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한 마디

2023. 12. 19. 14:35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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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한 마디

- 더 나은 나를 위한 말의 힘 -

■ 정광재 지음

0 경기도 연천 출생, 의정부에서 성장

0 2000년 매일 경제신문 기자

0 MBN 뉴스 진행 앵커

0 경제부처 및 청와대 출입기자

0 MBN 정책기획 부장, 국회반장, MBN 디지털 뉴스부장, 뉴스와이드 앵커

0 저서

- 애널리스트 따라잡기, 중국 내수시장과 통하라, 경제는 내 친구 등

0 현재 국민의 힘 당 대변인

■ 들어가는 글 : 결국은 행복이다

말에는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작게는 개인을 움직이게 하는 가까운 사람의 충고부터 크게는 전 세계인을 웃고 울리는 위대한 말도 있습니다.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을 비롯해 책 제목으로도 유명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과 ‘죽고 사는 것이 권세에 달렸다’라는 예수님 말씀까지, 우리는 말로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합니다.

배운 게 글과 말이었기에 기자와 방송인으로 20년 넘게 밥벌이를 해왔습니다. 저의 글과 말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단련하고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중한 말들을 글로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 책에 담긴 글과 말이 어느 이름 모를 독자의 인생에 모래 한 알 만큼의 변화라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책 제목 ‘세상을 바꾸는 한 마디’와 부재 ‘더 나은 나를 위한 말의 힘’에는 이런 바람이 담겼습니다. 말의 힘을 믿는 것처럼 독서의 힘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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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실행에 답이 있다

■ 우물 안 개구리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라는 말처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그릇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정한 그릇의 크기만큼 성장하게 마련입니다.

‘말을 낳으면 제주로, 아들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성장하기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얻는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코이는 주어진 성장 환경에 따라 손바닥보다 작게 자라기도 하지만 강물에서는 1미터 넘는 크기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코이는 잉엇과에 속하는 어류인데, 잉엇과는 영양 상태와 수중 내 산소포화도, 경쟁자의 유무에 따라 체내에서 분출되는 성장 호르몬의 양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코이가 성장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건 코이가 가진 독특한 특징 때문입니다.

코이는 성장억제 호르몬을 분비해 성장의 크기를 조절하는데, 물의 양이 적으면 일찍 성장 호르몬 분비를 마쳐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반면 물의 양이 많을 때는 성장 호르몬 분비가 오랜 기간 지속하는 까닭에 1미터 넘는 물고기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학 시절 한국마사회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음에도 40여 일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1995년 12월, 겨울바람이 꽤 찼던 프랑스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 궁전, 함께 여행하던 친구로부터 들었던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은, 비록 우스갯소리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제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습니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 작았구나’라는 자각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귀국 후 예정돼 있던 ROTC 입소를 미루고, 완전히 다른 인생의 궤도에 들어선 것도, 어쩌면 그때 들었던 그 ‘우물 안 개구리’에서 시작됐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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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13년에는 한국기자협회가 운영하는 ‘재능기부 저널리스트’로 선정돼 서울 주요 중고등학교를 방문해 진로 강의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또, 청소년 경제 입문서인 <경제는 내 친구> 출간을 계기로 한국은행을 비롯해 여러 공적 기관에서 진행하는 경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많은 중고생을 만났습니다. 수강생의 특징이나 강의 성격에 따라 주제는 달라지지만, 마지막 발표로 빼먹지 않는 챕터가 있습니다.

바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Nothing will happen if you do nothing)’입니다. 이 말은 그 전에도 들은 적이 있겠지만, 아마도 저의 머리에 가장 강력하게 각인 됐던 건 CNN 종군기자 겸 앵커로 오랫동안 활약해 온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의 방송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분쟁지역 전문 기자’인 아만푸어는 판문점 회담 중계를 위해 한국을 찾았고,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생방송으로 판문점 회담의 성격과 성과, 한계를 전 세계로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단위로 생중계가 됐던 만큼, 연결 중간에는 아만푸어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무작정 서울 광장으로 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아만푸어를 만났습니다. 방송국 앵커라고 소개했고, 청와대와 외교안보팀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얘기하니, 그녀는 오히려 판문점 회담에 대한 한국의 여론과 기자로서의 생각을 취재하며 오랜 시간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30분 정도의 만남이었지만 기념사진과 함께 연락처를 주고받고, 남북문제가 쟁점이 될 때면 의견을 묻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해 보라(Do something)”고 주문합니다.

디지털 뉴스부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인턴 기자를 면접하고, 교육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Do something’을 항상 강조해왔습니다.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어떤 특별한 일이 우리에게 발생할 수도 있는 건, 무언가를 새로 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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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신앙생활을 합니다. 사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종교적 다양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인류 전쟁의 역사 가운데 많은 부분이 종교적 차이로 인해 채워졌지만, 우리나라는 종교적 갈등이 전쟁으로 번진 경험은 없으니까요.

 

한 가족 내에서도 믿는 종교는 정말 다양합니다. 저만 해도, 어머니는 평생 절에 열심히 다니시며 부처님 은덕을 비는 불교 신자시지만, 형님은 성당에 다니고 저는 교회에 다닙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종교적 다양성도 크지만 관용성도 못지않게 큽니다. 우스갯소리로, 각 종교의 신도 수를 더하면 인구 5,000만을 훨씬 넘는다고 하죠.

교회에 다니면서 배운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는 성경 구절은 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라도 제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영적인 대상을 찾았다는 점에서 삶에 대한 태도도 한층 여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 (子欲養而親不待)

-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1933년생이셨던 아버님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사셨고, 청년 시기에는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인민군 징집을 피해 남으로 피난을 오셨습니다. 이후 국군에 자원입대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대 공헌한 사실을 인정받아서 국가유공자로 선정되기도 하셨습니다.

5남매의 막내였던 저는, 아버님이 43살이실 때 태어나 많은 사랑과 기대 속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은 제게 큰 충격을 줬고,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셔야 했던 어머니의 고생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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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은혜가 바다와 같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역시 없을 겁니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은 때론 부모님 은혜를 잊고 살게 합니다. 무심한 세월은 우리도 모르게 부모님을 점점 더 먼 곳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포르투갈과의 조별 3차전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후반 로스타임에 터진 역전 골을 바탕으로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이미 전후반 정규 시간이 다 지난 시간, 손흥민 선수는 황희찬 선수에게 공을 건넸고 황희찬 선수는 침착하게 골로 연결하면서 2:1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경우의 수를 따졌을 때, 꼭 승리해야만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 역전 골에 이은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보다, 더 큰 감동은 사실 경기 후에 나왔습니다. 승리를 자축하는 선수들이 들고나온 태극기 하단에 등장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였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포르투갈에게 뒤지고, 다른 조별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른바 ‘중꺾마’ 신드롬은 이후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었습니다. ‘중꺾마’는 사실 MZ 세대들에게 월드컵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게임 ‘LOU(League Of Legend) 월드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저는 ‘중꺾마’의 원형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의 말에서 찾습니다.

그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책에는, 정주영 회장이 창업과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수많은 시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 제목처럼 정 회장은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보람을 찾았습니다. “불가능하다”라는 참모들의 보고에는 “이봐 해봤어?”라는 말로 한계에 대한 도전을 독려했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가짐을 우리 사회에 전파했습니다.

정주영 회장이 소 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던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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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 2사단(의정부 CRC) 공보실에서 정훈병으로 신문을 만들던 게 계기가 돼, 동료 미군 기자들과 판문점 현장을 찾아 정 회장의 방북을 지켜봤습니다.

정 회장은 이날 “한 마리의 소가 1000마리의 소가 돼 그 빚을 갚으러 꿈에 그리던 고향산천을 찾아간다”라며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라고 했습니다.

아버지 몰래 송아지 한 마리를 팔아 사업을 시작한 후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그룹을 일구기까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에게 패한 후 시련을 딛고 다시 대북 사업에 나서기까지 정 회장은 “이봐 해봤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말로 오뚝이처럼 일어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과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불굴의 신념이, 시대가 조금 다를 뿐 좌절과 실패에 울고 있는 우리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 시도하지 않는 슛은 100% 빗나간 슛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주저하다, 하고 싶던 일을 하지 못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에는, 모든 사람이 죽음이 임박해서야 그동안 용기를 내지 않았던 일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담겨 있을 겁니다.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의 전설적인 득점왕 웨인 그레츠키는 “시도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슛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2021년으로 기억하는데, 주요 그룹사 회장의 신년사에 약속이나 한 듯 이 문구가 함께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레츠키 선수는 선수 시절 894개의 득점을 기록했는데, 많은 득점을 울릴 수 있었던 비결로 “많은 슛을 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슛은 빗나갈 수도 있고 득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슛을 쏘지 않는다면 영영 득점을 기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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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ain’t over til it’s over!

-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

우리나라에서 프로야구가 시작된 것은 1982년입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초등학교를 입학 하던 해에 역사적인 프로야구 출범이 있었던 셈입니다.

경기도 연천의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저도 단숨에 야구팬이 됐습니다. 누가 복잡한 야구 룰을 정확히 알려준 것도 아니지만 TV 중계를 자주보다 보니 자연스레 야구에 정통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응원하는 팀이 생기면서 프로야구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야구 레전드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재박 선수는 저의 아이돌이자 영웅이기도 했습니다. 야구 할 때면 투수나 유격수를 했고, 등 번호도 김재박 선수가 사용했던 ‘행운의 7번’을 항상 사용했습니다.

야구에는 두 팀 모두 9번의 공격 기회를 똑같이 얻는 ‘기회의 균등’이 있고 주심을 불리는 엄파이어가 ‘과정의 공정’을 보장해 주면서, 더 많은 점수를 낸 팀이 승리한다는 ‘결과의 정의’가 보장돼 있습니다.

‘야구는 투수의 놀음’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9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를 더합니다. 무엇보다 야구의 가장 큰 묘미는 역전과 결과의 의외성에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제 끝인가?’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닙니다. 지금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 지금의 실점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면 역전 만루 홈런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개인의 인격과 정체성은 어떤 사람들과, 무슨 경험을 했고, 또 어떤 책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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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랐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스펀지처럼 외부의 지식을 빨아들이고, 그런 지식과 생각을 통해 큰 틀에서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화가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진 그림을 덧칠하는 정도로는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 밑그림과 편견도 없는 청소년기의 교육과 독서는,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1990년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시 겨울방학을 맞아 누님 댁에 들렀다 매형 책장에 꽂혀있던 책 한 권에 눈이 갔습니다.

책 제목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였고,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창업자 겸 회장이 쓴 책이었습니다. 그 책은 누적 100만 권 이상이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입니다.

지금까지 개정판이 나오고 있는걸 보면, 시대가 바뀌고 성공 가도를 달렸던 김 회장이 실패한 사업가로 삶을 마쳤음에도 책이 주는 감동과 울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김우중 회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상반됩니다.

결국, 실패한 사업가로 국가 경제에도 많은 부담을 줬던 인물이라는 혹평이 있지만, 기업가로서의 성패를 떠나, 김우중 회장이 그때의 청년 세대들에게 심어준 ‘도전정신’과 인식의 전환은 세계화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큰 자극이 됐고, 울림이 됐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그의 한 마디가, 30년 넘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우리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었으면 합니다.

■ Never Up, Never In

어려서부터 다양한 운동을 좋아했는데, 특히 공을 다루는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다행히, 손 감각이 좋아 농구와 야구, 탁구, 테니스 등에서 수준급 실력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골프라는 운동에도 취미를 갖게 됐습니다.

골프에는 인생을 살며 새길 여러 좋은 말이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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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것처럼, 골프를 인생에 비유해 설명하는 말들이 많은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일 겁니다.

“인생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인 것처럼, 골프도 거리보다는 방향의 운동이다”라는 격언부터 “인생은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버디를 기록한 다음 티샷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드라이버를 잘 쳤을 때가 아마추어 골퍼의 위기”라는 말도 항상 새기고 있습니다.

인생의 위기는 자만과 방심에서 찾아오는 만큼, 드라이버를 잘 쳐 놨을 때 두 번째 아이언샷을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종종 ‘오잘공(오늘 제일 잘 친 공)’이 나왔을 때 동반자들에게 긴장을 불어 넣는 데 사용하곤 합니다.

이런 여러 골프 격언 가운데, 저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말은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입니다.

‘네버 업, 네버 인’에는 ‘적극적으로, 강하게 퍼팅하라’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다소 강하다 싶을 정도로 때린 퍼트만이 라인을 따라 홀 벽을 맞고 들어갈 수도 있고, 라인을 덜 먹어 자신이 마음 먹은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습니다.

소극적이고 위축된 플레이로는 절대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게 골프인 것처럼, 인생도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살지 않으면 길지 않은 인생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게 골프 퍼팅에서 배운 인생의 교훈입니다.

◎ 2장 행복은 내 안에 있다

■ 사람은 자신이 결심한 만큼 행복해진다

‘행복의 스마일 커브’라는 게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나이에 따라 얼마나 행복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해 보면, 전 세계적으로 같은 행복지수 패턴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웃는 입꼬리’를 닮았다는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초반에 행복지수가 높게 형성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에 대한 희망은 큰 반면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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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높은 벽을 실감하지 않은 터라 행복지수는 높게 조사됩니다.

행복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하락 추세를 보이는데, 선진국에서는 47.2세, 후진국에서는 48.2세에 행복지수는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집니다. 학문적으로도 ‘중년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블랜치플라워 교수는 연구를 통해 “모든 국가에서 사람들의 평생에 걸쳐 U자형의 ‘행복 곡선’이 나타난다”라며 “임금이 높든 그렇지 않든, 평균 수명이 길든 짧든 상관없이 이런 궤적은 모든 지역에서 적용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70대에 도달하면 20대 수준으로 행복지수는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세계 공통으로 이런 행복의 스마일 커브가 일어나는 건, 어느 나라에서든 한 사람 한 사람의 라이프 싸이클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지수에 대해 ‘내가 원하는 것’ 대비 ‘지금 내가 가지거나 이룬 것’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행복지수 = 내가 가지거나 이룬 것 / 내가 원하는 것

그래서인지, 행복지수를 설명할 때마다 항상 1~2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국가인 부탄에 대해 함께 일했던 기자 선배는 “행복지수가 높은 것이 아니라 절망지수가 높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링컨 미국 대통령은 “인간은 자신이 결심한 만큼 행복해진다”라는 말이 오래오래 제 머릿속에 남아 삶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종종 “정 부장은 뭐 좋은 일이 많은가 봐?”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지금 당장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지기 위해 웃는 겁니다”라는 말로 답하곤 합니다.

 

■ 비교는 인생을 좀먹는 독약

‘행복의 스마일 커브’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특히 행복 지수가 40대 후반에 저점을 지나고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올라간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 인생을 어느 정도 관조할 수 있는 70대가 되면 행복지수가 다시 20대 초반만큼이나 높아진다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이렇게 극적인 행복지수의 반전을 가져오게 하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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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행복지수의 상승 현상에 대해 타인과의 비교가 줄면서 ‘이만하면 인생을 잘살고 있다’라는 자신의 위안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비교는 개인의 성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비교는 개인의 행복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존감을 낮추고 시기와 질투심을 유발하게 하는가 하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들과의 ‘과잉 비교’ 속에 살고 있습니다.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이 사는 밀집 사회, 특히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환경 속에서 옆에 있는 사람과 쉽게 비교할 수 있었던 게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인구 밀집도가 낮은 국가일수록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여전한 학벌주의로 인해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고 학교 성적에 목을 매야 하는 환경도 ‘과잉 비교’에 영향을 줬겠다고 생각합니다.

MZ세대 청년이나 학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엄친 딸(엄마 친구 딸)’인 것만 봐도, 우리 부모들이 비교를 통해 자녀들의 삶을 어려서부터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는 꽃이니 화려한 봄날에 활짝 피어있는 개나리 보고 질투할 필요는 없다. 곧 당신의 계절이 오니까…….”

■ 관상(觀相)은 신상(身相)만 못하고, 신상은 심상(心相)만 못하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어록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의 인생을 바꾼 한 마디로, 백범은 “얼굴 잘생긴 관상(觀相)은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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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신상만 못하고, 몸이 좋은 신상(身相)은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하다. 심상이 좋으면 관상이나 신상이 좋은 것보다 낫다”라는 말을 꼽고 있습니다. 이 말을 김구 선생이 하신 건 아니었겠지만, 저는 김구 선생의 글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마음을 곱게 쓰면, 그 고운 마음이 얼굴과 마음에도 자연스레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타고난 얼굴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지만 마흔이 넘어선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던 링컨 대통령의 말에도, 이런 뜻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동갑내기 친구 3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죽는다는 게 우주의 섭리지만, 어느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과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봤습니다.

건강에 관한 한, 항상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건강한 육체를 주셨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어려서부터 이렇다 할 병치레 없이 건강한 편이었고, 여러 운동을 곧잘 할 정도로 괜찮은 운동신경도 물려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70회 이상의 헌혈을 해 대한적십자사 은장과 금장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덕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타고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카투사로 군 복무를 하면서 가장 유익했던 경험은 뭘까?’라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PT(Physacal Training)’를 꼽습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미군들이 자기 몸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단련하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 역시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건 카투사 시절 체득한 최고의 교훈입니다.

일과가 끝난 후 자유 시간에도, 카투사들은 대부분 막사로 돌아가 책을 보거나 PC게임에 몰두하는 반면, 미군들은 자신의 계획에 맞춰 체육관에 가 많은 시간을 운동에 몰두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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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5시 40분이면 중대 단위로 모여 실시하던 카투사들에게는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노역’에 불과했지만 미군들에게는 소중한 체력 단련의 시간이었습니다.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사람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 윈스턴 처칠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가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명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 여행은 정신을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1995년 겨울 25Kg 여행 배낭을 메고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목적지는 영국 런던, 45일간의 유럽 배낭여행 시작이었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런던으로 가는 항공편이었습니다.

영국 입국 심사과정에서, 심사원과의 소통 문제로 입국이 2~3시간이나 늦춰지고 경찰까지 입회한 물품 검사를 하게 된 겁니다. 유럽 본토를 35일 넘게 여행하고 영국에 체류하는 기간은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영국으로 돌아와 귀국 비행기를 영국 런던에서 타는 까닭에 45일 후에나 떠나는 항공 티켓을 보여줬다 오해가 생겼습니다.

1990년대 중반, 선진국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지금처럼 좋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체류를 의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95년 배낭여행을 계기로, 제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생겼습니다. 죽기 전까지 최소 100개 이상의 국가를 여행해 보는 일입니다. 당시 첫 해외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맛에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통해 때로는 완전한 고독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거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수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장기간 혼자 했던 유럽 배낭여행 기간 동안 남은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하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끝에 ROTC 입소를 포기하고 새로운 대학 생활을 모색했습니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여행은 물론 기자 생활을 하며 취재를 겸해 다녀온 국가를 어림해 보니 대략 70개 나라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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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족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연수했던 2013년부터 2014년까지의 1년은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중국 주요 도시와 명소를 구석구석 누빈 시기입니다. 중국 현지 사람들보다 더 현지인답게, 중국 사람들도 가보거나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오지 여행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습니다.

’동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데르센은 자신이 썼던 많은 작품의 영감을 여행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여행은 정신을 더 젊어지게 만드는 샘이다.”

■ 무한도전!

언제부턴가 여러 명이 함께하는 술자리에선 한 사람씩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습니다.

회사 회식에서는 이 짧은 ’의식‘을 통해 그동안 쌓였던 동료 선후배 직원들과의 반목과 갈등,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새로 잘해보자는 동료애와 파이팅을 다지기도 합니다. 건배사 문화를 ’꼰데‘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도 있지만, 일부 MZ 세대들은 오히려 더 기발한 건배사로 자리를 같이한 선배들을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0 청바지 :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0 ‘이멤버’를 외치면 ‘리멤버’로 화답하기 : 여기에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을 영원히 기억하고 같이 가자는 의미

0 무한도전 : 무조건, 한없이, 도와주자, 전화하기 전에

건배사를 하는 사람이 ‘무한’하면 모든 사람이 ‘도전’으로 크게 화답

사람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자기 혼자 잘났다고 행복이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지신의 부족함을 알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꺼이 받겠다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더 성공에 가까이 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함께한 여러분들과 힘차게 외칩니다.

“무한!” “도전!”

■ 행운은 노력하는 자를 찾아간다

2000년 4월, 매일경제신문 수습기자로 입사해,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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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수습기자 시절 만났던 서울역 노숙자부터 청와대 출입 기자 시절 만났던 대통령까지, 하루하루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그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기회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 특히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라든지 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과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 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3명이 함께 길을 가면, 그 안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처럼,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많이 만나 그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기자가 됐고, 20년 넘는 기자 생활 동안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교류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운이 좋았다”라는 말입니다.

한두 사람에게 들은 얘기가 아니어서, 도대체 ‘운이 좋다’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있었고, 위기가 왔을 때는 우연히라도 묘안을 찾아낼 수 있었고, 부도 위기에서는 자신을 믿고 투자해준 은인이 있었습니다.

‘그냥 하는 얘기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며 자신의 성공에는 행운의 몫이 컸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곤 합니다.

어느 영화의 대사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얘기했던 ‘행운’의 실체에 대해 듣고 무릎을 치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행운은 눈이 멀지 않아서 노력하는 자를 찾아다닌다.”라는 말을 듣고서였습니다.

“운이 좋았다”라는 주인공의 말에, 그가 얼마나 기회를 잡기 위해 처절히 노력했고 준비해 왔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이가 해준 말이었기에 울림이 컸습니다.

운이 좋았다는 건, 거꾸로 행운이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사람에게 찾아 왔다는 것이고, 행운을 기회로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행운이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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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른 사람에게도 행운은 찾아왔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행운이 찾아왔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행운을 그대로 넘겨버린 이가 더 많았겠죠.

 

■ 대중은 꿈을 꾸지만 리더는 꿈을 현실로 만든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 당장 의식했던 일은 아니었겠지만 훗날 저의 삶에 많은 변화를 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입니다.

셀러리맨이었던 박 회장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정글과도 같은 금융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어 창업 30년도 안 돼 국내 최대 금융투자를 일군 인물로 유명합니다.

자본금 500억 원으로 자기자본 10조 원 증권사를 만들었고, 포장길도 없는 강원도 두메산골 홍천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과 호텔을 만들었습니다.

박 회장과 매경이코노미 증권팀 기자로 일할 때 2~3차례 인터뷰했던 게 인연이 돼 몇 차례 더 만난 일이 있습니다.

 

2008년 초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막 출범해 미디어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고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새로운 방송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점심 자리에서 “새로운 방송사들이 등장할 테고, 시장이 확대되면 종사자들 몸값이 높아질 거다. 그러면서, 제게도 방송하는 게 기자로서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해 5월 계열사 간 이동 과정 거쳐 매일경제신문사에서 MBN으로 소속을 옮기게 된 데도 박 회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자신이 “대중은 꿈을 꾸지만 리더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던 것처럼, 박 회장은 왜 자신이 한국 금융시장의 선구자로 평가받을 수 있었는지를 성과로 보여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수험생에게는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는 말이 유행입니다. 이 말은 비단 수험생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맞는 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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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꿈을 꾸는 데 그치지만, 리더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 헌혈은 사랑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 가지지 못한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이 됐다거나, 나로 인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역시 세상을 사는 큰 보람일 겁니다. 나의 나눔으로 웃음을 찾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 합니다.

저의 여러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수여하는 ‘현혈 명예장’ 수상입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누적 헌혈 100번을 기록하면 헌혈 명예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누적 헌혈 30회 은장, 50회 금장, 300회를 넘긴 사람 최고 명예대장,

지금까지 대략 70회 이상 헌혈을 해 왔으니 헌혈 명예장은 머지않아 도달할 수 있는 목표가 됐습니다.

헌혈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무려 700회 넘게 참여한 분이 있어 무척 놀랐습니다. 혈소판과 혈장 등의 성분 헌혈을 2주에 한 번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할 때 1년에 최대로 할 수 있는 횟수가 26회이고 무려 30년을 2주 단위로 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헌혈 후에 먹는 초코파이의 달콤함은 훈련병 시절 맛봤던 초코파이 못지않고, 헌혈 기념품으로 받는 영화표로 보는 영화 역시, 자기 돈으로 사서 보는 영화와 차원이 다른 재미를 줍니다.

점심시간이나 주말 시간을 이용해 헌혈에 동참해 온 건, 헌혈자에게는 주사바늘로 인한 ‘1초의 따끔’일 수 있지만 수혈자에게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50회 명예장을 받을 때, 그동안 모았던 헌혈증서를 기자협회에 기증해, 언론인 가족 중에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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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사랑하라

■ 오늘이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

최근 통계를 보면, 전 세계 SNS 사용자는 전체 인구의 60%가 넘는 48억 8000만 명으로, 1인당 하루 평균 2시간 26분 동안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 됐을 정도입니다. 하루 평균 자는 시간을 7~8시간으로 계산하면 깨어 있는 시간의 15%를 SNS에 소비하고 있다는 계산입니다.

특히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애용하는 SNS입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요즘 간부급 인사들과 만든 친목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모임의 이름은 ‘삼금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세가지 ‘금’을 기억하며 살아가자는 의미가 담겼는데, 소중한 세 가지의 금은 현금과 소금, 그리고 지금입니다.

현대 자본주의를 살면서 현금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일이고, 소금은 인류의 먹거리 역사를 바꾼 중요한 조미료입니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소금이 물건이 썩는 것을 막고 음식의 맛을 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 도덕을 순화하고 향상하는 참된 신도의 사명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입니다. 과거와 미래, 현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현재입니다. 현재를 말하는 영어 ‘present’의 다른 뜻이 ‘선물’이라는 건 우연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 현재를 즐겨라(Carpe Diem)

1980~1990년대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면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을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으로 번역돼 소개된 ‘Carpe Diem’은, 1989년 개봉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존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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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팅 선생님은 흑백 사진으로 남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하며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소년들이여.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라”라고 주문합니다.

키팅 선생님의 이 대사는 미국 영화 연구소(AFI)가 2005년에 선정한 미국 영화 역사 100대 명대사에 올랐을 정도로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습니다.

‘Carpe Diem’은 기원전 활동한 로마의 위대한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단편 시의 부분 구절입니다. 그는 시에서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현재를 즐길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카르페 디엠’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지금 현실을 즐겨라’라는 말과 함께 영화 <티벳에서의 7년>에 등장했던 티벳 속담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세상에 걱정이 없겠다”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현실을 즐기기 위해선 쓸데없는 걱정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는 꼭 필요하지만, 실현되지도 않을 걱정에 인생을 허비해선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걱정으로 인생을 보내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캐나다 심리학자 어니 젤렌스키는 자신의 책 <모르고 사는 즐거움>에서 “걱정거리의 96%는 쓸데없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났기에 걱정해도 없어지지 않을 것들”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나머지 22%는 사소한 것들이고, 불과 4%만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철 스님의 걱정에 대한 조언은 유튜브에도 여러 버전으로 제작돼 많은 사람이 위안받고 있습니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걱정할 거면 딱 두 가지만 걱정해라.

지금 아픈가? 안 아픈가?

안 아프면 걱정하지 말고, 아프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나을 병인가? 안 나을 병인가?

나을 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안 나을 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죽을 병인가? 안 죽을 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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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죽을병이면 걱정하지 말고, 죽을병이면 두 가지만 걱정해라.

천국에 갈 거 같은가 지옥에 갈 거 같은가?

천국에 갈 거 같으면 걱정하지 말고, 지옥에 갈 거 같으면.

지옥 갈 사람이 무슨 걱정이냐?”

■ 가장 공평한 것은 시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결혼 전까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큰 누님댁에 신세를 졌습니다. 문제는 화곡동에서 대학이 있던 용산구 한남동까지 교통편이 그리 편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갈아타고 다녔는데 90년대 서울 시내의 교통체증은 지금보다도 심해서 대략 편도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차가 좀 더 막힌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한 시간 30분은 족히 걸렸습니다. 최소 하루 2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보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매형께서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책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음악을 듣는 것처럼 영어를 듣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으니, 영어를 들으면서 다니라”는 말씀이셨습니다.

큰 매형의 말씀에, 자칫 허비할 수 있었던 통학 시간은 유익한 영어 공부시간으로 변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MP3나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기라 영어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 교재를 듣는 식이었는데 하루 2시간이면 YBM에서 제작한 시사 영어 교재를 2번쯤 들을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합니다.

매일 하루 두 시간씩 영어 교재를 듣다 보니 영어 실력 역시 크게 늘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에는 AFKN에 나오는 미국 현지 뉴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경지에까지 올라 있었습니다.

당시 토익 고득점순으로 선발했던 카투사 시험을 손쉽게 통과하고, 미군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통학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영어 공부시간으로 활용했던 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여러분이 지금 가진 것에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 부회장과 똑같이 가진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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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시간입니다.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지만, 시간은 공평합니다. 이 부회장에게도 하루는 24시간, 여러분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 주어집니다. 오히려 훨씬 젊은 여러분이 이 부회장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시간을 소중히, 잘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보내는 시간이 미래의 여러분을 좌우할 것입니다.”

발명왕 에디슨은 “변명 중에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로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했습니다.

시간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편에 있습니다.

시간을 잘 잡으세요.

■ 줄까 말까 할 때는 주고,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말라

‘갈까 말까’ 라는 고민에 대한 답이 ‘가라’인 것처럼 ‘할까 말까’라는 선택의 기로에선 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줄까 말까 할 땐 줘라’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왕이면 베푸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쌓아온 덕에 돌아오는 걸 자각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다만 하지 않는 게 좋은 일도 있습니다.

바로 불필요한 말입니다.

가끔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특히 꼰데 부장들이 하는 말 중에 종종 “이거 내가 말해도 되나~”라는 말로 운을 띄운 후, 시키지도 않는 말을 늘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하나를 고민할 땐 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는 건, 설화의 가능성만 높아질 뿐 신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때가 많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먹을까 말까 고민할 때는 먹지 않아야 합니다.

의사들이 조언하는 것처럼, 과식보다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먹는 게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장수의 비결이 되기도 합니다.

■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욜로(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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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밖에는 살지 못하는 인생, 후회 없이 재밌고 행복하게 살자는 말이죠. 현재 자기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태도, 특히 소비행태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욜로족이라고 합니다.

욜로족들은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와 같은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욜로라는 말이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의미로 변질된 측변이 없지 않지만 욜로의 첫 의미는 ‘보람 있는 삶을 살자’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긴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아무도 자신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정교하게 짠 미래에 대한 계획과 비전, 또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하고 꾸준하게 실행하려는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욜로로 살던 청년 세대들이 다시 ‘갓생(God+인생)’의 삶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마라톤 같은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더 많은 힘을 들여 뛰어야 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내일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 물은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99도까지 끓지 않는 물을 수증기로 바꿔 놓는 것은 마지막 1도의 차이입니다. 모든 물질에는 임계점이 있는데, 이 임계점을 넘지 않으면 구조와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물이 100도에 도달해 기체로 바뀌는 것처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영역으로 가기 위해선 임계점을 넘어야 합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1만 시간’은 이렇게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임계점의 평균인 셈입니다.

99도까지 죽을힘으로 온도를 올려도 마지막 1도를 넘지 못하면 영원히 끓지 않습니다. 물을 끓이는 것은 마지막 1도, 최고를 만드는 것도 포기하고 싶은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입니다.

 

2023. 12. 12

*다음에 2부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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