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바보들에게

2009. 5. 31. 22:01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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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가 바보들에게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


■ 알퐁소 (장혜민) 엮음


■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사상가이자 실천가인 김수환 추기경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세상속의 교회’를  지향하면서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바른길을 제시해 왔다.

 추기경으로서의 삶은 그에게 영광인 동시에 ‘행복한 고난’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로 ‘신부가 된 것’을 꼽았고, “나는 행운아였다” 라고 고백할 만큼 이 시대의 가장 사랑받은 목자임이 틀림없다.

 평생을 나눔과 사랑의 사회활동을 통해 항상 살아 있는 시대정신을 보여주었다.

 

 청빈한 생활의 실천가로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성자로 기억 될 수많은 가르침 중 우리 인간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잠언들을 정성스레 가려 뽑았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거룩한 바보,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바보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가르침이다.


* 안다고 나대고....

  대접받길 바라고 ...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 김수환 추기경 -    


■ 맑고 거룩한 영혼을 가진 바보의 가르침

          - 엮은이의 글 -    


                          - 1 -

0 평생 세상의 낮은 곳을 살피며 무한한 사랑의 베풀고도 스스로를 ‘바보’라    고 책망하고,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며 자    신의 사랑이 모자랐음을 부끄러워했던 당신.

  

  삶이 힘들어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세상이 비정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    고 했던 당신.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신과 이웃을 사랑한 당신.

  당신이 생전에 들려준 지혜와 사랑의 말씀들은 세상 그 어떤 글보다 아름    다운 잠언이 되어 지금 우리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0 김수환 추기경 묘비명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 사랑의 길을 넓히고 떠나신 빛이시어!

    - 이해인 수녀의 추도시 -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하늘이 투명했던 2009년 2월 16일

  마악 봄이 일어서기 시작한 이 땅에서

  슬픈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사람들이

  당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울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미덥고 따뜻했던 아버지가 안 계신 이 세상이

  문득 낯설어 갈피를 못 잡고 서성였습니다.


  한국의 첫 추기경으로서

  종파를 초월한 첫 사랑을 많이 받으신 추기경님

  

                          - 2 -

  우리를 기쁘게 했던 환한 웃음과 유머

  과분한 사랑을 받았노라고 나직이 고백하신 그 음성

  당신을 힘겹게 했던 기침소리까지도 그립습니다.

  병상에서도 미소와 평화를 잃지 않으셨지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시고도 늘 부족하다고 자책하셨지요.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되지 못했다고

  좀 더 가난하게 살 용기가 부족했다며 부끄러워하셨습니다.

  ‘고맙다’ ‘고맙다’ 고 되풀이하신 소박한 인사가

  세상과 사람을 향한 당신의 마지막 화살기도였습니다.


  세상에서 우리에게 길을 안내하시고

  마침내 길이 되어 하늘로 떠나신 분

  시들지 않는 사철나무로 살아계실 분이시어

  삶 자체로 ‘모든 이의 모든 것’ 되신 넓은 사랑

  아픔과 시련 속에 더 맑아지고 깊어진 

  당신의 영적 통찰력을 우리도 배우고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라는 그 말씀

  늘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당신처럼 스스로 낮추는 겸손의 미덕을

  우리의 가슴에, 삶을 새길게요.


■ 땅의 겸손함을 배워라


  땅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모든 것 아래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땅을 딛고 살지만

  땅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뿐더러 땅에다 모든 더러운 것, 썩은 것을 다 버립니다.

  그러나 땅은 자신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땅의 겸손함을 배우세요.

  그리하여 여러분이 겪은 모든 것.

  

                           - 3 -

  병고, 고독, 절망까지 다 받아들이세요.


■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0 안토니 블룸이 쓴 ‘기도의 체험’이라는 책에서

- 그가 젊은 어느 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에 연락을 못하고 외박함

-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네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하자 블룸은 불쑥 “교    통사고라도 생긴 줄 아셨습니까?”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 함 

- 그러자 아버지는 “그런 것쯤이야 괜찮다! 네가 죽었다고 치더라도 그것은    그리 걱정할 큰 문제가 아니다. 나는 혹시 네가 너의 결백을 잃지 않았는    지 걱정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0 이 말은 참으로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주는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사실    살아 있든지 죽든지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 더 근본적    인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리, 정의, 사랑을 위해 살고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값지고 보람된 삶입니다.


■ 귀중한 보석일수록 다루기 까다로운 법


  귀중한 보석일수록 다루기 까다로운 것처럼 훌륭한 배우자일수록 소중하    게 여겨서 상처주지 말아야 하고 자주 사랑의 마음으로 정성되이 손질해    서 윤이 나도록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부부가 사랑으로 일치하면 부부 사    이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에까지 생명과 사랑을 넘치    게 합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생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정은 모든 사랑의 출발점입니다. 가정 안에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이웃    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 선택의 자유


  자유는 근본적으로 선택의 능력입니다.

  어떤 사람이 악을 선인 줄 알고 선택했을 경우.

  

                         - 4 -

  또 악을 악인 줄 안 뒤에도 계속 선택했을 경우.

  그는 자유를 잃고 노예가 될 것입니다.

  물론 물질적 풍요는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선을 선택했을 경우.

  한때의 어려움은 있더라도 인간다워지고 풍요로워집니다.

  자유롭게 자유를 찾아가면서 사는 삶이 정의로운 삶입니다.


■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0 영국의 저명한 문필가이자 사상가인 버나드 쇼와 어느 정신박약자가 대서    양을 건너는 여행 도중에 풍랑을 만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는데 구명대는    1인용 하나뿐입니다. 과연 누가 살아남아야 합니까?


0 답은 물론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먼저 버나드 쇼가 살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그는 더 많은 작품으로 인류 문명에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버나드 쇼가 스스로 희생되고 정신박약자를 살려    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그럼으로써 보여준 그 인간애는 버나드 쇼의 과거,    현재의 작품, 미래에 쓸 그 어떤 작품보다도 인류에 더 공헌할 수 있고 그    살신성인의 정신은 오늘의 이기적인 인간사회에 불멸의 빛이 되기 때문이    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가치관 중에서 우리는 어느 편에 서 있습니까?


■ 현자(賢者)와 강자(强者) 그리고 부자(富者)


0 유태 경전에 있는 명언

- 賢者란 :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

- 强者란 : ‘자기를 이기는 사람’

- 富者란 : ‘자기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람’


0 현자

-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서 배우는 자세를 가진 사람입니다. 여기서는 배움    으로써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배우겠다는 그 자세, 마음의 겸허가 더욱   

                            - 5 -

  중요합니다. 겸손한 사람만이 인생을 값지게 사는 슬기를 배울 수 있습니    다.


- ‘현자’는 불행한 일에서도 무언가 값진 것, 곧 진실을 배울 줄 압니다. 인    간과 인생을 피상적으로 관찰하거나 알지 않고 보다 깊이 그 신비를 알게    되고 거기서 오는 참된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우리는 불행한 일에서 오히려 진실을 더 깊이 배울 수 있습니다. “행복은    그대를 속일지라도 불행은 그대에게 진실하다. 그대로 하여금 진실 된 자    신의 모습을 보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대 자신을 더 깊이 알게 한다.” 는    말도 있습니다. 


0 강자

  남을 이기기는 쉬워도 자신을 이기는 것, 즉 자신의 무절제한 욕망, 이기    적인 자아, ‘나(ego)’를 이기는 것은 힘듭니다. 사람들은 욕망이 달성되는    것을 성공인 줄 알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욕망에 따르다 보면, 결국 그는    자기 욕망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모든 것을 다 차지한 다음에도 허무감만    남습니다. 자기를 이길 때에 비로소 행복합니다.     

 

0 부자

  부자는 자기 운명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잘못 들으면 운명론자의    말 같이 들릴 수 있고. 진취성 없고 발전이 없는 말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최선을 다하되, 분수를 알고 주어진 여건에 자족할 줄 알아야 한    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백만장자가 된다고 해도 자기 운명에     만족할 줄 모르면, 참된 의미로 부자가 아닙니다. 반대로 초가삼간에 살아    도 그것에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합니다. 결국 마음이 부(富)인 것입니다.


■ 옹기 같은 사람


0 옹기

- 김수환 추기경의 아호

- 곡식도 오물도, 모든 것을 담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그릇

- 오물조차 기꺼이 품어 안는 사람, 옹기 같은 사람이 되려는 소망을 담아...


                            - 6 -

0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옹기’는 특별합니다.

   오래된 옹기의 뚜껑을 열어 보면 십자가 문양이 그려진 게 있습니다.

  무자비한 박해를 피해 산으로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이 옹기나 숯을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지켰던 그 옹기........


■ 기쁘게 잘 사는 것


  겸손과 인내는 다른 말로 하면 사랑입니다.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주변에서도 건강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고 권유해 주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래 사는 것’ 보다

  ‘기쁘게 잘 사는 것’ 이

  더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나이 듦에 대하여


  나이는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나이를 먹고 늙으면서

  머지않아 죽을 수밖에 없는

  허무한 지경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이 무엇인지.

  무엇이 참된 가치인지.

  그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원숙에 이르게 해줍니다.

  세상의 부귀영화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깨닫고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만이 구원이요 생명임을 알게 됩니다.

  어떤 의미로는 젊었을 때보다 더 철이 드는 것입니다.


■ 인생덕목 (人生德目)

-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이 걸렸다 -


1. 말(言)

  

                             - 7 -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2. 책 (讀書)

  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헤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3. 노점상 (露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4. 웃음 (笑)

  웃는 연습을 생활화 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며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로 만든다.


5. TV (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6. 성냄 (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7. 기도 (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 8 -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유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8. 이웃 (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 봐야 한다.


9 사랑 (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를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년 걸렸다.”


■ 유머와 농담


0 어느 영국 시인이 말하기를.

  악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기쁨’이고

  그 다음에 싫어하는 것은 ‘좋은 유머’라고 합니다.

  유머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 때문입니다.


0 그 다음은 ‘농담’ 인데, 이는 반반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농담은 사람이 기쁠 수도 있지만

  사람을 헤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0 악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경솔한 언행’으로 남을 비꼬고 야유함으로써    사람을 웃길 수는 있으나 언제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    합니다.


0 이렇게 기쁨은 악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기에 하느님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은 기쁨의 원천입니다.      


                           - 9 -      

■ 참말과 거짓말


0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그들과 편안하    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몇 개의 외국어를 하는지 젊은 신부들    이 추기경에게 물었습니다. 추기경께서는 ‘당신은 두 개의 언어를 잘 하는    데 그 말이 무엇인지 맞추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독일에서 유학을 하셨으니 독일어다. 일제 강점기를 사셨으니 일어다. 영    어다. 신학교부터 라틴어를 배우셨으니 라틴어다. 젊은 신부들의 여러가지    이야기에 추기경은 ‘전부 틀렸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조용히 웃으시면서 “나는 두 가지 말을 잘 하는데 그게 뭐냐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하나는 참말이야.”라고 대답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명답이었습니다.


■ 말 한마디

  - 김수환 추기경이 방문을 열고 나설 때 보이는 곳에 걸어둔 시 -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가 되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합니다.

  쓰디쓴 말 한마디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 한마디가 사랑의 불을 끕니다.

  은혜스런 말 한마디가 길을 평탄케 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빛나게 합니다.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줍니다.


■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사랑은 의지입니다.

  참된 사랑은 참으로 사랑하겠다는 결심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치의 기준은

  

                           - 10 -

  그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는 아무 것도 지니지 않았으나 그 누구보다도 부유했습니다.

  그것은 참사랑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참사랑은 이웃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나눔의 삶입니다.


  자신을 불태우지 않고는 빛을 낼 수 없습니다.

  빛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불태우고 희생하여야 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죽기까지 가는 것.

  생명까지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신을 완전히 비우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남에게 자기 자신을 완전히 여는 것입니다.

  외적 인물이 잘 나서 또는 장점이나 돈, 지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    고 ‘그 사람’ 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기쁨을 나눌 뿐 아니라

  서러움, 번민, 고통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것.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의 어두움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 사람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그래서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삼을 만큼

  함께 괴로워할 줄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사랑은 무력합니다.

  사랑하는 자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합니다.

  어떠한 고통도 죽음까지도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가장 무력하면서도 가장 강인한 것이기에.

  사랑은 온 세상을 분쟁과 갈등과 파멸로부터 구할 수 있는 구원의

  첩경입니다.


  

                              - 11 - 

  겸손은 결코 외적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 앞에 공손한 자세를 취하거나

  자기를 무조건 비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때문에 겸손은 땅과 같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은

  머리로만 따지려 들지 않고 삶 자체가 변화합니다.

  그리스도처럼 겸손해지고 가난해져서

  이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낮은 자 되고

  모든 욕심에서 죽고

  자기중심의 이익을 따지는 계산을 버리며

  십자가의 고통이 드러나는 세상의 구석과

  응달을 찾아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을 때

  비로소 ‘그리스도처럼 사람이 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마저 변화시킵니다.


  외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내적으로는 더 심화되고

  ‘마음의 문’이 열려서 인생을 더 깊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 만약 시련의 때라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보다 성장시킬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자기 단점을 남이 이해해 주기를 기다리면서도

  남의 단점을 이해보다 지적하고 비판하려 합니다.

  받아주고 용서할 줄 모릅니다.

  그릇을 깨도 자기가 깼을 때는 변명할 이유가 있는데

  남이 깼을 때는 무조건 잘못한 것으로

  마음의 판정부터 내립니다.

  우리 안의 원죄의 뿌리입니다.


■ 사랑은 느낌이 아닌 결심입니다


                               - 12 -

0 무엇보다도 ‘사랑은 약속’이라는 것을 거듭  깨닫고 이를 지킨다는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나는 모든 인간관계의 근본이요. 모든 인간의 사랑의 근    원이 되는 부부 사이에서 금이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또    사랑이 얼마나 인간생활과 가정을 위해 소중한지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결코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사랑은 감정에서 시작되고 감정이 식으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하겠다는 결심에서 출발하여 이 결심을 지키    는 의지로써 지속되는 것입니다.


0 약속을 지키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것이 인간입니다. 얼마만큼 사랑할 것    인가?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 성할 때나 병들 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고 약속하였습니다. 전적이고 조건이 없는 사랑입니다. 결코 내 마음이 내    킬 때에만 사랑하겠다. 기분이 좋을 때만 사랑하겠다는 식이 아닙니다.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

  아기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사랑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입,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성한 눈, 귀, 입, 손, 발 그 어느 하나도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더 깊이 생각하면,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도 은혜입니다.

  우리는 결코 실의와 좌절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실의와 좌절은 결코 문제    해결이 아니고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뜻을 굳게 갖고 실의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합니   

                               - 13 -

  다. 많은 이에게 시련과 고통은 오히려 재기와 회생의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에 부딪힌 시련을 이기는 길이    요, 우리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길입니다.


■ 마음을 비운다는 것


  ‘나’를 비우는 것은 나의 뜻을 거슬러서 내가 원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 탐하는 일, 싫은 사람, 피곤한 시간을 맞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용서한다는 것. 더욱이 어두움 속에 내던져진 채 위로도 빛도 없는 가운데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순교와 같습니다. ‘나’가 상처받고 죽임을 당    하지 않고 비울 수는 없습니다. 참사랑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비우고 내던    질 수 있을 때에 있습니다.               

 

■ 너, 나 그리고 우리    


  원죄를 지은 아담과 하와의 모습에서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가장 닮은 것    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책임 전가입니다. ‘나 때문에’ 가 아니라      ‘너 때문에’ 라고 서로가 아우성을 치고 있는 우리를 볼 수 없습니까? 따    지고 보면 우리 모두가 ‘너에 대한 정의의 판단’ 보다는 ‘나에 대한 자성과    심판’ 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웃 사랑은 모든 계명의 완성


0 우리는 흔히 이웃 사랑을 신자로서 닦아야 할 여러 가지 덕행 중 하나인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성서적으로 보면, 이웃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함께 계명 중에서도 가장 큰 계명입니다. 뿐    더러 첫째 계명인 하느님에 대한 사랑도 이웃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완성    될 수 있습니다.


0 사도 요한은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보이지 않    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라고 하였습니다. 이웃 사랑의 실천 없    이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성 바오로는 “모든   

                                - 14 -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 하여라 하신 이 한마디 말씀으로 요약    된다.”고 하였습니다. 


■ 내일을 산다는 것


0 태양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태양이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나는 사랑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 속에서 계시더라도

  나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0 이 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쾰른 땅에 군사용으로 건설된 지하 동    굴속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누가 이 시를 썼는지는 모릅니다. 그     러나 이 시를 쓰신 분이 얼마나 깊은 믿음을 가진 신앙인이었는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의 막바지에, 어둡고 습기 찬 동굴 속에서도 이분의    눈은 빛나는 태양을 볼 수 있었고, 이분의 마음은 따뜻한 사랑에 차 있었    으며, 마치 하느님이 안 계신 듯 침묵만 지키시는 절망과 공포 속에서도     이분의 믿음은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에게 희망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 창조와 순리 그리고 사랑의 표현


  민주주의는 만들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의 활력 속에서

  화합이 이루어질 때 창조되어 집니다.

  정의 또한 규격품으로 배급되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순리로 흐르고 넘치게 해야 합니다.

  복지는 소외된 이웃형제들에 대한 모두의 사랑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 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수녀


0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평생을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았습니다. 모두   

                             - 15 -

  가 외면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셨습니다.

   항상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가난하지만 모든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계인들에게 존경    을 받으시고 살아있는 성인이라는 칭호까지 받으셨지만 자신은 보잘것 없    는 사람이라고 항상 겸손하게 낮추셨습니다. 

   인도라는 국가에 맞추어 수녀복도 사리 모양으로 만들어 입음으로써 종    교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보이시려 애쓰셨습니다.


0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기도

 

  오 사랑의 주님!

  존경 받으려는.....

  사랑 받으려는.....

  칭찬 받으려는.....

  명예로와지려는.....

  찬양 받으려는.....

  선택 받으려는.....

  인정 받으려는.....

  인기를 끌려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


■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깁니다.


0 동양사회에서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상적인 시대가 있습니다. 바로 요순(堯    舜)시절입니다. 그 시대에는 사람들이 법 없이도 잘 살았고, 법은 고사하    고 백성들이 나라의 통치자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0 어느 날, 요 임금이 홀로 시골 마을에 가 보았습니다. 밭에서 노래를 부르    며 일하고 있는 한 농부에게 넌지시 “당신은 우리나라 임금이 누구인지     아시오?” 하고 물었습니다. 농부는 무심히 대답하기를 “우리야, 해 뜨면     집에서 나오고 해 지면 집으로 들어가고, 우물 파서 물마시고, 밭 갈아 밥    먹고 사는데, 임금이고 뭐고 상관할 게 뭐 있소?” 하는 것입니다. 요 임금   

                             - 16 - 

  은 비로소 자신의 정치가 어느 정도 잘 되어 가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 되    어 흐뭇해했습니다.


0 조용히 인간적인 진실이 소통되어 나가는 사회를 상상해 봅니다. 억지의     행위와 명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인간다운 존재 자체가 중요합니다. ‘가    만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하지 않는 일이 없는 사람(無爲而無不爲).’ ‘말     없이도 가르침을 주는 사람(不言之敎).’ 의 경지가 때때로 갈망됩니다. 이    상을 말하자면, 사람들이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기를 바라게 되기도 합니다.    “누구도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고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라고    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상기 됩니다.


0 순진함, 부드러움은 가장 생동하는 생명의 표현입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는 부드럽고 약하고, 죽을 때는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풀과 나무, 모든 것    이 싹틀 때는 여리고 부드러우나 죽으면 메마르고 굳어집니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성질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가장 신선한 생명입    니다.” 옛 현인의 말씀입니다.


■ 정신의 힘


  나폴레옹은 무인으로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 나폴레옹이 ‘정신의 힘’과 ‘칼의 힘’을 비교하고는 ‘정신의 힘’이 결국     강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는 칼로써 정복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의해서만 정복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 진정한자유


0 자유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자유를 ‘일체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봅니다.

  ‘무엇이든지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가능성‘ 이라고 말 합니다.

  그러나 이런 자유는 야생동물의 자유는 될지언정 인간의

  자유일수는 없습니다.

  

                            - 17 -

  그런 식으로 자유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인간은 자유를 얻기는커녕

  스스로 욕정의 노예로 떨어집니다.

  비록 내일 교수대에 설 사형수라고 하더라도

  원하면 얼마든지 자유의 인간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유는 나의 육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신에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의식을 잃은 경우 외에는 어떤 물리적 힘도 정신의 자유를 속박    할 수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 겸손에 대하여


  겸손은 결코 외적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 앞에 공손한 자세를 취하거나

  자기를 무조건 비하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겸손은 참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를 비우고 낮추는 것입니다.


■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0 외적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내적으로는 더 심화되고 ‘마음의 문’ 이

  열려서 인생을 더 깊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 만약 시련의 때라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보다 성장시킬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세요.


0 세상은 시간적으로 새날이 오고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새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진실된 인간, 정의로운 인간, 사랑하는     인간’으로 달라질 때에 비로소 새로워집니다.


0 진실로 사랑해서 때리는 매는 누구를 내쫒는 매가 아니라 더 따뜻하게 끌   

                           - 18 -

  어 안는 매이어야 합니다. 때리는 사람의 아픔과 고통이 맞는 사람의 그것    보다 더 큰 것일 때 사랑의 매가 될 수 있습니다. 때리는 것은 미움이 아    니라 보다 더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의 역설적인 표현일 수 있습니다.


0 우리가 남을 참으로 용서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은 먼저 우리가 우리     자신이 용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자신이 용서받아야 한다는 필요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남을 용서할    줄 압니다.


0 고독은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각자 주어진 고독의 밑바닥이 있습니다.

  그 의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그러나 삶을 돌이켜 보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깊이 보게 되는 기회로 본다면

  고독의 시작은 참으로 소중한 것일 수 있습니다.

   

                                             - 끝 -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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