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1. 09:22ㆍ독서후기
습(習)의 시대
- 학(學)의 시대가 가고 습(習)의 시대가 온다 -
◉ 이현준 · 황태섭 지음
■ 이현준 - 이카이스 (주) 대표이사
0 한양대 경영학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 전공
0 삼성물산에 공채로 입사
0 2011년 교육회사 창업 교육사업가의 길
0 2012 카이스 설립
0 2009년 출간한 <내 심장은 멈추지 않는 심장이다> 가 2010년 국립중앙 도서관에서 CEO에 추천하는 7권의 책으로 선정
0 공저로 <오늘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가 있음
■ 황태섭 - 구글 엔지니어
0 연세대 금속공학과 및 동대학원 졸
0 삼성 SDI 배터리 기술연구원 - 한국전지사업 초창기의 제품개발
0 미국주재원으로 발령 6년간 미국 현지의 글로벌 기업 고객을 상대로 기술 대응업무 담당
0 애플본사로 스카우트
0 2013부터 구글의 미래기술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
0 공대출신 엔지니어이지만 인문학과 자기계발에 관심
0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
■ 에필로그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상상을 해 봤을 것이다. ‘우주의 끝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주의 끝이 있다면 그 끝 너머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 끝을 상상하다가 아득함에 빠져 머리를 쥐어 뜯어본 적이 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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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과연 어떻게 될까? 갑자기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없는 무(無)에서 ‘뿅’하고 생겨났을까.
기독교의 창조론은 이런 물음에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신(神)이 6일 동안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였고 흙으로 자신의 형상을 따라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을 만들고 그 갈비뼈 하나를 빼서 여자인 하와를 만들고 …….
필자들은 모두 어릴 때부터 같은 교회를 다녔던 죽마고우이다. 죽이 잘 맞아 둘도 없는 단짝으로 지냈는데 나중에 보니 생일까지 같았다.
같은 날 태어난 우리는 죽이 잘 맞았지만 기질이나 성격은 완전 달랐고 좋아하는 과목이나 취미도 달랐다. 한 명은 경영학을 전공한 후 자신의 꿈대로 사업가가 되었고 한 명은 공대를 졸업한 후, 삼성 SDI와 애플 본사를 거쳐 현재 미국 구글 본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 우리들이 그동안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나누었던 고민과 토론, 공부와 경험을 이번 기회에 책으로 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인류는 적어도 우리 말고도 28종 이상의 다양한 인종이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한다. 몸집이 큰 종도 있고 작은 종도 있었다. 육식만 하는 종도 있었고 채식만 하는 종도 있었다. 그렇게 서로 ‘형상’도 다르고 특징도 다른 인류는 각 시대마다 번성과 멸종을 거듭하며 지속되어 왔다. 마지막까지 최종적으로 생존 경쟁을 한 인종은 네안데르탈인과 우리 호모사피엔스였다. 그리고 호모사피엔스가 인류의 최종 승자로 살아남았고 다른 인류였던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했다.
그렇게 우리 인류는 사실 처음부터 완전체 인간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의 호모사피엔스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것을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인류가 알게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고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구 밖 멀리서 봐야 알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우리는 이 안에서 알게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도 진화중이라는 사실의 발견은 마치 먼 미래의 후손들이 고고학적 발견으로나 알 수 있는 내용을 지금 우리 스스로 알게 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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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생각을 도구로 살아온 호모 사피엔스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인종이다. 아이작 뉴턴은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서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선각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자신의 발견이 있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의 이야기도 사실은 수많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 신기함과 감탄을 금치 못하고 밤새 수다를 떠는 어느 두 친구의 이야기다. 우리가 올라타서 신기하게 구경한 거인들의 어깨에 당신을 초대한다.
이현준, 황태섭
■ 책읽기 전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글
‘학(學)의 시대가 가고 습(習)의 시대가 온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는 어느 한 시대가 간다는 것과 또 다른 시대가 온다는 뜻이고
둘째는 학과 습은 우리가 많이 쓰는 학습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어느 시대가 가고 다른 시대가 온다는 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변화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변화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학습해 왔다는 것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1. 호모 사피엔스
■ 제 혈액형이요? 맞춰보세요!
2006년 개봉한 한국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는 매사에 혈액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단정짓는 여자에게 화가 폭발한 남자가 이렇게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혈액형이) 그게 뭐가 과학적이에요? 죄다 헛소리지! 백인들이 다른 인종들보다 우수하다는 우생학에서 처음 출발한 게 바로 혈액형 이론입니다. 독일에 유학 간 일본 사람 하나가 그걸 처음 들여왔고 정작 독일 사람들은 폐기했는데 나중에 일본 작가 하나가 지 주위 사람들, 이삼백 명을 대상으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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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서 책 하나를 냈는데 그걸 계속 우려먹고 있는 거라구요. 전 세계적으로 그거 믿는 나라는 일본하고 한국밖에 없단 말입니다!”
영화에서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판했는데도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액형 이론을 맹신하는 분위기다.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종종 혈액형을 묻는데 그 사람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하고자 하는 속내가 깔려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A형, 조용하고 말이 없어 보인다. 소세지 - 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맞다.
B형, 까칠하고 차갑게 보인다. 오이지 -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맞다.
O형, 수다스럽고 말이 많다. 단무지 - 단순 무식하고 지랄맞다.
AB형,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감이 안 잡히는 성격.
지지지 - 지랄맞고 지랄맞고 지랄맞다.
혈액형 이론을 믿는 사람들이 일본하고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것은 바로 다민족 사회와 단일 민족 사회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필자들의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은 수많은 인종들이 뒤섞여 있다. 미국이나 호주 같은 이미 멜팅팟(인종의 용광로)으로 불리는 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의 대다수 나라들은 물론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대부분 나라들도 많게는 수십 종에서 적어도 여러 인종들 이 뒤섞여 국가를 이루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특성을 살펴볼 때 피부색과 언어, 생활습관이 서로 다른 인종별로 특징을 구별하는 데 익숙하다. 따라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볼 때 ‘아, 저 사람은 XX족이라서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저 사람은 00족이라 저렇게 말하는구나’라고 구별 짓는 데 익숙하다. 다시 말해서 피부색이나 언어, 옷차림 등 확연히 다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굳이 혈액형까지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최초에 혈액형 이론을 정립했던 독일 사람들도 폐기하고 전세계에서 다 무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한국과 일본이라는 소수의 단일 민족국가에서 혈액형 이론을 유의미한 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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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차려, 이 친구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혈액형을 물을까? 우리가 무심코 상대방의 혈액형을 묻는 속내에는 자신도 모르게 범주화하는 습관이 자리하고 있다. 범주화란 사물을 구분 짓는 것이다. 종종 우리는 농담 삼아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00을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
이런 말은 세상에는 그것을 경험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경험이나 ‘그것’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강조할 경우에 사용한다. 가령 “세상에는 이 집 냉면 맛을 본 사람과 못 본 사람으로 구별된다”는 식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세상을 구분 짓기 좋아한다. 왜 그럴까? 일종의 생존본능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생명이 있는 모든 생물은 범주화에 익숙해 있다. <몸의 철학>의 저자인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인지언어학 교수 조지 레이코프와 오리건대학교 철학교수 마크 존슨은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생물은 범주화해야 한다. 심지어 아메바도 자기와 마주치는 것들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또는 ‘다다가야 할 대상’과 ‘멀리 떨어져야 할 대상’으로 범주화한다. 동물들은 음식, 약탈자, 가능한 짝, 자신들에 소속된 동물 등을 범주화한다. 우리는 범주화되도록 진화되어 왔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생각의 시대> (김용규 지음)에서
우리가 재미삼아 물어보는 상대방의 혈액도 알고 보면 이렇게 남을 구분짓고 범주화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다. 이런 구분 짓기와 범주화를 통해서 우리는 세상을 배워나간다.
범주화에서 이름(단어)이 나오고 그 이름(단어)을 익히는 것이 학습의 시작이다. 어쩌면 법률이든, 의학이든, 공학이든, 예술이든, 종교든 우리가 평생을 거쳐 공부하는 학문도 사실 각종 ‘범주화’된 내용을 학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을 구분 짓는 것에서 언어가 나왔고 그 언어가 정신을 만든다. 이처럼 정신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범주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정신’은 구분 짓는 것의 산물이다. 우리가 흔히 “정신 차려, 이 친구야!” 하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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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하거나 또는 조언을 들을 경우 그 말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제대로 구분 좀 해, 이 친구야.”
그렇다면 생명체는 왜 범주화를 할까? 삶이 곧 경쟁이기 때문이다. 생명이란 생존 그 자체로 자원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우리는 수십억 마리의 정자 들이 하나의 난자를 차지하여 살아남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을 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리한 존재들이다. 이미 수십억 대 1의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그 경쟁에서 모두 성공하여 모두 살아남을 수는 없다. 생명이란 이토록 죽는 순간까지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거기서 이겨내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명 존재의 현상, 그것이 바로 ‘구분 짓기’ 인 것이다. 잘 구분하지 않으면, 즉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목숨마저 잃을 수 잇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 사주팔자와 별자리
사람은 기본적으로 혈액형에 따라 4종류로 범주화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더 세심하게 나누는 범주화가 있는데 바로 출생에 따른 ‘띠’다. 출생에 따라 12개로 이루어진 띠의 원류는 우리가 잘 아는 사주팔자(四柱八字)이다. 사주팔자는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네 개의 기둥(四柱)으로 보고 각 기둥마다 2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간지로 표현하여 8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학문이 역학(易學)의 한 분야인 사주학이다. “모든 것이 바뀐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우주만물의 변화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인 역학은 동양 최고의 경전이라 일컫는 주역(周易)을 기본으로 한다. 사주학은 사람의 출생연월일시를 기초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론을 발전시켜 온 것으로 ‘명리학(命理學)’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사주가 똑같은 사람들은 운명도 동일할까? 그렇지 않다. 개개인의 출생으로 사주를 판단하지만 개개인의 삶은 각각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사주는 과연 몇 개나 나올 수 있을까? 사주학에서는 연월일시(年月日時)마다 각각 나오는 숫자를 곱하면 되는데 연(年)은 60갑자로 치고, 월은 12, 일은 30을 기준으로 하고, 시는 12시를 기본으로 한 후 남녀를 각각 다르게 구분한다. 그러면 60˟12˟30˟12˟2=518,400개로 구분지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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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격을 단순히 4개 유형으로 분류하는 혈액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이다. 거기서 최소 단위로 단순화 한 것이 12개의 띠다. 그래서 흔히 돼지띠와 토끼띠는 궁합을 안 봐도 될 만큼 좋다는 식으로 보통 4년 또는 8년 차이의 띠를 최상의 조합으로 본다든지, 말띠 여성이 팔자가 세다느니 하는 속설 등이 나온다.
동양에 우주학을 기반으로 하는 사주학이 있다면 서양에는 점성술이 있다. 이 역시 천문학과 우주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으로 황도 12별자리가 기준이다.
동양의 사주팔자나 서양의 별자리나 결국은 인간을 소행성으로 본 천문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국 같은 개념 같은 철학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심오한 진리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주팔자를 보고 별자리 운세를 볼까? 아메바가 살아남기 위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가까이 가야할 것’과 ‘멀리 떨어져야 할 것’을 구분하듯이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더 잘 살아남기 위해,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무심코 상대방의 혈액형을 물어 봤는가? 그것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으며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동들이다.
■ 우리의 근원, 우주
우주가 약 138억년 전 엄청난 폭발로 시작하여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빅뱅(Bigbang) 이론이다. 우주는 알 수 없는 원인 때문에 거대한 폭발로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우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원자들이 생겨났다. 약 45억 년 전에 비로소 태양계와 지구가 구성되었고 38억 년 전 지구상에 최초 원시 생명체가 등장했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별자리 운세를 보고, 서로의 띠를 물어보면서 궁합을 보는 행위는 어쩌면 우리 스스로 우주의 별에서 비롯되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태양도 약 50억년 이후에는 적색 거성으로 부풀어 올라 지구를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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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게 되며 결국 폭발할 것이다. 수많은 별들이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태양도 이러한 과정을 따라 사라질 것이다. 빅 프리즈(Big freeze)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계속 팽창하기 때문에 모든 별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결국 차가운 암흑만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절대 무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허블 망원경은 1994년 슈메이카 레비9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촬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충돌 1년 4개월 전에 발견된 이 혜성은 목성에 가까워지면서 중력 때문에 21개의 조각으로 갈라져 제 각각 충돌했다. 만일 이 혜성이 지구에 충돌했다면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아남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블랙홀의 존재도, 별들이 새로 탄생하는가 하면 죽어 없어지기도 한다는 사실도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알게 된 것들이다. 2011년 노벨상의 주역인 암흑에너지(Dark Energy) 연구에도 허블 만원경은 핵심 역할을 했다. 상식적으로는 물질이 중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주는 수축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
앞서 우리의 사주팔자나 별자리도 결국 태양계 속에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태어난 인간도 태양계 운동의 한 소행성이라는 통찰에서 시작하여 인간과 지구, 태양과의 어느 특정 시점을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언급했다.
■ 인류의 기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함이다.” - 유발 하라리
삶은 어디로부터 오며 (生從何處來 생종하처래)
죽음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死向何處去 사향하처거)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피어난 것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진 것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삶과 죽음이 오고 가는 것도 역시 이와 같으니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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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으로 전해오는 선시(禪詩)한 수이다. 인생의 덧없음, 허무함을 노래한 것처럼 보이나 실은 사람의 생명이 태어나서 죽는 것이 우주 삼라만상의 변화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통찰을 담고 있다.
재미 삼아 띠별 궁합을 맞춘다듣지, 별자리로 애정 운을 보는 것도 우리가 우주의 변화와 그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행위다. 우리는 왜 이처럼 본능적으로 우주의 움직임에 민감할까? 아니, 우리는 왜 이처럼 우주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진화해 왔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을까>
■ 세 가지 혁명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주요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증기기관을 통한 방적기(실을 뽑아내는 기계), 방직기(그 실로 옷감을 짜는 기계) 혁명을 1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이 많았다. 옷감이 부족해 제대로 입고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기기관으로 방직기, 방적기가 탄생하고 옷감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세상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맞는다. 그야말로 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붙었다.
이후 증기기관이 아닌 전기 동력을 통한 대량 생산체제가 탄생했는데 이를 2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한 개인용 PC와 인터넷이 3차 산업혁명을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인류 역사상 이토록 짧은 기간에 세상을 뒤흔든 혁명이 잇달아 닥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인류사에는 산업혁명 이전에 또 어떤 혁명이 있었을까?
1. 인류 조상은 약 6백 만 년 전 진화 과정을 거쳐 침팬지 종으로부터 분리
2. 이후 29종 이상의 인류가 지구상에 생겨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였다.
3.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현생인류이자 우리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
4. 처음의 사피엔스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 정도를 차지하는 존재에 불과, 하지만 약 7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뇌에 언어 소통능력이라는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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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혁명이 일어남, 덕분에 호모사피엔스는 서로 협력하고 사회를 이루며 어떤 동물보다 큰 힘을 갖게 됨
5. 1만 2천 년 전 농업혁명을 통해 힘이 집약되고 종교가 등장
6. 약 500년 전에 등장한 과학혁명으로 절대 신의 퇴장
이처럼 우리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진화는 호모사피엔스로 종료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의 진하는 ‘ing’, 현재 진행형이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원숭이가 사람이 된다’는 생각은 진화론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사람과 침팬지는 이미 600만 년 전에 분화하여 서로 다른 종이 되었다. 따라서 이미 분화된 침팬지나 원숭이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람이 되지 않는다. 진화론의 본질은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다양한 종의 변화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기원>에서 ‘생명의 나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지구에서 살고 있거나 멸종된 모든 생물 종의 진화계통을 나타낸 나무처럼 생긴 도표이다.
사실 진화의 과정에는 특별한 의미도 방향도 없다. 그저 환경에 적합한 종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기회를 가질 뿐이다. 이 때문에 진화론은 늘 논쟁의 중심이 되었고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오해는 ‘약육강식’의 논리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희생시켜서 번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잘못된 생각이 제국주의 사상의 중심이 되었고, 여기에서 우생학이 나오기도 했으며, 나치의 인종차별주의로 오용되어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진화론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빗대어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데도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적어도 진화의 과정에서 생명은 ‘강해지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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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한 때 지구를 호령했던 공룡을 비롯해 수많았던 거대하고 강한 동물들이 멸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물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평화로운 초원을 바라보면서 평안을 느낀다. '조망과 피신'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생존에 필수였던 물이 있는 곳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적당하게 자신을 숨기고 대상을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을 선호했다. 우리가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창가 쪽 구석 자리를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남성은 여성에 비해 왜 늘 무모하고 위험한 선택을 할까? 그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강한 수컷이 모든 암컷을 거느리는 것과 같은 심리적 이유에서이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전혀 다른 남녀의 사고방식과 심리를 풀어 쓴 내용이다. 여성은 남성을 선택할 때 본인과 아이를 책임지고 지켜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았고, 남성의 능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남녀가 서로 다른 심리 구조를 갖게 된 이유 역시 진화의 선물이다.
우리가 흔히 본능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마음들은 사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다듬어진 심리적 기제이다. '마음'이라고 표현하는 단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심장을 떠올린다. 그래서 마음을 '하트(heart)'로 표현하고 마음 하면 심장이나 가슴을 생각한다. 마음 깊이 느낀다고 할 때, 대부분 손을 가슴에 살포시 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심장에 있지 않다. 우리의 마음은 결국은 정신이며 그 정신은 사실 뇌에 있으니 우리의 뇌가 곧 마음이다.
신이 태초에 '완전체 인간'으로 창조했다는 믿음으로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성경의 창세기는 유대인들의 세계관과 우주관이 반영된 상징적 신화라고 봐야 한다. 이를 억지로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다 보니 소모적인 논쟁이나 때로는 죽음도 불사하는 전쟁이 된다. 신화는 신화로 받아들이고 과학은 과학으로 검증하는 것이 옳은 접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진화론과 창조론은 여전히 과학과 종교 간에 첨예한 논쟁점에 놓여 있지만 믿음에 관한 한, 무엇을 바탕으로 어떤 것을 믿을지는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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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의 시작에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니 그도 먹은지라(창세기 3장 6절)".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과 선악과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성경에 따르면 인류는 신과 같이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인해 신이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맞는 표현이다)를 따먹었고 신의 명령을 어긴 죗값으로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되었다. 남자인 아담은 죽을 때까지 땀을 흘리며 일해서 땅의 소산물을 먹고 살아가는 형벌을, 여자 하와는 출산의 고통이라는 형벌을 받았다.
처음 원시 사냥꾼에서 시작한 인류는 농사를 시작한 후부터 더 많은 시간 동안 노동을 해야 했고 늘어난 인구와 세금으로 인해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다. 여자들은 더 많은 출산을 감당해야했고 더 많은 가사와 노동에 시달리게 되었다. 농업혁명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호모사피엔스 개개인에게는 일종의 형벌이었던 셈이다.
선악과의 상징은 바로 채집을 담당하던 여자들이 농업혁명의 가능성을 깨닫고 남자들을 유혹하거나 설득하여 농업과 가축에 관심을 갖게 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도 처음 하와가 먼저 선악과를 따먹고 아담에게 주었다고 서술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하와를 유혹했던 뱀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뱀과 같은 파충류를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우리의 혐오 본능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뱀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공격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원시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하였을 때 지구의 주인은 파충류였을 가능성이 있다.
■ 최종 승자의 비밀, 열 살에 나는 어금니
EBS 다큐멘터리 ‘사라진 인류’를 보면 적어도 수백만 년 전, 침팬지에서 분화한 인류는 최소 29종이었다고 한다. 어떤 종은 채식만 하기도 했고 어떤 종은 육식만 했다 몸집이 큰 종도 있었고 몸집이 작은 종도 있었다.
1.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 맹수가 가득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근육질의 단단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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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자에 대한 의식 거행, 언어를 사용했을 가능성, 인류 최초로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종, 죽은 자의 뇌를 꺼내 먹음으로써 죽은 자의 지혜를 흡수한다는 사고, 인류 최초로 동료를 살해한 종
2.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
- 약 260만년~50만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생존, 몸무게 약 45Kg,
키 1~1.5m , 뇌용량은 500cc 전후, 우리 뇌의 1/3 수준 채식
- 우리 치아보다 네 배나 큰 어금니와 턱
3. 네안데르탈인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 유럽중심, 중아시아, 북부 아프리카까지 분포
- 현생 인류와 최종 승자 경쟁을 한 종.
- 매장 풍습과 불 사용, 협력해서 사냥,
4. 호모 사피엔스
- 인류사의 최종승자
- 어금니의 발치시기 : 네안데르탈인은 6세, 호모사피엔스는 10세, 어금니가 났다는 것은 유년기가 끝났다는 의미,
- 두 인류의 어금니 발치시기를 통해 호모사피엔스는 10년 이라는 유년기가 있었고 네안데르탈인은 6년이라는 유년기가 있었다. 수명이 겨우 20살이던 그때 호모사피엔스보다 무려 4년이나 먼저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 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일찍이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유년기를 더 길게 보낼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양육하도록 진화했다는 의미이다.
-어금니는 고통이나 분노를 참는데 필요한 굳은 의지를 뜻함 : ‘아성(牙城)’ “아성이 무너지다”, “아성을 깨뜨리다” 등
유년기를 더 많이 보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더 많은 가정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사회화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즉 긴 유년기를 보내면서 더 풍부하게 유대감과 정서적 교감,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두뇌의 정서적 발달과 교감능력의 발달을 가져 온다. 이처럼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 수많은 인류 중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은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다. 아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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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더 안락하고 안정적인 유년기를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최대한 늦게 아이가 생존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부모가 더 많은 노동을 해야 했다. 호모사피엔스의 농업혁명은 결과적으로 남자들은 가족을 위해 죽도록 노동을 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더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여 여자들은 더 많은 아이를 출산해야 함으로 출산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이것이 창세기에서 말하는 신의 형벌인 셈이다.
■ 신이 준 선물 콤플렉스
“콤플렉스는 신이 준 선물이다.” - 김태원 (가수)
콤플렉스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흔히 “나는 키가 작은 게 콤플렉스야”, “나는 코가 콤플렉스야” 처럼 외모의 단점을 일컫거나 “나는 학벌이 콤플렉스야?”, “집안이 콤플렉스야” 식으로 출신 배경의 단점 등을 일컫는 데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자신의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인 감정적 관념이나 욕망, 기억 등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로 감정복합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낸 일종의 복잡한 마음 상태 그 자체이다.
- 프로이드 파, 아들러파, 융파 등 심리학에서 시작하여 정신의학에서 발달
- 일본에서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주요 학설로 들어 옴
- 미국의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격심리학이 들어옴
- 일본에서는 콤플렉스 하면 ‘열등감’과 동의어로 사용,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받음
그러나 콤플렉스는 엄밀하게 말하면 열등감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남아가 아버지를 미워하고 어머니에게 애정 표시
- 엘렉트라 콤플렉스 : 여자 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나타내는
- 카인 콤플렉스 : 형제간의 적대감
- 디아나 콤플렉스 : 여자로서 남자에게 지고 싶지 않아 독신으로 사는 것
- 착한 아이 콤플렉스 :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욕구를 억압하는 말과 행동
- 신데렐라 콤플렉스 : 여성들이 자신을 구해 줄 멋진 남성을 기다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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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태원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콤플렉스는 신이 준 선물이다.” 콤플렉스에 대한 이처럼 명확한 정의를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콤플렉스는 열등감이 아니라 신이 준 선물이라는 생각은 김태원씨 스스로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터득한 성찰인 것이다. 그렇다면 콤플렉스는 진짜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1. 칭찬을 싫어하는 아이
칭찬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 남 앞에 나서기도 싫어하고 칭찬을 받거나 상을 받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참 별난 아이가 아닌가? 그런데 그 아이의 콤플렉스를 들여다보니 답이 나왔다. 그 아이는 맏딸이었고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남동생은 공부를 못했다. 아이가 우등상을 받아온 그날 아버지는 누나보다 공부를 못하는 아들이 늘 못마땅했다. 그러니 아이가 우등상을 받아온 그날 그 아이를 칭찬하고 기뻐하기 보다는 누나보다 공부 못하는 동생에게 화를 내기 일쑤였다. 그는 우등상을 받는 것이 두려워졌다. 일부러 한 두 개씩 틀리고 우등상을 피했다. 남에게 칭찬 받는 것이 점점 싫어졌다. 칭찬과 상 받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는 사실 아버지의 잘못된 훈육에서 비롯된 콤플렉스였다.
2. 장애인과 결혼하겠다는 아이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자라면서 입버릇처럼 자기는 커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부모는 말이 씨가 된다며 혼을 냈지만 아이는 자라서 진짜로 장애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왜 그랬을까?
아이의 아버지는 매우 무섭고 난폭한 남자였고 어머니는 상냥하고 예쁜 여자였다. 난폭한 아버지는 수시로 아내를 두들겨 팼다. 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버지에게 얻어 맞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남자에게 저렇게 맞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몸이 불편한, 그것도 시각장애인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시각장애인과 결혼했다. 아이는 성격이 별나서가 아니라 잘못된 아버지의 행동에서 비롯된 콤플렉스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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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콤플렉스는 타고난 외모적 열등감이 아니라 자라온 가정환경, 훈육환경에서 비롯된, 말 그대로 ‘매우 복합적인 감정상태’이다.
- 부자로 자란 콤플렉스, 가난하게 자란 콤플렉스, 형제가 많은 콤플렉스, 장남 콤플렉스, 막내 콤플렉스, 부모를 일찍 여읜 콤플렉스 등등
콤플렉스는 열등감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온 태생적, 가정적, 훈육적 환경에서 기인하는 복합적인 성격, 심리적 기질을 일컫는 말이다.
나의 콤플렉스를 아는 것 그래서 그 콤플렉스를 극복해서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일생동안의 숙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콤플렉스가 왜 하늘이 준 선물이란 말인가? 콤플렉스를 잘 극복하면 남과는 다른 나만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칭찬을 싫어하는 아이는 이 콤플렉스를 극복하여 보호가 필요한 유아들을 보살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의 아내가 되겠다는 여자는 실제로 커서 장애인과 결혼하고 심리 상담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들에게 콤플렉스는 아버지의 잘못된 훈육에서 비롯되었지만 질 극복하여 오히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승화시켰다.
이처럼 똑같은 콤플렉스라도 누구는 그 안에 갇혀 성장하지 못하는 반면, 누구는 그것을 극복하여 성공적인 인생을 산다. 누구에게는 콤플렉스가 열등감에 머물지만 누구는 하늘이 준 보석으로 가꾼다. 가정환경을 탓하거나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열등감으로만 여기고 거기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를 극복하여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 어쩌면 인생은 정말 자신이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역학(易學)’을 끊임없이 써나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너의 콤플렉스를 알라
과거 인류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태양을 비롯한 모든 천체는 약 하루에 걸쳐 지구 주위를 돈다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믿었다.
행성과 항성은 신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움직이며 모든 변화는 지구와 달 사이에서만 일어나고, 더 멀리 있는 천체는 정기적인 운동을 반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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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천동설은 단순한 천문학 이론이 아니라 철학과 사상이 담겨 있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임과 동시에 모든 세상 만물의 중심이라는 믿음이었다.
서양 역사의 중심이 되는 유럽은 중세 시대까지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던 기독교에 영향을 받았는데 천동설은 이런 기독교에 적합한 이론이었다.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과 모든 별이 움직인다는 천동설은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까지는 거스를 수 없는 진리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관측 기술로서도 천동설이 지동설보다 우위에 있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해, 달, 별의 관측결과를 그 틀 안에서만 해석하게 했다. 이에 반박하는 새로운 과학적 주장들은 종교 재판으로 탄핵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참혹한 고문과 처형을 당했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 재판에 회부되어 살기 위해 지동설을 부정하고 나와서 혼잣말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암울했던 당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 이 일화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주세페 바레티가 자신의 작품에서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다.
호모사피엔스의 사피엔스(Sapiens)는 라틴어로 지혜를 뜻하고 호모사피엔스는 지혜의 인간이란 뜻이다. 내 콤플렉스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 내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잘못된 믿음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나를 둘러싼 세상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순간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알며,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며, 무엇보다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과 반대로 자신이 아는 것보다 너무 적게 안다고 생각하는 불안감에서 균형감을 갖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너의 콤플렉스를 알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나의 콤플렉스를 아는 것이 나를 아는 것의 시작이며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수십 종의 인류 중에서 가장 지혜로운 인간으로 진화하여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인간의 역사는 수많은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인류사회에 족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들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역사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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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호모크레디시스
* 호모 크레디시스(Homo Credisis)는 ‘신용(Credit)'을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을 뜻하는 말로 필자들이 만든 신조어다.
■ 인류 최대의 발명, 돈
생명은 그 자체가 끊임없는 경쟁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또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것이 생명 활동이다. 수십 종의 인류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호모사피엔스는 진화를 거듭하며 또 하나의 대단한 발명을 하게 된다. 바로 돈이다. 호모사피엔스가 발명한 이 돈은 모양과 형태만 달라졌을 뿐,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가히 인류 역사상 최대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살고 돈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을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시시대에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생산력이 향상되면서 남은 식량이나 물건을 교환하게 되었다.
- 곡화(穀貨) : 쌀, 보리, 밀 등 곡식을 물물 교환했고 가장 광범하게, 가장 오래 사용 됨
- 소금 :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자원, 고대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사용, 로마시대 군인의 급료로 사용
* ‘샐러리맨'의 salary 는 소금(salt)에서 나온 말
- 조개 : 고대 수메르인과 중국인은 조개를 화폐로 사용, 중국의 한자에는 재물을 뜻하는 말, 물건을 사고파는 말에는 조개 패(貝)자가 들어 있다. - 금, 은, 청동 같은 금속을 화폐로 쓰다가 지금은 지폐를 사용
- 오늘날 우리가 쓰는 지폐는 국가에서 그 지급을 약속하는 일종의 약속 어음 같은 것이다. 인간이 발명한 돈은 약속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교환매체다.
인류는 생존의 위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얻는 수단으로 돈을 발명했고 그 돈은 신용을 기반으로 한 발명품이다. 결국 호모사피엔스는 신용을 살아가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다. 지혜를 도구로 살아간 인간인 호모사피엔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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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을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인 호모크래디시스(Homo Credisis)로 진화한 것이다.
■ 신용의 마법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세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낙타 17마리를 물려줄 테니 큰 아들은 절반을 갖고 둘째는 1/3을 갖고 막내는 1/9를 갖거라, 단, 산 채로 나눠야 하며 고기로 나눠서 갖거나 팔아서 돈으로 나누는 것은 허용치 않는다.”
삼형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17은 2로 나눠지지 않고 3이나 9로도 나눠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언대로 낙타를 나누기란 불가능했다. 고민한 그들은 지혜있는 사람을 찾아가 물었다. 그러자 지혜있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해법을 알려준다.
“먼저 다른 사람에게 낙타 한 마리를 빌려와 18마리를 만든다. 유언대로 큰 아들은 절반인 9마리를 갖고, 둘째는 1/3인 6마리, 셋째는 1/9인 2마리를 갖는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는 빌려온 사람에게 다시 주면 된다.
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다.
어느 마을에 한 여행자가 와서 민박집 방을 예약하고 예약비로 20만원의 숙박료를 지불했다. 그러자 민박집 주인은 정육점으로 달려가 외상값 20만을 갚았다. 정육점 주인은 그 돈을 들고 세탁소로 가서 세탁비 20만원을 갚았다. 세탁소 주인은 슈퍼에 가서 식료품 외상값 20만원을 갚았다. 슈퍼 주인은 다시 그 돈을 들고 민박집으로 가서 민박집 주인에게 빌린 20만원을 갚았다. 돈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민박집 주인에게 온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여행객이 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민박을 취소하고 예약금 20만원을 돌려받고 떠났다. 결국 여행객은 그 마을에서 돈을 쓰지 않았고 따라서 아무도 돈을 번 사람이 없다. 그런데 그 마을의 외상값은 전부 없어졌다.
이 이야기는 돈이 돌고 돌아서 어떠한 마력을 보여주는지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
이처럼 신용을 통한 빚은 경제활동에 윤활제 역할을 하며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실제로 이 신용을 통해 일으킨 빚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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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신용이란 무엇일까? 현대인들이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돈이 신용카드다. 현금대신 사용하는 것이 바로 ‘신용’인 것이다.
신용카드의 발생
- 중세 유럽 금세공업자들은 금고를 짓고 경비를 세우면서 금을 지켰다.
- 자신의 금을 스스로 보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금을 맡겼다.
- 금을 맡길 때 써준 고객들의 증명서가 금을 대신하는 가볍고 편리한 거래의 수단이 됨
- 금 세공업자들은 금을 맡았다는 증거로 더 많은 증명서를 써주었다. 그 증명서 자체가 금을 대신하는 가볍고 편리한 거래의 수단이 되었다. 그들은 집도 사고, 땅도 사고,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금 세공업자들은 자신이 가진 금보다 훨씬 많은 증명서를 발행하면서 부자가 되었고 그리고 금을 많이 보관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은행이 생긴 유래이다.
은행은 돈을 빌려줄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내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에게 계속 빚을 권한다. 이러한 은행의 수익 창출과 더 많은 투자를 통해 성장해야 하는 기업과 개인의 욕구가 맞물리면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
■ 15원짜리 짜장면
0 짜장면 값의 변화 : 경제 성장에 따라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 1960년 15원 - 1970년 13배 이상 오른 200원
- 1980년에는 4배 오른 800원 - 1990년 에는 약 2배가 되어 1500원
- 2000년에는 2배인 3000원 - 현재는 5~6000원
0 따라서 돈을 현금으로 모아두기만 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손해다.
이렇게 경제가 붕괴하여 신용이 멈추면 걷잡을 수 없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소비하지 않고 기업은 도산하게 되며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된다. 결국 경제 성장이 멈추어버리는 대공황이 발생한다.
개인의 입장에서 은행 대출과 빚이 미래의 새로운 수입을 만들어 내는 건전한 투자수단이 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 미래 소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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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와서 지금 소비해 버리는 데 그친다. 이러한 빚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 밖에 없다.
은행대출이 새로운 사업의 마중물이 되어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수단이 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잘못된 욕심과 맞물리면 변형되고 왜곡되기 시작한다.
■ 자본주의는 진화 중
고대에 이미 자본주의적인 조직이 존재했고 중세 말에는 상업 자본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현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기틀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영국에서 형성되었다. 서양 대부분의 국가에서 봉건 제도가 종식되면서 자본주의가 사회체제로 자리 잡았다. 20세기에 들어 전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일어났고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를 지배해 나갔다. 자본주의는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되고 발전해 왔으며 사회주의와 혼합 경제를 이루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이론을 처음 정립한 사람은 아담 스미스다. 그는 1776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유 시장의 긍정적인 역할을 소개했다. 사실 그의 저서 <국부론>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은 딱 한 번 나온다. 각자의 욕망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형태로 조율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이었다. 당시만 해도 토지 중심의 중농주의와, 무역을 중시하는 중상주의가 대세였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그의 탁월한 통찰은 자본주의가 상장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자본을 장악한 자본가 계급에 의해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들이 나타났다. 도시 빈민 계층은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잘못된 사업 투자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자본가들의 지나친 욕심에 의한 여러 형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해 사회주의 경제가 생겨났다. 그것은 자본가 계급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폭력적인 혁명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이들의 이론은 결국 공산주의를 탄생시켰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급진적인 공산주의 말고도 또 다른 이론이 탄생하기도 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1936년대에 <고용,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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및 화폐의 일반 이론>을 통해 국가 재정 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후 피폐된 사회를 새로 재건하는 과정에서 케인즈의 이론은 서구 사회의 주요 정책으로 채택되었다.
■ 태양의 아들
세계사의 큰 흐름을 보면 안타깝지만 역사에 정의 따위는 없는 듯하다. 그저 승자들이 일방적으로 기록한 내용이 역사적 사실로 자리잡을 뿐 패자는 잊혀진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하다는 말처럼, 역사에서는 정의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것이 곧 정의’가 된다.
스페인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데스는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켰고, 피사로는 잉카제국을 파멸시켰다. 서구문명을 받아들인 일본은 조선을 강제로 합병시켰고 서구 열강은 제멋대로 아프리카 대륙을 분할 통치했다. 다른 문명을 정복한 정복자의 힘은 ‘거대한 협력’에서 나왔다.
독일 민족이 우수해서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는 히틀러의 믿음을 추종한 수많은 독일 국민들은 진짜로 세계를 상대로 참혹한 전쟁을 일으켰다. 비단 제2차 대전뿐이랴. 이런 신념을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종교였다. 인류의 역사에서 발생한 수많은 전쟁 중에는 ‘종교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문제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들도 대부분 종교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처럼 믿음은 신념과 우리 인류를 이끌어 온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인간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그 변화에 함께 진화해 가는 존재이다. 언어 소통을 강력한 무기로 지닌 호모 사피엔스는 농업혁명을 통해 긴 유년기를 얻었고 그로 인해 믿음과 신념이라는 강력한 협력체계를 만들어 변화해 왔다. 지금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믿고 따르는 믿음과 신념은 ‘자본주의’다. 유발하라리(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교수. 옥스퍼드 대학교 중세 전쟁사 박사)는 자본주의야 말로 현시대 대부분의 인류가 믿고 따르는 종교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모두 자본주의라는 ‘강력한 종교’의 신도인 셈이다. 자신도 모르게 믿고 따르게 만드는 것, 종교인지도 모르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진짜 강력한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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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국교
“자본주의의 의 고질적인 폐해는 풍요의 불평등한 분배이고, 사회주의의 태생적 미덕은 가난한 평등의 분배이다.” - 윈스턴 처칠 -
대한민국도 자본주의를 ‘믿음과 신념’으로 채택한 나라다. 쉽게 말해 자본주의를 ‘국교’로 채택한 나라다. 자본주의를 국교로 선택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2016년 현재 1인당 명목 GDP는 2만 7천불로 세계 28위다. 1960년 100불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56년 만에 무려 270배의 경제 성장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GDP가 개개인의 행복이나 만족도를 대표하지는 못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4.2점으로 34개국 중 32위로 최하위다. 연평균 근무시간은 세계1위이고, 국민의 20%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청소년 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이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 조사에서 첫 번째로 ‘돈’이라고 답하며 꿈이 ‘건물주’라고 말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막연하게 정치에 희망을 가져본다. 정치인들을 제대로 뽑고 정치를 바꾸면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정치인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자신이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외친다. 정치 개혁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으며 정치도 결국 자본주의에 종속되어 있다. 정치뿐 아니라 종교까지도 자본주의에 의해 종속되어 있다. 오늘날 수많은 종교인들이 일으키는 돈 문제, 세습 문제, 교회 또는 사찰 간의 이권 다툼 등은 이들 종교가 모두 자본주의라는 거대하고 강력한 종교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자식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노력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거나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이 되라고 가르친다. 아니면 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고라고 가르친다.
교리란 신자들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신자들이 자꾸 궁금한 것을 계속 질문하다보니 그에 답하기 위해 교리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종교를 믿고 있는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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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더 잘 살고 싶은 개인의 욕망을 그대로 제도화한 것이다. 이러한 욕망의 중심에 돈이 있다. 우리는 돈이란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남은 돈은 미래를 위해 은행에 맡기고, 은행은 그 돈으로 다시 돈이 필요한 기업이나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또한 돈은 정부에서 찍어낸다. 앞서 얘기 했듯이 돈은 결국 인간이 발행해낸, 보이지 않는 믿음이고 신용이다. 결국 돈이란 국가에서 국민의 신용을 담보로 찍어내는 것이다. 국민이 없다면 돈을 찍어낼 수도 없고 찍어낼 필요도 없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지불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돈이라는 수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늘 회시에서 받은 돈이 내일부터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있다면 이 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일하지도 않을 것이다. 바로 믿음을 기반으로 한 돈이라는 매개체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 현대판 노예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을 일컫는다. 이러한 3차 산업혁명을 통해 글로벌 경제 체제가 확립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 커다란 화두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기들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의 활성화를 포함하여 인공지능, 나노기술, 로봇공학, 3D 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이루어 지는 것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지능 정보 기술의 혁명‘인데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된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과 이를 탑재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거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열린 제46차 세계경제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팅, 바이오기술 등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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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전망했다. 제러미 리프킨이 극적으로 표현했던 ‘노동의 종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노동의 종말은 어떤 면에서 현대자본주의의 종말을 의미한다.
중산층의 일자리를 로봇에게 맡겨버리고 중산층의 소득을 빼앗은 소수의 자본가들이 부를 독점하는 시대, 앞서 글래디에이터가 활약하던 로마시대와 오버랩되지 않는가? 인공 지능 로봇은 현대판 노예인 셈이다. 그것도 아주 똑똑하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노예, 호모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가장 혁신적인 도구, 돈과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는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혁신적인 도구인 인공지능에 의해 ‘창조적 파괴’를 당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인공지능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아야만 한다.
2018년 5월 20 일
* 다음에 제3부 호모 에이아이시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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