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習)의 시대(2)

2018. 6. 11. 12:37독서후기

반응형


습(習)의 시대(2)

- 학(學)의 시대가 가고 습(習)의 시대가 온다 -

■ 이현준, 황태섭 지음

3 호모 에아아이시스

0 호모 에이아이시스(Homo Aisis)는 ‘인공지능’을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이 라는 의미로 필자들이 만든 신조어

-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 윌리엄 깁슨

■ 알파고 효과

2016년 3월, 이세돌 9단에게 압승을 거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로 인해 세상은 발칵 뒤집혔다.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세돌 본인도 알파고를 상대로 여유 있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려 10의 170승이나 되고 이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한다.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예상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알파고는 2015년 유럽 챔피언 판 후이와의 사전경기에서 5:0으로 압승을 거두었지만, 알파고가 잘 했다기 보다는 판 후이의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바둑계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알파고는 기껏해야 프로 5단 정도의 수준으로만 평가되었으므로 프로 9단인 이세돌에게는 아직 역부족일 거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세돌 9단과의 경기를 지켜보며 전문가들이 정말 놀랐던 이유는 알파고가 딱 이길 정도의 실력만 발휘한다는 점이었다. 즉 약한 상대를 만나면 적당히 대응하고 강한 상대를 만나면 더욱 강하게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3단을 만나면 3단 수준으로 이겨주고 5단을 만나면 5단 수준에 맞춰 이겨주는 식이었다.

절치부심, 이세돌 9단이 4차전을 겨우 이겼으나 알파고의 5전 4승 1패로 끝났다.

- 1 -

결과적으로 이세돌 9단과의 경기로 더욱 강해진 알파고는 2017년 3월 세계랭킹 1위 커제를 3전 전승으로 가볍게 이겼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갑작스런 발전을 지켜보며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도 했다.

영화 '메트릭스'나 '터미네에터'에서는 자의식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과 전쟁하고 인류를 제거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저 대중을 자극하기 위한 작가들의 지나친 허구일까? 아니면 인류의 불행한 미래를 경고하는 선지자들의 예언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심각한 위협이기도 하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알파고 때문에 유명세를 타게 된 영국의 딥마인드(Deep Mind)는 직원 30명 정도의 작은 벤처회사였으나, 구글과 페이스북의 치열한 인수경쟁 끝에 2014년 구글이 약 5얼 달러(약 5,300억 원)에 인수했다.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전공, 런던 대학에서 뇌 과학 연구로 박사학위, 체스 챔피언 및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유명한 헤커였다.

2016년 알파고를 통해 유명세를 탄 인공지능은 몇 년 전만 해도 몇몇 과학자들의 엉뚱한 상상에 불과했다. 1950년 영국의 천재 과학자 앨런 튜링이 인공지능과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안을 했을 때만 해도 컴퓨터는 단순한 계산만 반복하는 계산기에 불과했다. 인공지능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군사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63년 6월, MIT는 고등 연구 계획국(DARPA) 으로부터 인공지능 연구비 220만 달러를 지원받았고 1970년대까지 매년 3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제공받게 되었다. 당시 유행했던 인공지능 개발 방식은 사람이 컴퓨터에게 미리 생각하는 방식을 일일이 입력해주고, 컴퓨터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인공지능의 성과는 당초 기대와 달리 매우 실망스러웠고, 급기야 자금 지원이 중단되었으며 결국 암흑기를 맞았다. 따라서 1980~1990년대 인공지능 연구는 미리 정해진 문제만을 빠르게 잘 푸는 방식으로 기대치를 줄이게 되었다. 이런 개발방식은 빠르게 발전하는 반도체 기술 덕분에 고성능 컴퓨터

- 2 -

의 발전으로 꽃을 피웠다.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가 등장한 것이다. 1997년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초당 2억 회라는 계산력을 내세워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기기도 했다. 인공 지능이 특정 영역에서 사람을 앞 설 수가 것을 대중에게 보여준 첫 계기였다.

2006년 이후 컴퓨터가 사람처럼 자율적 학습까지 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이 개발되며 인공지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또한 인터넷의 발전 덕분에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다양한 빅데이터가 생성되었고, GUP(Graphics Processing Unit)하드웨어의 눈부신 발전으로 복잡한 행렬연산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 마침내 2017년 알파고는 최신 딥 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 바둑 기수들을 상대로 68승 1패라는 기록을 남기며. 인공지능을 이길 프로 바둑기사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한해서 이미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이다.

아직은 사람처럼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거나 통합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여기에 만약 자의식까지 더해진다면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불린다. 강한 인공지능이란 스스로의 존재를 이해하며 통합적 사고를 하고 사람처럼 감정을 지니는 인공지능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유의미한 성과가 없다. 사람의 의식이나 감정조차도 아직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파고 의 승리는 인공지능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그 효과는 바둑계를 넘어서 미래 혁신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투자 자본들이 인공지능 계발에 몰리고 있다.

■ 특이점(Singuarity)이 온다

0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예측 (미래학자, 구글의 기술이사)

<지적 기계의 시대>라는 그의 저서에서

- 3 -

- 1998년 경 컴퓨터가 체스 챔피언을 이길 것으로 예측 - 1년 앞선 1997년 딥불루가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파스파로프에게 승리

- 2029년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대화를 나눌 것이라 예언

-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

0 2013년 영국의 오스본 교수는

- 인공지능의 개발로 미국의 702개의 직업 중 20년 안에 47%가 사라질 것,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더는 갈 곳이 없다고 예상

- 택시 운전이나 텔레마케터 상담원 등 비교적 간단한 역할을 담당하는 서비스 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회계사, 약사, 의사, 변호사, 요리사, 엔지니어, 교사, 군인 등 고도의지식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직종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이 없어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순간, 일자리와 대량 소비를 통해 유지되는 자본주의도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 인공지능 혁명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지혜를 도구로 살아가는 인간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라, 생각과 신념을 도구로 살아간다. 생각과 신념이 무너지면 더는 살아갈 수 없다. 앞으로 10년을 잘 예측해야 우리가 준비하고 살아가야 할 생각과 신념이 생긴다. 우리의 위대한 도구인 생각을 활용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생각은 앞서 말했듯 ‘구분 짓기’와 ‘범주화’를 말한다. 구분 짓고 범주화하는 것이 생각이며 정신이다. 미래에는 늘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양한 가능성들을 펼쳐놓고 일정한 원칙에 따라 이를 추려나가야 한다.

컴퓨터의 계산 능력은 약 2년 마다 2배가 된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꾸준한 혁신으로 같은 면적 안에 더 촘촘하게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으면서 반도체가 발전했고, 컴퓨터 능력도 따라서 발전했다. 중요한 것은 시간에 따른 발전의 변화가 일정하게 선형적으로 중가하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1970년에는 불과 2천여 개에 불과했던 CPU안의 트랜지스터

- 4 -

숫자가 20년 후인 1990년에는 백만 개로 늘었고 또다시 20년 후인 2010년에는 10억 개까지 도달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변화가 결국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혁신을 만들어 냈다.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출현도 결국 반도체 기술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혁명적인 기술들은 산업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꿀 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정보 통신 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업뿐 아니라 사회구조와 인류의 미래를 급격하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 로보틱스, 가상현실, 빅데이터, 생명공학 등 새로운 기술들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서로 맞물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급격하게 바꿀 전망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전개되었던 주요 혁명들-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뛰어 넘는 네 번째 혁명이 예견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혁명’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날이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 예언가 인공지능

한국 영화 ‘불한당’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으라는 주인공의 말은 무슨 뜻일까?

미국의 대형 마트 중 타겟(TARGET)이라는 업체는 이름대로 타겟 고객을 완벽하게 공략하기로 유명하다. 타겟은 임신 중인 여성 고객들이 다양한 제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핵심 고객이 되는 점을 파악, 제품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임산부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품 홍보물을 발송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매장을 찾아와 엄청나게 화를 내며 항의했다. 딸이 겨우 16살인데 아기용품과 임신책자와 홍보물이 자기 딸 앞으로 배달된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매점 매니저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얼마 후 고객에게 다시 사과하고자 전화했다. 그 남자는 머쓱해 하며 그땐 몰랐는데 자기 딸이 진짜 임신했다고 말했다.

“당신 딸을 믿지 마라! 딸이 보여주는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 세트’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 아빠들이 대개 갓 태

- 5 -

어난 아이를 돌보는 아내 대신 마트에 왔다가 맥주까지 장바구니에 넣는 패턴을 분석해서 만드는 상품도 있다.

요즘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한 대의 성능은 십수년 전만 해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컴퓨터에 해당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2045년이 되면 우리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 한 대가 인류 전체의 뇌를 합친 것 수준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 수준의 인공지능으로도 내 행동을 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는데 그때 쯤 되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를 믿지 마라. 내가 보여주는 상황을 믿어라. 상황을!”

■ 호모 에이아이시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공짜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값비싼 데이터를 페이스북에 제공하는 대가로 사용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관심사. 선호도 그리고 주변 인맥 관계에 대한 정보가 페이스북 서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선거의 대부분은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 지 결정하지 못한 10% 내외의 부동층에 의해 결정된다. 마음만 먹으면 페이스북은 누가 부동층인지, 당일 투표를 할 것인지, 이들의 관심과 성향이 어떠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설문조사의 경우 샘플링 방법이나 표본수에 따라 예측 결과가 달라지고 응답자의 본심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히 경합이 벌어지는 선거일 때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반면 페이스북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동층을 집중 공략할 수 있다면 선거의 결과까지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이처럼 대중의 마음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빅데이터를 새로운 도구로 활용하여 인공지능을 장착한 인류는 부와 권력 뿐 아니라 세상을 지배하는 신과 같은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단지 미래의 지배계급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호모사피엔스들이 이룩했던 문명과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꾸어버리는 창조적 파괴자가 될 수 있다. 우리 인간이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죽음조차 초월하며 세상의 흐름을 빅데

- 6 -

이터라는 마법의 구슬로 들여다볼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갖춘 새로운 인류, 호모 에이아이시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 인공지능의 학습 방법

단순한 연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는 사진만 놓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은 유아기만 지나도 직관적으로 고양이와 개를 쉽게 분별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복잡한 연산과정을 거쳐야만 이해할 수 있다. 그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계 학습이라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수많은 데이터를 컴퓨터 안에 입력한 뒤 비슷한 것들 끼리 분류해서 개는 개로, 고양이는 고양이로 판독하도록 훈련하는 방식이다. 기계학습의 방식 중에서 학습데이터를 구분하는 층을 많이 만들어서 그 정확도를 올리는 방법을 ‘딥러닝’이라고 한다. 딥러닝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선이나 색만 구별한다면 나중에는 모양을 인식하고 다음엔 추상적인 레벨까지 구분할 수 있게끔 한다.

딥러닝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음성 인식과 번역분야를 비롯해서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보행자 감지와 교통신호와 표지판 등을 인식하는 데에도 이용 가능하다. 앞으로 제품이나 서비스 경쟁력은 “무엇을 만드는가”보다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는가”일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물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축적해 가면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인간의 오감을 대치하는 센서들을 이용하여 빅데이터를 모으고 딥러닝이라는 강화학습을 통해 인간의 지능에 필적하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 진짜 주인공

구글. 애플, MS, IBM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인간 언어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번역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예고했던 딥러닝 기반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한 번역 시스템이다. 번역 가능한 언어로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터키어에 한국어까지 포함되어 있다. 기존의 구글 번역은 문장을 단어나 구로 분리해 마치 사전을 참조하듯 미리 입력된 데이터베이스

- 7 -

를 이용해 해당하는 단어를 바꾸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에 출시한 ‘구글 인공신경망 자동번역’은 전체 문장을 인식하고 문맥을 파악한 후 가장 타당한 결과를 추리고 다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문장을 재구성한다. 전문가들이 번역을 할 때 문맥 위주로 의역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또 학습하는 과정에서 인공신경망 간의 연결을 수정해 번역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구글에 따르면 번역 비교 테스트 결과 기존 대비 번역 오류를 60% 이상 줄였다.

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한 글로벌정보 기업들은 이를 활용한 서비스 기술과 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대표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사실상 자동차라기보다는 슈퍼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고성능 센서와 카메라로 주변 사물과 정보를 인공지능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중인 회사들은 매일 거리에서 실전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더욱 안전한 자율 주행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차량 간 소통을 위한 새로운 통신 방식도 개발 중이다. 수십년 안에 거리와 도로는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슈퍼컴퓨터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상용화되면 굳이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어 불필요한 차량 90%를 줄일 수 있고 주차 공간, 도로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며, 사고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차량운행 알고리즘을 최적화하여 불필요한 연료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에 따른 경제효과를 산출하면 미국 기준으로 1년에 1.3조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 1년 예산의 약 30%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5.8조 달러의 경제효과가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2025년 이후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는 글로벌 경쟁의 패러다임조차 바뀔 것이다. 독점적 지위는 기업 생존에 엄청나게 중요하다. 각 산업혁명마다 주도권을 장악하여 그 혁명의 주인공이 된 나라와 숨은 수혜자가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발명한 영국이 주인공이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동력과 자동차 혁명을 일컫는다. 그런데 1차 혁명의 주인공인 영국은 2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 8 -

- 자동차에는 반드시 기수 한 명이 타야 하고 기수는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

-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정지해야 한다.

-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으면 안 된다.

- 자동차는 시가지에서 시속3Km 로 달려야 한다.

지금 보면 코메디 같은 이 규정은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자동차 규제법 내용이다. 영국 마차 업자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었다.

이처럼 영국이 각종 규제로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는 사이 자동차를 산업화에 성공시킨 나라 미국과 독일이 2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 발전으로 정작 돈을 번 사람은 누굴까? 바로 석유왕 록펠러다. 그는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회사로 석유 사업을 독점, 미국 석유 시장의 98%를 점유하여 미국의 반독점법인 서민법이 만들어졌다.

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단연코 미국이다. IBM,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컴퓨터 회사들이 세계를 제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돈을 번 회사는 PC운영체제를 개발,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다.

또 다른 숨은 수혜자로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과 인텔이 있다. 컴퓨터는 독점이 아니어서 수많은 곳에서 만들었지만 모두 인텔과 삼성반도체를 탑재했으니 가히 독점적 1위 사업자였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누기 될까?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같은 지능 정보 기술을 바탕으로 이미 전 세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DJI같은 중국 기업들은 미국 IT 기업을 벤치마킹하며 무섭게 추격중이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더는 모바일 이동통신 회사가 아닌 ‘정보혁명회사’임을 선언하고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을 적극 인수하고 있다. 시가 총액 2천조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손 회장의 목표다.

이처럼 각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된 국가와 산업 또는 회사를 살펴보면, 결국 그 시대의 주인공 국가는 다름 아닌 그 나라의 기업이 이끌어 가는 산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반도체를 만든 나라가 아닌 반도체를 만든 기업인 것이고, 구글의 안드로나이드나 애플의 iOS같이 소프트웨어를 만든 나라가 아닌기업이 주인공이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앞서

- 9 -

표현한 것처럼 ‘정신을 차리고’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구분’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사실을.

■ 국민(國民)의 종말, 기업민(企業民)의 시대

인공지능이 스스로 감정이나 의식을 갖지 못하겠지만 사람의 감정을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 변화는 목소리나 얼굴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로 충분히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는 충분히 데이터로 전환될 수 있는 것들이며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오히려 더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딥러닝 인공지능을 탑재한 거짓말 탐지기를 상상해 보자. 기존의 거짓말 탐지기는 결국 데이터를 해석하는 전문가의 직관과 판단에 의존해야 하지만 딥러닝 인공지능을 탑재한 거짓말 탐지기는 학습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우 정확하게 거짓말 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창의성조차도 인공지능에게 상당 부분을 점령당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분간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체제로 운영될 것이다.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하고 인공지능을 보조로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지나면 인간은 인공지능을 따라 잡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의사 한명을 만들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린다. 또 다른 의사를 만들려면 같은 비용과 과정을 반복해야 하지만 인공지능 의사 프로그램은 한 번 만들면 같은 비용이 다시 들지 않는다. 최신 의학 연구 결과나 데이터로 업데이트하기도 쉽고 휴대폰 같은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지 최고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진다. 이미 워드스미스 같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실 위주의 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지진 관련 기사를 작성하여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다.

유씨산타크루즈 대학의 음악 교수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는 바흐 스타일의 작곡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개발에 무려 7년이나 걸렸지만 완성된 인공지능은 하루에 무려 5천개의 곡을 스스로 만들었다.

- 10 -

오레곤대학 교수 스티브 라슨은 음악 인공지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흐의 작품, 인공지능의 작품, 자신의 작품 세 곡을 연주한 다음 대중의 평가를 받는 방법이었다.

공연 당일 수백 명의 음악 평론가 학생 및 팬들의 호기심은 대단했다 결과는 이랬다. 청중들은 인공지능의 것을 바흐의 것으로 생각했고 바흐의 작품은 라슨 교수의 작품, 라슨 교수의 작품은 인공지능의 것으로 판단했다.

구글은 인공지능 화가 ‘딥 드림(Deep Dream)’을 개발했다. 이름에 걸맞게 깊은 꿈속, 완전한 무의식의 세계에서나 나올법한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거침없이 그려낸다.

구글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예술 영역에까지 깊이 영향을 줄 수 있는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창의적인 예술 영역에까지 인공지능이 침투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인류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향후 엄청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은 눈부신 실적과 함께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결국 강력한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의 역할을 상당히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에는 국가가 주도해서 산업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관련된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은 더욱 많은 고용의 기회와 창업의 기회를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아예 기본 고용의 기회조차 박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이들 기업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해서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본 복지라도 제공할 수 있겠지만 아예 그런 기업조차 갖지 못한 빈국들은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조차 없다.

결국 자본 그리고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거기에 속한 ‘호모 에이아이시스’와 그렇지 못한 호모사피엔스들 간의 생활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 21세기 불로초

- 11 -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고 싶어 했던 불로초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 3천명을 선발하여 세계 각지로 보냈다. 일명 ‘불로초 원정대’인 셈이다. 원정대 대장은 서복(徐福 또는 서불徐市이라고도 함)이었다. 그가 이끄는 원정대는 불로초가 있다는 전설의 삼신산 중 하나인 영주산 (지금의 한라산)을 찾았다. 영주산의 제일 비경인 정방 폭포 해안에 정박한 원정대는 이때 정방폭포에 “서불이 여기를 지나갔다”는 서불과지(徐市過之)를 새겨 놓았다. 서귀포(西歸浦)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어떤 생명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인류는 죽음을 불가항력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저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종교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앞으로 50~100년 후에는 죽음은 더 이상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로 바뀔 것이다. 죽음은 노화의 비밀에 달려 있는데 인류가 노화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구글의 헬스케어 자회사 ‘캘리코(Calico)’는 2015년 15억 달러(1조 5600억원)를 공동 투자하여 노화방지 연구 기관을 설립했다. 노화를 일으키는 세포를 탐지해 세포의 노화를 막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며, 나아가 인공지능이 환자 정보를 정밀하게 학습해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제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든 영국의 딥마인드는 최근 영국 국립보건서비스에 등록된 160만 명의 의료정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바둑에서 방대한 양의 기보를 학습한 것처럼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각종 진료기록과 x레이 사진을 익혀 이를 통해 각종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IBM은 ‘메디컬 시브’라 불리는 의료용 알고리즘을 개발 중인데 이는 종양진단에 특화된 인공지능 왓슨에 이은 차세대 프로젝트다 IBM측은 의료진을 돕기 의해 추론 능력을 갖춘 차세대 인공지능 어시스턴트 개발을 목표로 하며, 향후에는 인공지능이 X레이 사진을 판독하고 심장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리건 의대 암 연구소와 함께 종양 진행 상태에 대한

- 12 -

이미지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이 가장 효과적인 약물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하노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30여 명의 전문가로 ‘글루코스(Glucose, 당분)팀’을 꾸려 피를 뽑지 않고 빛으로만 당뇨환자의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다. 당뇨로 고통 받고 있는 전세계 3억 7100만 여명의 필수품이 될 전망이다.

- 스블랫 : 환자의 DNA로 이식용 장기를 합성하고, 뇌 정보를 컴퓨터에 옮겨 수명의 한계를 없애는 연구를 하고 있다.

- 래리 엘리슨 : 3000억 원 이상을 노화 연구에 투자

- 피터 틸 : 노화세포를 없애는 연구에 1300억 원 투자

옛날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화타)이 있었다. 어느 날 위나라의 임금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형제들 중 누가 병을 잘 치료하는가?" 그러자 편작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큰 형님은 병이 나기도 전에 얼굴빛을 보고 병의 원인을 미리 제거하여 환자는 병이 나기도 전에 치유를 받게 되어 의술이 가장 훌륭한데도 소문이 나지 않았고,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병이 더 커지기 전에 치료해주어 환자는 큰 병을 낫게 해 주었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저는 병이 커져서 환자가 고통에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통해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큰 병을 고쳐주었다고 생각해서 명의로 소문나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명의는 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고 병이 나기도 전에 예방해주어 건강하게 살게 해 주는 이라는 말이다. 이 최고의 명의가 이제 곧 현실화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종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질병 유전자를 찾아내 미리 예방하게 해주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 의료 시장이 2014년 6억 달러(6761억원)에서 2021년 66억 달러(7조 3900억원)까지 10배 이상 급성장 하리라 예상되고 2026년에는 미국에서만 연간 1500억 달러(169조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지는 2045년이 되면 인류가 영생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특집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던 불로초는 수천 명의 원정대를 통해 발견하고자 했던 한약재가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인공지능과 생명 공학 기술이다. 하지만 모든 인류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가지는

- 13 -

않을 것이다. 이러한 신기술들은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를 좌우할 수 있는 힘과 영원불멸의 생명을 가진 존재, 바로 인류가 오랫동안 신이라고 믿어왔던 존재 아닌가? 인공지능을 새로운 도구로 사용하는 호모 에이아이시스는 궁극적으로 생물학적인 한계조차 극복하며 신인류로 진화할 것이다.

■ 호모 에이아이시스의 진화

생물학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호모 에이아이시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사람과 컴퓨터의 접속 기술인 휴먼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낼 전망이다. 최근 뇌 과학 및 인지과학 기술의 발전 덕택에 뇌의 중요한 작동원리와 역할이 세포 단위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간의 뇌가 컴퓨터에 접속되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과 지식이 빅데이터로 전환될 수 있고, 기계로 구성된 몸에 인간의 의식이 접목된 사이보그가 탄생할 수도 있다.

향후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몸과 뇌가 끊임없이 개선되고 유지 보수될 수 있다면 과연 인간의 참모습은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실제로 특정 뇌세포나 뇌영역을 자극하여 인지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주 먼 미래에는 뇌 과학을 정복한 호모 에이아이시스가 전 지구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에도 관심을 가질 전망이다. 더는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할 시범을 준비하여 우주 탐사와 우주 식민지 건설을 준비할 것이다.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눈부신 문명의 발전을 이룩했지만 근본적인 생물학적 한계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호모 에이아이시스는 이러한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뇌 과학을 통해 증강된 지능을 가진 존재로 진화할 수도 있고, 선택적으로 기계화된 신체일부를 가질 수도 있다. 고속도로 발전될 인공의식과 데이터화를 통해 그 경계선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대해 나갈 수도 있다.

- 14 -

■ 생각을 잃어버린 '생각하는' 인간?

인공지능 기술 덕분에 스마트폰은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안에 탑

재된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이폰의 시리(Siri)는 농담까지 이해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묻기도 전에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여 필요 정보를 미리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시리에게 화가 나 "꺼져!“ 라고 소리치자 ”제가 뭘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라고 되묻기에 곧바로 ”미안“이라고 사과하니 ”괜찮아요. 벌써 다 잊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정도면 사람하고 대화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출근 시간에는 알아서 덜 막히는 길을 안내하며, 식사 시간이 되면 인근 식당 정보를 미리 보여 준다. 중요한 회의 시간이 되면 장소와 참석자, 협의 아젠다를 상기시킨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 생활은 더욱 편해지고 있다.

2014년 12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51분에 이른다. 같은 해 통계청이 조사한 하루 평균 간식, 식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56분이었다. 이미 우리 삶에는 밥보다도 인터넷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과연 바람직할까?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연결을 이어갈 수 있지만,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혜택을 누리는 대가로 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쳐 인류 생존에 필수였던 능력, 즉 깊은 사고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호모(Homo)는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고 사피엔스(Sapiens)는 ‘지혜로운(wise)’이다. 즉 학명에 나타난 호모사피엔스는 ‘생각하는 능력을 지닌 지혜로운 사람’이다.

우리의 뇌는 마치 서점과 같다. 서점은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나 인기서적을 고객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고,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전문서적은 분류별로 구분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한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지식은 생각만으로도 바로 대화로 연결되고 반복할수록 강화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말이나 지식은 입에서만 맴돌 뿐 선뜻 생각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15 -

역설적이게도 살아남기 힘든 거친 환경이 오히려 호모사피엔스의 뇌 능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직관적인 사고의 능력은 대부분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이며,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번식 욕구로 보존되어 있다. 따라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환경은 어찌 보면 호모사피엔스에게 매우 치명적인 독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중독은 어린이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3세 이전에 뇌 발달 속도가 가장 빠르고 그 다음 초등학교, 중학교 순이다. 또 뇌는 시기마다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영역이 있는데 그때 한창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될수록 뇌가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쓰는 과정에서 아이의 머리는 어떻게 될까? 우선 뇌 발달이 멈춘다. 사람의 뇌는 예측할 수 없는 대상과 오감을 통한 상호작용에서만 고르게 발달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사람과의 접촉이 아니다. 뇌의 수만 개 회로 중 스마트폰이 전달하는 일방적인 영상을 받아들이는 단 하나의 회로만 움직이며, 그동안 다른 회로는 쓰지 못해 점점 퇴화한다. 이 상태가 누적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뇌 발달에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감정을 관할하는 뇌 영역도 붕괴된다. 스마트 폰 속에는 일방적인 사람의 움직임만 있을 뿐,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다른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된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 이자 2011년 비소설부문 퓰리처상 후보였던 나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이후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검색 엔진을 통한 인터넷 서핑은 우리의 지식과 문화를 즉흥적이고 주관적이며 단기적으로 접근하게 만들어 깊이를 잃어버린 지식을 양산해 낸다” 고 경고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무력하게 종속되지 않으려면 그야말로 ‘정신 차려야’ 한다.

■ 궁극의 공부법

몇 년 전 장난기와 귀염성 가득한 표정의 열두 살짜리 소년이 전공 대학생들도 쩔쩔매는 미적분 문제를 신나게 푸는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 16 -

이 동영상은 업로드 즉시 조회 수 200만을 돌파하고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를 매혹시켰다. 소년의 이름은 제이콥 바넷이다. 생후 18개월 때 중중 자폐 판정을 받았고 전문가들로부터 16살이 되어서야 겨우 신발끈 정도 맬 수 있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니 제이콥은 천만 명 중 한 명 나온다는 천재성을 지닌 소년이었고 여덟 살에 퍼듀 대학교의 천체 물리학과 수업을 청강했다 열 두 살에 양자물리학 연구소의 최연소 유급 연구원이 되었고 첫 월급으로 집 지하에 본인의 중성자 연구소까지 마련했다. 제이콥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자폐전문가들이 제안했던 고통스런 교육방법을 따르지 않았고 자신만의 소신과 직관으로 아이를 양육했다. 모든 아이는 마음속에 자신만의 불꽃(Spark)을 품고 있으며 그 불꽃이 활활 타오르도록 도외주어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그녀는 아이에게 평범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 주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최대한 도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제이콥과 크리스틴의 아름다운 도전에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살아 있는 공부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최근 자기 계발의 방법 중 하나로 독서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다룬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000권의 독서 방법이 있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고 새로운 관점을 갖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지만, 1년에 100권씩 읽어도 무려 10년이나 걸린다. 그래서 단순히 많이 읽기보다는 독서와 함께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느낀 점들을 글로 써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유대인의 학습방법 중 ‘하브루타’가 있다. ‘친구’라는 뜻의 유대어 ‘하베르’에서 유래된 학습 방식인데 친구와 끊임없이 대화와 토론하면서 배우는 방법이다. 하브루타의 효과를 놓고 EBS 주관으로 흥미 있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조용한 환경에서 혼자 학습하는 그룹과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학습하는 그룹으로 나누고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게 한 다음 동일한 테스트를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말하는 공부방의 성적이 조용한 공부방 성적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이 방법은 장기 기억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혼자서 조용히 공부한 다음 24시간 이후 기억하는 비율을 확인해 보면, 듣는 것은 겨우 5~10%에 불과하지만 서로 설명하고 토론하는 방법은 무려 90%가 넘는다. 뇌 기억의 메카니

- 17 -

즘은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만 추려내어 핵심 단어니 제목을 저장했다가 이를 소환하여 이야기의 형태로 재구성한다. 따라서 소리 내어 말하는 것과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의 학습효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의 뇌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유의미한 실수를 통해 주요 정보를 장기적으로 보존한다. 단순 암기와 이해를 통해 일차적으로 불완전한 지식을 습득했다면, ‘문제풀이’라는 학습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짜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했던 것’을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활성화하는 문제풀이 방법은 마치 누군가와 대화나 토론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다.

■ 또 다른 진화를 꿈꾸며

세계적인 석학들이 하루 1시간 이상 명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동아>는 2011년 12월, 명상에 대한 흥미로운 특집 기사를 게재하였다.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는 명상을 통해 일어나는 뇌의 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한다. 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전기적활동이다. 뇌에 자극이 오면 뇌 속의 신경세포들은 전기적 신호를 낸다. 이러한 신호가 모여 특정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 뇌파이다.

과학자들은 뇌파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당 1~4의 횟수를 보이는 매우 느리고 불규칙한 뇌파가 델타인데 잠을 잘 때 나타나는 수면파다. 초당 4~8의 느린 주기를 보이는 뇌파인 세타파는 깨어 있는 상태와 잠든 상태의 중간이다. 흔히 세타파가 우세할 때 사람들은 깊은 통찰력을 경험하기도 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에디슨은 선잠 상태에서 연구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연구 도중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마다 가수면 상태에서 손에 쇠구슬을 쥔 채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쇠구슬이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에 깨어나서는 자신이 설계하던 것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 의대 심리학자 사라 라자 박사팀은 법관과 언론인 같은 지식인을 대상으로 하루 40분 짧게는 2달, 길게는 1년 정도 명상을 하게 했다. 그 결과 이들은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기분이 좋아지고 사고가 명료해졌다고 대답했다. 또 힘든 상황에 처해도 흔들리지 않고 주의 초점을 잘 유지할 수

- 18 -

있었다. 흥미롭게도 fMRI로 조사한 결과 자비심과 행복감을 담당하는 뇌부위가 0.1~0.2mm 더 두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는 뇌의 변화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종으로 거듭났다. 겉보기에 인류의 뇌는 더 이상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끊임없이 뇌의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뇌가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20세 이후에는 더 이상 변화나 발전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이는 오류임이 밝혀졌다. 20세 이후에도 자기학습과 명상을 통해 얼마든지 뇌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물론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변화가 워낙 급박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20세 이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가 학습과 긍정적 사고 그리고 명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가능하다.

■ 학(學)의 종말, 습(習)의 시대

‘학습’이라는 단어는 <논어>에서 유래되었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아- 배우고 끊임없이 익히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에서 따온 말이다. 학습은 이 구절의 준말로, 배운다는 의미의 학(學 과 익힌다는 뜻의 습(習)이 합쳐진 단어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공자가 활동했던 2,500년 전 사람들은 강의를 통해 배웠다. 당시에는 책이 매우 희귀한 자료였기에 공자나 맹자 같은 선각자들이 말로 하는 강의를 들으며 배웠다. 그런 강의를 듣는 것이 학(學)이라면 강의를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익히는 것이야 말로 배움의 완성이었다. 그래서 공자는 “배운 것은 시간 나는 대로 익히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고, 여기에서 학습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처럼 동양은 이미 2,500년 전부터 배움을 ‘배울 학’과 ‘익힐 습’이라는 두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말을 사용해 왔다.

영어의 Learn이나 Study에는 이런 두 개의 뜻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서양에서는 20세기가 되어서야 이 두 개념을 나눠서 규정했다.

따라서 공자가 말한 ‘학이시습지’는 지식이나 정보를 배우고 그것을 끊임없

- 19 -

이 익혀서 내 몸 안에 저장하는 것이다. 학(學)이라는 과정은 인간이 소유한 지식 중 설명할 수 있는 일부만을 다루고 있다. 경험과 숙련을 바탕으로 한 내재적 영역인 ‘습’이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다.

우리는 보통 공부라고 하면 조용한 독서실에서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정독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앞에서 언급한 ‘학’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문제는 이 ‘학’의 과정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학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현대는 너무 많은 정보가 문제다. 새로운 지식의 폭주로 제대로 걸러내지 않은 지식을 아무 생각 없이 공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당 분야 지식의 반 정도만 살아남고 나머지 반은 오류로 밝혀지거나 낡은 내용이라서 더는 유효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물리학의 반감기는 약 10년, 비뇨기과는 7년, 성형시술은 9년, 경제학 및 수학은 9년, 심리학이나 역사학은 7년 정도이다. 이처럼 정보나 지식은 계속수정 및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따라서 중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이나 대학 시절 전공으로 배운 지식이나 내용들도 졸업 후 몇 년이 지나면 쓸데없는 지식이 되어 버린다.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와 지식의 반감기라는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옥석을 골라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습(習)이란 말은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내게 가장 익숙한 상태로 내재화 된 것을 의미한다.

내재적 지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동일한 특정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습관’이 형성된다. 습관에는 뇌 과학의 비밀이 숨어 있다. 오늘 운전하면서 출근했던 과정을 생각해 보자 운전하면서 무심코 보았던 앞 차의 번호판을 기억하는가? 출근 도로에서 지나쳤던 사거리의 신호등 숫자는 ? 이런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뇌에 더 큰 문제점이 생기기 전에 어서 병원에 가야 한다. 운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정보를 기억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운전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습관을 형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뇌는 일정 자극이 반복되어 습관화가 이루어지면 이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게 만든다. 가뜩이나 저장해야 할 정보도 많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 20 -

전두엽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류는 ‘습관’이라는 독특한 능력을 진화시켰다.

‘습’의 중요성은 단지 특정 분야의 탁월함에 그치지 않는다. 흔히 천재만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창의성이나 직관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창의성을 키운다면서도 과도하게 새로운 발상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새로운 발상도 중요하고 호기심이나 다양한 시도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창의적 사고라고 할 수 없다. 창의성이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유용하기도 한 결과를 내 놓을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기초적인 지식과 기술을 쌓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습’의 노력을 해야만 창의성이나 직관도 생긴다. 아인슈타인은 공부 못하는 엉뚱한 학생이었고 평범한 특허청 직원이었다가 기발한 발상으로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고등학교 성적표는 A로 가득했고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서 오랫동안 연구에 매진했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 중 절반은 노벨상을 이미 받은 스승에게 사사 받았고, 남들보다 2배는 많은 논문을 써냈다.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아서 30대 후반 무렵에야 노벨상에 해당하는 업적을 이뤄냈다. 창의성은 수많은 지식들을 내재화하는 오랜 습(習)의 과정을 바탕으로 서서히 만들어 진다.

구시대적인 학(學)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다수의 고소득 전문가 기업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제는 학(學)에 매진하던 시간을 습에 쏟아 부어야 한다. 잘못된 학은 종말을 맞이하고, 진정한 습(習)의 시대가 오고 있다.

■ CEO 부군 신위

‘학생부군 신위(學生府君神位)’라는 말이 있다. 제사 지낼 때, 벼슬 없이 돌아가신 분의 영정에 쓰는 지방을 말한다. 벼슬은 없었지만 평생을 배우며 살다 간 사람이라는 뜻에서 ‘학생’이라는 말을 붙인다. 인간으로 태어나 일평생을 배우며 살다 인생을 마감하는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삶을 이처럼 극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 21 -

그러나 이제는 ‘CEO부군신위’의 시대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CEO 가 될 거라는 말이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의학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다. 퇴직은 빨라지고 인생은 길어지는 시대, 인생의 절반은 퇴직 이후가 되는 사회, 더구나 인공지능 로봇에게 많은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회를 맞이한다. 인공지능에게 빼앗기지 않는 직업 중 하나가 사업가다. 1인 기업이든, 2명 짜리 작은 회사든, 많은 사람들은 CEO로 살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인공지능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단순 업무부터 글 쓰는 기자, 소설가, 화가, 의사 등 수많은 직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 직종일수록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침투하기 쉽다. 전문화의 정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이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사업가는 그런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일 것이다. 주어진 상황을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수많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며 투자자, 고객, 협력업체, 임직원 등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 중 가장 핵심 역량은 사람들의 신뢰를 모으고 이것을 협력으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들은 청년 창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하지만, 창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호기롭게 창업해도 몇 달도 못 버티고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돈을 벌려는 목적이라면 사업을 하지 말라.” 너무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포기한다는 것이다. 사업가는 열정과 믿음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사업에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고 있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다니는 회사 안에서도 얼마든지 이러한 사업 속성에 대해 의식적 훈련을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라. 돈이나 시간이 드는 일도 아니다. 그저 내가 이 회사의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지 의식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를 ‘CEO 마인드 훈련(CEO Mind Training)' 줄여서 CMT’이라고 하자. 사장의 마인드로, 오너의 마인드로 회사의 사무실 인테리어 인테리어부터, 사무실내 쓰레기통, 화장실 청소에 이르기까지 아주 작은 것부터 매사에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지 틈틈이 생각하는 것이다.

CMT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도 도움 될 뿐 아니라 훗날 사업가로 거듭 날 수 있는 훌륭한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인생은 길어지고 직업의 유지 기간은

- 22 -

짧아지는 시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은 꼭 하게 되는 CEO, 지금 무슨 일을 하든 결국에는 누구나 한 번은 ‘사장님’ 소리를 듣게 되는 시대가 온다. 지금부터 CMT를 시작하자.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 에필로그 1 by 이현준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고사성어로 남상(濫觴 넘칠 람, 잔 상)‘이 있다. 말 그대로 “잔이 넘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강인 장강(長江, 양쯔강), 무려 6,211 Km를 달려 중국 대륙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겨우 잔 하나 넘치게 할 정도의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시작, 그 작은 시작이 나중에 심히 장대해 진다는 말이다. 이것이 비단 강에만 해당하겠는가?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이와 같을 것이다. 작고 초라한 시작이라고 해서 그 끝도 작고 초라하지만은 않다.

0 메드트로닉

- 의료기기 시장 세계 1위

- 설립자 : 얼 바켄

보잘 것 없는 동네 2년제 전문대 전기공학과 졸. 2차 대전 후 3류 전문대 졸. 우연히 술집에서 왈튼 라일헤이 라는 미네소타주립대 병원의 심장외과 의사를 만나 심장 환자들이 전기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의 전공인 전기공학을 살려, 시골 아버지 집 허름한 차고에서 회사를 차리고 메드트로닉 이라는 이름을 붙임

- 그렇게 조악하게 시작한 메드트로닉은 현재 전 세계 환자들을 살리는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가 됨

우리는 이 책에서 감히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 했다. 물론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 본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미래를 말하면서 정작 그 미래에 함께 하고픈 우리의 꿈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기만이고 거짓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이야기를 남 예기하듯 하면 안 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스마트러닝 사업가이자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 23 -

미래는 그런 꿈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5천년 이상 이 땅에 살면서, 숱한 외세의 침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이겨온 우리 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위대한 힘이라고 믿는다.

■ 에필로그 2 by 황태섭

“헌법은 추구할 권리를 국민에게 부여한다. 그러나 그 행복을 낚아채는 건 당신의 몫이다.” - 벤자민 프랭클린

이 책을 쓰면서 참고한 유발 하라리 교수의 특강은 인류 수백만 년의 역사를 ‘힘’, ‘통합’, 그리고 ‘행복’이라는 세 가지 화두로 새롭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인류의 막강한 힘의 근원과 행복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하라리 교수에 따르면 행복과 힘은 상충관계에 놓이는 듯하다. 우리는 잠시 행복을 느끼다가도 이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더 큰 힘을 추구하게 만들었고 여건이 개선될수록 기대치 또한 더욱 올라가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인류가 갖게 된 강력한 힘은 자신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거나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결국 행복을 낚아채는 건 당신 몫이다. - 끝 -

2018년 6원 9일

- 24 -

]


반응형

'독서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정 스님의 뒷모습(2)  (0) 2018.07.02
법정 스님의 뒷모습   (0) 2018.06.21
습(習)의 시대   (0) 2018.05.21
기다리는 행복(2)  (0) 2018.05.08
기다리는 행복  (0) 2018.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