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2021. 4. 7. 14:28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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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 내 마음을 몰랐던 나를 위한 마음사전 -

■ 투에고(Two - ego) 지음

0 저서

-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 삶에 사람에 무뎌진다는 것

- 익숙해 질 때

■ 프롤로그 : 단어는 위로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참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슬픔에 젖은 친구에게 건넬 위로의 말이 딱 떠오르지 않아 조심스레 등을 토닥여줄 수밖에 없었던 적도, 좋은 의도로 건넨 말이 본의 아니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내가 고장이 난 로봇이 된 기분이 든다. 분명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인데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내 것이 아닌 전혀 생소한 단어와 문장이 되어버린다.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들이 정말로 많았다.

가슴 속에서 일렁이는 애매한 감정들은 나조차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과 말의 시차는 왜 생기는 걸까? 마음이라는 현상이 있는데 정의할 말이 없다는 것이 나는 왜인지 불합리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왜 나는 자꾸 이렇게 마음이 지칠까?

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조차 정확히 모를까?

왜 나는, 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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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를 잠식해 왔다. 너무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 괴로운 시간동안 ‘왜’ 라고만 다그쳐 물었을 뿐, 진짜 내 마음이 어떤지는 정작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슬픔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토록 노력하면서 왜 그동안 내 마음에는 무심했던 걸까?

이 책은 내가 나를 찾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다.

ㄱ 격려가 필요할 때

■ 간절함

어느 날 한 청년이 소크라테스(Socrates)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나요?”하고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청년에게 물속으로 들어가 잠수를 해보라고 했다. 청년은 그 말대로 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부름이 없자 숨이 막힐 것 같았던 청년이 헉헉거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소크라테스는 그런 청년에게 물속에서 정말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청년은 당연히 ‘공기’였다고 답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을 간절히 원한 만큼 지식을 갈구해야 하네.”

뭐든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간절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 마음이 짙어야 노력에 탄력이 붙고 더 힘 있는 행동이 이어진다. 물론 노력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하진 못한다. 하지만 간절함이 깊어진 만큼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갈증

사람의 몸은 약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체내에서 많은 양의 수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를 충분히 보충해주지 않으면 목마름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갈증이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마시면 일시적으로는 갈증이 해소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목이 말라온다. 그래서 갈증이란 단어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욕구는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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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욕이나 수면욕 같은 본능적인 것

2. 어떤 대상을 갖고 싶은 소유욕

3. 뭔가가 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고차원적 소망

이런 욕구들은 죽을 때까지 끊이지 않아 갈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게 한다.

허망하게 반복되는 이 같은 과정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인간은 태초부터 갈증을 느끼도록 태어난 존재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살아 있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번 목이 마른 것은 우리가 실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0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

■ 감정의 바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진정으로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감정이 일렁이는 바다에 푹 빠져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타인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조금씩 용기를 내게 된다. 그리고 한 걸음씩 바다를 향해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다칠 걸 알면서도 용기를 내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 겨울나무

문득 겨울나무를 바라보다 궁금해졌다. 봄, 여름, 가을을 함께했던 아름다운 풍경들, 무성하던 푸르른 잎, 색색으로 계절을 불들이던 꽃, 좋은 날들이다 찬사하던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게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의 자태는 먼 북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삭풍과 살이 떨리는 추위에 고적함만 더한다.

차고 시린 겨울이 나무에게는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처 깨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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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했던 것들의 소중함과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진짜 모습을 알기에는 좋은 계절인지도 모른다.

■ 겸손

‘허세’는 공격할 허점을 만들 뿐이고

‘겸손’은 방패가 되어 나를 보호해준다.

화려했던 지난날을 자랑거리 삼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그런 대화는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재밌을지 모르지만 잠자코 들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도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독일에는 ‘타인의 불행에서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는 속담이 있다. 속담이 가리키는 심리를 손해(Schaden)와 고통(Freude)의 합성어인 ‘샤덴프로이데(schaden freude, 다른 사람이 불행할 때 뇌에서 느끼는 불편한 기쁨)’라고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지식을 발견되지 않은 진실의 대양 앞 해변에서 놀고 있는 소년에ㅐ 비유했고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또 다른 천재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똑똑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오래 고민했을 뿐이라 말했다. 그들은 역사에 한 획을 업적을 이루고도 단지 좀 더 오래 생각하고 좀 더 빨리 발견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자존을 지키는 선에서 적당히 겸손을 유지해야

내 마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 경험

‘타불라라사(tabula rasa)’는 라틴어로 ‘깨끗한 석판’이라는 뜻이다. 즉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상태를 의미한다.

영국의 경험론 창시자 존 로크(John Locke)는 인간은 어떤 관념이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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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기재 없이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로 태어나며 후천적인 경험으로 인해 마음이 형성되어 전체적인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관념을 가진다는 데카르트의 본유관념과는 대비되는 주장이다.

어떻게 보면 물질적인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불평등하게 지닌 상태로 태어나도 경험은 모두 평등한 백지상태로 태어난다는 말이기 때문에 백지에 무엇을 그리고 어떤 색을 입힐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경험 안에 담겨 있는 모든 복합적인 관념과 가치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은 곧 몸으로 쌓은 지식이며, 나아가 내 삶의 원천이 된다.

■ 계기

미국의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생이 한 아이의 뺨을 때렸다. 안절부절 못하고 정신 사납게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필이면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굴욕감에 휩싸인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때 아이의 나이는 고작 다섯 살에 불과했지만 아이는 이 사건을 계기로 평생 부당함과 맞서기로 다짐했다. 바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로 유명한 변호사 클래런스 대로(Clarence Seward Darrow)의 이야기다.

조금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나도 작은 사건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학창시절 나는 글짓기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아니었다. 해마다 열리는 글짓기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겻이 귀찮기만 했다. 그날도 딴 짓만 하다 결과물을 제출하라는 선생님의 재촉에 아무렇게나 떠오른 구절을 시랍시고 써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나머지 그 소식을 전하는 선생님에게 물었다.

“제 시가 어떻게 상을 받은 거죠?”

나만큼이나 이 대회에 관심이 없어보이던 선생님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글쎄, 아무리 찾아봐도 상을 줄만한 글이 없었나 보더라.”

그때의 묘한 기분이란. 당시에는 일상의 해프닝 중 하나로 기억에서 잊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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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것이 ‘계기’였던 것 같다. 그, 일이 없었다면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았을 거고,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테다. 비록 작은 계기였지만 그때부터 조금씩 변화한 내가 현재의 나인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없거나 관심사가 아니어도 계기만 있다면 사람의 운명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걸까?

그러니 나를 변하게 할 계기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계기로 만들어 낼 변화의 크기다.

■ 공감

공감(empathy)은 독일어 아인필룽(Einfuhlung)에서 유래된 말로 ‘감정을 이입 한다’는 뜻의 단어다. 인간의 감정을 여러 색깔로 나눈다면 색의 채도는 감정의 세기라고 할 수 있겠다. 서로의 채도가 가장 비슷해지는 순간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내 마음과 연결된다. 이는 연민이나 동정 그리고 단편적으로 어림짐작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공감이야말로 ‘이해’라는 영역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행위다.

가끔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영화 한 편이나 책 한 권, 익숙한 멜로디 한 마디에 더 깊이 이입되어 빠져들 때가 있다. 일면식도 없는 예술가의 작품에, 이미 유명을 달리한 몇 백 년 전 철학자의 말에 공감과 위로를 느낄 때면 기분이 묘하다. 어떻게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 심정을 본 적도 없는 외국 작가나 몇 백 년 전 사람이 이토록 잘 안다는 말인가?

어쩌면 공감이라는 것은 꼭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겪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 공생

일생동안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거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부탁할 일이 생길 때도 있고 부탁을 받는 일이 생길 때도 있다. 누구나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기엔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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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럴 때는 나를 위해서도 상대를 위해서도 도리에 어긋나거나 감당하기 힘든 부탁일 때는 거절하되, 여력이 되는 선에서는 도움을 주고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 과거

인간은 불완전하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넘어지기도 하고 잘못된 길로 가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의도치 않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는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과거만 돌아본다면 내일도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불완전한 존재인 나를 인정하고 과거를 발판 삼아 옳은 답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과거는 내가 살아온 길이고, 미래는 내가 살아갈 길이니 말이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다.

- 아인슈터인 -

■ 괴로움이야말로 인생

금서를 낭독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집행 직전 극적으로 살아난 도스토엡스키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갔다. 그곳은 흉악 범죄자들이 모여 있다는 감옥이었다.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꽉 막힌 공간에서 24시간 그들과 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어지는 고단한 나날에 생의 의지를 상실할 법도 한데, 그는 그곳에서 오히려 인간의 심연에 대해 사색했다. 머릿속으로 다음 작품을 구상하며 4년이란 긴 시간을 버텼다. 도스토옙스키는 ‘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라고 말하며 그때 들여다본 심연을 <죄와 벌>을 비롯한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승화했다.

살아 있기에 고통도 존재하는 것이다.

■ 권태로움

새로운 것에도 언젠가는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익숙함은 단조로운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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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다. 그리고 그와 함께 권태가 찾아온다.

권태로움은 언제나 삶의 곁을 맴도는 바람과 같다. 새로움이 가끔씩 부는 세찬 바람이라면 권태로움은 있는 듯 없는 듯 잔잔하게 불고 있는 미풍이다. 하지만 바람이 잠잠해졌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것처럼, 지금 권태롭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삶은 권태와 싫증 그리고 새로운 탐색과 추구를 반복하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여태껏 우리는 수많은 권태에 길들여져 왔고 그 미동 없는 시간 속에 몸을 잠시 웅크린 채 쉬어가기도 하며 새로이 도전할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권태로움 또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휴식 같은 존재 아닐까?

■ 그리움

그리움이란 무엇일까? 넓은 바다에서 산란을 위해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사람에게도 귀소본능이 있다. 오래도록 낯선 환경에 놓여 있다 보면,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이나 익숙했던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렇듯 과거의 특정 시기나 장소에 대한 향수를 뜻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는 17세기 스위스 의학자 요하네스 호퍼가 그리스어 귀향(nostos)과 고통(algos)이란 단어를 합쳐 만든 말이다.

우리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특정한 형체로 만들어 보관하기도 한다.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거나 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앨범에 보관한다. 앨범 속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나간 과정들을 되짚어가다 보면 빛바랜 사진 속에 담긴 그리움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 금언

<탈무드>에서는 귀는 친구를 만들지만 입은 적을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입을 조심하라는 경계를 담은 성어가 많다.

1. 유언비어(流言蜚語)

탈무드에서는 소문이란 ‘소문에 오른 자, 소문을 듣는 자, 소문을 말하는 자’이렇게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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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언부언(重言復言)

아무리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입 장에서는 또 다른 고통일 수 있다.

3. 일구이언(一口二言) 일관성 없는 말은 신뢰를 잃게 한다.

4. 동문서답(東問西答) 엉뚱한 대답만 하면 말하는 사람은 힘이 빠지기 마 련이다.

5. 허장성세(虛張聲勢)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6. 견강부회(牽强附會) 강단과 고집은 다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이치 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우겨서는 안 된다.

7. 육두문자(肉頭文字) 도리에 맞는 말이라 할지라도 상스러운 표현은 상 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말하는 사람의 품격마저 훼손한다.

8. 다언삭궁(多言數窮)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다언삭궁 불여수중 (不如守中) 즉 너무 많은 말을 하면 자주 궁지에 몰리니 침묵을 지키는 것만도 못하다는 뜻이다.

■ 기도

이따금 인간의 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라는 것이 있다. 이럴 때는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기적을 바라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기적을 바라는 행위인 기도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기도라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안정과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기운을 얻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 기억

같은 피사체도 촬영 각도나 기법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듯 우리의 기억도 마찬가지다. 기억은 나의 역사에 대한 해석이며 나만을 위해 상영되는 한 편의 영화다.

■ 기회

흔히 인생에 중요한 기회가 세 번 온다고 말한다. 그만큼 좋은 기회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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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 흔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기회를 알고도 잡기 힘들다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유명 작가이자 투자와 관련된 많은 명언을 남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책과 강연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었지만 투자에서는 매번 인생의 쓴 맛을 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라는 젊은 발명가가 트웨인을 찾아왔다. 벨은 트웨인에게 다섯 블록이나 떨어진 곳에서도 전선을 통해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거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발명품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트웨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쳤다. ‘벨’은 전화기 발명에 성공했고 그에게 투자했던 이들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뒀다. 훗날 트웨인은 연이은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시달리게 되었다. 지금이 위기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잘 살펴보면 그 안에는 분명 기회가 숨어 있을 것이다.

■ 긴장의 역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 사고나 재해는 어느 날 우연히 발생하지 않으며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말한다.

삶은 평온과 불안 그 사이에 있다. 과도한 긴장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반대로 나사가 풀린 것처럼 해이해져 버리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시련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긴장을 풀고 바람에 몸을 맡겨야 할 때와 긴장의 고삐를 꽉 쥐고 빨리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 길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다고 한다. 목적지라는 것도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간다는 의미일 뿐 최종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그 끝은 무한하기만 하다. 시간이 흘러 산으로 가로막혀 있던 곳에 터널이 생겼고, 나아가 바닷길과 하늘길도 열렸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시공을 초월한 길도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내 눈에 보이고 내가 아는 길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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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 이전에 만들어 놓은 길을 걷는 중이며 이후의 또 다른 누군가가 걸어갈 길을 걷고 있다. 작은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그 선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 하나의 세상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길 위에서 만난다. ‘혼자 걷는 게 아니다.’

■ 꾸준함의 꾸준함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세상일에는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것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게 된 때부터 자주 이렇게 말하게 됐는데, 특히 자기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 모차르트(Mozart) : 열네 살에 한번 들은 교향곡 악보를 외워서 그렸다.

- 수학의 천재 가우스(Gauss) : 열 살에 등차수열 고안

- 영국의 문학가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 ‘하루에 3시간씩 걸으면 7년이면 지구 한 바퀴 돈다’고 계산했다.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 살아생전 돈을 받고 판 그림은 한 점 밖에 안 되지만 무려 2,0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겼다.

 

비록 이런 노력이 당장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지속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인생이 빛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ㄴ. 나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 나

모든 시간 속에 있는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일까? 초롱초롱하게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인 나, 학교에 다니면서 그 속에 왁자지껄 친구들과 어울리는 나,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와 두루뭉술하게 세상과 섞여 살아가는 나, 그리고 노인이 되어 황혼이 깃든 나, 인생이라는 타임라인에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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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어린 시절의 나와 황혼의 나를 만난다고 상상해보자. 경험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같은 사람이라 인식할 수 없을 테다. 나라는 존재는 시점에 따라 충분히 다른 내가 될 수 있다.

모두 ‘나’지만 모두 ‘같은’나는 아니다.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 묻는다면 지금 이 순간 인식할 수 있는 나만이 진짜일 것이다.

 

■ 노력의 가치

한 여인이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에게 다가와 냅킨에 무엇이든 좋으니 그려달라며 낙서라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적절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다. 이에 피카소는 그림을 그려준 다음 1만 달러를 요구했다. 여자는 깜짝 놀란 나머지 항의했다.

“불과 30초 만에 그렸잖아요?”

“저는 이 실력을 얻기까지 40년이 걸렸습니다.”

모든 가치를 재화로 환산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의 가치는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 운동선수 : 그 선수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량을 토대로 계약기간 동안 발 휘할 미래의 잠재성까지

- 기업 ; 그 사람의 포부나 미래 가치를 보고 연봉 제시

가치라는 것은 무작정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재능이 원석이라면 우리가 하는 노력은 그 원석이 반짝일 수 있도록 연마하는 과정이다. 이런 기준에서 나의 시간은 얼마일가?

* 라파엘처럼 그리는 데는 4년이 갈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 이 걸렸다. <파블로 피카소>

■ 눈물과 이슬

눈물은 아름답게 방울방울 맺히는 이슬과 닮았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들을 잃은 새벽의 신 에오스(Eos)가 비통에 빠져 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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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이슬이 되어 세상을 적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기의 온도가 낮아져 수증기가 물로 응결 될 때의 온도를 이슬점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사람에게도 제각기 눈물점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차가운 눈동자에 슬픔이 맺히고 그 과정에서 바깥과 온도 차가 생기면 이슬이 맺힌다. 온도차가 너무 크면 결국엔 흘러넘치는데 이것이 슬픔의 응결체인 눈물인 셈이다.

그러니 행복하고 즐거울 때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되듯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올 때 우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이는 생리적인‘카타르시스’에 속한다. 슬픔을 참거나 삼키기만 하는 사람은 나중에 응어리진 슬픔이 딱딱하게 굳어 가슴속에 돌로 남는다. 우리는 이를 ‘한’‘원망’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데, 한번 굳어버린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깥과 내 마음의 온도 차가 너무 크면 결국엔 흘러넘치는데 이것이 슬픔의 응결체인 눈물인 셈이다.

ㄷ,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

■ 다시

살다 보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한 일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 때가 있다. 그때 밀려오는 허망함을 어찌 다 말할 수가 있을까.

그럴 때는 잠시 내려갈 만큼 내려가도 괜찮다. 그래도 언제나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다시 몸을 일으키지 않던가?

*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항상 슬픈 것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나 지나간 것은 홋날 소중하리니.

- 푸시킨 Pushkin.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중에서

■ 단절

영국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에서 맺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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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인맥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한다. 이른바 마당발이라 불릴 정도로 관계의 폭이 넓은 사람도 인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관계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단절의 기술이 필요하다.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도 각자의 사정이나 시간 때문에 멀어지고 마는데, 굳이 진심이 담기지 않은 관계를 억지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관계의 숲엔 150 그루의 나무밖에 심지 못하는데, 심긴 나무들이 모두 상해 있다면 차라리 몇 그루 없더라도 튼튼한 나무만 골라 심는 것이 내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다.

자라지 못하는 관계는 자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내 시간과 감정을 지키기 위함이다.

■ 당신에게 좋은 말

타인을 힘들게 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말이다.

아홉 가지의 꽃 같은 말도 한마디의 칼 같은 말로 다 자를 수 있다.

■ 독서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걸으면서도 한 손에 책을 펼치고 들고 다닐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남북전쟁 시절에도 마음을 다지기 위해 셰익스피어를 읽었다고 하니, 그의 책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훗날 노예해방 등 수많은 업적을 이룩한 링컨을 우리는 다시 책에서 만난다.

독서란 시공을 초월해 창작자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강산이 수없이 변해도 가치 있는 책은 변함없이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움을 원하는 이에게는 깨달음을, 심신이 지친 이에게는 살아갈 기운을 북돋아준다. 때로 주변 사람들의 영혼 없는 조언보다 나와 성향이 비슷한 저자의 책이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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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자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읽고 나서야 무지한 스스로를 다시금 자각할 수 있었다.

* 배움에 끝이 없듯이 독서에도 끝이 없다.

■ 돈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쪽에서는 연일 고공행진인 부동산과 주식이야기가, 또 한쪽에서는 돈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일상의 해프닝들이 사건·사고라는 이름으로 게재된다. 이럴 때면 우리는 평생을 다 바쳐도 돈의 일부만을 가질 수 있을 뿐인데 돈은 우리의 마음을 모조리 휘어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숫자가 적힌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그 안에 기쁨, 슬픔, 분노와 같은 무수한 감정과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돈이 든다.”하지만 내가 온전히 돈의 것이 되지 않으려면, 돈을 온전히 가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 동력

세차게 달리던 기차도 연료가 바닥이 나면 도중에 멈춰버린다. 이처럼 간절히 바라던 바를 막상 이루고 나면 뒤따르는 무거운 공허함에 짓눌려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동력의 상실은 곧 정신의 표류로 이어지며, 지체할수록 삶의 의지도 점점 옅어진다. 어떻게든 내일을 향해 다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인 열망을 공급해 연소해야 한다.

ㅁ 매일의 다짐이 필요할 때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을 하던 중 교실에 쥐 한마리가 나타나 소동이 일어났는데 놀란 쥐가 재빠르게 숨어버리는 바람에 아무도 찾지 못했다. 그때 눈을 감고 있던 한 아이가 쥐가 숨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아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특별한 청력을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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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어서 소리를 듣고 쥐가 잇는 곳을 알아낸 것이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특별한 귀’라고 부르며 늘 용기를 북돋아주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훗날 그래미상을 스물다섯 번이나 수상한 가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성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조선시대 구국 영웅인 이순신은 수세에 몰린 전장에서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는 말로 병사들을 독려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병사들이 느낀 절망감을 가슴 깊이 공감한 이순신은 함께 죽고 함께 살 것이라는 의지를 말로 또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어떤 말 한마디는 사람을 살게 하고 어떤 말 한마디는 사람을 죽게 한다. 고작 말 한마디라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 망각기와 냉각기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처럼 펄펄 끓어오르던 마그마도 세월이 흐르면 차갑고 단단한 암석으로 변한다. 암석의 거칠었던 표면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점점 풍화되어 매끄러워진다. 타들어갈 듯 뜨거운 어떤 감정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온기를 잃고 딱딱하게 굳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흔적은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기에 모양은 변했을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적당한 망각기와 냉각기를 거친 기억들은 마음속에 매끄러운 암석으로 남는다. 간혹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다가 ‘무드셀라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은 안 좋았단 일들은 쏙 빼놓고서 좋은 일들만 모아 ‘추억’이라 포장하며 그리워하는 일종의 퇴행 심리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가 주장한 망각 곡선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정보를 습득한지 30분이 지난 후에는 기억의 절반을 잃어버리고 한 달이 지나면 21퍼센트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독한 아픔의 순간들도 반복적으로 되새기지만 않는다면, 풍화되고 다듬어져 나머지 21퍼센트의 진실만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된다.

■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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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임 이론의 창시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미술가, 음악가, 스포츠선수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표본을 연구하며 이들이 작업할 때 몰입 여부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감명을 받았다. 같은 시간을 들여도 몰입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마다 자신만의 몰입법이 있다. 무언가 이루고 싶다면, 무언가 잊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각자 몰임의 섬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 밑바닥에서부터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그만치 겁도 많아진다.

반면 더는 떨어질 곳이 없는 사람은 용감해진다.

ㅂ, 바람만 불어도 흔들릴 때

■ 방향성

전력으로 질주해도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 수 있다. 노력이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거라면 좀 더 시간을 두고 노력하면 되는 문제겠지만,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면 그동안 노력이나 시간을 허비해버린 셈이다.

조급한 마음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을 선택하기보다 차라리 조금 쉬어가며 주변 풍경도 즐기고 길도 찾아보면서 사야가 트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

방향만 맞는다면 조금 늦더라도 언젠가는 도착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 변화

유수불부(流水不腐),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뜻이다. 때로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함께 흘러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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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그 변화의 결과이니 말이다.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변화라는 단어를 너무 거창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처럼 작은 변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누구나 세상을 바꾸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변하려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 레프 톨스토이 (Lev Tolstoy)

■ 본질

이해하려는 것은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더 힘들다.

하지만 이해하려 노력하다 보면 도리어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있는 그대로를 보려 노력해야 한다.

■ 불씨

일조지분망기신(一朝之忿忘其身) 이급기친비혹여(以及其親非惑與), 공자

 

공자는 순간적인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은 일생을 허무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그로 인한 재앙이 가까운 사람에게 미친다면 그보다 큰 미혹이 없다고도 했다.

사람의 뒤통수에는 심지가 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작은 불씨만 붙어도 줄을 타고 올라가 펑 터진다. 분노는 그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 일순간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하고 머릿속을 백지 상태로 만든다. 몸이 강렬한 감정에 지배당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순간적인 분노에 나를 잃으면 반드시 후회하기 마련이다. 정말 화가 날 때는 잠시 화의 근원에서 벗어난 뒤 화가 한 풀 꺾인 다음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순간적인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은 일생을 허무하게 만드는 일이다.

- 공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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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함

‘아들러 심리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자연의 관점에서 인간은 열등한 존재’라고 말했다. 즉, 늘 우리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열등감은 여러 형태로 우리 의식 속에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삶을 살아가면서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조금씩 완전을 향해 나아갈 수는 있어도 완전해 질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 내재된 열등감이 어떤 형태로든 계속 표출된다.

열등감에는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많은 노력을 하게 하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해소되지 못한 열등감은 여러 신경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불완전한 사람이다. 겉으로는 잔잔한 파도만 일렁이는 푸른 바다도 그 깊은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내 안에도 수많은 감정들이 헤엄치고 있다. 자신감 넘치게 내 의견을 설명하다가도 상대방이 반대 의견을 말하면 어느 순간 열등감이 불쑥 튀어나온다. 물론 누구나 본의 아니게 타인의 열등감을 건드리거나 자존감에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단점을 아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불완전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어야 한다

인간의 시야는 전방 180도에 불과해서 한 번에 사물의 모든 면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따라서 3차원인 세상에서는 어떤 대상이든 ‘보이는 면’과 ‘가려진 면’이 있기 마련이다. 빛이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단면 속에 사물의 또 다른 면모가 감춰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빛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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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즐거운 일상을 보낸 뒤 찾아오는 고독, 유난히 환한 웃음 뒤에 가려진 우울,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의 말처럼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같은 사람의 인생이 희극으로도 비극으로도 보일 수 있다.

가려진 것에는 가려진 것 나름의 미학이 있는 셈이다.

■ 뿌리

만일 사람이 한 그루의 나무라면 거목은 자기분야에서 성공하거나 다른 이의 표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사람일 것이다. 튼튼하고 굵은 줄기, 하늘을 향해 끝없이 뻗어나가는 수많은 가지, 생기가 넘쳐흐르는 푸른 잎까지 누가 봐도 가히 아름답다 할 만하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거목의 위대함을 고개 들어 우러러 본다. 누군가는 부러움과 존경이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끝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도 저런 나무가 되고 싶다며 롤 모델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 성공의 진면목을 전부 알 수 없다.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뿌리’다.

수많은 실패를 겪어도 나를 지탱해줄 정신력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줄기와 잎을 틔울 수 있다.

ㅅ 삶의 가치를 생각할 때

■ 사랑

1. 저마다 의미가 다르다.

2. 수많은 말로도 정의 할 수 없다.

3. 알다가도 모르겠다.

4. 차가운 면이 드러날 때도 있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공존한다.

■ 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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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평균 1만 2천 ~ 6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수치로 확인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생각은 도무지 어디가 시작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고민, 괜찮다 싶다가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번뇌, 그날그날 실현하거나 해소하고 싶은 욕구, 오감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잡념까지 모두 생각 안에 포함되어 있다.

서양 근대철학의 창시자인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명제를 통해 존재의 확실성을 표현했다. 너무 많은 생각이 우리를 괴롭힌다 해도 우리는 바로 그 생각을 통해 각자의 존재를 증명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어떤 생각으로 채워나갈지 깊이 고민해볼 일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부르제 (Paul Bourget) -

■ 상상력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했던 어린 시절에는 만화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꿈같은 일들만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경험을 토대로 예측 가능한 일들만 주로 머릿속에 떠올린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많은 것이 현실로 익숙해지는 만큼, 샘솟던 호기심과 얼토당토않던 상상력도 점점 잃어가는 것이다.

작가 조앤 롤링(Joan K. Rowling)은 타고 있던 기차가 4시간 지연되는 동안 마법사 학교에 다니는 한 어린 소년을 생각하면서 그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아기를 어려운 시기에 말이다. 그토록 광활한 세계관의 시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단 4시간 만에 떠올렸다니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다. 때로 상상력의 힘은 시간과 물리의 경계를 넘어선다. 조앤 롤링의 상상력이 전 세계 수많은 어린이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어른에게는 위로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누군가는 황당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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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없는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는 상상들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상상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펼쳐질 세상을 말이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 - 아인슈타인 -

■ 생일

우리는 처음 세상 빛을 본 날을 ‘생일’로 정해 매년 기념한다. 이때 케이크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 후 소원을 빌면서 촛불을 불어 끄는 의식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둥근 달 모양의 케이크를 공물로 바치는데서 유래했다. 그러고 보면 어두운 공간에서 반짝이는 촛불이 밤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나 별빛과 참 닮은 듯하다. 미래에 대한 염원을 담아 촛불을 끄는 순간에는 자신이 현재 살아 있음을 강렬하게 느낀다.

■ 선의

체코 태생 독일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Oskar Shindlew)는 1939년 나치 당원이 된 후 사업을 위해 폴란드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식기 공장을 세우고 무임금으로 유대인 노동자들을 부렸다. 공장은 갈수록 커졌고 부유해졌지만 독일인들의 만행과 끔찍한 학살현장을 목격한 쉰들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민에 빠졌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은 연합군에게 패색이 짙어지자 수많은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바로 나치에 의해 유대인 400만 명이 학살된 바로 그곳이다. 그때 쉰들러는 자신의 양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약 1,100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명부에 적어 전 재산을 들여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과거 행적을 떠나 이 많은 생명을 구한 그의 행동은 분명 선의였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뒤 그의 이야기를 각색한 영화 <쉰들러리스트>가 개봉했다.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즈음 그에게 은혜를 입은 이들이 쉰들러의 무덤에 조심스레 돌을 얹어 주는 장면이 깊은 울림을 줬다.

■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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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이고 확실한 길인 ‘교사’와 불확실한 길인 ‘성악가’를 두고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두 가지 모두 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두 개의 의자에 앉을 수는 없기에 성악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훗날 ‘세계 3대 테너’가 되어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멋지게 증명해 보였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것도 좋겠지만, 시간과 능력이 한정되어 있는데 욕심을 부린다면 둘 다 놓치게 될 확률이 크다.

■ 성공과 실패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성공을 갈구한다. 그럼에도 성공과 실패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 때문에 1등을 하거나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 안에 들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걷지도 못하는 데 뛸 수 있는 사람은 없듯이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까지는 크고 작은 실패의 과정이 존재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부문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도 ‘점프의 교과서’라는 말을 듣기까지 빙판에서 무수히 넘어지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나 나름의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성공의 기준은 ‘내’가 되어야지 ‘타인’을 잣대로 삼으면 안 된다. 타인을 잣대로 한 성공은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야 하니 뒤처지는 순간부터 사람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비교에서 오는 우월감이 아니라 진정으로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성취감이 진짜 성공이다. 성공은 쟁취해야 하는 트로피가 아니라 부단히 노력하도록 목적지를 가리켜주는 일종의 이정표인 셈이다.

영원한 성공도 실패도 없는 것처럼 영원한 1등도 꼴찌도 없다. 그저 우리는 작은 성공과 실패 사이를 오가며 목적지에 다가가는 중이다.

■ 성찰

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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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면 남들이 판단을 내리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대로 살아가다가 빈 껍데기만 남을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음악을 틀고 명상을 하든, 인간 내면 심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심리학책을 읽든, 내 진짜 마음을 마주할 의지가 생긴다면 어떤 방법이든 좋다. 그러고는 천천히,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해 보는 것이다.

■ 스승과 제자

훌륭한 스승 밑에 뛰어난 제자가 있다. 또 그 제자가 다시 훌륭한 스승이 된다. 실제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나열한 순서대로 사제지간이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고대 서양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들이라 놀라운 따름이다. 스승의 가르침을 제자가 그대로 이어받아 계승하고 발전시키거나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새로운 사상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걸음걸이, 말, 생활 습관까지 누군가 가르쳐줘야만 익힐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제자였던 셈이다. 만약 내가 지식이든 기술이든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나누기를 아까워 하지말자. 나를 스승으로 삼은 제자들이 또 누군가의 스승이 되고 그렇게 이 세계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 습관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어떤 인간의 탁월함은 그가 보여주는 일회적인 천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천재성을 발휘하기까지의 과정, 즉 반복성에 있다고, 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라는 말도 있다. 습관이 쌓이다보니 그 사람의 천성이 된다는 뜻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인지 능력이 생기는 아이 때 만들어진 버릇은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못했든 지금껏 우리가 꾸준히 해왔던 어떤 행동에는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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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듀크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 중 40퍼센트는 의사결정이 아니라 습관의 결과라고 한다. 따라서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나뿐 습관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야 한다.

오늘부터 나쁜 습관을 버린다면 미래는 분명 다른 ‘내’가 될 수 있다.

무엇이든 반복해서 행한 것이 모여 우리 자신이 된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바로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식사

 

“밥은 먹었니?”

“밥한 번 먹자.”

“오늘 점심은 뭘 먹었니?”

“저녁은 뭐 먹어?”

우리말에는 유독 ‘밥’과 관련된 인사말이 많다. 식량난에 시달리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안부를 물을 때조차 ‘밥’과 관련된 언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매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찾아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가 느끼는 오감 중 미각만큼 매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또 어디 있을까?

때로는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를 음식이 준다.

■ 신념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주인공인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며 조롱했지만, 돈키호테는 그런 말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구분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적어도 그가 품고 있는 신념만큼은 진짜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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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 역사적인 인물을 기억할 때도 그 사람이 갖고 있던 신념을 함께 떠올린다. 이단으로 몰려 재판을 받으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꿋꿋이 지동설을 믿었던 갈릴레오 갈리레이의 과학적 신념, 우생학 이론아래 셀 수 없이 많은 유대인과 장애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의 비과학적 신념, 오랜 세월 그 사람과 함께한 신념은 그것이 옳든 그르든 점점 단단해진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그 사람의 가치관이 나 신념을 함께 떠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신념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그 무엇보다 단단하기 때문이다.

 

2021. 3. 28

* 다음에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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