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예의 4차선

2007. 3. 24. 18:42서예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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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의 4차선




                                                                                                                          

 

                                                                                                                           원광대 김 수 천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생기(生機)라는 말이 있다. 생기는 삶의 꿈과 희망을 말한다. 오늘의 서예는 생기가 있는가? 없다. 서예학원이 점점 불경기이고,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지고 있으며, 학교에서 서예를 수업으로 다루고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서예의 장래에 대해 크게 낙관하는 사람도 있다. 몇 년 전 대구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N선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날 선생과 서예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 선생께서 들려준 이야기는 줄곧 서예인들에게 희망의 불씨로 소개되어져 왔다.


  “앞으로 서예는 대운(大運)이 옵니다. 그 운은 너무나 큰 것이어서 조심스럽게 잘 잡아야 합니다. 만일 못 잡으면 운에 치여 죽을지도 모릅니다.”


  몇 년이 지난 후, 선생의 선견지명을 확인하는 날이 드디어 왔다.     

  


차선 2

  12월 10일 9시 MBC뉴스데스크에 "10년 후 이런 직업이 뜬다"가 소개되었다. 직업연구쎈터의 보고에 의하면, 10년 후에 캘리그라퍼가 뜰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10년 후 유망직종은 아트위크메니저, 캘리그라퍼, 유전자감식원, 학습메니저, 개인자산관리사, 산업보안전문가로 소개되었다. 


  캘리그라퍼란 무엇인가? 붓을 이용하여 디자인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분야는 서예과를 졸업한 서예전공자들이 중심이 되어 개척한 분야로서 국내에서 떠오르기 시작한지는 7,8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자인 사회에 있어서의 캘리그라퍼에 대한 인식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MBC의 보고가 허황된 보도가 아니라는 것은 최근 학술대회에서도 발견된다. 캘리그라피 디자인 전문회사인 필묵(대표 김종건)이 주관하는 2007한중일글씨디자인워크숍이 2월 3일 여의도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200명 한정의 선착순(참가비 6만원)으로 참가 신청을 받은 워크숍은 신청접수 며칠이 안 돼 마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오늘날의 캘리그라피는 전통서예를 현대 디자인과 결합시켜 TV타이틀, 영화포스터, 책표지디자인, 캘린더디자인, 자켓디자인, 간판디자인에 연결하여 사회에서 크게 각광받는 문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차선 3

  2001년 서예치료학회 발족 이래로 여러 분야에서 임상연구가 있었다. 2년 전부터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장애우와 치매노인, 교도소재소자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서예치료를 확산하고 있다. 대학에 서예치료 동아리가 생기고, 올해부터 원광대 서예과에 “서예치료” 과목이 생겼다. 그리고, 지난 1월 서예치료를 전공한 조영랑 선생이 종로에 "서예치료쎈터"를 개원했다. 상담심리치료기법을 이용하여 서예치료를 하는 본 쎈터에는 개원 2개월밖에 안되었는데도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고 들었다.



차선 4 

  어제 제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충무로에 캘리그라피 콘텐츠 회사를 창업했다고 한다. 아울러 그가 제작한 서예디자인이 특허청에 특허신청을 마쳤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 신 개발된 실용서예는 서예와 일상생활을 결합한 새로운 방향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거론한 내용들은 오랫동안 막힌 서예의 진로를 용감하게 뛰어넘은 모습들이다. 이들은 모두 서예의 전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용심(用心)을 다했다는 점만으로도 존경스럽다.  


  근간 서예는 광속도를 연상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예뿐인가! 세상 구석구석 가만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미래학자 에드가 모랭은 과거같이 정리된 시대는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서예는 시대가 변하는 오늘날에 있어어도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요한 1차선이라 하겠다. 만일 이 길이 없다면 2차선, 3차선, 4차선의 확장공사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1차선만 존재한다면 차가 계속 붐비게 되어 서로 다투게 된다. 서예 또한 시대에 따라서 새로운 대응과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전형(轉型)할 수밖에 없다.   


  생각이 깨인 서예인들은 경쟁 없이 뻗어나갈 수 있는 블루오션 지대를 다양하게 개척하고, 거기에서 서예의 꿈과 희망을 살려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혼탁해진 서예의 공기도 정화될 것이고, 심신수양으로서의 서예와 예술로서의 서예전통도 건전하게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서예세상이 열리기를 바란다.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기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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