 얼마나 막대하게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 아즈텍 제국은 사람 고기를 구워먹다가 멸망했다.

- Barbeque 환경 보존은 조직의 안정과 직결된다 -

서양 인문학은 기업과 국가 조직은 안정된 정치, 변하지 않는 자연환경, 예측 가능한 법과 원칙의 고수, 그리고 기업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합의가 합해질 때 경영의 자유가 생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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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사회 안전을 단번에 흔들어 무너트리는 가장 위험한 요소가 환경 파괴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이다.

중세기까지 멕시코 인근지역을 모두 통일해 제국을 이룬 아즈텍은 환경 파괴에 대한 대가로 오늘날 겨우 흔적만 남기고 16세기에 완전히 망했다.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멕시코시티의 옛이름)이라는 도시는 거대한 멕시코 호수를 매립하는 첨단 기술로 만든 인공 섬이었다. 아즈텍의 수도는 당시 런던 인구의 5배가 넘는 30만명이 살고 거대한 무역 시장이 형성돼, 인근 국가에서 온 4만 여 명의 외국 상인들이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벌이는 국제적 무역 허브였다.

이 도시는 토속신을 섬기는 제사장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이곳 제사장들의 리더십은 자연파괴로 거의 모든 동물들이 멸종되어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바비큐 파티를 열어준데서 나왔다. 그런데 제사장들이 없는 고기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참혹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는지는 스페인에서 남미로 건너온 수도승 베르나디노 다 하사군의 기록에 자세히 남겨져 있다.

“도시 한가운데는 아즈텍 신을 모시는 흰색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었다. 그들은 전쟁에서 잡아온 포로들을 피라미드 꼭대기로 끌고 올라갔다. 4명의 제사장들이 각각 팔과 다리 하나씩을 붙잡고 제사장 중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이 칼로 산 사람의 배를 열고 심장을 꺼낸 후 피라미드 앞에 설치돼 있는 가파른 계단으로 시체를 굴러 떨어뜨렸다. 그 피와 몸뚱이들은 잘라서 구워 나눠 먹었다.”

0 미국 인류학자 마빈 헤리스에 의하면

- 아즈텍은 너무 번성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식량이 부족하고, 숲이 황폐해져 동물 서식지가 줄어들고 동물들의 씨가 말랐다.

- 단백질이 부족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궁여지책으로 군대를 이웃 부족으로 보내 포로들을 잡아와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엄숙한 공개 도살을 하고 사람고기를 구워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이런 악순환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당시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조직이었던 아즈텍은 그렇게 붕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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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중국은 한 정권이 평균 60년 정도 밖에 권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대기근으로 나라가 뒤집혀 정권을 유지하기 힘든 곳으로 유명했다. 이유는 극심한 환경 파괴 때문이었다. 중국은 세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한 곳으로 원래 황하강 상류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한데, 수천 년간 이어진 무차별 벌목으로 나무 뿌리가 붙들어 두었던 산과 들판의 황토들이 강으로 마구 방류되어 마침내 강물이 누런 황토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누런 강물이 싣고 온 황토들이 빠르게 퇴적 돼 몇백 년에 한 번씩 땅과 강이 바뀌는 거대한 범람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도적떼가 일어나고 새로운 왕조들이 세워지곤 했다.

동양 인문학은 조직과 리더들에게 환경 파괴가 가져오는 무서운 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정치 권력은 하늘의 명령, 즉 천명이 내려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 때문에 민중들은 갑작스런 기후나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황제의 천명이 다했다며 반란을 일으켰다.

■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시초는 유럽의 기사도 정신

- Noblesse Oblige

기업의 사회 기여는 단순한 선행이 아닌 생존 보호막이다 -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뜨거운 화두다. 우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할 때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프랑스 표현을 빌려 쓴다.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귀족의 빚’이다 오블리제의 명사형인 ‘obligation’은 프랑스어로 ‘채권’이나 ‘채무’를 뜻한다. 부와 권력은 어떤 사회 구조 덕분에 특정 조직이 획득하게 된 이익을 얻기까지 사회에 대한 채무를 진 것이니 그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는 막강한 부와 권력을 거머쥐게 된 조직에게 사람들이 빚쟁이처럼 사회적 환원을 요구하고 빚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그 조직을 참혹하게 파괴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0 1000년 전 유럽으로 돌아가 엘리트 군사조직이던 기사도가 민심을 잃은 때로 돌아가 보면

- 자기 땅에서 마음 놓고 권력을 행사할 자격을 부여받은 기사들이 공인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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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로 변해 패싸움을 벌이고, 교회를 약탈하고, 가난한 농가를 습격하는 등 횡포가 심해지자 농민들은 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 도적 떼가 되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의 홍길동이라 불리는 로빈후드이다.

- 성난 민심이 봉기를 일으키고 기사들이 곳곳에서 가혹한 보복을 당하자 교황청은 유럽 최초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책인 ‘신의 평화 PAX DEI 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이 정책은 기사들이 지켜야할 규범을 만들고 이를 지키지 않는 기사는 가차없이 작위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원천인 ‘기사도’라는 새로운 윤리관으로 기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귀족체제를 700년 동안 더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기사도 교육의 영향으로 기사들은 전투에 참가할 때 사랑하는 여인의 집안 가문 문장을 새기고 출전해 자신이 세운 공을 여자 집안에 바칠 정도로 기사도는 여성존중을 중요시했고, 이후 서양 사람들이 여성을 깍듯이 대하는 ‘신사도’의 전통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기부 문화 등 서양 엘리트 덕목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기사도는 자신이 무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리를 신의 이름으로 교회에서 받았기 때문에, 교회의 위상이 떨어지면 자신의 권한도 사라진다. 그래서 이후로 이 두 조직은 기사도를 중심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의 구조가 되어, 1789년 프랑스 혁명 전까지 기독교 국가들의 영토를 보호하고 힘을 합쳐 무슬림과 싸웠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용어는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가 한 말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겠다. 귀족은 빚진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Noblesse Oblige”

조직의 리더가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단순히 ‘특권층의 의무’ 정도로 해석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Oblige의 명사형인 Obligation이 프랑스어로 ‘채권’ ‘채무’이니 만큼, 사회에서 그 조직의 특권을 인정해 주는 대가로 당연히 요구되는 빚이다. 은행에서 돈을 꾼 것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갚아야 하는 ‘채무’라고 생각해야 기업을 존재하게 해주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 생존을 오래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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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인이 세계의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된 배경

- Bond 기업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은 기업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

오늘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는 원래 인류문명의 발상지 중 한 곳으로, 약 5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아주 먼 옛날에 세상에서 가장 먼저 대도시를 건설한 곳이다. 피라미드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건물은 ‘지구라트’라 불리는데 ‘우르’라는 고대 도시의 신전이었다.

우르의 제사장들은 추수 때면 농부들의 곡식을 거둬들여 지구라트에 저장하고 흉년이 오면 다시 내어 준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양의 곡식들을 모았다. 따라서 제사장들의 권력이 막강해졌다. 그들은 점차 인근 마을을 점령하고 강제로 우르 신을 믿게 하는 한편 여자들을 노예로 끌고 갔다.

우르 신전에 강제로 끌려간 농민들의 딸들은 주로 청소, 요리, 보육 등 가사 노동을 제공하는 노예가 되었다. 여자 노예들은 개돼지와 다를 바 없이 더럽고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야 했고 매맞으며 성노리개로 이용당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신전 들은 조공 바치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인숙과 술집도 운영했다.

영어로 ‘묶다’라는 동사가 bind인데, bond는 이의 과거형으로 ‘묶였다’는 뜻이다. 오늘날은 ‘채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두 물질을 단단히 접착시키는 화학물질을 ‘본드’라 부르는 것도 여기서 유래한다. 옛날에 빚을 갚지 못하면 꽁꽁 묶여 노예로 팔려 갔기 때문에 오늘날도 채무계약을 bond certificate 즉 ‘묶이는 계역서’라고 한다.

성경은 사람을 담보로 금융업을 하는 중동의 악습이 수천 년간 지속되어 왔음을 알게 해 준다. 그 오래된 적폐를 단번에 청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예수였다. 성경의 <마태복음>에는 ‘예수는 신전의 정원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거래하는 자를 다 쫓아버리고, 돈놀이를 하는 사람의 책상을 뒤집어버리고, 비둘기 파는 장사꾼이 앉아 있던 벤치도 부수었다. 예수가 그들에게 말씀하시길 “나의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고 쓰여 있는데, 너희들은 그 집을 강도들의 은신처로 쓰고 있다”’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 태어난 기독교는 그동안의 적폐에 신음하던 중동 일부 지역에서부터 유럽까지 대대적인 환영을 받아 삽시간에 전 서구 세계의 정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친 기업적 로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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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무너트리고 반 기업적 중세를 열었다. 유럽에서는 예수 탄생 이후 약 천 년 동안 이자 받고 금융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 되었다.

중세 유럽의 왕들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금융업 진출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유태인에게만 허가했다. 이유는 성경의 내용 때문이었다. 성경의 <신명기> 23절에는 ‘너희 형제에게는 돈이 되었건, 어떤 물건이 되었건, 이자를 받고 꿔주지 말라.’라고 쓰여 있다. ‘외국인에게는 이자를 받고 돈을 꿔주되 형제에게는 돈을 받고 꿔주지 말지어다’라는 말도 있다. 따라서 기독교인들끼리는 형제이기 때문에 돈을 꿔주고 돌려받을 수 없으니 ‘외국인’인 유태인들이 돈을 꾸어주는 일을 맡으라고 한 것이다.

1275년 영국 왕 에드워드 1세는 불필요한 전쟁으로 국고를 바닥내더니 ‘유대 고리대금법’이라는 법을 만들었다. 기독교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는 신성모독이라며 300명의 유태인 금융가들을 한꺼번에 잡아들여 감옥에 집어넣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자기의 금고를 채웠다.

또한 천주교 교황은 ‘쥬빌리움’이라는 것을 선포해서 교회의 특정 행사일에 지금까지 서로 주고 받은 돈이 없는 것으로 치는 불합리한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일은 채무자에게는 즐거운 일일지 모르나 채권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일이었다. 자연히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장경제는 위축되었다.

시장경제 시스템은 19세기 이후에야 전쟁에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물건들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고 기술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면서 사람들이 기업이 잘되어야 나도 잘 살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어 자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꽃필 수 있었다.

그런 기반 위에 기업들이 마음 놓고 영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 된 셈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자유경제체제를 반대하고 공산주의를 선택한 사람들이 전 세계 인구의 반이 넘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했으며 그것을 얻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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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인문학으로 배우는 경쟁력

■ 피렌체의 예술가 브루넬레스키와 도나텔로의 선의의 대결

- Paragon 자주 싸워야 잘 싸운다 -

인간의 경쟁 심리는 대개 시기와 질투, 욕심이라는 원초적 본능에서 샘솟는다. 동양의 인문학은 타고난 본능인 질투심과 욕심을 가급적 억누르고 화합하고 이해하는 ‘덕’을 베풀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반면에 서양 주류 인문학은 싸움의 본능을 오히려 날카롭게 단련시키라고 한다. 그래서 ‘안 쓰는 칼은 녹슨다’라는 말이 있다.

고대 로마 엘리트들은 매일 아침 대형목욕탕으로 가서 레슬링, 투창, 달리기 등 거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다음에 사우나와 목욕으로 근육의 유연성을 유지했다.

고대 로마의 장군 플라비우스 레나투스는 “평화를 원하는 자 전쟁을 준비하라”라고 말했을 정도로 로마인들은 평소의 전투력 유지를 중요시 했다.

고대 스리스인들도 남자라면 매일 쉬지 않고 과격한 스포츠 등으로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체력을 단련해 두어야 한다고 믿었는데 이것을 ‘파라곤 paragon’이라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는 그리스의 ‘파라곤’정신을 부활시켜 문화도시로서의 경쟁력을 정비했다. 원래 피렌체는 상업도시였다.

르네상스가 시작되던 1400년대, 피렌체의 대성당 앞에 팔각형의 거대한 세례당이 있었는데, 피렌체의 한 상인조합은 두 개의 문 중 초라한 하나의 문을 미화하여 조합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그 조각 비용을 기부하기로 하고 공모전을 통해 조각가를 뽑기로 했다.

그 결과 부르넬레스키와 기베르티라는 두 젊은 금속공예가가 결승에 올랐다. 당시 예술가들은 스승에게 배운 스타일대로 주문받은 물건을 제작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공모전에 이겨야 일을 맡을 수 있게 되니 남보다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야했다. 브루넬레스키는 이 공모전에 출품한 조각 작품에 ‘소실점 원근법’의 원칙을 처음으로 도입했고,그 라이벌인 기베르티의 작품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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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발란스 기법에 승부를 걸었다. 협회는 기베르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공모전은 피렌체 예술계의 커다란 발전을 촉진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비롯 그 이후의 작품들은 브루넬레스키의 원근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브루넬레스키는 로마에서 유학을 하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피렌체 최고의 건축가로 컴백했다. 그래서 그 후배들은 그를 ‘르네상스 건축의 아버지’라 부른다.

이와 같이 공모전은 예술가들을 끊임없이 긴장시키는 채찍이 되었고, 이기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돈과 영광이 주어져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파라곤 정신’이 유럽 예술계에 미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러한 ‘파라곤 법칙’이 지금의 전 세계 비즈니스 업계에서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스타트 업계에서 ‘린 스타트업’개념으로 정리되어 일반화되고 있다. ‘린 스타트업’은 신상품을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최소규모로 제작해 일단 시장에 소개한 후, 여러 경쟁을 통해 살아남았을 때만 거금을 들여 본격적인 상품화를 하는 것이다.

■ 지는 것을 우아하게 생각하는 태도, 투셰

-Concours 적은 최고의 선생님이다 -

서양의 ‘파라곤’ 정신은 ‘투쟁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게 그 핵심이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다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지는 것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싸움은 상처와 증오만 남기고 배움의 터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스포츠’라는 인성교육을 통해 지는 법을 교육시켜 왔다.

규칙 없는 경쟁의 파괴적 본성은 실리콘밸리의 상징이자 비즈니스 세계의 영웅인 빌 게이츠도 뼈저리게 경험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스택랭킹’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 전 직원의 실적을 평가해 일정한 비율로 톱 레벨, 굿, 평균, 하위 등 4단계로 나눔 -모든 직원이 톱 레벨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추진한 야심찬 프로젝트

- 그러나 결과는 참담 - 소통의 마비, 협업의 파괴, 창의력의 파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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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필자가 다니던 뉴욕대학 경영학부 학장은 ‘스턴커브’라는 평가 시스탬을 도입 상위 18%만 A학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만듬, 그 결과- 토론 수업 마비 : 자신의 기말 레포트 주제를 지키기 위해

- 교수가 나누어 주는 정보를 앞의 학생이 감춰 뒷줄에는 아예 전달되지 않거나 결석한 학생에게는 일부러 잘못된 자료를 주는 등의 부작용이 생김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수상도 “질투는 파괴할 줄은 알지만 생산적인 것을 만들어 낼 줄은 모른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경쟁이 페어플레이 없는 감정 싸움으로 치달으면 파라곤의 경쟁 정신은 쓸모가 없어진다.

- 콩쿠르 : 예술가들끼리의 경쟁. concours의 어원은 ‘싸우다’가 아니라 ‘같이 뛴다’이고, 영어로 ‘경쟁’은 ‘Competition’인데 이 단어의 어원은 ‘가슴을 마주 본다’이다. 한눈파는 사이에 뒤통수를 치거나 옆구리를 찌르는 야비한 폭력이 아니다.

숱한 전쟁으로 세계를 정복한 고대 로마제국의 군대가 오랫동안 막강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곳의 전투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자신들을 이긴 적군의 전술과 무기체제를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로마제국을 상징하는 짧고 굵직한 칼은 로마 건국 때부터 적국이던 사비 나 족의 무기

- 사각 밀집대형 : 그리스 군에게서 배워온 것

- 로마의 무서운 표창 ‘파일럼’은 스페인 반도 원주민에게서 배워온 것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적에게서라도 배우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적에게 배우려면 상대가 자신보다 우월할 때 그 점을 쿨하게 인정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투셰 : 상대편의 논리가 자신보다 뛰어나면 ‘투셰’라 말하고 박수를 쳐 주거나 건배를 청한다. 투셰는 펜싱 용어로 ‘터치되었다’는 말이다. 펜싱은 워낙 경기가 빨라 상대편의 칼이 자기 몸을 건드렸는지 본인만 아는 경우가 많다. 이때 칼 맞은 사람이 신사답게 자진해서 ‘저 터치되었습니다’즉 ‘투셰’를 외치며 항복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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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르네상스를 맞아 갑자기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는데. ‘파라곤’정신이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은 것이 큰 이유로 꼽힌다. 이것은 스포츠맨십이라는 서구 특유의 미덕으로 여겨져 지금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서양에서는 스포츠맨십을 중요한 인성 교육 방법으로 여겨 미국의 경우 중, 고등학생들은 방과 후 군대의 훈련을 방불케하는 체력단련, 원정 경기 스케줄로 선후배와 코치 사이의 숨막히는 상명 하복의 감수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그리고 스포츠맨십을 통해 패배를 쿨하게 인정하고 경기를 마치면 경기 중에 생긴 모든 앙금들을 다 내려놓고 이후에는 순수한 우정으로 대하는 태도이다. 자기가 졌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경쟁이 배움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서양 스포츠맨십의 근본정신은 ‘지는 것을 우아하게 인정하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항상 이기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패배에서 배울 줄 아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 전해주는 지혜이다.

■ 프랑스 최초의 M & A, 툴롱 강 협동조합

- Rival 남과 같은 물을 나눠먹지 마라 -

조용한 미국 마을에 한국인 한 명이 들어와 슈퍼마켓을 차리면 토박이 미국인 가게 주인들이 울상을 짓는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일찍 문을 열고 늦게 닫을 뿐 아니라 물건을 싸게 팔아, 손님을 빼앗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 한 명이 새로운 동네로 들어와 슈퍼마켓을 열고 사업이 잘 된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한국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똑같은 슈퍼마켓을 차리는데 이때부터 미국 상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한국 상인들끼리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다가 모두 망해 나갈 것이 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미국 사회의 ‘개성’을 그들만의 별난 문화로 여긴다. 그러나 미국의 개성 즉 ‘자기다움’은 남들과 차별화하지 않고 남들 하는 일에 마구잡이로 뛰어들면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오랜 자본주의 경험에서 나온 지혜라고 말할 수 있다. 같은 우물을 나눠 마시는 사람끼리는 물이 조금만 줄어들면 서로 더 많은 물을 차지하려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숙적’을 뜻하는 영어 단어 ‘라이벌 rival’은 ‘강’을 뜻하는 ‘리버 river’의 친척 단어이다. 같은 강을 나눠 쓰는 사람들끼리는 싸울 수밖에 없던 역사적 상황에서 나온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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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론 강 주변은 명품 와인이 생산되는 포도 농장이 많은 옥토다. 로마제국은 항구도시 툴롱의 론 강 하구에 둑을 쌓고 수백 개의 대형 물레방아를 설치했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에도 이 물레방아의 원동력을 이용한 공장들이 많이 생겨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이곳에 밀을 가져와 돈 주고 빻아갔다.

그러다 중류 사람들이 이들의 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중류 마을 사람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하류 마을 사람들은 기사를 고용해 이들을 제압했다. 그러자 중류마을 사람들은 아예 하류의 물레방아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자기 마을에 둑을 짓고 물레방아를 만들어 경쟁하려고 했다. 이렇게 강에 대한 이권을 놓고 두 마을 사이에는 전쟁이 났고 이러한 싸움이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나중에는 상류마을 사람들까지 합류해 물레방아 사업과 관련 없는 농민들까지 굶어 죽을 형편에 처하게 되었다.

마침내 영주는 세 마을 사람들을 공동주주로 하는 세 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고 세 곳의 강둑 중 어디에서 수익이 나건 강변 사람들 모두에게 수익을 나누도록 조치했다. 이것이 1200년대에 세워진 ‘툴롱강 협동조합’이라고 불리는 주식회사가 되었으며, 프랑스 역사 최초의 M&A 였다.

동남아시아에서 메콩강을 끼고 살아가는 라오스, 캄보디아, 배트남 세나라 사이에도 강을 나눠 쓰는 문제로 인한 갈등이 수천 년을 이어오고 있다.

대부분 중세 유럽의 도시들은 도시별로 분업을 지향해 어떤 도시는 금융의 허브로, 어떤 도시는 대학도시로, 어떤 도시는 큰 성당을 가진 순례지로 특화해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전해 오늘날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1,000년 전의 유럽 전사 민족인 바이킹들은 극심한 가난과 고통 속에서 빙하로 뒤덮힌 북해를 용감하게 가로질러 비옥한 새 땅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정복하고 좋은 땅을 차지했다.

바이킹들이 이 나라 저 나라에 퍼져 살기 시작하자 친척들 사이에 커다란 네트워크가 생겼다. 형님은 노르웨이, 동생은 영국, 작은 동생은 프랑스에 살다보니, 매년 친척끼리 만나 선물만 교환해도 저절로 무역이 되었다. 프랑스 역사가 프랑수아 브로델은 이 바이킹들의 친척 행사가 근대 무역항로의 기반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집을 떠난 바이킹 청년들 중에는 영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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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사람도 있고, 캐나다에서 새로운 품종의 포도를 발견한 사람도 있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노예 사냥꾼이 된 사람도 있고, 러시아에서 용병으로 싸워 돈을 번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각자 새로운 땅으로 가서 자기만의 개성을 발전시키자 바이킹들끼리 싸우는 대신 큰 경쟁력을 갖춘 상업 네트워크 조직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처럼 유럽 인문학은 오랜 옛날부터 남과 같은 우물을 나눠먹으면서 안주하면 오히려 치열한 경쟁에 휘말려서 살기가 고달파지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만의 능력을 펼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나가라고 주장해 왔다. 자신만의 스토리와 경험을 가지면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 알지 못하는 지식,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신만의 내면세계를 갖게 되어 어디서 무얼 새로 시작하건 남다른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 신드바드 이야기와

아랍 상인들의 무역으로 알아본 경쟁의 지혜

- Average 위험한 길은 적이라도 함께 가라 -

현대인들은 ‘세계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뉴욕이나 런던을 떠올린다. 하지만 중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은 경제적으로 대단히 낙후된 지역이었다. 상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랍의 여러 도시, 그중에서도 오늘날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도시였다. 동쪽으로는 중국,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 서쪽으로는 프랑스에서 수많은 사업가들이 몰려와 전 세계의 진귀한 물건들을 자유롭게 거래하는 세계 무역의 중심지였다. 바그다드로 돈이 몰리자 이슬람의 최고 지휘자인 칼리프는 ‘지식의 집’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구시설을 짓고 전 세계 석학들을 불러들여 바그다드를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도시로 만들었다. 이미 이때부터 아랍 상인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때로는 경쟁 상대와 위험 부담을 나누는 훌륭한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 중세 세계 무역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바다를 오가며 장사하는 것을 어려움은 중세기 아랍의 성공학 책으로 볼 수 있는 <신드바드의 모험>에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다.

- 신드바드는 무거운 짐을 옮겨주고 먹고 사는 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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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신드바드는 부잣집 대문 앞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알라신에게 자신은 왜 가난하게 태어나 고생을 하느냐고 불평

- 그 집 주인도 신드바드였는데 그는 가난한 신드바드를 자기 집으로 불러들여 부자가 된 내력을 설명해 주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 부자 신드바드는 일곱 번이나 배를 띄워 전 재산을 건 모험을 했는데 그때마다 사고를 당해 단 한 번도 멀쩡하게 목적지 까지 도착한 적이 없다. 신드바드는 전설 속 캐릭터여서 매번 운 좋게 수익을 내서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실제 사업가들 중에는 배가 가라앉아 쫄딱 망하고 빈털터리가 되었거나 아예 죽어서 바다귀신이 된 경우가 훨씬 많았을 것임을 짐작하게 해 주는 내용이다.

당시의 아랍 무역업자들은 이런 위험 부담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냈다. 선주 몇 명이 계를 만들어 단체로 배를 띄우기로 한 것이다. 선주들은 자기 짐을 공평하게 배의 수만큼 나누어 배에 싣고 만약 풍랑으로 배 한 척을 잃더라도 선주들이 공평하게 책임을 짐으로서 누구 한 사람만이 길거리로 나 앉는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

오늘날 영어로 ‘평균’을 average라고 하는데, 원래 손실을 평균치로 나누어 부담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의 지혜에서 나온 단어이다.

■ 세계적 사이클 챔피언 자크 앙케티의 전략

- First 이인자가 일인자보다 더 경쟁력이 높다 -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서양 인문학은 2등 전략으로 크게 성공하고 그것을 오래 유지해 온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을 증명한다. 심지어 로마제국을 대표하는 장군 카이사르도 “리더가 되려면 따라가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스포츠 역사에서는 2인자 전략으로 오래 챔피언 자리를 유지해 온 사람들이 많다. 1950년대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사이클 경기였다. 특히 ‘프랑스를 한 바퀴 Ture de France’라는 사이클 경기는 20여 일에 걸쳐 4,000Km가 없는 국경을 한 바퀴 도는 대장정으로 국민의 40% 정도가 중계방송을 시청하거나 길에 나와 응원을 한다. 월드컵 올림픽 다음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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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높은 자전거 경기에서 2인자 전략으로 세계적인 챔피언이 된 선수가 있다. 바로 이 경기에서 5번이나 우승해 역사에 길이 남은 자크 앙케티이다.

그의 라이벌 중에 플리도라고 하는 농민 출신 선수가 있었다. 플리도는 힘이 좋아 이를 악물고 항상 선두에서 달렸다. 그러나 매번 마지막 순간에 2등으로 달리던 자크에게 추월을 당했다. 그래서 프랑스 팬들은 자크 앙케티를 무척 싫어했다.

한 번은 앙케티가 12초 차이로 우승을 차지한 후 인터뷰에서 “11초나 빨리 타서 괜한 에너지를 썼다.”라는 망언을 했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딱 이길 만큼만 힘을 쓴다는 뜻으로 팬들이 썩 좋아할 말은 아니었다. 앙케티는 대회 중간에는 절대 선두로 나서지 않고 자전거를 가장 열심히 타는 선수의 뒤를 빠짝 따라붙어 그를 바람막이로 쓰면서 편하게 따라갔다.

2등의 경쟁력은 영어의 어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첫째를 뜻하는 영어 단어 first는 ‘뚫다’를 뜻하는 pierce와 친척 단어다. 그리고 두 번째를 뜻하는 second는 원래 ‘뒤따르다’를 뜻하는 라틴어 seguire에서 나왔다.

우리는 일인자가 맨 꼭대기에 올라가 마음대로 이인자를 부릴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 단어는 일인자가 어려움을 감수하며 잘 닦아 놓은 길로 이인자가 편안하게 쫓아가 결실을 가로챌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그레고리 카펜터 교수는 시장에서 유통중인 50개의 상품군을 조사한 결과, 15개만 그 상품군을 개발한 회사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는 개발비, 마케팅 비용 등의 부담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후발 주자에게 시장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최근 비즈니스에서 ‘Second - Mover Advantage’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 인터넷 포털을 처음 개척한 AOL이나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같은 기업은 후발 주자인 구글에게 시장을 내어줌

- 여객기 시장은 록히드 보다 늦게 뛰어든 보잉사에 절대 강자 자리를 넘김

원래 앞에 가는 놈은 항상 죽는다.

천재적인 예술가들은 아직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 스타일을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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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라 자신은 가난과 무명으로 생애를 마감하지만, 후배 예술가들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과 미학 기준을 바꾼다. 그래서 난해한 최신 스타일의 예술을 고집하는 사람을 죽음을 무릅쓰고 적진 뒤편으로 먼저 들어가는 군인들과 같다는 의미에서 ‘아방가르드하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부터 1등을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을 무수히 들으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꼭 일등이 이기라는 법은 없다. 미국에는 “성공하는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적절한 장소는 1등 바로 뒤이고 적절한 시기는 1등이 넘어진 다음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스포츠와 전쟁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 카이사르의 암살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 Secretary 싸움에서 이기려면 정보를 누설하지 마라 -

1980년대의 미국 기업들은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갑자기 동방의 지혜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미국 영화들은 걸핏하면 손자의 ‘병법’을 인용하는 등 동양 고전의 힘에 의존한다.

당시 미국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손자병법>의 주요 구절은 이것이다.

전쟁은 거짓의 도(道)이다. 공격할 능력이 있으나 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병력이 가장 활발할 때 조용히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가까이 있을 때 적에게는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멀리 있을 때는 가까이 있다고 믿도록 해야 한다.

서양 인문학에서도 상대편을 교란 시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라고 가르친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철학자 마키아벨리는 저서 <군주론> 8장에서 “군주는 항상 가식과 거짓을 완벽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서양 인문학은 모두 정보를 노출 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0 로마의 카이사르 장군

- 승전에 승전 거듭, 프랑스 땅에 살던 갈리아 족의 항복을 받고 이집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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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으로 만드는 한편, 어마어마한 전리품을 로마에 선물

- 당시 로마 시민 대표들은 카이사르에게 왕이 되어 달라고 두 번이나 왕관을 바쳤으나 사양, 카이사르에 대한 나쁜 소문도 무성, 일부 의원들은 로마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카이사르에 대한 암살 거사를 꾸밈

- 암살 거사를 꾸민 의원들은 아르테미도로스를 비서로 고용해 암살에 관계되는 모든 거사계획을 세우고 서류를 보관하게 함. 아르테미도로스는 실제로는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시민이었고 그 사실을 카이사르에게 알리려고 기밀 편지를 카이사르의 비서에게 넘겨주었으나 늘 바빴던 카이사르는 그 기밀 서류를 읽지도 못하고 암살을 당했다고 로마의 역사가 플루타크가 전한다.

비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상사의 기밀을 절대 발설하지 않는 무거운 입이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비서를 ‘비밀’ 즉 secret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해서 secretary 라고 불렀다. 사실 우리말의 ‘비서’도 숨길 비(秘)자를 쓰며 중국에서는 ‘비밀’의 두 번째 자인 빽빽할 밀(密)자를 써서 ‘미슈’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보의 기밀유지가 경쟁력의 핵심임을 어원이 말해준다.

미국에서는 장관급 공무원을 행정부의 비밀을 준수하며 중요한 정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secretary 라고 부른다.

정보의 가치가 이처럼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서양 인문학은 침묵의 위대함을 강조해왔다. 서양의 오래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의 <잠언> 17장 28절은 “바보도 조용히 있으면 현명해 보인다. 입을 다물고 있는 자는 현명한 자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라고 충고한다.

오늘날 직장 동료나 상사, 부하도 언젠가는 경쟁의 자리에서 만나야 한다. 따라서 회식 자리나 함께 점심 식사를 나누는 가벼운 만남에서도 지나치게 깊은 개인 의견, 취향, 사생활을 모두 노출 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아무 생각 없이 불쑥 꺼낸 말과 행동들이 언젠가 경쟁자에게 유용한 정보로 가공돼 자기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번 것 같아 보이는 연예인들 중에 실제로 부자인 경우는 몇 명 없다고 들었다. 그 사람이 돈을 잘 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고 그 사람의 취향, 성격까지 모두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온갖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어 큰 사기를 당하고 빚더미 위에 올라 앉아 있는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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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소음이 심할수록 침묵이 경쟁력이라는 동서양 인문학의 가르침을 가장 깊게 새겨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독일 속담 “좋은 말솜씨는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의 참 의미를 소음의 시대 속에서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Chapter 6 인문학으로 배우는 고객관리

■ 뉴욕 센트럴의 고급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두 대씩 설치된 이유

- Service 보이지 않는 조용한 서비스가 진정한 서비스이다 -

‘서비스’하면 고객이 매장으로 드나들 때마다 밝은 표정을 지으며 큰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하고 고객의 요구를 지체 없이 해결해주는 것을 연상한다. 많은 사업자들이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오면 졸졸 따라다니며 이런 저런 상품을 소개하며 사라고 권유하거나 옆에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비스의 인문학을 보면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말이 없고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을 진정한 서비스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서비스 service’라는 단어는 원래 라틴어로 노예를 뜻하는 servus에서 나왔다. 고대 그리스에서 주인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중에 노예가 불쑥 나타나 필요한 것 없느냐는 등의 쓸데없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린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눈에 자주 띄거나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유럽 귀족의 문화가 정점에 달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유럽 귀족들은 집에 서비스 요원을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비스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servant라고 불렀다. 이 servant 교육에서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Do not speak before being spoken to’, 즉 ‘주인이 말을 걸 때까지 입을 열지 말라’는 것이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서쪽으로는 공원이 마당처럼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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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1930년대에서 1950년대 사이의 부동산 붐을 통해 형성되었다.

이런 아파트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두 대씩 설치되어 있는데, 뒤 쪽에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서비스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우리나라 고층 빌딩의 화물전용 엘리베이터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곳은 가사도우미, 수리공, 등이 일반 입주자나 손님들 눈에 띄지 않게 드나들도록 별도로 설치된 것이다. 평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정서에는 눈에 거슬리는 시설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집안 수리나 가사를 돕기 위해 드나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편리하다고 한다. 이 엘리베이터에는 고급 주민이나 손님들이 절대로 타지 않으니 옷차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매번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자리를 최대한 비켜주지 않아도 되어 업무에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들이 사는 맨해튼의 주택업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비스 요원과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접촉을 최소화했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음식점은 silent service 제공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 절대로 직원들이 “안녕하세요!”라고 큰 목소리고 복창하거나 “네 알겠습니다”를 외치며 뛰어 다니는 것은 절대 금지다.

- 여유 있는 걸음걸이, 편안한 무표정,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로 간결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담아 있는 듯 없는 듯 서비스를 제공 한다.

복잡한 일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하 잘 처리하는 것을 ‘tactful’이라고 한다. ‘tact’는 원래 시계의 한 종류였다.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하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발명된 유용한 기기였는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후일 알람시계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이 시계는 큰 인기를 끌어 이름인 ‘tact’가 ‘조용하고 눈치 있게 일을 처리하다’라는 뜻의 일반 영어 단어로 발전될 정도였으니 ‘상대편이 눈치 채지 못하게 제공한다’는 게 얼마나 오래된 서비스 전통인지 알게 해준다.

왼손이 서비스를 해도 오른손이 모르게 조용하고 부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더욱 흡족하게 해주는 좋은 서비스라고 서양 인문학은 오래 전부터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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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 웨스턴 항공의 펀 경영 방침

- Etiquette 메너는 양방향으로 오가야 한다 -

15세기의 유럽 왕들은 에티켓 교육은 통념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매뉴얼화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에티켓 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써붙이다’였다. 에티켓은 원래 600년 전 사회적 매너를 매뉴얼화해서 신하들의 서비스 교육에 사용한 한 지방의 공작 때문에 생겨난 단어이다.

1400년대 프랑스 부르고뉴에는 필립공이라는 착하고 부자인 영주가 살았다. 부르고뉴는 오늘날까지 소문난 명품 와인의 주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식 발음인 버건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필립공 시대에도 이곳은 포도, 곡식이 많이 나는 노른자 땅이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필립은 돈 많은 사람은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부르고뉴의 도시마다 ‘주의 호텔 Hotel - Dieu’이라는 시설을 짓고 가난한 자, 여행자, 고아들이 언제든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예술을 사랑해서 수많은 화가들을 후원했다. 필립공의 후원을 받고 대성한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후대의 미켈란젤로, 다빈치 같은 이탈리아 화가들이 이들 네덜란드 화가들이 작품을 베끼며 미술 공부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필립공 홀로 문화인답게 고상하게 살기는 쉽지 않았다.

집안 청소를 깨끗이 해 놓으면 부하들이 진흙발로 들어와 칼싸움을 하고, 동방에서 들여 온 향신료로 양념한 고기를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 서빙해도 중세 기사들은 손으로 뜯어 먹으며 큰소리로 떠들거나 음식을 던지는 등 매너가 빵점이었다.

이런 상태를 보다 못한 필립공은 필립공 궁전의 곳곳에 신발을 털고 들어오시오. 말조심 하시오, 침 뱉지 마시오 등의 주의사항을 붙여 놓았다.

나중에 필립공의 손녀 마리아가 독일 황제 아들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이때 독일 황제는 부르고뉴의 궁전 곳곳에 붙여 두었던 에티켓들을 마리아가 시집올 때 정리해 들고 오도록 해서 독일 황실의 고객관리 방침으로 사용했다.

이는 다시 스페인 황실로 그리고 프랑스, 영국, 미국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국제 매너’의 기초가 되어 한국에까지 전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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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단 석대로 저가 항공시대를 연 사우스웨스턴 항공 창업자 캘러허는 1981년 최고경영자 CEO에 올라 2001년 물러날 때까지 ‘펀 경영’을 지향해 전 세계로 비행기를 띄우는 대형 항공사로 성장시켰다. 그의 ‘펀 경영’ 방침중에는 기내 방송의 유머 등 여러 가지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아닌 직원을 왕으로 모시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든 것이다. 그는 “회사가 직원을 왕처럼 모셔야 직원들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고 “많은 기업이 종교처럼 믿고 있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이 틀렸다”고 주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사우스웨스턴 항공사는 창업주의 의지에 따라 기내에서 폭음을 하고 직원을 괴롭히는 불량 고객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두 번 다시 탑승 시키지 않는 방침을 고수했다.

■ 남성 우월주의자인 처칠의 탁월한 유머 감각

- Humor 고객과 줄다리기해야 할 일은 웃음으로 승화시켜라 -

고객은 최대한 싸고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기업은 물건을 최소의 노동과 최소 비용 투자로 생산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어 한다. 이처럼 서로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에 고객과 기업은 항상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벌이게 된다. 여러 방법으로 고객을 접대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은 고객을 설득해 자사 상품을 선호하도록 해야만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강한 주장을 펴면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해 오히려 자사 상품을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의회 제도를 만든 영국의 정치가들은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중명하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유머’를 발달시켰다. 유머는 항상 협상 시 긴장을 풀고 상대를 쉽게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어 지금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유머를 적절하게 사용해 세계적인 리더로서의 존경과 지지를 받았던 사람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을 들 수 있다. 윈스턴 처칠은

- 남성 우월주의 사고가 유난히 강함 : 중, 고, 대학 모두 남학교를 나옴

- 정치가가 된 후로도 성차별적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오르내림

- 한 번은 처칠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고 한 여성이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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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찌푸리며 “술에 취하셨군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처칠은 정중하게 모자를 벗으며 “진짜 취했습니다, 부인. 하지만 저는 자고 일어나면 술이 깨지요. 그런데 부인은 여러 밤을 자고 일어나도 그 얼굴 그대로이니 어쩌면 좋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귀족 사교계를 좌지우지하는 아스터 부인이 말했다

- “윈스턴, 만약 당신이 내 남편이라면 당신 커피에 독약을 타겠어요”라며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처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진짜 내가 당신 남편이라면 나는 그 독약을 마시고 죽겠습니다“라고 대답해 두 사람은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유머는 상대방이 화낼 수 있는 곤란한 상황에서 적대감을 최소화하면서도 할 말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몸개그와 달리, 생각을 유머로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아시아 인문학에서는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을 ‘대인배’라고 한다. 중국 인문학에서도 남들은 무서워 벌벌 떠는 상황에서 철학적인 말 한마디 던지고 호탕하게 웃는 사람을 ‘대인배’라며 존경했다. 서양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웃음을 중요시하던 독일 철학자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서 ‘유머 있는 인생’을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산꼭대기에서 발아래 있는 먹구름을 보면서 웃는다. 당신들은 그것을 폭풍우라 부르며 무서워한다.”

이렇게 진정한 유머감각은 큰 아량과 배포의 표시인 것이다.

문학 비평가 아시모프는 “아주 성공적인 광대fool는 사실 전혀 바보fool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유머의 핵심은 ‘옳은 말을 바보처럼 포장해서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리어 왕>은 세 딸을 둔 리어왕이 아부 잘하는 두 딸에게 왕국을 반으로 나눠 미리 유산으로 넘겨주고 바른 말을 잘하는 효녀딸은 외국으로 쫓아낸 뒤 말년에 겪는 여러 우여곡절을 그렸다. 유산을 미리 받아 챙긴 두 딸은 리어왕이 늙고 권력을 잃자 냉정하게 버린다. 그러자 신하들도 왕을 배신한다. 유머를 제공하는 광대인 fool만 그의 곁에 남아 그동안 왕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처사들을 재치있고 따끔한 말로 설명한다.

리어왕이 사랑하던 딸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미쳐가자 “늑대가 길들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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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믿는 놈이나, 말이 건강하다고 믿는 놈이나, 남자의 약속을 믿는 년이나, 창녀의 맹세를 믿는 사내놈들이나 미친 것은 다 마찬가지가 아닌가”라고 비꼰다.

리어왕은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야 광대가 들려주는 바른 말의 깊은 의미를 깨닫는다.

<리어왕>에서 광대는 또한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고, 아는 것보다 말을 덜 해야 한다”라는 말도 했는데, 유머란 ‘아는 것보다 말을 덜 하는 기술’이며 고객과 기업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미묘한 폭탄의 뇌관을 제거해 주는 유용한 인문적 기술이라는 말로 바꾸어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유머 사용법이 경영학 교실에서 기업 성공 사례로 자주 회자 된다. 예를 들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비행기 이륙 직전 출발 안내 방송을 하는 기장이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을 위해서는 특별 좌석으로 오른쪽 날개 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시면서 시청하게 될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승객들이 기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유머로 설명하며 즐거움을 함께 선사해, 고객과 승객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불편한 기류를 없애고 오히려 진상 고객(말도 안 되는 서비스를 강요하거나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고객)을 과감히 가려내어 승승장구함으로써 다른 기업들의 고객관리에 대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 흑인 여성 화장품을 런칭해 성공한 흑인 모델 이만

- Kind 친절의 참 의미는 동질감이다 -

조직의 리더나 고객 관리 담당자들은 무조건 친절을 베풀면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이 몰려들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친절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친절은 잘 통한다’고 믿는다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춘기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하지만 사춘기 자녀가 부모의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객도 진정성 담은 친절을 무조건 좋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정성의 개념이 서로 다르면 불편해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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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있다. 고객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하기 전에 ‘친절하라’의 정확한 의미부터 파악하는 것이 현명하다.

영어로 ‘친절’을 ‘kind’라고 한다. kind의 어원을 보면 친절함의 본질은 ‘동질감’임을 알 수 있다. kind는 ‘친절하다’로 쓰이지 이전에 ‘같은 종류’를 의미했다.

동질감을 느끼고, 비슷한 취향과 성향의 사람끼리는 보자마자 호의가 생겨 서로 돕고 친절을 베풀며 살게 된다는 점에서 이 단어가 점차 ‘친절을 베푼다’로 의미가 발전했다.

사람들은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열심히 받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본능적으로 풍습과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강렬한 적대감부터 느끼게 된다. 역사는 풍습이 다른 민족을 사람이 아닌 귀신이나 동물로 업신여기고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콜럼버스 이후 남미 대륙으로 건너간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아즈텍의 전사들이나 잉카제국의 원주민들을 사람이 아닌 못된 짐 승으로 여기고 잔인하게 부려먹다가 죽였다. 굶어 죽을 때까지 먹을 것을 주지 않고 고된 노동을 시키거나, 말을 듣지 않으며 맹수의 밥으로 만들거나, 뜨거운 태양볕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팔다리를 쇠사슬에 묶어 죽게 했다.

당시 원주민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려고 남미로 건너온 선교사들은 스페인 사람들의 이런 잔학상에 몸서리쳤다. 수도승 안토니오 몬테시노는 남미로 들어온 후 스페인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기독교인은 인간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설교를 했다. 그러나 남미로 온 스페인 사람들은 원주민들은 어차피 영혼이 없는 짐승들이기 때문에 고통이나 고뇌도 느낄 줄 모를거라며 그의 설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인간은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다른 종족과 공감을 형성하기 어렵고 적대감을 느낀다. 때문에 기업은 고객에게 그들과 같은 사고방식, 인생철학, 감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kind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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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출신 여성 사업가 이만 모하메드 압둘마지드는 미국의 흑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과 메이크업 시장에 진출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이만은

- 영국의 전설적인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아내

- 소말리아 출생, 이집트에서 고등학교, 케냐에서 대학 졸업, 미국에서 모델생활, 세계적인 모델로 성장

- 그는 모델활동 중 흑인 피부톤에 맞는 화장품이 없어서 백인 화장품을 이것 저것 배합해서 사용 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흑인 피부색에 맞는 화장품 라인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1994년 ‘이만 코메스틱’이라는 화장품 회사를 런칭했다.

그녀의 회사는 설립후 14년 만인 2010년까지 연 매출 270억 원을 올리는 튼튼한 중소기업으로 성장

이만은 자신이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기 때문에 다른 흑인 여성들과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었고 이런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했기 때문에 시장 진입부터 고객확보까지 어렵지 않게 성공을 거둘 수가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장도원, 장진숙 부부는 ‘포에버 21’이라는 우리나라 동대문 패션으로 미국 시장의 아시아계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점차 싸고 편한 의류를 찾는 모든 인종들에게 인기를 모아,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하고 영향력 있는 미국내 아시아계 부부 사업가로 떠오르다가 2013년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88위까지 올랐다.

이렇듯 친절이란 무조건 진정성만 가지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신경만 써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과 문화에 맞는 동질감 안에서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을 말한다.

■ 사람들을 로마에 열광하게 만든 카니발

- Fan 고객을 나와 내 상품에 미치게 하라 -

기업과 조직은 대체로 고객들 비위를 맞추려고 몸을 던지는 것마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할리우드나 한류 스타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을 지불하고 영화표나 음반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그들의 상품을 기다린다. 직접 마주치면 되려 황송해하며 열렬한 애정을 보여준다. 어떤 열혈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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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고급 승용차, 빌라, 명품 등을 사다 바치기까지 한다. 그래서 미국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기업도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을 때 성공한다”고 강조한다.

신형 아이폰을 남보다 먼저 구입하려고 매장 앞에서 텐트 치고 상품 판매 개시를 기다리는 팬들은 전 세계 다른 기업이 부러워하는 고객이다.

0 팬이 사업가들에게 좋은 자산인 이유

- fanatic 이라는 단어는 원래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고수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음

- 그리고 그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미 한 브랜드이 팬이 된 사람은 경쟁 브랜드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이 나와도 갈아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팬은 일종의 광기를 가진 사람들의 무리로, 이들의 행위는 자기 인생에서 표현하지 못한 욕망을 대신 표현해 현실 도피가 가능하게 해주는 이벤트나 물건, 사람에게 갖게 되는 일종의 집착에서 나온 현상이다.

이탈리아 최고 비즈니스 센터였던 피렌체, 시에나, 로마의 사람들은 서로 더 많은 사람들을 자기들의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순절을 앞두고 ‘카니발’이라는 성대한 파티를 열어 평소에 누리지 못한 폭력, 폭식, 자유로운 성적 행동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 피렌체의 카니발 : 칼초피오렌티노 라는 아주 폭력적인 축구 게임으로 목적은 공을 넣는 것이 아니라 상대 선수를 테클로 강물에 내동댕이치는 것

- 시에나 카니발 : 푸냐라는 경기로 동내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편을 갈라 패싸움을 함, 이때 화난 황소나 말을 풀어 사람이 뿔에 치이고 말 발굽에 밟히는 것을 보고 재미를 더했다고(?) 함

- 로마의 카니발 : ‘돼지 굴리기’ 언덕에서 돼지를 손수레에 실어 아래로 굴리면 돼지가 손수레에서 튀어 나와 돌에 부딪히며 피를 흘리고 소리 지르는 것을 보고 환호하고 그 돼지를 서로 갈라서 나눠 먹음. 저녁이 되면 가면을 쓰고 욕을 하거나 달걀을 던지는 등 난장판으로 놀았음

이렇게 자신의 광기를 많이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인 카니발은 로마라는 도시의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나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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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알렉산드로 뒤마도 카니발의 모습을 그리는 등 전 세계 문화인들이 꼭 다녀와야 하는 행사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탈리아 왕이 잘못내린 결정 하나로 1,000년 동안 만들어진 로마의 팬들을 한꺼번에 잃는 일이 발생했다. 1874년 카니발 행사 중 로마의 좁은 길을 달리던 말들이 어린 아이 한 명을 밟아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탈리아 국왕이던 빅토리아 임마누엘 2세는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카니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람들이 로마 카니발에 열광한 이유는, 잠시 안락한 인생에서 벗어나 평소에는 할 수 없는 게임을 즐기고, 배터지게 먹고, 위험한 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벤트가 너무 안전해지자 카니발이 가진 ‘현실과 다른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는 매력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로마는 그 모든 팬들을 한꺼번에 잃게 되었다.

Chapter 7. 인문학으로 배우는 자기관리

■ 미국 최고 부자 워렌 버핏의 자녀 교육

- Midas-touch 성공은 양날의 칼이다 -

성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양 인문학은, 돈은 버는 것도 힘들지만 많이 벌면 사람을 사악하게 만드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돈의 노예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물질적 성공의 이면을 그린 여러 인문학 스토리 중에서 우리들도 잘 아는 고대 그리스 한 도시국가의 왕, 미다스의 예를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까지도 무슨 일이든 시작만 하면 성공하는 뛰어난 비즈니스맨을 두고 ‘미다스 터치 Midas- touch’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단어를 좋은 의미로 쓰지만 사실 미다스 터치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다.

세상에는 사실 물질적으로 크게 성공한 후, 미다스가 딸을 잃은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져 외롭고 고통스러운 말년을 맞은 경우가 많다. 이유는 돈이 사람이 성격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부자일수록 타인 배려보다 자기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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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미국 켈리포니아 대학 폴 퓌프 교수의 연구

- 자동차가 달려오는 거리에서 연구원들이 갑자기 길을 건너도록 한 뒤 운전자들이 반응을 관찰

- 경차, 오래된 중고차 운전자들은 대부분 연구원들이 길을 건너도록 기다림

- 고급 브랜드 승용차 운전자들은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이거나 빵빵거리며 지나감, 특히 BMW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도요타 프리우스 운전자들은 대부분 멈추지 않음

고대부터 주욱 서양 인문학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다음엔 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0 워렌 버핏의 자녀교육

- 자신도 미국의 오지인 네브라스카 주의 오마하라는 작은 도시의 소박한 집에서 평생 검소하게 살았음

- 자녀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개척하도록 키운 것으로 유명, 2남 1녀 중 장남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작은 아들은 에미상 수상 경력을 가진 대중음악가로 작곡가 겸 프로듀서

- 그 작은 아들이 최근 <워렌 버핏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책을 써서 세간의 주목을 받음

세상 누구보다도 부잣집 아들인 피터 버핏은, 돈이 많아도 절대 자녀들이 달라는 대로 돈을 다 주지 말고 돈 대신 가치관을 심어 주어야 자녀를 제대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제국, 왕조의 흥망성쇠도 기본적으로 같다면서, 시작은 강인한 정신과 용맹스런 기세로 하지만 부와 권력이 쌓이면서 사치가 등장하고, 사치가 타락과 부패를 불러오면서 쇠망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대 바빌로니아,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중국의 진나라, 당나라, 청나라, 인도의 무굴제국 등이 성공에 안주하다가 허무하게 무너졌음을 상기해 볼 수 있겠다.

피터 버핏은 할아버지도 부자여서 대학 재학 중인 19세에 할아버지에게 유산으로 농장을 물려받았는데 돈을 놀리는 것을 못 참는 아버지가 농장을 9만 달러에 팔아서 주식으로 바꿔주었다고 한다. 큰돈이 생긴 피터는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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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가 악기와 녹음시설을 사들이다가 할아버지에게 받은 유산을 탕진하고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가 단번에 거절 당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아버지의 거절이 야속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나니 아버지의 거절은 “내 도움 없이도 너는 혼자 힘으로 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의 메시지 였다고 고백한다.

돈이란 벌기도 어렵지만 탈 없이 지키기가 더 어렵다. 돈 욕심을 갖게 되면 돈을 벌기 위한 투쟁이 시작되고 하나의 투쟁이 끝나면 또 다른 투쟁, 즉 나의 인간성을 파멸시키면서 나를 돈의 노예로 만들려는 보이지 않는 힘과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까지 이겨야만 진정한 승자가 된다는 것이 서양 인문학의 수천 년 고찰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이다.

■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아첨꾼 디메데스의 최후

- Flattery 아부꾼은 아부 이상의 대가를 빼앗을 목적을 갖는다 -

성공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성공을 지키기는 더욱 힘들다. 돈과 권력은 주변에 아첨꾼을 불나방처럼 집합시킨다. 잘못하면 쓴소리를 듣고 좌절을 겪기도 해야 성장이 가능한데, 성공한 사람들은 점점 아부꾼들에 둘러싸여 잘잘못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사람에게 쓴소리를 해봤자 불이익만 받을 확률이 높으니 주변 사람들 모두 달콤한 말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기만족과 무능함 속에 빠져 패망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양 인문학은 항 상 쓴소리하는 친구를 소중히 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오히려 조심하라고 말한다.

고대 로마의 역사가 플루타르크는 그의 명저 <플루타르크 영웅전> 여기저기에 아부로 패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 후세에게 경고로 삼았다.

마케도니아 왕 알렉산더가 세계 정복을 꿈꾸던 때의 이야기다. 알렉산더는 그리스의 여러 도시들을 다스리기 위해 휘하에 있는 여러 장수들을 파견했다. 그 중 아테네에는 가장 능력 있는 지휘자인 안티파터 장군을 보냈다. 안티파터는 아테네로 파견되자 정보도 얻고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동네 유지들과 친하게 지낼 생각을 했다. 그가 친구로 선택한 아테네의 유지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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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온과 디메데스라는 두 사람이 있었다. 디메데스는 윗사람 비위를 잘 맞추었고 포시온은 미움을 받더라도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안티파터는 자신의 기분을 수시로 나쁘게 하는 포시온을 멀리하고, 디메데스에게 계속 이권을 주었다. 하지만 결국 안티파터의 뒤통수를 친 것은 디메데스였다. 디메데스는 안티파터가 늙고 힘이 빠지자 이웃나라 페르시아의 장군에게 편지를 보내 군대를 보내달라고 배신을 했다.

다행히도 디메데스의 배신행위가 발각이 되었다. 마케도니아 군인들은 디메데스의 눈앞에서 그의 아들을 죽여 아들이 죽는 것을 직접 지켜보는 고통을 당했고 그 또한 처형당했다고 플루타르크가 ‘포시온의 인생’편에 기록해 두었다.

‘아부 한다’는 영어로 ‘flatter’이다 이 단어는 원래 프랑스어로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쓰다듬는다’는 뜻이었다. 동물이 화내면 무섭지만 동물을 즐겁게 해주는 지점을 찾아 쓰다듬어주면 화를 내던 동물도 꼬리를 살랑살랑 치며 그 사람을 졸졸 쫓아다닌다.

아부꾼은 사람을 쓰다듬는 사람이다. 특히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나 ‘갑’의 위치에 있는 담당자, 고위 공직자들이 추켜세워 주면 잘 넘어간다는 점을 알고 겉으로는 살살 쓰다듬어 예의 바르게 모시지만 속으로는 그 사람을 조롱하는 것이 아부꾼인 것이다.

아시아의 인문학에서는 윗사람이 그릇된 말을 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예의 바르다’ 또는 ‘겸손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서양 인문학에서는 오히려 잘난척하는 사람들이 능력 있고 순진한 경우가 많고 겸손한 사람들은 무서운 비수를 숨길 줄 아는 모략꾼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프랑스 철학자 라 로셰푸코는 “겸손함은 단지 사람들에게 욕먹지 않는 최고의 잘난 척이다”라고 했다. 앞으로 아랫사람을 평가할 때 ‘착하다’ ‘못됐다’보다는 ‘솔직하다’ ‘비겁하다’라는 다른 잣대를 대보는 것이 배신을 막는 훌륭한 방패가 될 것이다.

■ 이탈리아 상인들의 돈 놓고 돈 먹기 사업

- stock 자본주의는 목돈을 만들어 늘리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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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모들은 자녀가 비싼 옷이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돈은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야 Money doesn't grow on trees”라며 꾸짖는다. 그런데 사실 자본주의가 막 싹틀 무렵부터 부자들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돈나무를 길러야 한다”고 가르쳤다.

르네상스 시대를 연 이탈리아에서는 지중해를 오가는 무역업이 가장 잘나가는 사업이었다. 이때부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나는 침향과 후추 맛에 중독된 유럽 귀족들을 고객으로 하는 세계적인 유통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수많은 이탈리아 상인들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배를 보내 그곳에서 유통되던 동방의 진귀한 보물들을 수입했다. 아시아에서 들여온 향료, 도자기, 칠기 등은 베네치아와 제노바로 들어왔고 다시 프랑스, 영국, 독일의 바이어들이 본국으로 가져가 고가에 팔았다. 이렇게 고가 외래 상품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목돈을 가진 전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점차 다른 사업들은 접고 몇몇이 가진 돈을 합쳐 거금을 만들어 돈나무를 기르는 사업을 시작했다.

중세의 이탈리아 상인들은 어느 액수 이상의 돈을 한데 모아두면 그 자체가 돈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 경제학 저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도, 자신이 모아 놓은 돈이 버는 게 직접 일해서 버는 양보다 많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부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백 년 동안 부자의 기준은 노력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방법으로 빨리 갈아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나무에는 돈이 열리고 빚나무에는 빚이 열린다는 사실은 중세기나 지금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서양 인문학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아무리 쉽게 빌려 쓸 수 있는 돈도 절대로 꾸지 말라고 강조해 왔다. 미국 건국자 중 한 명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내일 빚을 지고 일어나야 한다면 차라리 오늘 저녁을 굶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필요 없는 것을 오늘 사라. 내일 꼭 필요한 것을 팔게 될 것이니”라는 말도 해서 돈을 함부로 쓰는 것을 강하게 경고했다. 유태인 속담에는 “가뭄이 들어도 자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자다”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벌게 해주는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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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운에 따라 잘될 수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지만 빚은 어떤 경우에도 계속 이자가 자라난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돈나무의 존재와 빚의 무서움에 대해 교육받고 자라온 서양인들은 원래 빚지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이후 대량생산의 시대가 오고 광고가 활성화 되면서 그런 경각심이 무너졌다. 그러나 지금 내가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할부로 더 비싼 차를 구입하고 대출받아 더 큰 집을 장만하고 빚을 내 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면, 남들은 한 번 보고 “와 대단하다”라고 감탄하면 그만이지만 나는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많은 댓가를 치르며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그 이자는 목돈을 쥔 광고주나 카드회사, 은행 등의 돈 열매가 되어 고스란히 그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업을 시작하는 데 꼭 필요한 종잣돈을 capital이라고 불렀는데 말 그대로 ‘머릿돈’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을 지을 때 먼저 놓는 주춧돌을 머릿돌이라 하는데 같은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정말로 현명하게 살고 싶다면 돈을 쓸 때마다 이것이 미래의 나에게 가치 있는 capital인지, 아니면 공중으로 흩어져버릴 소비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보고 나서 지출해야 한다. 감가삼각비와 유지비가 높은 자동차, 넓고 좋은 집, 유행하는 옷, 결혼식, 돌잔치 같은 이벤트에 들어가는 비용, 금방 구식이 되는 전자기기. 먹어 없어지는 음식과 술 마시느라 쓰는 돈 등은 절대로 돈을 불려 돌아오지 않고 흩어져 버리는 나쁜 지출이다.

그러나 대를 물려가며 쓸 튼튼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가구,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레저 스포츠 비용, 책값이나 교육비, 골동품 같은 것을 구입하는 것은 돈 나무가 되어 주는 좋은 지출이 될 것이다.

서양 인문학은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비싼 차를 몰고 큰 집에 사는 것이 승자가 아니라, 남이 내 돈으로 비싼 차를 몰고 다니고 큰 집에 살도록 해야만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 로마인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알려준 마일스톤

- Milestone 성공 기준이 명확하면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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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 오히려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원인은 지극히 간단하다. 바로 끝없는 욕심이다. 자기만의 ‘성공 기준’이 없으면 계속 무리한 도약을 일삼게 되어 이미 이루어 놓은 성공마저 잃고 인생을 비참하게 살기 쉽다.

고대 로마의 위대한 시인 호라티우스는 로마 최고의 외교관 마케나스와 절친이었다. 호라티우스는 마케나스와 철학적인 내용의 편지를 자주 교환했다. 그 편지 중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쓴 내용이 남아 있다.

마케나스, 만약 대답할 수 있으면 말해주게. 왜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하거나 운에 따라 정해진 길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생을 다른 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일까 수십 년의 전쟁에서 몸이 고달파진 용감한 군인은 이렇게 말하지. “아! 상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소금물 위에서 무역선이 제멋대로 뛸 때 상인들이 뭐라고 할까? “군인의 인생이 훨씬 좋지. 짧고 날카로운 고통 한 번만 견디면 모든 것이 끝나잖아? 한 번에 죽든지 아니면 승리의 영광을 차지하든지.” 번번이 닭 우는 새벽에 귀찮은 의뢰인이 급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야 하는 변호사는 농부를 부러워하고, 볼일 보러 도시를 방문한 농부는 도시 사람들만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지.

이미 고대 로마시대 사람인 호라티우스는 “자기만의 성공 기준이 없으면 끊임없이 남들 인생의 좋은 면과 자기 인생의 나쁜 면을 비교하기 때문에 평생 만족과 행복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일하는 방법을 배우고 경력을 쌓아 타인의 인정을 받는 인생의 과정을 영어로 career라고 한다. 이것은 ‘들고 간다’를 뜻하는 carry와 친척 단어인데, 원래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마차의 바퀴가 젖은 흙길에 빠지지 않도록 돌로 포장한 장거라 도로를 뜻하는 라틴어였다.

로마는 열심히 길을 뚫어 유럽 영토를 대부분 차지했다. 각 식민지에서 바치는 금은보화를 수레에 가득 싣고 고속도로를 통해 신속하게 본국으로 날라 로마는 나날이 부유해졌고, 로마인들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며 큰소리쳤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로마인들은 거의 평생을 길에서 보냈고 자연스럽게 인생을 길에 비유하게 되었다. 로마인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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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지르는 끝없는 길을 가다보면 자기가 어디쯤 왔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발걸음 천보에 한 번씩 숫자를 표시한 돌을 세워 자기가 얼마나 왔고 목적지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도록 했다. 1천이 라틴어로 Mil이기 때문에 천보 즉 1마일마다 하나씩 세워진 이 돌 ‘스톤’을 천보 석, 즉 ‘마일스톤’이라 불렀다. 로마인들은 먼 길을 갈 때 자기가 얼마나 왔는지를 알려 주는 이 마일스톤이 인생의 길인 커리어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ale었다.

■ 미국 상원의원 로버트 케네디의 연설에 담긴 의미

- Finance 돈은 일을 마무리 짓지만

인생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많다 -

돈으로 행복까지 살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다 공짜라는 말도 있다. 돈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인생은 돈 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많고 오히려 자칫하면 돈으로 그런 것들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 서양 인문학의 교훈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해본 나이든 비즈니스맨들이 종종 “가족관계 유지만큼 힘든 것이 없다. 가족 문제에 비하면 비즈니스는 식은 죽 먹기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 앞에서는 돈이 무력하게 되기도 한다.

미국의 전 상원의원이던 로버트 케네디는 살아생전 미국이 최고의 부를 이루던 시대에 오히려 나라가 부유해지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그의 연설 한 대목을 소개해 본다.

미국의 GDP는 8천 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러나 8천 억 달러 안에는 공기 오염과 담배 광고도 들어 있고, 고속도로에서 나는 교통사고라는 대량학살과 그 현장으로 달려가는 구급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둑을 막기 위한 특수 자물쇠와 그것을 부순 사람들을 수용하는 감옥도 포함되어 있지요. 무자비하게 잘려 사라져버린 나무들과 정신없이 번져나가는 도시가 자연을 파괴한 것도 GDP향상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GDP는 백열탄과 원자폭탄과 도시의 폭동을 막는데 필요한 장갑차 구입비, 위트만의 총과 스펙의 단도와 어린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기 위해 폭력을 가르치는 텔레비전 쇼도 포함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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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 그들이 받는 교육의 품질, 놀이에서 오는 기쁨은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 언어로 된 시의 아름다움과 좋은 결혼 관계의 영구성과 사회적 토론의 지적 가치와 관료들의 정직함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유머 감각이나 우리의 용기도, 우리의 지혜와 지식도, 우리의 자비심과 애국심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GDP란 인생을 살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을 제외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재는 수치입니다. 미국의 GDP는 우리가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다 빼고 미국의 나머지 부분을 다 합친 숫자입니다.

영어에서 ‘돈 거래’, 즉 ‘금융’을 뜻하는 단어가 finance인데, ‘끝’을 뜻하는 프랑스어 fin에서 ‘금융’을 뜻하는 단어 finance가 나왔다. 유럽 중세기에는 전쟁이 잦았고 전쟁은 대체로 포로의 몸값을 물어줘야 끝났기 때문에 finance에는 돈을 주고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돈을 지불하다’인 pay 역시 돈 주고 ‘평화pax’를 산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 finance도 ‘돈은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목숨을 부지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세기 유럽의 법은 사람을 죽이고도 몸값만 물어주면 처벌이 면제 되었으며 전쟁도 돈으로 배상을 해주면 대부분 끝이 났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전쟁이 잦고 전쟁에서의 생명부지가 삶의 전부이다시피 했던 중세기 유럽 사람들에게 돈은 위급할 때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생명줄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일제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아편 전쟁과 각종 내전, 공산 혁명 등의 숱한 전쟁을 치러본 중국인들이 유난히 돈에 대한 애착이 강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많은 전쟁을 더 오래 치러본 유럽의 인문학이 “돈은 사는 데 절대적인 필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인생을 완성 시키는 수십 가지의 요소들 중 단 하나에 속할 뿐”이라고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햄릿이 던져준 죽음에 대한 화두

- Memento Mori 인생은 죽는 순간에 결산된다 -

고대 로마시대에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 받았던 베르길리우스는 “시간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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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담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베르길리우스의 라이벌인 호라티우스 역시 젊은이들에게 “하루하루를 꽉 붙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유명한 시를 남겨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까지 널리 애송되고 있다.

유럽에는 메멘토모리 Memento Mori라는 예술 형태가 있었다. 한 마디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를 말해주는 예술이다. 인생의 최종 결산에서, 평생 모아둔 재산이 아니라 죽을 때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인생이라는 병을 채울 ‘바쁨’, 즉 ‘비즈니스’의 종류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술로 표현한 것인데 주로 해골이나 죽은 사람의 처참한 모습이 소재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햄릿은 무덤 앞을 지나다가 해골 하나를 발견하고 갑자기 소리친다. “아, 가여운 올릭! 내가 아는 사람이었어. 호라시오, 재치라면 끝이 없는 훌륭한 상상력을 가진 친구였어. 나를 등에 업어줬지…. 이 모습을 보니 목이 메는군. 바로 여기 셀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 입을 맞춰주었던 그 입술이 달려 있었지. 너의 농담은 어디로 갔지? 너의 춤은, 너의 노래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폭소를 터트리게 하던 그 흥은? 너의 웃는 표정을 스스로 놀릴 수 있는 농담 하나도 이제는 뱉어내지 못하겠지?” 그러던 중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이런 말을 다시 한다.

“알랙산더 대왕도 땅에 묻혀서 저렇게 되었을까?” 옆에서 대답한다. “그렇겠죠.” “냄새도 이랬을까? 으웩!” “그렇겠죠.”

이 장면은 Memento Mori 예술을 표상하는 최고의 장면으로 유럽 지성들의 머리에 각인되었다.

르네상스 유럽 미술의 거장인 마사쵸는, 당시 피렌체 재벌 메디치와 라이벌이던 또 다른 재벌 스트로치의 개인 예배당에 비치된 작품 중 해골이 새겨진 관을 조각했다. 그는 해골 조각 밑에 이탈리어로 “나는 얼마 전만 해도 너희와 같았고, 너희도 곧 나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적어 넣었다.

이렇게 사람의 최종 목적지는 모두 같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즐겁게 만들어야만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서양 인문학의 중요한 교훈이다.

2015. 5. 24.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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