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1)

2008. 11. 5. 19:26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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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의 탄생 (1)


■ 이어령 지음


◎  UP 1, 뜨고 날고 〓 天外有天 〓 Take off


★ card - 1 카니자 삼각형 (Kanizsa  Triangle)

   뜨면 추락한다, 날아라!


■ 가상공간의 삼각형


   실재하는 것은 집게발(pac-man)

   세 개 뿐인데 물리적으로 존재하

   지 않는 하얀 삼각형이 떠 오른

   다. 우리의 뇌 속에, 마음 속에

   만 존재하는 이 가상공간이야말

   로 거침업는 상상력이 뜨고 날고

   춤 출 수 있는 창조적 지성의 인

   큐베이터 이다.



1. 떴다 떴다 비행기


■ 날려는 소망


 0 어렸을 때 우리가 불렀던 ‘떴다 떴다 비행기’ 라는 아주 오래 묵은 동     요가 생각 납니다. 그리고 반세기 전 음속보다 빠른 제트 전투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내 젊은 날의 기억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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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6전쟁 때의 일이었지요. 재트기라는 말을 몰라서 쌕쌕이라고 불렀고     더 기가 막힌 일은 그것은 ‘호주 비행기’라고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오스트리아인인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를 오스     트레일리아로 잘 못 알고 ‘호주댁’이라고 불렀으며 미군 제트기를 친     정집 나라에서 우리를 도우려고 보낸 비행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     다.


 0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하늘을 날려다가 떨어져 죽은 모험가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서양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9세기에는 안달루시아의      무어인 필나스, 11세기에는 영국의 수도사 올리버, 15세기 이탈리아의      조반니 바티스타 탄티 등이 있었지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려고 결심한 것도 하늘을 나는 조인 오토     릴리엔탈이 추락사한 사망 기사를 보고서 였습니다. 꿈을 향해 목숨을      건 그런 바보들이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열정에 몸을 불사르는 그런 미     치광이들이 사회를 바꾸어 갑니다. 그런 바보 그런 미치광이조차 없는      차가운 이 땅에 태어나 전쟁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하고 있었던 내 젊음     이 부끄러웠지요.


 0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누가 비웃든 여기에는 분명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우리 한국인들의 진솔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노래를 자세     히 들어 보면 몇 글자 안 되는 단순하고 짧은 노랫말 인데도 ‘뜨는        것’과 ‘나는 것’이 단계별로 선명하게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주 현실적이고 과학적입니다.

   ‘날아라 날아라’하고 외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비행기는 지금 막 뜨     기만 하고 아직 날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날아라 날아     라’하고 힘주어 부르짖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도 모자라  ’높이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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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아라‘고 한 옥타브 음정을 높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간절한 소     원이 반복음을 타고 하늘로 그리고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 한국 연과 일본의 방패연


 0 연을 날리는 것이 어찌 우리뿐이겠느냐고 말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     닙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연이 어떤 것인지 잘 몰라서 그럽니다. 세상      어느 나라에나 연은 다 존재합니다. 수천 수만 종의 다양한 연들이 하늘     에 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구멍이 뚫린 연은 딱 하나 한국 연      뿐입니다. 이 구멍이 있기 때문에 바람을 조절하고 그 양력(揚力)을 자     유롭게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연과는 달리 한국 연     은 그냥 허공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연실을 끄잡     아 연을 상하좌우로 조정할 수가 있는 거지요. 이 뛰어난 기동력 덕분에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우리 아이들은 연싸움을 벌이고 액을 실어 하늘      높이 날려 보낼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0 흔히 우리는 가운데 구멍이 있는 네모난 연을 방패연이라 부르지만 이는     잘못된 말입니다. 방패연이라 하면 일본 연처럼 가운데 구멍이 없는 네     모난 벙어리 연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방패연은     그림을 그려서 하늘에 띄우고 바라볼 뿐이지 한국 연처럼 나는 재미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사람들은 연을 ‘날린다’고 하지     않고 ‘띄운다’고 합니다.


   유독 우리의 연에만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은 그만큼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컸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구멍을 낼 생각을 했겠습니까. 독창적인 그 꿈의 기술이 비록 비행기의     발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런 소망을 노래로 남긴 것이 바로 ‘떴     다 떴다 비행기’일 것입니다.           

   

■ 뜨는 것과 나는 것


 0 뜬다는 것은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 억누르던 중력에서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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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가벼워지는 것, 그래서 위로 솟아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     기에 대학에 붙자마자 일제히 터져 나온 것이 “떴다 떴다”의 함성이었     지요.

   중압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뜬다”는 말을 잘 씁니다. 해가 뜨고      달이 뜨듯 인기와 명성이 뜬다고 합니다. 연예계에서 뜨고 재계와 정계     에서도 뜹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는 상품이 뜨고 브랜드가 뜨     고 인터넷에는 좋은 것이든 궂은 것이든 모두 다 뜬다고 합니다. 심지어     는 “나를 띄워 달라”고도 하고 “너를 띄워준다”고도 하지요. 항공용     어로 치자면 뜨는 것은 이륙(Take off)의 순간입니다. 비행기 바퀴가 땅     에서 떨어지고 동체가 하늘로 떠 오르는 이 이륙의 5분이야말로 비행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입니다. 그만큼 치명적이고도 중요한 때이     지요. 성공적으로 날기 위해서는 제대로 뜨는 것이 먼저입니다.


 0 확실히 ‘뜨는 것’과 ‘나는 것’은 다릅니다. 공기든 물 위든 ‘뜨는     것’의 힘은 밖에서 옵니다. 구름이나 풍선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기 위에 떠 다니다가 사라지고. 물에 뜬 거품과 부평초는 바람부는 대     로 물결치는 대로 표류하다가 꺼져 버립니다.

   하지만 ‘나는 것’은 다르지요. ‘나는 것’은 자신의 힘과 그 의지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서 돛을 올리고 날개를     폅니다. 독수리의 날개는 폭풍이 불어도 태양을 향해 꼿꼿이 날아 오르     고, 잉어의 강한 지느러미는 거센 물살과 폭포수를 거슬러 용문(龍門)에     오릅니다. 죽은 고기만이 물 위에 떠서 아래로 떠 내려 갑니다.


 0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하늘을 난 비행기 이름이 ‘플라이어(Flyer)호 였     다는 것을 눈여겨 보십시오. Flyer는 그 이전에 있었던 ’글라이더         (glider)'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글라이더는 나는 것이 아닙     니다. 그것은 뜨는 것이지요. 그냥 떠다니는 글라이더가 아니라 자신의     추진력으로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는 것이 플라이어입니다. 그러     기에 오빌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지요. “겨우 12초 동안의 비행이었다.     그것도 불안정하고 파상운동에 마음을 졸였고 공중을 기는 것처럼 난 비     행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틀림없는 동력비행이었지 활공이 아니었다.”

   보십시오 뜨는 것과 나는 것은 이렇게도 다른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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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날아라 날아라


■ 개방성과 자율성


 0 하늘처럼 열린 공간에서는 모두가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날 수가 있습니     다. 360명이 360도의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의 독창성을 확     증하는 경주입니다. 

 

 0 여러분은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자율성의 새로운 기류위에 뜬 대학생     들입니다. 이제 자유롭게 자신의 힘으로 날아야 할 때가 온 것이지요.      뜨는 것은 바깥의 힘에 의한 것이지만 나는 것은 자체 동력에 의한 것입     니다. 그리고 나는 것은 바람 탓을 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부모 탓,     사회 탓, 정치 탓, 아무리 탓을 해도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학은     초,중,고 환경처럼 타율과 의존이 아니라 모든 제도와 운영이 자율을 토     대로 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 젊음의 탄생

 

 0 타율에서 자율의 단계로 진입하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인격을 목적으     로 하는 사회, 인간들이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목적의 나라’가 출     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무교육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을 위한 교육’     이 주류가 됩니다. 이렇게 ‘타율’이 ‘자율’로 변하고 ‘뜨는 것’이     ‘나는 것’으로 바뀌는 새 젊음이 탄생합니다.


3. 높이 높이 날아라


■ 갈루아의 5차 방정식


 0 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자성어에 ‘천외유천(天外有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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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있습니다. 하늘 밖에 또 하늘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차원을 한 단계 올려 “높이 높이”날아야 할 것입니     다. 여러분 앞에 닥쳐올 새 시대의 하늘은 수학 문제로 치면 고차방정식     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0 인류는 바빌로니아 세대부터 수천년 동안 미지의 X값을 푸는 방정식에      도전했습니다. 1차방정식 그리고 2차, 3차, 4차까지.....

   하지만 5차 방정식은 풀리지 않은 채 19세기를 맞이하게 되고 21세로 생     을 마친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에 의해 5차 방정식을     푸는 어떤 공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공식이 없음”을 증명 해 내     었습니다.


 0 여러분이 그냥 날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여러분     이 앞으로 풀어야 할 인간의 삶과 문명 문제에는 어떤 공식도 존재하지     않는 5차 방정식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 문명사를 수학방정식으로 본다면


 0 비유적으로 말해서

   1차방정식이 수렵 채집 시대

   2차방정식이 농업 목축 시대

   3차방정식이 산업 시대

   4차방정식이 오늘의 정보 시대라고 한다면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다음 문명은 바로 5차방정식과 같다는 뜻입니다.

   19세기 때 청년 갈루아가 한 것처럼 여러분들은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는     그 문명의 문제들이 지금까지 찾아낸 대수의 공식 같은 것으로는 풀리지     않는 방정식임을 밝혀야 합니다. 


 0 우리에게 당면한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도 지구 전체의 문제이지만 동     시에 지역에 따라 그 현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때문에 그 처방에 있어     서도 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습니다. 5차방정식처럼 해법이 없기 때문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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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환경문제 뿐이겠습니까. 작게는 가정의 문제에서부터 숭례문을 불태운      이른바 ‘극장형테러‘ 같은 신종범죄의 사회문제에 이르기 까지, 일찍     이 인류가 겪어 본 적이 없던 일들이 지구를 덮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같은 직접적인 현실 문제만이 아니라 도덕적 가치나 삶의 방식을 푸는      문화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X 파일들은 대수의 고차방정식처럼 어떤 공     식조차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 고공비행


 0 머리띠 동여매고 바깥으로 뛰쳐나가던 저차원 방정식의 문제풀이가 아닙     니다. 대학의 힘은 거리의 시위공간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성의      넓은 바다, 창조적 상상력의 높은 하늘에서 옵니다. 고공비행을 하는 대     학에게 있어서 미래란 예고가 아니라 창조입니다.


 0 자동차를 몰 때 내비게이션처럼 유용하고 실용적인 도구도 없지만 그       GPS 기술을 가능케 한 것은 다름아닌 아인슈타인의 ‘우주 물리학 이       론’ 덕분입니다. 당대에는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지금 유용하게     쓰이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도 있다시피 과연 무엇이 쓸모가 있고 없고는 누구도 쉽게 단정하기      힘듭니다.

   

 0 ‘페러데이의 법칙’으로 유명한 물리학자의 한 일화를 생각해 봅시다.     연구에 몰두해 있는 페러데이를 보고 어머니가 물었지요. “예야 그것을     무엇에 쓰자고 밤낮 그 고생을 하는 거냐?” 그러자 페러데이는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어머니, 그 애는 장차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소중하게 키우십니까?”



◎ UP 2, 묻고 느끼고 〓 疑問驚歎 〓 Interrobang


★ Card 2  물음 느낌표 (Interro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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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은 물은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


깨달음을 부르는 호기심


1962년 마틴 스펙터는 물음

표와 느낌표를 하나로 결합

한 Interrobang 을 고안해

냈다. 묻고 느끼는 것은 별개

의 행위가 아니다. 생각하는

물음표의 젊음과 행동하는 느

낌표의 젊음이 하나로 합쳐

졌을 때에야 비로소 창조적

지성이 탄생한다.    


1. 물음표의 비밀


■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무엇을 물었나?


 0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는 원자시계의 개념을 최초로 발견한 물리학자로      1944년에 노벨상을 탔습니다. 우리가 지금 카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편하     게 길을 찾아 다니는 것도 바로 이 학자 덕택이지요. 그가 아무도 생각     지 못한 핵의 자기공명 기술을 개발해냈을 때 기자들이 그 비결을 물었     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냈느냐고 말이지요. 그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물으셨지요. ‘얘야, 오늘 공부 시간에는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했      니?’ 그것이 바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비결이지요.”

   라비 학자만의 비결이 아닐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노벨상을 많이 타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질문하는 버릇을 어린아이 때부터 길러 준     가정교육 때문이라고 합니다.


 0 물론 우리라고 의문과 물음의 중요성을 몰랐을 리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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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 김정희 선생은 제주도 유배시절, 대정 향교의 유생들 공부방인 동     재에  의문당(疑問堂)이라는 현판을

   써 주었다고 합니다. 스승의 말을 듣

   고 그냥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마

   음속에 의문을 품으며 학문에 정진하

   라는 가르침이었지요.


■ 물음표의 고향


 0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라는 것도 실은 대화를 통해 지       (知)를 낳게 하는 방법인데, 대화란 곳 의문과 물음을 주고 받는 행위지     요.


 0 공부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일까요. 궁금한 것을 푸는 것, 그것이 공부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굴하지 않고 계속 주변 사람들을 찾아 다니     며 물음표의 내력에 대해 묻고 또 물었습니다. 누군가는 물음표는 로뎅     의 조각 작품 ‘생각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 뜬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귀     의 모양을 그린 것으로 사람이 무엇을 잘 들으려고 할 때 귀 기울이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럴듯한 풀이이기는 하지만 내 마음속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 갔고, 결국 대학생이 된 다음에야 스스로 그 궁금증을 풀게 됏습     니다. 물음표는 Quaestio 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되었으며 영어의            Question 과 같은 말로 ‘의문’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문장의 끝에 일     일이 이 말을 쓰다보니 번거로워서 머리글자의 Q 와 꼬리글자의 O만을      따 ‘Qo'라고 표시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그것도 복잡해서 아예 Q자      아래에 o자를 붙여 한 글자로 합성해버린 거지요. 그 글자 모양이 점차     바뀌어 오늘 같은 물음표가 된 것이지요.


 0 물음표가 문장에 나타난 것이 천 년 전인 9세기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     으니 그때 당시의 일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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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것은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물음 그 자체의 지적 호기심입니다.     얼마나 그 물음이 잦았기에 단어 하나가 줄고 줄어 외자의 부호로 축약     되었겠는지. 이 물음표만 보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선 얼굴을 하고     우리 앞으로 다가 옵니다.


■ 지적 호기심에서 미래가 핀다.


 0 묻는 말에 잘 대답한 덕분에 그러니까 시험을 잘 치른 덕분에 여러분은     대학 입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잘 들으세요. 이제부터는 여러분들이     물을 차례입니다. 그래야 참된 대학생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누구     도 물어 보지 않았던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 내어 물음을 던지는 것, 이     것이 대학생활과 연구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 관념에 본     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의 시작이며 젊은이의 모든 지     적활동의 출발점입니다.


 0 더러는 물음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겠지요. 탈레스가 하늘을 보고 생     각에 잠겨 걷다가 수챗구멍에 빠졌던 것처럼 때때로 우리를 비웃는 이오     니아의 시민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릎을     다치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걸음마를 배웠던 것처럼, 멍이 든 나의      젊음을 새롭게 불러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지적 호기심의 물음표 입니     다.


 0 이런 때에는 물음표가 요술지팡이가 아니라 발목을 걸어 쓰러뜨리는 갈     고리처럼 보일 것입니다. 젊음을 멈춰 서게 하는 그 갈고리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도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합니     다. 뉴턴처럼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넘어져 무릎을 깨는 일이 있     어도 절대로 겁내지 말아요. 과학은 물음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요구하     지만 질문만 있고 영원히 대답이 없는 것에서도 값진 창조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요 예술입니다. 물음의 상처에서 흐르는 그 내출혈이 값     진 보석으로 결정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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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해답을 구하지 않고 그냥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릅     니다. 예술가라고 부릅니다. 누가 그랬지요.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     을 설명하는 것이요.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종     교는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2. 느낌표는 어디에서 왔는가?


■ 느낌표는 외침소리


 0 물음표와 짝을 이루는 기호가 느낌표입니다. 모양의 발생 역시 물음표와     똑 같습니다. 마치 물음표가 로댕을 ‘본’ 뜬 것이라고 하듯이, 혹자는     느낌표가 돌에 채인 사람이 놀라서 펄쩍 뛰어 오르는 모양을 나타낸 것     이라고 말 합니다.


 0 물론 근거 없는 속설에 지나지 않지요. 물음표가 라틴어의 Quaestio의      글자를 줄인 것처럼, 느낌표는 라틴어의‘Io’란 단어를 새로로 합친 글     자라고 합니다. ‘Io’는 우리가 ‘와’하는 소리처럼 감탄해서 외치는     의성어입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마틴 루터의 성서에 등장하고 있다고 하     니 역사가 꾀 깊습니다.                  

   

■ 햄릿형과 돈키호테형


 0 햄릿은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의 유명한 대사가     의미하듯이 매사를 회의하는 물음표형 인간입니다. 그런데 “미쳐서 살     고 깨어나서 죽었다.”는 돈키호테는 환상을 좇는 꿈속의 기사로, 충동     적으로 행동하는 느낌표형 인간입니다.


 0 물음표형 인간들은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끝없이 회의하고 묻고     시험하고 주저하는 햄릿처럼 가슴에 칼을 대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머뭇     거립니다. 그래서 물음표만 있는 젊은이는 회색지대에서 멈춰 서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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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그러니 느낌표의 감동은 문자 그대로 느낄 감(感) 움직일 동(動)으     로, 느껴야 비로소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물음표가 자동차의 브레이크라     고 한다면 느낌표는 바로 엑셀러레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 아이러니 마크


 0 그런데 우리는 이따금 물음표나 느낌표가 뒤집어진 이상한 마크를 보게     됩니다. ‘아이러니 마크’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세상을 뒤집어 보는 청개구리 근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의 젊은이에게는 구식이 되어 버렸지만 이 아이러니 마크에서 우리는 한     때 젊음의 우상이었던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의 모습을 보게 됩     니다.


 0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정상적인 물음표에 뒤집힌 물음

   표를 합쳐 사랑의 마크를 만든

   부호입니다. 물음표에 똑 같은 물

   음표를 보태면 ?+?=?, 역시 하나

   의 물음표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 마크의 뒤집힌 물

   음표에 정상적인 물음표를 합치면

   하트 모양이 됩니다.



3. 물음 느낌표의 족보


■ 유통기간이 지난 분류법                         


 0 19세기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을 햄릿형과 돈키     호테형으로 나누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감     정은 이성을 눈멀게 하고 이성은 감정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았지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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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과 이성을 상호 대립하는 것으로 갈라 놓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뇌     인지과학에서는 그것들을 서로 기능을 보완하고 도와주는 상보적 개념으     로 파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인간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며 물음표는 느낌표가 있기 때문에, 또 항상 동행하기      때문에 각자 자기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0 이중적 의미를 갖는 아이러니 마크에서 두 개의 다른 물음표를 합치면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이 되는 것처럼, 물음표와 느낌표를 한데 합     쳐 미국인 마틴 스펙터가 또 하나의 부호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이 여     러분의 젊음을 거듭나게 할 물음느낌표입니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     게 보일지 모르나 영어로는 Interrobang 이라 하고

   중국어로는 ‘의문경탄호’라고 일컫는 기호입니다.

   컴퓨터의 유니코드에서는 U+203 에 배치되어 있는 글

   자로 당당한 문자 세계의 시민권을 획득한 마크라고

   할 수 있지요. 곡선과 직선이 어울리고 얼음 속에서

   불이 타고 있는 것처럼 이성과 감정이 오버랩되어 있는 이 글자의 모양     은 햄릿과 돈키호테를 한데 합쳐 놓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음 느낌표가 앞으로의 젊음을 탄생시키는 매직카드가 되는 것은 좌우     어느 한쪽 뇌만으로는 통합적인 미래의 나 그리고 문명을 창조할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나도 몰라 하노라“ 의 행동 논리 


 0 어저 내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더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테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조선시대의 시인이며 명기였던 황진이의 시조입니다. 사랑이나 미움의      어느 한쪽 감정을 노래한 것보다도 우리의 가슴을 리얼하게 사로잡는 연     시입니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랑의 감정과 행동, 황     진이의 시조에서는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과 그 감정의 이중구속     이 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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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무엇보다도 이 시조에서 주목할 점은 님을 잡으면 가지 않았을 터인데도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의 그 대목입니다. 황진이가 님에 대해     한 행동은 보내지도 잡지도 못하는 머뭇거림의 ‘이중구속’과는 다릅니     다. 그리워하면서도 님을 잡지 않고 그냥 보냅니다. 논리적으로 맞든 아     니든 감정적으로 허락되든 말든 어쨌든 님을 보낸 것이지요. 그저 머뭇     거리지만 않고 무엇인가 감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물음표와 느낌표가     한 글자로 합쳐져 있는 물음느낌표의 특이성입니다. “나도 몰라 하노      라”의 물음느낌표가 있기 때문에 부조리한 삶 속에서도 인간은 행동하     게 됩니다.          


■ 최초의 펭귄


 0 진짜 용기와 열정은 회의하면서도 불확실한 회색지대로 뛰어드는 ‘최초     의 펭귄’이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최초의 펭귄‘이라는 관용어가  있습니다. 펭귄들은 뒤     뚱 뒤뚱 떼를 지어 우르르 바다로 모여 들지만 정작 바다에 뛰어들기 직     전에는 일제히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립니다. 왜냐하면 바닷속에     는 자신이 좋아하는 먹잇감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물개나 바다표범 같     은 천적들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머뭇거리고 있는 펭귄의 무리 가운데 그 불확실한 바다를 향해      맨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까지 머뭇     거리고 있던 펭귄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듭니다.


 0 Just do it! 불확실하지만 일단 무언가 저지르는 것. 끝없이 회의하다가     도 순간적인 직관이나 느낌으로 판단하고 삶 속으로 뛰어 드는 것. 이것     이 의문과 감동이 한 몸이 된 ‘물음느낌표’의 상징적 부호의 의미입니     다.    


 0 노인은 의구심이 많아 머뭇거리고 아이들은 철이 없어 덤빕니다. 진정한     젊은이는 의심하고 행동하는 최초의 펭귄인 거지요. 앞의 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젊은이란 한 마리가 멋 모르고 뛰면 덮어 놓고 뛰다가 낭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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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에 떨어지는 스프링복이 아닙니다. 젊음은 목숨을 걸고 남보다 앞서      불확실한 모험의 바다로 뛰어드는 최초의 펭귄인 것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실리콘벨리에 모여드는 벤처리스트의 젊은이들, 그리고 빌 게     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구글의 창시자들도, 그리고 요즘 한창 뜨고 있     는 미국판 싸이 월드인 ‘페이스 북’을 만든 하버드대학생들, 그 모두     가 20대의 ‘최초의 펭귄’들이었지요.     

   자 준비가 되었으면 불확실한 바다로 용갑히 뛰어드세요. 젊음은 물음표     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납니다. 젊음은 그렇게 탄생합     니다.



◎ UP 3, 헤매고 찾고 = 暗中摸索 = Serendipity


★ Card 3, 개미의 동선 (Ant's  Trace)


■ 방황속에 길이 있다.


0 목표를 향한 곡선과 직선

먹이를 찾아 헤매는

개미의 어지러운

곡선과 먹이를 찾

은 뒤 곧장 집으로

향하는 개미의 직

선은 진리를 찾아

방황하는 이 시대

의 젊음에게 끝없

는 도전과 흔들리지

않는 탐색 열정을 가질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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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뇌는 우유성(偶有性)을 먹고 자란다.


* 우유성 : 우연히 갖추어 가지게 된 성격


■ 개미가 그린 직선과 곡선의 의미


 0 앞의 그림은 한 생태학자가 개미의 동선을 추적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한자로 미궁(迷宮)이라고 할 때의 그 미(迷)자를 한 번 보세요. 쌀 미자     모양으로 사방팔방으로 쏘다녀야 어디엔가에 있는 행운과 만날 수가 있     습니다. 그러고 보면 무질서니 혼란이니 방황이니 하는 말들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0 그런데 그림을 한번 더 자세히 보면 어지러운 곡선 사이로 유난스럽게      일직선으로 뻗은 선으로 신경이 쓰이게 될 것입니다. 개미들은 먹이를      발견할 때까지는 이라저리 싸다니다가도 일단 먹이를 찾으면 귀신같이      자기집으로 달려갑니다. 그것도 헤매다니던 제 위치에서 제 집 구멍까지     의 최단 경로를 찾아 일직선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위치추적 장치도      없이 어떻게 자신이 떠난 집의 방향을 곧바로 찾아내는지 현대 과학으로     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냥 돌아가는 것     이 아니라 페로몬이라고 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자신의 궤적을 냄새로 알     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다른 개미들은 방황을 하지 않고 먹이     위치를 찾아내어 일직선의 행렬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 진리는 나그네요 방황이다.


 0 진리를 탐구하는 자는 먹이를 찾는 개미처럼 방황하게 됩니다. 비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희랍의 철학자들도 그러했습니다.       


 0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새벽의 경주’라는 소설에서 '이 세상에      메이 비(May be)란 말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 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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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은 매우 지능적이고 전광석화로 움직이는 숲속의 사슴 한 마리를 표     적으로 매년 사냥을 하러 시골로 내려 옵니다. 동이 트기 전 그 사슴을     좇는 사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를테     면 그것은 소설 제목 그대로 사슴과 벌이는 아침 경주이지요.


   천재일우의 기회가 닥쳐왔는데도 그는 그냥 사슴을 놓지고 맙니다. 그때     몰이꾼 소년이 묻지요. 왜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는가고 말이지요.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글쎄다(May  be). 이 세상에서 글쎄라는 말처     럼 아름다운 말도 없단다.” 그는 내년이면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메이 비’의 아름다운 미혹을 그대로 남겨 두고 싶었던 게지요.


 0 ‘메이 비’는 ‘예스’와 ‘노’의 사이에 존재합니다. 예스가 대낮이     고 노가 한 밤중의 어둠이라면 그렇지요.‘메이 비’는 그 빛과 어둠 사     이에 존재하는 어렴풋한 새벽의 노을일 것입니다. 메이 비는 사슴과 경     주를 벌이는 그 새벽의 공기요. 빛이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신출귀몰하     는 사슴의 뒤를 좇기 위해 숲속을 헤매고 다닌 그의 발자취를 그려 놓는     다면 틀림없이 그것은 개미의 어지러운 곡선과 같았을 것입니다.


 0 괴테도 말했어요. 노력할수록 방황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메이 비’가     있는 곳에 젊음이 있지요. 40이면 불혹의 나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곧      미혹의 젊음이 끝나는 날이라는 뜻이지요. 

   

■ 우유성으로 가득찬 숲


 0 ‘메이 비’예찬이 예술가들의 허풍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생물을     관찰하는 생태학자들도 인간의 뇌를 직접 스캔해서 정보를 얻는 인지 과     학자들도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메이 비’란 말을     ‘우유성’이라는 전문 용어로 바꿔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0 사는 동안 우리의 뇌속에서는 반은 규칙적이고 반은 우연적인 일들이 일     어나는데 그러한 현상을 일컬어 우유성이라고 하지요.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요 그 현장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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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예스’와 ‘노’사이에 끼어 있을 때 인간은 가장 많은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슴을 좇아 경주를 하는     새벽의 숲이야말로  가장 우유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겠지요. 



2, 노이즈와 국물 문화


■ 시스템을 바꾸는 ‘노이즈 이론’


 0 개미의 곡선 흔적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노이즈’가 됩니다. ‘노이      즈’ 는 정보이론에서 사용하고 있는 잡음이지요. 원하지 않는 것, 필요     로 하지 않는 것이 섞여 있는 것, 옥에 섞인 티 같은 것입니다. 직선이     순수성이라면 우여곡절의 곡선은 노이즈라고 불러도 좋을 겁니다. 미셸     세르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파라지트’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노이     즈를 가리키는 말인데 프랑스어에서는 그것이 단순히 ‘잡음’ 만 아니     라 ‘기생충’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0 누가 노이즈를 좋다 하고 기생충을 반갑다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방황이     란 말처럼 이 노이즈란 것도 반전시키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     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니지요 기생충이 그렇듯 노이즈도 반드시 우리      삶속에 따라다니게 마련인 자연 현상의 하나입니다. 그러기에 노이즈를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예상치 않았던 효과가     생기고 발전을 꾀할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 염화나트륨 만으로는 소금을 만들 수 없다.


 0 화학 작용으로 만들어 낸 인공 소금을 먹어 보니 그 맛과 질이 천연소금     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공소금은 맛이 직선적이며 침투력     이 약해서 생선을 절일 때도 겉만 짜고 몸에 간이 배지 않았습니다. 채     소를 절일 때에도 발효가 잘 되지 않지요. 소금의 결정 모양도 다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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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진공가마에서 나온 소금은 주사위형인데 자연산 소금은 평평한 결정     체 모양입니다. 그래서 생선이나 채소에 붙어 있기도 쉬웠던 것이지요.


 0 간장 맛에도 미묘한 차이가 생겨 납니다. 인공 소금을 쓸 경우 모두가      똑 같은 맛으로 획일적인데 비해 천연 소금은 결정형이 제멋대로라 그때     마다 개성이 다른 오묘한 장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인공염과는 달리 유     산균이나 효소처럼 살아 있는 것과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지요. 한 마디     로 천연 소금이 살아 있는 것이라면 순수한 염화나트륨만으로 구성된 인     공 소금은 죽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순수한 물(H2O)      의 성분 만으로 된 증류수와도 닮은꼴입니다. 죽은 맛이지요.


 0 하지만 천연 소금은 천연의 물 그것처럼 살아 있습니다. 천연염에는 염     화나트륨이 90%이고 나머지는 수분과 마그네슘, 칼슘을 비롯한 여러 가     지 불순물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소금은 소금 성분 이외의 것, 이를테면 필요 없다고 생각한 불순물이 들     어감으로써 제 맛을 내게 된다는 이 놀라운 이치, 화학 소금은 가벼워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일본의 씨름판에 뿌리는 소금까지도 수분이 많은     옛날 소금이어야 한다는 사실. 염화나트륨만으로는 진짜 소금이 될 수      없다는 이치를 잊지 마십시오. 새벽에 아름다운 노을이 생기는 것은 그     대기에 먼지가 섞여 있기 때문이라는 역설을 잊지 마십시오.        

     


■ 한국의 국물 문화를 재평가 하라.


 0 그러면 여러분은 자연히 한국 문화에는 천연 소금처럼 노이즈가 많다는     데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생활문화에서 고급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기층 문화는 자연의 불순물을 제거하지 않고 함께 포함시켜 왔던 것입니     다.

   이는 한국 음식에 국물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쉽게 알 수 있습     니다. 한국 음식에 따라붙는 국물들을 정보이론 용어로 비유하자면 일종     의 노이즈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한국의 욕 중 가장 이색적인 것이 “국     물도 없다”는 말입니다. 야박하고 뻑뻑하고 인정머리 없고 붙임성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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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때 침을 뱉듯 “에잇”이라는 간투어에다 “국물도 없네”라고 덧붙     이지요.


 0 서구 사회의 문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국물없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서구 문화와 그 사회사는 국물 없애기(미각문화),      노이즈 없애기(청각문화), 그림자 없애기(합리주의) 라고 요약할 수 있     겠네요. 이를테면 면(국수) 문화가 서구로 수입되면 국물없는 스파게티     가 되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 접시 문화와 사발 문화


 0 음식에서 국물을 없애듯 음악에서 잡소리(노이즈)를 제거한 것이 서양음     악입니다. 바이올린처럼 서양악기의 발전 역시 철저하게 노이즈를 제거     하는 기술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음악은 노     이즈를 제거하지 않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음악의 일부     로 그 맛을 살려 내려고 하지요. 판소리에서 쉰듯한 목소리의 탁성이 그     렇고, 가야금에서는 여운을 흔들어 주는 농현이 그렇습니다.


 0 듣는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음악이 연주될 때에는 관중은 기침하나     없이 숨을 죽이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까다로운 지휘자는 악보     넘기는 소리까지 귀에 거슬린다고 하여 종이 대신 비단 같은 특수 재료     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음악은 정반대로 연주 도중에 추임새가 들어가야 흥이     나고 이따금 창을 하는 사람이 고수와 농도 나눕니다. 노이즈를 끌어 들     이는 것이 연희 형식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0 동양의 선(禪) 문화를 공부한 전위 음악가 존 케이지는 서구 음악에 노     이즈를 끌어 들인 대표적인 예술가입니다. 윤이상씨의 음악이 서구인들     을 놀라게 한 것도 바로 그 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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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젊은이여 세렌디피티를 잡아라.


■ 세렌디피티가 뭐길래


* 세렌디피티 (Serendipity) :  실수나 우연을 통한 창조성


■ 플래밍 박사의 재채기


 0 세렌디피티 1.


   플래밍 박사가 리소자임과 페니실린의 두 항균성 물질을 발견하게 된 것     은 1920년대의 일인데, 그 둘 모두가 우연에서 발견된 세렌디피티라고      전해집니다. 리소자임은 생물의 침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살균성 효소인      데, 그것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도 그가 세균을 칠한 실험용 접시     에 재채기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며칠 뒤 재채기를 해서 침이 떨어진     자리에 세균의 콜로니가 파괴된 것을 발견합니다. 당시에는 감염증을 치     료할 만큼의 효험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식품 첨가물이나 의약     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요.


 0 세렌디피티 2.

   

   그 뒤 1928년 플레밍 박사가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된 것 역시 뜻하지 않     게 조수의 실수로 열어 놓은 창으로 곰팡이 균이 날아 들어와 박사의 세     균 배양 접시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사는 그날따라 실험실을     정리할 생각으로 푸른 곰팡이 균이 떨어져 못 쓰게 된 패트리 접시를 내     버리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때 문득 세균 콜로니가 말갛게 변해 있음을     발견합니다. 푸른 곰팡이의 균 속에 항균 물질이 들어 있어서 포도상구     균들을 갉아 먹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에 앞서 우연한 재채기로 침      속에 항균 효소가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리고 그가     어렸을 때 푸른 곰팡이가 핀 묵은 빵으로 염증이 생긴 곳을 문질러 주시     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그는 그 접시를 그냥 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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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렸을지도 모르지요.


 0 세렌디피티 3.


   페니실린은 정제기술 부족으로 실용화할 수 없어 10년간 의학계에서 잊     혀 졌으나, 묵은 서류를 들추던 플로니와 체인 두 과학자에 의해 효과적     인 약제로 탄생


 0 세렌디피티 4.


   하지만 그들의 성공도 대량 생산을 통해 실용적인 약제로 만들기에는 역     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부상병 치료에      고심하던 군 당국에 페니실린 정보가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그 바람에     비로소 페니실린은 대량 생산 체제로 들어가고 그 진가를 발휘하여 많은     부상병들의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항생제의 대량생산 과정에서도 우연     이 개입했지요. 평범한 주부의 쇼핑 광주리 안에서 썩어가던 토마토에서     배양된 균을 통해 새로운 배양 기술과 방법이 생겨난 행운이 뒤따릅니      다.    


 0 세렌디피티 5.


   스코틀랜드의 에어 록필드 지방에 플레밍이라는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     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늪 가까이에서     사람 비명 소리가 들려 왔지요. 달려가 보았더니 웬 소년 하나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의 아이를 가까스로 살려 냈는데, 다음 날 으리으리한 마     차를 탄 귀족이 찾아 왔습니다. 그는 농부가 구해 준 아이가 자신의 아     들이라고 소개하면서 목숨을 구해준 데 대한 사례를 하겠다고 나섰습니     다.농부가 끝까지 사양하자 그 귀족은 마침내 헛간에서 그 광경을 바라     보고 있던 농부의 아이를 발견하고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됩니다. 농부의     아들을 그가 구해준 자기 아이와 똑 같은 수준으로 교육시켜 주겠다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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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귀족이 제안한 대로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농부 플레밍의 아들은 당대     최고였던 런던 대학교의 세인트 메리 병원 의과 대학에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페니실린을 발견해 귀족 작위까지 얻게 되지      요. 그가 바로 알랙산더 플레밍 박사였습니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농부가 구해 준 귀족의 아들이 장성하여 페렴에 걸립     니다. 그렇지요 그 시대에 페니실린이 없었더라면 그는 살아 남지 못했     을 것입니다. 그 귀족은 바로 랜돌프 처칠 경이었으며, 늪에 빠졌던 아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을 구해 낸 재상 윈스턴 처칠 경이었던 것     입니다.                 


   정직하고 욕심없는 스코틀랜드의 소박한 농민의 마음이 없었더라면 어떻     게 그의 아들이 그 같은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요.      랜돌프 처칠 경이 만약 오만한 귀족으로 우직한 농부를 바보로 알고 그     냥 지나쳤다면 과연 페니실린의 세렌디피티는 가능했을까요. 인간의 열     정과 선과 지식의 탐구와 인간 생명의 존엄성, 이런 가치를 지키고 추구     하는 마음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이 많은 우연들이 페니실린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 많은 인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개미가 지     나간 어수선한 선들은 하나의 구멍을 향해 똑바로 뻗어간 선과 결합할      때 진정한 기적의 세렌디피티, 창조의 힘이 우러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 UP 4, <나나>에서 <도도> = 兩端不落 =

               Win - Win


★ Card 4, 오리 - 토끼     

    

    굿바이! 유통기한이 지난 흑백의 이분법은 가라.


■ 오리일까, 토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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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사물은 하나 그 이상의 모습일

수 있다. 진정한 지식과 진리

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이것

이냐. 저것이냐의 택일 패러다

임에서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

이기도한 겹눈의 시각이 필요하

다. 




1. 이것이냐 저것이냐.


■ 오리인가. 토끼인가.


 0 ‘오리 토끼(duck - rabbit)' 그림은 비트겐슈타인의 애매도형입니다.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여주고 무엇을 그린 그림이녀고 물으면 ’오리‘라     고도 하고 ’토끼‘ 라고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보는 방향에 따라 그     것을 결정짓는 것은 오로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즉, 관찰자가 부여하는 ’관점의 틀‘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그림의 내     용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0 인간은 동전을 넣어야 움직이는 자동판매기처럼 outside - in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바깥에서 자극이     없어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inside -out의 존재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실험해 보면 됩니다. 

   

■ 누가 반쪽만의  삶을 좋아할 것인가


 0 사실 오리- 토끼 그림을 비트겐슈타인이나 곰브리치 도형이라고 부르기     는 하지만 원래는 철학자나 심리학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었지요. 19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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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에 미국의 심리학자 제스트로가 사람은 육안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     을 통해서 사물을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개한 도형이었다     고 합니다.


 0 도형은 변하지 않는데 그림은 마음의 시선에 따라서 멋대로 오리가 되기     도 하고 토끼가 되기도 합니다. 오리의 주둥이와 토끼 귀가 번갈아 교체     되면서 마치 동영상처럼 좌우로 스윙을 하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마음     에 걸리는 것은 그 그림을 오리 - 토끼로 동시에 인지할 수는 없다는 것     이지요. 아무리 기를 써도 오리로 보일 때에는 토끼의 모습은 사라지고     토끼로 보일 때에는 오리가 지워집니다. 언제나 둘 중에서 어느 하나만     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요.


■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보세요.


 0 오리냐 토끼냐의 양자택일의 강박관념이 젊은이들을 가위눌리게 합니다.     열린 들판의 복판에서 살기를 원하는 젊음이 흑백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     해서 경직됩니다. 오른쪽 방향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오리라 하고 왼쪽     방향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토끼라고 합니다. 거기에서 좌파 우파가 생겨     나고 생사를 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     을 수 없는 것이지요. 이것 아니면 저것 하나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중간이란 없습니다. 싸움이 치열할수록 중간은 어느 한쪽에 붙어야 삽니     다.  선택은 “예”아니면 “아니오”뿐인 것이지요.


 0 정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비트(bit)가 바로 그러한 “예스”와 “노”로     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트는 정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1과 0의 수     치를 일컫는 말로 그 1과 0을 말로 옮기면 “예스”와“노”가 됩니다.


■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0 글로벌 과제로 떠 오른 것이 문화의 다양성이고, 문화 상대주의입니다.     어떻게 하면 ‘오리냐 토끼냐’의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오리 토끼의 양     의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함의 원리로 옮겨 가는가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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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정의한 대로 20세기는 극단의 시대 그리고 양극     화의 시대였지요. 그것을 넘어 어떻게 균형의 시대로 그리고 융합의 시     대를 실현시키는가가 앞으로 펼쳐질 새문명 시대를 만들어야할 젊은이의     최대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2.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법


■ 왜 쌍두의 독수리인가.


 0 이것이냐 저것이냐로 택일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를 모두 취하는 방법은     없는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쏠림 현상을 조정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생각해 내었지요. 가장 쉬운 예가 애매 도형과는 다른 좌우 대칭형 도형    입니다. 그렇게 하면 좌든 우든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0 러시아의 국가 문장은 쌍두 독수리입니다. 새를 대칭으로 그리려니 가장    문제는 머리입니다. 억지로라도 대칭도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계에서     는 없는 쌍두 독수리가 탄생 됩니다.

   러시아 국장과는 달리 미국의 흰머리 독수리는 머리가 하나입니다. 그래     서 독수리의 양 발에는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와 전쟁의 상징인 화살 다     발을 그려놓고 머리는 올리브 쪽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0 러시아나 미국의 국장에 비해서 한국의 태극 도형은 아주 다릅니다. 겉     으로 보면 대칭이지만 한가운데를 접어 보면 대칭 도형이 아닙니다. 그     러나 좌우가 다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음에는 양이 있고 양에는     음이 있습니다. 그것이 고기의 눈과 같다고 해서 서양 사람들은 ‘피쉬     아이’라고 부릅니다.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함께 어울려 있는 것이 태     극 도형의 특징입니다. 이것이 바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     는 양단불락(兩端不落)정신입니다. 그래서 콜린즈 같은 경영학자들은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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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를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서구적 양자택일의 방식에서 ‘이것도 저     것도’의 동양적 양자 병합의 의식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     다.


 0 선(禪)에서는 깨달음의 방식으로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을 사용합니     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밖에서는 어미닭이 껍질을 쪼고 안에서     는 병아리가 껍질을 깨려고 합니다. 어느 한 쪽의 힘만으로는 결코 알을     깰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안과 밖이 시기를 맞춰 동시에 작용하     지 않으면 또한 알을 깰 수 없습니다. 교육의 원리로 하면 학생과 선생     이 선후없이 타이밍을 맞춰서 가르치고 배우는 호흡이 일치해야 한다는     원리입니다. 


 0 생명적인 것은 깊이 들어갈수록 오리 - 토끼처럼 비대칭적일 경우가 많     습니다. 인간의 몸을 보세요. 겉으로는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 가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성숙해진다는     것은 겉에서 안으로, 대칭적인 데서 비대칭적인 것으로 옮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3. 불국사에서 배우기


■ 나나 도도


 0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냐’를 ‘나’로 바꿔 보십시오. 선택의 차     이는 없어지고 ‘이것이나 저것이나’가 됩니다. 중국 사람들이 생활 철     학의 하나로 꼽는 ‘차부도(差不等)’의 정신입니다. 그리고 그 ‘나       나’는 ‘도도’로 진화합니다. 수동적인데서 능동적인 것으로 말입니      다.


 0 도시생활에서 패배한 젊은이들이 잘 쓰는 말 “모두 다 때려 치우고 시     골이나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할 때의 그 ‘~나~나’입니다.할 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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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사람들이 하는 ‘말로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자는’ 생활입니다. 그러     나 패기 있는 젊음과 희망을 지닌 젊은이들은 ‘나나’가 아니라 ‘도      도’라고 말 합니다.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도시도 농촌도’ 모     두 자기 생활 공간안에 포함시킵니다.         

   양자택일에서 양자병합으로 가는 삶,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     는 Win - Win의 상생원리입니다.


■ 경주에만 가도 ‘도도’ 소리가 들린다.


 0 경주에만 가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양방향으로 오리 - 토끼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복안의 세계가 열립니다. 신라의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우고 그것을 천 년 동안이나 간직해 온 그곳에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     과 자연이, 그리고 사람과 신이 한 데 어울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신화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0 불행하게도 여러분은 지금 균형감각과 조화의식을 한몸에 지녔던 화랑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면 화랑     의 모습과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서로 나     란히 짝을 이루며 서 있으면서도 그 모양은 비대칭적 구조를 이루고 있     습니다. 하나는 직선적이고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데 비해 다른 한쪽은      곡선적이고 장식적입니다. 서로 다른 것들의 절묘한 만남과 아름다운 그     융합이야말로 화랑의 모습이며, 원융회통의 추상적 언어를 시각적인 형     태로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지러진 영웅 화랑의 얼굴


 0 ‘찬기파랑가’와 같은 향가에 나타난 화랑은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예     술가이며 지성인이고 동시에 냉철한 현실인이었으며, 용감한 무사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젊음이 신라의 천년을 이끌어 온 화랑이었습니다. 그     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다니며 ‘문과 무’를 익히고 ‘정신과 신       체’를 단련하고 ‘개인과 전체’가 함께 상생하는 삶의 총체성을 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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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실천했습니다. 고구려는 북방 문화를, 백제는 남방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라면 신라는 그 두 요소를 다 같이 조화시키고 통합히는 문화를 창     조해 냈던 것입니다.    

   삼국에서 가장 후진적이었던 신라의 이점이기도 했지요.  이렇게 문무의     어울림,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다같이 이룬 화랑의 통합적인 인간이야말     로 오리냐, 토끼냐의 좌우로 갈라서 싸우는 우리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청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 생각해 보세요. 군사 문화가 지배했던 시절 사람들은 싸우는 화랑의 한     쪽 모습만을 보았습니다. 문을 배제한 무의 세계로만 쏠린 시선이지요.     논산의 신병훈련소를 ‘화랑대’라고 한 것도 그렇고 전시에 피우던        ‘화랑담배’가 그랬습니다.

   반대로 화랑을 춤추고 노래하는 문의 요소로만 보았을 때 화랑은 한량이     라는 말로 변허게 됩니다. 풍류의 놀이만을 즐기는 나약한 플레이보이      이미지로 전락한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화랑은 육체와 정신이 둘로 쪼개     진 반쪽 인간이 되고 맙니다.


 0 이지러진 화랑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것처럼 여러분의 젊음도 거듭태     어나야 합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옛것을 그대로 가져오라는 말이 아     닙니다. 그렇게 하면 도굴범이 되고 말겠지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선     택에서는 참다운 젊음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 창조의 방충망을 달아라.


 0 IT 시대의 양자관계는 독립도 예속도 아닌 상호 의존관계로 변해가고 있     습니다. ‘냐냐’가 ‘나나’로 ‘나나’가 ‘도도’로 말입니다.

   말이 쉽지 오리 - 토끼의 그림에서 보듯이 다의성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려운 시절에 살아온 우리는 그동안 선택     의 줄서기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좌냐, 우냐 잘못 줄을 섰다가는 삼대가     멸하는 가열한 역사 속에서 살아온 것이지요.


 0 어떻게 할까요.여름밤 아버지는 덥다고 창문을 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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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 들어 온다고 문을 닫으라고 합니다. 괴로운 오리 - 토끼지요. 어느     한 편을 들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자신에게 유리한 어     느 한쪽에 서려고 한다면 오랫동안 우리가 상처입은 그 줄서기의 비극을     재연하는 것입니다.


 0 오리냐 토끼냐의 선택에서는 줄을 서야 하지만 창조하는 젊은은 줄을 만     듭니다. 망창을 만들어 다는 것이지요. 바람은 들어오고 모기는 막아주     는 이 방충망을 창조하는 것, 그것만이 ‘나나’를 ‘도도’로 바꿔주는     희열의 역사를 눈앞에 펼쳐 줄 것입니다.



◎ UP 5 섞고 버무리고 = 圓融會通 = Mash up


★ Card 5 매시 업 (Mash uo)


■ 섞어라 버무려라 그러면 주실 것이다.


융합과 진화의 메커니즘        


매시업은 리믹스와 샘플링

같은 음악 혼합 제작 기법

을 일컫는다. 서로 다른 존

재들이 만나 섞이고 통하여

하나가 되는것, 혹은 전혀

새로운 하나로 탄생하는 것

은 우리를 또 다른 창조의

세계로 이끈다.


1. 서로 다른 것끼리의 만남


■ ‘매시 업’로고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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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여러분, 이런 괴상한 로고를 본 적이 있나요? 두 개의 아치형 대문처럼     보이는 것은 영어의 M 자를 딴 것이고, 탑처럼 위로 솟은 화살표는 위로     올라가는 up의 표시입니다. 이것은 ‘매시 업(mash uo)’이라는 음악 양     식을  나타내는 로고입니다. ‘mash'는 섞다/결합하다의 뜻으로 두 개      혹은 여러개의 음원을 합성해 새로운 곡을 만드는 음악 제작 기법을 일     컫는 말입니다. 미국의 음악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데인저 마우스가 그      원조라고 합니다.


 0 그리고 새로운 양식의 음악이 힙합계를 덥치면서 젊은층에 파고들기 시     작한 것을 보아도 분명 매시 업은 21세기 융합문화의 트랜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 21세기의 아이콘 융합기술 문화


 0 지금 각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조합어들을 한 번 추려보세요. 자장     면과 스파게티가 융합한 ‘짜파게티’의 퓨전 음식에서부터 교육과 오락     이 뭉친 ‘에듀테인먼트’, 팝송과 오페라가 결합해 ‘팝페라’가 되는     크로스오버의 전위 예술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매시 업이 존재 합니다.     최첨단 기술 역시 IT, BT, NT가 세 쌍둥이처럼 뭉친 융합기술이고, 최신     휴대폰 또한 전화를 걸고, 사진을 찍고, 문자를 날리는 컨버전스 상품으     로 시장을 덮고 있지요. 심지어 어지간해서는 유행을 타지 않는 학계에     서도 생물학을 비롯 자연과학이 인문학과 동거를 시작한 ‘consilience     (통섭)’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 지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0 이렇듯 이미 알려져 있는 것들을 결합하여 지금까지 누구도 모르고 있던     새로운 효능과 가치를 창출하는 기법, 그리고 그 정신이 M자 위의 화살     표처럼 오늘의 젊음을 업그레이드하는 비밀병기 즉 매시 업입니다.


■ 패러디는 즐겁다.


 0 패러디 : 이미 있는 노래나 영상을 합성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매시 업의 초보 단계로 ‘세븐 업’처럼 청량음료가 되기도 하지만 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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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많아 지하문화의 위험한 마그마가 되기도 한다.


 0 친숙한 것을 낯선 것과 섞고, 고상한 것을 상스러운 것과 비비고, 딱딱     한 것을 부드러운 것과 버무리는 기술,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DNA, 특히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에 깊숙히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솝 우화의 뉴 버전 ‘개미와 베짱이’


 0 일본 버전


 -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자 베짱이는 먹을 것을 찾아 개미집을 찾아감 ⇒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자 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뿔사 여     름내 모아둔 양식은 그득한데 개미들은 모두 과로사로 목숨을 거둠 ⇒      베짱이는 배부르게 먹고 노래하고 춤추며 겨울을 보냄


 - 일중독으로 모으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일본인을 패러디한 것


 0 미국 버전


 - 문을 두드리는 대목까지는 일본과 같음 ⇒ 그러나 베짱이는 욕만 먹고      쫒겨남 ⇒ 춥고 배고프고, 슬픈 베짱이는 눈물을 흘리며 즐거웠던 지난     여름을 추억하며 아주 슬픈 노래를 연주함 ⇒ 일만 하느라 음악을 모르     던 개미들은 베짱이의 음악에 매료되어 모여 듬


 - 베짱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무리를 향해  “Ticket pleace     (입장권을 내라)‘고 소리침 ⇒ 결국 베짱이는 겨울마다 리사이틀을 열     어 마이클 잭슨 같은 큰 부호가 되었음


 0 구 소련의 붕괴를 패러디한 러시아 버전


 - 개미들은 밖에서 떨고 있는 베짱이를 보자 위대한 사회주의 공화국의 이     념을 전 세계에 고취하기 위해서 플래카드를 걸고 환영합니다. “베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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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무, 이제 우리 집단 노동장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먹는 동무가 된 것     을 환영합니다.”그리고 개미들은 베짱이를 당원으로 받아들여 성대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덩치 큰 베짱이가 제 식구까지 데려오는 바     람에 며칠 안 가 비축한 식량이 바닥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나기     도 전에 그들은 모두 굶어 죽고 말았지요.


2, 이분법의 탈 구축, 개짱이


■ 뽕도 따고, 님도 보는 문화


 0 앞의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은 패     러다임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희랍 때부터의 버릇이지만,     개미와 베짱이를 일하는 것과 노는 것, 생산자와 소비자의 흑백 구도로     나누었다는 점에서는 각 나라의 이야기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0 세계 선진국들의 가계비 통계를 보면 불과 몇 년 사이에 교육과 오락 등     의 문화활동에 지출되는 비용이 식료와 생필품 구입 비용을 웃돌고 있으     며, 그 성장률도 수직상승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베짱이의 시대가 오     히려 개미를 압도하는 상황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 일과 놀이의 경계를 해체한 한국의 개짱이들


 0 이러한 이분법이 종언하고 그 경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진정한 융합문화     가 생겨 납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노동 = 놀이’관을 한마디로      나타낸 “뽕도 따고 님도 보고”라는 속담입니다. 혹은 “쉬엄 쉬엄 일     하다” 처럼 쉬는 것과 일하는 것이 같은 리듬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상     태지요. 이러한 노동 = 놀이를 이솝 우화에 대입하면 그 우화 자체가 해     체되고 개미와 베짱이는 하나로 매시 업이 됩니다.그것이 바로 ‘개짱      이’입니다.     


■ BT 시대의 담배는 장수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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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19 세기에는 담배를 피우면 오래 산다고 해서 ‘장수연(長壽煙)’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20 세기에는 암을 일으키는 유해한 연기로 인식되      어, 가는 곳마다 금연 팻말이 붙어 있지요. 근심걱정을 없앤다는 무심초     (無心草)가 이제는 백 가지 근심을 부르는 우심초(憂心草) 거 되어 버렸     습니다.


 0 하지만 생명공학이 지배하는 21 세기의 담배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     어 집니다. 캐나다의 바이오캐미컬사는 척추암을 비롯해 암 치료의 단백     질을 합성시키는 새로운 담배를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이제 곧 암을 일     으킨다는 담배가 암 치료제로 물구나무서는 날도 멀지 않을 것입니다.


 0 이같은 암 치료 담배 모델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경계 붕괴의 새     로운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실험은 캐나다와 미국이 공     동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첨단 기술에는 국경이 없음을 보여 줍니다. 그     리고 이 실험은 사람의 유전자를 담배에 심어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것     으로  인간과 식물의 경계선이 없습니다. 유전공학 자체가 물질과 생명     의 경계선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0 더구나 이 담배는 일광, 습도, 기온 같은 외부 영향을 받지 않는 지하에     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버려진 폐광이 가장 이상적인 생산지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벌써 미국 미시건주의 폐광 지하 약 80미터에 이 담배 재배소     가 만들어져 그 폐광촌은 새로운 고용 기회의 열기로 활기를 띠고 있다     고 합니다.


■ 유원지와 교육장도 융합


 0 21 세기의 가나안 땅은 양극이 아니라 그것들이 겹쳐지고 어울리는 그레     이 존에서 실현됩니다. 그러한 회색의 융합 공간에서는 놀이의 유원지와     교육장의 경계도 애매해집니다. “날이 갈수록 미국의 MIT는 디즈니랜드     가 되고 디즈니랜드는 MIT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고 말한 어느 교수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 올래도에 있는 디즈니랜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과학관이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카지노의 환락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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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알려졌던 라스베거스에도 국제회의가 열리는 컨벤션세터와 회사원들     이 머무르며 세미나를 여는 교육장을 갖춘 호텔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0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링크되면 이렇게 몇      천 년 내려온 소유 모델 자체가 애매해 집니다.

   매시 업의 훈련, 담장이 없는 벌판에서 살아가는 삶으로 내 젊음을 업그     레이드 하지 않는 한 여러분이 만드는 미래는 결코 새로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3, 융합의 시대애 잃어버린 한국의 문화코드


■ 원(圓) - 선형에서 원형 패러다임으로   


 0 21 세기가 지난 세기 또는 산업주의가 지배해 온 근대에서 벗어나 새로     운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직선적 사고 패러다임이      원형적, 순환적 사고 패러다임으로 바뀌어가는 현상입니다.


 0 인간 사회의 현실에서는 해결 가능하고 질서 정연한 직선적 체계야말로     오히려 변칙적이라는 점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매우 적지요.  기상의 경     우처럼 자연의 성격 부터가 이미 비직선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0 인간 사회의 문제들은 미적분 방정식에 들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근대     의 학교 교육의 틀에서는 배우기 힘 듭니다. 그러기 때문에 속된 말로      “학교의 우등생은 사회의 열등생”이라든가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세상은 교과서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는 경우가 그것을 반증     합니다.


 0 교육공장 음악공장

   초,중,고, 대학까지의 과정들이 공장처럼 일관적인 작업을 하는 시스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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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 똑 같다는 앨빈 토플러의 분석에서 교장은 공장장이고 학년단계에 따     라 진급하는 학생들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이동하는 제품들이 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완제품의 일련번호에 품질 보증서와 비슷한 졸업장을      받는데 공장제품과 다른 것은 A/S와 리콜제도가 없다는 점이지요.


   앨빈 토플러는 교향악의 양식도 ‘음악공장’의 산물로 봅니다.      


   비판 받아야할 것은 학교가 아니라. 그것이 모델로 삼고 있는 산업주의     사회의 획일성과 직선적인 관리시스템으로 구성된 공장이지요. 요약하자     면 20세기 까지의 직선적 사고와 그 시스템을 기초로 한 패러다임을 원     형적 사고와 순환적 시스템으로 구성된 역동적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     이 21세기 교육의 기본 전환점이라는 사실입니다.    

   

 0 서양은 원인 - 전개 - 결론이 일직선으로 이어지지만 소통의 세계, 정보     의 세계에서는 기-승-전-결의 ‘전’이 개입되어 비선형적 현상이 생겨     납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세계가 펼쳐지지요.

   깃발을 보더라도 서양과 동양의 차이는 분명해집니다.  많은 서양 국기     들은 삼색기 등으로 그 문양이 직선적인데 비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은 둥     근 문양이 주를 이룹니다.


■ 융(融) - 한석봉의 어머니가 되지 마라.  


 0 교육은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불을 끄고 떡을 썰고 글씨를 쓰는 반복적이     고 균일한 노동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관습과 관행의 조     건반사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황홀한 깨달음으로     서 존재해야 합니다.


 0 21세기 기술 경쟁에서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술 융합, 즉 기술을    ‘뭉치는’자가 승리 합니다. 기술 왕래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간 고유     영역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으며. 각 기업이 서로 다른 용도로 개발했던     기술이 한데 모여 새로운 기술을 낳고 그러한 추세가 거듭되면서 또 다     른 기술 혁신을 불러 옵니다. 첨단 기술들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지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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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요.                     

   그러므로 앞으로의 교육은 이른바 이중적 사고 - 노동인간과 놀이인간 -     의 두 인간관이 융합한 총체적 사고체계를 가진 그러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 회(會) - 만남의 패러다임


 0 정보화 시대에서는 누구나 나비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정보 공간에서는     누구나 수신자이며 동시에 발신자입니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우고 팔고     사는 상대적 관계들이 다 같이 어울리는 쌍방향 시스템으로 되어 있지      요. 그리고 하나하나의 텍스트들이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입니다.


 0 인터넷의 ‘인’을 한자로 쓰면 유교의 최고 덕목인 바로 그 ‘仁’이기     도 합니다. ‘인’은 나와 타자를 이어주는 감응이고 정입니다. ‘인’     은 사람‘人 ’자에 두‘二 ’자를 쓴 회의의 글자로 양자의 관계 속에     서만 비로소 존재하는 상대적 연관성을 나타냅니다.

   이렇듯 ‘원’과 ‘융’ 다음에 오는 방법이 바로 만남의 패러다임 즉     ‘회’이지요.


 0 우리는 도서관이나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얼마든지 혼자서 지식을      획득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대면 방식을 통해 지적인 만남이 이루어지     는 공간은 오직 학교 뿐입니다. 학교는 순종교배의 순수함을 보전하려는     엘리트 주의가 아니라 잡종교배의 다양함과 풋풋함이 넘쳐나는 새로운      실험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합니다.


■ 통(通) - 커뮤니케이션의 뉴 패러다임


 0 이러한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그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은 커뮤니케이션     입니다. 21세기 최고의 교육수단과 방법 그리고 목표는 바로 인터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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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시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사통팔달의 사이버커뮤니티를 만들어 내     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는 우선 서로의 의사와 마음을 전달하고 감동을 나누는 소통이 필요합니     다. 이것이 원융회통의 마지막인 ‘통’ 패러다임입니다.   


■ 헤드폰을 쓴 어머니들


 0 교육(Education)의 어원은 ‘Educare'. 즉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인     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잘 알다시피 애정없는     수유 행위는 아이를 못 쓰게 만든다고 하지요. 요즘 젊은 어머니들이 간     혹 그렇듯 자신은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면서 건성으로 젖만 먹이면     아이의 체중은 늘지 않고 주의력이나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눈을 보면서 말을 건네고 관심을 보이며 젖을 먹이면 아     이의 체중도 늘고 정서도 훨씬 정상적이더라는 실험 보고도 있습니다.


 0 인간은 오랫동안 의식주의 생산 양식에만 마음을 팔아 애써 동물로부터     분리된 인간만의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내면서도 그것을 여전히 동물적     상태에 머물게 했습니다. 기술이라는 것이 인간을 동물 상태로 되돌리는     물질적 풍요로만 치닫게 한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제 감동과 기쁨을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생활의 2대 요소인 의식주에 앞서는 중요     한 요소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 제 1부  끝 -


* 중간 중간에 그림이 들어갈 내용은 추후 안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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