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6. 16:17ㆍ독서후기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2)
-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 -
■ 류시화 엮음
■ 내 앞에 아름다움, 내 뒤에 아름다움
- 상처 입은 가슴(운디드 하트) / 델라웨어 족
보라 언제나 새로운 날이다!
인디언 천막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이른 아침의 대기와 만날 때마다 나는 그것을 깨닫는다. 눈을 뜨고 바라보기만 하면 언제나 새로운 날이라고! 한겨울의 바람, 봄을 기다리며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 평원으로 난 좁은 오솔길들, 살아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임을 나는 다시금 느낀다.
삶은 어디에서나 있다. 나뭇가지 위에도, 작은 개미들의 굴 속에도, 북풍한설에 흩날리는 나뭇잎들 속에도 있다. 돌을 들춰보면 그곳에서 어떤 것들이 움직인다. 그 삶들이 가만히 내 삶을 응시하고 있다. 나는 그런 삶을 언제까지나 사랑해 왔다. 내게 주어진 어떤 것도 우연한 것이 아님을 믿기 때문이다.
평원에 앉아 하루가 저무는 것을 바라보는 것! 우리는 바로 그런 삶을 살았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그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한 계절에 한 번씩이라도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물어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인디언 부족은 어려서부터 세상의 신비에 눈을 떴다. 아이들은 평원과 삼림지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에 민감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들이 저마다 생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우리 자신 역시 하나의 신비임을 알았다. 숨 쉬고, 걷고, 앉아 있는 것이 모두 신비였다. 자연 속을 거닐거나 이른 아침 평원에 떠오르는 태양을 응시하는 일도 하나의 신비였다. 지평선을 향해 뻗어 내린 산의 곡선들, 바위의 힘찬 굴곡, 물웅덩이에 비친 그림자, 절벽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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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우리 자신의 신비와 마주치면 그곳에서 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불행하게 장님이 된 사람조차도 그 신비를 잃지 않았다. 그에게는 온갖 소리들이 그 신비를 알려주었으므로.
인간은 삶에서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당신들 얼굴 흰 사람들은 행복과는 거꾸로 난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무들도 없어지고 시냇물은 맑음을 잃었다. 새들과 짐승들은 갈 곳을 잃었다. 그러니 결국 인간이 갈 곳이 어디겠는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이 세상에 나무가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시냇물과 강물도 예전처럼 푸르러지고, 들녘과 산에는 키큰 나무가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과 저녁나절에 숨을 들이 쉬면 내 영혼이 맑아지기를 바란다.
당신들은 문명인임을 자랑한다. 나는 당신들이 우리보다 더 지혜롭고 영리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왜 당신들은 진정한 행복과는 거꾸로 난 길로 향해 가는가? 한 줌의 맑고 신선한 바람이 큰 교회당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당신들은 왜 모르는가?
당신들의 문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진흙탕을 덮고 있는 가벼운 나뭇잎과 같은 것이다. 나뭇잎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날아가 버린다. 당신들은 늘 최고의 문명인임을 자랑하지만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욕설을 서슴지 않는다. 당신들이 자랑하는 세련된 교양이나 매너 따위는 금방 날아가 버리고, 당신들은 그래야만 자신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는 듯 온갖 수단으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우리 인디언들은 그렇지 않다. 당신들의 눈에는 우리가 야만인으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쓸데없이 화내는 것을 언제나 경계한다.
당신들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는 욕설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위대한 정령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우리 인디언은 홀로 평원의 오솔길로 나아가 그곳에서자신을 돌아보고 명상에 잠긴다. 평원은 사방이 고요하고 가끔씩 들리는 풀벌레 소리나 풀섶에서 동물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외에는 방해꾼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내면과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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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홀로 사방이 고요한 곳에서 자신과 만나고 위대한 정령과 대화하는 일에 익숙해 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악한 자가 될 수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세상의 근본이 무엇인가를 배워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대지 전체가 어머니의 품이고, 그곳이 곧 학교이며 교회라고 믿는다. 대지 위의 모든 것이 책이며 스승이고, 서로를 선한 세계로 인도하는 성직자들이다. 우리는 그밖의 또다른 교회를 원치 않는다. 당신들이 우리를 무조건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것에 답답함을 느낄 따름이다.
목이 마를 때 물을 찾듯이 우리 인디언들은 영혼의 갈증을 느낄 때면 평원이나 들판으로 걸어나간다. 그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는 홀연히 깨닫는다. 혼자만의 시간이란 없다는 것을. 대지는 보이지 않는 혼들로 가득 차 있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곤충들과 명랑한 햇빛이 내는 소리들로 가득 차 있기에, 그 속에서 누구라도 혼자가 아니다. 자신이 아무리 혼자뿐이라고 주장해도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백인들이 섬기는 신과는 달리, 인디언들이 신은 우주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인격적인 신이 아니라 만물을 움직이는 법칙 또는 힘에 가깝다. 그가 곧 자연이 법칙이며, 인간 역시 그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혜로는 그 법칙을 다 설명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는 위대한 신비일 수밖에 없다. 백인들은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디언들의 신을 ‘위대한 정령’으로 번역했다.
위대한 정령은 경전이나 책이 아니라 자연의 숨결을 통해 인디언들과 대화했다. 동물들을 보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 평원에 흩어진 샛강들이 그의 노래였다. 자연에서 행하는 모든 일이 인디언들에게는 신에 대한 예배이며 기도였다.
인디언들은 영원히 신비의 땅에서 살았다. 그들의 삶은 결코 끝나지 않는 하나의 긴 종교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자연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으며 그들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들었다. 나날의 삶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일들조차도 그들에 의해 기도와 의식으로 바뀌었다.
오늘 당신을 만나러 오는 도중에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를 보았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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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견딜 수 없는 달(1월)’인데 나비를 발견한 것은 뜻밖의 일이다. 우리 인디언 말로 나비는 ‘카마마’이다. 카마마는 우리에게 봄의 희망을 주고, 만물이 다시 빛을 얻어 소생하는 소식을 전해준다. 겨울 한가운데서 나비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반가움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뛰기까지 했다. 모든 것이 죽어 버린 듯해도 자세히 보면 그곳에는 생명의 움틈이 있고, 굳어 버린 땅 밑에도 물이 흐르고 있다. 오늘 아침, 당신을 만나러 오는 길에 카마마를 볼 수 있어서 무척기뻤다. - 땅을 빼앗기 위해서 찾아온 백인 관리에게 늙은 나바호족 인디언이 한 환영인사
인디언은 기도할 때 책에 적힌 여러 말들의 외지 않는다. 인디언은 아주 간단한 말로 기도한다. 만일 당신이 긴 말을 늘어 놓는다면,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당신이 나같이 배운 것 없는 가난한 늙은이에게서 배움을 얻고자 한다면, 내가 가르쳐 줄 것은 이 기도문뿐이다. 계시를 내려 달라고 간청할 때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와칸 탕카, 퉁카 쉴라, 오스비말라……. 위대한 정령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의 부족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 절룸발이 사슴 (존 레임 디어) / 미니콘주 수우족 치료사
■ 말하는 지팡이
-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추장 / 믹막 족
당신들은 가당치 않게도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다.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땅 위의 지옥과도 같다고 당신들은 말한다. 프랑스는 천상의 낙원이며 모든 종류의 물질이 풍부하게 널려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가 모든 인간들 중에서 가장 비참하고 불행한 종족이라고 함부로 말한다. 우리가 종교도 없고, 예의범절도 없고, 인간으로서의 명예도 없으며, 사회질서도 없고, 한 마디로 말해 아무런 규율 없이 숲과 나무속에서 짐승처럼 어슬렁거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이곳에는 유럽 땅에 흘러넘치는 빵과 포도주도 없고, 다른 모든 편리한 물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들 눈에는 우리가 불행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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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이 당신들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믿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네 나라가 이곳보다 훨씬 좋은 곳이라고 우리를 설득하려든다면 그것은 당신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대로 프랑스가 천상의 작은 낙원이라면,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곳을 떠났는가. 무엇을 위해 아내와 자식과 친척들, 친구들을 떠나 해마다 목숨을 걸고 이 먼 곳으로 오는가? 무엇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불행한 곳이라 여기는 이곳까지 오기 위해 계절을 막론하고 바다의 파도와 폭풍우와 싸우며 온갖 위험을 감수한단 말인가?
해마다 당신들이 조금이라도 잘 살아보겠다고 바닷게들처럼 우리 해안으로 밀려드는 걸 보면 당신들의 처지가 어떠한가를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당신들은 겉으로는 위대한 장군이고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사실은 날품팔이 일꾼이고 하인이며 시종이고 노예들에 불과하다. 우리가 걸친 낡은 옷에 견주어 자신들이 대단한 인간들인 양 뻐기지만, 사실은 당신들을 억누르고 있는 불행과 가난을 그것으로 위안하려는 것일 뿐이다.
당신들은 무엇을 한 입 먹으려 해도 전적으로 우리에게 의존해야 한다. 당신들이 그토록 업신여기는 인디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배불리 먹으려 해도 인디언들에게 사냥을 나가자고 간청해야 한다. 그러니 이 한 가지만은 말해야겠다. 당신들이 분별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 둘 중 누가 더 지혜롭고 행복한가 잘 알 것이다. 쉴 틈도 없이 힘들게 일하면서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사람과, 즐겁게 사냥하고 낚시를 하면서 필요한 모든 걸 얻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한가?
얼굴 흰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알고 나는 무척 놀랐다. 그들은 장대와 나무껍질로 지은 우리의 위그암(원추형 오두막집)을 돌과 나무로 된 그들 방식의 집으로 바꾸라고 설득한다. 그 집들은 여기 이 나무들만큼 높고 거대하다. 그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고작해야 키가 2m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에게 왜 10m나 20m가 넘는 집이 필요한가? 우리는 우리의 집 안에 당신들의 집이 갖고 있는 것과 똑 같은 편리함을 다 갖추고 있다. 먹고 자고 쉴 수 있으며, 원할 때면 친구들을 불러 즐겁게 놀 수도 있다.
당신들은 우리 인디언처럼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집과 위그암을 접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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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소로 옮겨갈 수 있는 재간을 갖고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그곳이 우리의 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곳으로 가든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이 쉽게 위그암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1676년 한 무리의 프랑스 인들이 찾아와 프랑스 문명에 대해 크게 자랑을 늘어놓자,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스페시안 족(지금의 믹막족)추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필요한 것 이상을 갖는 것을 죄악이라 여겼으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 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은 곧 성숙한 ‘어른’의 길이었다. 반면에 유럽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그것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 덜 자란 ‘아이’의 길을 걸었다.
다른 대륙의 원주민들 역시 얼굴 흰 문명인들에 의해 오염되기 전까지는 인디언과 마찬가지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한 예로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는 단어와 ‘필요하다’는 단어가 같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는데 원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들 사회에서는 ‘버린다’와 ‘잃어버리다’는 단어가 같다. 어떤 것을 마구 버린다면 그것을 사용할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이 동의어인 세상, 그것이 다름아닌 인디언들의 세상이었다.
나무가 말을 한다는 걸 당신들은 알고 있는가? 그렇다 나무들은 말을 한다. 문제는 얼굴 흰 사람들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디언 에게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데, 어떻게 자연의 소리를 듣겠는가?
하지만 나는 나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때로는 날씨에 대해, 때로는 동물에 대해, 그리고 때로는 위대한 정령에 대해.
산과 언덕은 도회지의 벽돌 건물보다 언제나 아름답다. 당신들도 그것을 알 것이다. 도시 속에서 삶은 인위적이고 가식적이다. 사람들은 흙을 거의 밟아보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꽃나무라고 해야 화분에 심어진 것뿐이다. 그리고 보라. 별들로 수놓아진 밤하늘 대신 거리의 불빛이 시야를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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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연을 만드신 이의 풍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살아갈 때 그분의 법칙을 잊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다.
영국인 그들은 정말 부지런하며 대체로 정직하고 올바르다. 하지만 너무 사업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내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세속적이다. 그 결과 자신들의 영혼과 신에 대해선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돈, 돈, 돈을 벌라, 부자가 되라. 그러면 신사가 된다. 는 것뿐이다. 이런 정서 때문에 그들은 돈이 될 만한 것을 찾아 벌떼처럼 사방으로 돌아다닌다. 자신의 가슴에 그토록 값진 보물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우리 인디언들이 왜 폭력적이고 야만적이란 말인가? 그것은 당신들이 우리에게 덮어씌운 누명이 아닌가?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바위와 흩날리는 나뭇잎과 고요한 시냇물에 자기 자신을 비춰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말인가?
나 이곳에 태어나 많은 행복을 누렸으며, 넓은 하늘 지붕이 나를 감싸고, 수목의 듬직한 팔들이 나의 거처가 되었다. 황금 기둥으로 장식된 대리석 궁전에서 태어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다. 자연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자연 그대로이지만, 궁전은 머지않아 무너지고 폐허가 된다.
그렇다 수천 년이 흘러도 나이아가라 폭포는 변함없이 나이아가라 폭포일 것이다. 그 이마에 드리워진 무지개 화관은 태양이 떠오르고 강물이 흐르는 한 영원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게 보호하고 보관한다 할지라도 인간의 예술 작품은 빛이 바래져 곧 먼지로 돌아가 버린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부족회의를 열 때 ‘말하는 지팡이’를 사용했다. 말하는 지팡이는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정당하고 진실되게 말하는 것의 상징이었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 경우 맨 먼저 부족의 어른이 말하는 지팡이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 말을 마치면 그는 다음 사람에게 그 지팡이를 넘겼으며, 이번에는 그 사람이 말하는 지팡이를 잡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까지 말하는 지팡이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건너갔다. 그러고 나면 다시 부족의 어른이 그것을 손에 들고 결론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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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족들은 말하는 지팡이 대신 ‘말하는 독수리 깃털’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다른 부족은 평화의 담뱃대나 왐품끈(조개염주, 옛날 북미 원주민이 화폐 또는 장식으로 쓴 물건), 신성하게 여기는 조개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것이 어떤 물건이든, 그 정해진 물건을 손에 든 사람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주어졌으며, 누구도 그에게서 그 권리를 빼앗거나 그를 모욕할 수가 없었다.
위대한 정령은 얼굴 흰 사람들에게 선견지명을 주었다. 그들은 먼 거리에 있는 것들까지 볼 수 있으며, 그들의 머리는 온갖 기발한 것들을 잘도 발명해 낸다. 그러나 우리 얼굴 붉은 사람은 시야가 좁다. 자기 주위에 가까이 있는 것들밖에 바라보지 못하며, 우리 아버지들이 알았던 것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 중에 누가 더 행복하며, 누가 더 자연의 숨결에 가까운가는 얼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이 얼굴에는 도회지의 문명이 비치지만 우리의 얼굴에는 시냇물과 나무들의 새순과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비친다. 그들의 얼굴에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이기심과 욕망이 어른거리지만, 우리 인디언들의 얼굴에는 한낮의 고요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더 깊은 생의 의미가 어려 있다.
- 까마귀 배(크로우 벨리), 또는 까마귀 가슴(크로우 부레스트),
/ 그로 반트르 족
당신들이 자랑하는 문명화된 정부 조직에서는 국가의 영광을 위해 사람들의 행복이 끊임없이 희생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형사법과 민사법이 있고, 그토록 많은 감옥과 유치장이 있는 것이다. 우리 인디언 사회에는 감옥이 없다. 우리는 당신들과 같은 거창한 법정이 없으며 문자로 기록된 복잡한 법률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당신들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도 재판관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그들이 내린 결정은 더없이 존중된다.
재산은 잘 보호를 받았으며, 죄를 지은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처벌을 받았다. 인디언 사회에는 법의 통제를 벗어날 만큼 못되고 악한 사람이 없다. 이곳에는 힘없고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해 배를 채우는 악한 자가 없다. 홀로된 여자와 고아들의 재산을 빼앗는 기업체나 사기꾼들이 없다. 우리에게는 법을 이용해 강도짓을 하는 사람이 없다. 보상받기를 바라고 용감한 행동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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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 가운데 아무도 없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오로지 부족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식 때문이다.
- 타옌다네게이 / 모호크 족
얼굴 흰 사람들은 자유와 정의를 이야기 한다. 인디언은 자유와 정의를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몰살당한 것이다. 얼굴 흰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와 정의는 바람에 불려가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 어느 다코다 족 인디언
당신들의 종교적 계율은 화난 신이 불타는 손가락으로 돌판 위에 새겨 놓았다. 우리의 종교는 우리 조상의 전통에 의해 세워졌으며, 위대한 정령이 밤의 고요한 시간에 우리 어른들에게 꿈을 주었다. 그것은 우리 부족의 가슴속에 씌어져 있으며, 따라서 우리에게는 교회가 필요하지 않다. 교회는 우리로 하여금 신에 대한 논쟁만 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일들을 갖고는 논쟁을 벌이지만 신에 대해선 이러쿵저러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 자체를 우리는 이해 할 수 없다.
당신들은 우리의 기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의 기도가 당신들의 기도와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당신들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우리를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 속 모든 존재들과 조화롭게 살 줄 안다. 자연 속의 존재들은 우리 안에 있고,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 흰구름(마하스카) / 라코다 족 추장
■ 이 대지가 존재하는 한
- 테쿰세 / 쇼니족
형제여, 내 말을 잘 들으라. 당신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얼굴 흰 자들이 우리에게 한 약속들에 대해 말해 줄 테니 잘 들으라. 당신도 알다시피, 예수를 영접한 델라웨어 족 인디언들은 얼굴 흰 자들과 한 우호 조약만 믿고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는 그 이주지 근처에서 살았다. 하지만 얼굴 흰 자들은 인디언 남자와 여자, 아이들을 모조리 죽였다. 그들이 예수에게 간절히 기도하는데도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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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쇼니 족에게도 당신들은 똑같은 약속을 한 적이 있다. 핀니 요새에서였는데, 그때 우리 부족 몇 사람이 강제에 못이겨 조약에 서명했다. 당신들은 미국 깃발을 우리 부족 사람들에게 건네주며 이제 우리도 미국의 자식들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어떤 백인 군대든 우리를 공격하려고 할 때 이 깃발을 높이 쳐들기만 하면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그 말을 믿고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우리의 존경하는 몰룬타 추장은 한 손에는 그 깃발을, 다른 한 손에는 평화 조약서를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백인 관리에 의해 그의 머리가 그 자리에서 날아갔다. 그런데도 그 백인 관리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형제여 그런 쓰라린 사건들을 겪고 나서도 얼굴 흰 자들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나를 비난한단 말인가?
우리는 당신들에게 숲이 우거진 산과 사냥감 가득한 골짜기를 내주었다. 그 댓가로 우리의 전사들과 여인네들에게 돌아온 것이 무엇인가. 독한 술, 시시한 장신구, 그리고 무덤뿐이다. 어떤 부족도 대지를 사고팔 권리가 없다. 서로는 물론이고 낯선자에게는 더더구나 안 된다. 대지를 팔다니! 땅만이 아니라 공기와 바다까지 팔지 그러는가? 그것들은 모두 위대한 정령께서 그의 자식들에게 잘 사용하라고 주신 것이 아닌가?
이 나라는 얼굴 붉은 사람들의 땅이며, 위대한 정령이 우리에게 이 땅을 보호하고 이곳에서 삶을 누리라고 우리에게 준 것이다. 한때 이곳에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종족이 살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얼굴 흰자들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비탄에 잠겨 있다.
당신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다. 누구와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더러 당신들이 한 약속을 믿으라고 말한다. 어떻게 우리가 걸굴 흰 자들을 신뢰한단 말인가?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왔을 때 당신들은 자신들이 믿는 하느님의 아들마저 죽였다. 못으로 박아 죽인 것이다. 그를 살해한 다음에야 비로소 믿기 시작했으며, 이번에는 그를 믿지 않는다고 우리를 죽이고 있다. 도대체 그런 종류의 인간들을 우리더러 어떻게 신뢰하란 말인가?
얼굴 흰 자들이 처음 이 땅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그들은 배가 고팠다. 모닥불을 피우거나 담요 한 장 펼칠 땅도 없었다. 너무 허약하기 짝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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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들의 불쌍한 처지를 가엾게 여겨 위대한 정령이 우리 얼굴 붉은 자식들에게 준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그들과 나눠 가졌다. 배고플 때 음식을 주고, 아플 때 치료약을 주고, 들소 가죽을 펼쳐 잠잘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사냥을 하고 옥수수를 심을 수 있도록 땅까지 내 주었다.
형제들이여, 얼굴 흰자들은 독사와 같다. 추울 때는 힘없고 꼼짝 못하지만, 날이 풀리면 기운이 살아나 자신들을 먹여 살림 사람들을 물어 죽인다.
형제들이여, 나의 부족은 평화를 원한다. 모든 인디언들이 평화를 갈망한다. 하지만 얼굴 흰자들이 있는 것에서는 어머니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평화란 없다. 얼굴 흰자들은 인디언을 경멸하고 속이며, 언제나 못되게 굴고 모욕을 일삼는다. 그들은 얼굴 붉은 사람들은 아예 살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 이런 식으로 더 이상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나의 부족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이미 손도끼를 꺼냈으며 그것에 얼굴 흰자들의 피를 묻힐 수밖에 없다. 형제들이여 나의 부족은 용감하고 숫자가 많다.
쇼니 족 언어로 별똥별 이라는 뜻을 가진 테쿰세는 이름 그대로 어두워져 가는 인디언들의 밤하늘에 찬란한 불꽃을 그으며 산화했다. 그의 공인된 적이고 그 지역 주지사이자, 훗날 제9대 미국 대통령이 된 윌리엄 해리슨은 테쿰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류 역사 속에 가끔씩 나타나 혁명을 일으키고 기존 질서를 뒤흔들어 놓는 그런 드문 천재들 중 한 사람이었다.”
테쿰세는 키가 크고, 체구가 장대하며. 지성적이고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전략가이자 웅변가로 변해 갔다. 아마도 그는 유럽인들의 침략이 시작된 이후 가장 뛰어난 인디언 지도자로 손꼽힐 것이다. 성경과 세계사를 공부했고 용감무쌍한 전사이면서도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반대했다. 그는 크리크 족, 체로키 족 인디언들과 연합해, 야금야금 침략해 들어오는 백인이주자들을 여러 차례 물리쳤다. 또한 동생과 함께 북부 인디에나 주에 '예언자의 마을'이라는 이상한 인디언 촌을 세우고, 부족 사람들에게 전통 방식으로 돌아가 열심히 농사를 짓고 술을 마시지 말 것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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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인적인 감정을 뛰어 넘는 지성과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를 위대하게 만든 것도 다름 아닌 그것이었다.
하지만 테쿰세가 인디언들을 연합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 있는 동안 그의 예언자 마을은 윌리엄 해리슨의 군대에 의해 여지없이 짓밟히고 그가 한 승리의 약속도 물거품이 되었다. 이 공로로 윌리엄 해리슨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자신이 세운 인디언 마을이 백인들에 의해 파괴되고 잿더미로 변한 것을 보며 테쿰세는 눈물의 연설을 했다.
그 연설에서 백인들의 탐욕에 대한 태쿰세의 경고는 그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평원에 밀려온 '문명의 얼굴을 한 야만' 앞에서 인디언 부족들은 힘없이 쓰러져 갔다. 오늘날 대부분의 쇼니족 인디언 가정에는 테쿰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는 인디언들의 기억 속에서 뛰어난 전사이고, 자연을 사랑한 고귀한 사람이며, 올바른 인간으로 길이 기억되고 있다. 테쿰세는 45세의 나이에 밤하늘로 아스라이 멀어져 갔다.
어린 소년이었을 때, 나는 멀리서 얼굴 흰 사람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여우나 곰을 쏘듯이 그들을 쏠 수 없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와서 우리의 말과 땅을 빼앗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우리의 친구라고 말하면서 우정의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손에는 뱀을 들고 있었으며, 그들의 혀는 두 가닥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우리를 물었다. 우리는 남쪽 멀리에 농사를 짓고 살 수 있을 만큼 작은 땅을 남겨 달라고 간청했다. 내 조상들의 뼈를 묻고, 내 아내와 아이들이 살 수 있을 만큼만. 하지만 그 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이 영원히 플로리다를 떠나야 한다. 그곳은 나의 고향이고, 나는 그곳을 사랑한다. 그곳을 떠나는 것은 나의 아내와 아이를 땅에 묻는 것과 같다.
- 들고양이(코아쿠치) / 세미뇰 족 추장
처음에 얼굴 흰자들은 국을 끓여 먹을 수 있게 채소를 기를 아주 작은 땅만 내달라고 부탁했다. 들소 가죽으로 덮을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땅만, 처음부터 속임수로 가득한 그들의 영혼을 우리가 알아차렸어야만 했다.
-1609년 맨하탄 섬에 처음으로 토착한
네덜란드 인들에 의한 인디언의 시각 / 델라웨어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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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흰 자들 중에도 선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하지만 악한 인간들에 비하면 그 숫자는 극히 적다. 악한 자들이 훨씬 힘이 세어서 그들이 세상을 통치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들은 인디언들에게 '나의 친구여! 나의 형제여!'하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손을 잡으면서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우리를 파괴한다. 그러니 기독교인으로 개종한 그대 인디언들도 조만간 똑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내 말을 잊지 말라. 오늘 나는 그대들에게 경고하는 바이다. 얼굴 흰자들의 그러한 우정을 경계하라. 나는 긴 칼을 찬 그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결코 믿을 수 없는 자들이다.
- 델라웨어 족 전사 파치간칠힐라스가 모라비아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로 개종한 인디언들에게 한 경고, 이 연설이 있은 후 정확히 11개월 뒤, 연설이 행해진 그 자리에서 그 인디언 기독교인 96명이 백인들에 의해 전부 학살 당했다. 그 중 60명이 여자와 어린아이였다.
이 전쟁은 우리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다. 얼굴 흰 대추장(대통령)은 우리에게 병사들을 보내 공짜로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의 땅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땅을 강도질해서 빼앗으려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 점박이 꼬리 (스포티드 테일) / 라코타 족
당신들은 나를 동쪽에서부터 이곳까지 몰아냈다. 하지만 나는 이 나라에서 2천 년도 넘게 살아왔다. 친구들이여 나를 이 땅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나는 이 땅에서 죽고 싶다. 이곳에서 늙은이가 되고 싶다. 얼굴 흰 대추장에게 한 뼘의 땅도 내주기 싫다. 수백만 달러를 내민다 해도 절대로 이 땅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 서 있는 곰(스탠딩 베어) / 라코타 족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우리는 기뻤다. 우리는 처음에 그들이 빛으로부터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틀녘처럼 오지 않고 해질녘처럼 왔다 이미 지나간 한낮처럼 왔다. 그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에는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 어느 평원 인디언 추장 / 18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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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 텐스콰타와 / 쇼니 족 예언자
나의 형제 자매들이여! 나는 위대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대들을 구원하라고 위대한 정령이 내게 그 능력을 허락했다. 내 이름은 이제부터 텐스콰타와(문을 여는 자)이다 행복이 이르는 문을 여는 법을 위대한 정령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만물을 지으신 위대한 정령은 우리 인디언들을 이 넓고 풍성한 땅에 내려 보내면서 사냥감이 있거나 곡식을 심을 기름진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로든 자유롭게 가도 좋다고 말했다.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행복이었다.
위대한 정령은 우리에게 나무와 식물과 동물과 돌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발견하고 배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나무껍질로 집을 짓고, 짐승 가죽으로 옷을 해 입었다. 위대한 정령은 일상생활과 성스런 의식에서 불을 사용하는ㄴ 법도 가르쳐 주었다. 나무껍질과 약초 뿌리로 병을 치료하는 법과 채리 열매들과 과일들, 포도나무 열매와 단풍나무 시럽으로 달콤한 음식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살았다. 우리는 결코 더러운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위스키라고 부르는 독을 마시지도 않았고 양털로 짠 옷도 입지 않았다. 쇠로 불을 뒤적거리거나 땅을 파지도 않았으며 냄비에 음식을 요리하지도 않았다. 시끄러운 총을 갖고 사냥하거나 싸우지 않았고, 전염병이 우리의 피를 더럽히거나 장기를 썩게 한 적도 없었다. 그만큼 우리는 순수했고, 그만큼 행복했다.
하지만 태양이 떠오르는 큰 호수 저편에는 온갖 더럽고 인위적인 물건들과 쇠를 가진 자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숱한 질병이 들끓었고, 그들은 신의 이름을 놓고 죽을 때까지 싸움을 벌였다. 인구가 너무 많고 자신들이 사는 섬을 너무 많이 더럽혔기 때문에 그들은 섬을 탈출했다. 온갖 배설물과 오물이 무릎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우리의 섬으로 건너왔다.
그들이 악한 자들이라는 것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환영하고 먹을 것을 베풀었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을 그들에게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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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쳐 주었으며, 사냥하는 법과 옥수수 심는 법, 담배 기르는 법, 숲에서 좋은 걸 발견하는 법을 일러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많은 땅을 갖고 있는 걸 보고는 그것을 갖기를 원했다. 그들은 쇠붙이와 돼지와 양털과 술 그리고 질병을 가져 왔다. 그들은 점점 숫자가 불어나서 우리를 산 위로 내몰았다. 마침내 바다 기슭까지 우리의 옛 땅을 모두 차지하고 더럽힌 뒤, 그들은 산 중턱에 살고 있는 우리의 땅까지 기웃거렸다.
여러 해 동안 우리는 영국인과 프랑스인들에게 모피를 건네주고, 그 대신 양털로 짠 담요와 총, 거울, 구슬과 은으로 만든 예쁜 장신구들, 그리고 송곳과 바늘과 도끼 같은 쇠로 만든 물건들을 받았다. 또한 술을 건네받았다. 실로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위대한 정령에게 귀를 닫았으며 우리가 어리석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얼굴 흰자들이 가져온 그 물건들은 우리를 점점 나쁘게 물들이고 더 나약하고 물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그대들이여, 위대한 정령이 내게 내리신 많은 계율을 말해 주리라. 나는 저 세상에 가서 죄 지은 이들이 어떤 벌을 받는가를 다 보았다. 말할 수 없이 무시무시한 벌이었다. 잘 들으라. 내가 그대들을 위해 열어주는 문으로 나를 따라 들어오지 않는 자는 누구나 그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시간 이후부터 얼굴 붉은 자는 누구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운 납 물이 그의 입에 부어지리라. 그대들도 알다시피 나는 처음 술을 입에 댄 이후 지금까지 술의 노예가 되어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다시 술을 마시는 걸 본다면, 그대들은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전부 거짓이라 여겨도 좋다.
얼굴 붉은 자는 지금부터 한 명의 아내만 가져야 한다. 얼굴 흰 자들과 살고 있는 인디언 여인들은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서둘러 자신의 부족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개인적인 주술 도구들을 없애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가진 빛나는 힘이 우리를 치료할 것이다.
이제 얼굴 흰 자들에 대해 내가 들은 말을 들려주겠다. 잘 들으라. 우리를 오염시킨 그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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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식은 신성한 것이다. 우리의 할머니들은 우리에게 곡식을 구해 기르는 법과 질 좋은 씨앗을 골라 좋은 품종을 유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식량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다.
얼굴 흰 자들이 재배하거나 요리한 음식은 입에 대지 말라. 그것은 우리에게 좋은 음식이 아니다. 돼지고기나 집에서 기른 닭과 소를 먹지 말라. 그 동물들은 사람이 길들였기 때문에 정기가 어려 있지 않다.
얼굴 흰 자들은 두 종류가 있다. 미국인들이 있고, 또 다른 자들이 있다. 프랑스인과 스페인사람, 영국 사람들에게는 우정의 손을 내밀어도 좋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들과 다르다. 이제부터는 짐승 가죽과 끈으로 바느질한 옷만 입으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위대한 정령의 명령에 따라 옛날 방식으로 사냥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총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화살과 창과 올가미를 써서 조용히 사냥해야 한다. 옛날 방식으로 사냥하게 되면, 더 이상 얼굴 흰자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를 음탕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춤을 우리는 더 이상 추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위대한 정령은 과거에 우리가 얼굴 흰자들에게 물들기 전에 추었던 춤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 춤을 통해 우리는 힘과 행복을 되찾게 될 것이다.
좋은 화살을 만들라. 라이터로 만든 불을 꺼버리고, 나무로 지핀 영원하고 성스런 불을 밝히라 술 파는 자들과 장사꾼들로부터 단호하게 등을 돌려라. 그리고 예수를 파는 선교사들의 말에도 절대 귀 기울이지 말라.
인디언들의 종교에는 메시아 사상이 없었다. 그것이 인디언 종교와 세상의 다른 종교들을 구분짓는 독특한 점이다. 인디언들은 자신들을 구원해 줄 초자연적인 인물의 등장을 갈구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이 그들에게는 천국이고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들은 이 대지 위에서 살라고 위대한 정령이 자신들을 내려보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백인들이 친구를 가장해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는 그들을 침략하고 파괴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 전에는 인디언들은 굳이 구세주를 기다릴 필요가 없는 행복한 삶을 누렸다. 인디언들의 종교에 최초로 메시아 사상이 등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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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그들의 모든 것이 다 파괴되고 더 이상 희망이 남아 있지 않던 마지막 무렵의 일이었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해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인디언들은 문명으로 나아가는 길에 방해가 되는 시대에 뒤쳐진 미개인들에 불과했다. 반면에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단순한 삶의 표본, 또는 고상한 야만인으로도 여겨졌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인디언들을 원시 상태의 순수함을 지닌 사람들로 묘사하면서, 인디언들을 야만인으로 부르는 편견에 반대했다.
“교통 수단도 없고, 문자에 대한 지식도 없으며, 숫자에 대한 이해도 없다. 경찰이나 정치인이라는 단어조차 없으며 부와 가난의 차별도 없다. 계약도 없고, 왕위 계승도 없으며, 경계선도 없다. 직업도 없이 한가하며, 옷도 걸치지 않고 자연그대로다. 땅을 갈지도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그들 사화에는 거짓, 허위, 배신, 탐욕, 시기, 욕설을 의미하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이성에 근거해 그들을 야만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만성으로 볼 때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그들을 훨씬 능가한다.”
네델란드의 신학자 에라스무스는 자신의 대표작 <우신예찬>에서 인디언을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종족’으로 묘사했다.
“황금 같은 시절을 살아온 이 단순한 종족에게는 학교의 지식이 필요 없다. 자연만으로도 그들은 인내하기에 충분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는 본능이 일깨워준다. 나쁜 행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들에게 법 지식을 심어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좋은 법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나쁜 행위들이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 지식을 심어 줌으로써 우리는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불멸의 신들에 대고 분명히 맹세하건데 세상이 바보, 얼간이, 숙맥이라고 부르는 그들보다 더 행복한 인간계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 철학자 루소, 영국의 소설가 골드스미스, 시인 워즈워드, 콜리지, 셸리 등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이 평화롭고 순수한 ‘참다운 인간’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명의 돌개바람 앞에 스러져 간 인디언들의 운명을 슬퍼하며 포타와토미 족 추장 사이먼 포카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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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의 모든 만물이 잠든 것처럼 보이는 한밤중의 정적 속에서 종종 누군가 부드럽게 내 가슴의 문을 두드린다. 내가 문을 열면 하나의 목소리가 내게 묻는다.
‘포카곤아, 너의 부족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들의 미래는 무엇이지?’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 유한한 인간은 자기 종족의 미래를 알기 위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간의 장막을 걷을 힘이 없습니다. 그런 재능은 오직 신만이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위대한 정령이 만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분이 나무와 풀들, 강과 산, 네 발 달린 것과 날개 달린 것들, 이 세상의 모든 것들 속에 존재하고 계심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가슴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 검은 큰사슴(헤하카 사파) / 오글라라 라코타 족
형제들이여, 그대들은 조상들의 전통과 관습을 잊었다. 왜 그대들은 아버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가죽 옷을 입지 않고 활과 화살과 창을 사용하지 않는가? 그대들은 얼굴 흰 자들로부터 총과 칼과 담요를 샀다 그리하여 이제는 그들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불타는 독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전부 던져 버려라. 그리고 그대들의 아버지들이 살았던 방식대로 살라. - 폰티의 추장, 1763년 / 오타와 족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영적인 세계는 영어나 다른 종교적인 용어로 쉽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공통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의미의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들 삶의 방식이었으며, 그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그것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들이 말하는 신 마니토는 절대 존재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 속 어디에나 존재하는 우주의 신비한 힘을 표현한 것에 가깝다.
- 유니스 바우만 넬슨 / 페놉스코트 족
라코타 족 언어에는 ‘종교’라는 말 자체가 없다. 삶이 방식이 곧 라코타 족의 신앙이다. - 바라보는 말의 아내 / 라코타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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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의 종교 의식에 대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그것이 늘 받기만 하는 에너지를 신에게 돌려주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 두 발 달린 존재들에게 두 발을 딛고 설 땅을 언제나 제공해 준다. 아버지 태양은 우리를 온화하게 덥혀 주고, 할머니 달은 우리에게 꿈을 준다. 지구의 요소들은 우리에게 곡식을 기를 장소와 집을 짓고 연장을 만들 재료들을 준다. 물은 생기를 주고, 불은 집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한다. 공기는 우리에게 생명의 신성한 숨결을 준다. 종교 의식을 통해 우리는 되돌려 주는 법을 배운다.
- 태양 곰(썬 베어 / 치페와 족
우리 인디언 부족은 추운 겨울을 마다하지 않았다. 추운 겨울 역시 봄이나 여름 마찬가지로 만물의 존재에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이나 나무들도 자신들을 얼어붙은 침묵과 고요 속으로 데리고 가는 혹한의 겨울이 없다면 눈부신 봄이 탄생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물며 인간의 삶에 그런 과정이 없을 리 있겠는가.
- 푸른 윗도리(블루 재킷 / 쇼니 족
모든 것이 아름답다.
내 앞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내 뒤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내 아래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내 둘레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 인디언 노래 / 나바호 족
■ 대지를 사랑한 것이 죄인가
- 검은 매 (마카타이메쉬키아키악) / 소크 족과 폭스 족
바로 이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깃털 달린 펜으로 얼굴 흰 사람들과의 조약에 서명을 했다. 그것이 우리 마을을 남겨주는 데 동의하는 행위임을 알지도 못한 채! 그것이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설명해 주었다면 나는 분명히 그것에 반대했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 내가 한 행동으로 입증했듯이 어떤 조약에도 사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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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흰 사람들의 법과 관습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들이 우리의 몸을 해부용으로 사겠다고 해도 우리는 무슨 일인지 조차 모른 채 깃털 펜을 잡고서 종이에 서명을 했을 것이다. 나와 우리 부족이 처음 깃털 펜을 잡았을 때의 사정이 바로 그런 식이었다.
얼굴 흰 사람들은 평생 동안 나쁜 짓을 하다가 죽을 때가 되어 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인디언들은 다르다.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우리가 옳다고 알고 있는 것만을 행할 뿐이다.
옳은 것을 틀리다고 말하고 틀린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으니, 얼굴 흰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에는 얼마나 기름칠이 잘 되어 있는가!
나의 이성에 비춰보면, 대지는 남에게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대한 정령이 그것을 그의 자식들에게 살라고 주었으며, 사람들은 대지 위에 살면서 자신들이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그것을 경작할 수 있다. 거기에 정착해 살면서 그것을 경작하는 동안은 그 땅에 대한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 그러나 만일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곳을 떠난다면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그곳에 정착할 권리를 갖는다.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걸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사람들 마음대로 팔아 버릴 수 없다.
얼굴 흰 사람들의 방식은 우리와는 다르다. 나는 그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종교에는 ‘자기가 받고자 원하는 대로 남에게도 행하라’는 큰 원칙이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들은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인디언들 중에도 얼굴 흰 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올바른 길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돈을 내지 않으면 그 길을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길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얼굴 흰 자들은 인디언을 업신여기고 집도 없이 떠돌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인디언들은 결코 남을 속이지 않는다. 얼굴 흰 자들은 인디언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악의를 갖고 우리를 쳐다본다. 하지만 인디언들은 거짓말하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제발 우리를 내버려 두라고,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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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없이 우리를 따라오면서 우리 길을 가로막고, 뱀처럼 우리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들이 우리를 건드리기만 하면 우리도 따라서 나쁘게 물들었다. 우리는 그런 위험 속에서 살았다. 우리 역시 그들처럼 위선자, 거짓말쟁이, 간음하는 자, 그리고 늘 시끄럽게 떠드는 자들이 되어갔다. 일도 하려고 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위대한 정령을 올려다보았다. 우리는 얼굴 흰 대추장을 만나러 갔으며, 그 자리서 큰 용기를 얻었다. 그들은 위원회를 열어 우리에게 많은 공정한 말들과 큰 약속들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갔다. 숲 속에서는 사슴들이 사라지고, 주머니쥐와 비버들은 멀리 달아났다. 우물은 바닥이 드러나도록 메말라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아내와 젖먹이들은 양식이 떨어져 굶어 죽기 시작했다
마침내 우리는 큰 모닥불을 피우고 부족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서 우리 아버지들의 영혼이 일어나더니 우리에게 복수를 하던지, 아니면 죽음을 택하라고 말했다. 부족 회의의 모닥불 앞에서 다들 한 마디씩 의견을 말했다. 따뜻하고 유쾌한 회의였다. 마침내 각자 전투의 함성을 지르고, 땅 속에 묻어 두었던 손도끼를 꺼냈다. 전사들을 이끌고 나아가면서 검은 매의 심장은 가슴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전투에서 패하고..... )
나 검은 매는 이것으로 만족한다. 그는 만족한 채 정령들의 세계로 떠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그의 아버지가 그곳에서 그를 맞이하리라.
잘 가라, 나의 부족이여! 검은 매는 그대들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감옥에 갇혔으며,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의 생은 이제 끝에 이르렀다. 그의 태양은 지고 있고, 그는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검은 매여 잘 가라.
얼굴 흰자들의 공격을 받아 날개가 꺾이고, 패배로 인한 자존심이 무너진 한 인디언 매의 심금을 울리는 연설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검은 매 전투(블랙 호크 워)’라고 이름 붙여진 석 달에 걸친 전투에서 패배한 뒤, 그 매는 결국 두 번 다시 날지 못했다.
나는 죽음을 걱정하기 위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 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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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으며,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삶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떡갈나무의 삶, 새들의 삶, 바람의 삶……. 그 모두가 나의 삶과 다르지 않다. 그것들의 삶이 지상에서 사라진다면 나의 삶 역시 무의미한 것이다.
슬퍼하지 말라. 가장 현명하고 훌륭한 인간에게도 불행은 닥치는 법이다. 계절이 다하면 죽음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것은 위대한 정령의 명령이며,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들은 그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나,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불행이 특별히 우리의 삶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에나 불행은 있게 마련이다.
- 덩치 큰 사슴 (빅 엘크),
1811년 검은 들소(블랙 버팔로) 추장의 죽음에 대한 연설 / 오마하 족
나는 그대들의 추장일 뿐 아니라 어른이고 늙은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에게 충고하는 것이 나의 의무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 먹은 사람의 말을 듣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도 잘 안다. 나이 먹은 사람의 피는 달팽이처럼 기어다니지만 젊은이의 피는 급류처럼 뛰어 다닌다. 아들들아, 한 때 나 역시 젊었으며 지금의 그대들과 같은 생각을 가졌었다. 그때는 우리 부족이 강했고 나의 목소리는 언제나 전투를 외쳤다. 하지만 그대들은 얼굴 흰자들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나의 충고일 뿐 아니라 명령이다.
- 와샤키 / 쇼쇼니 족 추장
이슬은 마치 아름다운 거미줄과도 같다. 마냥 빛나고 반짝인다. 이른 새벽녘 이슬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속으로 살금살금 기어든다. 그 누구도 이슬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찬란하지 않은가. 햇살이 그 이슬 위로 내리비칠 때, 그리곤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우리의 삶도 그것과 마찬가지다.
-셀리 베도카 / 카도 족
■ 겨울 눈으로부터 여름 꽃에게로
- 구르는 천둥(롤링 썬더) / 체로키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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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소개받은 대로 나는 체로키족의 치료사 구르는 천둥이다. 영적인 문제를 놓고 얼굴 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나로서는 처음이다.
10년 전만 해도 나는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해선 어떤 영적인 것도 말할 수 없었다. 얼굴 흰 사람들이 이 대륙을 차지한 이후로 우리 인디언 부족들 사이에선 영적인 진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금지 되었다. 당시 우리는 암호를 써서만 그것들을 주고받았고, 암호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랐다.
나는 본래 인디언 치료사로 태어난 사람이다. 인디언 세계에서 치료사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비한 영적인 힘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의사이며 동시에 영적인 상담자 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하면 치료사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 치료사는 아무나 마음먹는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거나 학교에 다녀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치료사는 그런 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치료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을 몇 명 만나본 적이 있는데, 그들에게 이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치료사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치료사로 태어나야 한다.
그럼 사람들은 묻는다. 자신이 치료사로 태어났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꿀벌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여왕벌을 아느냐고, 인디언들은 그냥 알 뿐이다. 우리는 우리 것을, 당신들은 당신들 것을 아는 것이다.
약국에 가서 인디언들이 사용하는 약을 살 수 없듯이 인디언 치료사를 돈으로 살 순 없다. 그는 환자를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독립적인 사람이다. 이것은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백인들은 인간의 힘이 자연을 다스리고 변형시키는 데 있다고 여기며 그것이 곧 생존의 길이라 믿는다. 하지만 인간의 힘과 진정한 생존은 자신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여겨 대지의 모든 생명들과 조화를 이루는 일에 있다.
우리 인디언들은 부족도 다르고 언어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인디언들 사이에는 의사 소통의 문제가 전혀 없다. 우리 역시 우리 나름대로의 대화 방법을 갖고 있다. 나는 캐나다의 퀘벡 주에서 온 인디언 치료사를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은 대화 없이 서로의 의사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적 차원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면 굳이 대화가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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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디언은 우리가 사용하는 약초를 ‘협력자’라고 부른다. 약초를 캐러가면 우리는 약초를 캐기 전에 이미 그것이 어디쯤에 있다는 걸 안다. 때로는 약초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얼굴 흰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식물을 잡초라 부르는데 세상에 잡초라는 건 없다. 모든 풀들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목적을 갖고 태어났으며, 쓸모없는 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풀을 채취할 때는 그 필요성과 목적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약초는 좋은 목적에 쓰일 때는 도움을 주지만, 잘못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식과 옷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일 때는 생명을 빼앗는 것에 대해 그 동물에게 사과하고, 동물의 모든 부분을 잘 사용해야 한다. 인디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얼굴 흰 사람들은 그런 것을 잊어버렸다. 그들은 목적만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무시하고 나아가 ‘자기를 아는 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얼굴 흰 사람들은 모든 것을 서둘러 원하며, 많은 노력 없이 그것을 얻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더 많은 걸 놓치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이 이해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그 세계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당장 쉽고 빠른 대답을 원한다.
삶의 가르침은 그런 식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단순히 자리에 앉아 진리에 대해 토론한다고 해서 진리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리는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진리를 살아야 하고, 진리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 해도 진리를 깨닫기 어렵다. 진리는 아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며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미국 전역의 인디언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전통을 지키는 인디언들과 미국 정부의 인디언 들이다. 미국 정부의 인디언들은 인디언에 대한 모욕적인 대우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무능력하다고 믿는 자들이다. 그런 생각을 가진 많은 인디언들은 실제로 무능해졌다. 왜냐하면 자립심과 삶의 방향이 없는 사람은 누구라도 길을 잃고 헤매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자가 많으며, 미국 내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 바로 이들 인디언 집단이다. 이런 상황은 인디언들에 대한 착취를 부채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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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전통적인 인디언들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신들의 행동 양식에 따라 살고 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삶이며, 따라서 자유로운 삶을 보장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삶의 방향을 갖고 스스로 목적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이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전통적인 인디언은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정치 체제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 전통적인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것으로부터 억압을 받고는 있지만, 그 일부분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에 함부로 들어가서, 아무데도 갈 곳이 없는 자들을 그 땅에서 몰아내고, 그들 대부분을 죽이고, 남은 자들에게 자기네 울타리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독교든 다른 종교든, 또는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종교라 할지라도 그 종교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그것을 말해야 한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종교라는 건 없지만 말이다. 기독교, 사회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그 밖의 어떤 이데올로기든 사람들을 위협해 자신들의 생각을 확산시키려는 건 옳지 않다.
어쨌든 우리는 정복당한 사람들이 아니다. 식민지 백성이 아니다. 백인들과 동등한 조약을 맺었다. 백인들은 대부분의 조약을 깨뜨렸고, 우리는 그토록 무례하게 행동하는 그들에게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다.
문명인들은 자연에 고삐를 채우고, 자연을 정복하고, 자연을 인간의 노예로 만드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것은 문명인들이 자연의 방식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또한 오늘날의 자연환경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대기 오염을 두려워하고 방사능과 더러워진 물을 두려워한다. 대지는 오염되고 자원은 사라졌거나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자연을 길들이려는 어떤 장치도 불가능하다. 그것은 인간 내면의 자연인 본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고귀한 것이며, 인간 내면 역시 고귀하다. 자연은 언제 어디서나 존중되어야 한다. 모든 생명, 세상의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존중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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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한 장소를 더럽히면 그 더러움은 사방으로 퍼진다. 마치 암과 종양이 몸 전체로 번지는 것과 갔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이 대지를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
이 대지위에 세워진 많은 것들은 대지에 속한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신체에 침투한 바이러스처럼 대지에 속한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대지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이물질들이다. 당신들은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머지않아 대지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몸을 크게 흔들기 시작할 것이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의 의지를 가진 보다 높은 차원의 인격체다.
얼굴 흰 자들은 땅을 빼앗고 땅 속의 것을 캐가는 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침략자들이었다. 그들은 차츰 인디언들을 쓸모없는 땅으로 내몰았으며, 땅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인디언들의 눈으로 볼 때, 얼굴 흰 사람들은 단지 사물의 그림자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뒤에 잇는 실체는 애써 무시하거나 부정하기 일쑤였다.
내가 살고 있는 사냥 금지 구역까지 가끔씩 얼굴 흰 사냥꾼이 올라오는데, 그들은 참으로 탐욕스럽고, 경솔하고, 파괴적인 인간들이다. 사람 사냥꾼과 다를 바가 없으며, 사냥트로피에 눈이 멀어 닥치는 대로 동물을 죽인다. 때로 그들은 길가에다 죽은 동물의 몸통만 버리고 가기도 하고 쓰레기장에 동물의 시체가 쌓여 잇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인디언들은 그런 식으로 사냥하지 않는다. 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많이 사냥하지 않으며 따라서 아무것도 버리는 일이 없다.
우리 인디언들은 이유 없이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
약초뿐 아니라 해와 땅, 구름, 모기, 식물, 사람과 동물들도 그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해가 떨어진 다음에는 약초를 채취하지 않으며, 필요한 때만 약초를 수집한다. 그리고 주기 전에는 어떤 것도 받지 않는다. 어떤 풀을 뽑아서 그냥 내버리는 일이 없으며, 반면에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뇌두지도 않는다. 우리에게는 잡초라는 것도, 이유 없이 모기에 몰리는 것도, 원하지 않는 비도 없다. 위험한 식물이나 동물도 없다. 우리는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 바람과 모기, 모기와 뱀이 모두 우리 자신 안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자신의 존재 속에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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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 쇼쇼니 부족이 살 수 있는 땅의 경계선을 획정하는 협정이 네바다 주의 루비 계곡에서 맺어졌다. 인디언 추장들과 사형집행인들이 그 협정에 서명했고, 미국 의회가 그것을 승인했다. 하지만 우리가 맺은 조약은 피의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당시 얼굴 흰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남북전쟁을 치르고 있었으며 미합중국의 링컨 대통령은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에서 금을 가져오기를 원했다. 금을 운반하려면 네바다 주를 가로질러 가야 했는데, 백인 정부는 금을 운반하는 모든 역마차를 안전하게 지킬 만큼 충분한 군인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역마차가 지나가는 땅에 사는 사람들과 평화 협정을 맺기를 원했다. 우리 쇼쇼이족이 바로 그들이었고, 우리가 그 땅의 주인이었다.
얼굴 흰 사람들과 미합중국 대표자들은 협정을 맺기 위해 쇼쇼니 족 추장들과 부족 사람들을 꼭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결국 만날 날짜가 정해졌다. 인디언들은 그날 축제를 열기로 결정했고 모든 인디언들이 그곳에 모이기로 했다.
인디언들은 풍성한 음식을 차려 놓고 큰 축제를 열 생각이었고, 그 자리에서 양측이 평화 협정에 서명하면 더 이상의 싸움은 없을 터였다. 그런 자리에는 총이 필요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인디언들은 무장도 하지 않고 가기로 했다.
약속된 시간에 쇼쇼이 족 사람들과 추장들이 루비 계곡의 약속 장소에 모였다. 그들은 모두 비무장 상태였다. 백인 정부의 대표자들은 병사들과 함께 나타났는데, 그 뒤로 총이 무리지어 세워져 있었다.
인디언들이 모두 모이자, 갑자기 백인 병사들이 총을 들고 미리 잡아온 인디언을 쏴 죽였다. 그들은 그 인디언이 역마차를 강탈한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백인들이 인디언 땅을 통과 하는 걸 방해하는 모든 인디언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인디언의 사지를 찢어서 커다란 검은 솥에 넣고 끓였다. 그리고 그곳에 모인 인디언들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으라고 강요했다. 병사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동안 남자 여자 어린아이 가릴 것 없이 그곳의 모든 인디언들은 동족의 인육을 먹어야 했다.
그렇게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뒤 얼굴 흰 사람들은 우리 부족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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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에 서명하게 했다. 우리가 맺은 협정은 피의 대가를 치른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맺은 협정과 우리의 땅을 지킬 것이다. 언젠가는 얼굴 흰 사람들도 그 협정을 지켜야 할 것이고 우리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모든 것이 공평해지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고통은 좋든 나쁘든 어떤 이유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언제나 영적인 차원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에 감염된다는 것은 영적으로 순수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육체에 일어나는 일은 그것으로 전부가 아니며, 따라서 의사는 육체 이상이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문명인 의사들은 환자가 찾아오면 질병만 관찰할 뿐 사람을 관찰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약을 주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든지 신체의 어떤 부위를 잘라 쓰레기통에 버린다. 어쩌면 그것은 불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 전혀 치료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종교 의식을 통해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동물들과 어머니 대지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해 기도 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가슴 안에 자기만의 교회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당신들도 자기만의 교회를 가슴 안에 갖고 있다. 당신들이 그 교회를 따를 때 당신들은 위대한 정령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당신들이 세상의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해도 자기 가슴 속에 교회를 잃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우리 인디언이 가르침을 받은 방식이다.
얼굴 흰 사람들은 자신들이 대단히 앞선 문명을 갖고 있다고 여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문명을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은 훨씬 뒤떨어진 문명을 살고 있다. 그들은 기본적인 진리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삶의 기본적인 진리란 남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생명이 포함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간섭하거나 억압하고 지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의 땅으로 마구 넘어 들어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는 의미다. 종교적, 정치적, 군사적인 어떤 이유로도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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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디언들은 대지를 지키는 자다. 우리는 우리가 대지를 소유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인간이 대지를 소유할 수 없다. 오히려 대지가 인간을 소유한다. 어떤 사람은 문서를 작성해 자신이 그 땅의 소유자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대지의 소유자가 아니며, 누구도 그렇게 될 수 없다.
대지의 소유자는 위대한 정령 한 분뿐이며, 우리는 대지를 보호하는 자이다. 이 대지의 어느 곳을 여행하든지 그곳에 아직도 인디언들이 생존해 있다면 당신들은 삶과 공기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우리 인디언은 어머니의 대지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편에 서서 일할 뿐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얼굴 흰 사람들에게 유럽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인디언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고 함께 삶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도 그렇게 하기를 우리는 바랄 뿐이다.그것이 우리가 사는 방식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야만인이 아니다. 미국의 헌법은 뉴욕에 살던 이로쿼이 족 인디언의 민주적인 헌법을 기초로 작성되었으며, 얼굴 흰 사람들이 사용하는 중요한 약품들도 대부분 인디언들에게서 얻어 간 것이다. 티레핀, 키니네. 장뇌, 코카인등이 그것이다. 페니실린조차도 우리가 참나무에서 추출한 것이며, 얼굴 흰 사람들이 대륙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그것을 사용해 왔다. 그밖의 많은 비법들을 우리는 아직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는 책에 적혀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을 밝힐 때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밝힘으로써 문제가일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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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치료사이며 비를 내리는 인디언으로 유명한 구르는 천둥은 1915년 미국 남동부의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에서 태어났다. 이 무렵은 백인 정부가 인디언들을 황무지나 다름없는 보로구역 안으로 내몰던 시기였다 하지만 인디언 원주민들 중에는 그런 ‘백인의 길’을 걷는 것을 거부하고 산이나 숲 속에 숨어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르는 천둥은 타고난 산 사람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십대 후반이 되었을 때, 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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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천둥은 수년간 숲에 들어가 지내는 수행을 하게 되었다. 홀로 숲 속에서 살아가던 중에 식물이나 동물들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때 이후로 구르는 천둥은 자신에게 식물이나 동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숲을 나와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 돌아온 구르는 천둥은 긴 여행을 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몇몇 인디언 치료사들의 제자로 입문해 가르침을 받았다. 그 후 구르는 천둥은 태평양 철도 회사에서 제동수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렸고 동시에 인디언들의 치료사로서, 영적 조언자로서, 또한 부족의 대변자로서, 개인과 사회, 그리고 지구의 건강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갔다.
그는 인디언들의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환자를 치료할 뿐 아니라 많은 서양 의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기적적인 치료를 행했다.
1950년대의 비트 세대의 정신을 이어받아 60년대 후반에 머리에 꽃을 꽂고 샌프란스코에 등장해 어느 새 전 세계로 퍼져나간 히피운동, 그 의식 혁명의 폭풍 속에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사물을 보는 방식과 삶의 방식은 큰 주목을 받았다.
구르는 천둥에게 정신적인 것을 얻기 위해 찾아온 유명한 음악가나 예술가들 중에는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전 세계 히피들에게 영향을 끼친 록그룹이나 밥 딜런, 존 바에즈, 영화배우 존 보이트 등이 있다. 특히 록 음악이 신으로 추앙받던 밥 딜런은 직접 구르는 천둥을 만나러 와서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히피들의 대부격인 알렌 긴스버그나 존 바에즈 등과 함께 2년 동안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롤링 썬더리뷰’라는 이름의 콘서트 투어를 미국 전역에서 가졌다.
뉴에이지라는 단어가 무슨 암호처럼 속삭여지기 시작하던 무렵, 구르는 천둥이 맡은 역할은 실로 중요한 것이었다. 뉴에이지, 즉 ‘새로운 의식의 시대’를 시작하는 데 구르는 천둥이 전하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우주관과 세계관은 중요한 주춧돌이 되었다. (더그라스 보이드가 쓰고 류시화가 번역한 <구르는 천둥> 참고 2002년 김영사 펴냄)
인디언들이 치료행위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약 만년 전부터였으리라고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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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치료에 주로 사용된 것은 잎사귀와 뿌리로 이루어진 약초, 마사지, 그리고 심신의 안정이었다 . 치료행위는 부족 안에서 공인된 치료사가 맡았으며, 치료사는 대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디언들은 치료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위대한 정령의 계시를 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인디언 치료사들은 전통적으로 수없이 실험되어 그 효능이 입증된 약초들 만을 엄선해서 사용했고, 그것은 이미 단순한 민간요법의 차원을 넘어선 체계적인 의학이었다. 그것이 책으로 기록되지만 않았을 뿐, 인디언 치료사는 구르는 천둥이 설명하고 있듯이 2,30년에 걸친 배움의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의술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떤 서양 의사보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치료사들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병을 치료해 주는 약 가운데 4백 종류가 인디언 의학에서 그 정보를 얻은 것이며, 백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와 인디언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약을 지금까지 한 종류도 발견하지 못했다. 평범한 아스피린에서 기적의 치료약까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서양 의학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인디언들의 약 한 가지만으로 수천 명의 미군 병사들이 생명을 건졌다. 키니네라고 불리는 그 약이 없었다면 미국은 전쟁에서 패했을지도 모른다고 역사가들은 말하고 있다. 키니네는 말라리아 치료약이다.
인디언들은 약초를 구하기 전에 금식과 기도의 의식을 거쳤다.
“대지 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그 장소에서 뽑아버려선 안 된다는 것이 인디언들의 오래된 가르침이다. 칼로 자르거나 꺾을 수는 있어도 뿌리째 뽑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무들과 풀들은 그 자체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좋은 목적에 쓰기 위해 자라는 식물을 불가피하게 뽑아야만 할 경우에는 그 식물의 영혼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한 후 뽑아야 한다.”
또한 살리쉬족 인디언 산비둘기 (크리스틴 퀸테스킷)는 말한다.
“대지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목적을 갖고 있으며, 모든 병에는 반드시 그것을 치료할 약초가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사명을 갖고 태어난다. 이것이 인디언의 존재관이다.”
2018.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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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 크리족 예언
2018.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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