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2. 13:57ㆍ독서후기
나는 더 이상 여행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 정은길 지음
0 전 tbs 교통방송 아나운서, tbs FM ‘노래하는 FM’ ‘음악이 있는 풍경’
‘주말이 좋다’ 등을 진행
0 2012 라디오 프로그램 ‘정은길의 인조이 머니’ 경제코너 신설 진행
0 생활 재테크 노하우를 담은 <여자의 습관>출간 - 베스트셀러
0 직장을 그만 두고 7천만 원을 마련 남편과 함께 1년간 세계 여행
0 현재 : 프리렌서, 칼럼니스트, 강연자로 활동
프롤로그 : 여행자가 된 후 삶이 몰라보게 쉬워졌다
여자들의 여행은 확실히 남자들의 여행보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자들은 가방 하나를 꾸리는데도 패션쇼 버금가는 옷들을 챙기고, 화장품을 더하고, 거기에 선글라스나 모자도 빠뜨리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여행 출발 전부터 일정을 최대한 빼곡히 짠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구경할 지, 어느 음식점에서 어떤 걸 먹을지, 돌아 올 땐 뭘 사올지, 그야말로 정보와의 전쟁이다. 일주일만 머물 뿐인데 한 달짜리 일정을 소화할 기세다. 일상에서의 일탈, 휴식의 결정체라 말하기엔 여자의 여행은 너무 복잡하다.
이뿐만 아니라 여행을 떠난 사람은 많은데, 이상하게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여행 준비부터 시작해 여행 도중에도 내내 이어지던 생중계가 여행이 끝나면 뚝 끊긴다. 굳이 소식을 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변화된 일상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나는 여행 이후의 삶이 ‘진짜 여행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복잡함을 환기시키고자, 새로운 생각을 얻어보고자, 삶의 변화를 느껴보고자 떠나는 게 여행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여행 후의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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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 가까이 방송을 한 아나운서였지만, 월급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늘 피곤하고 골치 아프고, 처리하기 버거운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삶을 지속시킬 자신이 없었다. 이런 삶을 살고 있던 건 10년째 월급쟁이인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1년간의 세계 여행을 위해 회사를 떠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여행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미국 황단을 시작으로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유럽을 1년 동안 자유롭게 여행했다. 335일 동안 35개국을 다녔고, 130여 개가 넘는 도시에서 잠을 잤다. 그 기간만큼은 정말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았고, 이 여행은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렇다면 여행을 모두 마친 지금의 삶은 달라졌을까? 변화가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나는 이 질문에 아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본질에 집중한 심플한 여행은 내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고, 복잡 했던 일상이 거짓말처럼 쉬워졌다고 말이다.
약 1년간의 장기 여행을 통해 나는 일상에서도 여행하듯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여행을 아예 내 삶으로 끌어들였고, 내 삶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과감히 쳐냈다. 내가 여행 후 가장 먼저 했던 일도 집에 있는 수많은 짐들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심플 라이프스타일을 내 삶의 방식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원래 여행을 싫어했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을 불변의 진리처럼 여겼다. 여름휴가가 주어져도 특별히 어디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여행 책이나 여행 관련 방송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여행할 줄 아는 여자’가 되어 돌아왔다. 정말 인생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여행에 필요한 건 테크닉이 아니었다. 여행의 기슬 같은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한 여행자가 될 수 있었고, 여행지를 잘 모른다고 여행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여행은 여행자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머무는 대로 이동하는 동안, 인생도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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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새로운 감정으로 채웠고, 변화된 내면은 삶의 태도까지 변화시켰다. 항상 심각하기만 한 나였는데, 온전한 여행자로 살게 된 뒤로는 내 어깨를 짓눌렀던 삶의 무게를 점점 덜어낼 수 있었다.
1부. 복잡함과의 결별을 선포하라
-“‘애플’이나 ‘블랙베리’가 단지 과일이었을 때 사는 것이 훨씬 편했다.”-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어느 날이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쑥덕거리기 바빴고, 회사의 급격한 변화를 처음 느껴본 나로서는 이상한 낌새에 혼자 상상력을 보태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옆자리 선배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쓸데없는 일에 관심 끄고,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
나에게 돌아온 한 마디는 너무나 냉랭했다. 그제야 나는 ‘왜 질문이라는 걸 했을까?’심하게 자책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또다시 회사에 이상기류가 감지되었다. 이번에도 분위기는 심각했다. 하지만 나는 지난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자 냉랭한 답변으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그 선배가 대뜸 이런 말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넌 회사 일에 관심이 없니? 너 이 회사 사람 아니야?”
관심 끄고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라던 그녀가 이번에는 나의 무관심을 책망하고 있었다. 억울했다.
그래도 나의 억울함을 그 선배에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래 봐야 더 냉랭한 대답만 돌아올 게 뻔하니까.
선배의 그 짜증 섞인 그 한마디에 갑자기 나는 나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어째서 나는 타인의 짜증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의 나는 제대로 된 휴일도 갖지 못했다. 반년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주 7일 근무를 이어가고 있던 나였다. 피곤과 상처투성이인 생활은 생각보다 처참했다. 내가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났고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단순한 일과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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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다. 더 이상의 상처를 견디기가 싫었고 스스로에게 미안해지는 삶은 이쯤에서 끝내 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누구도 나에게 이런 복잡한 삶을 강요한 적은 없었다. 결국 이런 삶을 만든 건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건 이렇게 되기까지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마음속 상처를 방치하면서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내 탓이었다.
내가 더 이상 나에게 미안해지지 않으려면 행동으로 나서야만 했다. 그건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내 삶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나를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말이다.
내 삶에 남들의 인생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기꺼이 이 두려움과 마주하자. 그리고 이겨내자. 질투의 에너지를 나를 성장사키는 힘으로 이용해 보자.
1장. 복잡함의 실체는 ‘두려움’이다
■ 자유를 택하는 두려움 - 내 자신만 허락하면 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신화와 인생>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어서 인간이 겪는 원초적인 두려움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굶어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둘째,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하는 두려움
나는 이 두 가지 두려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 또한 안전한 울타리라고 여겼던 조직을 떠나 ‘자유’를 선택하려 했을 때, 위의 두 가지 두려움에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 두 가지의 두려움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다면, 나는 앞으로 쭉 인생의 주인으로서 내 자유를 스스로 선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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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을 거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보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조금 더 과감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우선 ‘회사를 떠난 후 굶어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다닐 경우 닥칠 수 있는 위기를 떠올려 보았다.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한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한창 일할 나이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선배들을 목격한 순간, 나는 아예 애초부터 그런 기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내가 회사에 오래 다니고 싶어 한들 회사는 그런 나를 끝까지 책임져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내가 먼저 회사를 그만두거나, 회사가 나를 내보내나 결과는 매한가지 아닐까?
오히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주도적으로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퇴사 시점을 내가 먼저 정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모든 변화를 피할 필요는 없다. 삶의 위기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만 인정한다면, 굶어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남들을 어떻게 보는가’를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자주, 깊이 관여하는가? 누군가의 실패, 이혼 등이 나에게 얼마나 대단한 영향을 미쳤는지 떠올려보라. 물론 때로는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얼마 못가 그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원래 남들의 사건 사고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더 중요하고, 내일 데이트에서 입을 옷을 고르는 일이 더 다급한 법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실제로 남들 또한 내 인생에 큰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 자유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것
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세계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세계 여행? 좋지! 근데 갔다 와서 뭐해 먹고 살려고?”
이 질문에는 ‘지금보다 못한 상황에 처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숨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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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본다. 맞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것들을 반드시 놓아주어야만 신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새로운 일을 하려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도전 그 자체라기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아주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 발목을 붙잡은 또 다른 실체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내가 나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내가 힘든지, 무엇을 위해 자유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설사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해도 계속해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번듯한 직장,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안전한 울타리의 범위 또한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려 하기보단, 회사가 망해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번듯한 직장을 구하는 데 썼던 시간의 일부만이라도 스스로를 공부하는 데 쓰는 것이다.
만약 내 직업이 나의 전부였다면 회사를 그만 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제야 나는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알았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명령도 지배도 받지 않는 삶’이란 구절을 발견했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나도 무르게 두 눈이 커져버렸다. 그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삶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삶을 원했고 그것이 곧 ‘명령도 지배도 받지 않는 삶’과 같은 의미였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게 된 이상, 내 자유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첫 번째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여행자가 되어보기로 했고, 생전 처음 만난 낯선 여행지에서 나만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그렇게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나자, 자유를 선택하지 못해 두려웠던 시간은 어느새 싹 잊혀졌다.
자신을 아는 사람의 삶은 단순하고 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말한, ‘굶어 죽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하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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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만이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혼자라는 두려움 - 온전한 나와 대면한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한식 뷔페식당에 갔는데 우리 옆 테이블에서 어떤 여자가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음식을 가지러 가면서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 여자의 일행이 도착했다. 그제야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던 그녀의 얼굴이 활짝 핀 목련처럼 환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혼자 밥 먹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요?”라고 묻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혼자 밥을 먹는 것조차 힘들게 느낀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복잡한 걸까? 그렇지 않아도 우리네 인생에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말이다.
내가 혼자 밥을 먹든, 뷔페식당에서 백 접시의 음식을 갖다 먹든 그건 본인의 자유가 아닌가?
혼자 밥 먹는 걸 어려워하는 건 그나마 양반일 수 있다. 나는 회사 면접시험에 엄마를 대동하고 나온 친구를 본적도 있고,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자리에 친한 친구를 데리고 나온 여자를 본적도 있다. 입사를 하는 것도 이별을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일인데, ‘혼자’가 두려워 제3자와 함께 하는 그녀들을 보고 그 당시에도 왜 그렇게 인생을 피곤하게 사나 싶었다.
우리네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두 번째 두려움이 바로 ‘혼자’를 선택할 수 없는 두려움이다.
어떤 이는 혼자인 게 싫어서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혼의 본질은 ‘외로움의 극복’이 아니라 ‘사랑’이다. 외로움이 두려워 결혼을 선택하면 결혼 생활이 오래 가지 못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이가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다. 혼자 일 때는 마음먹은 대로 행동할 수 있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도 쉬우며,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에 도전하는 일도 수월하다. 과감한 생각과 도전은 혼자일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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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는 <지극히 적게>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혼자 있는 것을 진정 즐기는 사람만이 자기 자신과 우정을 맺은 사람이다.”
또, 도미니크 로로는 “우리가 100% 진실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고 하였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는 대신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나 자신과 마주하는 데 할애한다면, 혼자를 선택하는 두려움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 나 자신과 깊은 우정을 쌓아라
나는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혼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그런 내가 혼자라는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을 제일 많이 만난 곳은 바로 ‘여행길 위’였다.
혼자 떠나 왔고, 혼자 이동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는 여행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무엇이든 혼자서 해결하는 여행, 아무런 방해도 없이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는 여행, 오직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여행 계획을 짜고 또 그 계획을 기분에 따라 바꾸면서 마음껏 즐기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정말 크게 놀라야 했다.
과연 그런 그들이 여행을 하며 외로움에 힘들어 했을까? 내가 겪어본 바로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선 ‘나 홀로 여행’으로 다져진 내공이 느껴졌다. 그들은 어지간한 어려움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과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친화력의 소유자였다. 원래부터 그랬다기보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점차 독립적인 사람으로 변화한 듯했다.
그들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여행은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기본적으로 여행 스타일이 크게 달랐다. 나는 한 곳에 머물며 자세히 보고 싶어 하는 반면, 남편은 사진 찍기에 적합한 포인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접점을 찾기가 꽤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칠레의 델 파이네 국립 공원에서부터 각자 자신만의 여행에 집중해보자는 데 합의를 하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3박 4일 동안 산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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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동안 남편과 나 사이에는 서로 이렇다 할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싸워서가 아니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무한 반복되는 긴 산행이 힘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정작 둘 다 말을 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림같이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두고 하루 종일 걷는 동안의 무념무상의 상태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고, 외로움도 없었다.
나를 뚝 떼어 놓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시간 동안 나는 한 뼘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혼자’에 익숙해지자, 혼자라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났다. 여행의 본질이 자유라면 혼자 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짜 여행’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싶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동행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마음껏 여행 스케줄을 짤 수도 있으며, 내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계획을 변경하는 일도 가능하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혼자 떠나야 더 많은 친구를 사귀기가 쉽다. ‘나 홀로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 여행자로 살고 싶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순간이 되어야 한다. 나와의 우정을 쌓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 자신을 더욱더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법이다.
■ 휴식에 대한 두려움 -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버린다
직장에서 일하던 시절,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선 계장님에게 같은 부서의 동료가 대뜸 이런 말을 했다.
“계장님,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셨어요?”
“광고 영업 때문에 미팅이 좀 길어져서.”
“부장님이 아까 낮에 엄청 뭐라고 하셨어요. 계장님 늦게 들어오면 아예 책상을 빼버리라고요.”
“뭐? 그게 정말이야?”
사실 그날은 만우절이었다. 유난히 짓궂은 직원이 그 계장님을 놀린 것이다. 그날 나는 ‘책상을 빼라고 했다’는 말에 흔들리던 그분의 눈동자를,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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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불안한 눈빛을 가진 약자가 된다.
0 육아휴직 : 2014 국회에서 발표한 자료 등에서
- 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10명 중 1명
- 10명 중 8명은 출산이나 육아휴직으로 불리한 처우를 받음
- 10명 중 9명은 직장 복귀를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낌
대부분 직장인은 휴식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아간다. 누구도 우리에게 잠시나마 쉬어가길 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무한히 성장하길 요구하고 더 나은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기를 강요한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일하는 사람은 칭찬을 받고,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불성실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찍힌다.
그렇게 우리는 ‘방학이 주어지지 않은 어른’이 된 후부터 인생의 쉼표를 빼앗긴다.
나 역시 여행 전까지 휴식을 제대로 누려본 적이 없었다. 쉰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었다. 여유를 누리기보단 치열하게 일하는 데 더 익숙했고, 어쩌다 휴일에 게으름을 피우기라도 하면 죄책감에 시달렸다. 쉬지 않고 일하는 삶이 성공으로 가는 인생이라고만 생각했고, 계속해서 노력하면 삶의 질이 높아질 거라 착각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를 채찍질 하는 게 가장 쉬웠던 것도 같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계속 바빠지기만 할 뿐 누릴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복잡한 생활이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휴식은 인생의 속도를 조절하게 도와준다. 방전되기 직전의 상태로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한동안 쉬더라도 충전이 된 상태에서 다시 달리기를 하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쉰다는 건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썩은 고인 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휴식은 잠시 멈춘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숨이 차서 잠시 쉬는 것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 휴식 없는 성장이란 없다
김정운 교수는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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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사회의 진짜 문제는 ‘놀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린 한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세계여행 이전의 나도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이 ‘놀면 불안해 지는 병’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재충전이 필요한 순간들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하나,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때
둘,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내달리고만 있을 때
셋, 나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어떤 이들은 ‘힘든 시기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지나간다’고 하기도 하고, ‘모두가 다 이렇게 힘들게 산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무작정 참고 견디는 대신 ‘잠시라도 쉬어가는 용기’를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따라 흉터의 크기가 달라지듯, 인생의 쉼표를 언제 두느냐에 따라 내가 살아가는 삶의 결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쉴 때는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값비싼 음식을 먹고, 럭셔리한 곳에 놀러가고, 멀리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게 아니라,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가만히 자신과 마주 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휴식이 아닐까? 그런 장소는 주위를 둘러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다못해 내 방에 향초 하나만 켜 놓아도 휴식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 된다.
남들보다 앞서고 싶어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쉬지 않고 일만 한다면 그건 남의 인생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2장 여행할 줄 아는 여자가 되라
- 여자의 삶이 쉬워지는 5가지 일상의 공식 -
■ 분리 - 익숙한 것들과 멀어진다
2장에서는 ‘삶이 쉬워지는 5가지 일상의 공식’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삶은 고통이 아니다. 골치 아픈 문제는 해결하면 되고, 복잡한 삶은 단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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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만들면 된다. 힘든 일은 쉽게 바꾸고, 참고 버티는 대신 신나게 즐기면 된다. 여행할 줄 아는 여자는 이 모든 일에 능숙하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다.
누구나 비극이 아닌 희극의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눈앞에 닥친 현실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까지 한 가지 색으로만 삶을 대해왔다면, 앞으로는 다른 색으로도 삶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극도 희극으로 바뀌고 복잡한 삶의 실타래도 조금씩 풀려간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 맛있지 않은 음식도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나도 맛있다고 말한다.
- 인상깊지 않은 관광지도 다른 사람이 ‘감동적이다’고 말하면 나도 그렇다.
- 줄 서서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남들이 말하는 맛집에는 꼭 가 본다.
- 유행하는 패션이나 화장품, 인기 많은 영화나 드라마도 본다.
- 위의 모든 것들에 판에 박은 포즈로 인증샷을 남긴다.
어느 새 우리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되어버린 듯하다.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로 나와 타인을 분리하기 힘들어 하고 원래 내 생각이 무엇이었는지도 종종 잊을 때가 있다. 남들이 아는 것을 나만 모르는 게 두려워 그것을 아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다가, 정작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모르는 아이러니를 경험하는 것이다.
내 취향, 내 생각, 내 마음은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다수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은 점점 더 복잡하고 피곤해진다.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유행 트렌드 등을 헉헉대며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의견도 좋고, 유행도 좋고, 트렌드도 좋다. 다만 그 중에서 내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걷어 낼 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이 모든 이유가 부족한 여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한 노력만 하지 말고, 내 안에 숨어 있는 진짜 나를 찾는 데 더 열을 내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고, 나에게 어울리는 삶의 속도에 발을 맞출 수 있다. 이것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상에서도 쉼표를 찍을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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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처방 : 옛날 사람처럼 살아보기
나를 다른 사람들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도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분리’라고 부른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자신이 남들과 비슷하지 않아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나를 분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옛날처럼 살아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여행 중일 때는 내가 살던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마련이다.
귀국 후 나는 여행자였을 때의 삶이 어땠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여행 당시에는 대체로 최첨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삶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기술이나 최신 정보가 없어도 내 삶이 뒤쳐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는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하는 것보다 무작정 새로운 곳에 도착한 뒤 숙소를 구하는 게 더 재미있었고, 버스 터미널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버스표를 사는 게 더 편했다. 발품을 팔고 시간이 든다는 점에서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급기야 아프리카 여행 막바지에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것도 결과적으로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스마트폰을 분실했을 때의 허망함은 컸지만 SNS도, 게임도, 메일 확인도 거의 하지 못하게 되자 스마트폰에 들였던 시간을 고스란히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로써 여행에 더더욱 집중하게 되었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행 후에도 이런 사람의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자 했다.
나는 우선 종이 신문이나 PDP 파일 형태의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보는 뉴스에는 사람들의 댓글이 워낙 많아 순수하게 떠오르는 나만의 첫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 신문을 보기 시작하자 기사를 찬찬히 읽는 습관에 생겼고, 관심있는 내용은 따로 스크랩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인터넷으로 중요한 뉴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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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고 넘기는 요즘의 방식을 생각하면 정말 구식 같긴 하지만,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일부러 느리게 가는 교통수단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주 바쁠 때는 불가능하지만, 시간이 넉넉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길게 돌아서 가는 노선의 버스를 타기도 하고,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는 편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건 내가 바쁘게 쫓기며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버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을 관찰하기도 하고, 나의 하루를 돌이켜 보기도 하면서 그 시간은 내 자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또 평일에는 텔레비전을 아예 켜지 않는다.
나만의 속도와 스타일로 사는 삶은 이처럼 다른 사람들과 나를 분명하게 ‘분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때, 삶은 비로소 고유의 색채를 띠며 특별함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 관점 - 제2의 시선을 갖는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왓슨?”
의뢰 받은 살인 사건의 전말을 캐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마차 안에서셜록 홈즈가 왓슨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런데 그는 왓슨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이렇게 말했다.
“평화롭고 한가롭다고 여길 테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조용한 시골만큼 살인이 벌어지기 적당한 곳도 없다고 생각해,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알아채기가 어렵거든.”
셜록 홈즈가 명탐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러한 남다른 발상과 다른 각도에서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셜록홈즈는 탐정의 시선 외에도, 범인의 입장이 되어 사건을 볼 수 있는 ‘제2의 시선’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탐정과 범인의 시선을 두루 넘나들며 현장을 관찰하는 것으로 그는 언제나 사건을 완벽히 해결해 낸다.
도미니크 로로는 <지극히 적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고유한 정체성이 있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인간은 순간순간 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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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로 딱 정해진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어릴 때는 시금치를 아주 싫어했더라도 지금은 아주 좋아할 수 있다. 우리가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
그녀의 말처럼 사람은 변한다. 이는 곧 얼마든지 삶에 유연함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노력만으로도 내 안의 생각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고, 삶이 달라진다.
나는 여행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제2의 시선을 켜고 또 켰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여행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직 내가 찾지 못한 여행의 진가를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여행 중반에 접어든 어느 날이었다. 그날 아침은 유난히 상쾌했고, 그날따라 두 뺨에 스치는 바람이 유독 부드러웠으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하나부터 열까지 아름답기만 했다. 내가 이 시간에 이 공간에 와서 이 모든 걸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다. 바로 그때가 여행을 싫어했던 내가 스스로 벽을 무너뜨린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벽 하나 허무는 일은 내 삶의 크기를 무한대로 키우는 작업이다. 편견만으로 처음부터 선을 긋고 한계를 만드는 태도를 지양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 두 번째 처방 - 항상 반대로 해보기
음악 연구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제이 칼리아는 미국의 음원 스트리빙 서비스를 분석한 뒤, 평균 33세부터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경과를 내놓았다. 생소한 음악은 10대나 듣는 노래라는 생각, 그리고 어렸을 적 즐겨 들었던 음악을 다시 찾는 경향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나만해도 신곡은 거의 모르니 이 연구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기존에 이용하던 서비스나 상품보다 더 좋은 것이 있어도 투자비용, 불편함, 귀찮음 때문에 원래의 것을 선택하려 하는 ‘자물쇠 효과’때문이라고 한다. 즉, 모르는 걸 접하는 피곤함보다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편리함’을 선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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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나를 채운다면 스스로를 자신만의 세계에 점점 견고히 가두는 꼴이 된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계속될수록 생각의 확장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생각만 하면서 늘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으로는 결코 달라진 내일을 맞이할 수 없다.
그래서 여행 후의 나는 ‘항상 반대로 해보기’를 실천하고 있다. 평범하고 흔한 생각이 떠오르면 의식적으로 그 반대가 되는 의견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일부러 내가 공감하는 주제의 책만 선택하지 않는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 다른 의견의 책을 접하는 것이 제2의 시선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나는 사람을 대할 때도 ‘반대로 해보기’를 적용한다.
- 예전에는 상대방의 단점을 먼저 떠올렸는데, 이제는 장점을 먼저 찾는다.
- 요리할 때 색다른 조리법을 적용해 보고, TV도 보지 않았던 채널을 보거나 운동도 다른 걸 선택해 본다.
주역학자 김승호의 저서 <돈보다 운을 벌어라>에는 ‘계속 해왔던 일만 반복하면 소멸하는 삶이 된다. 음식이나 취향, 산책이나 출근길마저도 바꾸려고 할 때 발전하는 인생’으로 변화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해보기’는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생각에 대해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오히려 삶의 중심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이름 - 내 자신을 재정의 한다
“여기서 살아요? 아니면 한국에서 여행을 온 거예요?”
“서울에 살아요? 어느 동네?”
“학생이에요? 어느 학교?”
“직장에 다녀요? 어느 회사?”
나는 여행 중 만나는 한국 사람이 대체로 반가웠지만, 가끔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에 만나는 사람에게 제일먼저 불어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다름 아닌 ‘이름’이라 생각한다. 분명 같이 몇 시간을 이야기 했는데 헤어지고 나서 상대의 이름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아차 싶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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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스치는 인연이라 해도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이 끝까지 이름은 물어보지 않은 채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 세례를 퍼부으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란 존재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내가 속한 회사의 이름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 한인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
- 자기소개를 직업으로 대신 : 한의사, 고시생, 대기업 회사원 등
- 졸업한 학교를 밝혀야 하는 경우가 많음,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 까지
- 배우자의 조건, 어느 동네 사는지 까지
솔직하게 말해, 여행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이런 질문을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 부끄럽지 않은 대답을 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사회적인 정보를 꽤 궁금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될수록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고 예의 없는 행동인지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름도 묻지 않은 상대에게 사회적 배경을 꼬치꼬치 물어본다는 게 이상한 일이라는 걸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러한 새로운 생각은 더욱 견고해졌다.
“이름이 뭐예요?”
“얼마나 여행하고 있나요?”
“여행한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기본에 충실한 이런 질문들은 지나치게 상식적이었음에서도 오히려 신선했다. 외국인 여행자들의 질문은 공통적으로 비슷했다. 제일먼저 이름을 물어보았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느 곳을 여행했는지, 지금은 얼마나 오래 여행 중인지, 좋아하는 도시는 어디인지를 물었다. 사회적인 잣대 같은 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일부 한국인 여행자들은 여행이라는 핵심은 잊은 채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든 똑같은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마치 수백 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처럼 말이다.
대화를 제대로 하는 방법은 상대방과 공유하는 ‘본질’에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이 본질을 놓치지 않고 대화를 풀어갈 수 있어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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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처방 - 나만의 명함 만들기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아주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이름’이다. 내 이름을 묻던 여행자들도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히곤 했다. 자신을 알리는 핵심 메시지 역시 본인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꿈에 대한 강연으로 유명한 김미경의 책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에는 “엄마와 며느리라는 이름에 미래를 저당 잡히지 말아라.”라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 외에 얻게 되는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을 지나치게 열심히 소화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이름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 상대방이 내 이름을 모르면 대충 할 행동도, 내 이름을 아는 사람에게는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요즘에는 과자 봉지에도 생산자의 이름이 있고, 택배를 실은 트럭의 뒷문에도 담당 기사의 얼굴이 찍힌 사진과 이름을 볼 수 있다. 명찰을 달고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모두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리라.
자신의 이름은 일을 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내가 나를 잘 알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 이름을 항상 생각하며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나는 ‘명함 만들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소속이 없고, 당장 하는 일이 없어도 상관없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넣어도 명함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명함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도, 비싸지도 않다. 명함 제작 업체에 주문만 하면 끝난다.
명함을 만드는 아주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발휘하는 효과는 엄청나다 내 이름이 적힌 명함은 주위사람들에게 호진이 엄마, 108호 새댁, 사당동 아가씨 등이 아닌 원래의 나로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꿈을 담은 명함을 미리 만들어도 좋다. 플라워리스트, 요리연구가, 사진작가, 동화작가 등을 내 이름과 연결시키면 된다.
‘나’와 ‘꿈’을 잊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한결 쉬워진다. 적어도 삶의 방향을 몰라 방황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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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삶을 돌아봤을 때,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원하던 것과 차이가 크다면 그건 나를 잊고 살아왔다는 증거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내 삶의 중심은 내가 잡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내 이름이 있다.
■ 기록 - 글쓰기 근력을 키운다
나는 여행 중에 글을 자주 썼다. 1년 내내 이동을 해야 하는 여행이라 작정하고 앉아서 긴 시간을 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느낀 것들과 변화된 일상, 새롭게 하기 시작한 생각,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들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모조리 글로 옮겼다.
문득 ‘내가 원래부터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나는 이렇게 자주 글을 쓰게 된 걸까?
이에 대한 답을 찾다보니, 글쓰기는 잘하고 못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평소에 글쓰기를 멀리하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쓸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그러나 나의 경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날들을 보내기 시작하자 새로운 이야기들이 저절로 흘러나와 글로 연결되었다.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백지를 차곡차곡 채워갔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켰고, 즉흥적으로 들려오는 내 목소리를 그대로 옮겼을 뿐이다. 글의 완성도나 마무리에 대한 걱정 없이 생각이 이어지는 대로 멈추지 않고 썼다. 심지어 나의 이런 증상은 여행 중 겪은 에피소드에 상상을 보태 소설을 써보기에 이르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나 글쓰기를 좌우하는 건 실력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였던 것이다.
작가로서의 경험도 없던 내가 첫 번째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단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였다. 나는 글쓰기 실력을 걱정하기 전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했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과 글이라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내가 만약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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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경험을 나 혼자만의 이야기로 간직했다면 <여자의 습관>이라는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확실하다면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문장력이 필요한 분야도 엄연히 존재하지만. 나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담긴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콘텐츠의 자격이 된다고 본다.
글쓰기 근력을 키우기 위해 내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별게 아니다. 그저 ‘꾸준히 쓰면’된다. 만약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 ‘나는 왜 글로 쓰고 싶은 소재가 없을까’에 대해서 쓸 수도 있다. 꼭 현재 나의 이야기만 쓸 필요는 없다.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도 써보고,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대해서도 쓸 수 있다. 그렇게 글이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내 생각의 흐름이 보이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기록은 단순한 추억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 당시의 ‘내 모든 것’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는 게 다소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나만이 기록할 수 있으며, 내 감정과 의식의 흐름은 그때만의 것이므로 한번 지나고 나면 다시는 똑같이 생각해낼 수가 없다. 이것만으로도 글쓰기를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 네 번째 처방 - 고자질 노트와 영감을 주는 코기리 만들기
글쓰기를 쉽게 시작하기 위해 나는 ‘고자질’을 글로 풀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고자질만큼 술술 나오는 이야기도 찾기 어렵다. 특히 여자들은 억울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수다’로 풀기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다를 가장한 고자질은 스트레스는 해소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입을 통해 나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건 하나도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고자질을 ‘글쓰기’의 소재로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고자질은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부담이 없다. 그냥 누구에게 일러바치듯 누가 잘못을 했는지, 무엇이 날 화나게 하는지 등을 써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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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어느 새 ‘그 사람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나에게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를 이해해 보는 시간도 갖게 된다. 글쓰기가 생각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자신만의 ‘고자질 노트’가 글쓰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관찰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굳이 글을 다듬지 않아도 좋다. 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는 희미해진 추억을 더듬더듬 기억하려 애쓰는 대신, 매 순간의 생각을 글로 써보자. 글쓰기의 장점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 소중한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공중으로 의미 없이 날려 보내지 말자. 언제 어떻게 빛을 발할지 모르는, 아주 중요한 나만의 재산이 될 테니까.
글이 생각처럼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나만의 이야기 장치를 하나 만드는 것도 좋다. 나는 여행을 하다 무척 마음에 드는 코끼리 모양의 열쇠고리를 구입했는데, 그것에 ‘영감을 주는 코끼리’라는 이름을 붙인 후 책상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글이 잘 안 써질 때마다 이 코끼리를 빤히 쳐다보곤 한다. 나에게 영감을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글쓰기는 작가의 전유물이라 여기며 멀리하고 있다면, 당신만의 ‘고자질 노트’와 ‘영감을 주는 코끼리’를 갖는 것으로 조금씩 글쓰기 근력을 키워보기를 추천한다.
■ 건강 - 미모보다 건강을 택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실제 여행을 할 때도, 그리고 일상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건강’이다. 사실 대부분의 여행은 체력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로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걸 보고 맛있는 걸 먹어도 결코 흥이 나지 않는다. 나는 구내염이 심했다. 심할 때 한꺼번에 3-4개나 되는 염증이 생겨 말을 할 때도, 음식을 먹을 때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고통과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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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떠나기 3개월 전부터 체력 향상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해 아쉬웠던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듯했다. 나는 3개월 동안 수영을 충분히 익히기 위해 매일반에 다니며 정말 열심히 배웠다. 주말이면 동네 수영장에서 따로 자유 수영을 하기도 했다.
그다음 시작한 운동은 걷기였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어서 부담이 없기도 했고, 여행을 하면 오래 걸을 일이 많을 테니 여행을 미리체험해보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기도 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걸었다. 나중에는 편도 2시간씩 왕복 4시간을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하도 열심히 걸은 탓인지 엄지발톱에 심한 멍이 들기도 했다.
제대로 몸을 써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놀라운 신체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온몸에 도는 활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출근만으로도 지치던 나였는데, 출근 후에도 몸이 가벼웠다. 분명 이전과 같은 강도의 업무인데 힘이 덜 들었고, 밝은 표정도 저절로 따라왔다.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는데, 그 느낌을 조금을 알 것 같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남편에게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여행 중 나와 남편의 체력은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개운했고, 9시간의 산행도 견딜 수 있었으며, 밤에는 금세 잠이 들었다. 처음에는 버거웠던 30킬로그램의 배낭도 어느 새 적응이 되어 거뜬히 메고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따로 있었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살았던 구내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세계 여행을 시작한 순간부터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내염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여행 중에 나는 화장은커녕 제때 씻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지내야 했다. 매일 같은 옷을 습관적으로 입어야 했고, 모든 여자들이 멋을 부리는 휴양지에서도 기능성 등산복 차림으로 있어야 했다. 그렇다고 내가 예전의 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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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예쁘게 화장을 했을 때보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을 때보다 삶은 더 단순하고 쉬워졌다. 아프지 않으니 몸과 마음도 편해졌다. “건강할 때 우리는 누구나 아름답다.”는 도미니크 로로의 말처럼, 아무리 꾸며도 만족하기 힘들었던 예전보다 건강에 집중하는 내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 다섯 번째 처방 : 운동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독일 쾰른에 머물 때였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대성당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라인강을 따라 수많은 지역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마치 이 세상에 건강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활동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 같았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조깅을 하고, 축구 경기 중인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4개나 되는 축구장에서는 모두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중 한 경기장은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팀이 뛰고 있었다.
독일 사람들의 저녁활동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운동을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야외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수업 중인 사람들, 강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리는 사람들, 그리고 강 위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게 퇴근 후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게,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우리의 삶과 비교하면 이건 한 편의 판타지 영화와도 같았다.
내가 본 독일인, 아니 유럽인들은 신체활동을 굉장히 많이 했다. 특별히 건강을 위해 한다기보다 일상의 연속인 듯 보였다. 실제로 여행 중 만난 유럽인들에게 물어보니, 타고난 신체 조건도 좋은 편이지만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수영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를 많이 해 왔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유럽인들의 스마트폰 의존도였다. 그들은 마치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살았다.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더 즐겼고 시간이 날 때는 책을 읽었다. 유럽에는 동네 서점이 많았고, 길거라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잔디밭에 누워서, 벤치에 앉아서, 친구와 서로 등을 기댄 채 책을 읽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들의 건강한 생활방식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말고 ‘건강을 위한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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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외모만이 아니라 외모를 포함한 커다란 의미의 건강이다. 건강과 외모가 따로 분리될 수 없는데도 이제껏 우리는 건강 따로, 외모 따로, 이렇게 이 둘을 구분하느라 피곤을 자처한 셈이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체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이었다. 여자의 평생 숙제는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가 아니다. 체력을 기르고 활력을 되찾아 생기 넘치는 외모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건강하기만 하면 멋진 몸매와 매끈한 피부는 저절로 따라온다. 만성피로와 다크서클, 구부정한 자세도 전부 해결된다. 이것이 ‘평생 다이어트 대신 일상 속 건강’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언제 떠날지 모를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건강을 위한 활동을 늘려보자.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것을 신나게 누릴 수 있다. 피곤에 못 이겨 이리저리 치이는 일상을 끝낼 수 있다. ‘건강’은 여행할 줄 아는 여자들이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다.
2부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라
-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파울로 코엘료) -
톨스토이의 마지막 저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는 좋은 문구가 정말 많다. 톨스토이 자신도 이 책을 두고 ‘인류에 대한 자신의 가장 큰 사랑 표현’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사람을 향한 따뜻한 그의 시선이 가득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여행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참고해볼 만한 인생의 지침 하나를 골라본다면 다음과 같다.
“삶이 곧 끝나버린다고 생각하며 살라. 그러면 남은 시간이 선물로 느껴질 것이다. 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생각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다. 따라서 우리가 속한 시간은 오직 ‘지금’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을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현재를 즐긴다는 명목으로 값비싼 디저트나 고가의 물건들을 사들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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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의 즐거움만 안겨줄 뿐이다. 그래봤자 월말이 되면 과도한 지출로 인해 텅 비어버린 통장 잔고를 보며 스트레스를 덤으로 얻을 뿐이다.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우리는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걸까? 또 나는 엄연히 타인과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왜 항상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걸까?
톨스토이의 말처럼, 삶이 곧 끝나버린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선물이 된다. 그 소중한 선물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바로 우리의 행복을 결정하는 핵심열쇠다. 힘들고 지치고 짜증나는 감정들로 남은 날들을 채우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여행지에서는 하루하루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지금’에 충실하게 된다.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것보다 조금은 위선적이더라도 친절한 쪽이 더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일은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또 거절할 때는 군더더기 없이 짧게 하는 게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여행을 하는 1년 동안 예전에는 잘하지 못했던 거절을 연습했다. 그렇게 내 삶의 부담스러운 부분들을 조금씩 끊어가기 시작하자, 이유도 모른 채 두렵고 속상하고 힘들었던 일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삶이 단순하고 쉬운 방향으로 흘러갔다.
여행 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히게 된다. 다만 여행지에서 느꼈던 변화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경험이 아니라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만의 세계를 재창조해야 한다.
우리는 삶이 단순하고 쉬워지도록 도와주는 ‘끊기’와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채우기’만 잘해도 현재를 사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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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끊으면 삶이 가벼워진다
- 일상의 여행을 방해하는 10가지 족쇄 -
■ 짐 - 한 달에 한 번 ‘비움의 날’을 실천한다
많은 사람이 세계 여행 기간 동안 집은 어떻게 했는지를 궁금해했다. 집을 그대로 비워둔 채 여행을 했다고 대답하면, 어떤 사람은 월세라도 두지 그랬냐고 훈수를 두기도 한다.
그런데 남편과 나는 언제 어떻게 집으로 돌아오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가장 편한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 나는 여행 짐을 싸는 일보다 집 정리를 하는 일이 더 어려울 줄 알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결혼 후 몇 년간 써왔던 짐들을 정리하는 일보다 최대한 가볍게 꾸려야 하는 1년치 여행 가방을 싸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웠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집이 거의 없어 따로 정리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엔 장롱도, 소파도, 에어컨도 없다. 남편과 나의 모든 옷은 서랍장 하나와 벽에 고정시킨 옷걸이만으로도 소화가 된다. 그 정도로 옷이 별로 없다. 여분의 이불 짐도 없다. 우리 집에는 신경 써야 할 귀중품과 결혼 예물도 없다. 그러니 홀가분하게 집을 떠날 수 있다.
“난 더 이상 잃을 게 없어서 무서운 게 없어!”
영화 속 주인공의 흔한 대사처럼, 다소 과장된 비유이긴 하지만 내가 딱 그런 마음이었다
나는 살림을 늘리는 대신 여행 경비를 모았다. 집에 들여 놓은 물건들을 사지 않고, 꿈들을 적립했다. 최소한의 장만 보았고, 조금이라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짐들은 절대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적은 짐 덕분에 우리 집은 생활 반경이 넓은 공간이 되었다.
적은 짐들은 내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와 자유로운 해방감을 선사했다. 돌이켜보면, ‘따로 정리가 필요 없을 정도의 적은 짐’이 세계 여행을 더 쉽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었다.
여행을 할 때도 나는 적은 짐이 주는 자유로움을 확실히 경험할 수 있었다. 1년 동안 극도로 적은 살림으로 살아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진정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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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것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마지막 여행지인 유럽에서 완성되었다. 우리 부부는 숙박비를 줄이기 위해 유럽에서 3개월 동안 캠핑을 했다 90일 가까이 텐트에서 잠을 잤고,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캠핑을 했다. 자동차는 리스(장기간 임대)를 했고, 차 안에는 최소한의 기본 살림인 텐트와 침낭, 음식과 조리도구를 싣고 다녔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간소한 생존 도구들이었지만, 생활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실제로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내일은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던 시간에 ‘내일은 또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를 고민하는 내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여행자에겐 예쁜 옷이 많이 들어 있는 무거운 가방이 필요 없다. 옷이 한 벌만 들어 있어도 무조건 가벼운 가방이 최고다.
아무리 좋은 것을 사도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풍요는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을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채우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끊임없는 소비를 통해 물건을 채워 넣는 대신 그 자리에 꿈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이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 짐이 줄어들수록 꿈은 늘어난다
1년간의 세계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날부터, 나는 꼬박 열흘 동안 집 정리를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내가 집에 쌓아둔 짐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을 마치고 보니 집안 곳곳에 자리한 짐들이 엄청 많게 느껴졌다.
나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느껴지는 짐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재활용 쓰레기장에 내놓았다. 입지 않는 옷들과 읽지 않는 책들, 심지어 책꽂이까지 집밖으로 내보냈다. 물건들이 있던 그 자리에는 여행 이후에 생겨난 꿈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집은 여행 전보다 넓어졌고, 하고 싶은 일들도 더 많아졌다. 짐들이 사라져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해졌고, 그 가벼워진 마음이 새로운 도전으로 나를 이끌었다. 불필요한 것들이 사라질수록 나는 스스로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게 다 1년 동안 적은 짐으로 살아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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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만 집중하면 마음속에 품고 사는 꿈과 차츰 멀어진다. 내가 소유한 것들이 늘어날수록 그것들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을 때까지, 한 달에 한 번씩 ‘비우기의 날’을 실천해 보자. 지난달에 분명 다 비운 것 같아도, 또다시 치워야 하는 짐들이 어느새 눈에 들어올 것이다. 물론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물건들과 헤어지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하지 않는 소유물을 끊어내는 작업에 점점 요령이 붙고, 불필요한 것들을 구분하는 방법, 신중하게 물건을 사는 경험이 점차 쌓여간다. 그러다 보면 버리는 것보다 소유하는 게 더 피곤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분명히 찾아온다.
실제로 여행을 떠나보니, 장기 여행 중인 이들은 전부 최소한의 짐으로만 생활을 했다. 단지 여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도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심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바로 여기에 여행할 줄 아는 여자의 핵심이 녹아있다. 그들을 보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바로 여행을 할 줄 안다는 건 늘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지, 경험이 많아 능수능란하게 여행을 하는 상태를 일컫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여행할 줄 아는 여자의 집이 심플해야 하는 이유다. ‘매월 비우기의 날’을 실천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줄어가는 짐만큼 늘어가는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계획 - 우연이 주는 묘미를 즐긴다.
중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에 별명이 ‘또짜’인 아이가 있었다. 워낙 계획표 짜는 것을 좋아했던 친구였는데 항상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마다 그 아이의 손에는 늘 다이어리가 들려 있었다.
그 친구가 계획표를 계속 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계획표를 자꾸만 어겼기 때문이다. 계획이 매일 어그러지니 계획표를 수정하거나 새로 짜는 일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여행 중에 ‘또짜’와 같은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A에 가서 사진 찍고, B식당에서 점심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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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디저트 가게에 방문해 후식으로 C를 먹은 다음.
D로 가서 인증 사진 찍기
곧바로 E로 넘어가 잠깐 구경을 한 후.
특산품 F를 잔뜩 사오기.
그다음 G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H에서 한 잔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기
이것이 내가 종종 목격한, 일부 여행자의 스케줄이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거의 미션 수행 수준이다.
계속해서 미션이 생겨나고 이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식의 여행은 사진은 많이 남길지 몰라도, 소중한 추억이나 여운은 생각만큼 길게 가지 않는다. 지칠 대로 지친 체력이 애틋한 기억으로 연결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발자국을 남긴 나라나 도시를 늘리는 게 여행의 목적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일정만 짜볼 것을 권하고 싶다.
여행 기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과감하게 여행 계획을 대폭 삭제했다. 나라간의 이동 스케줄을 유지하되, 도착한 여행지에서의 세부 계획을 없애버렸다. A라는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어디에 가서 무엇을 구경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계획 대신 ‘자유 시간을 채워 넣었다.
여행 계획을 짜던 시간에 무계획을 받아들이고 여행하는 시간을 더 늘리자. 나는 드디어 기대했던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순간 제일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그 순간 제일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소망했던 자유를 누리는 방식이 아니던가!
■ 무계획이 가져다주는 우연의 기쁨
여행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행위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계획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계획은 새로운 곳을 익숙한 곳으로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해야만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잠을 자고, 무엇을 구경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해 너무 자세히 계획하면 할수록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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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처음부터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여행 중 보고, 듣고, 겪는 모든 것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나에게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내가 정해 놓은 기대치라는 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연유로 무계획이 가져다주는 무한한 가능성에 스스로를 내맡기면, 계획된 여행보다 더욱 풍요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삶을 커다란 의미의 여행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무계획을 적용할 수 있다.
낯선 것이 두려워 ‘계획’이라는 ‘익숙함’만 고집하려 한다면 우리의 삶은 오늘도, 내일도 똑같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바쁘게 사는 생활의 연속인 채로 말이다. 익숙함을 놓지 않는 이상, 변화의 가능성은 차단된다.
물론 계획은 일상에 규칙을 부여해 단순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만을 고집하면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져 되레 삶이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계획과 무계획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탈 수 있어야 한다. 내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기 보다는 무계획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으로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훌륭한 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외운 대본을 소화하는 사람이 아니다. 핵심 단어들만 기억한 채 청중들과 교감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이 진정한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 즉, 전체적인 스피치 틀을 갖고 있되 디테일은 열어두는 식이다.
우리의 인생에는 계획이 필요한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계획이 없다고 인생이 무분별해지는 것도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여행은 큰 계획과 함께 무계획이 공존하는 여행이다. 무엇보다 여행할 줄 아는 여자는 무계획이 주는 우연의 기쁨을 놓치지 않는다.
■ 버티기 - 끈기보다 용기가 먼저다
“엄마,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 나 회사 그만둘까 봐.”
“무슨 소리야.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어? 그냥 참고 다녀.”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참기만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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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들어도 참고 다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너처럼 그렇게 힘든 티도안 내.”
“엄마(여기서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다른 사람하고 나하고 같아?”
나는 아나운서가 되기 전에 잠시 광고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
엄마의 조언은 그저 ‘버티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버티라고 말하는 건 비단 엄마만이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버텨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듣게 마련이고, 월급쟁이라면 누구보다 버티기의 고단함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이 모든 건 내가 내 꿈을 외면한 혹독한 대가였다. 선택은 언제나 온전히 나의 몫인데, 나는 늘 남의 의견을 묻고 다녔던 것이다. 설사 엄마가 해주는 말이라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제3자의 의견일 뿐인데 말이다.
결국 나는 근무 기간을 3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광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퇴사 후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아나운서 학원이었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자신감도 상승했던 것 같다. 몇 번의 시험을 치른 끝에 나는 결국 그토록 바라던 아나운서가 되었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버티는 삶이 옳지 않다고 깨닫기 시작한 것은.
만약 광고 회사에서 끝까지 버티면서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끝내 원하던 아나운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참고 버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커서,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기가 쉽지 않다. 꿈이니 행복이니 뜬구름 잡는 소리는 그만하고 눈앞에 주어진 일부터 열심히 하라는 말, 남들도 다 버티고 사는데 왜 혼자서만 유난이냐는 말을 듣는 상황에서, 그 목소리를 뒤로한 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훌쩍 떠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그런 갈등 끝에 실제로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떠난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되는지 말이다.
“정말 행복해 미칠 것 같아!”
이것은 남편이 1년 내내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동안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1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은 ‘행복’이란 말에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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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변한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던 그가, ‘된다’는 말보다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훨씬 더 많이 하던 그가, 여행을 하면서‘행복’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여행을 끝낸 지금도 그의 이런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남편은 자신의 가슴이 반응하는 일에 온 열정을 쏟으며 열심히 살고 있다.
사는 게 전혀 즐겁지 않고 힘만 든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평생 살아갈 자신이 없다면 나는 조금만 더 버티라는 말 대신 마음속 목소리가 이야기하는 대로 한번 행동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 불행하게 버티지 말고 행복하게 고생하라
영화배우 짐 캐리는 미국 마하리시 대학 졸업식의 연사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가 겪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저희 아버지는 훌륭한 코미디언이 될 수도 있었지만, 본인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셨어요. 코미디언 대신 회계사라는 안전한 직장을 선택하셨죠. 그러다 제가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는 그 안전한 직장을 잃었고, 저희 가족은 살아 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저는 아버지로부터 여러 훌륭한 교훈들을 얻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대학생들은 박수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1년 동안 세계 35개국. 130여 도시를 다니면서 가장 확실하게 배운 사실은 ‘세상은 정말 넓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 또한 너무나 다양하다는 사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를 기록했다. 유럽 선진국들이나 일본, 미국을 전부 제체고 1위를 한 것도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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웠지만, 나는 1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듣고 더 많이 놀랐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높은 학구열도 주된 이유지만, 인구대비 대학이 너무 많은 탓이라고 한다. 누구나 대학을 가야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수히 많은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아주 당연한 진리 하나를 놓치고 있다. 바로 가슴이 뛰는 일에는 ‘버티기’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고생스러워도 감수할 수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된다. 심지어 ‘쉬엄쉬엄하라’는 말도 들리지 않는다.
춤을 추는 게 좋은 사람은 하루 종일 춤만 출 수 있고,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하는 사람은 날이 새는 줄도 모른다. 하고 싶은 연구에 빠진 사람 역시 배가 고픈 것도 잊는다.
그러니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버티라’는 충고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주저하기만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끈기’가 아니라 ‘용기’다. ‘불행하게 버티는’ 대신 ‘행복하게 고생하는 일’이야말로 복잡한 우리의 삶을 심플하게 만들어 주는 핵심 원칙이다.
■ 저녁이 없는 삶 - 가만히 있는 것에 익숙해진다
나는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출근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출근 후 본격적으로 일을 하다가 허기가 져 시계를 보면 어느 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주어진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었지만 식사와 일을 동시에 하는 날들이 많았고, 그렇게 대충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새 퇴근할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저녁 6시는 쉽게 퇴근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결국 야근을 하다가 지하철 막차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을 나왔다.
물론 바쁘게 사는 만큼 일하는 법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업무량이 많다는 건 나에게 주어진 권한도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므로,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며 주도적으로 일 할 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는 삶의 균형을 잡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이다.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알아챌 여유도 없이 시간은 늘 촉박하고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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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무도 나에게 휴식을 권하지도, 쉬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법은 귀가 따갑도록 가르쳐주면서 어째서 제대로 쉬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
기계도 고장이 나지 말라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이 있는데, 정작 기계를 다루고 만지는 사람에게는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쉴 수 있을 때 마저도 더 일을 하여 성과를 내줘야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듯하다. 어떻게 하면 조직에서 인정받는 구성원이 될 수 있는지.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교육은 차고 넘치는데, 반대로 잘 쉬고 잘 노는 방법은 무엇인지 재충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나는 그렇게 바쁜 삶을 끝내고 여행을 떠났다. 삶의 방향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든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한 직 후,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쉬는 시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자, 오히려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로운 환경과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을 보냈는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점점 한가하고 여유로운 여행자의 생활에 익숙해졌고, 예전처럼 습관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해결해준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는 쉬는 시간이란 바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잠시라도 머릿속을 비우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인데 말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낯설지만 즐거웠다. 한없이 나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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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 보일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기’는 바빴던 내 삶에 진짜 여유를 찾아주었을 뿐 아니라, 각박했던 내 마음을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누려라
2014년 10월 27일, 서울 광장에서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우승의 기준이 참 재미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적인 자세로 심장 박동수를 쟀을 때 가장 안정적인 사람이 우승을 하는 거란다. 크게 움직이거나 딴 짓을 하면 실격이 되는 이 대회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바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이제 가만히 있는 것마저 벅찬 일이 되어버린 걸까? 그저 멍하니 쉬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가만히 있는 게 승부를 겨루는 하나의 종목이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신이 진정 일상에서도 여행을 하고 싶다면 이 ‘멍 때리기 대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 매우 탁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고 할 일이 많더라도 해야 할 일에만 질질 끌려다닌다면 결코 삶이 단순하고 쉬워질 리 없다. 때로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잠시 끊고, 멍 때리기 대회의 우승자처럼 가장 정적인 자세와 안정적인 심장 박동을 유지한 채 복잡한 생각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즐기는 텔레비전 시청이나 게임, 쇼핑, 영화 감상, 친구들과의 수다, 등은 완벽한 휴식이라 보기 어렵다. 겉으로 보기엔 쉬는 것 같아도, 이 모든 행위는 머릿속을 조금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삶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치열한 삶과 최선을 다하는 노력만으로 치우친 삶은 결국 균형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다. 바쁘게 내달리는 시간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시간을 스스로에게 내줄 수 있어야 잘 사는 것이다. 잠시도 생각할 시간도 없이 사는 사람과, 잠깐이라도 모든 걸 멈출 줄 아는 사람의 미래는 언젠가 차이가 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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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 - 나만의 판을 새로 짜본다
도대체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일까? 많은 돈을 벌면 성공한 걸까?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에 가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란 정말 어려운 일일까?
사회인으로 첫발을 떼기 직전에 해야 하는 고민과 선택은 가혹하기 까지 하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쉽게 이룰 자신도 없고,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용기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고민은 계속된다. 때로는 이런 태도가 신중한 선택을 하기 위한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보낸 오늘이 내가 맞이할 내일을 만든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순간들이 쌓여 나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고민만 하며 헛되이 보낸 오늘로는 내가 기대하는 성공을 절대 만날 수 없다. 현재도 충실히 살지 못하면서 어떻게 확신에 찬 내일의 성공을 꿈꿀 수 있겠는가
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여행 이후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다. 미리 직장을 구한 것도 아니었고 큰돈을 마련해둔 것도 아니었지만, ‘여행을 끝낸 다음 굶어 죽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은 접어 두었다. 내가 지금 걱정한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골치 아프게 붙잡고 늘어질 이유는 없었다. 나는 여행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대신 여행하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이렇게 걱정 없이 여행한 덕분에 날마다 행복한 여행자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물질적 풍요’와 맞닿아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면 행복해질 것이고, 지금 나에게 없는 것(대체로 물질적인 것들)만 갖춘다면 쉽게 행복에 다가갈 거라 믿는다. 그렇다면 결국 ‘성공’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 된다. 즉 ‘행복이 목적’이고 ‘성공이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삼고 행복은 아득히 먼 미래로 미룬 채 고민만 연장시킨다.
결코 채울 수 없는 부(富)를 위해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내몰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말하는 성공 대신 내가 행복해지는 나만의 성공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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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판을 새로 짜본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길을 걷는 데에는 반드시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도 성공에 이르는 길이지만, 아예 내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도 된다.
기존의 판을 흔들고, 나만의 판을 새롭게 짜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어쩌면 상위 클래스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붓는 것보다 더 해볼 만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만드는 판은 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불필요한 잔가지들을 모두 끊어내고, 내가 원하는 세계를 나에게 맞는 맞춤형으로 설계하면 그만이다.
같은 곳을 가도 모든 사람이 제각각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여행자들은 자신만의 판을 짜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똑같은 곳을 여러 번 가도 매번 새로운 감동을 얻는다. 그만큼 자신만의 눈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나만의 판을 설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한때 신춘문예에 등단해야만 책을 낼 수 있는 줄 알았다. 소설이나 시를 쓸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혹은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어 출판사로부터 먼저 출간의 제의를 받아야만 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도적으로 나만의 판을 만들기로 결심한 다음, 내 원고와 어울릴 것 같은 출판사에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출판사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그렇게 첫 번째 책 <여자의 습관>이 2013년 여름에 출간되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남자들도 뷰티 전문가가 되는 일이 흔해졌고, 어르신들의 상권이라 여겨졌던 전통 시장에서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승부해 성공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015 서울 모터쇼’는 여자 모델들의 독점 시장을 깨고, 남자 모델들을 대거 등장시켜 기존 모터쇼의 판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자신만의 판을 새롭게 만든 사람들 덕분에 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공이 진짜다.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우리의 고민은 한결 줄어들고, 선택은 쉬워지며, 삶의 방향 또한 명확해진다. - 끝 - * 다음에 2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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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여행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2)
■ 정은길 지음
■ 일방적 관계 -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를 당연시하지 마라
직장에 다니던 시절 나는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가 꽤 힘들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커다란 의미의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일방적인 관계에서는 상처를 주는 사람과 상처를 받는 사람이 끊임없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상처의 원인으로는 언어폭력도 있었고 상대방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해를 받은 사람들은 제대로 된 항변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일방적인 관계가 대부분이었고, 서로간의 충분한 대화는 어려워 보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일방적인 관계가 세상 어디에나 존재 하는 줄 알았다. 일방적인 관계는 꼭 회사뿐 아니라 가정에서나 친구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수평적인 관계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여행을 떠나보니 내가 상상했던 수평적인 관계는 정말로 존재했다. 여행길 위에서는 누구나 평등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여행자들의 수평적 관계는 나를 여행의 매력 속으로 끌어들였다. 여행 내내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수평적 관계의 힘이었다고 본다.
여행자에게는 나이나 성별, 국적, 직업 등 사람의 관계를 구분 지을 수 있는 항목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여행이라는 하나의 공감대만 형성되어 있을 뿐이다.
나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서 ‘나를 존중해 달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아주 멋진 남자를 만났다. 그의 태도, 표정, 말투가 생생하다. 그는 열쇠고리 등이 기념품을 파는 상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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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여행시 주의 사항을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나 또한 유난히 사람들을 경계했다. 게다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가급적 상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많았으니, 기념품을 팔던 그 남자는 여행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에 가까웠다. 자신을 피하는 여행객들의 태도에 그의 마음이 상했을 게 분명했다.
그는 여행객들을 향해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안녕이라고 말해주면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미비아에 여행을 오는 많은 사람들이 왜 현지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지, 어째서 인사를 건네지 않는지 진심으로 속이 상한다고 했다. 그가 바라는 건 여행객들의 존중 어린 태도라고 했다.
이렇게 인사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이 먼 곳까지 여행을 오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여행객들이 반갑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뜨끔해서 혼났다. 그의 이야기는 구구절절 옳았다.
나는 나미비아에서 그를 만난 후 매 순간 사람들을 대할 때 기본을 갖추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상대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신경을 썼고, 누군가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땐 그러지 말아줄 것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이렇다 할 부당함을 겪은 적도 거의 없었고, 여행하며 인연을 맺은 소중한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환대에 감동을 거듭했던 순간도 많았다.
나미비아 남자의 용기 있는 발언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여행 내내 사람들을 경계하는 데 온 신경을 썼을 지도 모르겠다.
■ 일방적 관계에 더 이상 아파하지 마라
나는 예전처럼 일방적인 관계로 혼자 속앓이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내가 원치 않는 일을 거절할 줄도 알게 되었고, 내 생각을 분명히 표현해야 할 때는 무작정 참지 않고 명확히 말할 수 있을 만큼 변했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갑자기 참았던 말들을 모두 쏟아 내거나 거절을 일삼으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일방적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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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요하다. ‘어쩔 수 없으니까’하고 포기하는 대신 조금씩이나마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나의 기분을 솔직히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얼마 전 입사 시험 면접장의 ‘저승사자’라 할 수 있는 면접관들이 떨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는데, 구직자들이 적극적으로 면접 경험을 공유하면서 면접관을 평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안 좋은 면접 후기가 올라오면 기업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이제는 기업 차원에서도 면접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직자는 면접장을 나서는 순간 그 기업을 먹여 살리는 아주 중요한 고객이 된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흐르는 관계란 없음을 뒤늦게나마 기업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는 결과적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일방적인 관계 때문에 혼자 끙끙 참으면서 괴로워하지 말자. 이제는 끙끙 앓고만 있기보다 어떻게 하면 그 관계를 개선할 수 있으며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지.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 희생 - 나를 위해 희생해도 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면서 나와 가장 긴밀히 연결된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가족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세계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의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 가족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셔?”
이것이 바로 단골 질문 일 순위였다.
그렇다면 인생의 선택에 있어서 부모님의 의견은 얼마나 중요한 걸까? 고가 후미타케와 기시미 이치로가 함께 쓴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보면, ‘과제의 분리’라는 말이 나온다. ‘과제의 분리’란, 어떤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제의 주인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세계 여행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우리 부부이므로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과제가 되는 것이다.
서로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생기는 부모와 자식 간의 과한 사랑 때문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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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난센스다. 서로에게 신경을 쓰느라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부모님들은 ‘과제의 분리’를 잘 알고 계신 분들이었다. 우리의 선택을 존중해주셨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묵묵히 지켜봐 주겠다는 응원까지 해주셨다.
나는 페루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푸노의 우로스섬에서 한 브라질 가족을 만났다. 그 집 엄마가 서툰 영어로 혼신의 힘을 다해 한 마디를 건넸다.
“내 큰 아들은 의사야!”
우리나라의 시내버스나 공공장소에서 자식을 자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나, 명절 때마다 만나는 친척 어른들의 자식 자랑을 듣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자녀의 마음이나 꿈에 대한 건 거의 없다. 내 자식이 정말 행복해하는지, 꿈을 위해 어떤 노력과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얼마나 좋은 학교에 진학 했는지, 얼마나 대단한 회사에 들어가 높은 월급을 받는지 그 사실 자체가 자랑거리다.
게다가 그 자랑을 꼭 ‘나에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죽겠는데 마침 내가 눈앞에 있으니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그 대화가 즐거울 리 없다.
솔직히 나는 부모의 희생이 진심으로 자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뤄지는 건지, 아니면 자녀의 성공으로 부모가 함께 빛나고 싶은 욕심이 섞여 있는 건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사실 나는 이러한 부모의 희생에 대해 자식의 입장을 대변해서 말해보고 싶다. 자녀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무조건적인 부모의 희생이 아니라는 말을 꼭 한 번쯤은 하고 싶었다. 부모의 과한 희생은 때로는 자녀들에게 감사함을 넘어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알고 있을까? 끊임없이 자랑거리를 제공하는 아들딸이 되기 위해 자녀들이 자신의 행복을, 순간의 즐거움을 포기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자녀들의 이런 포기는 단순히 부모의 기대 때문만은 아니다. 그 기대를, 지극히 합당하게 만들어 주는, 부모의 희생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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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가족끼리 상처를 주고받는다. 부모도 자녀도 모두 희생과 포기, 참고 견디기를 각자 나눠 갖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의 삶은 진정 누군가의 희생과 기대 없이는 완성 될 수 없는 걸까?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있던 그 자리에 무한한 신뢰와 응원이 들어서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는 행복은 한계가 있다. 설령 그게 가족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 서로의 희생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다.
부모가 하는 일은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걸 알기에 부모는 행동도 조심하고, 말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하는 건 꼭 이런 표면적인 것들만이 아니다. 삶의 태도나 인생의 가치를 선택하는 데에도 부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나 ‘자녀를 위해서’이긴 하지만, 부모가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고 도전을 미룬 채 항상 똑같은 생활만 반복하려 하면 나중에 아이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부모와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이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겠는가?
부모든 자녀든 자신의 꿈 앞에서 ‘가족 때문에’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도전이 어렵고 실패가 두려워도 가족 덕분에 용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는 희생정신 대신 자녀와 함께 더 나은 부모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가족 간의 사랑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 한 마디를 가슴에 새겨보자.
“나를 위해 희생해도 되는 사람은 나뿐이다.” 이것만 잊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심플해진다. 서로의 희생 없이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
■ 타인의 시선 - 내가 바라는 나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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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세계 여행을 가고 싶어 해. 근데 못가는 거지. 여행 갔다 와서 뭐할 건데?”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사나?”
“너 그러다 나중에 굶을 수도 있어. 생각 없이 막 결정하고 그러지는 마.”
나와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실제로 들었던 조언들이다. 이 말을 해 준 사람들은 우리가 왜 여행을 가려고 하는지는 묻지도 않은 채 여행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를 더 궁금해했다.
사실 나는 내 한계를 벗어나보고 싶었다. 매일매일 힘들고, 피곤하고, 머리가 터질 것처럼 복잡하게 살지만 정작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크게 다를 것 없던 시간이었다. 내 생활과 내 모습과 내 생각이 나아지고 성장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세계 여행이라는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에 나를 완전히 내던져보고 싶었다. 날마다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눈을 뜬다면, 내가 지금껏 알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은 채로 말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만큼 단순한 행복은 없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여행가가 되기를 선택했고, 실제로 여행자가 되어 살면서 새로 만나는 세상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러자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고, 말로만 듣던 ‘다양함’의 실체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속했던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보니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세상은 절대 다수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그제야 나는 마음속에 자리하던 무거운 짐의 실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경을 썼던 건 바로 ‘타인의 시선’이었다. 사람들에게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여행 이후에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화근이었다. 그런 생각을 마음 한 쪽에 품고 있었으니,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 이후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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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 남들의 시선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좋은 곳에서 그 어떤 문제없이 산다 해도 나는 완벽히 행복해 질 수 없다.
우리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게 아니다.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다. 그때마다 일일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 쓰며 산다면 그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피곤함을 없애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마디로 ‘무시’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삶의 형태를 직접 보고 온 다음부터 나는 더 이상 다수 중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가꾸는 데 집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바라는 나’에 집중해야 인생이 쉽고 행복하다. 내 삶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관상용이 절대 아니다.
■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야 진짜 내가 보인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 많은 사람이 나에게 던지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다.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일자리를 구했는지, 구했다면 무슨 일을 시작했는지를 궁금해 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내 남편의 구직 결과도 알고 싶어했다.
하지만 남들의 평가를 당당히 거절할 줄 아는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이제 나는 남들의 질문에 나를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질문에 불쾌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내게는 그 무엇보다 내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 남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위치에 간다 해도 내 자신이 불행하면 내 세상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의지대로 생각하고, 향동하고, 행복해 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덕에 온전히 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걷어내고, 남들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내 인생의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나는 그저 ‘나’이기에 누군가와의 비교 대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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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비교가 안 되니 부족한 것도, 더 나은 것도 없다.
마하트마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노예가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족쇄가 풀린다.”
■ 멀티태스킹 - 한 번에 하나씩만 해낸다
나와 남편은 첫 여행지인 미국에서 앤털로프 캐니언의 그룹 투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프랑스인 플로와 친구가 되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런데 먹는 속도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나와 남편이 주문한 음식을 다 먹은 후에도 플로는 여전히 밥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우리를 보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벌써 다 먹었어요? 우리는 보통 밥을 네 시간 동안 먹어요.”
프랑스나 스위스는 그들만의 식사 시간을 철저하게 지킨다. 대부분의 영업장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 까지 두 시간은 점심시간으로 보장 받는다. 캠핑장, 대형마트의 지점들, 주유소 등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한명의 손님을 더 받는 것보다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더 중요한 듯했다.
그들은 식탁에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이 아주 길었다. 적어도 시간에 쫓기듯 밥을 먹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날의 내 식사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건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 바쁘게 일하며 김밥 먹기. 끼니를 건너 뛴 적도 있고,
- 신혼여행 후에 돌리는 떡 한쪽으로 식사를 대신 하거나,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져도 대충 먹고 일을 했다.
하루 중 가장 사치스럽게 누릴 수 있는 나만의 밥시간을, 나는 어째서 대충, 그리고 빨리 끝내려고만 했을까? 아마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분위기에 스스로가 흠뻑 취했던 건 아니었나 싶다. 밥 먹는 시간을 줄인다고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몸과 마음을 혹독하게 다룬 건지 후회가 되었다.
이전의 나는 밥 먹는 시간은 물론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뭔가를 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에 중국어 학원을 다닌다든가, 잠들기 전에 영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플로를 비롯한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삶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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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에는 ‘균형’이 있었다. 열심히 일하는 것과 별개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누릴 줄 알았다. 소중한 사람들과 긴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 것도 좋아 보였지만, 퇴근 후의 삶은 더 다채로웠다. 그들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운동을 했고, 책을 읽었다. 주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물놀이를 하고, 잔디밭에 누워 여유를 즐겼다. 쫓기듯 시간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 멀티태스킹이 일을 망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메일을 보내고,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운전을 하면서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도 뉴스 검색을 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능력이 척도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멀티태스킹이 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차고 넘친다.
영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멀티태스킹이 뇌의 중요한 부위에 영향을 주면서 뇌기능 자체를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심하면 뇌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간을 잘 쓰는 방법은 집중력을 높여 짧은 시간에도 양질의 결과를 얻는 것이다. 집중력 향상에 절대적으로 방해가 되는 멀티태스킹만 끊는다면 얼마든지 같은 시간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아니라 노는 시간이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쉬는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지만 노는 것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스마트폰 놀이가 끝나면 이상하게 피곤해지는 것도 휴식을 취한 게 아니라 집중해서 놀았기에 그렇다. 그 결과 쉰 것도 아니고 논 것도 아닌 것 같은 느낌에 휩싸이고, 곧 ‘시간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니 한 번에 한 가지만 하자, 그게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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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쉬운 방법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집중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일을
신경 쓰는 것은 낭비일뿐더러 결과도 좋지 않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게 훨씬 집중도 잘 되고, 시간도 절약된다. 멀티태스킹을 끊는 것만으로도
양적인 시간이 늘어나고 질적인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 분노 - 화는 결국 칼이 되어 돌아온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나는 진심으로 화가 날 때가 많았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도 화가 나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에게도 화가 나고, 내 뜻대로
일이 되지 않은 때도 화가 났다. 겨우 화를 누그려뜨렸다 싶으면 또 다른 화나는 일이 터지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화’라는 게 꼭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표출되곤 했다. 결국 나는 매일 화가 나 있고, 또 누군가를 계속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저 미워하는 대상이 때에 따라 바뀌기를 반복할 뿐.
나는 화가 사그라들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계속 미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어도 얼마 못 가 내 주위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가 너무 싫었다.
이렇게 계속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이런 내 복잡한 심경이 나를 부추겼다. ‘잠시 사람들을 떠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쉬는 시간을 조금 길게 갖고서라도 이 나쁜 마음들을 환기시키고 싶었다.
화를 내고 누군가를 미워하던 에너지를 나에게 쏟으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과 이루고 싶은 꿈들을 찾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떠날 이유가 하나 더 늘어 세계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여행 초기에는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들과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일종의 자유를 느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의 상처를 키우고 스스로를 괴롭혔던 게 나였음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화를 내고, 내 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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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건 정작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 게 사람 사이의 관계이고 그 관계 또한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 텐데, 어째서 나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이토록 큰 영향을 받으며 지내왔을까 심하게 후회가 되었다. 화의 근원이 ‘다른 사람들’이 아닌 ‘나’라는 생각으로 변화한 데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나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아주 많았다. 예전에는 단순한 생각을 하기에도 바빴지만, 여행중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하루 종일 이런저런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게다가 나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여행 중에는 오로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만이 존재했다. 그들은 내 주위에 있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와 전혀 다름 삶을 살고, 내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생각을 하는 이들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생소한 대화는 나에게 날마다 색다른 관점을 심어 주었다.
그러자 갑자기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났다. 더 이상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만 떠올랐다.
돌이켜보니 나 역시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나의 경솔한 말 한마디와 부주의한 행동에 상처를 받았을 사람들이 하나씩 떠오르자, 내 얼굴은 점점 더 붉어져 갔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꼭 그렇게 까지 몰아붙여야 했을까?’
‘어째서 조금 더 참지 못하고 화를 냈을까?’
이처럼 후회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를 수없이 반성하게 만드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결국 내 삶은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나빠진 게 아니라, 내가 화를 내서 복잡해진 것이었다. 내가 낸 화가 작은 일도 더 크게 만들고, 단순한 일도 더 꼬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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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 중의 하나다.
화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화를 내서 화가 사라진다면 화가 날 일이 없을 텐데, 현실에서 이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는 도리어 칼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뿐이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 착해지는 변화를 경험해보기 위해서라도, 미워하는 사람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적을 체험해보기 위해서라도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은 실천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여러 해 개인 납세 1위를 기록한 갑부, 사이토 히토리의 책 <부자의 운>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었을 때도 감사하다고 말하면 희한하게도 그 사람이 변한다.”고 전한다. 화를 내면 내 마음만 복잡해진다. 화를 내기보다 오히려 상대에게 더 잘 해 주는 전략을 택하면, 생각지도 못한 기적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4장 채우면 삶도 여행이 된다
- 여행자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10가지 힘 -
■ 삶의 주도권 -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라
나는 예전에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전 직장에 다니는 29살 미혼 여성입니다. 지난 5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모아둔 돈과 퇴직금을 합쳐 세계 여행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싶어서 준비 중인데 제 선택이 과연 옳은 걸까요? 그녀의 질문 아래로 수많은 의견들이 줄줄이 달렸다. 대부분 ‘용기가 대단하다’, ‘아직 젊으니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힘내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글들 마지막에 그녀가 이런 들을 남겼다.
“제발 좀 말려달라고, 이 사람들아!”
그녀가 사람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응원이 아니었다. 그녀의 고민은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그녀에게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듯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내 선택에 도움이 되는 수단일 뿐 결정은 항상 내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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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내 삶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이다. 삶의 주도권이 내 손에 없는 이상 어찌됐든 우리는 계속 끌려 다니게 되어 있다. 당신은 삶의 주도권을 방치한 채 고민만 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가? 매일 괴롭다고 머리 위에 먹구름을 몰고 다니는 대신, 이제는 주도권을 갖고 오직 자의에 의한 선택이란 걸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런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한 한국 청년을 터키에서 만났다. 20대 후반의 그는 최근에 대학을 졸업했고, 당장의 취업 대신 장기 여행을 선택했다.
그는 여행 정보를 전혀 찾아보지 않고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차편이나 이동 정보도 알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 정보를 보기 시작하면 남들의 여행 패턴을 그대로 따라하게 될까봐 처음부터 원천 차단을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행하는 그가 인생 선배처럼 느껴졌다. 힘들게 돌고 돌아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다 해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끝까지 가보려 하는 그의 여행 철학을 들으며, 나는 삶의 주도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검색으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정답을 인터넷 또는 방송 등을 통해 찾다보니 내 삶에 나는 없고, 남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운 정보만이 나돌 뿐이다. 이런 상황이 더욱 심각한 건, 우리가 접한 정보들이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남들의 의견이나 불확실한 정보들로 중요한 인생의 선택을 결정하고 있다는 게 두렵지는 않은가?
■ 오직 내 판단에 의지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나는 터키에서 만난 청년의 자기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우선 나의 여행에 적용해 보았다. 제일 먼저 맛집 검색을 끊었다. 유명하다는 맛집들을 몇 번 찾아가 본 결과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 소문난 곳은 이미 ‘한국’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음식도 문화인데 한국 여행객들만 가득한 그 식당에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기도 힘들었다.
맛집 검색을 끊은 대신 나는 현지인들이 많이 갈 것 같은 식당을 찾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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녔다. 그러면서 시장 속에서 믿기 힘들만큼 저렴한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파는 곳을 우연히 발견하는가 하면 한적한 동네의 구석진 모퉁이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는 일은 생각보다 신이 났다. 메뉴판을 제대로 읽지 못해 종업원의 도움을 받으며 주문하는 것도 좋았고,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음식들을 보며 현지 음식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했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나는 여행을 하며 누렸던 내 선택에 대한 기쁨과 뿌듯함을 계속해서 적립해 갔다. 그러다 이런 변화를 삶 전체에 적용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삶의 주도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내가 구하고자 하는 답은 결국 내 안에 있다. 내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늘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한다. 내 고민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고, 끝내 모든 선택을 해야 할 사람역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선택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대신 선택을 해주는 서비스가 많이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정보들과 끊임없이 생산되는 콘텐츠들을 의미 있는 단위로 묶어 새롭게 제시하는 큐레이션은 뉴스, 책, 영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지만, 나는 선택을 도와주는 서비스 역시 새롭게 처리해야 할 또 하나의 정보는 아닐까 염려가 된다.
여행할 줄 아는 여자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들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같은 정보를 접하더라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을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추려서 가공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자신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임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 선택과 집중 - 꿈을 ‘선택’하고 핵심 가치에 ‘집중’한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할 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특히 회의를 할 때마다 후배들의 업무 능력 향상을 원하던 한 선배는 ‘선택과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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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다. ‘선택과 집중’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 핵심 조언이었다. 아나운서가 되기 전 잠시 광고 회사에 다닐 때도 일상의 언어처럼 쉽게 들었던 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여행 전의 나는 ‘선택과 집중’은 일을 할 때만 필요한 개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 ‘선택과 집중’은 다름 아닌 나 스스로에게 제일먼저 적용해야 하는 개념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를 뒤로 미룬 채 눈앞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내가 행복해지는 법을 찾기 어렵다. 내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않았기에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른 채 계속해서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아프리카 여행 중 보츠와나의 오카방코 델타에서 ‘비티’라는 가이드를 만났다. 그의 원래 직업은 동물을 죽이는 사냥꾼이었다. 그런데 자꾸 동물을 죽이다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만 두고 가이드가 됐다. 가이드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교육도 받아야 하고,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이드가 되자 그는 동물을 더 이상 죽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 ‘너무 기쁘다’ 고 말하고 있다. 설명을 할 때 그의 눈빛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 그것이었다.
오카방코 델타는 개별 여행이 불가능 해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하며, 물과 전기 없이 지내야 하는 곳이다. 전기가 없으니까 카메라나 휴대전화 등 충전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음식도 직접 불을 피워 먹어야만 했다. 물이 없으니 당연히 씻는 일도 불가능 했으며, 화장실은 땅을 파서 해결해야 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오카방코 델타에 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프리카를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얼룩말 떼나 코끼리 떼를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환상적인 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모코로’라는 나룻배를 탄 채 물 위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비티의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이자면, 가이드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사냥을 포기한 대가로 수입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 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동물을 더 이상 죽이 수 없으니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마음이자 결심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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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였을까? 비티는 여러 가이드 중에서도 유난히 표정이 밝았다.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고, 그런 그가 일하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모른다. 결국 그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일(사냥꾼)을 버리고 원하던 꿈(가이드)을 선택하는 용기를 발휘해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모든 게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비티는 ‘동물을 사랑하는 자신’을 선택했고, 생계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이드 시험에 집중했다. 만약 그가 돈을 선택하고 원하지 않는 일에 계속 집중했다면 동물을 죽인다는 죄책감을 간직한 채 여전히 가슴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 나만의 비전과 핵심 가치 정하기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비전이라면 이를 ‘유지하게 해주는 장치’가 핵심 가치다. 그렇게 비전과 핵심 가치를 확실히 설정해 두면, 나의 선택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그 선택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무엇을 위한 선택과 실행인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삶의 기준이 되는 비전과 핵심 가치가 있다면 남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남들이 하는 흔한 선택이 아닌, 나만을 위한 중요한 선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삶에 대한 일종의 모범 답안이 존재한다. ‘어떤 학교를 나와 어떤 직장에 들어가고, 어떤 배우자를 만나 어느 동네에서 살아야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성공한 삶에는 틀에 박힌 정답이 있다.
직장인들에게 반복되는 이야기는 ‘회사 안은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 뿐이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도 오래된 구전가요처럼 전해진다.
도대체 누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사회가 규정한 성공에 맞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치고 행복해 미칠 지경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자신을 선택과 집중한 게 아니라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선택과 집중했기 때문은 아닐까.
언제부턴가 남편은 해야 하는 일 대신,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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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했다. 남편이 밝힌 비전은 ‘가슴이 뛰는 삶’이었고, 이를 위한 핵심 가치는 ‘도전과 실행’이었다. 무슨 일이든 결심을 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 고민하고 했던 남편은 비전과 핵심가치를 정한 뒤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전과 핵심 가치가 있으니 선택과 집중은 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꿈을 ‘선택’했고, ‘세계 여행을 떠나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실제로 여행을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을 버리고 자신만의 비전과 핵심 가치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고, 유쾌했으며,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돈벌이를 위해 자신을 혹독하게 내몰지도 않았고, 타인의 고통과 자신의 양심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착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들의 행복과 성공도 ‘선(善)’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여행할 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삶의 자세라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비전과 핵심 가치로 타인의 산물을 택하지 않았다.
■ 자신감 - 갖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더 주목한다.
나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나라마다 혹은 도시마다 다른 언어를 Tm는 상황에 자주 맞닥뜨렸기에, 언어는 언제나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미에선 스페인어, 남미 중에도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어, 유럽에서는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는 물론이고 스웨덴과 네델란드 등에서도 생전 처음 접하는 낯선 언어들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언어 능력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워낙 다양한 부족민이 존재하는 곳이기에 그만큼 수많은 언어가 존재했다.
스위스는 모든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프랑스어와 독일어, 이탈리아어를 사용할 줄 안다. 게다가 열흘 넘게 스위스에 머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도 굉장히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든 스위스 사람들이 4개 국어를 완벽하게 소화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2개 국어는 할 줄 안다고 했다. 나는 놀랍고도 부러운 마음을 도무지 감출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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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으로 스위스 인터라켄을 여행하던 중이었다. 융프라우에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다가 옆자리 벤치에 앉아 있던 노부부와 자연스럽게 눈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스위스 베른에 살고 있다는 노부부는 나에게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대뜸 이렇게 물어왔다.
“한국에는 한국어가 있죠?”
할아버지의 질문은 아주 생소했다. 내가 이제껏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며 우리나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질문을 받아봤지만, 이런 질문은 또 처음이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한국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 무엇이 유명하냐, 전쟁이 날 것처럼 위험해 보이던데 살기에 괜찮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곳을 잘 모르겠으니 어니 한 번 알려보아라’ 식의 명령을 하는 듯한 태도에 기분이 불쾌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의 질문을 듣고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고유의 모국어를 쓰고 있는 나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네 있어요!”
‘예스’라고 답하는 내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생각해보면 자국어를 가진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나라만의 언어가 있다는 건 대단히 자랑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할아버지의 ‘한국에는 한국어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 하나가 내 자부심과 자신감을 되찾아 주었다. 동시에 자랑스러운 우리말을 홀대 했다는 사실에 낯이 뜨거워졌다.
사실 스위스 사람들이 기본 3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건,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에 더 가깝다.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학교에서 3개 국어를 모두 배운다고 한다. 스위스 언어가 있긴 하지만 독일어의 사투리에 가까워 표준어라고 보기 힘들다는 설명도 해주셨다. 그러니 사실상 자국어거 없는 것에 가까울뿐더러, 스위스 내에서도 지역마다 쓰는 언어가 달라 3개 국어를 모두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평소에 언어에 관심이 많은 할아버지는 자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했다.
나는 한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아 준 할아버지께 너무나 감사했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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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는 쓰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세계에서 통용되기가 힘들 뿐이지, 우리 고유의 언어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기
내가 당장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부족한 외국어 실력이 늘어날 리가 없다. 그렇다고 여행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추가되는 낯선 외국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나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는 건 여행에 집중할 수도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짜증만 늘려줄 뿐이다.
이럴 때는 나의 부족한 면들은 싹 잊고, 내가 잘하는 일만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충전해야 한다. 외국어 실력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한국어도 잘하고, 체력도 충분하고, 새로운 곳에서 여행자들을 만나는 일도 즐거워할 수 있다면 여행자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
장점에 집중하는 것은 남들에게 인정받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를 믿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내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렇게 자리 잡은 자신감은 내 삶에 큰 힘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점들을 잊지 않아야 눈에서도 빛이 나고, 태도에도 당당함이 배어난다. 이런 자신감은 남들이 가진 것을 끊임없이 부러워하고 부족한 것들을 개선하려는 노력만으로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 꿈의 지도 - 인생에 한 번은 될 때까지 해본다
햇살 좋은 가을엔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사무실 창문으로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어요. 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년만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 책만 보며 살고 싶어요. 그러면 진짜 행복해질 것 같거든요. 내 또래 미혼 직장인 여성이 했던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쉽게 실행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녀를 나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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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행복해 지는 방법을 찾았다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렇지만 수입이 없으면 생활이 고달파지겠지?’
그렇다 변화를 위한 ‘쉬운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세계 여행 중 이런 내 생각에 마침표를 찍어준 한 부부를 칠레에서 만났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동갑내기 부부가 전한 한 마디는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우린 7년째 여행 중이에요.”
원래 하는 일은 무엇인지, 여행이 끝난 다음의 계획은 무엇인지를 묻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아왔기 때문인지 그들은 내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대답을 알아서 척척 해주었다.
이 부부는 여행 경비가 다 떨어지면 잠시 한국에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여행 중에도 단기 취업이 가능한 나라에서는 틈틈이 일을 했다고 한다. 여행 책을 이미 세 권이나 냈고, 여행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으며 다른 사람들의 여행 컨설팅을 해주면서 수입을 얻고 있고, 때로는 여행 장비를 지원받기도 한단다. 그들은 비록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삶이 무척이나 만족스럽고 충분히 행복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만약 언젠가 찾아올 행복을 위해 ‘지금을 참는’ 대신 ‘용기를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딱 2년 동안만 하루 종일 책을 읽음으로써 행복해질 자신이 있다면 한 번쯤 용기를 내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혹시 아는가? 7년째 여행 중인 부부의 직업이 여행이 된 것처럼 책 읽는 삶으로 또 다른 직업을 얻게 될지 말이다.
실제로 김병완이라는 작가는 11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뒤로 하고, 3년 동안 하루 종일 도서관에 머물며 만 권이 넘는 책을 읽은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작가가 되려고 목표한 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졌고 계속 쓰다 보니 2년 동안 50권의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던 작가의 삶을 살기 시작하게 된 건 오로지 책읽기에서 비롯되었다. 책만 읽던 그는 이제 책을 쓰는 작가이자 자신이 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과 방송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 마음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면 그게 바로 내 ‘꿈의 지도’가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나는 사람들의 꿈의 지도가 대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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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사람이 높은 성적, 좋은 학교, 대기업 등을 좇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본 결과, 이 세상에 똑같은 모양을 가진 꿈의 지도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나 역시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때면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하나 난감할 때가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꿈을 어떻게 찾고 이를 어떻게 실현하는 지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미 늦은 것만 같은 지금 이 나이에 어떻게 하면 나만의 꿈의 지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우선 세상이 말하는 꿈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마음이 끌리는 아주 사소한 것들에도 전부 꿈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으면 한 다 개인적으로는 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꿈의 지도에는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꿈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 나는 여행하는 내내 아주 사소한 꿈일지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모조리 꿈의 지도에 그려 넣었다. 어느 하나 하찮게 생각하지 않았고, 즐겁게 떠올린 모든 것은 다 해보리라 웃으며 마음먹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수록 내 꿈의 지도는 빼곡히 채워졌고, 나의 삶도 풍요로워질 것이란 기대감이 점점 더 커졌다.
내 꿈의 지도에는 ‘두 번째 책을 쓰는 일’과 ‘칼럼 연재’가 들어 있었다.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었음에도 나는 여행 중에 틈틈이 원고를 썼다. 이렇게도 썼다가 저렇게도 썼다가 다양한 글들이 노트북에 쌓여갔고, 책 원고의 일부를 출판사에 투고하곤 했다. 그렇게 도전하기를 반복한 결과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 중에 인터파크도서 웹진인 ‘북다비’에서 <적게 벌어도 잘사는 여자의 알뜰한 세계 여행> 칼럼을 4개월 동안, 교보문고 웹진인 ‘북뉴스’에서 <여행자의 말> 칼럼을 6개월 동안 연재할 수 있었다.
꿈은 어렵고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듯, 하고 싶으면 해보면 그만이다. 쉽고 단순하게 접근하면 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간절히 원했던 꿈을 이뤘다 해도 우리의 삶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꿈도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되어야 한다.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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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듯 꿈도 변화하고 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는 법이다. 계속해서 꿈을 꾸어야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하나씩 꿈을 성취해야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다.
■ 꿈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될 때까지 시도하는 것
처음 내가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건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나운서가 되었다. 취미로 옷을 만들겠다면 재봉틀을 마련했을 때에도 ‘한 번 쓰고 말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옷을 만들었고, 심지어 주위에서 내가 만든 옷을 사기도 했다. 첫 책을 내겠다고 말했을 때는 ‘책은 아무나 쓰냐’고 했다.
그러나 나는 책을 출판했고, 첫 번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회사를 그
만두고 세계 여행을 간다고 말했을 땐, ‘누구나 한 번쯤 갖는 꿈’이라며 많은
사람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남편은 정말 회사를 떠나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했고, 지금은 무사히 돌아와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만 살다가는 돈을 벌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다행히 우리 부부는 굶지 않고 잘 살고 있다.
꿈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될 때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내 품에 쉽게 안기는 꿈이란 없다. 꿈도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희생과 노력을 요구한다. 때로는 우리를 혹독하게 다루기도 한다. 다만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꿈은 그 희생과 노력을 결코 고생으로만 느끼지 않게 해준다.
그렇기에 우리가 정작 버티기를 실천해야 하는 곳은 다름 아닌 ‘꿈이 있는 곳’이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래서 사람들이 꿈을 이루는 게 쉽지 않다고 했구나.’ 하고 포기한다면, 우리는 평생 남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구경꾼으로 살아갈 것이다. 반드시 믿자. 꿈은 이루어진다. 될 때까지 계속 시도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 만족감 - 만족도 습관이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종종 화장실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한다.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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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화장실이란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가 아니던가.
막상 여행을 떠나보니 내가 맞닥뜨린 최악의 화장실은 생각보다 많았다. 샤워 시설을 포함하여 말하자면, 씻는 걸 포기하고 볼일 보는 것도 무작정 참고 싶을 만큼 별로인 곳이 아주 많았다. 고장 난 보일러와 찬물 샤워, 3분 30초 만에 끝나버리는 동전 샤워, 낮은 수압과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배수구, 커버가 없는 변기, 심한 악취 등 참아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빠듯한 여행 경비 때문에 주로 도미토리(우리의 민박과 비슷한 기숙사, 휴식처, 공동 침실 등)나 캠핑장을 선택해야 했고, 당연히 좋은 시설을 만나기란 가물에 콩 나듯 했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숙박비도 싸면서 시설도 좋은 곳을 발견하기도 했다.
때로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호텔을 예약하기도 했다.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나는 내 인생 최악의 숙소를 만났다.
- 커튼을 가장한 찢어진 헝겊, 제 기능을 못하는 천장 선풍기, 침대라기엔 너무나 부실한 매트리스,
-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공용화장실 : 고장 난 전등, 깨어진 세면대 거울, 깨어진 변기와 흥건히 고인 오물들, 밤이 되면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주변 풍경
이날 이후 나는 다시 태어났다. 그 어떤 숙소와 화장실을 만나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탄자니아의 숙소보다 나쁜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낡고 허름한 숙소들에 쉽게 만족하게 되었고, 화장실 등이 켜지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어쩌면 만족이란 건 이런 최악의 경험을 통해서 성립되는 게 아닐까? 내가 나쁘다고 여겼던 게 사실은 그리 나쁜 게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가진 게 별로 없는 장기 여행자로 살면서 나는 뒤늦게 ‘만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난날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극히 사소한 일들에도 만족하기 시작한 나는 주머니는 비어 있어도 마음만큼은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이미 충분히 가졌음에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갖고 싶어 하던 예전의 나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게 되자 쉽게 행복을 느끼고 자주 웃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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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작은 것도 간절히 원하면 더 소중해진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와 한동안 모든 끼니를 김치로 해결했다. 1년 동안 한식을 거의 구경하지 못한 탓이었다. 여행 전에는 언제나 냉장고에 김치가 있었기에 맛있는 반찬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한 번도 소중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김치를 1년 내내 맛보기가 어렵게 되자, 나는 그제야 김치의 맛을 그리워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김치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고, 김치 한 쪽으로 내가 느낀 만족감은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황홀했다.
내가 집에 와서 느낀 일상의 변화는 모든 것에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고,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쓰는 내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도, 바닥이 아닌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도, 쾌적한 화장실에서 씻을 수 있는 것도 모두 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달걀 한 판, 칫솔, 비누 하나를 살 때에도, 때로는 일부러 며칠씩 늦게 사기도 했다. 샴푸가 다 떨어져도 굳이 하루나 이틀 버틴 후에 샀고, 화장품도 미리 사 두지 않고 다 떨어지면 샀다. 생활 속 불편함을 겪은 후에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고마운 마음과 최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항상 쓰는 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불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습관이 되면 어떤 물건을 쓰더러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쩌다 사게 되는 모든 물건은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원했던 것이기에 절대 사소하고 불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작은 것에도 쉽게 만족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내 삶에 부족한 것들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면봉 하나, 휴지 한 장을 감사한 마음으로 쓸 수 있는 사람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은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당신은 만족을 모르고 계속 복잡하게 살고 싶은가. 아니면 아주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단순하고 쉬운 삶을 원하는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진정한 여행자로 일상을 살아갈 자격이 있다. 그런 자격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삶의 무게는 얼마든지 가벼워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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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 감정 표현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여행의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20여 명의 외국인들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있었다. 20일 동안 아프리카 5개국을 다니는 일정으로 커다란 트럭을 타고 단체 생활을 했다.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마다 미리 짜 놓은 일정에 맞춰 이동하고 생활하고, 여행했다.
다 같이 빙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아프리카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점점 어두운 색으로 변하는 노을을 놓칠세라 빨리 밥을 먹고 제대로 노을을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네덜란드에서 여행 온 크리시라는 친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노을이 잘 보이는 쪽으로 의자를 옮겼다. 그녀는 노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렇게 외치는 게 아닌가!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 거야?”
나는 갑자기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처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제껏 내가 생각했던 단체 생활이란 원하는 게 있어도 꾹 참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크리시는 아니었다.
나는 지난 수십 년간의 단체 생활 속에서 상당히 많은 억압을 받아왔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말아라’ 등 내가 행동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지시가 반복되었고, 그렇게 길들여진 나는 솔직히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졌다. 내 생각과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던 나는 조금씩 감정을 잃어가야 했다.
직장 생활에서 갖춰야 할 덕목은 내게 주어진 역할이란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속으로 삼키고, 하고 싶지 않은 말은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차 시들어 갔다. 어떨 때는 몸이 반응해 여기저기 몸이 쑤시고 아프기까지 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울해 하는, ‘스마일마스크증후군’이 왜 존재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진정으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뒷담화로 통용되는 대화가 아니라 회의실에서도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 보듬어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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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내 바람이 그저 한낱 소망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를, 나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크리시를 통해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긴 시간 최소한의 감정 표현만 하는 데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나는 여행을 하면서도 감탄사를 내 뱉거나 좋다는 표현을 하는 게 영 쉽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원더풀, 뷰티풀, 판타스틱’을 쉴 새 없이 외치는 동안에도 나는 그저 조용히 구경만 했다. 표현하는 게 오히려 어색했다. 화를 참고 분노를 억눌렀던 것처럼 기쁘고 즐거운 마음도 최대한 자제하며 살아왔으니까.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을 내비치는 게 더 쉬울 텐데, 그마저도 간단치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감정 표현’을 연습하기로 했다. 우선 제일 먼저 ‘감정 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오로지 내 감정에 대한 것만 기록을 해 보았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기쁜지 슬픈지,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일 때였는지, 화가 났다면 왜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등을 적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감정의 흐름이 보이자, 나는 내 마음을 예전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감정에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계속 참으면 점점 표현할 수 없게 되고, 조금이나마 표현하기 시작하면 점점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게 쉬워진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감정을 그저 참기만 했다.
■ 확실한 표현은 삶을 명쾌하게 만든다
여행을 하는 내내 나는 예전처럼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장기 배낭 여행자에게는 매 끼니가 소중하고, 매일의 잠자리가 여행의 질을 좌우했기에 참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잘 표현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게 먹을 것이든, 잠자리든, 혹은 이동하는 교통수단이든 상관없었다. 이렇게 생각을 고쳐먹자 나는 어느새 원하는 걸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한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도 않았고, 나의 요구를 매번 거절당하지도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했고,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원하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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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를 손에 넣었을 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오랜 시간 왜 하고 싶은 말들을 참고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하고 살지 않았을까 후회가 밀려올 정도로 안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상에서도 여행자의 삶을 유지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참고 또 참는 일은 복잡한 마음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지금의 나는 거절 또한 이전보다 잘하는 편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할 수 없는 일은 못 하겠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거절 역시 표현의 자유와 연결된다. 이렇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내 삶의 행복지수는 월등히 높아졌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제대로 잘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선택이 복잡하고 어렵기만 했다면,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선택을 위한 기준을 만들어보자. 내가 정한 기준이 확실하다면, 모든 선택이 쉽고 편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내 취향에 맞는 기준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선택이 가능하고, 그 선택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 공감 -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공감’의 힘에 대해 느낀 적이 참 많았다.
사람들은 내게 여행했던 나라 중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뛰어난 볼거리가 많은 곳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곳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람들이란 내 처지를 이해해주고, 내 마음에 공감해준 이들을 뜻한다. 아무리 여행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지만 결국 우리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어 있다. 바로 그때 만나는 사람들의 그 여행지의 인상을 대표하고 여행자의 추억을 결정짓는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파리가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려고 무인 매표소 앞에 섰다. 그런데 이럴 수가! 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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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표를 팔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갔던 오데옹 역은 교통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만 충전할 수 있는 곳이었다.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저기요 잠깐만요. 지하철 표를 어떻게 살 수 있어요?”
“여기 무인 매표소에서요.”
“여기는 충전만 되는 것 같아서요.”
“(무인매표소 앞에서 기계를 확인 하더니) 아, 그러네요. 안타깝지만 티켓은 다음 역에서 사야할 것 같아요. 여기처럼 작은 역에서는 표를 팔지 않네요. 파리를 여행하는 것 같은데 이런 불편을 겪게 해서 내가 다 미안할 따름입니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마안하다고?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 왜? 그녀는 그 상황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내 상황에 공감해주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사과를 덧붙이는 그녀 덕분에 내 마음은 단번에 무장 해제가 되었다. 며칠간 실망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마음은 어느 새 파리와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핑크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비로소 공감의 힘에 대해 조금씩 깨우칠 수 있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건 특별한 해결책이 아니라, 내 마음에 대한 작은 공감인지도 모른다. 공감이라고 해서 꼭 거창한 리액션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 ‘내가 너였더라도’로 시작하는 한 마디의 힘
“엄마는 왜 내 마음을 몰라? 내가 힘든 게 하나도 안 보여?”
“오빠! 내가 뭘 어떻게 해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내 말 들어주고, 내 편에 서주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
“너는 왜 너만 생각해? 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거 모르겠어?”
공감이 존재하지 않는 사이에서는 대부분 이런 삭막한 대화가 오간다. 힘든 내 마음을 이해해주길 기대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무심하기 짝이 없는 반응과 태도가 돌아오면 마음은 생각보다 더 크게 다치게 마련이다. 그만큼 공감이란, 우리가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삶의 가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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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건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내 마음에 대한 공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너였더라도 가슴이 아팠을 것 같아.”
“너 정말 힘들었겠다. 지금은 괜찮아?”
“네 마음이 그랬다면 정말 그런 거지. 나는 네 편이야, 널 믿어.”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이처럼 바로 ‘내가 너였더라도’로 시작되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다. 그저 공감 어린 위로면 충분하다. 어설픈 조언이나 충고 따위는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건 싸구려 아부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공감의 언어’다. 우리가 늘 원하지만 쉽게 얻을 수 없었던 공감이야말로 세상을 보다 살 만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누군가 내게 해주길 바라는 것을 나부터 행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분명 달라진다.
■ 에너지 - 당신 안에 잠든 에너지를 깨워라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에서 나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하게 되었다. 놀이 기구도 잘 못 타는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한 것이다. 갑자기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나는 문짝도 없는 초소형 경비행기를 타고 떨어질 지점을 찾고 있었다.
무슨 용기에서였을까? 시작은 ‘과감한 도전’ 이라는 낭만적인 단어에서 비롯되었지만, 구름층을 뚫고 올라간 상공에서 나는 호기로웠던 초심을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내가 뛰어 내린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나는 마음의 준비를 미처 마치기도 전에 허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기의 저항이 어찌나 심한지,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낙하산 없이 떨어지는 자유낙하는 30초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그 30초가 30분처럼 느껴질 거란 말은 듣지 못했다. 그들의 부족한 설명을 원망할 때쯤 나는 이렇게 떨어지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바로 그때 낙하산이 펼쳐졌다. 구름을 통과하기 직전이었던 그 지점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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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개구리 자세로 떨어지던 몸을 드디어 똑바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나와 함께 떨어진, 등 뒤에 있던 다이버가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선을 돌려 손가락을 따라가니 거기에는 무지개가 있었다. 땅에서 올려다보아야 했던 무지개를, 나는 하늘 위, 그것도 구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비정상적인 상태가 미칠 듯이 좋았다. 죽을 것같이 무서웠으나, 그와 함께 찾아온 극도의 즐거움이 나를 압도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못했을 색다른 도전이 제대로 성과를 발휘한 셈이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전까지 내가 생각하는 에너지란 ‘절약해야 하는 것’에 가까웠다. 제대로 점화만 된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에너지를, 어째서 아껴 써야 하는 석유나 전기처럼 대해왔던 건지, 지난 시간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에너지를 느끼고 나니 ‘중독되는 걸 더 무서워해야 한다’는 다이버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이렇게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중독으로 연결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니겠는가? 에너지가 폭발할 정도로 즐거운 중독이라면 우리 삶에 엄청난 활력을 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 진정성 - 가장 큰 무기는 언제나 솔직함이다.
여행은 사람을 솔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 앞에선 하기 힘든 이야기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쉽게 드러내곤 한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적기에 그 어느 때보다 앞뒤 상황을 재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또한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주는 또 다른 특별함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여행하는 내내 ‘솔직함의 힘’을 정말 많이 경험했다. 처음 보는 나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행자들을 만나면서 사람과의 교류 자체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감탄하고 또 감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행 이전의 나는 얼마나 솔직한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백퍼센트 솔직한 모습 그대로 드러내면 언젠가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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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어느 선배의 조언이 떠오른다. 이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고 싶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곤 했다.
그런데 솔직함이 빠진 대화는 나를 긴장시킬 때가 더 많았다. 상대방이 어떤 숨은 의도나 의미를 담아 이야기 하는 건 아닌지 파악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나면 피로가 밀려왔다.
사실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 또다시 보겠나’하는 마음이서 비롯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부담이 없는 사이라는 뜻이다. 나 역시 여행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스치는 인연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 부담을 내려놓고 솔직함으로 무장한 덕분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았다.
신기하게도 여행 중에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친절했다. 무려 1년 내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여행 중 이렇다 할 큰 사선이나 사고도 없었으니 대단히 운이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에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대했던 나의 태도가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 솔직해질수록 삶의 무게가 줄어든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생각이 안 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는 뉴스만 틀면 들을 수 있는 단골 멘트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취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판에 박힌 대답들은 몇 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득 ‘저렇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견디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말하는 순간들이 삶을 더 없이 복잡하고 힘겹게 만들기 때문이다. 침묵은 의혹을 키우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솔직하지 못하면 문제는 커지고, 일은 더욱 꼬여만 간다.
내가 여행을 하며 발견한 솔직함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솔직해질수록 더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행복했지만, 솔직한 사람들만이 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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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엄청난 비밀은 또 있었다. 바로 ‘솔직해지면 삶의 무게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혼자만의 고민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은 단순하고 쉬운 삶을 살 수가 없다. 누군가와 나누지 못하는 고민의 무게는 눈덩이처럼 그 크기를 점점 키워간다. 온 신경이 고민을 감추는 데에 집중된다. 혹시라도 남들이 진실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할 뿐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마저도 경계하고 멀리한다.
‘솔직함’의 또 다른 이름은 ‘복잡하고 힘든 삶을 극복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닌 척 속이는 대신 솔직함의 힘을 믿어보자. 확실한 건 솔직함으로 인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는 점이다. 솔직함은 진솔한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주고 복잡한 삶을 심플하게 만들어주며 삶의 무게를 덜어준다.
삶은 커다란 의미의 여행이며, 그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할 권리가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솔직하게 살아도 괜찮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도 괜찮다. 진짜 여행자처럼 살아도 괜찮다.
■ 유머 - 웃음에 인색하지 마라.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항상 즐거울 수 있었던 데에는 솔직함도 큰 몫을 담당했지만, 절대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머’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나는 외국 사람들의 상당한 유머 감각에 수없이 감탄을 해야 했다. ‘아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저런 농담을 할 수가 있지?’하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내가 얼마나 심각하게 삶을 대해 왔는지 덩달아 깨우칠 수 있었다. 다소 심각한 상황에서도 내가 만났던 외국인들은 대부분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드넓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 떠난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근사했지만, 또 생각보다 힘들기도 했다.
매일같이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도, 밤마다 날아드는 무시무시한 모기떼도. 그리 쾌적하지 않은 화장실과 샤워 시설도 보름이 훌쩍 지나고 나니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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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견디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하루의 피로를 해소해줘야 하는 잠자리마저 거의 날마다 텐트에서 해결을 했는데, 그 텐트는 이동할 때마다 직접 설치하고 해체하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그 이동주기는 거의 ‘매일’이었다.
그렇게 지쳐가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숙소로 정한 캠핑장에서 모두들 힘겹게 텐트를 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고, 입은 삐죽이 앞으로 나와 있었으며, 밀려드는 피곤함에 말수가 절로 줄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어휴, 너무 추워! 재킷을 더 입어야겠어!”
뭐? 이런 무더위에 추워서 재킷이 필요하다고? 순간 정적이 흐른 뒤 함께 텐트를 치던 일행 모두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루에 5리터의 물을 마셔야만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찜통같은 무더위, 계속되는 체력 고갈, 불편한 잠자리는 얼마든지 짜증과 다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유머의 힘이 꽤 많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 웃음은 영혼의 음악이다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유머기 있어야 할 자리에 분노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번은 잘 참더라도 누적된 분노가 한 번에 폭발하면서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혹은 아예 참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분노를 드러내는 식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건 인내심만이 아니다. 참지 말고 표현하되, 유머를 섞어 이야기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 생각한다. 정제되지 않은 속마음을 그대로 표출하는 게 아니라, 유머로 센스 있게 잘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인간관계 속에서 골치 아픈 문제를 떠안으며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무도 사람 사이의 갈등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눈물 흘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연결된 모든 이들과 언제나 좋은 관계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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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게 빛과 소금이라면, 나는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유머와 웃음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농담에 웃지도 못하는 사람이 혼자서 유머 넘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웃음과 유머는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또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웃음은 영혼의 음악’이라고 했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듯이, 영혼에도 웃음이라는 음악이 사라지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이 될까 싶다. 심플하고 쉬운 여행자의 삶에는 웃음이 빠질 수 없다. 그리고 그 웃음을 만들어 주는 것 중 큰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유머다.
■ 에필로그
사실 여행을 떠나기에 가장 좋은 때란 없다. 게다가 완벽한 여행 준비란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시작하고, 점점 완성해 가는 것이 내가 꿈꾸는 삶을 현실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드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도 여행을 다녀 온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줄 안다면, 그 사람은 굳이 여행을 하고 있지 않아도 진정한 여행자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삶을 여행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ㄴ 세계 일주를 떠나는 것보다 일상을 여행하듯 사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라이프스타일을 주로 다루는 미디어 <리프레시안>은 ‘자주 여행하는 사람을 채용하면 좋은 10가지 이유’에 대한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2015년)
1. 개인적 성장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2. 변화를 회피하지 않는다.
3. 시간 관리에 능하다.
4. 외국어를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5. 안전지대 이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6. 팀을 구성해 일하는 데 익숙하다.
7. 의사 결정의 기술이 축적돼 있다.
8. 비상 상황 시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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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건강 상태 관리에 능하다.
10. 혁신을 피하지 않는다.
나는 여행을 미루지 않는 가장 탁월한 방법 중의 하나가 이렇게 여행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진짜 여행을 떠나는 일이 그리 큰 산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용기와 자신감이 부족해서, 또는 지나치게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더 이상 나만의 여행을 미루지 말자. 일단 시작하고, 점점 완성해 가는 편이 더 쉽다.
인생은 흐르는 시간을 사는 여행이다. 나는 여러분이 ‘최고로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삶’의 주인공이 되고, 모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여행자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 저자 정은길
2016.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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