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0. 12:00ㆍ독서후기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 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
■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0 1933 ~ 2014
0 홋카이도 출생, 삿포르의과대학교 졸, 정형외과 의사, 강사
0 1965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사화장 死化粧>으로 작가데뷔
0 1970년 이후 <빛과 그림자> 등 100편이 넘는 작품 발표, 대표작은 1997 출간된 <실락원>
0 구름계단, 남편이라는 것, 사랑의 유형지 등의 작품이 유명함
■ 들어가는 말
이 책은 일본에서 2007년 2월에 발행된 이후 100만 부 넘게 판매되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말하는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
그저 몸과 마음이 둔한 사람에게 “둔감력이 있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부디 그 뜻을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둔감력의 진정한 의미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 와타나베 준이치
◉ 하나,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재능이다
-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둔감력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둔감하다’는 말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여름날 저녁에 밤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모기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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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밖으로 드러난 팔뚝을 물었다고 가정해보죠. 이때 A라는 사람은 황급히 모기를 쫓아낸 뒤에 가려워서 팔뚝을 긁습니다. 모기에 물린 자리는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죠. 그런데도 그는 가려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모기 물린 자리를 계속 긁습니다. 어찌나 오랫동안 긁었는지 나중에는 피부가 짓물러 염증까지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에 반해 B라는 사람은 팔뚝을 살짝 쳐서 모기를 쫓아낸 뒤 평온한 표정으로 길을 걷습니다. 아무래도 별로 가렵지 않다는 듯이 말입니다. 이 경우 두말할 필요도 없이 A는 민감한 사람이고 B는 둔감한 사람입니다.
어떤가요? 가려움에 민감해서 스스로 피부에 상처를 내는 것보다는 조금 둔감한 평이 낫지 않은가요?
■ 무례한 사람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법
어느 화사에 다니는 K는 회사 안에서 매우 평범한 편에 속합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편도 아니어서 누군가와 부딪치거나 큰소리를 내는 일도 없죠.
그러던 어느 날, K는 업무를 처리하다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필이면 그때 상사의 기분이 안 좋아서 다른 직원이 보는 앞에서 심하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사장이 얼마나 과격한 말로 혼을 냈는지 가까이에 있던 동료들이 깜짝 놀라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정도였죠.
동료들은 K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음 날 출근을 안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K 역시 기분이 상해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 두고 싶은 심정이었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K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어제 상사에게 혼난 일 따위는 잊은 지 오래라는 듯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동료들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환한 표정이었죠.
이런 K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좋게 말하면 나쁜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활기차게 행동하는 당찬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둔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에 반해 L이라는 사원은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K처럼 빨리 기분을 전환하지 못해 퇴근 후에도 계속 그 일을 생각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심지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일이 생각나 자리를 뒤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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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한 K와 민감한 L, 두 사람을 단순 비교 했을 때 압도적으로 강인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쪽은 K입니다. 둔감한 K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든 꿋꿋이 헤쳐나갈 가능성이 크죠. 어쩌면 그 가능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중역으로 승진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민감한 L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좌절을 반복할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L의 고민을 들어주던 친한 친구조차 곁에서 떠나갈지도 모릅니다.
■ 자존심 강한 사람이 더 예민하다
둔감력은 회사의 상하관계에서만 유용한 게 아닙니다. 업무상의 인간관계는 물론 친구 사이 나아가서는 남녀 사이에서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5년쯤 전에 겪은 경험담입니다. 아직 신인 작가였던 저는 소설가 아리마 요리치카 선생이 주최하는 ‘돌(石) 모임’이라는 동우회에 속해 있었습니다. 이 모임의 주요 멤버는 공식적으로 등단은 했으나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은 아직 받지 못한 3, 40대의 젊은 문인들이었습니다.
여기 멤버 중에 제가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O라는 남성작가였습니다. O는 그 당시에 이미 여러 문예잡지에 소설을 발표한 상태였는데, 저는 그 소설을 읽자마자 그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신인 작가가 문예지로부터 먼저 청탁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편집자가 “좋은 작품 있으면 갖고 오세요.”라고 말하면 완성된 원고를 들고 출판사로 찾아가 건네주곤 했습니다. 물론 원고를 건네주었다고 해서 반드시 문예지에 실린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다 읽고 연락드릴게요.”하는 편집자의 말만 믿고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식이었죠.
때로는 원고가 그대로 반송되기도 했습니다. 열과 성을 다 한 원고를 되돌려 받았을 때의 충격이란 실로 어마어마해서 세상이 다 무너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매우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는 단골 술집에 들러 “편집자라는 사람이 소설 보는 눈이 저래서야!”, “내 재능을 몰라보다니! 그러고도 편집자야?”하며 내키는 대로 악담을 퍼붓곤 했습니다. 부어라 마셔라 술을 들이켜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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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뛰어난 O도 원고를 퇴짜 맞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 O도 “소설의 ‘소’자도 모르는 편집자 같으니라고!”하고 콧방귀를 뀌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의욕을 되찾았을 것입니다. 차라리 저처럼 술이라도 마시면서 속을 괴롭혔다면 몸을 추스르느라 잠시 소설생각을 내려놓았을 테죠. 그러나 O는 재능만큼이나 자존심도 남달라 깊은 상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시 우리 같은 무명작가에게 편집자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가믐에 콩 나듯 전화가 걸려 왔을 때는 “막 새 작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또는 “이번에는 기대 하셔도 좋습니다!“ 하고 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집필 계획을 늘어놓았죠. 아무래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O는 편집자의 전화를 받고도 기운찬 목소리는커녕 부정적인 대답만 늘어놓았을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저는 그런 O를 보며 재능이 뛰어나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감당하기 어려워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결국 O는 새 작품을 발표할 기회는 계속해서 놓쳤고, 몇 년쯤 후에는 문단에서 보는 일이 드물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단단한 마음 위에 재능이 꽃핀다
확실히 O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주변의 평가도 좋을 때는 매서운 속도로 성장합니다. 만일 O가 시련에 부딪히지 않았더라면 분명 스타작가로 이름을 알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힘든 장애물을 만나면 금세 좌절합니다. 절망의 늪에 빠져 한참을 헤어나지 못하다가 제 발로 찾아온 기회마저 놓쳐버리고 말죠. 이렇듯 성공과 실패는 꼭 재능에만 달린 게 아닙니다. 바꿔 말해 재능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 당시 O에게 둔감력이 있었다면 분명 뛰어난 작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니 O뿐만 아닙니다. 한 번쯤 이름을 드러냈다가 사라져간 작가들 중에는 끈기나 둔감함이 부족했던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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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작가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크고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 역시 마찬가지죠.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둔감력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 둘, 스트레스조차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둔감함의 힘
- 건강을 유지하려면 피가 온 몸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흘러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민이 생겨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편이 좋죠.
이런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비결입니다.
- 바로 앞장에서 호되게 혼이 나도 주눅 들지 않고 금세 활기를 되찾는 둔감함이야말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좋은 의미의 둔감함을 가진 어느 의사의 이야기입니다.
의사라면 날카롭고 섬세한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일수록 둔감한 마음이 필요하죠.
■ 구시렁구시렁 잔소리도 대충 흘려 넘기는 대단한 능력
저는 예전에 삿포로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의과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 남짓 일했는데 선배들에게 수없이 혼나고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해가며 조금씩 의사로서의 실력을 쌓아 나갔죠.
당시 저를 지도했던 교수님은 매우 유능한 분이셨습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수술 실력도 뛰어나 어떤 경우든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대단한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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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죠. 그런데 그 교수님에게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술 중에 조수 의료진한테 하는 잔소리가 매우 심했다는 겁니다.
물론 진짜로 화가 났다거나 악의가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잔소리가 습관처럼 입에 배었을 뿐이죠. 예를 들자면 “손놀림이 왜 그렇게 굼떠?”, “똑바로 잡아 어서!”, “집중 안 해?”등의 가벼운 잔소리였습니다. 교수님은 추임새를 넣어 가락을 맞추는 판소리의 고수(鼓手)처럼 잔소리로 수술 리듬을 잡으시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듣는 사람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잔소리를 듣는 조수 의료진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수술 때문에 잔뜩 긴장한 상태인데, 수술하는 내내 잔소리를 잔뜩 들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죠. 교수님의 사소한 잔소리가 우리에게는 상처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제가 병원에 막 들어갔을 무렵에는 제 위에 수술을 도와주는 선배가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 교수님 잔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은 저보다 세 기수 위인 S선배였습니다. 그는 교수님 바로 옆에서 수술을 도와주는 제1조수였기 때문에 잔소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죠.
저는 S 선배가 교수님께 꾸중을 들을 때마다 ‘참 안됐다’하며 남몰래 동정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선배가 교수님께 혼날 때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대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선배의 반응을 또렷이 기억하는데, 늘 “네~,네~, 네~.” 하고 가볍게 ‘네’를 두 번 반복했습니다.
교수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든 이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선배는 교수님의 잔소리를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흘려들었던 거죠. 교수님이 잔소리를 시작하면 선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네~,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구시렁구시렁,” “네~, 네.”라는 두 사람의 대화에는 일종의 리듬이 있어서 쿵덕쿵덕 박자에 맞춰 떡방아를 찧듯 가락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후로 저는 S 선배의 가볍디가벼운 “네~,네.” 덕분에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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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
S선배는 야단을 맞아도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밝은 모습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팀워크까지 좋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둔감력은 매우 훌륭한 재능이죠.
S 선배는 잔뜩 꾸지람을 듣고도 수술이 끝나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목욕을 했습니다. 마치 조금 전에 들었던 꾸중을 모두 잊은 듯 말이죠.
밝은 성격의 S 선배와는 달리 조금만 혼나도 세상이 무너진 듯 충격을 받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야단 한 번 맞지 않고 금이야 옥이야 자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교수님이나 선배에게 꾸중을 들으면 금세 기분이 가라앉아서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을 짓곤 했죠.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다가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화를 주체하지 못해 싸우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답답한 마음을 푸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S 선배처럼 “네~, 네.” 하면서 가볍게 대답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이득이죠.
S 선배는 훗날 의국에서 가장 수술 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되었습니다.
■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제발 귀 기울여 듣지 말것
그러고 보면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사람은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듣는 시늉만 할 뿐 “네~, 네.”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리죠. 그래서 남들 눈에는 제멋대로에 자기중심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고집불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듣기 싫은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대충 흘려 넘기는 여유로운 성격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남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뒤돌아서자마자 잊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모두 밀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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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 마음은 둔감하게, 혈액순환은 시원하게
- 자율 신경은 우리의 혈관을 조절합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가진 사람의 자율 신경은 지나친 자극에 노출 되는 일 없이 언제나 혈관을 알맞게 열어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원활하게 흐르도록 기능합니다.
- 둔감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비인격적인 상사의 모독에도,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노교수의 잔소리에도 정신이 흔들리지 않고 늘 중심을 유지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둔감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혈관도 잘 생겼다
원활한 혈액 순환은 건강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입니다. 피가 막힘없이 잘 흘러서 맑은 상태를 유지해야 다른 장기들도 제 기능을 발휘하죠.
그러면 어떨 때 피의 흐름이 나빠질까요? 바로 혈관과 신경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인체의 혈관은 대부분 자율신경이 조절한다.
1. 교감신경계
0 긴장, 흥분, 불안 상태에 빠졌을 때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임
0 불쾌감, 미움, 추위 등에 활성화
2. 부교감신경계
0 혈관을 확장하고 이완시켜 혈압을 낮춤
0 즐거운 때, 웃을 때 ,주위가 따뜻할 때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혈관에 바싹 붙어 있어서 혈관에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피가 부드럽게 흐르게 하려면 부교감 신경이 지배하는 상태, 즉 교감 신경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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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속이 늘 답답하고 아픈 이유
예전에는 위궤양의 원인이 과식이나 폭식, 또는 폭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생리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그 원인을 만성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셀리에는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궤양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내고 ‘스트레스 이론’을 확립했습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도 셀리의 실험 이후부터입니다.
■ 좋은 스트레스는 사장님도 춤추게 한다
사람들은 보통 바쁠 때 스트레스를 가방 많이 받습니다. 너무 바빠서 숨 돌릴 틈도 없을 때 “요즘은 스트레스가 심해.”라는 말을 쓰죠. 실제로 정신없이 바빠서 신경이 곤두섰을 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느껴 피곤해지고 다양한 증상에 시달립니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현기증, 불면증, 두통은 물론 설사나 변비 같은 소화기 증상도 발생하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신체 여러 기관에 이상이 생기면서 질환으로까지 발전합니다.
하지만 바쁜 게 늘 나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가령 회사 경영이 순조롭고 매출도 계속 늘어나면 그 회사의 사장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고 더욱 힘을 냅니다. 정신없이 바빠도 스트레스를 받기는커녕 의욕이 샘솟아 하루하루가 즐겁게 느껴지지요.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지도 않고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는 걸 느낍니다.
스트레스에는 좋은 스트레스와 나쁜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 한 잔을 마셔도 기분 좋게 취하는 법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스트레스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술도 싫어하는 상사와 마시거나 불평불만을 들으며 마실 때는 좀처럼 취하지 않습니다. 긴장감이나 혐오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혈관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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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마음 맞는 동료와 마시거나 눈치 볼 상사가 없어서 편히 마실 때는 술기운이 빨리 오르고 기분 좋게 취합니다. 따뜻하거나 안전한 장소라고 판단될 때에도 술기운은 빨리 퍼집니다.
다소 우스운 얘기지만, 노천탕이나 욕조에 술이 담긴 쟁반을 띄우고 목욕을 즐기며 천천히 마시면 쉽게 취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아, 이처럼 술뿐만 아니라 약도 몸이 따뜻할 때 마시면 흡수가 빨라서 효과가 좋습니다.
■ 둔감한 사람의 마음과 혈관은 언제나 열려있다
자율 신경이 우리 몸을 제어하는 경우에는 이 밖에도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인의 사망 소식이나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때가 있습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받은 충격과 슬픔으로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피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멈추기 때문입니다.
불안하거나 깜짝 놀랐을 때 가슴이 쿵쿵 뛰는 현상도 자율 신경의 긴장이 심장에 전해져서 발생합니다.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경우 역시 자율신경이 긴장해서 방광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은 자율 신경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야말로 건강 유지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둔감한 사람의 자율신경은 지나친 자극에 타격을 받는 일 없이 언제나 혈관을 열어두어 온 몸에 피가 원활히 흐르도록 기능합니다.
◉ 넷, 조금 둔감하게 살아도 괜찮아
- 오감 같은 다양한 감각 기관도 너무 예민하면 손해입니다. 둔감한 사람은 예민한 사람보다 에너지를 덜 소모하면서 느긋하고 편안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습니다.
- 둔감력이 필요한 건 우리의 마음뿐만이 아닙니다. 신체 역시 너무 예민해도 문제입니다. 특히 일상생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오감, 즉 눈(시각), 귀(청각), 코(후각), 혀(미각), 피부(촉각)가 지나치게 예민하면 득이 될 게 없지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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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잘 보여서 피곤한 눈
눈이 너무 좋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보통 사람은 1.0에서 1.2 정도의 시력만 갖춰도 세상을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1.5를 넘어 2.0 가까이 되면 불편한 점이 생깁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잘 보이면 정신 건강에도 해롭습니다. 눈이 좋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점은 적절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시력이 나쁜 사람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수술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지만, 시력이 좋은 사람을 위한 안경은 따로 없습니다. 눈이 좋아서 피로함을 호소해도 교정할 방법이 없죠.
■ 너무 잘 들려서 괴로운 귀
청력이 너무 좋아도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듣는 사람은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지고, 늘 신경이 곤두서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죠. 이렇게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잘 듣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 환청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음악가처럼 다양한 소리에 민감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그런 사람은 소리를 구별하는 재능이 뛰어날 뿐이지, 남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 너무 잘 맡아서 곤란한 코
후각도 적당히 구별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민감하면 오히려 고달픈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제가 아는 M이라는 여성은 후각이 매우 예민해서 그 사람의 고유한 냄새를 기억하고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누군가가 뒤에서 다가오면 “누구누구씨죠?”하고 백이면 백 알아맞혔죠. 물론 향수 냄새에도 민감해서 다른 향수를 쓰면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한 번은 남편의 옷에 밴 흐릿한 여성용 향수의 냄새를 단박에 알아채서 집안이 발칵 뒤집힌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오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별 탈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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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예민한 후각은 그야말로 경찰견에 버금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개가 아닌 사람의 후각이 그렇게까지 민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M은 후각이 너무 예민해서 조금 향이 강하거나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냄새가 나는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편식이 심하고 몸도 너무 말라서 체력이 약해 보였죠.
그에 비해 후각이 둔한 사람은 편합니다. 또 다른 지인인 C는 코는 숨쉬는 데만 쓰나 싶을 만큼 냄새에 둔감한 남자였습니다. 그러나 그 둔감한 후각 덕택에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중국 요리든, 베트남 요리든 가리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심지어 약간 상한 냄새가 나도 아무렇지 않게 “으음, 맛있어. 정말 맛있어,” 하면서 복스럽게 먹었습니다.
■ 너무 잘 느껴서 못 먹는 입
예민한 미각은 요리사에게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훌륭한 요리사는 대개 남달리 날카롭고 뛰어난 미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의 미각이 지나치게 예민하면 평소 식사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물론 맛에 둔감한 사람도 계속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조금씩 미각이 발달해 입맛이 변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을 살다보면 입맛이 예민한 것보다는 약간 둔감한 편이 생활하기 편합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보다는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을 다들 편하게 생각하니까요.
■ 너무 민감해서 고통이 큰 피부
촉각이 민감하면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피부만 비정상적으로 민감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여름에 잠깐 햇볕을 쐐도 금세 타서 물집이 잡히고 피부가 벗겨지는 사람, 벌레에 살짝만 물려도 못 견딜 만큼 가렵고 조금만 긁어도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는 분명 과민증입니다.
특정 자극을 받았을 때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붓는 사람들은 문제를 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려워서 긁었는데 진물이 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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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이 변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피부염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아토피성 피부염이죠. 이런 반응은 주로 피부가 지나치게 예민해서 나타나는 데, 증상이 심각한 경우 질병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예민할수록 더 아프다
지금까지 오감 등의 다양한 감각 기관이 예민할 경우 우리 생활에 어떤 불편을 초래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쯤 되면 민감하다는 말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습니다.
예민한 것보다는 둔감한 편이 낫습니다. 둔감한 사람이 예민한 사람보다 더 오래도록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죠. 여기까지 읽은 후에 ‘나는 참 둔감한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엘리트입니다. 당신의 둔감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 다섯,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나는 수면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능력 그 자체입니다.
제대로 자지 않으면 건강하게 생활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열심히 일할 수 없죠. 잘 자는 것 역시 뛰어난 재능입니다.
- 수많은 둔감력 중에서도 으뜸은 잘 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능력을 ‘수면력’이라 부릅니다. 수면력은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원천입니다. 제대로 자지 않으면 건강하게 생활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열심히 일할 수 없죠. 잘 자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뛰어난 재능입니다.
■ 남들보다 6만 시간 더 자는 속편한 사람
수면력이란 단순히 잘 자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와 동시에 상쾌하게 일어나는 각성력도 필요하죠. 언제고 잘 자고 잘 일어나려면 무엇보다 푹 자는 게 중요하므로 두 가지를 합쳐 ‘수면력’이라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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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력이 뛰어나서 잘 자고 잘 일어나는 사람에 비해, 수면력이 뒤떨어져서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모릅니다. 그 차이는 간단히 계산하기 힘들 정도죠.
사람이 하루 평균 7시간을 잔다고 계산해 보면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 떨어지는 사람과 한동안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드는 사람은 보통 2시간의 수면 차이가 발생합니다.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은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도 2시간 동안은 머리가 멍해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니 합하면 하루에 4시간정도를 손해 보는 셈이죠.
- 4시간 ˟ 한 달 30일 = 120시간
- 4시간 ˟ 1년 365일 = 1,460시간
- 사람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20대에서 60대 까지, 40년을 계산하면 무려 5만 8천 400시간이 우리 인생에서 무의미하게 사라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대부분 수면력이 뛰어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을 여럿 만나봤는데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눕자마자 잠들어서 아침이면 벌떡 일어납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이처럼 수면력이 뛰어나면 인생에 긍적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자고 일어나는 사람을 ‘잠자는 숲 속의 어른’이라고 부릅니다.
■ 잘 자고 잘 일어나는 수면 습관의 힘
잘 자는 것도 훌륭한 능력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잠이 모든 체력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잠을 자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다음 날 활동할 힘을 충전합니다. 사람이든 사자든 개든 고양이든 잠을 통해 기운을 얻어야 몸도 두뇌도 활발히 움직이죠.
잠은 체력을 화복하는데도 일품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방전되어도 8시간에서 10 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나면 체력이 원상태로 회복됩니다.
예전에는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 있었습니다. 사람을 작은 방에 가두고 끊임없이 빛을 비추거나 날카로운 소리를 들려줘서 잠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죠. 이 고문이 계속 이어지면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도 잠을 자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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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정신이 갈기갈기 찢겨 결국에는 미치고 맙니다. 이렇듯 수면은 몸뿐만 아니라 머리와 마음까지 휴식하게 합니다. 잠을 자지 않으면 두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결국에는 정신에 이상이 생겨버립니다.
저는 다행히도 아주 잘 자는 편입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2,30분은커녕 10분 만에 잠들어버리죠. 피곤할 때는 머리를 대자마자 기절하듯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젊을 때부터 어디서든 잘 잤는데 나이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런 수면력을 익힐 수 있었던 건 아마 의사 시절에 했던 훈련 덕분일 겁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 저는 낮에는 외래 환자와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밤에는 다양한 동물 실험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실험 중에는 개에게 2시간 간격으로 주사를 놓는 실험도 있었습니다. 낮에믐 물론 한밤중에도 주사를 놓아야 했는데, 그게 보통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2시간에 한 번씩 주사를 놓으려면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해야 했죠. 그러다보면 피곤해서 낮에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시간 마나 일어나는 훈련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잠자기 전 최면을 걸듯 “두 시간 후에는 일어나는 거야.”하고 제 자신에게 몇 번씩 말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어서 마침내 일어날 시간을 놓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저는 지금까지도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은 시간이 되면 알람시계 없이도 잘 잃어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간호사가 “선생님 일어나세요!”하고 몇 번이나 깨운 끝에 간신히 일어난다면 환자들이 그 의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의사가 비몽사몽으로 환자를 본다면 그 환자의 목숨은 위태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잠기운 하나 이겨내지 못한다면 자격미달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 왜 오늘도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할까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기 싫어서 안자는 게 아닙니다. 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잠들지 못할 뿐이죠.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고민이 많거나, 지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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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피곤하거나 신경이 몹시 예민하거나, 또는 수면제에 습관적으로 의존하거나, 우울증을 앓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그런데 수면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생각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 사람이 약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며칠 정도야 괜찮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수면제를 복용하다보면 내성이 생겨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하게 됩니다. 약 때문에 몸이 상하고, 몸이 상하면 고통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잠들지 못하면 더 많은 양의 수면제를 복용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오늘날 불면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아니함만 못합니다. 아무리 고민해봤자 해결되지 않는 일은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초조해하면 안 됩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 대부분은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그럴 땐 차라리 ‘잠들기를 포기하자.’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불면의 밤이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잠들게 됩니다. 잠은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본능이기 때문이죠.
수면력이야말로 사람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입니다. 여러분도 부디 수면력을 익혀서 ‘잠자는 숲속의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 여섯, 누가 뭐래도 나를 사랑하는 게 먼저다
- 재능이 있는 사람 주위에는 반드시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고, 본인도 그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우쭐해 합니다.
우쭐해져서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행동이 아닙니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 둔감력을 기르려면 ‘우쭐거리는 재능’도 필요합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잘난 체하며 뽐내는 능력’이지요. 보통 우쭐대거나 잘난 체한다고 하면 경박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불편한 그 행동이 때로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기대 이상의 큰 효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선 우쭐해질 수 있도록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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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없는 자신감도 능력이다
제가 나오키상이나 아쿠타가와상을 목표로 하는 신인 작가였을 무렵, 니시신주쿠에 있는 바에 자주 들르곤 했습니다. 제가 가던 바는 건물 1층에 반원형 카운터를 둔 대여섯 평짜리 자그마한 공간이었죠. 그 가게는 살이 희고 몸집이 큰 여주인 혼자 운영했는데, 여주인이 웃으면 맑은 소프라노 톤 웃음소리가 가게 안에 가득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저는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불안해질 때면 으레 혼자서 그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삶에 대한 자신이 없어 마음이 흔들릴 때면 카운터 자리에 앉아 여주인에게 중얼중얼 하소연하곤 했죠.
“도무지 자신이 없어요…….”
그러면 여주인은 언제나 솥뚜껑처럼 큼지막한 손으로 내 어깨를 툭툭 내리치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당신은 재능이 있잖아요.”
자고로 사람이란 확신으로 가득 찬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듣다 보면 차츰 그 말을 믿게 됩니다.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신흥 종교에 사람들이 빠지는 이유도 교주의 신념에 찬 목소리일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여주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용기와 자신감을 얻곤 했습니다. 그녀가 단호한 말투로 “당신은 재능이 있어요.”라고 말해 주면 속으로 ‘그래 나는 분명히 재능이 있어.’하며 확신했죠. 칭찬의 말을 들었을 때 그대로 믿고 으스대는 것도 재능입니다. 자신감이 없을 때나 선택이 망설여질 때,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에 골몰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좀 더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물쭈물 망설이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습니다. 오히려 슬금슬금 후퇴하고 말지도 모르죠.
앞날이 불안하기만 한 신인 작가 시절, 걸핏하면 자신감을 잃고 주저앉으려는 저를 지탱해준 것은 단골 여주인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밝고 확신에 찬 그녀의 응원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근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보다는 상대방이 해 주는 듣기 좋은 말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단순함이 중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좋은 의미의 둔감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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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법
A는 화단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저는 언젠가 A에게 “왜 화가가 되셨어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A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죠.
A가 초등학교 저학년 이었을 때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지나가면서 우연히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와 A는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 깜짝 놀랄 정도야.”
그 칭찬 한 마디에 A는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A의 집에 들른 아주머니가 또다시 그의 그림 실력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대단하다. 전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네.”
A는 그 말이 기뻐서 계속 그림을 그렸고 아주머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A는 어느 새 화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A가 훌륭한 화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은 분명 옆집 아주머니입니다. 그리고 A는 상대방의 칭찬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죠. 바로 이렇게 사람은 칭찬과 자신감을 통해 성장합니다.
■ 운명의 톱니바퀴를 돌리는 칭찬의 힘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중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나카야마 슈조 선생님은 훌륭한 국어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원시림 原始林> 이라는 시 잡지의 발행을 주관하셨던 터라 우리에게도 때때로 자작시를 짓게 하였습니다. 그때 우연히 제가 지은 시를 보시고는 “네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점이 참 좋구나.”하며 크게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 칭찬은 저를 무척 기쁘게 했고 그때부터 국어가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더니 또 칭찬을 받아서 책 읽기를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지요.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좋은 방향으로 회전한 것입니다.
지금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카야마 선생님 덕분에 국어가 좋아졌고, 선생님의 칭찬이 소설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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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한 마디에 사람의 재능이 꽃핀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같은 어린아이는 반드시 좋은 점을 찾아내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오냐오냐 갖은 응석을 다 받아주는 건 삼가야 하지만, 좋은 부분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칭찬해줘야 합니다.
“와! 이걸 진짜 잘하는구나. 정말 대단해.”
“이 부분은 정말 좋아 아주 잘했으니까 열심히 해보렴.”
아이들은 단순해서 칭찬을 들으면 금세 우쭐해 합니다. 이런 성격을 가벼이 넘기지 말고 무엇이든 좋은 점을 발견하면 곧바로 칭찬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기쁜 마음에 더 열심히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매일 “너는 안 돼.” “너는 머리가 나빠.”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로 쓸모없고 멍청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말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말 한 마디가 사람을 꽃피게 할 수도, 시들게 할 수도 있죠. 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사람은 재능이 있지만 이 사람은 재능이 없어.”라는 말을 흔히 하는 데,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재능은 있거나 없는 게 아니라 얼마나 끄집어냈는가의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재능 있는 사람’은 누군가가 알맞은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재능을 끄집어내준 것입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잠재된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준 이가 아무도 없었을 뿐이죠.
재능 있는 사람은 주변에 반드시 그를 칭찬해 주는 사람이 있고, 본인도 그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우쭐해 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 할 수 있는 멋진 둔감력을 가진 것이죠.
◉ 일곱, 둔감한 몸에는 질병조차 찾아오지 않는다
- 집단 식중독으로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질 때 혼자서만 유일하게 설사조차 하지 않았던 P. 약간의 잡균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둔하고 강한 장을 가진 P는 분명히 승자입니다. 위생 상태에 지나치게 예민하기 보다는 저항력이 뛰어난 둔한 몸을 만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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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친구들과 함께 아프고 싶다
우리가 묵은 전통 여관에서 저녁을 일식 코스로 대접해 주었는데, 그 중에 조금 상한 재료가 들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두세 시간 쯤 지나자 모두 배가 살살 아파 오면서 설사를 하기 시작했죠. 저녁을 먹으면서 싱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요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음식이 식중독의 원인인 듯했습니다.
주인은 손이 닳도록 사과하며 부탁했습니다. 여관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면 곧바로 보건소에서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신문에 기사라도 나면 여관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지겠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주인이 안쓰러워서 우리는 “요금도 안 받겠다고 하니 조용히 넘어가자.”하며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일찍 자리에 누웠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설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습니다. P라는 친구였는데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복통이 없고 설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기 몫으로 나온 요리를 남김없이 다 먹었는데도 말이죠.
그날 밤 10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P가 제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저는 상태가 안 좋아서 누워 있었는데 물어볼 게 있다고 하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P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 나는 왜 설사를 안 할까?”
내가 의사였던 것을 아는 P의 질문에 나는 외과의사라서 내과는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설사를 하는데 너만 멀쩡하니 오히려 잘된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상한 재료가 들어간 모양인데 너는 그런 음식을 먹고서도 아무렇지 않으니 얼마나 대단해?“
P는 말했습니다 “사실 나도 너희랑 똑같이 설사를 하고 싶었어.” 라고.
나는 P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 흙바닥 먼지가 선물해 주는 면역력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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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의사였고, P가 따로 물어보기도 했던 터라 이유가 무엇일지 한참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답이 있었죠. P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도 살림이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군요. 자식이 여럿인데다 부모들도 할 일이 많아서 아이들을 하나하나 충분히 보살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 혼자서 방바닥을 기어다니며 방구석에 쌓인 먼지를 아무렇지 않게 입안에 넣기도 했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잡균을 먹으며 성장했죠. 그래서 장내 세균도 늘고 체내의 저항력이 높아진 듯 합니다.
■ 깨끗할수록 면역력은 떨어진다
1996년 오사카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먹은 아이들이 식중독에 감염된 일이 있었습니다. 식중독은 가족의 2차 감염으로 이어져 9,000명이 넘는 환자가 꽤 오랫동안 고생을 했죠. 1995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으로 여행을 다녀온 일본인 관광객 200여명이 콜레라에 걸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두 사건은 꽤 오래전의 일인데도 아직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바로 일본 사람들의 저항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일본의 공중위생상태는 훌륭합니다. 공중위생 상태가 좋다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죠. 그러나 공중위생 상태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잡균은 박멸됩니다. 환경이 깨끗해질수록 잡균은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우리 몸의 저항력도 약해져서 다른 균이 조금만 침입해도 순식간에 앓아눕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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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둔감한 매력
- 둔감한 마음은 연애에도 꼭 필요합니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 할 때 둔감함은 강력한 무기지요. 진심에 둔감력까지 겸비한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입니다. 둔감력 없이는 사랑의 여신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 남녀 간의 사랑에는 교과서가 없다
이성의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사로잡는 것은 먼 옛날부터 남성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이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혹여 연인의 마음이 떠나지는 않을까, 늘 고민하고 고민했죠. 이성의 마음을 얻는 일은 직장에 다니거나 이런저런 사업을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일은 어느 정도 계산과 예측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성의 마음을 얻는 일은 좀처럼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연애학’이라는 학문이 없는 것도 같은 까닭입니다.
연애는 마음과 마음의 교류입니다. 이론이나 계획은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연애의 가장 신비롭고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 평화를 원한다면 당장 대화를 멈춰라
연애를 시작할 때
곡 명심해야 할 점은 남자와 여자가 완전히 다른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니까 쉽게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보통 “우리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자.”라고 말하는데, 이는 큰 착각입니다. 대화를 나눴다고 반드시 이해가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이가 돈독해 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의 차이만 도드라져서 실망하거나 다툴 수 있죠. 심각한 경우 헤어질 수도 있죠.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는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때 중요한 게 둔감한 마음, 즉 둔감력입니다. 결국 둔감력의 도움을 받으며 끈질기게 도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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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 깊은 사랑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연애에 관한 한 남자는 늘 조급합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금세 마음이 달아오르고, 한시바삐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어 합니다. 차를 몇 번 마셨을 뿐인데, 이미 남자의 머릿속은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가득하죠. 한마디로 남자는 연애에서는 참을성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조바심은 금물입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성급하게 굴다가는 모처럼 만난 아름다운 여성이 저 멀리 떠나가고 말테니까요.
최근 들어 많은 여성이 ‘요즘 남자는 끈기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첫 데이트에서 조금 가까워지면 금세 호감을 표현해주길 바라거나 “당신이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입맞춤까지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건 정말 무례한 일입니다. 여자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여자는 한 번 더 연락하고 다가와 주기를 기다립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마음을 연다는 보장은 없지만 , 연락을 기다리는 것만은 확실하죠.
이 기회를 놓친다면 훌륭한 남자라 할 수 없습니다. 훌륭한 남자는 웬만한 거절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끈질기게 다가가 사랑을 호소합니다. 이런 끈기와 넉살 없이는 아름다운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이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한 번, 두 번, 또는 세 번 퇴짜를 맞아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입니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훌훌 털고 일어나 또다시 도전하는 둔감력이야말로 승리의 영광을 가져다주는 열쇠입니다.
여자는 남자의 고백을 좋아합니다. 이런 성격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수차례 고백하면서 마음을 얻어내려면 뛰어난 둔감력이 반드시 필요하죠.
한 번 거절당했다고 상처받고 발길을 돌리는 예민하고 연약한 정신력으로는 여자처럼 강하고 당당한 생명체의 사랑을 쟁취할 수 없습니다.
■ 입맛이 깐깐한 사람일수록 사랑에도 깐깐하다
좋아하는 여성과 함께 식사할 때는 위와 장도 둔감해야 합니다. 음식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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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남자는 예상외로 꽤 많습니다. 그 중에는 까다로운 입맛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죠. 입이 짧아서 소식하는 남자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는 이런 남자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이 음식을 가리고 소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남자들의 어리석은 생각이죠. 이성 앞에서 음식을 잘 못 먹는 여성이 있다면 그건 그만큼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하길 원한다면 먼저 남자가 잘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거 정말 맛있네요. 이것도 맛있고요.”하며 덥석덥석 집어먹는 거죠.
여자는 잘 먹는 남자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낍니다. 남자가 복스럽게 먹으면 여자의 마음도 한결 편안해져서 ‘저 사람이 잘 먹으니 나도 편하게 먹어도 되겠어.’하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의 사랑을 얻고 싶다면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말고 드십시오. 조금 맛없어 보이는 음식도 거리낌 없이 드세요. 여자는 왕성하고 튼튼한 남성에게 남자다움을 느끼고 신뢰감도 가집니다.
■ 조금 지저분한 게 뭐 어때서
관계가 진전되면 상대방의 집에 방문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때도 둔감력은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죠. 먼저 여자 친구를 집에 초대했을 경우입니다. 당신은 여자 친구가 찾아온다는 생각에 청소를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청소였죠. 그렇다면 여자 친구는 먼지 하나 없는 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열에 아홉은 바싹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이렇게 깔끔한 사람이랑 결혼하면서 사는 게 보통일이 아니겠는걸. 대충대충 사는 내가 너무 지저분해 보일거야.“ 이렇게 경계심을 품을 겁니다.
반대로 조금 지저분하고 어수선해서 누가 봐도 혼자 사는 남자 방처럼 보인다면 어떨까요? 분명 먼지 하나 없는 방보다 는 여성의 마음이 편할 겁니다. 어쩌면 모성애와 엇비슷한 간정이 솟아나서 ‘내가 이 사람 좀 돌봐줘야겠어.’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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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은 여자 친구의 집에 갔을 때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여자 친구의 방이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게 느껴져도 그런 기미를 절대 드러내면 안 됩니다. 청소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말도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선 안되죠. 그런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이는 순간 , 차곡차곡 공들여 쌓아온 신뢰감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르니까요.
조금 수선해 보이더라도 “깔끔한 편이네.”. “집 좋다. 근사해.”라며 칭찬을 건네야 합니다. “나는 조금 지저분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의 수더분한 모습을 보이는 편이 훨씬 현명한 대처입니다.
물론 이때도 둔감력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청소환경에 대한 반응이 둔감한 사람은 방이 조금 어수선한들, 향수 냄새가 강하게 난들, 고양이털이 날아다닌들 개의치 않고 태연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 둔감하지 않더라도 ‘이 남자라면 바잉 조금 지저분해도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줄 것 같아.’하는 생각이 들게 행동한다면 여자는 마음을 열고 다정다감하게 대해줄 것입니다.
2018.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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