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법칙(3)

2024. 8. 30. 15:50독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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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법칙(3)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 지음. 이수경 옮김

15. 모든 여정은 원래 힘들다

- 목표로 삼을 가치가 있는 것에는 고통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개의치 않는 마인드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로렌스가 뜨거운 성냥불을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으로 잡아서 끈다. 그러자 그걸 지켜본 다른 사내가 똑같이 따라 했다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뜨겁잖아요! 대체 어떻게 한 거죠?” 그가 묻는다.

그러자 로렌스가 대답한다. “뜨거워도 개의치 않는 거지.”

이는 인생에 꼭 필요한 능력 중 하나다. 고통을 피해갈 해결책이나 지름길부터 찾기보다는 필요한 때에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 말이다.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내 동료가 소셜 미디어 컨설턴트를 고용했다. 그 컨설턴트는 3시간 동안 우리에게 해시태그 활용법, 하루 중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시간대, 포스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인기도를 높이는 법, 그 밖의 수많은 ‘꿀팁’을 상세히 설명했다.

물론 전부 좋은 조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쇼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비결은 언급하지 않았다. 즉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좋은 글을 쓰는 것 말이다. 그가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쉽고 빠르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투자, 마케팅 등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지름길을 원한다. 사람들은 늘 그래왔다. 그런데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기술 발전이 결과물을 얻는 속도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를 높여 놓은 탓이다.

우리는 빠르고 쉬운 길에 혹하기 쉽다. 고생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길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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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미국의 TV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이 제리 사인펠드에게 새로 시작한 시트콤이 잘돼 가느냐고 물었다. 제리는 고민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NBC에서 이 시트콤을 위한 코미디 작가들을 지원해 줬는데 결과물이 별로 마음에 안 듣다는 것이었 다.

데이비드가 말했다. “마음에 들면 그게 이상한 일 아닐까요?”

“무슨 뜻이죠?” 제리가 물었다.

“빵빵 터지는 극본을 날마다 써낼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사인펠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이건 원래 힘든 일이에요.”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제리 사인펠드나 마이클 조던, 세리나 윌리엄스 같은 이들이 그토록 유명한 이유는 세상에 딱 한 명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 위치에 오른 과정은 우리가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힘들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베프 베이조스는 현실적인 관점으로 일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일 자기 직업에서 하는 일의 절반만 즐길 수 있어도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게 현실이다. 어떤 일에든 싫은 측면이 있기 마련이다.

대법원 판사도 자기 일에서 싫은 부분이 있다. 대학교수도 참석하기 싫은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모든 직업에는 싫은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직업의 일부다.”

스티븐 프레스필드는 30년 동안 글을 쓴 후에야 첫 책 <베가 번스의 전설>을 출간했다. 그 전까지의 삶은 암울하기만 했다. 한때는 집세를 아끼기 위해 정신병원 퇴원자들이 사회에 복귀하기 전에 지내는 시설에서 지내기도 했다.

언젠가 프레스필드는 이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만나본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그들은 미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엉터리를 꿰뚫어 본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프레스필드는 “그들은 엉터리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을 쓸모없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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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품으로 여겼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세상의 엉터리 같은 모습을 견딜 수 없었던 천재였을 뿐이라고 프레스필드는 말했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실이 있다. 문제를 완전히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나쁜 것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이 완벽하게 없애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음을 안다. 도둑질이 좋은 예다.

슈퍼마켓에서는 가게 문을 나가는 모든 손님의 몸을 샅샅이 수색하면 도둑질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아무도 가게를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최적의 도둑질 발생 건수는 제로가 아니다. 가게 주인은 도둑에게 어느 정도 물건을 잃는 것을 번영에 따르는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형태의 비효율도 이와 비슷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탓에 화장실에 갈 때도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는 언젠가 말했다. “당신이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렌지주스를 먹고 싶지만 사람들이 우유를 가져다줄 때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우유를 마실 줄 알아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얼마만큼 비효율성과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관리자가 비생산적이거나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래야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는 완벽함을 원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현실적 관점이다. 그런 관리자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다.

장기적 성공과 발전의 연료가 되는 것은 인내심이다.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묵묵히 견디는 것은 결점이 아닌. 적정한 수준의 불편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장점이다.

기억하라 대부분의 일에는 비용이 따르며 이를 인정하고 기꺼이 치르는 것이 현명하다. 그 비용이란 적당한 양의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다.

16. 계속 달려라

- 경쟁 우위는 결국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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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드링커 코프는 19세기의 고생물학자였다. 그는 수많은 종의 계통을 추적 관찰한 뒤 동물들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몸집이 점점 더 커지는 분명한 경향을 발견했다. 훗날 여기에 코프의 규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말 : 과거에 개 만한 크기에서 현재와 같은 크기가 되었다.

뱀 : 불과 몇 Cm의 작은 뱀에서 지금과 같이 다양하게 진화했다.

도마뱀 : 몇 Cm에서 브론토사우루스 같은 공룡으로도 진화했다.

인간 : 수백만 년 전에는 성인 평균 키가 120Cm도 안 됐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어째서 진화 프로세스는 모든 종을 거대한 크기로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과학자인 산타페 연구소의 에런 클로셋과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더글러스 어원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은 명쾌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진화에서 종의 몸집이 커지는 경향은 몸집이 큰 종이 멸종하는 경향에 의해 상쇄된다.” 생물체의 몸의 크기는 투자의 레버리지외 비슷하다. 이익을 증가시키지만 손실도 증가시킨다.

* 몸집이 큰 동물은 부상에 취약하다.

- 개미는 자신의 키보다 1만 5,000배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 쥐는 자신의 키보다 50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뼈가 부라진다.

- 인간은 자신의 키보다 10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는다.

- 코끼리는 자신의 키보다 2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물풍선처럼 터진다.

- 큰 동물은 개체당 서식지 면적이 더 많이 필요하다. 서식지가 부족해지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단위 몸무게 당 먹이도 더 필요하므로 기근이 닥치면 결정적 단점이 된다. 큰 동물은 쉽게 숨을 수 없다. 움직임도 느리고 번식도 느리다.

가장 지배적인 종이 몸집이 큰 경향이 있지만, 가장 오래 견디는 종은 크기가 더 작은 경향이 있다. 티라노 사우루스보다는 바퀴벌레가, 바퀴벌레보다는 박테리아가 생명력이 더 끈질기다. 역설적이게도 진화는 개체의 크기가 커지도록 부추겨 놓고선 이젠 크다는 이유로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인간의 삶에서도 경쟁 우위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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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한 유명한 미국 기업 시어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시어스는 세계 최대 소매 기업이었고 세계 최고층 빌딩에 본사를 두었으며 소매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금융업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도 진출했다. 시어스는 올스테이트 보험, 신용카드 디스커버, 증권사 딘 위터, 부동산 회사 콜드웰뱅커 등을 소유했다.

그런데 시어스가 무너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저가품 시장과 고급품 시장으로 양분되자 시어스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거기에 더해, 더 젊고 더 의욕 넘치는 소매기업인 월마트, 타깃, 같은 경쟁사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이 이르자 결국 시어스는 껍데기만 남은 기업이 됐다.

 

<포춘> 500대 기업 상위 10개 업체에 속했지만 결국 파산 보호 신청을 한 기업으로는 제너럴모터스, 크라이슬러, 코닥, 시어스가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기업의 예는 제너럴일렉트릭, 타임워너, 모토롤라 등 한둘이 아니다.

국가도 비슷한 운명을 맞곤 한다. 역사 속의 다양한 시점에 세계의 과학 및 경제 발전을 주도한 것은 아시아와 유럽 중동이었다.

석유 재벌 T. 분 피켄스는 말했다.

“원숭이가 나무의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우리 눈에는 원숭이의 엉덩이가 더 잘 보인다.”

경쟁 우위를 잃는 주요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연이어 옳은 결정을 내리며 성공을 맛보면 자신이 틀릴리 없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탁월한 성공을 거둔 대상을 언제든 쓰러트릴 수 있는 경쟁자가 사방에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런 자신감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흔히 규모가 커지면 성공한 것으로 여기고, 성공했다는 생각은 자만심을 불러오며, 자만심은 성공의 끝을 알리는 신호다.

 

둘째, 성공하면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대개 이는 의도된 결과다. 하지만 큰 조직은 작은 조직과 다른 동물이고, 작은 규모에서 통하던 전략이 큰 규모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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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에서 이와 유사한 현상을 피터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는 유능한 인재가 계속 승진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고위 직책의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 무능력한 직원으로 되고 마는 현상이다.

셋째, 사람들은 미래에 언젠가는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경쟁 우위를 얻으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일단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이제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경계심을 내려놓는다. 그러는 사이 경쟁자들이 밀고 올라온다.

넷째, 한 시대에 중요한 기술이 다음 시대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특정한 한 가지 능력만 뛰어난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당 산업이 호황일 때만 유용하다.

다섯째, 때로 성공은 그 시기에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찾아온다. 성공을 경험하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그것이 행운 덕이었다는 사실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대부분의 경우, 경쟁 우위는 수명이 짧다. 몰락의 씨앗을 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밴 베일런은 이를 ‘붉은 여왕 가설’이라고 불렀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을 만나는데, 그곳에서는 같은 자리에 계속 있으려면 힘껏 달려야 한다.

그들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주변 사물이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어리둥절해진 앨리스는 생각했다. ‘주변에 있는 것들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는 것 같은데?’ 그러자 붉은 여왕이 앨리스의 생각을 읽은 듯 이렇게 외쳤다. “더 빨리 뛰어! 말할 시간 없다고! 계속 달려야 해!”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 하는 것’ 그것이 진화의 원리다. 삶에서 대부분의 것도 그렇지 않을까? 비즈니스도? 제품도? 일도? 국가도? 인간관계도? 맞다. 전부 그렇다.

진화는 가차 없고 냉혹하다. 앞서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을 멸종시킴으로써 가르침을 준다.

두 가지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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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한 시대를 지배하는 무언가가 다음 시대에 사라지더라도 놀라지 마라. 그것은 역사에서 늘 반복된 스토리다. 기업도, 제품도, 음악가도, 도시도, 작가도 수십 년 넘게 정상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경우 극히 예외에 속한다.

둘째, 계속 달려라. 이미 거둔 성공에 안주해도 될 만큼 확실한 경쟁 우위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는 경쟁 우위가 대개는 몰락의 씨앗을 품고 있다.

17. 미래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 발전은 늘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결국엔 세상을 바꾸게 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다음과 같이 변해간다.

이게 뭐지? 처음 보는 군 → 들어본 적은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어 → 뭔지는 알겠는데 별로 유용할 것 같지 않아 → 부자들이나 좋아하겠지, 나랑은 상관이 없어 → 써 봤는데 그냥 장난감 수준이던걸 → 사용해 보니 유용하더라고 → 항상 사용하고 있어 → 이게 없는 삶은 상상이 안 돼 → 옛날 사람들은 이게 없이 어떻게 살았지? → 너무 영향력이 커져서 규제가 필요해 보여.

이런 과정이 늘 반복된다. 작은 발명 하나가 어떤 잠재력을 품고 있는지 상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역사를 보면 흔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과거의 혁신은 위대하지만, 웬만한 기회는 이미 다 이뤄졌으므로 미래의 혁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이다.

1908년 1월 12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의 두뇌들, 미래의 혁신을 예측하다”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그즈음 <워싱턴 포스트>는 에디슨에게 물었다. “발명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까?”

“저물어 간다고요?” 에디슨은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냐는 듯 놀라며 되물었다.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답은 그걸로 충분하겠지요? 다른 질문은 없습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50년 동안도 지난 50년만큼 커다란 과학적, 기계적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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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어나리라고 보시는 겁니까?”

“모든 분야에서요.”

에디슨은 과학적 발전의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이었다.

커다란 혁신은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작은 혁신이 시간을 두고 합쳐지면서 서서히 축적되어 일어난다.

에디슨은 미래의 혁신에 관해 매우 낙관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작은 발견이 훗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군가가 뭔가를 발견하면 즉시 수많은 실험가와 발명가가 그것을 응용하거나 변용해 온갖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말했다. “발명의 시대가 끝났느냐고요? 현재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말은 옳았다.

1900년대 초 비행기가 실용화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새로운 발명품의 용도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편물 수송과 비행기 레이싱이었다. 원자력 연구소를 떠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없었다면 원자력 발전소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공중 투하 폭탄을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중 투하 폭탄이 없었다면 핵폭탄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핵폭탄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원자력 발전소라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미래를 완전히 바꿔 놓을 뭔가를 연구하거나 발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동안 그것을 전혀 모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늘 그래왔다.

다음을 기억하자.

첫째, 우리는 늘 발전이 지지부진하다고 느끼기 쉽다. 어느 시대에든 최근 10년이나 20년간 획기적인 뭔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혁신적 기술이든 우리 삶에서 유용한 것이 되기까지는 10년에서 20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둘째, 사소해 보이는 두 가지가 결합해 엄청난 뭔가로 증폭될 수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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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잊기 쉽다. 사소한 기술과 또 다른 사소한 기술이 만나 세상을 바꿔놓는 기술이 된다. 기하급수적 성장이라는 개념을 간과할 경우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말이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적절한 타이밍에 두세가지 평범한 능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사람이 단 한 가지만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보다 몇 배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18. 보기보다 힘들고, 보이는 것만큼 즐겁지 않다

- 거짓말이라는 비료를 준 땅의 풀이 언제나 더 푸르다.

 

1963년 <라이프>는 작가 제임스 볼드윈을 인터뷰하며 어디서 영감을 얻었느냐고 물었다. 볼드윈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지금의 이 고통과 괴로움을 겪는 것이 세상에 나뿐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달라집니다. 내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것들이, 현재 살아 있는 이들 또는 과거에 살았던 수많은 이들과 나를 연결해 준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것은 바로 책이었습니다. 예술가는 말하자면 감정을 다루는 역사가입니다.”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두려움을, 마음속 불안함을, 정말로 행복한지 아닌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남들에게 결점이나 실패를 솔직하게 밝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개는 멋지게 꾸민 모습만 타인에게 보여준다.

전문가는 언제나 다른 지역 출신이라는 말이 있다. 성경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그 누구도 자기 고향에서는 선지자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앞의 말에는 다른 더 깊은 의미도 있지만, 어쨌든 이 두 말에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담겨 있다.

내가 의미를 깨닫는데 조금 시간이 걸린 조언이 있다. ‘모든 것이 세일즈다’라는 말이다. 흔히 이는 직장 생활과 관련한 말로 여겨진다. 회사에서 맡은 직책이나 역할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당신의 임무는 세일즈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또 ‘모든 것이 세일즈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공들여 만든다는 사실도 의미한다. 그렇게 만든 이미지는 자신을 남들에게 납득시키고 어필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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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더 좋아 보인다. 장담하건대 그 경쟁사의 직원들은 자기네 회사 운영 방식에 불만을 느낄 것이다. 내 친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화려한 무대 뒤의 모습’을 알 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남들이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늘 생각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나처럼 말더듬이였다는 사실을 숨겨온 이들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울증, 불안장애, 공포증 같은 다른 문제를 숨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정상처럼 보이는 겉모습으로 내면의 고통을 덮은 채 온갖 문제를 숨길 수 있다.

다시 빙산을 떠올려보라. 대부분의 경우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실제 현실이나 현상의, 또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은 힘들거나 괴롭거나 지저분한 측면은 전부 여과된 모습이다. 대개는 보기보다 힘들고, 보이는 것만큼 즐겁지 않다.

몇 가지만 얘기해 두자.

내가 겪은 고난은 크게 다가오지만 타인의 고난은 알아채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고, 남들이 아는 비결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신이 우러러보는 그 사람도 슈퍼맨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 그저 성공 확률을 높이는 일련의 결정과 행동을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 많은 이들이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텐데 말이다.

누군가를 실제보다 더 특별하고 뛰어나게 느끼면, 우리는 그들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그들의 의견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누구나 이런저런 문제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당신이 상대방을 깊이 알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잊지 말고 당신 자신과 타인에 대해 너그러워지길 바란다.

■ 인센티브 :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

- 인센티브는 때로 정신 나간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거나 변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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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전업 작가가 걷는 세 가지 길을 이렇게 말한다.

1.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2. 진실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먹고 살 수는 있다.

3. 거짓말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주면 깡통을 차게 된다.

 

35세의 나이지리아 남성 아키놀라 볼라지는 20년 동안 온라인에서 사기를 쳤다. 미국 어부인 척하면서 마음 약한 과부들을 속여 자신에게 돈을 송금하게 했다. 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순진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내게도 양심이라는 게 있어요. 하지만 가난이 죄책감을 덜어 주었죠.” 당장 굶어야 할 만큼 가난하면 사기 치는 행위를 스스로 정당화하기 쉽다.

대니얼 카너먼은 “자기 자신의 실수보다 타인의 실수를 알아채기가 더 쉽다”고 했다. 인센티브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서 우리는 인센티브가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이성이 아니라 이익에 호소하라”고 했다. 인센티브는 사람의 행동과 믿음을 정당화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연료다.

심지어는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행동을 하거나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를 믿을 때, 그런 스토리는 우리에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 작가 제임스 클리어는 말했다. “사람들은 조언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따른다.”

* 인센티브(incentive) :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런 말을 했다.

“악은 자신이 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가면 뒤에 숨는다.”

멕시코의 마약왕 엘 차포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보면 살인과 범죄를 일삼는 이 마약 카르텔 보스가 가난한 고향 마을에서 ‘대단히’ 인기가 높으며 영웅으로 추앙받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주민들은 범죄자인 그를 오히려 보호해 주었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인터뷰이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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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수입이 거의 없는 사람들입니다. 차포가 잠시 멈춰서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건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어요. 차포는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을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20. 겪어봐야 안다

-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설득력이 센 것은 없다.

우리는 읽고 공부해 지식을 쌓을 수 있고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며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무엇을 원할지, 어느 정도까지 기꺼이 감수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젊은 세대는 비슷한 경험을 새로 해보고 절실하게 느끼기 전까지는 과거 세대가 주는 교훈의 의미를 절대 깨닫지 못한다. 나는 젊은 세대가 어째서 이전 세대의 지혜를 활용하지 못하는지 늘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려움과 역경을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러기가 힘들다.

역사 속에 늘 나타난 패턴은 이것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은 변덕스러우며, 그들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상황의 극단적인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흔히 대공황을 떠올릴 때 경제가 붕괴한 과정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대공황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은 경제난을 겪으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대단히 빠르게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새로 당선된 루스벨트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기했다. 이로써 개인이 금을 소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법이 되었다. 대공황을 기점으로 국민 정서가 바뀌면서 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결국 1935년 노령연금 보험과 실업 보험 등을 골자로 하는 사회보장법이 하원에서 372대 33, 상원에서 77대 6으로 통과되었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쿠데타가 모의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유럽을 흔든 파시즘에 매력을 느낀 미국 부유한 자본가들이 루스벨트 정부를 전복하고 해병대 장군 스메들리 버틀러를 수반으로 하는 파시스트 정부를 세우려는 계획을 꾸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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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들은 삶이 엉망이 되고 희망이 산산조각 나고 꿈이 좌절되고 나서야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예전에 나왔던 그 희한한 아이디어가 뭐였지? 한번 시도해 봐야겠어. 다른 건 아무것도 효과가 없잖아. 그러니 그걸 추진해 보자.”

<우리가 알던 것 What We Knew>이라는 책은 선진 문명국가가 어떻게 그처럼 순식간에 바뀌어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잔혹 행위를 저질렀는지 파헤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국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다.

-인터뷰어 : “인터뷰 초반에 말씀하셨죠. 독일에서 대다수 성인이 히틀러의 정책을 반겼다고요.”

- 독일 국민 : “네 맞습니다. 1923년에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물가가 자그만치 1조 배나 올랐죠. 그리고 히틀러가 새로운 공약을 내걸며 권력을 잡았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그의 정책을 반겼어요. 수년 동안 입에 풀칠할 일을 걱정하던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겼으니까요. 모두가 히틀러의 정책을 지지했어요.”

 

시인 바를람 샬라모프는 소련의 강제 노동 수용소 굴라크에서 15년을 보냈다. 그는 평범한 사람도 극도의 스트레스와 절망 속에 놓이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착하고 정직하며 사랑스러운 누군가에게서 생존에 필요한 기본 조건들을 모조리 빼앗아보라. 그러면 그는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이전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괴물이 된다. 샬라모프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인간은 3주 만에 짐승이 된다”고 썼다.

위기와 역경은 사람들이 평화로운 시절에 예상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한다. 언젠가 크리스 록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하며 이런 식으로 농담을 했다.

“선생님이 절반을, 괴롭히는 애들이 나머지 절반을 맡죠. 나쁜 놈을 상대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바로 어른이 돼서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것은 불확실성이 동반된 진짜 경험이며,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무언가다.

그리고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엄청난 횡재나 놀라운 행운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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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짐 캐리는 말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고 꿈꾸던 걸 이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게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테니까요.”

성공과 명예를 얻은 뒤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기 힘든 것도, 반대로 리스크가 현실이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기 힘든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에서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상황 안에서 일어날 감정적, 심리적 반응을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상상할 때 현실적 측면은 쏙 빼놓고 이상적인 그림만 그린다. 그러나 실제로 삶에서는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공존하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당신은 어떨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면 ‘아, 이런 거구나’하고 깨닫는다.

상황은 당신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복잡하다. 요컨대 겪어봐야 한다.

21. 멀리 보는 것에 관하여

- “장기적 전략으로 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에베레스트산 밑에서 정상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올라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음 멋진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 수많은 시험과 고난이 시작된다.

세상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해요. 우리는 앞으로 10년 동안도 여전히 부부일 거예요.

- 이혼 소송을 제기하기 5일 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한 말

장기적 목표는 자신하기 쉽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나 일, 인간관계에서 장기적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대다수 사람이 안다. 그러나 “장기 전략으로 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에베레스트산 밑에서 정상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올라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음, 멋진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 수많은 시험과 고난이 시작된다.

장기전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또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안겨준다.

뭔가를 장기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할 때는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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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달리기는 당신이 견뎌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의 집합이다.”

당신이 투자 기간을 10년으로 잡는다고 해서 10년 동안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질문을 던져라. “끝없이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견딜 수 있을까?”

장기적 계획과 실행을 위해서는 단기적 리스크도 간과하지 않는 마인드가ㅣ 필요하다.

“혼자서만 장기적 계획을 확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의 파트너나 동료, 배우자, 친구도 함께해야 한다.”

장기적 전략은 잘못 생각하고 있음에도 그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과거에 옳았지만 세상이 변해서 더는 옳지 않은 무언가를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아직 초반이라 내 견해가 옳다는 게 증명되고 있을 뿐이야” 또는 “나만 빼고 전부 잘못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영속성 지식과 소멸성 지식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답은 영속성 지식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05년 2분기에 얼마의 수익을 냈는가?”에 대한 답은 소멸성 지식이다.

소멸성 지식은 그 가치에 비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런 지식은 도처에서 등장해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으려고 애쓴다.

둘째, 우리는 그런 지식을 추구하면서 그것이 의미 없는 정보가 돼버리기 전에 최대한 이용하려 애쓴다.

영속성 지식은 발견하기가 더 어렵다. 시끄러운 신문 헤드라인이 아니라 책 속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은 어마어마하다. 영속성 지식은 유효기간이 없으므로 축적될수록 그 가치를 발휘한다.

또 영속성 지식은 당신이 이미 가진 지식과 합쳐지고 상호 작용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일종의 복리 효과를 낸다. 소멸성 지식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말해주지만, 영속성 지식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어째서 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지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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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신문과 책을 읽는다. 그런데 2011년에 신문에서 읽은 내용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2011년에 읽은 인상적인 책 몇 권과 그것이 내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꽤 자세히 말할 수 있다. 아마도 나는 그 책들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신문을 계속 읽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책을 더 많이 읽는다면, 뉴스를 더 잘 이해하게 도와줄 필터와 생각의 틀을 머릿속에 갖추게 될 것이다.

23. 복잡함과 단순함

-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서 좋을 것은 없다.

인간의 행동에는 참으로 별난 구석이 있다. 복잡한 것,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고도의 두뇌 활동이 필요한 일에 마음이 끌리고, 복잡하지만 효과가 덜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효과가 좋은 것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2013년 미국 국립암연구소 소장 해럴드 바머스는 ‘암 치료에만 너무 집중하고 암 예방은 소홀히 하는 접근법이 문제’라고 말했다. 암과의 전쟁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싶다면 치료가 아닌 예방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방 전략은 지적 자극도 없고 흥미롭지도 않다. 특히 온갖 과학 지식이 동원되는 암 치료법 연구와 그에 따르는 명성에 비하면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

암 연구의 권위자인 MIT의 로버트 와인버그는 애초에 암에 걸리지 않으면 암으로 죽을 일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단순한 지식을 간과한다. 예방은 지적 흥미와 자극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과학자 에츠허르 데이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단순함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지식 노동자인 우리는 그 사실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복잡한 것에 병적으로 끌린다. 학계 종사자들로 이뤄진 청중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운 강연을 하면 청중들이 실망해서 강연료가 아깝다고 느낀다. 씁쓸한 이것은 진실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이 더 가치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몇 개의 간단한 요인이 결과의 대부분을 만들어 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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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적인 몇 가지만 이해하면 상황을 충분히 처리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 그 외에 추가되는 많은 것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또는 혼란을 일으키거나 대단한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한 불필요한 거품일 뿐이다.

자연은 이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9세기 고생물학자 새뮤얼 윌리스턴은 유기체가 지닌 몸 기관들의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처음 발견했다. 초기의 원시 동물은 똑같은 기관을 여러 개 가진 경우가 많았으나 시간이 흘러 진화하면서 수는 줄어들고 기능이 강화됐다. 그는 1914년에 이렇게 썼다. “진화의 결과 기관의 수가 줄었고 남은 기관은 그만의 특별한 용도에 맞게 전문화되었다. 이때 크기가 커지거나 형태 및 구조가 바뀌었다.”

진화는 자신만의 단순화 전략을 가진 셈이다. 진화는 이렇게 말한다. “쓸모 없는 쓰레기들은 전부 없애버리자. 필요한 몇 개만 기능을 더 강화하는 거야.”

재정 영역에서는 버는 것보다 적게 쓰고, 차액은 저축하고,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 성공적인 돈 관리를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의 거의 90%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뭘 가르치는가? 복잡하기만하다.

 

건강 문제에서는 8시간 숙면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다. 하지만 사람들은 건강보조식품과 빠르고 쉬운 지름길, 온갖 약을 찾느라 난리다.

마크트웨인은 아이들에게서 가장 솔직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아는 것만 말한 뒤 입을 닫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또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한다, 온갖 복잡하고 장황한 언어로 말을 꾸미는 기술 말이다.

스티븐 킹은 그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짧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대개 헛소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이 짧을수록 헛소리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무릎을 탁 치게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왜일까? 단순하고 간결한 것으로 충분한데 왜 길고 복잡한 것에 그토록 끌릴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0 단순함은 무지함으로 착각하기 쉬운 반면, 복잡함은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 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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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는 누군가는 신비로워 보인다.

0 때때로 긴 분량은 저자의 노력과 생각의 깊이를 나타내는 유일한 신호 역할 을 한다.

0 단순한 것은 쉬운 걷기처럼, 복잡한 것은 정신적 마라톤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단순한 방법에는 고통이 따르지 않으므로 충분한 정신적 운동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그래서 뭔가를 배우는 이들이 종종 복잡하고 어려운 학습을 선호한다. 그러면 발전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인지적 벤치프레스를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통하는 진실은 이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서 좋을 것은 없다. 복잡한 것에 지나치게 끌리고 지나치게 힘을 쏟을 수는 있다. 하지만 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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