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2)

2018. 7. 18. 12:31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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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2)

- 초조해 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

■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아홉, 결혼 생활에는 정답이 없다

“결혼해서 행복하다.” 또는 “이 사람과 결혼하길 참 잘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결혼하길 잘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기나긴 인내 끝에 빛나는 열매를 거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인내의 이면에는 멋진 둔감력이 숨어 있습니다. 둔감력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연애는 쉽고 결혼은 어려운 딱 한 가지 이유

냉정하게 말해 결혼이란 한 쌍의 남녀가 ‘일시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한 가정을 이루고 좁은 집에서 함께 사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결혼 전에는 가볍게 여겼던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큰 문제로 발전하거든요. 부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좁은 집에서 둘이 함깨 살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원래 함께 사는 거잖아요!”하고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분명 결혼은 함께 사는 걸 전제로 하는 거니까요. 그러나 그렇기에 상대방의 결점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 충격과 공포의 치약 튜브 사건

오래전, 한 편집자와 우리 집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해 질 무렵이 다 되어 서야 회의가 끝났는데 편집자가 갑자기 “조금만 있다 가도 될까요?”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특별히 바쁜 일도 없고 회의하는 동안 가볍게 술잔도 기울였던 터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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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갑자기 편집자가 그런 부탁을 했을까요? 저는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슨 일이 있어?”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사실은 오늘 출근하기 전에 아내랑 심하게 다퉜어요. 그래서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하고 답하더군요.

내가 “왜 싸웠는데?”하고 물어봤습니다. 편집자는 “치약 튜브 때문이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편집자는 꼼꼼해서 치약 튜브를 매일 줄어든 만큼 말아 올리는데 아내는 움푹 손가락 자국을 그대로 남긴다고 했습니다. 그날 아침 편집자는 아내에게 한껏 잔소리를 쏟아 붓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내도 남편의 못마땅함을 쏟아냈습니다.

이 이야기의 멋진 부분은 큰 싸움을 한 이유가 너무도 사소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편집자가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걸렸거나 아내의 씀씀이가 커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면 서로 화내며 부딪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치약튜브를 짜는 습관 하나로 큰 싸움을 벌였다니 얼마나 재미있고 멋진 이야기 인가요.

이 두 사람에게는 살짝 싫증은 느끼지만 이혼할 정도는 아닌, 조금 애정이 줄어든 중년 부부의 권태와 짜증이 또렷이 나타납니다.

■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잉꼬부부

아마 편집자네 부부는 치약 짜는 방식 외에도 마음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이건 이 부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부가 마찬가지죠.

결혼이란 성격, 가정환경, 가정교육, 취향, 취미, 가치관도 모두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좁은 집에서 함께 사는 것입니다. 당연히 둘 사이에는 불평불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많은 부부가 가벼운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참기도 하면서 결혼 생활을 이어갑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다보면 사소한 불만이나 짜증이 가랑비에 옷 젖듯 차곡차곡 마음속에 쌓여가죠. 편집자 부부도 오랫동안 쌓인 불만이 때마침 치약 짜는 방식을 계기로 폭발한 데 불과합니다.

다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이런 다툼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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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둔감력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에서 말한 치약 짜는 방식의 차이는 말아 두든, 안 말아 두든 둔감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남자라면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지 않으니 아내의 불평이 되돌아오는 일도 없고 싸움이 커질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원래 날카롭고 예민한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지 못합니다. 아내나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에 거슬리고 불만스러워서 스트레스에 시달리죠. 치약튜브 사건을 일으킨 편집자는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터졌다’고 했는데, 평소에 일일이 불만을 말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부부사이는 무너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다행히 쌓이고 쌓일 때까지 참았기에 지금까지 관계가 유지돼온 거죠.

결혼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너무 예민하게 굴면 안 된다.” “좀 더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둔감력이 있으면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서로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 그게 바로 결혼 생활의 지혜입니다.

생각하면 결혼은 기나긴 인내의 여정입니다. “결혼해서 행복하다.” 또는 “이 사람과 결혼하길 참 잘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기나긴 인내 끝에 빛나는 열매를 거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인내의 이면에는 멋진 둔감력이 숨어 있습니다.

둔감력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 열, 암에 대처하는 둔감한 사람들의 현명한 자세

암의 예방과 치료, 사회에 복귀한 이후까지 모든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 즉 둔감력입니다. 둔감력이 뛰어나면 암에 걸려도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그 전에 둔감한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죠.

암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발병하고, 치료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둔감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암의 예방, 치료, 사후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둔감력을 가진 사람은 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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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할 수 있고, 암에 걸렸다 해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암에 대처하는 방법은 둔감력의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 심리적 긴장이 불러온 건강의 적신호

자율 신경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중요한 신경입니다. 당연히 자율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 발생하기 쉽죠.

자율 신경에 대해 한 번 더 설명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자율산경이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혈관, 심장, 위장, 자궁, 방광, 내분비샘, 땀샘 침샘, 췌장 등에 영향을 미치며 생체의 식물적 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경입니다. 참고로 동물적 기능이란 자기 의지대로 손발을 움직이거나 사물을 보거나 소리를 듣고 말하는 기능입니다. 자율 신경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 두 가지가 있고, 두 신경은 서로 반대로 작용합니다. 자율 신경의 중추는 척수외 뇌간에 있습니다.

이처럼 자율신경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신체활동을 조절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단계에서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영향이 미묘하게 달라지죠.

그밖에도 충격과 공포를 느끼면 얼굴이 새파래지거나, 심장이 터질 듯 뛰거나, 위가 쿡쿡 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긴장하면 자기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나고,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는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기도 하죠. 이렇듯 마음가짐은 자율신경에서 내장 기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칩니다. 마음을 건강하고 균형 있게 유지해서 자율 신경이 안정적으로 작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둔감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만약 부모의 예민함을 아이가 물려받는다면

좋은 의미의 둔감력, 즉 무딘 신경을 가진 사람은 작은 일에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늘 차분한 마음으로 대처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자율 신경은 긴장하거나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고 늘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 합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마음이 여려서 사소한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사람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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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더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예민한 사람이 암에 걸리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유전도 암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하는데 아직 유전학적으로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집안과 달리 부모 중 한 사람이 매우 예민하면 자식도 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입니다. 예민한 부부와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아이는 성격이 예민해질 확률이 높고, 그러면 부모와 자식 모두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얘기죠.

결론적으로 둔감력을 가진 집안은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 않는 느긋한 부모는 암에 걸릴 확률이 낮고, 그 밑에서 자란 아이도 성격이 여유로워져서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말입니다. 단 지나치게 둔감해서 건강 검진을 소홀히 하거나 작은 징후를 무시하는 건 문제입니다.

■ 겨우 이까짓 암에 무릎 꿇을 수는 없다

만일 운이 나빠서 암에 걸렸다 해도 둔감한 마음이 있으면 치유될 확률이 높습니다. 암 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암 환자 중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사람, 꼭 암과 싸워 이기겠다는 의욕이 강한 사람은 병이 나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반대로 이제 다 틀렸다고 포기한 채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사람은 치유될 확률이 낮고요.

사실 암세포는 숙주인 인간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기생충에 불과합니다. 주인에게서 영양분을 얻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가엽고 불쌍한 녀석이지요. 그러니 암세포 정도에 잔뜩 겁먹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 녀석, 잘도 내 몸에 들러붙었겠다! 하지만 나한테 온 걸 보니 이제 네 운도 다한 모양이구나. 네 맘대로 크게 두지는 않겠다.”

어쨌든 암에 걸린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암세포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게 바로 둔감력이죠.

둔감력을 발휘하는 것은 암의 진행을 멈추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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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암은 불안함과의 싸움이다

운 좋게 암을 치료한 후에도 둔감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주변을 보면 암이 재발헤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 환자에게는 ‘5년 생존율’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암을 치료하고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봐도 좋다는 얘기죠.

암의 종류나 환자의 나이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치료 후 5년간 어떤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느냐가 재발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언제 다시 아플지 몰라 전전긍긍하면 일차적으로 정신이 피폐해지고, 몸에는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둔감력이 뛰어난 사람은 암에 걸려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그에 앞서 암에 걸릴 확률 자체가 아주 낮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둔감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야말로 암조차 두려워하는 둔감력의 왕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십시오. 여러분은 충분히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도 좋습니다.

◉ 열하나, 남자보다 여자가 강하고 둔감하다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로다.”

남자는 얼마나 고지식하며 융통성이 없고 나약한 존재인가요. 그에 비해 여자는 얼마나 유연하며 융통성 있고 둔감한 성인가요. 여성의 출산은 인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남성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고귀한 일이죠. 그러므로 둔감력은 창조주가 여성에게만 내려준 특별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중에 누가 더 약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당연히 여자가 더 약하지.”라고 답합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체적 차이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보다 몸집이 크고 근육량도 많으니까요. 심리적으로도 남자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남자보다는 여성이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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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답은 바뀔 수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다고, 고민이 더 많다고 정말 약한 존재일까요? 우선 신체면부터 그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

일본 속담 중에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첫째는 키우기 수월한 딸을, 둘째는 키우기 힘든 아들을 낳는 게 이상적이다’라는 의미지요. 아이를 키우는 데 순서가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들과 딸을 모두 키워본 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의 남녀 비율은 남자가 조금 높지만, 스무살 무렵이면 비슷해집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잇대가 높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 비율이 많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지요.

위생과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남자아이의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그야말로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기르면서 할 수 있는 걸 다해줬죠. 그래도 남자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자는 허약하고 여자는 건강합니다. ‘아니,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보다 체격도 크고 기운이 센데 왜 더 약한 거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튼튼함과 신체의 강인함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남성의 몸은 건장해 보여도 저항력이 약합니다. 반대로 여성의 몸은 가냘프고 부드러워서 약해 보이지만 겉모습과 달리 강인하고 탄탄하죠.

■ 몸의 피가 절반이나 빼져나갔는데도

일반적으로 사람 몸의 총 혈액량은 체중의 12분의 1입니다. 비중이 똑같지는 않지만, 약 5,000cc의 혈액 중 3분의 1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면 사망에 이릅니다. 하지만 제가 의사 시절에 경험한 바에 따르면 꼭 그렇지는 않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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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어느 날, 30대 중반의 여성이 과다 출혈로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나는 정형외과 전공이라서 산부인과에 대한 지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저밖에 없고, 내버려 두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서 용감하게 배를 걸개하기로 했죠. 하복부를 절개하고 파열부위를 찾아 전력을 다해 꿰맸습니다. 출혈은 멈췄지만 환자는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고 혈압도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의학 서적에는 “전체 혈액량의 3분의 1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면 사망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는 3분의 1은커녕 2분의 1 가까이 피가 쏟아졌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병실을 지키고 있던 간호사였습니다. 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사망했나요?”

“아니요 입술에 혈기가 돌아왔어요.”

■ 여자는 살고 남자는 죽는다

‘여자는 원래 출혈에 강해. 분명 책에는 3분의 1 정도 출혈하면 사망한다고 나오지, 그런데 실제로 그 정도 출혈에 죽는 건 남자뿐이야.

순간 저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은 매달 월경을 치르므로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의학실습 시간에 많은 양의 피를 보고 빈혈을 일으키거나 쓰러지는 사람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여성은 상처에는 “까악!”하고 소리를 지르지만, 조금 많은 피를 봤다고 해서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2분의 1 가까이 피를 흘리고도 살아나다니……. 게다가 책에 나오는 대로 사망하는 사람은 남자뿐이라니……. 남자는 얼마나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고 나약한 존재인가요. 그에 비해 여성은 얼마나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며 둔감한 존재인가요.

여성은 인류의 존속에서 가장 중요한 출산을 담당합니다. 남자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이지요. 둔감력은 아마 창조주가 이 특별한 여성들에게만 내려준 신비한 능력일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 후, 유베쓰에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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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 여성은 나에게 “선생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세요.” 하며 위스키 한 병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두 살쯤 된 사내아이를 보여주었죠.

“그때 선생님이 구해주신 후에 태어난 아이예요. 그래서 선생님과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답니다.” 친친 얽어매듯 꿰맨 자궁이 재생해서 다시 임신하고 새 생명까지 탄생하다니, 참으로 놀랍고 신비로웠습니다. 자궁은 정말 강한 장기이며, 나아가 여성의 몸은 강인하고 탄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죠.

◉ 열둘, 세상의 모든 엄마는 여자다

여성은 출혈에도, 추위에도, 고통에도 강합니다. 과거에 출산은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낳는 어머니에게도 태어나는 아이에게도 목숨을 건 사투였죠. 그 고난을 극복하고 아이를 낳아 인류 문명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창조주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출산이라는 힘겨운 일을 맡은 여성을 강하고 다부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앞 장에서는 여성의 강인함 중에서도 ‘출혈’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아마 ‘여성이 이렇게 강한 존재인가?’ 하고 깜짝 놀란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여성이 강인하다는 증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힘든 일이 닥쳤을 때 더 오래 꿋꿋하게 버티는 사람도, 남들은 포기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도 바로 여성입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요.

■ 여성의 몸을 둘러싼 부드러운 갑옷

얼핏 보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골격이 작고 가늘어서 추위를 많이 탈 듯합니다. 실제로 여성 중에는 손발이 찬 수족 냉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온몸을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고 다니는 여성이 많죠.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여성의 몸은 추위에 아주 강합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방층이 신체를 두껍게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방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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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여성호르몬과 관계가 깊은데, 여성의 몸이 둥그렇고 부드럽게 보이는 이유도 곳곳에 지방층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 입장에서 수술하기 가장 편한 사람은 마른 남성입니다. 겉모습 그대로 지방층이 얇아서 절개하는 데 드는 시간이 짧고 곧바로 수술 부위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가장 수술하기 힘든 사람은 살찐 여성입니다. 배에 있는 지방을 갈라서 벌리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이렇듯 피하지방의 많고 적음에 따라 수술의 난이도가 크게 다른데도 맹장염 수술비가 동일한 것은 조금 불공평하게 느껴지는군요.

■ 피하지방 없는 남자의 뒤늦은 후회

여성의 피하지방이 많고 적음은 여성을 수술해본 외과 의사가 아닌 이상 잘 모릅니다. 저도 의사가 되기 전에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여성은 추위에 약하다고만 생각했죠. 제가 아직 의과대학에서 교양과정을 배우던 무렵의 일입니다. 친구 일고 여덟명이 함께 홋카이도의 니세코라는 산으로 스키를 타러갔는데 중간에 눈보라가 심해져서 함께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행한 여자 친구 하나가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구르고 말았죠.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절벽 밑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로 했습니다. 눈보라가 점점 심해지고 눈 속을 파서 만든 동굴에 둘이 함께 잠시 머물기로 했죠.

눈 동굴은 나름 괜찮은 피난처였습니다. 여자 친구가 자꾸 춥다며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나는 그를 안심시키며 제 점퍼를 벗어 어깨에 덮어 주었습니다.

얼마 후 눈보라가 조금씩 잦아들고 우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

습니다. 문제는 다음 날 발생했습니다. 저는 점퍼 없이 추위를 견딘 탓에 감기에 걸려 눕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학교에 나갔습니다. 물론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고요.

그때 제가 만일 여성의 피하지방이 그렇게 두껍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남자로서 조금은 창피했겠지만 아마도 점퍼를 입고 있지 않았을까요.

■ 누가 뭐래도 엄마가 가장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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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고통에도 압도적으로 민감하고 약합니다. 여성들은 예방주사 같은 사소한 자극에도 “아얏!”하고 인상을 쓰며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통증에 약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반대로 남성은 참을성이 강한 편입니다. 우는 소리를 하면 남자 망신이라는 듯 이를 악물어가며 아픔을 참습니다. 이 정도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이죠 그러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요컨대 남자는 정신력으로 견뎌내려고 할 뿐 고통 자체에는 아주 약합니다. 그에 반해 여자는 정말 큰 통증에는 선천적으로 강하죠.

일반적으로 담석이나 신장 결석, 통풍, 치질의 고통을 가장 괴로운 3대 통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출산의 고통은 그보다 훨씬 심한 데다가 시간적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깁니다.

그뿐 아닙니다.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며 출산한 후에도 “아이를 하나 더 갖고 싶다.”라고 선뜻 말합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도 또다시 그 고통을 감수하려는 것입니다. 이러니 여성이란 얼마나 고통에 강하고 야무진 존재인가요!

■ 모든 인류는 여성에게 빚을 지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여성은 출혈에도, 추위에도, 고통에도 강합니다. 이 세 가지는 창조주가 여성에게만 선사한 능력입니다.

옛날에는 임신과 출산이 지금처럼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근대 의학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임신이나 출산으로 목숨을 잃는 여성의 수가 상당했습니다. 출산은 아이를 낳는 어머니에게도 태어나는 새 생명에게도 목숨을 건 사투였죠.

그런 고난을 극복하고 아이를 낳아 인류 문화를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창조주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출산이라는 힘겨운 일을 맡은 여성을 강하고 다부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여성 몸의 두터운 지방층 역시 창조주의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열 달이나 되는 임신기간 동안 감기에 걸리거나 강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나아가 약간의 굶주림에도 쇠약해지지 않도록 체내에 충분한 지방층을 축적해 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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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입니다. 기나긴 진통과 출산의 고통을 이길 수 있도록 진통에 강한 몸으로 만든 것도 모두 창조주의 배려입니다.

◉ 열셋, 타인은 끝까지 타인일 뿐이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아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일과 승진에 민감한 남자들의 세계

우선 ‘질투’라는 감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질투를 받는 사람은 누구든 의기소침해지고 암담함을 느낍니다. 시기와 질투만큼 분하고 억울한 일도 없죠.

그런데 질투하는 대상과 방식에도 남녀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질투는 여자가 더 강하고 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질투(嫉妬)라는 한자에는 ‘계집 녀(女)“자가 두 개나 붙어 있죠. 그러나 여자의 질투는 주로 남녀 관계에서 많이 생깁니다. 이때의 질투는 확실히 집요하고 끈질긴 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떨까요? 보통 남자는 담백하고 단순해서 남을 시기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 남녀 관계에서는 여자만큼 질투가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지위나 일에 얽힌 문제에서는 의외로 질투가 강해서 그 집요한 정도가 여성에 뒤지지 않죠.

예를 들어 차기 사장을 노리고 간부 둘이 경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죠. 두 사람은 상대를 비방하는 소문이나 부정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트리고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치미를 뚝 뗍니다. 오히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상대를 칭찬하고 친절하게 대하죠. 이쯤이면 단순한 험담 수준을 넘어 악의적인 계략이라 할 만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악의적 비방에 시달리는 사람은 어떻게든 괴롭힘에 맞서서 자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이때 꼭 필요한 능력이 어지간한 일로는 쉽게 주저앉지 않는 둔감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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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날 질투하고 비난해도 괜찮아

자신이 험담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가 제일 먼저 궁금해집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캐고 다녀서 뭐하냐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누가 자신을 욕했는지 궁금해하죠. 그리고 이럴 땐 조금만 신중하게 조사하면 범인을 의외로 쉽게 알아 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알고 난 후의 대응입니다. 대부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상대를 원망합니다. 복수를 하겠다며 상대보다 더 많은 험담을 퍼뜨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대개 질투나 험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당하는 쪽보다 상황이 나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질투를 받는 사람은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승진이 빠릅니다. 질투하는 사람은 승진이 뒤처진 사람이죠. 시샘받는 쪽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뒤틀린 사람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험담도 질투도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은 잘난 내가 부러워서 시기할 따름이니까요.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어떤 일이든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 밝고 생산적인 생각의 원동력이 바로 둔감력입니다.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주위의 시선이나 소문은 가볍게 무시해버릴 것

질투에 둔감해지는 마음과 마찬가지로 비아냥거림에 둔감해지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대가 빈정거리듯 말해도 태연히 받아 넘기는 강인함이 필요하죠.

제 이웃 중에는 멋쟁이 할머니가 있습니다. 여든이 조금 넘은 연세에도 매우 건강해서 외출을 즐기곤 하시죠.

어느 날 할머니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옷을 입고 가슴을 활짝 펼치며 “이옷 어때요?”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한 원피스는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았죠. 저는 눈을 딱 감고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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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고 잘 어울리세요.”

그러자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요.”라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길을 나섰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쯤 뒤에 할머니와 다시 마주쳤습니다. 이번에도 할머니는 전보다 오히려 더 화려한 옷을 입고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옷 어때요?”하고 물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주 잘 아울리세요.”라고 대답했죠.

그리고 그 다음에도, 저만 아니라 모든 이웃사람들에게도…….

할머니에게는 비웃음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멋지고 잘 어울려요.”라는 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죠. 할머니 스스로도 멋지고 질 어울린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 다음 날에도 당당하게 화려한 옷차림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할머니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대담하고 화려한 차림새가 차츰 어울려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옷은 입다보면 익숙해진다고, 할머니는 어울리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일단 입고 봤던 것입니다.

할머니처럼 비웃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소신껏 밀어붙이는 사람은 이길 수 없습니다. 모두 한 걸음씩 양보하다가 어느새 백 걸음을 양보하고 말죠.

그런 당당함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빈정거림 따위는 통하지 않는, 또는 빈정거림 따위는 무시해버리는 둔감한 마음의 힘, 바로 둔감력입니다.

◉ 열넷, 사랑을 하려면 예민한 마음부터 바꿔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무엇이든 받아주겠다는 아량도 필요합니다. 작은 일을 시시콜콜 따지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면 둘 다 숨이 막혀서 머지않아 사이가 틀어지고 말죠.

늘 사랑하며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관대해져야 합니다. 이런 둔감함이야말로 사랑을 오래오래 유지하게 하는 연애력입니다.

■ 가벼운 거짓말은 가볍게 넘긴다

연애 초기,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질 때 남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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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모두 상대에게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종일 ‘그 여자는 지금 뭘할까?’, “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죠. 이 시기에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서로에게 큰 의미로 다가갑니다.

이 시기에 둔감하게 굴면 연애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일단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촉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세우고 반응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운 좋게 연인 관계가 된 커플이 결혼에 골인할지, 잠시 연애만 즐기다 각자의 길을 가게 될지는 연애가 중반에 접어든 뒤에 결정되니까요. 이때부터는 민감한 마음과 함께 둔감한 마음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항상 순조롭게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연애가 길어지면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사소한 일로 상처 입거나 마음이 상하는 일도 일어나게 마련이죠. 보통은 사귄지 1년쯤 지나면 둘 사이에 작은 엇갈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런 사소한 다툼이 당장 이별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관계에 득이 될 일은 없죠.

■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입맛까지 바꾸는 유연한 마음

제가 아는 K는 마흔다섯 살 된 남성인데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서인지 완벽한 토종 입맛입니다. 주식은 당연히 밥이고 가끔 메밀 국수나 우동을 먹는 정도죠.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일은 손에 꼽습니다. 반찬도 산뜻한 채소와 담백한 생선을 제일 좋아합니다. 물론 회와 생선구이를 즐겨 먹고, 늘 도시엔 괜찮은 일식집이 없어.“라며 불평하곤 하죠.

술은 꽤 센 편인데 어떤 술집에서든 맥주나 청주를 시키고 와인이나 위스키, 소주는 거의 입에 대지 않습니다.

그러던 K가 언제부터인가 양식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 못해 먹는 거겠지.’하고 생각했는데, 같이 이탈리안 음식을 먹으면서도 불만스러운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먹을 만해?”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네, 맛있어요.”하고 대답하면서 그릇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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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에는 먹는 시늉만 하던 와인까지 마셨습니다.

‘대체 K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의아하게 여긴 저는 “음식 취향이 바뀐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하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K는 쑥스러워하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양식을 좋아하거든요.”

이렇듯 연애는 사람을 변하게 합니다. 만약 K가 그 여자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양식도 와인도 계속 꺼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고기와 와인을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죠.

K의 변화는 혁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연애는 그야말로 혁명입니다.

변화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둔감력입니다. 매사에 예민하고 자기가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까지 변하지 못합니다. K에게는 아직 미각이라는 핸들의 방향을 꺾을 만한 융통성이 있었습니다. 이런 여유는 모두 둔감력 덕분입니다. 둔감력이 있기에 변할 수 있었고, 여자 친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 열다섯, 직장 내 신경끄기의 기술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이 못 견디게 거슬리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쾌한 말이나 행동도 무시할 수 있는 둔감한 사람만이 집단 속에서 밝고 느긋하게 일하며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어디에나 그런 사람은 있다

알고 지내는 남자 편집자 K의 이야기입니다. K는 저를 만날 때마다 같은 부서 동료인 A에 대해 구구절절 불평을 늘어놓곤 했습니다.

A는 조금 살집이 있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치장을 하는 중년 여성인데, 어떤 일이든 참견해서 자기 얘기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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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점은 A가 전화 통화를 할 때 내는 목소리였다고 합니다. 바로 옆자리에 있다 보니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통화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A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신경에 거슬려 일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A는 화장품과 향수 냄새를 진하게 풍겨서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플 정도라고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K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서 건강까지 헤칠 듯하더군요. K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큰맘 먹고 상사에게 자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유를 들은 상사는 쓴웃음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K는 다행히 A와 세 자리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직장에서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효과적인 능력이 둔감력입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기 말투를 쓰거나 짙은 향수 냄새를 풍겨도 신경 쓰지 않는 강력한 둔감력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둔감력이 뛰어난 사람은 회사에도 소중한 인재입니다. 그런 사람은 강한 정신력을 인정받아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크죠.

■ 세상 모두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제가 여러 직장인들에게 들은 ‘동료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마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네요.

1. 여성 직장인들 의 지적 : 항상 땀 냄새가 진동하는 사람, 끊임없이 다리 를 떠는 사람, 서류를 넘길 때 손가락 끝에 침을 과하게 묻히는 사람, 밥 을 먹을 때 쩝쩝 소리를 내는 사람 등 2. 남성 직장인들 : 퇴근 후에 한 잔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면 언짢아 하는 상사, 똑같은 자기자랑을 끝없이 반복하는 상사, 느닷없이 설교를 늘어 놓는 상사. 거만하게 구는 상사.

3. 반대로 상사 입장에서는 : 일 처리 속도가 느리고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부하, 주의를 주면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하, 조금만 안 좋은 소리를 해도 의기소침해지는 부하, 등

그럼 이런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인 집단에서 편안하고 밝게 일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물론 둔감력입니다. 다른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이 못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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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게 거슬리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 하나는 불쾌한 말이나 행동도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둔감한 사람만이 집단 속에서 밝고 느긋하게 일하며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열여섯, 주변 환경은 언제나 변한다

요즘 같은 국제화 시대에 어떤 나라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나아가 현지의 어떤 음식을 먹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0, 그런 환경 적응력만큼 멋지고 든든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환경 적응력의 밑바탕에는 둔감력이 있게 마련이죠.

모든 인체는 적응 능력을 타고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늘 건강하게 유지되죠 그런데 이때도 둔감력은 큰 힘을 발휘합니다.

‘적응 능력이 둔감력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건강한 몸에는 둔감력이 넘쳐흐릅니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도 늘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몸과 마음의 힘,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둔감력입니다.

■ 똑같이 다쳐도 상처가 다르다

A, B, C 세 아이가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서 똑같이 무릎에 상처가 났다고 가정해보죠. 무릎이 까진 정도의 상처는 그냥 내버려둬도 충분히 아물지만 그 속도나 경과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A : 잘 아물지 않고 곪고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합니다. 병원에 가서 항 생제 주사를 맞고도 일주일이나 지나서 나았습니다.

B : 통증이 금세 가라앉고 집의 연고를 발랐더니 닷새만에 아물었습니다.

C : 그냥 내버려 둬도 딱지가 생기고 사나흘 만에 나았습니다.

이처럼 자연치유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건강하고 피부 재생력이 뛰어난 사람은 상처가 잘 아물고 낫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반대로 피부 재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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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한 사람은 상처가 좀 더디게 낫는 경향이 있죠.

자연 치유력은 몸의 저항력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상처에 세균이 침입할 경우, A처럼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금방 상처부위가 오염되어 곪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B처럼 적당한 저항력을 갖춘 사람은 상처에 적이 침입해도 백혈구 같은 방위군이 이를 막아내고, C같이 건강한 사람은 세균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연치유력은 피부의 둔감력 그 자체입니다.

■ 몸의 저항력이 클수록 마음도 단단하다

다음은 대학생 셋이 함께 여행가서 하룻밤을 나란히 누워 잤을 때의 사례입니다.

다음 날 아침 A는 아무런 변화도 없습니다. 그런데 B는 코를 훌쩍이고, C는 가벼운 열과 함께 목도 따끔따끔한 게 감기에 걸린 듯합니다. 같은 방에서 똑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어났는데 왜 셋은 이렇게 다른 증상을 보였을까요? 세 사람의 반응에 차이가 난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몸의 저항력 차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둔감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몸의 둔감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기초체력이나 코와 목, 점막의 특성, 체질 등이 모두 다르므로 개선책을 찾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같은 방에서 똑같은 공기를 마셔도 사람마다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세상에는 사람도, 체질도 그리고 둔감력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끄떡없는 항상성

우리는 온도 변화에 맞춰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대응을 합니다. 예컨대 기온이 떨어져 추워지면 따뜻한 코트를 입고, 자면서도 무심결에 이불을 끌어당기고 몸을 둥글게 말아서 손발이 차가워지지 않게 하죠. 동시에 우리몸도 피부표면의 혈관이 수축하여 좁아지면서 체내의 열이 바깥으로 빠져 나가지 않게 합니다.

반대로 더울 때는 피부의 혈관이 확장해서 열을 발산하도록 작용합니다. 동시에 코와 목 점막의 혈관도 공기 변화에 맞춰 넓어지거나 좁아지죠. 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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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항상성’ 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항상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비가 탄탄한 사람도 있고 허술한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방에서 자고도 혼자만 감기에 걸린 C는 수비가 허술한 사람이고, A는 탄탄한 사람이며, B는 그 중간입니다.

■ 넓게 열린 문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그 상태에 익숙해지는 능력을 보통 ‘환경 적응력’이라고 합니다.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은 기온이나 생태적 변화는 물론, 인간관계나 사회적 변화에도 쉽게 맞춰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 가서도 금세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자연환경이나 인종, 문화 등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 이러한 능력이 환경 적응력입니다.

이런 능력의 밑바탕에는 반드시 둔감력이 있게 마련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있기에 어떤 환경 어떤 사람과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죠. 앞으로 세계를 향해 날갯짓하며 새 시대를 일궈나가고 싶은 사람은 먼저 자신에게 둔감력이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합니다. 만약 둔감력이 있다면 소중히 여기고, 없다면 다양한 환경에 뛰어들어 훈련해야 하죠. 그러려면 모든 일에 호기심을 품고, 좋은 의미에서 둔감하게 반응하며, 주저 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 열일곱, 어머니의 사랑, 그 위대한 둔감력에 대하여

-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둔감력입니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이 하는 일이라면 어머니는 무엇이든 사랑스럽게 여기며 받아들이죠.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은 둔감력이 자라는 출발점입니다.

■ 아이를 위해 젖을 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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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곁을 지키며 돌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갓난아이를 돌보고 있자면 기쁘고 행복한 일뿐만 아니라 힘겨운 일, 짜증나는 일, 진저리 나는 일도 끝없이 이어지죠.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반드시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수유입니다. 어머니는 옷을 젖혀 가슴을 드러내고 아이에게 젖을 물립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은 어머니의 풍요로움과 따스함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서양화에도 자주 등장하죠. 어머니가 아이가 젖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흐뭇하지 않을까요.

모유는 아기의 생명줄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부끄러움 많은 여성도 꼭 필요한 상황이 되면 옷가슴을 헤치고 아기에게 젖을 물립니다. 주변의 시선이 좀 신경 쓰이긴 하겠지만, 진짜 창피하거나 남사스럽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아기에게 배불리 젖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하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행위는 그야말로 둔감력의 결정체입니다.

바닷가에서 노출을 즐기는 여성도 수영복 정도는 입죠. 그런데 어머니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서라면 남의 시선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태연히 가슴을 풀어헤칩니다. 이런 마음을 둔감력이 아니라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요컨대 어떤 여성이든 어머니가 되면 둔감해집니다. 아니 둔감력이 있어야만 아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 점차 아이의 울음소리에 둔감해지는 어머니

아기를 곁에서 돌보다 보면 어머니는 당연히 아이의 모든 곳을 공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기저귀는 매일 여러차례 갈아줘야 하는 데, 이때 어머니는 아기의 대소변의 냄새를 맡고 만지기도 하면서 색깔과 모양을 확인합니다.

그런 일은 어머니만이 가능합니다. 자기 자식이 아니라면 선뜻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죠. 아무리 아기를 좋아하는 여성이라도 남의 자식 기저귀는 냄새까지는 맡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출산을 하지 않는 남성이라면 꿈에도 생각못할 일이죠. 남자들 대부분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하며 놀라워 할 께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애정으로 가득한 행동도 관점을 바꾸면 둔감력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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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대소변은 더럽지도 불결하지도 않다.“

“내 아이의 것이라면 배설물조차 사랑스럽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힘이야말로 둔감력입니다.

남들에게는 신경 쓰여서 견디기 힘든 아기 울음소리가 어머니에게는 시끄럽거나 불쾌한 소음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무신경함과 둔감함은 어머니에게만 주어진 강인한 능력입니다.

아버지가 이런 둔감력을 갖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기 배 아팠던 게 아니기 때문에 아기 울음소리에 신경에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죠. 남들보다야 덜 하지만 어머니처럼 느긋하게 받아들이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울어대는 아이곁에서 뒤척이다가 결국에는 베개를 안고 다른 방으로 도망치고 말죠.

■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알들

아기가 조금 자라서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는 시기가 되어도 어머니의 둔감력은 약해지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어머니는 늘 아이 곁에 붙어서 이유식을 먹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아기는 주는 대로 얌전히 받아먹지 않죠.

어머니는 소화가 잘 되도록 질게 지은 밥에 생선살이나 달걀노른자 등을 잘게 다져서 이유식을 만듭니다. 그런데 아기는 정성껏 만든 이유식을 한입씩 떠 먹여줘도 순조롭게 받아먹지 않습니다. 잘 먹었나 싶다가도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며 먹기를 거부하고, 먹던 음식을 뱉거나 갑자기 토하기도 하죠.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밥그릇을 건드려 애써 만든 이유식이 바닥으로 쏟아지기도 합니다.

물론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일이 생기면 곧바로 대처합니다. 더러워진 턱받이를 갈아주고, 때로는 아이가 먹다 흘린 음식으 주워 스스럼없이 자기 입으로 가져가기도 하죠.

어머니는 아기가 흘린 음식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죠. 이런 마음과 행동이야말로 둔감력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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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는 강하다

지금까지 다룬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둔감력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심한 투정도 성장하면서 생기는 고집도, 버릇없는 행동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위대한 둔감력은 죄지은 자식을 용서하는 관대함입니다.

사면초가에 내몰린 범죄자에게 진심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은 오직 어머니뿐입니다. 어머니는 자기 자식이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자식을 용서하고 감싸며 도와주려하죠.

어머니와 자식은 최강의 둔감력으로 똘똘 뭉친 신뢰관계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여성들은 흔히 “하나라도 좋으니 꼭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세요.”라고 말합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르다 보면 나 자신도 크게 성장해요.”라고 말하죠.

이 말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하나라도 낳아서 길러본 어머니는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둔감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길러본 여성과 그러지 않은 여성, 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남성의 둔감력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생활 태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죠.

지금까지 열일곱 장에 걸쳐 둔감력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민감하거나 날카로운 것만이 재능은 아닙니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함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재능이죠. 예민함이나 순수함도 밑바탕에 둔감력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재능으로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나가는 말

둔감한 마음, 즉 둔감력은 어떻게 해야 생길까요?

우선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느긋해야 합니다. 요즘은 아이의 학교성적에서 생활 태도까지 일일이 참견하는 부모가 많은 모양이더군요. 그런데 간섭이 심한 부모를 둔 아이는 둔감력을 가진 여유로운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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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조금 나쁘더라도 때때로 버릇없이 굴더라도 느긋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줘야 합니다. 작은 일에도 아낌없이 칭찬해준다면 더욱 바람직 하겠죠.

물론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정확히 지적하고 엄하게 꾸짖어야 합니다. 그러나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는 곧바로 “아빠랑 엄마는 네 행동을 보고 감탄했어. 최선을 다했구나. 정말 잘했어.”하며 확실하게 칭찬해줘야 합니다.

둔감력을 기르는 첫걸음은 너그러운 부모에게 칭찬 받으며 자라는데서 시작됩니다.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 실수하거나 실패해서 상사의 질책을 받는 일도 생깁니다. 그럴 때 절망에 빠져 낙담하기 보다는 마음을 다잡고 새로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죠. 이때 실패나 실수는 최대한 머릿속에서 떨쳐내야 합니다. 그 대신 상사에게 칭찬 받았던 일, 동료에게 인정 받았던 일을 기억에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떠올려야 하죠.

지금은 강력한 둔감력 없이는 살아가기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 끝 -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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