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12. 14:04ㆍ독서후기
포노 사피엔스(2)
◉ 디지털 플랫폼전쟁 :
문명의 전환은 모든 국가에 절대적 기회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유통을 바꾸는 기업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의 성공 비결은 포노 사피엔스 기대에 맞춰 고객이 원하는 걸 철저히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오픈한 오프라인 유통점 허마셴성은 대형마트 시장을 뒤흔드는 돌풍의 주인공입니다.
1. 기존 마트의 평당 매출보다 4배를 올리는 힘은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 와 빅데이터 사용법을 적용한 고객중심 사업기획에 있음
2. 고객의 65%는 25세에서 35세의 여성층이고 그들이 원하는 소비를 그들의 방식대로해주기 위한 시스템 운영
* “데이터는 고객의 마음이다.” - 제프 베조스 (아마존의 CEO)
■ 소비자가 왕인 시대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의 비즈니스는 ‘고객이 왕인 비즈니스’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포노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디지털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왕인 시대에서 소비자가 왕인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손에 쥔 스마트폰 덕분에 어느 기업이든 나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만 제공하면 순식간에 이동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죠.
어느 새 중국은 디지털 문명에 기반하여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의 나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30년경에는 정말 미국과 한 번 붙어볼 만하다는 게 세계 졍제의 상식입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만한 라이벌로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우리 문명은 어디에 있을까요? 경제 이슈를 보면 대기업 및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권익 다툼만 한창입니다. 이런 이슈를 다른 나라에서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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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기 힘든데 말이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충돌은 미 중 간에도 사라진 이슈입니다. 이념의 충돌이 아닌 시장의 충돌, 무역전쟁만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우리의 문명 시계는 1980년대에 멈춰진 듯합니다. 기존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기업들과 근로자, 약소기업 간의 불평등 관계를 빌미로 정치권의 패권다툼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좌파든 우파든, 정치인들은 이 땅에서 장사하려면 소비자가 아니라 정치권력에 잘 보여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를 유지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온통 정치권력을 이용해 시장을 이념적으로 컨트롤 하겠다는 이야기뿐입니다. 혁명 시대의 생존 전략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세계 문명을 리드하는 미국이나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을 보면, 가장 큰 경제 이슈는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환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화)에 따른 위기관리 및 기회의 창출입니다. 그러나 이들 이슈는 우리 언론 어디에도 언급한 줄 없습니다. 대륙의 시계가 팽팽 돌아가는 사이 우리는 멈춰진 시계 앞에 모여 부지런히 구호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 미국과 중국이 선택한 기준
디지털 소비 문명을 즐기는 소비자가 이미 전 세계 50%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에게는 국경의 의미도 사라지고 있죠. 유튜브는 이미 카카오, 네이버를 꺾고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최고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등극했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를 통한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젊은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자동차 노조와 경영진 모두에 염증난다며 같은 값이면 외제차를 구매합니다.
지점도 없는 카카오뱅크에 680만 명이 몰리는가 하면 에어비엔비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구는 매년 폭증합니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우버(스마트폰 앱으로 택시가 아닌 차량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와 디디추싱(중국의 차량 굥유 서비스) 같은 서비스를 경험하며 점점 우리 시장에 대한 불편함과 분노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문명의 전환은 모든 국가에게 혁신의 절대적 기회입니다. 디지털 문명 시대로의 전환도 위기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혁신의 방향도 매우 바람직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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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디지털 문명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기업은 자연스레 퇴출됩니다.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이들의 생존을 보장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생사를 결정합니다. 물론 법적으로 신규 기업의 진입과 경쟁을 보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곳이 미국과 중국이 선택한 새로운 기준입니다.
기존의 자동차와 택시가 외제차나 우버보다 빨리 혁신을 해 나아진다면 물론 더 많은 선택을 받아 살아남겠죠. 그러나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이념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기 이익보호에 눈먼 ‘깃발’들에게 지갑을 열어줄 바보 소비자는 이제 거의 없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기업 이익에만 눈이 멀어 권력과 손잡고 소비자는 개돼지 취급하는 일부 몰지각한 기업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 피할 수 없는 선택
소비자는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들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더 나은 서비스를 향해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든 소비자는 선택권을 갖게 되었고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권력을 자유의지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한 소비자들은 이미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기업에게로 옮겨가고 있고 기존 방식에 의존하던 우리 기업들은 점점 어려워지는 중입니다. 정치권력의 힘으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같은 법적인 문제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착각은 이제 내려놔야 합니다. 문제는 높은 지식수준을 갖춘 데다 선택권까지 가진 소비자입니다. 점심 한 끼를 먹을 때도 맛집을 찾아 골라가는 소비자입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나도 검색하고 찾아내어 최저의 가격으로 구입하는 소비자입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늘어난 건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날이 스마트해지는 우리 소비자들에게 이념의 낡은 옷을 입히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한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기만 합니다. 미국 대륙도, 중국 대륙도 오로지 소비자만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택해서 판을 흔드는데 성공했고, 그걸 본 일본과 독일도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시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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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우리끼리만 잘하면 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글로벌 경제에서의 경쟁력은 우리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산업을 살찌우려면 글로벌경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과 공감대를 형성해야합니다.
지금처럼 기업과 노동자의 대결구조로 해결된 문제가 아닙니다. 시장의 생태계가 바뀌는 혁명의 시대,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문명의 기준을 함께 돌아봐야 합니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계와 동떨어진 문명 기준으로는 어떤 정치 체계로도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해 왔습니다.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의 대륙 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지털 문명 시대를 향한 혁신, 그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 기술 혁신보다 사람의 변화가 먼저였다.
다보스 포럼의 의장 클라우스 슈밥은 기술의 혁신이 오늘의 디지털 문명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사람의 변화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 모든 데이터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죠. 물론 시작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변화도 디지털 기술이 그 시작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1,2,3차 산업혁명 때처럼 제조기술의 혁신이 시장의 혁명을 이끈 것이 아니라 인류 소비문명의 변화가 혁명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방향성의 차이가 명백합니다. 말하자면 기술은 거들었을 뿐인데 소비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면서 소비시장을 통째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혁명은 산업혁명이 아닌 소비시장 혁명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잘 맞는 듯합니다.
* 다보스 포럼 : 세계경제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하는 세계 민간회의, 1971년 창설, 매년 1~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회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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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방탄소년단)와 ARMY(BTS팬클럽)
팬덤이 소비혁명을 주도한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세계 공통의 소비재, 음악의 소비 패턴을 보면 소비문명 변화의 방향과 세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우리 아이돌 BTS의 세계적인 인기는 자발적인 ‘팬덤(팬 전체)소비’가 소비시장에 얼마나 무서운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데이터입니다.
■ BTS가 무너뜨린 성벽
2018년 BTS는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무려 두 번이나 차지합니다.
빌보드 200 차트는 앨범 판매 금액을 집계한 것으로 진정한 음악의 왕좌를 결정짓는 메이저 차트입니다.
기존 미국의 음악 비즈니스업계는 외국 노래가 SNS상의 인기만으로는 쉽게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성벽과도 같았습니다. 오랜 빌보트 역사에 외국어 노래가 1위를 차지한 건 10번이 채 안되고 그나마 마지막 1위도 2006년 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BTS가 그 거대한 성벽을 일거에 허물어 버린 것입니다. 3개월 사이에 두 번씩이나요.
천만 명이 넘는 BTS의 팬클럽 ARMY는 신곡 뮤직비디오가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로 영상 링크를 실어 나르며 무려 70개국에서 아이튠즈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게 합니다.
BTS뮤직 비디오는 10대라면 꼭 봐야하는 콘텐츠로 각인됩니다. 그 덕에 많은 팬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BTS 콘텐츠는 유행처럼 번집니다.
바비 인형을 판매하는 세계적인 완구 기업 마텔이 2019년에 BTS 멤버를 바비 인형처럼 만들어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당일 이 회사의 주가가 7.8% 폭등했습니다. BTS의 팸덤(팬 전체, 팬들의 무리)이 어느 정도 위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BTS의 성공은 이제 온라인에서의 히트가 음악시장 자체를 장악하는 힘이 생겼다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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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유통에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TV와 라디오 등 방송매체는 이미 절대권력을 상실했고, 그 자리는 디지털 플랫폼이 차지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음악 인기는 소비자가 정합니다.
■ ARMY(BTS팬클럽)는 위대했다
BTS의 성장 과정은 세계 대중 음악사의 새로운 기록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돌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YG, SM, JYP소속이 아니고는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었습니다. 이유도 명확합니다. 아이돌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동안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고 음악을 확산시키는 데도 많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방송국, 광고계, 음반업계 등 기존 음악 네트워크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죠. 그래서 대기업이 아니고는 이런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고 반짝 인기가 있더라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BTS는 벤처시업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다. 방시혁 대표는 JYP의 박진영 대표와 함께 일하다 독립해 이 회사를 차립니다.
TV, 라디오, 방송매체에 자주 나올 수 없었던 BTS는 데뷔부터 유튜브 방송을 이용합니다. 그 유명한 유튜브 ‘방탄’입니다. 또한 BTS는 팬들과의 소통은 오로지 디지털 플랫폼에서 하겠다는 전략을 취하죠. 자신들의 춤과 음악이 매력젹이라면 팬들이 저절로 생길 거라고 믿은 겁니다. 거대한 음악 비즈니스계의 상식으로 본다면 참으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과거 전통적인 방송과 콘서트가 갖고 있던 파워를 이제는 SNS를 통해 연결된 팬덤이 갖게 된 것입니다.
■ 소비자가 남긴 데이터
0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말입니다.
1. 음악의 소비패턴은 곧 다른 문명으로 확산됩니다. 최근에는 이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2. 기존 비즈니스 생태계의 힘은 점점 줄어들고 새로운 소비문명은 급속히 확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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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기도 전에 또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는 형 국이며 그것이 디지털 문명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학습해야 합니 다.
저도 ARMY입니다. 특별히 활동은 안 하지만 뮤비도 열심히 보고 더욱 성공하기를 온 힘을 다해 응원합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한글을 전파한 영웅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음악을, 이렇게 환상적인 콘서트를, 이렇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만들어 세계를 감동시킨 우리의 청년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8천만의 롤드컵 :
올림픽의 8배 시장효과로 증명한 것
2017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롤드컵(리그오브 레전드 월드컵 챔피언 쉽)결승전, 우리나라의 SKT TI팀과 삼성 갤럭시 팀이 맞붙은 이 경기의 시청자 수는 8천만 명으로,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수 천만 명의 8배였다. 이것으로 증명된 사실은 게임산업은 이미 엄청난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했음을 증명한다.
■ 축구는 스포츠고 게임은 마약이다?
한 학생이 그러더군요. 2017년도 롤드컵 결승전을 집에서 보고 있었답니다. 중국의 심장 베에징 한복판에서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대한민국 팀끼리 결승전을 벌이는 장면이 정말 짜릿했다고 합니다. 열심히 응원하며 인터넷 방송을 보고 응원의 댓글도 달면서 열광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셨답니다. 아들이 보고 있던 방송이 게임방송이라는 걸 알아챈 아빠는 몹시 화를 내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고 합니다.
“이제는 게임을 하다 하다 TV중계까지 보냐?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이런 내용으로 야단을 맞은 겁니다. 학생은 “죄송합니다.”하고 컴퓨터를 껐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태연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켜시더니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보시더랍니다. 학생이 제게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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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드컵 결승이랑 축구 경기랑 무슨 차이가 있는 거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LOL(이하 롤), 펜타스톰, 스타크래프트 2, 하스스톤, 클래시로얄, 프로에볼루션사커 2018 등 6개의 인기 게임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어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롤의 결승전 인터넷 방송때는 서버가 터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합니다. 정식종목도 아니고 시범 종목이었는데 말이죠. 지상파 인터넷방송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이제 게임방송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자조적인 반성까지 했다고 합니다. 자발적인 팬 층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이대호보다 높은 프로게이머의 연봉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e스포츠의 대표적 게임 롤의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중국 텐센트 자화사입니다. 텐센트는 이 게임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개발 기업인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 100%를 거액을 들여 인수해 버렸죠. 이후 게임을 개발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1. 국가별 및 대륙별 대항전 등을 만들어 ‘보는 게임’으로 발전
2. 월드컵 경기를 본떠 롤드컵이라는 세계챔피언십을 만들고 매년 2억 명 이상이 열광하는 스포츠로 발전시킴
3. 롤의 전문 방송국 운영
이 방송국에서는 세계 최고의 롤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의 연습 장면을 중계하고 싶다고 해서 계약을 했는데요, 첫 방송에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페이커는 2017년도 정식 연봉이 30억 원으로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인 이대호(25억)를 훌쩍 넘었습니다.
롤의 인기를 단순히 게임에 묶어두지 않고, 스포츠 이벤트로 발전시키면서 축구나 야구가 성장했던 길을 따라 전 세계 신인류들이 즐기는 스포츠 산업으로 키워가는 중입니다. 게임 기업들은 엄청난 수입을 올리면서 청년들이 좋아하는 질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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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도전하려는 생각보다 두려움에 주저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PC 기반의 게임 시대에 대한민국에는 엄청난 인기를 끈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그에 따라 산업도 크게 발전했죠.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거대 기업으로 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부작용에 눈을 떠버립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중독되어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규제를 만들어 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 산업이 무너지고 말았죠. 미국과 중국은 같은 데이터를 다르게 읽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여 중독이 일어난다면 그건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겁니다. 그리고 축구도 야구도 중독성이 강합니다.
우리의 눈높이는 너무 어른들 생각에 고착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어른들의 판단에 따라 부작용만 생각하다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는 여전히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미 충분한 재능과 가능성을 입증했는데도 말이죠. 게임이 거대한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한 건 이제 미국과 중국, 유럽 대륙에는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그 상식이 산업을 낳고, 일자리를 낳고 번지고 번져 우리에게 돌아올 때쯤이 되어야 받아들이려나 봅니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가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 게임문명 : 위험하지만 배워야 할 숙명
저는 학생들에게 게임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세계 최고의 게임기업인 텐센트가 세계 10대 기업 리스트에 오를 만큼, 이제 게임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산업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그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이미 게임은 인류의 30% 이상이 즐기는 새로운 오락 문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언제, 또 어느 곳에서든 결국에는 게임문화에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못하게 하기보다는 적절히 절제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중독은 피할 수 없다
인류에게 중독은 필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가장 오래되었고 그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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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것이 술과 담배, 도박입니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청소년들이 아예 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술의 경우 타인에 대한 피해도 엄청납니다.
우리나라의 어른들은 게임이라는 낯선 중독문화를 만나면서 사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야단치고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부모가 눈앞에서 못하게 하는 건 할 수 있지만 친구들끼리 있을 때까지 막을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나누어 가르쳐야 합니다.
위험하지만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할 세대들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보살핌만 있다면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확신이 안 설 때는 우리가 청소년일 때 어떤 것들에 중독되었는지 한 번 되돌아보십시오. 매일 술을 마시는 게 자랑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당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들도 있고 당구에 미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술과 당구를 행복을 느끼게 하는 도구로 만들면서 현재의 자리에 왔습니다.
◉ 앱의 주인 : 모든 것은 ‘포노’들이 결정한다
■ 사장님이 좋아할 앱은 버려라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열어 온라인 상점을 만들고 앱도 제작해 배포합니다. 그런데 새로운 문명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장 만들다 보니 사용 방식도, 이것을 확산시키는 마케팅 방식도 그들의 문명과 맞지 않습니다.
앱을 개발하기로 결정하면 진정으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고집하고, 내가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순간, 길을 잃게 됩니다. 성공한 앱들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소비자를 매료시킨 카카오뱅크는 포노 사피엔스의 지향점을 보여 줍니다. 터치 수를 최대한 줄여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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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게 해주는 겁니다.
첫 페이지는 회사 소개를 담고, 다음 화면은 막 출시한 상품광고로 하고, 소비자 메뉴는 별도로 만들어서……. 이런 방식은 포노 사피엔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벅스앱도 마찬가지입니다. 앱을 열고 한번 흔들면 바로 카운터에서 결재가 가능하죠. 이런 경험은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별것도 아닌 이 차이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건 꼭 써봐야 해.’가 되고 그것이 서비스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사장님이 좋아할 앱에 초점을 맞추고, 과장님이 점검을 하고 회사 소개하는 건 꼭 넣어야 하고, 이런 절차가 고객과 틈이 벌어지는 가장 강력한 이유입니다.
■ 앱 안 쓰는 사람은 빼고 가라
회사의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디지털 문명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나의 시각이 어느 문명에 맞춰져 있는지를 아는 것부터가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혁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문명을 표준 문명으로 인지하는 일입니다. 이 길은 어렵지만 생존을 위해 꼭 가야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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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갈아엎다
온디멘드(On-Demend) : 모바일 기술, IT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대해 즉각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 활동
◉ 패턴의 변화 : 포노사피엔스는 ‘흔적’을 남긴다
0 신산업 기획의 3콤보
디지털 문명에 맞춰 사업을 기획하려면 신산업 기획의 ‘3콤보’가 필요
* 콤보(캄보) : 소규모 재즈 악단
1. 디지털 플랫폼 2. 빅 데이터 3. 인공지능에 대한 학습이 필요
* 디지털 플랫폼 : 전 세계인이 스마트폰 앱스토어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 활동에 나설 수 있는 디지털 공간
* 데이터 : 증명, 판단, 사실 등을 뒷받침하는 자료
* 콤보(캄보) 소규모 재즈 악단
■ 소비의 변화를 읽다
지금은 소비의 문명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시대입니다. 이것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축되고, 서버와 앱 ․ 웹의 관계는 어찌 되는지, 소비자는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잘 모른다면 배워야 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이자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음악 소비의 변화가 미래 산업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이야기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음악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제품 산업은 몰락합니다. 샤프, 도시바, 제이브이씨, 산요와 같은 일본의 대표적 기업들도 사라져 갔죠. 그뿐이 아닙니다. CD를 만드는 기업, CD 플레이어를 만드는 기업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도 못하는 사이 사라진 제품도 있습니다. VCR과 그 뒤를 이은 DBD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영화를 DBD로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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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거의 사라진 듯 합니다. 어느새 미디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운로드해서 소비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음원 매출이 음반매출보다 10배 이상 높습니다. 미국은 음원 매출이 3배 정도 높죠. 일본은 아직 음반 매출이 음원보다 높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8년 음원 매출이 음반 매출을 넘어섰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의류기업을 다녀왔습니다. 오랜 전통의 기업으로 오프라인매장이 국내에서 가장 많고, 홈쇼핑, 인터넷, 모바일 등 거의 모든 방식으로 의류를 유통하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33%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33%의 매출 비중은 음악에 이어 가장 보편적 소비재인 의류의 유통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명확한 데이터입니다.
■ 한 번 별로면 떠난다
결국 모든 소비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숙명입니다. 이래서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소비 시대에 음악의 소비를 결정하는 건 방송이라는 절대권력이었습니다. TV나 라디오를 통해 음악이 전파되고 팬들의 선택을 받으면 오프라인 상점을 통해 CD라는 제품이 팔려나가 비즈니스가 완성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되면서 음악 소비에 있어서 절대적이던 방송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 겁니다.
이런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전환은 대기업에게는 매우 생소한 상황입니다. 거대 자본이 필요한 TV광고는 대기업들에게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그 자리를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플랫폼은 이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찾아온 다음이 문제입니다. 한번 경험한 고객들이 ‘별로네’하는 순간, 순식간에 고객들이 빠져나가버립니다.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이죠. 권력이 거대 브랜드 파워 안에 존재한다고 믿다가 소비자에게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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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 체험하게 된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대기업들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사업무대를 전환하다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비즈니스는 고객의 자발적 선택과 팬덤에 의해 성장 합니다. 그래서 이제 디지털 소비 문명에 익숙한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잘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 빅 데이터를 가진 자들
그렇다면 벤처 기업들은 어떻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요 ? 그것이 3콤보의 두 번째 요소는 빅데이터의 힘입니다.
포노 사피엔스는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남깁니다. 사이트마다 들어가 흔적을 남기고, 폰으로 결제 정보도 남기고,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행동은 데이터로 축적됩니다.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많고, 형태도 다양하며, 정형화하기도 어려운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부릅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이러한 고객의 많은 흔적에 집중했습니다.
아마존이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만든 게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된 것입니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아마존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남겨주는 서비스로 성장했습니다. 아마존이 유통기업이라기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고객의 흔적을 통해 그들이 찾고 있는 걸 추천해주기도 하고, 한 고객이 만족해 한 제품을 유사한 취향을 가진 고객에게 추천해 주는 등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들을 데이터 기반으로 끊임없이 제공했습니다. 아마존이 소비자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추천 서비스를 개발한 건 이후 디지털 플랫폼 업계에 교과서처럼 확산됩니다.
■ 아마존의 ‘데이터 채집기’
빅 데이터가 쌓이면서 고객 중심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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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으로 떠오른 게 바로 인공 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중에서 딥러닝은 데이터 학습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아마존처럼 오랫동안 빅 데이터 분석을 수행해온 기업에게는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러닝 알고리즘을 확립하고 비즈니스별로 다양한 시스템에 활용합니다. 빅 데이터가 풍부해지면 예측은 더욱 정확해 집니다.
출발은 고객 추천 시스템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출발한 추진 시스템은 비디오, 패션, 뷰티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2018년부터는 의약까지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4천 명의 인공지능 전문가를 채용했고 앞으로 더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를 채용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미래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 인공지능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마존은 디지털 플랫폼,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을 가장 잘 결합해서 성공한 기업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생존 여부는 고객의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모든 순간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플랫폼 기업들이 형성한 디지털 소비 생태계를 보면 로봇, 사물 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드론, 3D 프린터 등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원래 기업들은 ERP(전사적 자원관리)라는 걸 만들어 쓰면서, 회사의 업무를 잘 디지털화 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이제 소비자들까지 디지털로 거래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통합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고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는 시도가 플랫폼기업들의 전략 핵심입니다.
제조업도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됩니다. ‘소비, 물류, 회사경영까지 디지털 데이터가 통합되었는데, 제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이 고민이 만든 게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입니다. 유통의 개입 없이 소비자 구매 데이터만 받아 제품을 만들고 배송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장을 꾸민 것이죠. 여기에 정밀 로봇과 3D프린터, 사물인터넷과 센서가 집중 투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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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은 수요가 있어야 발전합니다. 무작정 신기술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보니 구체화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의 기술은 어떤 스토리를 담을지 생태계를 이해하면 답이 보입니다.
회사가 디지털 소비방식에 적응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기본 철학과 지식, 그리고 공감대가 꼭 필요합니다. 그것을 함께 학습해야 합니다. 그 철학의 근간은 ‘오직 고객이 왕이다.’라는 생각입니다. 이 진부한 문구는 여전히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래서 시장 경험이 풍부한 ‘오래된’ 사람도 중요합니다.. 명심할 것은 여러분이 지금 만나는 이 고객은 상식속의 고객이 아니라 새로운 인류 ‘포노 사피엔스’라는 것입니다.
◉ 제품 디테일 (Detail : 세부적인)
미세한 차이, 그러나 결정적 차이
■ 앵프라맹스, 팬덤의 기초
0 앵프라맹스 : 눈으로 알아채기 힘든 미세한 차이
0 팬덤 :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현상
앵프라맨스의 뜻은 이렇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너무나 미세한 차이, 그러나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 차이’ 화가 뒤상은 기존 기성품과 물리적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는 변기를 산택한 후, 거기에 앵프라맹스를 더해 엄청나게 많은 의미를 담은 예술품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이 미묘한 차이는 팬덤을 만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택시와 우버는 다르지 않습니다. 똑같은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서비스이고, 요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업의 본질도 같습니다. 그런데 포노 사피엔스의 감성에 맞춰 미묘한 차이를 더한 우버에 엄청난 소비자가 몰렸습니다.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입니다. K뱅크와 서비스의 본질에서 차이가 없는데 ‘귀엽다’라는 미묘한 차이로 출범 1년 만에 680만 고객이 열광하게 된 것입니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에 그들을 열광시키는 팬덤을 만들어 내려면 결국 앵프라맨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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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테일로 이룬 한반도 신화
우리나라는 명백한 제조 중심국가입니다. 그 위상도 대단합니다. 2018년 수출액이 6천억 달러(약 676조원)를 넘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이 기록을 7번째 국가라고 합니다. 거의 모든 수출이 제조에서 나온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강력한 제조 국가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제조 산업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이룬 사람들은 대거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정말 존경받을 만한 세대입니다. 인류 현대 100년사에, 아무런 과학 기반없이 식민지에서 출발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유니세프로부터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제공하게 된 세계 유일 국가이기도 합니다.
제조업으로 가면 더욱 놀랍습니다. 철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던 시대에 세계 1위의 철강회사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엄청난 기술력을 요구하는 조선업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합니다.
최근에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핵심 제품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국민소득 100달러 이하이던 최빈국이서 태어나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잘 사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욕심으로 살아온 세대가 만들어낸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기적입니다.
팩트(사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몇몇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대로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있었고 기업들은 탐욕스러운 수탈만 일삼아 왔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을 까요? 그렇기만 했던 나라들은 대부분 망해버렸습니다. 그것은 기성세대가 유래가 없는 노력과 실력으로 기적 같은 현실을 만들어 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 놀라운 팩트가 우리나라에서만 정치 논리로 인해 저평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패스트 팔로워 전략
독일의 아디다스는 스마트팩토리의 상징으로 불리는 새로운 개념의 신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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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스피드팩토리’를 독일에 세우고 시범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이 공장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소비 개념에 맞춰 온디맨드 생산을 실현한 사례입니다. 온디맨드란 모바일과 같은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경제 활동을 말합니다.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로봇과 3D 프린터가 신발을 만듭니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생산에 들어가 5시간이면 제조가 완료됩니다. 년 생산 50만 켤레의 설비에 직원은 10명, 나머지 업무는 모두 자동라인이 해결합니다. 주문이 없으면 생산도 없고 따라서 재고도 없습니다.
우리가 스피드 팩토리에서 배워야 할 점은 소비 방식에 맞춰 제조방식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소량이든 대량이든, 소비자가 선택하면 생산하고 아니면 생산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소비자는 여러 디자인 중에서 맘에 드는 걸 고를 수 있고 제조 시스템은 이에 대응해서 24시간 내에 제품을 제공합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온디맨드 소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제조 방식이죠.
◉ 캐리 TV의 성공
‘유튜브’라는 생태계의 법칙
■ 유튜브에 광고를 얹다
우리나라 미디어 소비 변화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번 분석해 보죠. 2016년 네이버는 광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종국엔 지상파 TV 3개사, 그리고 신문 3,700개사의 광고비를 추월합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신문과 지상파 TV보다 커졌다는 뜻입니다. 네이버가 광고의 대세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이, 2016년부터 유튜브의 사용 시간도 폭발적으로 증가 합니다.
2018년에는 유튜브앱의 하루 사용 시간이 네이버에 비해 무려 2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명실공히 유튜브는 우리나라 미디어 소비의 대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TV와 신문의 위기가 기업들에게도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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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해 줄 여유가 없어졌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시장을 지배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심지어 아마존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TV광고를 중단했습니다. TV광고와 매출의 연계성이 높지 않다는 테스트까지 거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동시에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한 광고는 확대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거의 모든 플랫폼기업들의 교과서가 됩니다.
포노 사피엔스들은 TV와 신문에 익숙한 세대와는 미디어 소비의 방식도 콘텐츠 특성도 아주 다릅니다. 그러니 기존방식으로 제작된 광고를 자꾸 떠먹여봤자 효과가 나지 않는 겁니다. 이들은 무엇을 사야 한다고 자꾸 떠먹여 봤자 효과가 나지 않는 겁니다. 이들은 무엇을 사야 한다고 강요하는 광고에 대해 그리 익숙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광고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 캐리 TV가 성공한 이유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 유튜브 방송이 캐리 TV입니다. 원래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시작했었죠. 캐리 TV가 성취한 데이터를 보면 이 문명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4년 권원숙 대표가 자본금 천만 원으로 MCN(Multy Channel Network)사업에 도전합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요.
창업 원년 17만 원의 매출로 출발해, 2016년 매출 30억 원을 돌파하며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190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오프라인 연극산업에도 진출하고 중국에도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도 부지런히 추진했습니다.
사실 캐리TV는 고작 3평짜리 스튜디오에서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 방송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시작한 것이죠. 자본이 없으니 마케팅도, 광고도 여력이 없었습니다. 오직 비디오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우선 190만의 정기 구독자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방송의 타킷 고객은 미취학 아동입니다. ‘뽀뽀뽀’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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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우리나라 미취학 아동은 140만 명입니다. 그렇다면 190만 명이란 숫자는 상당수 해외교포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캐리 TV를 정기 구독중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무엇이 아이들을 캐리 TV를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이 방송은 부모님이 권장하는 프로가 아닙니다. 콘텐츠 자체가 완구로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니, 방송에 나온 장난감을 자꾸 아이들이 사 달라고 합니다. 그러니 부모에겐 사실 달갑지 않은 방송입니다. 그렇다면 이걸 퍼뜨린 주인공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아이들이죠.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서 서로 대화하며 캐리TV를 퍼뜨리며 입소문이 난 것입니다.
다소 유머러스하긴 하지만 4~7세 아이들은 거의 본인 소유의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의 폰을 뺏어서, 그것도 본인의 손으로 직접 캐리 TV를 찾아본 것입니다.
◉ 1인 크리에이터
‘디지털 루저’에서 문명의 아이돌로
* 크리에이터 : 창조자, 광고를 처음 만들어 내는 사람
유튜버들이 성장하면서 대한민국 부모들의 걱정이 늘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자기도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고 하기 때문이죠. 초등학생들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 TOP 5에도 크리에이터가 뽑혔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게 무슨 직업이냐고 걱정합니다.
디지털 문명은 새로운 세상을 이미 열었습니다. 어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문명을 학습하고 변신하며 기회를 창조하는 시대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크리에이터입니다.
유튜버에 열광하는 문명은 정정 당당한 기준을 좋아하는 문명이기도 합니다. 성공한 유튜버의 조건에 돈 많은 부모, 엄청난 학벌, 뛰어난 외모는 없습니다. 오직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콘텐츠가 있느냐의 경쟁뿐입니다. 거기에는 삶에 대한 진실성도 담겨 있어야 합니다. 잘 포장된 콘텐츠로 방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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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들 중에 실제 생활에서의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 순식간에 사라진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만큼 오픈된 사회에서 대중이 사랑하는 유튜버가 되는 일은 어렵고 또 힘든 길입니다. 그러나 과정은 공정하고 당당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점점 더 매료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왕흥과 광군제 : 중국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유튜버는 1년에 20억원(2017년 기준)정도를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최고 인기 유튜버는 공식적인 수입이 2,200만 달러(약 247억원) 정도 되고, 이외에 기업제품 소개 방송 및 기타 수입으로 또 그만큼을 번다고 합니다.
■ 중국 시장을 움직이는 왕홍
이미 미국의 유튜브 생태계는 우리보다 20배 이상 성장해 있습니다. 최고의 유튜버로 알려진 퓨디파이는 정기 구독자만 7,100만 명 (2018년 기준)을 넘었습니다. 게임방송으로 채널을 개설한 퓨디파이는 이제 세계 청년들이 열광하는 크리에이터(창조자)가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소식도 있습니다. 2018년 미국에서 최고 수익을 올린 유튜버는 놀랍게도 7살짜리 꼬마 라이언입니다. 그의 방송은 전 세계 1,700만 명이 넘는 아기들이 즐기고 있고, 2018년 한 해 광고 수입만 2,100만 달러(236억원)를 돌파했습니다.
개인 크라에이터에 기반한 소비 문명의 선도 국가는 놀랍게도 중국입니다. 사실 중국은 온라인 소비가 이미 대세가 된 나라입니다. 2017년 기준, 온라인 거래 금액이 미국의 10배를 기록했고, 전 세계 온라인 상거래 금액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왕홍은 왕뤄홍런의줄임말로 ‘1인 크리에이터’또는 ‘유튜버’‘인터넷 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중국의 왕홍이 올린 매출은 950억 위안(약 15조원)에 이르렀고 4억 6천만 명이 이들이 만든 방송을 보았다고 합니다. 왕홍은 팬덤을 통해 물건을 파는 팬덤(팬의 무리,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소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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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이들을 위해 특별 사이트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방송을 보다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바로 화면을 찍어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죠. 미디어 소비와 제품 소비를 한 번의 터치로 연결한 겁니다.
황홍 중 한 명인 장다이는 2016년에 개인 수입만 3억 위안(500억 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개인방송을 보면서 그들이 사용하거나 권유하는 상품들을 사고 있습니다.
TV라는 불가침의 절대권력이던 방송과 상관없이 팬덤과 인터넷 연결성에 기반한 새로운 소비 방식이 경쟁자로 등장한 것입니다.
왕홍들은 자본도 없이 방송을 시작해서 팬덤을 먹고 성장합니다. 팬덤이 확대되면 스스로 상품을 선택해 소비를 일으키고, 판매에 따른 이익은 제조사와 나눕니다. 광고, 마케팅 등 복잡한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줄어들고 이익은 늘어납니다. 왕홍이 하는 방송을 보면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문명을 이벤트처럼 즐기며 점점 이 소비를 늘려갑니다.
■ 왜 우리에겐 광군제가 없을까?
* 광군제(11월 11일) : 중국 최고의 할인 행사가 열리는 날
팬덤 소비는 연례행로도 확산됩니다. 미국의 불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를 온라인으로 만들어보자는 마윈(알리바바의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2009년 광군제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됩니다.
11월 11일, 1이 4개 겹치는 날은 솔로들을 위한 날이니, 그들을 위한 선물을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무려 8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니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합니다. 첫해 6천만 위안(약 100억원)도 안 되는 매출로 시작해 2017년 1,700억 위안(약 28조원), 2018년 무려 2,135억 위안(약 35조원)의 매출을 하루만에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 어려운 시대에도 연 평균 30%의 성장을 이어갑니다. 소비자들은 모두 모여 전광판에 올라가는 매출액을 즐기며 쇼핑에 빠져듭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중국으로 건너와 광군제가 되었고, 다시 미국의 아마존이 이를 카피한 아마존 프라임데이라는 행사로 탈바꿈하여 미국 대륙에 재상륙합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2018년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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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36억 달러(약 4조원)를 기록하며 미국 소비문명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바람은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광군제에 많은 고객을 빼앗기기 시작한 우리나라 유통업체들도 11월 11일을 ‘11절’이라 이름 붙이고 광군제에 버금가는 이벤트로 만들어, 일 매출 1,000억원 돌파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신세계, 롯데, 등 백화점들도 이에 질세라 전례 없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며 ‘11월은 세일 시즌’이라는 이 시대 신 소비문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불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는 이제 더 이상 그들만의 소비행사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이 행사 때 엄청난 해외직구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이 대응책을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새로운 세일 행사를 기획하여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바로 코리아세일 파스타입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주도해 야심차게 기획한 이 행사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납니다.
권력의 권유로 기업의 참여와 세일을 강요하고 정부 행사를 만들어 실적을 내겠다고 접근하면 고객은 당연히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 방식도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었습니다. 이건 기존의 호모 사피엔스 유통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자기들의 힘이라면 어떤 시장도 살릴 수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과거에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면 몰락하는 시대, 팬덤을 만드는 킬러콘텐츠가 없다면 엄청나게 광고를 퍼부어도 소비자가 반응하지 않는 시대, 진정으로 소비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팬덤 소비
로레알, 포노 사피엔스의 ‘열광’을 구매하다
* 로레알 : 각종 뷰티 용품, 프랑스 최대 화장품 회사,
1980 한국 화장품과 합작
왕홍과 광군제가 만드는 팬덤 소비는 일반적인 기업들에게는 익숙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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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이 아닙니다. 그동안 중국 시장을 개척해 온 기업들은 기존의 유통망을 이용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아니면 직접 유통망을 구축해서 사업을 확대해 왔습니다.
2010년 이전까지는 중국보다 선진적인 유통 기법을 보유했던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이었죠. 이마트, 롯데마트, 이랜드 등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며 우리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 팬덤 소비로 시장을 공략한다.
그런데 중국이 디지털 소비 문명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기존의 유통체계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옵니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소비는 확대되고 오프라인 소비는 줄어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까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왕홍과 광군제가 등장합니다. 오프라인 유통에 진출했던 우리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지만, 왕홍과 광군제로 대변되는 팬덤 소비문명에 적응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됩니다.
중국 소비자를 팬덤으로 확보해 성공한 대표적인 신생기업이 ‘스타일난다’입니다. 2004년 약관의 김소희 대표는 오픈 마켓에서 온라인 패션 사업을 시작합니다. 오로지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면서 스타일과 미디어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승부합니다. 회사의 모토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판다’였습니다. 그녀가 창조한 ‘난다 스타일’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곧 엄청난 팬덤을 형성합니다. 이것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지요.
2008년에는 화장품 브랜드 3CE를 론칭(런칭이라고도 하며 비행물체의 발사를 뜻함)하면서 패션과 화장품을 융합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주)난다는 2018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6천억 원에 매각되면서 또 한 번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줬습니다. 이제는 회사를 매각하고 스타일 난다의 디렉터로 일하게 된 김소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추구해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준 CEO로 손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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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매출 34조원을 기록한 세계 1위의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은 중국에서도 이미 최고의 위치에 있는 브랜드인데, 왜 하필 스타일 난다의 3CE를 6천억 원이나 들여 인수했는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팬덤입니다.
중국은 온라인마켓 비중이 2012년 10.2%에서 2017년 23.3%로 급격히 증가하며 소비의 플랫폼이 바뀌고 있습니다. 왕흥과 광군제의 위력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한류 인기에 힘입어 광군제에서도 높은 실적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가별 상품 판매액을 보면 1위 일본, 2위 미국에 이어 당당히 3위를 기록했습니다.
■ 팬덤 소비에 실패한 정관장
애경산업은 인플루언서(SNS에서 많은 구독자를 가진 영향력이 큰 블로거)의 방송 영향력이 크다는 것에 착안해, 실시간으로 사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에 집중했습니다. 사용 전 사용 후가 명백히 달라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상품을 기획하고 준비한 것이죠. 팬덤 소비 문명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킬러콘텐츠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왕흥 마케팅으로 큰 재미를 못 본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정관장입니다. 이 상품은 한류 드라마 인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팬덤을 판매로 연결시키려 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관장의 제품들은 복용 전 후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홍삼이 좋다는 건 기성세대들에게만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 젊은 세대들에게는 특별한 스토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기업은 광고를 통해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으로 하여금 물건을 사게하는 전략을 오래도록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광고가 끝이 아니라 팬덤의 형성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마케팅, 광고, 상품기획, 판매는 이제 하나의 조직처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래저래 기업에겐 혁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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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 고객 : 1억 천만 명의 프라임 회원들
지금 지구상에서 가정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은 단연코 아마존입니다. 그래서 혁신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가장 열심히 벤치마킹해야 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1995년 인터넷 서점으로 비교적 평범하게 시작한 아마존은 이제 세계 최고의 디지털 유통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13년 이베이를 넘어서며 미국내 최고의 온라인 기업이 되더니 2018년 9월 4일에는 애플에 이어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2위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드디어 세계 1위 기업에 등극합니다.
사실 온라인 유통 기업이 오프라인 유통기업을 넘어서는 경우는 아마존이 거의 유일합니다. 알리바바도 대단하지만 이건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주의에 힘입은 면도 있으니까요.
■ 포노 사피엔스가 열광하는 것
아마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다른 온라인 유통기업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역시 팬덤입니다. 바로 아마존을 키워준 가장 큰 무기, ‘프라임 회원’입니다. 무려 1억 천만 명의 충성스런 고객이 고작 연회비 119달러를 내며 아마존에서 쇼핑을 즐깁니다.
검색만 하면 새로운 상품과 최저가가 줄줄이 쏟아지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무려 13만 원이 넘는 돈을 미리 지불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가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매년 119억 달러(약 13조 4천억)가 넘는 연회비 고정 매출을 기반으로 정밀한 최저가 정책을 펼칠 수가 있습니다.
BTS가 유튜브를 통해 세계 최고의 가수가 되었던 것처럼 아마존도 프라임 회원이라는 팬덤을 통해 세계 최고의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셈입니다.
■ 드론 택배의 예고
아마존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스토리는 무인화 기술입니다. 아마존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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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이미 드론택배를 고안하고 프라임 에어라는 예쁜 이름까지 달아줍니다. 물론 실용화까지는 엄청난 난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단 이슈를 선점하고 모든 이들에게 드론 택배가 아마존에 의해 시작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1916년 12월에는 최초 시험운행에 성공하고 2017년에는 미국내에서 시범사업이 허가를 받으면서 상용화에 탄력이 붙습니다. 난관은 아직 많이 남았다지만, 스토리를 아마존이 선점한 것은 자명합니다.
아마존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유통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반 소비자를 위한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아마존을 모르는 우리나라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스토리만으로 모든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아마존의 힘입니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 공부해야 하는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대표 기업인 것입니다.
]◉ 킬러콘텐츠 : 데이터, 산이 되다
■ 마음은 카피할 수 없다
텐센트의 창업주 마화팅은 아예 모든 직원들에게 카피를 하라고 얘기합니다. 단, 카피를 하더라도 다르게 하라고 합니다.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려라.’ 이게 텐센트 사훈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될까요? 기술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은 카피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카피할 수 없습니다.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디테일은 바로 거기서 나옵니다.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신을 데려와라. 신은 내가 믿겠다. 신을 데려올 수 없다면 데이터를 가져와라.”
데이터는 곧 고객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그 집착이 잘 나타난 메시지입니다. 아마존의 성공도 바로 고객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걸 찾아내려는 노력이 맺은 결실입니다. 아마존의 고객이라면 당연히 포노 사피엔스입니다.
디지털 소비문명에 대한 이해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 문명을 어린 시절부터 즐긴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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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직원들을 귀히 여겨야 합니다. 사람을 뽑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스펙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높은 영어 점수를 갖고 있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봉사활동도 활발히 한 인재를 선호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소비문명에 대한 이해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 킬러 콘텐츠는 종합예술이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스펙이나 시험 성적보다는 기존 조직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 6~10화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하고 3개월 간 면접을 보는 게 기본입니다. 신입사원이 그렇습니다. 매니저급 인재를 뽑을 땐 훨씬 더 많은 인터뷰를 합니다. 한 사람의 인재가 엄청난 실적을 낼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그런 특별한 인재(킬러콘텐츠)를 뽑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한 결과입니다. 이들이 뽑는 인재는 당연하게도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킬러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뛰어난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킬러콘텐츠가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종합 예술과도 같습니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혁명가로 불리는 스티브잡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금의 문명 변화를 보면 한 사람이 인류문명을 바꾸는 거대한 혁명을 일으켰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닙니다. 그런 스티브잡스도 한동안은 애플에서 쫓겨나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특별한 사람은 조직 문화에서 용납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 자체가 이런 인재들을 용인할 수 있도록 아니 더 적극적으로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하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직된 승진 시스템을 보유한 대기업들도 변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조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에서부터 혁신의 정신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대표이사와 임원진은 끊임없이 시장 변화를 학습하고,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고객 데이터에 기반 해 결정해야 합니다. 그것도 가장 최신의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시장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속도에 맞춰 조직 혁신을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그 목표점은 고객과의 공감 능력을 만드는 일입니다. 공감 능력이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기본 소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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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추진력 : 지령으로 움직이는 ‘15억’
중국은 디지털 소비 문명에 관한 한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을 잘 보려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는 미국과 일본을 벤치마킹해 선진 기술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놀라운 추진력으로 미국보다 더 빠르게 디지털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비 문명 변화의 방향을 중국에서 배워야 합니다.
■ 중궉을 카피하라
중국이 디지털 소비 문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것은 2000년 대 초반부터입니다. 본격적인 신호탄을 쏜 것은 2012년이죠. 그 시작이 우버차이나입니다. 우버 택시가 시작되면 기존 택시 업계는 몰락한다는 게 확인 된 사항이지만 중국에서는 전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중국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중국 택시회사들은 괜찮아? 우버를 실시한다는데도?”
중국 학생들이 웃으며 대답합니다.
“교수님, 저희는 공산당입니다.”
“정책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고 당의 지령입니다.”
그 대답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중국 공산당은 15역 중국 소비자에게 이렇게 지령을 내린 것이지요. ‘오늘부터 택시는 폰으로 불러 타고 요금도 폰으로 결재하라.“ 포노 사피엔스 문명을 표준으로 선택하겠다는 메시지를 온 국민에게 전한 것입니다. 그 이후의 변화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입니다. 택시는 물론이고 편의점, 식당, 백화점 할 것 없이 물건을 사고 돈을 내야 할 때면 너도 나도 스마트폰으로 결재합니다.
중국에선 지금 15억의 인구가 사용한 수천억 개의 데이터가 매일매일 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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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들이 이 데이터를 모아 혁신을 거듭하며 디지털 소비문명의 플랫폼을 튼튼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1
우리나라 대통령이 중국의 서민 식당에 가서 우리 돈 4천 원 정도를 현금으로 냈더니 스마트폰으로 결재하면 안 되느냐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금보다 스마트폰 결제가 표준이 된 것입니다. 심지어 상하이에 있는 걸인들은 목에 QR코드를 인쇄한 표식을 걸고 다닙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보니 폰으로 찍어서 돈을 달라고 하는 거죠. 걸인이 QR코드에 기반한 디지털 금융을 실제 생활에 이용하고 있는 나라가 지금의 중국입니다. 이미 그렇게 생활한지 6년이 넘었습니다.
혁신이 일어난 건 당연합니다. 그 사이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기업들 그리고 선진국의 기업들이 빠르게 몰락합니다. 이마트, 롯데마트가 철수하고 엄청난 로드숍을 자랑하던 이랜드도 퇴진합니다.
■ 주인공이 외계인이어도 본다
2017년 기준 중국의 온라인 매출은 전 세계 온라인 매출의 40%를 차지합니다. 금액으로도 미국 전체 온라인 매출의 10배를 기록합니다. 중국의 공산당이 얼마나 강력하게 디지털 소비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물건 값을 결재하고 스마트폰으로 TV를 시청하는 문명이라면 소비의 중심지도 결국 tm마트폰 문명으로 이동합니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블룸버그가 발표한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 TOP10을 보면 이들의 문명이 또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알리페이 2. 안드로이드(미국) 3. 위젯 4. 화웨이
5. 마이크로소프트(미국) 6. 타오바오 7. 인텔(미국)
8. 메이투안 디엔핑 9. 큐큐 10. 티몰
10개 기업 중 미국 기업은 3개뿐이고 제일 기막힌 것은 메이투안 디엔핑입니다. 음식 배달 앱, 우리로 보자면 ‘배달의 민족’입니다.
2017년 까지, 5위의 애플은 11위로, 4위였던 IKEA는 37위로, 6위였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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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44위로, 8위였던 BMW는 46위로 급락해 버렸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 중국 소비문명의 트랜드를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 화폐없는 시장으로 간다
중국의 소비문명은 미국을 카피해서 만들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속도나 응용력은 미국보다 더 빠르고 과감합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보다도 더 개방적인 정책으로 새로운 기업들의 등장과 디지털 소비 생태계의 구축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TOP10 기업에 이름을 올린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 혁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모두 원칙적으로는 중국의 기업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이 공들여 키우는 상징 기업들입니다.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인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을 실천하는 증거입니다.
중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이들의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기업들은 도태됩니다. 중국 시장에 우리 시장의 미래에 대한 답이 숨어 있습니다.
◉ 샤오미의 의도
우리가 원하는 건‘그게’ 아니다
중국 시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시장 규모 자체가 어마어마한 데다 시장의 다양성도 풍부합니다. 그러니 작은 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욕심나는 시장입니다. 게다가 포노사피엔스 문명으로 급격히 전환 중인 시장이지만, 오프라인 시장도 여전히 매력적인 거대한 시장임에 분명합니다.
■ 샤오미의 시프트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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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로 유명한 샤오미의 전략은 포노 사피엔스 중심 서비스 실현입니다. 샤오미는 애플의 모든 것을 카피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한 한편으로는 참 뻔뻔한 기업입니다. 그러나 샤오미는 이렇게 얘기 합니다. “애플처럼 맛있는 제품을 내 고객들에게도 모두 들게 해주고 싶었다. 단 놀랍도록 싼 가격에, 놀랍도록 비슷한 제품을.” 실제로 샤오미는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놀랍도록 세련된 제품을(애플을 모방해서이긴 하지만)정말 놀라운 가 격에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샤오미는 타킷 고객을 오직 포노 사피엔스로 명확히 합니다. 사업 초기부터 오프라인 유통은 아예 포기해 버리죠.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온라인으로 대응합니다.
테크기업(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의 핵심은 기술력입니다. 삼성전자처럼 메모리반도체에서 초격차의 기술력을 확보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화웨이처럼 통신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압도적 가격 결정력을 확보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러나 압도적 기술격차로 승부할 수 있는 분야는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가전, 스마트홈 등 소비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제품은 이제 그 기술력의 격차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할 만큼 좁아져 버렸습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초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셈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강자가 등장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팬덤의 힘입니다. 그래서 고객 중심의 경영, 아니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경영의 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 알리바바의 신 소매 : 온 ․ 오프라인이 결합하다
중국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가장 잘 실천하고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기업이 바로 알리바바입니다. 1999년 마윈이 설립한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입니다. 중국에서 디지털 소비문명을 창조하고 확산하고 성공한 기업인만큼 중국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학습해야하는 아주 중요한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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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신유통 개념의 등장
마윈은 원래 영어교사로 IT를 전혀 모르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야후의 창업자 제리양(楊致遠)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보고 알리바바를 창업합니다. 창업초기 매출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손정의 회장을 찾아가 6분만에 2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건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습니다
마윈이 처음 시작한 건 B2B 거래를 위한 알리바바 닷컴이었습니다. 초기 위기를 넘기자 엄청난 매출이 발생하면서 알리바바 닷컴은 중국 대표 온라인 거래 사이트로 성장합니다. 현재 중국 전자 상거래의 80%를 알리바바 계열사들이 처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마윈은 온라인 상거래 사업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2016년 오프라인 유통을 연계하는 신소매 전략을 발표합니다.
“전자 상거래라는 개념은 점차 사라지고 향후 30년 내 ‘신 소매’라는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다, 온 ․ 오프라인과 물류가 결합했을 때 진정한 신유통의 개념이 탄생될 것이다.”
■ 향후 5년간 편의점만 100만 개?
이제 알리바바는 온라인에서 축적한 유통의 노하우를 오프라인 유통에서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셈입니다. 더 거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한 거죠. 그동안 온라인 유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들여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과 노하우들이 앞으로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겁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중국의 소비문명의 디지털화는 지속될 것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오프라인 편의점은 더욱 발전합니다. 미국에 아마존이 만든 무인점포 아마존고가 등장했다면 중국에는 벤리펑이 있습니다. 벤리펑도 무인편의점을 추구합니다. 아마존고와는 달리 고객들이 익숙한 QR코드를 기반으로 셀프 구매를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심지어는 굳이 매장에 오지 않더라도 앱에 표시된 상품을 구매하면 배달해 주는 서비스까지 도입했습니다. 무인판매점에서 안면인식 기능과 매대 센서도 적극 활용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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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베이징 중관춘에 5개 지점을 낸 벤리펑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문명의 트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명확합니다.
이렇게 알리바바와 징둥을 필두로 중국의 많은 유통기업들은 서로 경쟁하며 중국의 유통시장을 거대한 디지털 세계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이웃 나라에 두려울 만큼의 무서운 신문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카카오카풀 사태를 통해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얼마나 무서운 각오로 디지털 신문명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중국이 우리 역사에 미쳐왔던 강력한 영향력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로운 문명의 확산을 대비해야 할 시대입니다.
◉ 에필로그
달라진 문명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답입니다
지금까지 포노사피엔스 문명의 특징과 변화된 모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장의 변화와 소비 트랜드가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지금이 명확한 ‘혁명의 시대’임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새로운 문명을 공부해야하고 소비자가 만들어 내는 데이터를 읽고자 노력해야 하고,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전문적인 기술도 익혀야 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노력들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사람’입니다. 혁명의 시대, 결국 ‘사람’이라는 이야기로 이 책을 마무리할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이야기해왔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사람뿐이라고. 자원도 없고, 축적된 자본도, 기술도 없는 나라에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오로자 사람의 힘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에 대해 민감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은 세계 최고이고 남의 일도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합니다. 인사로 밥 먹었는지를 물어보는 사회,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는 사회, 어디 사는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결혼은 했는지, 아무렇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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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물어보고 관심을 갖는 게 우리민족입니다. 식당에 가면 이모가 있고, 친구 어머니는 내게도 어머니이며, 그렇게 사람과의 관계가 끈끈해서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가 대한민국입니다.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역사적인 기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혁명의 위기를 넘어, 함께 새로운 기회의 시대로 갑시다.
201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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