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예와 서예치료의 同異性

2007. 3. 18. 19:58서예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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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 ․ 서예치료의 同異性



  

                                                                 원광대  김 수 천 



  1. 머리말                        


  국내에서 서예치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불과 몇 년에 지나지 않는다. 2001년 7월 28일 국내에서는 최초로 “한국서예치료학회”가 발족되었고, 이어서 2002년 원광대학교 보건행정대학원에서 예술치료학과에 서예치료학 과목이 개설되었으며, 2003년 10월에는 세계전북서예비엔날레에서 서예치료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4년전 원광대학교 동문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한국서예치료학회는 이제 조금씩 사회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2005년 2월에는 민서협에서 문예진흥원에 제출한 “장애우를 위한 서예체험”이 채택되어 장애인복지관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 대전, 전주, 목포에서 서예치료가 실시되고 있으며, 2005년 3월에는 한국서예치료학회와 민서협 공동으로 문예진흥원에 제출한 “재소자를 위한 서예체험프로그램”이 통과되어 서예치료의 사회진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2005년 한국서예치료학회 회원들의 공동연구테마로 선정하여 임상실험중인 “노인서예치료”는 서예치료학의 기초구축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서예치료는 최근들어 서예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서예치료학에 참여의사를 보이는 서예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서예는 다른 치료학 분야와는 달리 서예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치료효과가 있으므로 앞으로 보다 많은 서예인들이 서예치료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짚고가야 할 일이 있다. 서예는 심신에 좋은 영향을 주어 치료적인 효과가 있지만, 서예행위 자체를 서예치료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지않은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실증과 과학적인 학문체계가 요구되는 치료학적인 견지에서 본다면 서예와 서예치료를 등식화하는 것은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논자는 서예치료의 학문적인 체계가 수립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예와 서예치료의 同異性”이라는 주제로 서예치료란 무엇인가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먼저 제시하고 싶은 것은 서예와 서예치료는 동일하면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2. 서예와 서예치료의 同一性


  서예의 치료적 효능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동아시아인들의 머릿속에 큰 믿음으로 존재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최근 국내외 학자들에 의하여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서예는 서예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학문적인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예로 1980년대로부터 홍콩대학 고상인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된 서예행위가 심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보고서들은 서예의 치료적 효과를 실증하는 귀한 자료들이다.  

  이에 대한 첫 저술은『書法心理學』1)으로부터 시작된다. 본서는 예로부터 거론되어온 서예의 심신수양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역저로 평가된다. 본 저서에는 「서법행위와 심전반응」․「서법행위와 호흡반응」․「서법행위과 혈압반응」․「서법행위과 뇌전반응」․「정상인과 정신분열증환자의 서법행위시의 뇌전반응」 등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본 논문은 서예를 할 때 신체에 나타나는 반응을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기록하면서 서예행위가 구체적으로 심신건강에 어떻게 관여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밝히고 있다. 이어서, 高尙仁․管慶慧의 공저『書法과 認知』2)가 출간되었는데, 본 서에는 「서법과 인지」․「서법과 대뇌공능」․「서법동작과 지능실험」․「서법동작과 한자인지」등 주로 서예행위가 두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간행된 『書法心理治療』3)는 홍콩․중국․대만의 서예의 효능에 대한 임상연구를 총결집한 책이다. 『서법심리치료』는 종전의 저술과는 달리 책의 제목에서 치료라는 측면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된다. 『서법심리치료』에 수록된 논문들의 주요내용으로는 ‘과잉행동아동의 행위교정과 치료․ 과잉행동아동의 인지능력향상․활동량이 정상인 아동과 비정상인 아이의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문제아동행위의 교정․多動아동문제행위 및 자아개념에 대한 교정․고혈압 환자에 대한 정서 및 심리생리활동조절․당뇨병환자에 대한 정서조절․저능과 치매환자에 대한 인지능력향상․저능아동의 시각,청각 주의능력 향상․노년치매환자의 인지 및 동작능력 향상․정신분열증환자에 대한 치료효과․신경증환자의 정서교정․우울증환자의 정서교정․자폐아동의 정서교정’등을 들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들은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도출된 결과물이므로 서예치료학을 수립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며, 앞으로 서예치료학을 전개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의 질문을 던져본다. 서예의 행위는 고상인 교수가 제시한 바와 같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 치료학적 견지에서 볼 때 그에 대한 대답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적 성찰은 앞으로 서예치료를 보다 높은 치료학으로 올려놓는 하나의 중요한 기초로 작용할 것이다.   


  

  3. 서예 ․ 서예치료의 차이


  현재 국내에서 서예치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서예를 하면 심신이 치유된다는 사실에 대해 한편으로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한 의문을 표명한다. 서예치료의 연구자들은 가끔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서예행위가 심신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현재 서예를 하는 사람은 모두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대하는 현실로는 서예를 하는 사람 중에서 더 세속적이고 혼탁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적지 않게 목격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서예치료라 함은 단순한 서예행위로 그치는 것이 될 수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논자는 그동안 서예치료임상연구에 나타난 자료를 토대로 서예치료란 서예의 행위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시하려고 한다. 우리는 서예치료에서 요구되는 몇 가지 사항만을 가지고도 서예와 서예치료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서예치료는 치료사의 성품을 중히 여긴다. 

  최근에 등장한 예술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 치료학에서는 치료사가 남을 치료하기에 앞서 먼저 순수한 자아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치료사의 마음상태가 맑게 정화되어야 내담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치료학의 상식이다. 치료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처음에 남을 고치겠다는 마음으로 출발을 하다가 치료학을 공부하면서 점점 자기 내면에 병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기치료에 더 중점을 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의학자료에 의하면, “약을 누가 환자에게 권하느냐에 따라 약의 효능이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 서예인들이 서예치료사가 될 때 서예치료의 약효가 어느 정도 빛을 발할 수 있을까? 공모전에 입상을 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는 낱 두꺼운 서예인들이 만일 서력을 자랑삼아 서예치료사가 된다면 그 후속으로 벌어질 일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지금까지 서예치료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남을 치유해주겠다는 마음보다는 자기결함을 생각하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렇게 서예치료에서 체험되는 반성적 사고는 自覺覺他를 몸소 체험하게 한다.

 둘째, 서예치료는 대상자를 고려한 프로그램이 짜여져야 한다.

  현재 사설학원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서예교육은 교육자 중심적이다. 피교육자의 연령, 성격, 취미, 개성이 무시된 채 선생의 개성이나 취향에 의하여 서예연구의 텍스트가 정해지고, 체본을 위주한 주입식의 교육방식이 통용되어진다. 서예치료는 내담자의 치료효과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이 짜여져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일방적이고 무계획적인 서예교육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내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관조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서예치료 뿐만아니라, 모든 치료학의 연구가들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서예치료에 참가하는 대상자에 따라 서예치료프로그램은 무한히 바뀔 수 있다. 예를들어, 장애우, 치매노인, 저능아동, 교도소 재소자 들은 신체조건이나 교육능력면에서 서로다른조건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기존의 서예학습방법을 똑같이 적용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이들에게는 반드시 집단의 성격과 내담자 한사람 한사람의 눈높이를 고려하여 전체적인 프로그램이 짜여져야 한다.4)


셋째, 서예치료에서는 대화를 중시한다.

  닫혀진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은 치료의 핵심에 속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마음을 열어놓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처음으로 수업할 때 제출되는 자기소개서는 내담자와 마음을 교류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된다. 그리고, 수업의 진행중에는 항상 서예행위와 더불어 대화를 유도한다. 이렇게 대화를 유도하는 이유는 내담자가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므로서 무의식속에 저장된 物(번뇌와 망상의 요인)을 밖으로 끌어올려 스스로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화는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기술에 속하므로 사회성의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넷째, 서예치료는 관찰이 중시된다.

  觀을 하는 것은 치료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기본이다. 치료사는 자기의 마음을 항상 관하면서 순수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내담자를 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또한 치료사는 내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조그만 것도 놓치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치료사는 매일 매일의 관찰을 통하여 내담자의 변해가는 모습을 살필 수 있고, 내담자가 심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


다섯째, 서예치료는 들어주는 귀가 필요하다.

  중국의 古文字를 보면 “聖”자를 “耳”로 쓰고 있다. 뜻을 풀이하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곧 聖人이다. 이같은 聖人 聖字의 本義는 치료사에게 중요한 원칙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학에서는 치료사가 내담자에게 經口나 名句를 들려주면서 교육하려는 측면보다는 내담자 스스로 말을 하게 함으로서 스스로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치유하게 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내담자와 상담을 할 경우 될 수 있으면 말을 적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귀, 이것은 서예치료에서도 똑같이 중시되는 사항이다. 

   

  위에서 제시된 내용들은 3,4년동안 한국서예치료학회 회원들이 다양한 내담자를 대상으로 서예치료임상실험을 하면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고상인 교수가 중심이 되어 연구된 홍콩과 대만의 서예치료학 논문에서 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고상인 교수를 중심으로한 서예치료와 관련된 연구는 서예행위가 곧 서예치료라고 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들에 있어서는 임서학습만으로도 서예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고상인 교수의 주장은 지금 서예치료에 대해 잘 모르는 서예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초보적인 의미로는 설득력이 있을지라도 학문의 이론적 기초와 엄밀성이 요구되는 치료학에서는 설 자리를 잃는다. 현대적 의미의 치료학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 국내의 서예치료연구가들은 서예의 행위가 서예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바탕하고 있지만, 실제로 서예치료를 내담자에게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 부분을 서예외적인 교양에서 끌어들이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 서예행위 자체만으로는 서예치료학을 수행하기가 어렵고 치료학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4. 맺는말

  

  “서예는 심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서예를 하면 서예치료가 된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서예치료의 학문화를 위하여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 위에서 밝혔듯이, 서예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수십년의 書歷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받을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는 3장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서 서예의 행위자체만으로 서예치료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된 다섯 가지 내용들은 한국서예치료학회 회원들이 교도소, 고아원, 정신병원에서 직접 서예치료임상에 임하면서 경험된 것들이다. 또한 이 내용들은 서예치료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치료학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정리하건데, 고상인 교수에 의하여 실험 연구된 서예행위의 치료효과는 서예치료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예행위가 서예치료적 효과가 있다는 것만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서예치료학이 아닌 것이다. 그런점에서 서예와 서예치료와의 同中有異의 관계에 대해 거듭 질문하는 것은 앞으로 전망 있는 서예치료학을 일구는데 있어 꼭 필요한 물음이 될 것이다.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기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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